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파업현장에 직접 가 사측 브리핑들어


명태균 방문 이틀 뒤 윤 대통령 ‘엄정대응’ 지시
윤석열 "불법행위 풀고 정상화 하는 게 국민 바람"

관계자 "대통령 특사로 온 것까진 아니었다"고?
하청 노동자들에게 남은 건 ‘불법’이라는 프레임

 

명태균 씨 모습.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명태균 씨가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조선하청지회 파업 당시 현장을 방문해 사측 브리핑을 듣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같은 시기 파업을 강경 대응했고, 파업은 51일 만인 2022년 7월 22일 마무리됐다. 현재 해당 조선하청지회 간부들은 '불법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31일 <뉴스토마토>에 따르면 명 씨는 2022년 7월 중순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를 방문했다. 파업이 한창이던 시기다. 당시 명 씨와 동행했던 F 씨는 명 씨가 대관 업무를 담당하던 총무부 소속 간부들(부사장·상무·부장)과 함께 준비된 버스에 올라 파업 현장을 둘러보며 부사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명 씨는 사측이 준비한 설명자료를 건네받았고 이를 토대로 파업의 심각성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F 씨는 <뉴스토마토>에 "윤 대통령이 나서기 이틀 전에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한 걸로 기억한다"면서 "파업 현장을 둘러보고 사측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 보고서(설명자료)는 (현장 방문) 뒷날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당장 파업을 정돈 못 하면 대우조선이 날아갈지도 모르니까, 그 내용을 대통령한테 보고하고 이제 대통령이 나서서 정리가 됐다"면서 "명 씨가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 (보고를 듣고) 대통령이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바로 액션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업 당시 관계자들은 모두 명 씨를 봤다고 증언했다. 대우조선해양 대관 업무를 맡은 당사자들은 뉴스토마토에 "명 씨 일행이 파업 현장을 둘러보고 브리핑과 함께 사측의 자료를 전달한 건 맞지만, 명 씨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온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모 전 부사장은 "제가 개인적으로 만나진 않았다"며 "당시 하루에 10팀 이상도 와서 정확하게 기억을 다 더듬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내 기억에는 누군가 오신다고 해서 이야기를 차(버스) 안에서 5분 정도 했다. 야드(조선소 현장) 돌고, 명 씨가 '현황이 어떻냐'고 해서 회사가 어려운 상태라는 것 정도 전달했다"며 "(명 씨의) 덩치를 보고 저런 분이 기관에 계시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이들의 말을 정리하면 윤 대통령은 명 씨의 보고로 파업을 강행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파업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공식 입장은 명 씨가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7월 16일 직후 나왔다. 윤 대통령은 명 씨 방문 이틀 뒤인 7월 1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산업 현장의 불법적인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명 씨가 대통령의 공식발표 전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에 방문해 사측 브리핑을 받은 것이 영향을 준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의 주례회동 요구에 맞춰 정부도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윤 대통령은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로 공식입장을 발표했던 2022년 7월 18일 오전 관계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대통령이 취임 이후 특정 현안에 대해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만큼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움직임도 기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19일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해양 파업과 관련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2024.10.31. 유튜브 채널 윤니크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우조선해양 일부 하청지회가 진행하고 있는 불법 점거 시위를 즉시 중단하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추 장관은 "정부는 일관되게 밝힌 바와 같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응할 것"이라면서 "노사간 합리적 대화를 마련하지 못하고 지금같은 불법적 점거 농성을 지속한다면 정부와 법과 원칙에 따라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2022년 7월 19일)에서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불법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대통령의 발표 이후 경찰은 파업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등 간부들을 '현행범' 체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유최안 부지회장은 농성을 한 달 이상 지속하고 있었는데,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농성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대통령의 공식입장이 나온 뒤 단 나흘 만인 2022년 7월 22일 대우조선해양 조선하청지회 파업은 마무리됐다. 노사가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한 모양새였지만 하청 노동자에게는 상처밖에 남지 않았다.

당시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은 2016년 조선업 불황기란 이유로 줄곧 임금이 깎였다. 2022년이 되면서 조선업 호황기를 맞아 임금을 원상복구해 달라고 요구한 것 뿐이었다. 수십 년간 숙련공으로 일한 임금은 고작 월 200만 원 중반이었다. 그렇다고 쉬운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이 맡은 업무는 조선소에서 가장 힘든 일이면서도 중요한 업무였다.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의 요구안은 삭감된 임금 30%를 회복하는 것이었지만, 임금은 4.5%만 인상됐다. 폐업 협력업체 소속 조합원 고용보장 등에 잠정 합의됐다. 결국 윤 대통령이 공권력을 투입해 노동자들의 기본 권리를 꺾은 셈이다.

