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팀, 40년간 200개국 1127건 연구자료 분석

유럽, 식습관 바꾸고 억제제로 개선 이젠 아시아 중저소득 국가서 늘어

        

잘 먹고 사는부자 나라의 특징으로 여기던 높은 혈중콜레스테롤 인구가 40년 만에 서양 국가들에서는 크게 줄어든 반면 아시아 등 중저소득 국가들에서는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 연구팀은 18살 이상 성인 1260만명의 혈중지질농도를 측정한 1127건의 연구 자료들을 모아, 200개 국가별로 1980년부터 2018년까지 총콜레스테롤과 비고밀도 콜레스테롤(non-HDL), 고밀도 콜레스테롤 수준의 변화 추이를 분석해 과학저널 <네이처> 3일치에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중저소득 국가들, 특히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고콜레스테롤 인구군이 증가 추세를 보인 반면, 고소득 서양 국가들인 북유럽과 중유럽, 동유럽에서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벨기에와 아이슬란드의 경우 비고밀도 콜레스테롤 농도가 혈액 1리터당 10년마다 0.45밀리몰(mmol)이 줄어든 반면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국가들에서는 농도가 10년마다 0.23밀리몰씩 늘었다.

콜레스테롤은 지질(지방)의 일종으로 고밀도 콜레스테롤과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초저밀도 콜레스테롤(VLDL)로 나뉘는데, 고밀도를 제외한 두 콜레스테롤(비고밀도 콜레스테롤)은 심장병·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다. 1980년대 비고밀도 콜레스테롤이 높은 국가는 벨기에, 핀란드,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서유럽 국가들이 꼽혔지만 2018년에는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타이, 토켈라우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로 바뀌었다.

2017년 전세계 비고밀도 콜레스테롤 관련 사망자는 390만명으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지역이 절반을 차지했다. 이는 1990년보다 91만명이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지역별로 보면, 서양 국가들에서는 비고밀도 콜레스테롤 관련 사망자가 199095만명에서 201748만명으로 줄어든 반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1990년 각각 25·11만명에서 201786·31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의 원인이 동아시아 등 중위소득 국가들에서 비만율, 음주율, 동물성 식품과 설탕 등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율이 증가하고 불포화지방산 대신 팜유(야자기름) 등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서양 국가들에서는 사람들이 트랜스지방을 줄이는 등 식생활 습관을 바꾸고 혈관 내 콜레스테롤 억제제(스타틴)를 적극 복용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가 세계적으로 포화지방을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하고 치료 향상을 위한 정책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이근영 기자 >

 

  KAIST 출신 한인 과학자 "면역 거부 반응 없어"

                  

한인 과학자가 세계 최초로 환자 본인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파킨슨 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졸업생인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맥린병원 김광수 교수 연구팀이 파킨슨 병 환자의 피부 세포를 역분화시켜 뇌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파킨슨 병의 임상 치료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파킨슨 병은 뇌의 흑질에 분포하는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가 점차 사멸해 발생하는 신경계 퇴행성 질환이다. 떨림, 경직, 도보 이상 등 다양한 운동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환자의 피부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만드는 '역분화 줄기세포'(iPS) 기술을 이용해 면역 체계의 거부 반응 없이 파킨슨병 환자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성인의 세포(성체세포)를 다시 원시 세포로 되돌린 역분화 줄기세포는 배아 줄기세포와 달리 환자의 성체 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들기 때문에 생명 윤리나 면역 거부 등의 문제가 없다.

의사이기도 한 파킨슨 병 환자 조지 로페즈(69) 씨는 이번 치료를 통해 구두끈을 다시 묶을 수 있게 됐고, 수영과 자전거를 탈 수 있을 정도로 운동 능력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킨슨 병 환자의 줄기세포를 뇌에 이식하는 모습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 질환 치료에 성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파킨슨 병 환자의 체세포를 안정적으로 줄기세포로 전환한 뒤 다시 도파민 세포로 분화시키기 위해 효율을 극도로 높여야 하고 부작용과 유해성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고난도의 기술로 여겨진다.

연구팀은 2011년 역분화 줄기세포 제작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해 파킨슨 병 동물 모델에 적용하는 실험에 성공한 뒤 2017년 조지 로페즈씨의 뇌에 역분화한 도파민 신경세포를 이식했다.

이후 2년 동안 PET(양전자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 테스트를 거쳐 지난달 임상 치료에 성공했음을 밝혔다.

