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다목적 과학·연구 실험실 모듈 '나우카'(과학)가 발사된 지 8일만인 29일 오후 지구 400㎞ 상공 궤도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했다.
그러나 도킹 뒤 갑작스럽게 추진엔진이 재점화하면서 ISS가 정상 자세보다 45도가량 기울었으며 다른 모듈의 역추진 엔진을 긴급 가동해 정상을 되찾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 사고로 30일로 예정된 보잉사 유인캡슐 'CST-100 스타라이너'의 ISS행 무인 시험비행을 연기했다.
지난 21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프로톤-M' 로켓에 실려 발사된 나우카는 궤도비행 초기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이날 오후 1시29분(세계표준시)께 ISS 본체이자 주거용 모듈인 러시아의 '즈베즈다'(별)에 도킹하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의 드미트리 로고진 사장은 소형 모듈 '라스스벳'(여명) 이후 11년만에 이뤄진 러시아 모듈의 ISS 도킹이 완료된 뒤 "접촉이 이뤄졌다"고 트윗을 통해 밝히고 즈베즈다에 도킹한 사진을 공개했으며, NASA도 도킹 성공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ISS 본체 모듈 즈베즈다에 도킹한 나우카 모듈 [Roscosmos Cosmonaut Oleg Novitsky/Roscosmos Press Office 제공 TASS=연합뉴스]
하지만 나우카의 추진 장치가 도킹 뒤 3시간 만에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가동돼 우주정거장을 정상 자세에서 45도 기울게 했으며" 지상관제소에서 ISS의 균형을 잡기 위해 즈베즈다의 추진 엔진을 긴급 가동했다고 NASA는 밝혔다.
이 조치로 ISS는 약 45분 만에 정상 자세를 되찾고 우주비행사들도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한때 우주비행사 7명의 비상 탈출에 대비해 ISS에 도킹 중인 스페이스X의 '크루-2 드래건' 캡슐까지 가동할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지상관제소와 우주비행사 간에 통신이 두 차례에 걸쳐 짧게 끊어지기도 했으나 "즉각적인 위험은 없었다"고 NASA는 밝혔다.
NASA는 나우카 모듈의 추진 장치가 의도치 않게 가동된 이유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스타라이너의 무인 시험비행을 적어도 내달 3일 이후로 연기했다.
로스코스모스는 나우카 모듈이 도킹 뒤 비행 모드에서 도킹 모드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었으며, 연료가 남아있던 상태였다면서 추진엔진에 남아있던 연료가 재점화의 원인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한 것으로 타스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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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라이너는 지난 2020년 12월에 이뤄진 무인 시험비행이 소프트웨어 오류로 ISS에 도킹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난 뒤 오랜 보완작업 끝에 이날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아틀라스5호 로켓에 실려 두 번째 무인 시험비행에 나설 예정이었다. 무인 시험비행에 이어 유인 시험비행까지 성공적으로 끝나야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처럼 NASA 인증을 받아 우주비행사를 ISS로 운송할 수 있게 된다.
ISS에 접근하는 나우카 모듈 [Roscosmos 제공/ EPA=연합뉴스]
ISS 러시아 섹터 운항팀장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30일 나우카 모듈 엔진의 갑작스러운 가동이 지원 프로그램 고장 때문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솔로비요프는 "잠깐의 (프로그램) 고장으로 나우카 모듈 엔진의 후진 명령이 잘못 내려졌다. 그 결과 우주정거장 전체 방향이 일부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즈베즈다 모듈 엔진 가동을 통해 문제를 즉각 해결했다면서 "현재 우주정거장은 정상 방향을 잡았으며, 정거장과 (나우카) 모듈의 모든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우카 모듈은 1990년대 중반 ISS의 첫번째 모듈인 자랴(노을)의 백업 모듈로 처음 구상됐으나 이후 과학 모듈로 변경됐으며, 당초 2007년에 발사할 계획이었지만 예산과 행정 차질 등으로 발사가 지연돼왔다.
나우카는 지난 2001년 ISS에 임시로 연결된 뒤 임무가 연장되며 20년간 가동돼온 '피르스'(부두) 모듈을 대체하게 된다.
