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파업현장에 직접 가 사측 브리핑들어
명태균 방문 이틀 뒤 윤 대통령 ‘엄정대응’ 지시
윤석열 "불법행위 풀고 정상화 하는 게 국민 바람"
관계자 "대통령 특사로 온 것까진 아니었다"고?
하청 노동자들에게 남은 건 ‘불법’이라는 프레임
명태균 씨가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조선하청지회 파업 당시 현장을 방문해 사측 브리핑을 듣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같은 시기 파업을 강경 대응했고, 파업은 51일 만인 2022년 7월 22일 마무리됐다. 현재 해당 조선하청지회 간부들은 '불법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31일 <뉴스토마토>에 따르면 명 씨는 2022년 7월 중순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를 방문했다. 파업이 한창이던 시기다. 당시 명 씨와 동행했던 F 씨는 명 씨가 대관 업무를 담당하던 총무부 소속 간부들(부사장·상무·부장)과 함께 준비된 버스에 올라 파업 현장을 둘러보며 부사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명 씨는 사측이 준비한 설명자료를 건네받았고 이를 토대로 파업의 심각성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F 씨는 <뉴스토마토>에 "윤 대통령이 나서기 이틀 전에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한 걸로 기억한다"면서 "파업 현장을 둘러보고 사측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 보고서(설명자료)는 (현장 방문) 뒷날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당장 파업을 정돈 못 하면 대우조선이 날아갈지도 모르니까, 그 내용을 대통령한테 보고하고 이제 대통령이 나서서 정리가 됐다"면서 "명 씨가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 (보고를 듣고) 대통령이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바로 액션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업 당시 관계자들은 모두 명 씨를 봤다고 증언했다. 대우조선해양 대관 업무를 맡은 당사자들은 뉴스토마토에 "명 씨 일행이 파업 현장을 둘러보고 브리핑과 함께 사측의 자료를 전달한 건 맞지만, 명 씨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온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모 전 부사장은 "제가 개인적으로 만나진 않았다"며 "당시 하루에 10팀 이상도 와서 정확하게 기억을 다 더듬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내 기억에는 누군가 오신다고 해서 이야기를 차(버스) 안에서 5분 정도 했다. 야드(조선소 현장) 돌고, 명 씨가 '현황이 어떻냐'고 해서 회사가 어려운 상태라는 것 정도 전달했다"며 "(명 씨의) 덩치를 보고 저런 분이 기관에 계시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이들의 말을 정리하면 윤 대통령은 명 씨의 보고로 파업을 강행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파업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공식 입장은 명 씨가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7월 16일 직후 나왔다. 윤 대통령은 명 씨 방문 이틀 뒤인 7월 1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산업 현장의 불법적인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명 씨가 대통령의 공식발표 전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에 방문해 사측 브리핑을 받은 것이 영향을 준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의 주례회동 요구에 맞춰 정부도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윤 대통령은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로 공식입장을 발표했던 2022년 7월 18일 오전 관계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대통령이 취임 이후 특정 현안에 대해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만큼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움직임도 기민했다.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우조선해양 일부 하청지회가 진행하고 있는 불법 점거 시위를 즉시 중단하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추 장관은 "정부는 일관되게 밝힌 바와 같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응할 것"이라면서 "노사간 합리적 대화를 마련하지 못하고 지금같은 불법적 점거 농성을 지속한다면 정부와 법과 원칙에 따라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2022년 7월 19일)에서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불법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대통령의 발표 이후 경찰은 파업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등 간부들을 '현행범' 체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유최안 부지회장은 농성을 한 달 이상 지속하고 있었는데,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농성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대통령의 공식입장이 나온 뒤 단 나흘 만인 2022년 7월 22일 대우조선해양 조선하청지회 파업은 마무리됐다. 노사가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한 모양새였지만 하청 노동자에게는 상처밖에 남지 않았다.
당시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은 2016년 조선업 불황기란 이유로 줄곧 임금이 깎였다. 2022년이 되면서 조선업 호황기를 맞아 임금을 원상복구해 달라고 요구한 것 뿐이었다. 수십 년간 숙련공으로 일한 임금은 고작 월 200만 원 중반이었다. 그렇다고 쉬운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이 맡은 업무는 조선소에서 가장 힘든 일이면서도 중요한 업무였다.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의 요구안은 삭감된 임금 30%를 회복하는 것이었지만, 임금은 4.5%만 인상됐다. 폐업 협력업체 소속 조합원 고용보장 등에 잠정 합의됐다. 결국 윤 대통령이 공권력을 투입해 노동자들의 기본 권리를 꺾은 셈이다.
노사 간 협상에서 막판 최대 쟁점은 대우조선해양이 조선하청지회에 손해배상청구소송 470억 원을 산정한 것을 취소하는 것이었는데,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들은 목숨 건 투쟁을 했지만 남은 것은 '불법 행위'를 했다는 프레임과 손해배상청구소송 470억 원이었다.
윤 대통령은 파업이 종결되기 하루 전날까지도 하청 노동자들에게 "불법행위 풀고 정상화하는 게 국민 바람"이라고 했으며,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는 "불법과 폭력에 대한 준엄한 법의 심판이 바로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불법'이 아닌 파업이지만 불법이 된 것은 대통령의 말 때문이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쟁의행위는 그 목적, 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이나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은 파업 전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쳤기 때문에 불법 파업을 한 것이 아니지만, '불법 아닌 불법'이 됐다.
윤 대통령이 만든 '불법 파업' 프레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김진오 판사) 심리로 열린 이번 사건 결심 공판에서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외 조선하청지회 소속 5명에게는 각각 징역 1~2년 및 벌금 400만 원을 구형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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