노사 간 협상에서 막판 최대 쟁점은 대우조선해양이 조선하청지회에 손해배상청구소송 470억 원을 산정한 것을 취소하는 것이었는데,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들은 목숨 건 투쟁을 했지만 남은 것은 '불법 행위'를 했다는 프레임과 손해배상청구소송 470억 원이었다.

 

2022년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51일째인 22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의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에서 31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7.22. 연합
 

윤 대통령은 파업이 종결되기 하루 전날까지도 하청 노동자들에게 "불법행위 풀고 정상화하는 게 국민 바람"이라고 했으며,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는 "불법과 폭력에 대한 준엄한 법의 심판이 바로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불법'이 아닌 파업이지만 불법이 된 것은 대통령의 말 때문이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쟁의행위는 그 목적, 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이나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은 파업 전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쳤기 때문에 불법 파업을 한 것이 아니지만, '불법 아닌 불법'이 됐다.

윤 대통령이 만든 '불법 파업' 프레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김진오 판사) 심리로 열린 이번 사건 결심 공판에서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외 조선하청지회 소속 5명에게는 각각 징역 1~2년 및 벌금 400만 원을 구형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동훈 100일 “말 뿐인 국민 눈높이” “변죽만 울려”
한국일보 “한, 직 걸고 대통령실 마이웨이 멈춰야”  조선일보 “설득해야”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 사진=연합뉴스, 명태균 페이스북
 

명태균 녹취록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온다.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선물이라고 했다는 녹취록,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 관여했음을 의심케 하는 녹취록에 이어 이번엔 지방선거에서 컷오프됐던 김진태 강원지사도 김 여사 힘을 빌려 자신이 살렸다는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이런 내용 한 건 한 건이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이고, 명씨가 되레 큰소리를 치고 있는데도 대통령실과 검찰은 조용하다. 동아일보는 이에 “기이하다”고 평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했다. 신문들은 제3차 추천 채상병 특검법 약속에 진전이 없고, 김건희 여사 의혹 해법도 후퇴하고 있다며 지난 100일 동안 “말로만 국민 눈높이”, “변죽만 울렸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김 여사 의혹에 특별감찰관을 고집하는 한 대표를 두고 특검만이 답이라고 재차 촉구했다.

연일 터져나오는 명태균 녹취록

한겨레 1면 <“김진태 내가 살린거야” 명태균 또 ‘사모님’ 언급>에서 “‘김건희 여사 공천·국정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진태 전 의원이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공천을 받는 과정에 김건희 여사의 힘을 빌려 도움을 줬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한겨레21이 30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명씨와 통화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명씨는 2022년 4월18일 밤 9시57분께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강혜경씨에게 전화를 걸어 “김진태 그거 내가 살린 거야. (오늘) 김진태가 김○○(명씨 지인으로 추정)이 갔는데 벌떡 일어나 손을 잡고 내 얘기하면서 그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손잡고 막 흔들더래요”라고 말한다. 이어 “아니, 나 어제 잠도 못잤어. 김진태가 나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내가 막 사모님 그래 갖고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라고 말한다. 

▲한겨레 2024년 10월31일자 1면
 

한국일보도 4면 기사 <명태균 “김진태는 내가 살린 거야… 생명의 은인이라더라”>에서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녹취록에서 명씨는 “강원도 가서 밥을 굶는다는 건 없을 거 같아”라며 “고맙지. 도와줘서 당선되면 보통 사람들은 와서 고맙지. 도와준 보람이 있잖아”라고 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당시 ‘5·18 폄훼’ 등의 이유로 김 지사를 공천에서 배제한 뒤 2022년 4월14일 황상무 전 KBS 앵커를 강원지사 후보로 단수 추천했으나 나흘 뒤 김 지사의 사과를 조건으로 경선 기회를 부여했고, 김 지사가 경선에서 승리한 뒤 강원지사에 당선됐다. 한국일보는 “이 과정에서 명씨가 김 여사를 통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동아일보 “명태균 막 떠드는데, 조용한 용산과 검찰 기이해”

