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예비후보자 2명도 함께 구속영장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8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검찰이 11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검찰은 명씨 영장에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를 포함하지 않았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명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고령군수 예비후보 배아무개씨, 대구시의원 예비후보 이아무개씨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명씨 구속영장에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을 도와주고 25차례에 걸쳐 9760여만원을 수수하고 △2021년 지방선거 예비후보인 배씨와 이씨에게서 공천 약속 등을 암시하며 12차례에 걸쳐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비용 2억4천만원을 조달한 혐의 등을 적시했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혐의”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과 예비후보 2명이 공천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주고 명씨가 이를 받은 혐의라는 설명이다.

명씨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실질적 소유주인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를 위해 81차례 여론조사를 했는데, 배씨와 이씨에게서 받은 돈을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방선거 예비후보들로부터 “명씨가 공천을 약속해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금품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명씨의 구속영장 발부에는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명씨가 휴대전화를 폐기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을 영장실질심사에서 강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명씨의 구속영장에 윤 대통령이 연루된 대선 여론조사 무상 제공 의혹과 창원 산업단지 부지 지정 개입 의혹 등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검찰은 관련 의혹에 대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고 범죄 성립 여부 등도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명씨가 대선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진행한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재보궐선거 공천 과정을 추가로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22년 5월9일 윤 대통령이 명씨와의 통화에서 “공천관리위원회에 김영선이를 좀 해주라고 했다”는 등 공천 관여가 의심되는 대화를 나눈 육성녹음을 공개했다.

검찰은 지난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명씨를 불러 조사했다. 이미 김 전 의원 등 주요 피의자 조사를 마친 검찰은 명씨의 텔레그램, 문자메시지 등을 복원해 분석하며 범죄사실을 정리했다고 한다. 다만 검찰은 강씨가 제출한 수천개의 녹음파일에 대해선 아직 녹취 내용 분석을 마치지 못한 상태다. 명씨 쪽은 이날 언론 공지를 내어 “핸드폰만 가지고 증거인멸이라고 하는 거 아닐까 싶은데 법리적으로도 사실적으로도 성립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 한겨레 배지현 기자 > 

나토 위상 축소 불가피 …한국 윤 정부 밀착 추진과는 대조적 상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탈퇴하려 하면 막을 수 있을까. 의회 승인 없이 나토를 탈퇴할 수 없도록 법까지 만들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마음 먹을 경우 막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트럼프는 2018년 7월 나토 정상회의 때 나토 탈퇴를 위협하는 등 나토에 회의적이다.

 

한국 윤석열 정부는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의 입김에 떠밀려 나토와 접촉이 빈번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와 병력파견까지 검토하는 등 거의 나토회원국에 버금가는 유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 다시 등장한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를 달갑지 않게 여기면서 회원국들의 국방비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가 하면 아예 탈퇴해 버리겠다고까지 위협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결성돼 출범한 나토가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다시금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지난해 팀 케인(민주·버지니아)과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나토를 탈퇴하려면 상원 3분의 2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8일(현지시각) “전문가들은 이 법안만으로 트럼프의 ‘결단’을 막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법을 어기면 대항 수단은 소송 뿐이다. 문제는 의회가 소송에 나설지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커티스 브래들리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는 폴리티코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은 의회에만 있을 텐데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그러한 소송을 지지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간 제도적 갈등은 사법부의 개입보다 정치적 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보여왔던 대법원이 소송을 다룰지도 불확실하다. 설사 대법원이 사건을 다루더라도 누가 승리할지 헌법상 쟁점이 확실히 정리된 것도 아니라고 한다. 대통령의 외교 권한을 두고 의회가 소송전을 벌인 건 전례가 없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일방적으로 항공자유화(오픈 스카이) 조약에서 탈퇴한 바 있다. 당시 국방수권법도 ‘탈퇴 120일 전 의회에 통보하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조약 탈퇴에 대해선 대통령이 의회의 제약없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공식 탈퇴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나토를 약화시키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당선자가 나토에 대사를 보내지 않거나 미군의 군사 훈련 참여를 막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밀 그랑드 나토 전 사무차장은 폴리티코에 “사실상 탈퇴 의사를 밝히는 날부터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셈이다. 더는 동맹에 헌신하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한겨레 김원철 기자 > 

“러, 쿠르스크 탈환 위해 5만명 집결”…크렘린, 트럼프 통화 부인

"북한군까지 동원한 러시아군 본격 공세 며칠 안 시작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에 점령당한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려고 북한군을 포함한 5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고 뉴욕타임스가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미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는 요구를 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으나, 러시아는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트럼프 당선 뒤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로 점령당한 쿠르스크의 일부 지역을 되찾으려고 이 정도 병력을 집결시킨 것은 자신들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병력을 빼지 않고도 쿠르스크 공세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최근 쿠르스크에서 점령당한 땅을 일부 되찾으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이곳에서 북한군까지 동원한 러시아군의 본격적인 공세가 며칠 안에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쿠르스크에 투입된 북한군 1만명이 러시아 군복, 기관총, 저격 소총, 대전차 미사일을 지급받고 훈련을 소화하며 전투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섞이지 않고 별도 편제를 갖추고 작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등은 북한군이 포병과 기초적 보병 전술뿐 아니라 참호전 훈련을 받은 점을 고려할 때 실제로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 병사들이 전투에 나설 것이라고 확실히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쿠르스크를 탈환하면 트럼프 집권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열린다면 더욱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

 

앞서 지난 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선되면 트럼프 쪽에서 나오는 종전 협상 아이디어 중 하나로 현 전선 동결안을 소개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 3명은 트럼프 인수위에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최소 20년 동안 불허하는 대신에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충분한 무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최전선 800마일(약 1280㎞)에 비무장지대를 설치하고 이 지역을 감시할 병력을 배치한다는 내용도 계획에 들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미군이나 유엔처럼 미국이 분담금을 내는 국제기구의 평화유지군 참여는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 안대로라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빼앗긴 동부 영토를 상실하게 된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당선 확정 이튿날인 지난 7일 거주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푸틴과 통화한 사실이 여러 소식통을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트럼프가 푸틴과의 통화에서 전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이 유럽에서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와 푸틴은 유럽의 평화라는 목표에 대해 논의했으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후속 대화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1일 이 보도에 대해 “완전한 허구”라며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의 접촉 계획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  한겨레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