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 앞두고 노상원이 사전작업 본격화하던 시기

본인은 적극 부인... 계엄 관련 언급 있었을 가능성 의심

 

 
 
                            강호필 전 지상작전사령관. 김경호 선임기자 
 

12·3 비상계엄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해온 강호필 전 지상작전사령관이 지난해 9월~12월 ‘계엄 비선 기획자’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2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이 무렵은 계엄 선포를 앞두고 노 전 사령관이 사전작업을 본격화하던 시기다.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계엄 실행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노상원 수첩’에 지작사의 계엄 임무를 연상케 하는 메모가 담긴 사실을 확인하고, 이 메모가 강 전 사령관과의 교감 아래 작성된 것인지 통화 경위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계엄 선포 석 달 전인 지난해 9월부터 12월 사이에 강 전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 사이엔 20여 차례 통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 대부분은 노 전 사령관이 먼저 연락해 이뤄졌다고 한다. 강 전 사령관은 2013년~2015년 대통령 경호부대인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을 지낼 당시 청와대를 경호하는 군사관리관이였던 노 전 사령관과 친분을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사령관은 지난해 4월 4성 장군으로 진급하면서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맡았고, 지난해 9월 초 지작사령관 직무대리를 지낸 뒤 10월4일 지작사령관에 임명됐다. 지작사령부는 육군 전방 지역 작전을 총괄하는 전투지휘사령부다.

 

이들이 서로 연락한 시기는 노 전 사령관이 본격적으로 계엄을 준비하던 때와 맞물린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부터 민간인 신분임에도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과 현역 정보사 대령들에게 특수 임무 요원 선발을 지시했고, 이 무렵부터 계엄 선포 당일 사이에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관을 20여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준비·모의에 집중하던 시기임을 고려하면 강 전 사령관과 통화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계엄 관련 언급이 있었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팀은 계엄이 유지됐을 경우 노 전 사령관이 지작사에 별도의 임무 부여를 계획한 정황을 그의 수첩에서 발견하기도 했다. 앞서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확보한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용인:역행사 방지 대책 강구’라는 메모가 적혀있다. ‘역행사’는 계엄 반대 인원들의 반발을 뜻하는데, 지작사(부대가 용인에 있음)에 계엄 반대 세력의 반발을 진압하는 역할을 부여하려는 메시지를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 메모 앞단에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 대해 ‘여인형은 행사 인원 지정, 수거 명부 작성’ 등이 적혀 있어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긴급체포된 뒤 경찰 조사에서 ‘역행사 방지 대책’과 관련해 “지난해 8~10월 김용현 전 장관이 불러준 내용을 적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강 전 사령관은 그동안 계엄 선포를 사전에 인지하지도 못했고 계엄 당시 어떠한 임무도 부여받거나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강 전 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계급과 직책, 군 생활 등 개인적 명예를 걸고 계엄과 관련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병력 출동도 어떤 임무도 지작사가 지시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 또한 앞선 검찰 조사에서 ‘지난 여름 강 전 사령관이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 이야기를 듣고 전역하겠다고 했다’고 진술하는 등 계엄에 반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 강재구 기자 >

 

 “미국 요구대로 관세협상 문서화했다면 경제에 큰 주름살”

조현 외교부 장관이 16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조지아주 구금 사태''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조현 외교부 장관이 16일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와 관련해 “과거 많은 동맹·우방과 상당히 좋은 협력을 해오던 그런 미국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미국의 동맹국을 상대로 한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우리 국민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오래 묵혀둔 비자 문제를 미 측이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섰고, 우리도 강하게 이를 압박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비자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자진 출국한 구금자들의 재입국 시 불이익이 없도록 합의했지만 추방 기록은 아니더라도 불법 체류 기록이 남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전혀 기록을 안 남기기로 상호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사태 중 일어난 인권침해 파악을 위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우리 국민의 인권침해 전수조사와 관련해 외교부, 법무부, 기업 합동 전수조사를 바로 시작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우선 외교부가 해당 기업 대표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직자는 “구체적인 조사 방법 등은 기업 대표와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준비되는 대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확인되는 대로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쪽에 항의할 방침이다.     < 서영지 기자 >