동아일보는 사설 <막 떠드는 명태균, 조용한 용산과 검찰… 기이한 풍경>에서 최근 잇달아 터져나오는 명태균 녹취록을 두고 “하나같이 법적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임에도 대통령실은 별말이 없고 오히려 명 씨가 ‘(검찰이 날 구속하면) 한 달이면 대통령 하야하고 탄핵이다’며 큰소리친다”며 “검찰은 명 씨를 소환 한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전과 있는 정치 브로커가 한 달 반 동안 온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하는데 대통령실도 검찰도 대응이 미온적이니 기이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끝 모를 ‘김건희 선거·국정 개입’ 단서들, 특검하고 단죄해야>에서 명씨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내가 (구치소에) 들어가면 한 달 만에 이 정권이 무너진다’고 한 점을 두고 “녹취 발언을 보면서 이 협박이 공연한 게 아닐 수 있겠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정권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이 의혹을 그냥 두고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그런데도 검찰 수사는 늦고 한가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이 특검을 자청해서라도 의혹을 털고 가야 마땅하다며 강조했다.

▲동아일보 2024년 10월31일자 사설
 

국민일보도 사설 <이제 그만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하고 국정에 진력해야>에서 “명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여사는 대통령 배우자로서 권한 없는 일을 한 것”이라며 “김 여사는 통제받지 않는 권력자처럼 국민들에게 비치는 실수를 거듭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특별감찰관 임명으로 김 여사 문제가 해소되는 건 아니지만 그것마저 거부한다면 정말 민심을 알기나 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를 속히 매듭짓고 국정에 진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동훈 100일 기자회견 말로만 쇄신 의지? 정치력 한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김건희 여사 문제를 11월에 매듭지어야 한다면서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 해법으로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을 제시하면서 “당이 그것조차 머뭇거린다면 국민은 ‘민심을 알긴 아는 거야’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4면기사 <‘채 상병·김 여사’ 못 풀고 갈등만 양산…한, 말한 대로 된 게 없다>에서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정치를 내세웠지만 이 과정에서 윤·한 갈등, 친윤석열(친윤)계·친한동훈(친한)계 갈등만 도드라지면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제3자 채상병 특검법 추진과 수평적 당정관계 등 당대표 출마부터 공언했던 사안이 여전히 미완인 점을 들었다.

세계일보도 4면기사 <여권 내 통합 목소리 의식했나… “쇄신” 목청만 높인 한동훈>에서 “한 대표의 기자회견을 두고 예상보다 쇄신 의지가 선명하게 부각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다”며 “제3자 추천 방식 채 상병 특검은 한 대표가 지난 6월 전당대회 출마 일성으로 내세운 대표 공약이나 한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 추진 계획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한동훈 생각이 다른 사람 설득하고 마음얻어야” 한국일보 “직을 걸어야”

한 대표에게 조언하는 방향은 신문마다 달랐다. 조선일보는 사설 <김 여사 문제 해결 필요하나 지금 한 대표 식으로 되겠나>에서 “철옹성과 같은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판적인 사람들을 포함해 이에 공감하는 세력을 더 늘려야 한다”며 “한 대표는 줄여오지 않았나. 먼저 말하기보다는 많이 듣고, 몰아세우기 보다 설득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국정 동력 상실의 위기에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선일보 2024년 10월31일자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한동훈, 직 걸고 대통령실 ‘마이웨이’ 멈춰 세워야>에서 100일 기자회견을 두고 “취임 이후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는 말만 앞섰지 구체적 성과로 보여주지 못한 반성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비판한 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들어 “한 대표 주장이 미덥지 않다”고 했다. 김 여사 특검법안을 발의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은 관철돼야 한다”며 동문서답을 한 점을 들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이렇게 변죽만 울리니 대통령실이 ‘국면 전환용 인사는 하지 않겠다’며 인적 쇄신 요구를 보란 듯 거부하는 게 아닌가”라며 “국민의힘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 여긴다면, 한 대표가 자신의 직을 거는 결기를 보여서라도 민심에 역행 중인 윤 대통령을 돌려 세워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변화·쇄신 하겠다’더니, 변죽만 울린 한동훈의 100일>에서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김건희 특검법’이란 말 자체를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고 특별감찰관 타령만 했다”며 “100일 동안 쌍특검법도, 당정관계도 변죽만 울려놓고 또다시 ‘변화와 쇄신’을 되뇌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한 대표는 그럴싸한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리더십을 입증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을 민심의 눈높이에서 견인하고,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정권과 당의 미래뿐 아니라 한 대표의 정치적 미래도 어두워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일보 2024년 10월31일자 사설
 

