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위 60도 아래쪽 남대양에서 치는 파도

                           

육지서 가장 먼 남위 60도 아래 남대양

대기질 깨끗해 미생물 DNA 거의 없어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는 어디에 있을까? 남극대륙을 에워싸고 있는 남위 60도 아래쪽의 남대양(Southern Ocean) 공기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연구진은 이곳의 대기 조성을 분석한 결과, 이 일대 대기에서는 인간 활동이 배출한 입자들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콜로라도대 연구진은 세계 모든 곳의 해양 대기를 조사하는 대신, 일단 육지에서 가장 먼 남대양의 대기가 세계 육지에서 날아오는 먼지의 영향을 가장 덜 받을 것으로 가정하고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낮은 구름을 생성하는 남대양의 경계층 대기를 살펴본 결과 화석연료 연소, 농작물 재배, 비료 생산, 하수 폐기 등 인간 활동 영향으로 생기거나 다른 대륙에서 운반돼온 에어로졸 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기 중에 고체나 액체, 기체 상태로 떠 있는 에어로졸은 대기오염의 원인 물질이다. 이 물질들은 바람을 타고 수백~수천km를 이동한다.

연구진은 공기 중의 박테리아를 대기 특성을 추론하는 진단 도구로 이용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토머스 힐은 "남대양 구름의 특성을 좌우하는 에어로졸은 해양 생물 시스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 남반구에 있는 대륙의 미세유기체나 영양물질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이는 남대양이 지구상에서 인위적 활동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은 장소 가운데 하나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콜로라도주립대 조사 선박의 대기 표본 수집기.

과학자들은 조사 선박을 타고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 태즈메이니아섬(남위 42.8)에서 남쪽으로 남극대륙의 얼음 초입(남위 66.5)에 걸친 넓은 지역의 바다 경계층, 즉 바다와 직접 맞닿아 있는 대기층에서 공기 표본을 수집했다. 그런 다음 수집한 공기 중의 미생물 종들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DNA 염기서열 분석과 소스 추적, 바람의 역궤적 등을 이용해 이들 미생물은 바다에서 온 것임을 확인했다. 이는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오염 물질이나 배출 가스 성분이 이곳까지 오지는 않았다는 걸 뜻한다. 연구진의 표현을 빌리면 진정한 원시’(truly pristine) 지역이다.

콜로라도대 과학자들은 과거 북반구 및 아열대 해양 대기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미생물이 육지에서 날아온 것이 확인됐던 점을 들어, 이번 연구 결과는 이와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식물과 토양은 구름 속 물방울을 얼게 하는 입자들의 발원지다. 이를 얼음핵형성 입자라고 부르는데, 연구진에 따르면 이 일대는 이 입자의 농도가 지구상에서 가장 낮다. 연구진은 특히 이 일대는 공기가 워낙 깨끗해서 분석할 미생물 DNA가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대기 오염은 각종 심장 질환과 뇌졸중, 폐암 등을 일으키거나 악화시켜 한 해 전 세계에서 700만명을 조기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의 80% 이상이 보건기구의 가이드라인을 초과한 대기질에 노출돼 있다. 저개발국일수록 노출 정도가 높다.

이번 연구는 61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 곽노필 기자 >


영국팀, 40년간 200개국 1127건 연구자료 분석

유럽, 식습관 바꾸고 억제제로 개선 이젠 아시아 중저소득 국가서 늘어

        

잘 먹고 사는부자 나라의 특징으로 여기던 높은 혈중콜레스테롤 인구가 40년 만에 서양 국가들에서는 크게 줄어든 반면 아시아 등 중저소득 국가들에서는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 연구팀은 18살 이상 성인 1260만명의 혈중지질농도를 측정한 1127건의 연구 자료들을 모아, 200개 국가별로 1980년부터 2018년까지 총콜레스테롤과 비고밀도 콜레스테롤(non-HDL), 고밀도 콜레스테롤 수준의 변화 추이를 분석해 과학저널 <네이처> 3일치에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중저소득 국가들, 특히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고콜레스테롤 인구군이 증가 추세를 보인 반면, 고소득 서양 국가들인 북유럽과 중유럽, 동유럽에서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벨기에와 아이슬란드의 경우 비고밀도 콜레스테롤 농도가 혈액 1리터당 10년마다 0.45밀리몰(mmol)이 줄어든 반면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국가들에서는 농도가 10년마다 0.23밀리몰씩 늘었다.

콜레스테롤은 지질(지방)의 일종으로 고밀도 콜레스테롤과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초저밀도 콜레스테롤(VLDL)로 나뉘는데, 고밀도를 제외한 두 콜레스테롤(비고밀도 콜레스테롤)은 심장병·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다. 1980년대 비고밀도 콜레스테롤이 높은 국가는 벨기에, 핀란드,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서유럽 국가들이 꼽혔지만 2018년에는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타이, 토켈라우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로 바뀌었다.