뇌 이식 수술을 집도한 의사인 매사추세츠 제너럴 병원 제프리 슈바이처 박사 역시 "매우 고무적인 임상 치료 결과"라고 말했다.

김광수 교수는 "앞으로 안전성과 효능성 입증을 위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맞춤형 세포 치료가 파킨슨 병 치료 방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지난 달 14일 자에 실렸다.

 


국제연구진 이론상 충분히 가능포유동물 세포 실험 분석한 결과

저알코올 제품 가시적 효과 확인효능 판단할 임상 연구 필요 제안

                    

시중에서 판매되는 구강청결제가 이론상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임상에서 효과가 입증될 경우, 백신이 나올 때까지 전염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씻기, 마스크와 함께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생활 방역도구로서의 잠재력에 주목하자는 제안이다.

영국 카디프대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진은 최근 옥스퍼드대가 발행하는 과학저널 펑션’(Function)에 발표한 코로나19 감염에서 바이러스 지질막을 표적으로 한 구강청결제의 잠재적 역할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시중에서 널리 사용되는 구강청결제 성분들의 바이러스 지질막 파괴 메커니즘 검토 결과를 소개했다. 구강세정제에는 소독제에 많이 쓰이는 에탄올, 클로르헥시딘, 세틸피리디늄 클로라이드, 과산화수소, 포비돈-아이오딘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질막 껍질(피막)을 뒤집어 쓰고 있는 RNA 바이러스다. 이 껍질은 원래 숙주 생물의 세포에 있는 물질이다. 세포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RNA 복제를 마친 뒤 이를 뒤집어쓰고 세포 밖으로 다시 나온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이 껍질에 상처를 입히거나 파괴해 버리면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목구멍에서 바이러스 복제 활발한 코로나19

비누와 소독제는 바이러스의 외피를 이루는 이 지질막을 손상시키거나 파괴하는 기능을 한다. 보건 당국이 비누나 알코올 제품으로 손을 자주 씻도록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체에 침투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관 상부, 즉 목구멍(인후)에서 매우 활발한 복제 활동을 한다. 독일 연구진은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의 목구멍에서 감염 5일 이전에 면봉 표본 1개당 최대 7억개의 바이러스 입자를 검출했다. 목구멍은 체내에서 바이러스 농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추정되는 곳 가운데 하나다. 목구멍에 있는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 대화, 호흡을 통해 쉽게 몸 밖으로 배출될 수 있다.

연구들에 따르면 알코올의 바이러스 피막 파괴력은 알코올 농도가 60~70%일 때 가장 높다. 코로나바이러스나 헤르페스바이러스 등 피막이 있는 바이러스들이면 모두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알코올 소독제는 이에 맞춰 제조된다.

따라서 입 안과 함께 목구멍도 적시는 가글링을 할 경우, 구강청결제는 이론상 바이러스 전파를 억제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바이러스 복제가 목구멍에서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서 가능한 추론이다.

그렇다면 알코올 농도가 낮은 제품들도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을까? 구강청결제 성분은 매우 다양하다. 유럽과 미국에서 시판되는 구강청결제들엔 대개 14~27%의 에탄올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아직 이들 제품의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분석한 연구들은 거의 없다. 연구진은 대신 포유동물 세포에 대한 효과를 살펴본 연구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 저알코올 제품의 경우, 이론상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껍질을 파괴하거나 활동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추정하기에 충분한 근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추론이며 구강청결제의 실제 효과를 판단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구강청결제는 몇분간 입 안에서 가글링을 할 경우 일부 미생물을 제거할 수는 있으나 코로나19 감염 차단이나 억제와 관련해선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구강청결제의 효과는 연구가 필요한 주요 임상 분야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 곽노필 기자 >

배고픈 벌이 꽃을 피운다..?