한겨레도 사설 <‘취임 100일’ 한 대표 말로만 “민심”, 특감이 ‘민심’인가>에서 김 여사 특검 대신 특별감찰관을 고집하는 한 대표를 향해 “민심을 모르는가, 알면서 이러는가”라고 반문한 뒤 “국민들 요구는 김 여사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남들과 똑같이 법적 심판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지, 고작 ‘지금부터 김 여사를 잘 감시하라’는 게 아니다. 그 정도 눈속임이면 국민들에게 통할 것으로 보는 건가”고 반문했다. 한겨레는 한 대표에게 “특감이 무슨 대단한 용기이고 해법인 양 말하지 말라”며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건 특감이 아닌, 특검”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임기반환점에도 인적쇄신 없다?

한편,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인적쇄신 요구를 거부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한겨레는 3면 <임기반환점 앞 꿈쩍 않는 용산…김여사 라인 정리·개각 손놨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1월10일 임기 반환점을 계기로 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나 개각 등에 크게 무게를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30일 “임기 반환점을 맞아서 보여주기식 국면 전환용 인사는 하지 않는다는 게 (윤 대통령의) 원칙이다. 인사는 인사 요인이 발생했을 때 적임자를 찾아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대통령실 내 ‘김건희 라인’ 정리 요구는 물론 최근 친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개각 등을 통한 국면 전환 요구를 일단은 거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 

 

국민힘 비상모드...특별감찰관 논의도 힘 빠지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육성 음성파일이 공개된 31일 국민의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추가 육성 공개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취임 전이라 문제가 없다는 친윤석열(친윤)계 방어가 뒤섞여 나왔다. 한동훈 대표는 대응책을 고심하며 침묵을 지켰지만 그가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법으로 내놓은 특별감찰관 추진은 동력을 잃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이날 “공관위(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내가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다”고 명태균씨에게 말하는 윤 대통령의 육성을 공개한 후 국민의힘은 비상 모드에 돌입했다. 추경호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내달 1일 대통령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민주당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 지 방어 논리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당내엔 여론에 미칠 파장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당직자는 이날 “대통령 음성 녹음이 있지 않나”라며 “민주당이 계속 틀텐데 어떻게 감당하냐”고 한숨을 쉬었다. 영남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선인이면 대통령에 준하는 상황으로 취임만 남은 건데”라며 후폭풍을 걱정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다수의 의원은 큰 문제가 안된다며 방어선을 쳤다. 권성동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취임 전 당선인 신분에서 대화라 탄핵 사유도 되지 않는다”며 “대통령 당선인이 1호 당원으로서 정치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선거 개입 주장하는 건 너무 나간 주장”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사적 대화의 일환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 될 부분이 없다”며 “명씨 수사가 진행중이니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생활 영역의 대화를 녹취해 공개하는 파렴치한 행태”라며 녹음한 제보자와 공개한 민주당에 비판을 돌리기도 했다. 한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스타일을 구긴 정도지, 사안이 심각한 건 아니다”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친한동훈(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용산에서 당에 허심탄회하게 얘기했으면 좋았을텐데, 앞으로 뭐가 또 나올지 몰라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설명이 거듭 거짓으로 판명되는데 섣불리 방어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옹호하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대놓고 비판하면 배신자로 찍힐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친한계 당직자는 “자칫하면 배신자 프레임을 쓸 수도 있다”며 “한 대표가 먼저 얘기를 꺼내지 말고, 선조가 도망갔을 때 묵묵히 분조를 만들어 나라를 지켰던 광해군처럼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내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6선 조경태 의원은 기자들에게 개인 의견을 전제로 “(윤 대통령이) 위법이냐를 떠나 적절한 행동은 아니었다”면서 “당무감사를 착수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추진하던 특별감찰관 추천은 힘이 빠지는 모양새가 됐다. 특별감찰관은 김 여사 등 대통령 측근들의 비위를 예방하는 제도인데, 대통령 본인의 공천개입 정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내 논의도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이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당 중진들과 간담회를 한 후 중진들이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로 당이 더 분열해선 안된다며 의원총회에서 표결로 결정하는 건 지양하자는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대통령 공천개입 건에 대응해야지, 의총 열어서 특별감찰관 논의할 때인가”라며 “특별감찰관 얘기는 쏙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경향 조미덥  유설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