[사설] ‘독도망신’ 당하고 책임지는 자도 없다

● 칼럼 2014. 11. 18. 17:49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7일 최근 논란이 된 독도입도지원센터 건립 취소 문제와 관련해 ‘혼선을 일으킨 것처럼 비친 데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국익 훼손과 외교 실패라는 점에서 말로 사과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 혼란은 정부의 외교적 무능과 잘못된 정책에서 빚어진 일이다. 사안의 성격과 진행 과정 등을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거짓말을 한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독도입도지원센터를 둘러싼 혼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합작품이다. 이 입도시설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일본의 역사왜곡 행태에 맞선다는 이유로 독도 영유권 강화 사업의 하나로 추진돼왔다. 그동안 정부의 기본 입장은 독도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명백한 우리 고유 영토인 만큼 쓸데없는 행동으로 일본의 분쟁지역화 전략에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기본 입장을 거슬러 독도에 시설물 확충을 하겠다고 한 것부터가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예상되는 환경 훼손 우려도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상황이 이 지경이 되지 않도록 사전에 조율해 조처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2017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2층 높이의 입도시설을 세우기로 하고 올해 예산으로 30억원을 책정했다. 이어 지난달 1일 첫 입찰공고를 내보냈다. 그러다 입찰 마감일(4일)을 며칠 앞두고 일본과의 분쟁 악화가 우려되자 갑자기 입찰을 취소했다. 외교적 미숙과 무원칙으로 인한 망신스럽기 짝이 없는 갈팡질팡 행보라 아니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면 국민 앞에 사실대로 알렸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오히려 관계 장관 회의에서 사실을 감추자고 각본을 짜기까지 했다. 입도시설 건립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도 언론에는 ‘안전 관리, 환경, 문화재 경관 등에 문제점 또는 추가 검토할 사항’이 있어 ‘보류’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알리기로 한 것이다.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리면서 거짓말로 내용을 은폐하려 했다니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 도를 넘었다. 관련 부처 사이 조율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외교적 참사에 가까운 행위를 하다 보니 상대국 일본만 득의양양해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입도시설 건립 취소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일관성있는 전략도 정책도 없이 우왕좌왕하다가 오히려 일본에 영유권 주장의 빌미를 제공하고 만 셈이다. 국익을 크게 훼손한데다 사태의 진실을 은폐한 이번 소동에 대해 정부와 관계 장관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사설] 사면초가에 주도력 부족 드러낸 외교

● 칼럼 2014. 11. 18. 17:4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중국 베이징에서 10~11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 참석한 주요 나라들이 치열한 정상외교를 펼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미국, 10일 중국과 정상회담을 했고 같은 날 저녁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전격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재편되는 외교 구도 속에서 우리나라는 충분한 주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북한 핵 문제에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대미)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핵무기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며 ‘북한의 선조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전략적 인내’ 정책이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 포기의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하지만 어떤 노력인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시진핑 주석은 ‘6자회담 재개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고 했으나 우리 정부의 설명에서는 6자회담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정부가 6자회담 재개에 힘을 기울이지 않고 ‘기다리는 전략’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나라는 주최국인 중국이다. 중국은 일본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동아시아의 중심국임을 과시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계획이 각국의 호응을 얻은 것도 성과다. 중국은 이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실크로드 경제지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구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을 엮어서 ‘아태 지역의 융합과 발전’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일본도 이번에 북한에 이어 중국과 새 관계를 모색해나가는 발판을 마련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재시동에 나섰다.
 
미·중·일·러 등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은 동아시아 전체의 주도권을 놓고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균형 외교를 통해 이런 움직임이 큰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고 모두의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지도록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핵 문제 등 한반도 관련 사안이 왜곡되거나 나빠지지 않고 평화롭게 해결되도록 구도를 짜나가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외교에는 동아시아 전체를 염두에 둔 큰 시야와 한반도 현안을 풀려는 적극적인 노력 모두 부족하다.어떤 경우든 최우선 과제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이다. 우리가 창의적인 발상과 추진력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칼럼] 우리들의 안보

● 칼럼 2014. 11. 18. 17:47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군대가 나라를 지켜야 하는데, 나라가 군대를 걱정한다. 방산비리를 보라. 구조할 수 없는 구조함, 쏠 수 없는 총, 방탄이 되지 않는 방탄복,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형용모순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부족한 세금을 거두기 위해 시민들의 주머니를 박박 털면서, 한쪽에서는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군대의 고위층들은 군사주권을 포기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그들의 일그러진 안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연 그들만의 책임일까? 우리들의 안보는 문제가 없을까?
야당 근처에 가면, ‘안보는 보수적으로’라는 말을 마치 대단한 전략인 것처럼 말하는 얼치기들이 적지 않다. 무지하거나, ‘안보 콤플렉스’가 있거나, 아니면 정치를 속임수로 하는 부류들이다.
 
그런 성향의 야당 지도자들은 선거철이면 ‘군복 분장’을 하고, 예비역 장성들을 병풍으로 세워 사진을 찍는다. 대선에서 군인들이 댓글을 달고, 군대의 인권 수준은 여전히 ‘자유당 시절’이며,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색깔론이 넘쳐나는데, 야당 정치인들은 군대의 실상에 관심이 없다. 지난 대선 안철수 후보의 국방공약을 봐라. ‘안보는 보수적으로’라는 ‘정치인의 무책임’과 선거철만 되면 우르르 몰려다니는 ‘군피아들의 욕심’이 결합되어, 박근혜 후보보다 더 보수적인 국방공약을 제시했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 민주정부 시절의 국방정책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 이 참혹한 현실에서, ‘우리 때는 잘했는데’라는 과거 회상이 그렇게 중요할까? 참여정부 시절에 연평균 8%의 국방예산을 증액했다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인지, 이해할 수 없다. 방산비리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마치 연속극의 재방송처럼 반복되어온 이유가 있다. 구조적 문제가 있고, 결코 민주정부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은 바로 군에 대한 문민통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군인 출신이 국방부 장관인 나라는 한국, 이스라엘, 멕시코, 체코뿐이다. 미국은 1947년 조지 마셜을 제외하고, 모든 국방장관이 민간인 출신이다. 스페인이나 칠레처럼, 오랜 군부독재 경험이 있는 나라에서도 여성이 국방부 장관을 맡는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총리였던 클레망소가 말했듯, “전쟁은 군인들에게 맡겨 놓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군에 대한 문민통제는 민주주의의 기초다. 우리는 군대를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유일하게 ‘변화하지 않은 사각지대’로 방치했다. 민주주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불편해한다. 그러나 문민통제만이 군을 살리는 길이다. 
부패를 막아야 군인복지가 향상되고,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민군관계를 재정립해야, 나라도 살고 군대도 산다.
 
정부는 방산비리 척결을 외친다. 그러나 비리는 계속될 것이다. 대통령이 가진 군통수권을 군에 반납하고,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포기한 정부가 비리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야권조차, ‘안보는 보수적으로’, 그런 어이없는 상투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망국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아는가? 국방이 바로 민생이다. 현재 병역제도나 복무기간만큼 뜨거운 관심을 가진 현안이 있을까? 또한 예비군·민방위 제도는 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어 있다. 시민들은 자랑스러운 군대를 원한다. 야권이 집권을 원하는가? 그러면 먼저 얼치기들이 만들어 놓은 상투적인 안보프레임에서 탈출해야 한다. 군산복합체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아이젠하워의 경고를 기억하면서, 이제 국방개혁의 길을 제시할 때다.
< 김연철 -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