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연구진, 시장에서 구입 분석

사과·당근 등서 수만~수십만개씩 검출

              

과일과 채소에서 처음으로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이 대거 검출됐다.

                     

플라스틱 오염의 안전지대로 여겨져 온 과일과 채소에서도 미세플라스틱(10마이크로미터 미만)이 다량 검출됐다.

그동안 화장품, 치약 등 화학물질이 든 생활용품은 물론 해양, 조개 등의 해양생물, 생수병, 맥주, 동물의 체내와 인간의 대변, 심지어 대기와 눈, 비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온 적은 있지만 식탁에 오르는 과일과 채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은 처음이다. 이탈리아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이긴 하지만, 세계 각국의 작물 재배 환경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플라스틱 오염에서 자유로운 곳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이탈리아 카타니아대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겨 먹는 과일과 채소도 높은 수준의 플라스틱 오염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시칠리아섬 카타니아시에 있는 시장 슈퍼마켓과 과일 가게 6곳에서 농산물 6가지(사과, , 당근, 상추, 브로콜리, 감자)3개 묶음 단위로 6개씩 구입해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왼쪽은 사과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오른쪽은 당근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입자.

과일에선 사과, 채소에선 당근이 많아

가장 작은 플라스틱 입자는 당근에서 나왔으며, 크기가 약 1.5마이크로미터였다. 가장 큰 것은 상추에서 나온 2.5마이크로미터였다. 미세플라스틱은 땅 속에서 물과 함께 식물 뿌리에 흡수된 뒤 체관, 목관 등 식물 내 물질이동 통로를 통해 실 줄기와 잎, 열매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식물 뿌리의 미세한 구멍을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기존 주장을 뒤엎는 것이다.

연구진이 수집한 표본을 분석한 결과, 1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입자가 1그램당 최소 52050(상추)에서 최다 223천개(사과)까지 검출됐다. 전체적으로 채소보다 과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과일 나무가 채소에 비해 나이도 많고 뿌리도 큰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채소에선 당근이, 과일에선 사과가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이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이번에 분석한 과일과 채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 상당한 우려가 있지만, 일일 섭취량을 추정한 결과 이러한 음식 섭취를 통한 미세플라스틱 노출량은 페트병 생수 섭취를 통한 것보다는 양이 적었다고 밝혔다.

과일에선 사과, 채소에선 당근이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이 가장 많았다.

비슷한 시기에 학술지 `네이처 서스티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에 발표된 중국과 네덜란드 과학자들의 다른 연구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은 상추와 밀의 뿌리를 통해 흡수돼 식용 부위인 잎과 낟알까지 이동하는 것이 확인됐다.

네덜란드 라이덴대 환경독성학 교수인 빌리 페이넨뷔르흐(Willie Peijnenburg)"우리는 이미 약 50나노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입자가 식물 뿌리에 흡수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 연구 결과 이것보다 40배 큰 입자도 흡수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실험실에서 생활하수를 사용하는 두가지 형태의 재배법을 적용해 진행했다.

나노플라스틱이 섞인 토양에서 7주간 자란 애기장대 뿌리에 흡수된 나노플라스틱(빨간색과 녹색). 나노

식물 발육에도 부정적 영향수확량 감소·영양가 저하 가능성

미세플라스틱은 식물의 발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미국 매사추세츠대와 중국 산동대 연구진은 형광 표시를 한 나노플라스틱 입자가 섞인 흙으로 애기장대의 성장 과정을 관찰한 결과, 7주 후 식물이 이 플라스틱을 흡수한 것을 발견했다. 애기장대가 흡수한 것은 200나노미터 미만의 나노플라스틱이었다. 연구진이 나노플라스틱의 흡수 여부를 들여다본 것은 플라스틱이 자연분해되는 과정에서 육상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에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서 자란 애기장대보다 키도 덜 자라고 뿌리도 짧은 것을 확인했다. 애기장대는 식물 연구에서 모델식물로 많이 사용되는 식물이다. 연구진은 "나노플라스틱이 모델 식물의 전체 바이오매스(생물의 양)를 줄였으며, 이는 결국 작물의 수확량을 줄이고 영양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622일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실렸다.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바다.