피르스 모듈은 금주 초 나우카에 자리를 내주기 위해 ISS에서 떨어져 나온 뒤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상당 부분 불에 타고 잔해가 태평양에 떨어져 수장됐다.
총 20t에 달하는 나우카는 과학 실험과 연구 장비 이외에 물과 산소발생기를 갖추고 새로운 저장 공간과, 변기 등을 제공해 우주비행사의 생활 조건을 개선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ISS는 러시아가 운영하는 부분과 미국을 비롯한 나머지 국가가 관리하는 부분으로 크게 나뉘는데, 러시아 측이 지난 4월 ISS 인프라의 노후화를 들어 철수를 검토 중이며 2025년께 새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혀 장래가 불투명한 상태다.
새 우주정거장 건설을 비롯해 러시아 측이 야심찬 우주탐사 계획을 발표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크렘린 당국이 군사분야로 예산을 돌리고 있어 이런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1970년대에 돌아올 수 없는 태양계 여행에 나선 4대의 우주선에는 혹시 만날지도 모를 외계 지적 생명체에 보내는 인류의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1973년 우주를 향해 출발한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엔 남자·여자의 모습과 태양계 구조를 그린 금속판이, 1977년 지구를 떠난 보이저 1호와 2호엔 115개 이미지와 다양한 자연의 소리, 다양한 시대와 문화의 음악, 한국어를 포함한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당시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와 유엔 사무총장 쿠르트 발트하임의 메시지를 담은 금박의 ‘골든 레코드’가 들어 있다.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지만, 보이저 1호와 2호는 현재 태양계를 지나 성간 여행을 하고 있다.
1973년 파이어니어 10호, 11호에 실린 금속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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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 궤도 도는 트로이 소행성군 방문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약 반세기만에 인류의 세번째 타임캡슐을 우주로 날려 보낸다. 그런데 이번에 보내는 타임캡슐을 열어볼 대상은 외계 생명체가 아닌 미래의 인류다. 우주선의 목적지가 태양계 밖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사는 오는 10월16일 발사가 예정된 소행성 탐사선 루시에 미래의 천체고고학자들이 찾아볼 수 있는 금속판 모양의 타임캡슐을 보낸다고 밝혔다.
루시는 파이어니어나 보이저와 달리 태양계 밖으로 모험을 떠나지 않고, 목성 앞과 뒤에서 목성 궤도를 따라 태양을 돌고 있는 트로이 소행성군을 방문한다. 트로이 소행성군의 7개 천체를 탐사하는 것이 루시의 임무다. 트로이 소행성이 이 궤도를 유지하는 것은 목성과 태양의 중력이 이 지점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위치를 ‘라그랑주 점’이라고 부른다. 루시는 트로이 소행성군에 가는 도중 목성과 화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있는 소행성 1개를 먼저 탐사한다.
1977년 보이저 1호와 2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
루시란 이름은 비틀스의 노래 (1967))에서 따온 것으로,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320만년 전 ‘인류의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화석의 애칭이기도 하다. 나사는 “루시라는 이름에는 루시 화석이 인간 진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루시 우주선이 태양계 진화에 대해 뭔가를 알려줄 것이라는 희망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나사는 검은색 탄소 화합물이 주성분인 이 소행성들은 수십억년 전 태양계를 형성한 물질들의 잔해물로, 태양계의 초기 역사와 지구 유기 물질의 기원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목성 궤도의 소행성에 다가가는 루시 우주선 상상도.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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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 끝난 뒤 수십만년 동안 우주 여행 계속
루시의 탐사 임무는 2033년에 끝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트로이 소행성과 지구의 궤도 사이를 적어도 수십만년 동안 계속 여행할 것이라고 나사는 설명한다. 그 경우 미래의 인류가 태양계 천체 사이를 떠도는 루시를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 나사가 루시에 네모판 형태의 타임캡슐을 실어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사는 지난 9일 루시 탐사선 제작업체인 콜로라도 리틀턴의 록히드마틴 스페이스에서 이 금속판을 우주선에 설치하는 작업을 마쳤다.