 

우리 형편에 맞는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한 줄다리기 하고 있어

 

우원식 국회의장이 16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며 조현 외교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미국과 후속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인 것은 3500억달러의 구체적 투자 방식 등에 있어 “일본과 같은 방식을 (미국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상호관세 협상 교착의 가장 큰 쟁점이 뭐냐’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3500억불 (대미) 투자 내용에 있어 미국은 투자하는 방식, 수익 배분 구조 등을 기본적으로 일본과 같은 방식 형태 이런 것들을 원한다”며 “하지만 그렇게 됐을 때 우리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여러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형편에 맞는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미국이 투자처를 선정하면 일본이 45일 이내에 현금을 보내고, 투자금 회수 뒤에는 미국이 투자 수익의 90%를 가져간다는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지난 7월30일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리기로 했지만, 3500억달러(약 486조원)의 투자 방식 등 구체적 이행 방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일본과 협상을 근거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런 압박이 협상용 성격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총리는 “미국도 (일본과 같이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꼭 그대로 될 것이라고 본다기보다는 협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얘기하는 면도 있지 않겠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조선업 부흥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서 한국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이를 지렛대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정부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세협상을 문서화하지 않은 것은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정상회담) 당시에 (미국 요구를) 그대로 문서화했다면, 우리 경제에 상당히 큰 주름살이 될 수 있는 걱정스러운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재정 부담이 크면 헌법에 따라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미국 쪽에도 분명하게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가 대미 투자 관련 협상 과정에서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을 미국에 요구한 사실도 공개했다. 조 장관은 ‘우리가 미국에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요청했다는데 사실이냐’는 김건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그것도 (미국에) 제안한 여러 가지 내용 중의 하나라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한편, 한-미 간 무역협상을 위해 이날 미국에 도착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최종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16일부터 자동차 품목관세가 15%로 낮아진 점에 대해 “우리도 최대한 빨리 (15%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영지 기자 > 

 

3대 특검 중 현역 의원 첫 구속 ‘통일교-윤석열 유착 의혹’ 수사 탄력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영원 기자
 

윤영호(구속 기소)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 현안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구속됐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가운데 현역 의원 구속은 처음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다리를 놓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통일교-윤석열 유착 의혹’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권 의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의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간30여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구인 피의자 대기실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특검팀은 지난달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권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권 의원 체포동의안이 통과됐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5일 서울에 있는 한 중식당에서 윤 전 본부장을 만나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통일교의 정책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달라’, ‘윤 후보가 통일교 행사에 참여해 한학자 총재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등의 요청을 받으면서 윤석열 후보 지원 명목으로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특검팀은 권 의원의 체포동의요구서에서 “피의자는 유력 대통령 후보자의 최측근으로서 종교단체와 서로 이해관계를 충족하고자 거래했고 대한민국의 예산, 조직 등을 사적 목적 달성을 위해 사용해 죄질이 불량한 국정농단에 해당한다”며 “현직 국회의원인 자신의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적시했다.

 

권 의원은 2022년 대선 전후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두 차례 찾아 큰절하고 현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챙겨갔다는 의혹도 받는다. 아울러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권 의원이 통일교 쪽에 한학자 총재의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흘려 준 정황도 드러났다. 권 의원은 지난해 비상계엄 이후 보좌진 명의의 차명폰으로 윤 전 본부장 및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통화한 사실도 특검팀에 포착됐다. 특검팀은 지난 7월 권 의원을 압수수색하면서 그의 차명폰을 확보해 이런 사실을 파악했다.

 

권 의원은 자신의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권 의원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도 “참담한 심정이다. 문재인 정권 때 탄압 수사가 생각이 난다”며 “그때도 결백했고 이번에도 결백하다. 문재인 검찰의 수사가 거짓이었듯이 이재명 특검의 수사도 거짓이다. 법원에서 사실관계를 그대로 밝히면서 잘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 곽진산  이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