환경단체 고기와 유제품에도 있다고 봐야

네덜란드 환경단체 플라스틱수프재단(Plastic Soup Foundation) 설립자 마리아 베스테르보스(Maria Westerbos)갑각류와 어류의 몸에 미세플라스틱이 있다는 것은 수년전부터 파악해왔지만 채소에도 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처음 밝혀진 것"이라며 "플라스틱이 채소에도 존재한다면 채소를 먹는 모든 동물에도 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는 고기와 유제품에도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인간 생활의 전반에 걸쳐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할 뿐더러 이를 피할 수 없는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과학계는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미세플라스틱의 섭취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일일섭취량 허용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수프재단은 20214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플라스틱의 건강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공유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첫 대규모 국제행사 `플라스틱건강정상회의'(Plastic Health Summit)를 열 계획이다.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증거들

다음은 최근의 미세플라스틱 검출 사례들 가운데 일부다. 일반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은 5mm 이하, 나노 플라스틱은 100이하를 말한다.

-20206월 미국 유타대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국 서부 국립공원과 야생보호구역에 연간 1000t이 넘는 미세플라스틱이 바람이나 비를 타고 장거리 이동해 황사처럼 떨어져 쌓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물병으로 쓰이는 페트병 12천만3억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20199월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이 미국화학학회(ACS)가 발행하는 월간 환경 과학과 기술'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티백 한 개를 물에 넣고 끓이자 116억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와 31억개의 나노플라스틱 입자가 배출됐다.

-20198월 독일과 스위스 과학자들은 북극에서 내리는 눈에서 1리터당 1만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발견해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그 내용을 발표했다.

-20196월 평균적인 미국인은 한 해 최소한 5만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먹으며, 호흡을 통해서도 그와 비슷한 양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에 실렸다.

마리아나해구에서 발견된 비닐봉지.

-20195월 미국의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태평양의 수심 11km 마리아나 해구에서 바다 생물과 함께 플라스틱 봉지와 사탕 포장지 같은 쓰레기를 발견했다.

-201810월 세계 16개 나라 28개 지역의 바닷물로 생산한 소금 표본 가운데 두 곳을 제외한 26개 지역의 소금 표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과 기술'에 발표됐다. 가장 오염이 심한 인도네시아산 소금에서는 1kg13000여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나왔다. 한국의 천일염 표본에서는 1당 최고 232개가 발견됐다.

-201810월 오스트리아환경청(EAA)이 유럽과 일본, 러시아 국적자 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대상자 전원의 대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최대 9가지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으며 크기는 50~500(마이크로미터)였다. 대변 10당 평균 2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나왔다. < 곽노필 기자 >


 

WHO에 예방수칙 개선 촉구 공개서한 보내

 

32개국 과학자 239명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제기하며 예방 수칙(권고사항) 개선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미국 <뉴욕 타임스>4239명의 과학자들이 공개서한을 통해 작은 비말 입자가 (공기 전파를 통해)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증거를 간략히 밝힌 뒤 예방 수칙 수정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다음주 이 서한을 과학 저널에 게재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공기 전파와 관련해서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튀어나오는 침방울이 중요하다. 침방울은 최대 7~8m까지 날아갈 수 있지만 커다란 침방울은 2m를 넘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 간격 2m가 여기서 나왔다. 하지만 일군의 과학자들은 실내에 떠다니는 작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며, 환기가 잘 이뤄지지 않는 혼잡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공기 전파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해왔다.

이런 주장을 하는 과학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실내에서는 마스크가 필요하며, 특히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들은 가장 작은 호흡기 방울도 걸러내는 N95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또 학교·요양원·주거지 및 사업장의 환기 시스템은 재순환 공기를 최소화하고 강력한 새 필터를 추가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그 동안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 방출되는 큰 침방울에 의해 코로나19가 감염되는데, 큰 침방울은 바닥에 빠르게 떨어진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 기구는 지난달 29일에도 공기감염은 5미크론(μ, 1μ=100만분의 1미터) 이하의 비말이나 에어로졸(지름 1·100만분의 1고체 또는 액체 입자) 등을 생성시키는 의료시술 후에만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작은 입자들이 공기에 떠다니는 환경에서만 적절한 환기와 N95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 가이드라인에서는 제한된 증거만 있는 표면 감염의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손 씻기를 더욱 강조해왔다.

