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개인이 코로나19 백신의 교차 접종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전날 교차 접종 자체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이를 바로 잡은 것이다.
세계보건기구 수석과학자 숨야 수아미나탄은 13일 본인 트위터에 “개인은 (백신 혼합 접종을) 혼자 결정해서는 안 된다. 보건당국이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할 수 있다”며 “백신 교차 접종의 면역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수아미나탄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교차 접종 관련 데이터가 안전하다고 말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교차 접종을 실시해온 캐나다 온타리오주 정부는 이날 영국, 스페인, 독일 과학자 등의 연구 결과가 있다며 앞으로도 교차 접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의 전날 발언은 자신들의 이전 권고와도 배치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세계보건기구 전문가 전략자문그룹은 지난달 1차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2차 접종 때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권고했다. 최현준 기자
지난 3월 한 90세 벨기에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알파'와 '베타' 변이에 동시에 감염된 뒤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 AFP 통신 등이 11일 전했다.
벨기에 연구진은 전날 온라인으로 열린 '2021 유럽 임상미생물학 및 감염질환학회'(ECCMID)에서 이 같은 사례를 보고했다. 이 여성은 지난 3월 벨기에 도시 알스트에 있는 OLV 병원에 입원했으며, 같은 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은 호흡기 증상이 급속히 악화해 5일 뒤 사망했다.
이 여성에게서는 영국에서 처음 확인된 '알파' 변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래한 '베타' 변이가 모두 발견됐다. 이 여성은 혼자 살면서 자택에서 간호를 받아왔으며,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 연구를 이끈 OLV 병원의 분자생물학자는 "이 두 변이 모두 당시 벨기에에 퍼져 있었다"면서 "이 여성은 두 명의 다른 사람에게서 서로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여성이 어떻게 감염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동시 감염이 환자의 상태가 빠르게 악화하는 데 역할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유사한 동시 감염 가운데 발표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으나 드물지만 유사한 동시 감염 사례는 발생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 1월 브라질 과학자들은 두 명이 동시에 2개의 서로 다른 변이에 감염됐다고 보고했으나 학술지에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다. 포르투갈에서도 최근 17세 소년이 코로나19에서 회복하는 중에 다른 종류의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보고됐다. 연합뉴스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많은 녹말 양소체: 파킨슨병은 중뇌 흑질의 도파민 분비 뉴런이 사멸해 생기는 신경 퇴행 질환이다. 파킨슨병 환자나 고령자의 뇌에선 변형된 녹말 양소체가 많이 발견된다. 정상 구조의 녹말 양소체는 뇌의 폐기물 용기로 쓰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제공]
파킨슨병(약칭 PD)은 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으로 꼽힌다.
중뇌 흑질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뉴런)가 서서히 소실돼 느린 운동, 근육 떨림과 강직,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으로 이어지는 병이다.
세계적으로 파킨슨병 환자는 700만 명에서, 많게는 1천만 명에 이를 거로 추정된다.
고령자에게 주로 생기는 신경 퇴행 질환으론 치매 다음으로 흔한 게 파킨슨병이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파킨슨병의 유력한 발병 원인을 덴마크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환자의 90% 내지 95%를 점유하는 '산발적 파킨슨병(sporadic PD)'이, 뉴런에 생긴 미토콘드리아 폐기물의 처리를 제어하는 신호 이상에서 비롯된다는 게 요지다.
이 경로가 막히면 미토콘드리아 손상 폐기물이 과도히 쌓여 뉴런이 사멸하고 파킨슨병으로 이어졌다.
코펜하겐대 '생명공학 연구 혁신 센터'의 스호러 이사자더-나비카스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8일(현지 시각) 저널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저널은 네이처 출판 그룹이 발행하는 '동료 검토' 과학 학술지로 생물학적 정신의학 분야의 연구 논문을 주로 다룬다.
*미토콘드리아 구조 [연합뉴스]
논문의 교신저자인 이사자더-나비카스 교수는 "배가 부르면 (뇌에서) 그만 먹으라는 신호가 오는 것처럼 우리 몸은 항상 적절한 신호로 제어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어떤 신체 부위에 감염이 생기면 확산을 막기 위해 싸우지만, 감염이 제거되면 여기에 관여한 신호도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파킨슨병 환자는 1형 인터페론 경로를 여닫는 PICS2라는 단백질의 신호 조절이 잘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 작동하는 1형 인터페론 경로는 바이러스 퇴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뇌 신경세포의 에너지 공급에도 깊숙이 관여한다는 게 드러났다.
파킨슨병의 문제는 PIAS2 단백질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1형 인터페론 경로를 봉쇄하는 데 있었다.
감염 상황이 종료되면 이 경로의 봉쇄가 풀려 정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파킨슨병 환자는 그렇지 않았다.
이 경로가 막혀 있으면 다량의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제거되지 못한 채 뉴런 내에 쌓였다.
그러면 '세포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공급에 문제가 생겨, 힘이 떨어진 뉴런이 서서히 사멸했다.