2017년 전세계 비고밀도 콜레스테롤 관련 사망자는 390만명으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지역이 절반을 차지했다. 이는 1990년보다 91만명이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지역별로 보면, 서양 국가들에서는 비고밀도 콜레스테롤 관련 사망자가 199095만명에서 201748만명으로 줄어든 반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1990년 각각 25·11만명에서 201786·31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의 원인이 동아시아 등 중위소득 국가들에서 비만율, 음주율, 동물성 식품과 설탕 등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율이 증가하고 불포화지방산 대신 팜유(야자기름) 등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서양 국가들에서는 사람들이 트랜스지방을 줄이는 등 식생활 습관을 바꾸고 혈관 내 콜레스테롤 억제제(스타틴)를 적극 복용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가 세계적으로 포화지방을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하고 치료 향상을 위한 정책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이근영 기자 >

 

  KAIST 출신 한인 과학자 "면역 거부 반응 없어"

                  

한인 과학자가 세계 최초로 환자 본인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파킨슨 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졸업생인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맥린병원 김광수 교수 연구팀이 파킨슨 병 환자의 피부 세포를 역분화시켜 뇌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파킨슨 병의 임상 치료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파킨슨 병은 뇌의 흑질에 분포하는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가 점차 사멸해 발생하는 신경계 퇴행성 질환이다. 떨림, 경직, 도보 이상 등 다양한 운동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환자의 피부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만드는 '역분화 줄기세포'(iPS) 기술을 이용해 면역 체계의 거부 반응 없이 파킨슨병 환자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성인의 세포(성체세포)를 다시 원시 세포로 되돌린 역분화 줄기세포는 배아 줄기세포와 달리 환자의 성체 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들기 때문에 생명 윤리나 면역 거부 등의 문제가 없다.

의사이기도 한 파킨슨 병 환자 조지 로페즈(69) 씨는 이번 치료를 통해 구두끈을 다시 묶을 수 있게 됐고, 수영과 자전거를 탈 수 있을 정도로 운동 능력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킨슨 병 환자의 줄기세포를 뇌에 이식하는 모습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 질환 치료에 성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파킨슨 병 환자의 체세포를 안정적으로 줄기세포로 전환한 뒤 다시 도파민 세포로 분화시키기 위해 효율을 극도로 높여야 하고 부작용과 유해성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고난도의 기술로 여겨진다.

연구팀은 2011년 역분화 줄기세포 제작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해 파킨슨 병 동물 모델에 적용하는 실험에 성공한 뒤 2017년 조지 로페즈씨의 뇌에 역분화한 도파민 신경세포를 이식했다.

이후 2년 동안 PET(양전자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 테스트를 거쳐 지난달 임상 치료에 성공했음을 밝혔다.

뇌 이식 수술을 집도한 의사인 매사추세츠 제너럴 병원 제프리 슈바이처 박사 역시 "매우 고무적인 임상 치료 결과"라고 말했다.

김광수 교수는 "앞으로 안전성과 효능성 입증을 위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맞춤형 세포 치료가 파킨슨 병 치료 방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지난 달 14일 자에 실렸다.

 


국제연구진 이론상 충분히 가능포유동물 세포 실험 분석한 결과

저알코올 제품 가시적 효과 확인효능 판단할 임상 연구 필요 제안

                    

시중에서 판매되는 구강청결제가 이론상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임상에서 효과가 입증될 경우, 백신이 나올 때까지 전염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씻기, 마스크와 함께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생활 방역도구로서의 잠재력에 주목하자는 제안이다.

영국 카디프대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진은 최근 옥스퍼드대가 발행하는 과학저널 펑션’(Function)에 발표한 코로나19 감염에서 바이러스 지질막을 표적으로 한 구강청결제의 잠재적 역할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시중에서 널리 사용되는 구강청결제 성분들의 바이러스 지질막 파괴 메커니즘 검토 결과를 소개했다. 구강세정제에는 소독제에 많이 쓰이는 에탄올, 클로르헥시딘, 세틸피리디늄 클로라이드, 과산화수소, 포비돈-아이오딘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질막 껍질(피막)을 뒤집어 쓰고 있는 RNA 바이러스다. 이 껍질은 원래 숙주 생물의 세포에 있는 물질이다. 세포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RNA 복제를 마친 뒤 이를 뒤집어쓰고 세포 밖으로 다시 나온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이 껍질에 상처를 입히거나 파괴해 버리면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목구멍에서 바이러스 복제 활발한 코로나19

비누와 소독제는 바이러스의 외피를 이루는 이 지질막을 손상시키거나 파괴하는 기능을 한다. 보건 당국이 비누나 알코올 제품으로 손을 자주 씻도록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체에 침투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관 상부, 즉 목구멍(인후)에서 매우 활발한 복제 활동을 한다. 독일 연구진은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의 목구멍에서 감염 5일 이전에 면봉 표본 1개당 최대 7억개의 바이러스 입자를 검출했다. 목구멍은 체내에서 바이러스 농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추정되는 곳 가운데 하나다. 목구멍에 있는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 대화, 호흡을 통해 쉽게 몸 밖으로 배출될 수 있다.

연구들에 따르면 알코올의 바이러스 피막 파괴력은 알코올 농도가 60~70%일 때 가장 높다. 코로나바이러스나 헤르페스바이러스 등 피막이 있는 바이러스들이면 모두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알코올 소독제는 이에 맞춰 제조된다.

따라서 입 안과 함께 목구멍도 적시는 가글링을 할 경우, 구강청결제는 이론상 바이러스 전파를 억제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바이러스 복제가 목구멍에서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서 가능한 추론이다.

그렇다면 알코올 농도가 낮은 제품들도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을까? 구강청결제 성분은 매우 다양하다. 유럽과 미국에서 시판되는 구강청결제들엔 대개 14~27%의 에탄올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아직 이들 제품의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분석한 연구들은 거의 없다. 연구진은 대신 포유동물 세포에 대한 효과를 살펴본 연구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 저알코올 제품의 경우, 이론상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껍질을 파괴하거나 활동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추정하기에 충분한 근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추론이며 구강청결제의 실제 효과를 판단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구강청결제는 몇분간 입 안에서 가글링을 할 경우 일부 미생물을 제거할 수는 있으나 코로나19 감염 차단이나 억제와 관련해선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구강청결제의 효과는 연구가 필요한 주요 임상 분야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 곽노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