베네데타 알레그란치 WHO 감염통제국장은 특히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공기 감염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지만 견고하고 명백한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이에 대해 강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10여명의 세계보건기구 예방 수칙 자문위원 등 20여명의 과학자를 인터뷰하고 내부 이메일을 검토한 결과,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조직(세계보건기구)이 과학과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채기할 때 공기를 통해 확산되는 큰 침방울에 의해 높이 운반되든, 방 안을 (멀리) 미끄러질 수 있는 훨씬 더 작은 침방울에 의해 운반되든 간에, (아무튼) 공기를 통해 전달되며 이를 흡입한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세계보건기구에) 말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4월에도 전문가 36명은 세계보건기구에 코로나19가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예방 수칙을 고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즉시 회의를 소집했지만 에어로졸보다 손 씻기를 옹호하는 몇 명의 전문가가 토론을 주도했고, 기존 예방 수칙이 그대로 유지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세계보건기구 자문위원인 리디아 모로스카 박사와 다른 전문가들은 특히 환기가 잘 되지 않고 사람이 붐비는 실내 공간에서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를 나타내는 여러 사건을 지적했다. 그들은 감염자들은 작은 에어로졸과 큰 침방울을 둘 다 생산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인위적으로 둘을 구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버지니아 공대의 바이러스 공기 감염 전문가인 린지 마는 우리는 1946년부터 기침과 말하기가 에어로졸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았다며 세계보건기구의 복지부동을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특히 세계보건기구 감염예방통제위원회는 과학적 증거와 관련해 융통성이 없고 지나치게 (엄격한) 의학적 관점을 고수해 방역수칙을 수정하는데 느리며, 위험 회피적이고 소수의 보수적 목소리가 반대 목소리를 묵살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덧붙였다. < 전정윤 기자 >


위는 손수 만든 수제 천마스크, 아래는 시중에서 파는 원뿔형 마스크를 썼을 때의 실험이다. 수제 천마스크는 왼쪽부터 기침 후 0.2, 0.47, 1.68초 후의 모습이다. 아래 기성품 마스크는 기침 후 0.2, 0.97, 3.7초 후의 모습이다. 마스크 위쪽과 코 사이의 틈으로 비말이 새나가는 걸 볼 수 있다. 유체물리학 제공

              

미 연구진, 실험 결과 두건은 물론 원뿔형 기성제품보다 앞서

마스크 소재 밀도보다 안면과 틈새 없게 막는 게 훨씬 중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 쓰기는 감염병 확산 억제를 위한 생활 수칙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과학자들도 마스크 착용이 감염 확률을 낮춰주는 연구물들로 이를 뒷받침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마스크는 나를 보호하는 도구를 넘어, 타인을 보호하는 이타적 생활백신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마스크를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알려주는 종합적인 가이드라인은 없었다. 분석 결과들도 주로 병원에서 주로 쓰는 의료용 마스크를 대상으로 한 것들이 많았고, 실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마스크의 효과에 관한 것은 자료가 부족했다.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 연구진이 이런 갈증을 해소해줄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1인치당 70)으로 만든 2겹 수제 마스크, 스카프 대용의 홑겹 반다나 두건(신축성 있는 티셔츠 직물 소재), 접은 손수건, 그리고 약국 등 시중에서 파는 원뿔형 마스크 제품을 대상으로 마스크의 비말(침방울) 확산 억제 효과를 비교 분석한 것.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의 비말 이동 거리. 맨 위는 기침 후 2.3(90cm), 가운데는 11(1.8m), 맨아래는 53(3.7m) 지났을 때 찍은 사진이다.

실험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수제 천마스크가 가장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 수제 마스크를 쓸 경우 기침을 해도 비말은 10센티미터 이상을 가지 못했다.

연구진은 마네킨 입 안에 분무장치를 넣고, 증류수와 글리세린을 41로 섞은 모의 비말을 입 밖으로 분사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여러 유형의 마스크를 씌워가면서 마네킹 입 밖으로 나온 비말이 퍼져나가는 속도와 양, 거리를 녹색 레이저 빛으로 촬영했다. 마네킨의 키는 성인 남성의 평균 수준인 173센티미터로 했다.

실험 결과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땐 기침이 50초 안에 3.7미터까지 날아갔다. 이는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인 2미터의 거의 두배에 이르는 거리다. 또 비말은 바람이 불지 않는 환경에서 3분 동안 공중에 떠 있었다. 연구진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침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수건을 접어서 만든 마스크의 효과.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각각 기침 후 0.5, 2.27, 5.55초 후에 촬영한 모습이다. 마스크를 뚫고 많은 비말이 퍼져나갔다.

마스크 소재 밀도보다 안면과 틈새 막는 게 더 중요

수제 천마스크를 썼을 경우엔 코와 천 사이의 틈을 통해 비말이 일부 새어나가기는 했지만, 비말이 가장 덜 퍼져나갔다. 비말이 날아간 거리는 6.3센티미터에 불과했다. 원뿔형 마스크도 비말 억제 효과가 컸다. 비거리가 20센티미터 정도였다. 연구진은 두 마스크 모두 비말의 속도와 거리를 크게 줄였다고 평가했다. 마스크의 미세 구멍 사이를 뚫거나 안면과의 틈 사이로 새 나가는 비말의 양도 적었다.