PIAS2 단백질이 1형 인터페론을 제어하는 신호 경로는 뇌 기능뿐 아니라 미생물과 바이러스의 식별에도 연관돼 있다.
여기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관련돼 있다.
이 경로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코로나19의 치명적 결과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보고도 나왔다.
*파킨 단백질과 미토콘드리아: 왼쪽은 세포 안에서 서로 떨어져 있는 파킨 단백질(녹색)과 미토콘드리아(적색)의 모습.오른쪽은 60분이 지난 뒤 파킨 단백질이 미토콘드리아에 붙어 있는 상태. 파킨 단백질의 주 기능은 세포 스트레스로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해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보충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미토콘드리아가 대체되는 과정을 '미토파지'(mitophagy)라고 하는데 가족형 파킨슨병 환자는 파킨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겨 미토파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미국 소크 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의 뇌 뉴런을 연구한 4개의 데이터 세트(data set)를 분석해, 치매와 파킨슨병이 함께 생긴 환자에게서 어떤 유전자 패턴이 이상을 일으켰는지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생쥐 실험을 해 보니, PIAS2 단백질이 다량 축적되면 1형 인터페론 경로가 막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로가 닫혀 있으면 뉴런 내의 손상 단백질과 미토콘드리아 쓰레기를 제거하는 과정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또 미토콘드리아 손상 폐기물이 쌓이면 다른 독성 단백질도 늘어났다.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는 같은 연령대의 일반인과 달리 뉴런의 PIAS2 발현 도가 매우 높았다.
이는 잠정적으로 가족형 파킨슨병(familial Parkinson's Disease)의 다른 유형에도 이 경로가 관여한다고 볼 수 있는 근거였다.
연구팀은 신경조직의 항상성과 생존에 이 경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하는 걸 다음 목표로 정했다.
인간의 뛰어난 학습 능력은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결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학습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데는 수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밤에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뇌는 낮에 습득한 정보들 가운데 필요없는 건 버리고 필요한 것만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우리 뇌의 학습 능력에 대해선 여전히 밝혀내야 할 것이 많다. 그 중 하나가 학습 중에 휴식을 취하면 기억이 더 잘 된다는 점이다. 휴식 없이 연속적으로 학습할 때보다 휴식과 학습을 교차할 때 기억력이 더 향상된다. 과학자들은 이를 ‘간격 효과’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19세기 말부터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휴식의 기억력 강화 효과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선 규명하지 못했다.
미국 국립보건원 국립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NINDS)가 주도하는 국제 연구진이 최신 뇌영상 기술을 이용해, 뇌가 새로운 내용의 학습을 할 때 휴식 시간 동안 빠른 속도로 기억을 재생하며, 그 재생 속도는 실제 학습 때보다 20배 빠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에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험을 위해 33명의 오른손잡이 자원자를 모집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10초의 시간을 주고, 평소 잘 쓰지 않는 왼손으로 ‘41234’라는 숫자를 가능한 한 빠르고 정확하게 타이핑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10초의 휴식을 준 뒤 다시 똑같은 숫자를 타이핑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36번을 반복하는 동안 실험 참가자들의 머리에 씌운 장치로 뇌자도(MEG)를 기록했다. 뇌자도란 뇌신경 세포의 전류로 발생하는 자기장을 측정하는 고해상도의 뇌기능 영상 기술이다. 뇌 조직에서 자기장은 다른 뇌파 기록 기술보다 더 상세하게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휴식 중의 뇌 기억 재생 활동 부위. Credit: Courtesy of Cohen lab, NIH/NINDS.
수면중의 기억 강화 효과보다 4배 더 강력
관찰 결과, 휴식 시간 동안 자판 누르기와 관련한 신경 활동이 빠르게 반복 재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 속도는 실제 연습 때보다 20배나 빠른 50밀리초였다. 연구진은 이는 우리가 의식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다.
휴식 중의 신경재생을 통한 기억 강화는 수면 중의 기억 강화 효과보다 약 4배나 더 강력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반복 횟수는 마지막 11번 때보다 처음 11번 때 더 많았다. 처음 11번 연습 때는 10초의 휴식 시간 동안 반복 횟수가 최대 30회에 이르렀다. 첫 11번 연습 때의 휴식시간 중 신경재생 횟수는 후반부 연습 때의 휴식시간이나 실험을 끝낸 뒤의 휴식시간 때보다 2~3배 더 많았다.
흥미로운 건 휴식 중의 재생 횟수가 기억력의 예고 지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즉 뇌에서의 신경 재생 횟수가 더 많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성과를 냈다.
연구를 이끈 레오나르도 코헨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새로운 걸 학습할 경우, 깨어 있는 상태의 휴식이 실제 연습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보여준다”며 “휴식 시간은 우리 뇌가 방금 연습한 것에 대한 기억을 압축하고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헨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뇌 신경 재생 활동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법을 개선하고, 뇌졸중 같은 뇌병변 환자의 재활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