● 건강 Life 2020. 5. 23. 04:12 Posted by SisaHan

서양뒤영벌 일벌이 꽃이 피지 않은 식물의 잎에 상처를 내고 있다. 손상을 입은 식물은 개화 시기를 앞당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니에르 풀리도, 드모라에스 앤 메셔 연구실

                 

뒤영벌이 잎에 510개 상처내자 개화 일러져원예가 꿈이뤄지나

                  

벌과 꽃을 피우는 식물이 가루받이를 통해 이룩한 공생관계는 든든한 것 같지만, 자칫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한순간에 허물어진다. 이른봄 뒤영벌이 겨울잠에서 깨어났는데 꽃이 피지 않아 먹을 것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뒤영벌은 이런 사태를 능동적으로 극복하는 이제껏 알려지지 않는 행동을 한다. 꽃이 피지 않은 식물 잎에 상처를 내 개화 시기를 최고 한 달까지 앞당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포테이니 파살리두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생물학자 등은 22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을 통해 뒤영벌이 식물에 의도적인 손상을 줘 꽃이 피는 시기를 현저히 앞당긴다는 사실을 실험과 현장 연구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뒤영벌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직후 여왕벌이 알을 낳아 집단을 키운다. 꽃가루는 뒤영벌 애벌레의 유일한 식량이자 성체의 주요한 단백질원이기 때문에 이때 꽃가루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벌 집단은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꽃가루를 얻지 못한 뒤영벌이 가지 잎에 남긴 손상 모습. 파살리두 외 (2020) ‘사이언스

연구자들은 이런 불일치가 굶주린 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꽃이 피지 않은 양배추, 흑겨자, 토마토, 가지를 심은 곳에 풀어놓았더니 벌들이 잎에 앉아 뾰족한 입으로 구멍을 뚫은 뒤 가위 같은 턱으로 잘라냈다. 몇 초 만에 잎에는 쐐기 모양의 상처가 났지만, 벌이 수액을 핥거나 자른 잎 조각을 둥지로 가져가지는 않았다.

이어 실험실에서 정밀하게 이뤄진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굶주린 뒤영벌이 잎에 510개의 상처를 낸 토마토는 손상을 입지 않은 토마토보다 30일이나 일찍 꽃이 피웠다. 흑겨자도 개화가 16일 당겨졌다.

혹시 좁은 실험실이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들은 야외실험을 했지만, 꽃가루가 부족할수록 벌이 식물에 상처를 많이 내고 주변에 꽃이 늘어나면 상처를 덜 내는 현상이 그대로 나타났다. 3일만 꽃가루를 주지 않아도 꽃이 안 핀 식물에 내는 상처가 늘었고, 연구에 쓰이지 않은 다른 야생 뒤영벌 2종도 상처 내는 일에 가담했다.

식물에 상처를 내는 서양뒤영벌들. 뒤영벌은 공간 감각과 인지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이런 행동이 개화를 앞당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개별적인 벌의 능력이 아니라 오랜 진화적 적응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한니에르 풀리도, 드모라에스 앤 메셔 연구실

식물은 초식동물의 공격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꽃을 일찍 피우기도 한다. 죽기 전에 번식을 서두르는 전략이다. 뒤영벌이 낸 상처도 이런 자극을 주었을까.

연구자들은 면도칼 등을 이용해 뒤영벌이 낸 것과 비슷한 상처를 식물에 내고 개화가 일러지는지 보았다. 개화 시기가 흑겨자는 8일 토마토는 25일 당겨졌다. 효과는 나타났지만, 벌이 낸 것에는 못 미쳤다.

연구자들은 벌이 낸 상처가 어떤 메커니즘을 거쳐 식물의 개화를 촉진하는지는 이번 연구로 알 수 없었다인위적인 상처만으로는 벌과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아 벌이 (화학물질 주입 같은) 추가 단서를 식물에 제공하는 것 같다고 논문에 적었다.

뒤영벌은 안쪽으로 접근하기 힘든 형태의 꽃 중간에 구멍을 뚫고 꽃꿀을 훔치는습성이 있다. 식물에 상처는 내는 행동은 이런 습성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로 인해 개화와 가루받이 매개곤충의 활동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겨울잠을 자는 뒤영벌은 활동을 개시하는 데 온도가 중요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꽃은 주로 낮의 길이에 따라 개화 시기를 정해 기후변화 영향을 덜 받는다. 기후변화가 진전하면서 불일치가 심해질 수 있다.

라르스 치트카 영국 런던 퀸메리대 생물학자는 사이언스에 실린 이 논문에 대한 논평에서 뒤영벌은 저비용 고효율의 속임수로 개화기를 앞당기는 데 성공했다이런 행동은 앞으로 닥칠 기후변화 대응에 유연성과 회복 탄력성을 늘려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뒤영벌이 식물체에 화학물질을 주입하고 또 그 물질이 무언지 밝혀진다면 화훼식물의 개화기를 한 달이나 앞당기는 원예가의 꿈이 이뤄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 조홍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