반면 홑겹 두건과 접은 손수건은 효과가 크지 않았다. 두건 마스크에선 110센티미터, 손수건 마스크에선 0.3미터 이상 비말이 날아갔다. 특히 두건(85)은 수제 마스크보다 촘촘한 천임에도 억제 효과가 가장 낮았다.

연구진은 마스크를 선택할 때 마스크의 재료가 되는 천이 얼마나 촘촘한지보다는 마스크 착용시 입과 코 사이의 틈을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 물리학협회(AIP)가 발행하는 학술지 '유체물리학(physics of Fluids)' 630일치 온라인판에 실렸다. < 곽노필 기자 >

 


코로나19로 폐 섬유화가 진행돼 한림대성심병원에서 폐 이식 수술을 받은 50대 여성 환자.

              

사망자 부검 결과, 폐 안에 핏덩어리 수천개심장에도 특수세포 발견

산소부족에 뇌세포 사멸혈소판 작용 증폭에 관심 집중

                  

코로나19가 여러 장기에 해악을 끼친다는 점이 부검으로 확인됐다. 일찍이 잘 알려진 대로 폐가 파괴될 뿐만 아니라 뇌세포까지 파괴해 생존하더라도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사망자 87명의 폐, 38명의 뇌, 41명의 심장을 부검한 결과를 2일 소개했다. 사망자들의 공통적 특징은 골수나 폐에만 존재하는 거핵세포가 다른 장기들에서도 지나치게 많이 발견됐다는 점이었다. 거핵세포는 혈액을 굳혀 출혈을 멈추게 하는 혈소판을 만드는 세포다. 의료진은 코로나19가 혈소판의 작용을 증폭해 위험한 혈전(핏덩어리)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의심하게 됐다. WP는 인과관계가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이 같은 특이증상과 함께 여러 장기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일부 의학자들은 이 같은 부검결과를 토대로 혈소판 작용을 억제하는 치료법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폐 손상이 주요 사인내부에 미세 핏덩어리 수천개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가 올해 4월 공개한 44세 남성 사망자 폐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폐를 절단해 보니 그 안에서 미세한 혈전 수백, 수천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부검에 참여한 리처드 밴더 하이드는 예전에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없었다며 다른 사망자들에게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망자들의 폐에는 거핵세포가 너무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탈리아, 독일 연구진의 부검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으며 이들 연구는 영국 랜싯을 비롯한 권위있는 의학지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급사 원인인가심장에 있어서는 안될 특수세포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사망한 이들의 심장에서도 과도한 거핵세포가 발견됐다. 이는 일부 감염자들이 심근경색 증세를 보이며 급사한 사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의심됐다. 중국 연구진의 초기 조사결과에서는 입원한 중증환자의 2030%가 심장 기능에 문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대 랜곤메디컬센터에서 부검을 진행한 에이미 라프키비츠는 심장에 거핵세포가 존재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사망자들의 심장에는 염증이 크게 나타나지 않아 부검에서 바로 확인되는 일반적인 심근염과 완전히 달랐다. 심근염은 근세포가 면역 반응을 담당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의 공격을 받으면서 발생하는 데 코로나19에는 이런 현상이 없었다. 밴더 하이드는 심장마비로 숨진 코로나19 환자를 부검한 결과 폐가 주된 손상 부위였고 심장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범위한 뇌손상 확인냄새 못 맡으면 그 징후일수도

코로나19 확진자들은 미각이나 후각 마비, 우울증, 발작, 경련, 정신착란 등 신경의학적 증세를 호소하곤 했다. 의료진은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해 염증이 생긴 게 아니냐 의심했으나 부검 결과예상은 빗나갔다.

미국 보스턴 여성병원의 신경의학자인 아이적 솔로몬은 사망자 18명을 대상으로 대뇌피질, 시상, 기저핵 등 뇌의 각 부분을 검사했다. 그 결과 뇌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의미없는 소량에 불과하고 염증 부위도 작았으나 산소공급 부족 때문에 손상된 부위가 넓게 발견됐다. 이 같은 손상은 병원에서 장기 치료를 받은 중증환자, 갑자기 숨진 환자에게서 똑같이 나타났다.

솔로몬은 결과를 보고 경악했다고 밝혔다. 뇌가 산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않으면 신경세포가 죽는데 그로 인한 손상은 영구적이다. 결국 부검결과는 뇌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광범위하게 손상되면서 신체의 여러 기능이 퇴행했다는 의심으로 이어졌다. 솔로몬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살아남은 이들에게 뇌 손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남아있는 거대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