타임캡슐에는 우주 속에서의 지구와 인간의 상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줄 것을 바라는 저명 인사들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나사는 이들로부터 먼 미래에 이 명판을 읽을 후손들에게 줄 조언의 말, 지혜의 말, 기쁨의 말, 영감의 말을 직접 받거나 기존의 발언 가운데 일부를 인용했다.
우주 타임캡슐에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들은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무크와 루이스 글뤼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낭송한 어맨다 고먼, 미국 원주민 출신 시인 조이 하조,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칼 세이건, 비틀스 멤버 4인 전원과 그룹 퀸의 기타리스트이자 천문학자 브라이언 메이 등 19명이다. 금속판에는 또 루시 발사 예정일의 태양계 천체들의 위치를 표시하는 그림, 루시 탐사선의 예정된 이동 궤적도 표시돼 있다.
소행성 탐사선 루시의 이동 궤적(녹색선). 나사 제공
나사는 먼 미래의 후손들이, 인류가 태양계를 탐험하기 위해 첫걸음을 내디뎠던 초기의 유물로 이 우주선을 회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타임캡슐을 실어 보낸다고 밝혔다.
타임캡슐에 적힌 문구 중 과학저술가 데이바 소벨(Dava Sobel)의 인용문이 후손들에게 루시의 임무를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 호기심 많은 지구인들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 주위를 도는 원시의 작은 천체를 탐험하기 위해 이 로봇 우주선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증거가 허용하는 한 가장 멀리까지 우리의 기원을 추적하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오랜 과거를 바라볼 때도, 여러분이 우리 과학의 이 유물을 수거할 날을 미리 생각했습니다.”
루시는 저비용 태양계 탐사 프로젝트인 나사의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의 13번째 임무다. 곽노필 기자
캐나다와 미국 사이를 흐르는 컬럼비아강 지류에서 홍연어들이 폭염으로 21도가 넘은 물 속을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 헤엄치고 있다. 컬럼비아리버키퍼 제공
북미 대륙을 강타한 폭염에 산란을 위해 강으로 돌아온 연어들이 뜨거워진 물 속에서 산 채로 ‘익어가는’ 모습이 촬영됐다.
미국 환경보호단체인 컬럼비아리버키퍼가 최근 공개한 영상에서 태평양에서 컬럼비아강으로 거슬러 올라온 연어들은 온몸에 상처 투성인 채로 힘겹게 헤엄치고 있었다. 컬럼비아강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발원해 미국 워싱턴주 남쪽으로 흐르는 강이다.
홍연어는 원래 태어났던 산란지역으로 가기 위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영상을 촬영한 환경단체 회원 브렛 밴던호이벌은 “불타는 빌딩에서 탈출하기 위해 연어들이 원래 다니던 길을 바꿔 컬럼비아강 지류인 리틀화이트살먼강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고 27일 영국 <가디언>에 전했다.
영상이 촬영된 날 강 수온은 21도를 넘었다. 연어나 송어처럼 생애 대부분을 바다에서 생활하고 번식기가 되면 알을 낳기 위해 본래 태어났던 하천으로 돌아오는 소하성 어류가 이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면 치명적이다. 미국 수질오염방지법에 따르면 컬럼비아강의 수온은 20도를 넘으면 안 된다.
밴던호이벌은 “사람이 38도가 넘는 날씨에 마라톤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연어한테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영상에 잡힌 연어들은 한눈에도 산란을 할 수 없을 뿐더러 붉은 건선과 흰곰팡이병 등 질병이나 화상으로 숨질 것이 뻔해 보였다.
컬럼비아강의 수온이 높아져 상처를 입은 연어가 끝내 죽어 바닥에 놓여 있다. 컬럼비아리버키퍼 제공
이달 들어 북서태평양지역과 캐나다에 닥친 강한 폭염으로 수백명이 희생되고 10억마리 해양생물이 사멸했으며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밴던호이벌은 “이번 사건이 일어난 배경은 단지 폭염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수십년 동안 많은 댐들이 건설돼 워싱턴주로 흐르는 강물 속도가 느려진 점이 수온 상승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기후변화와 최근의 폭염은 단지 극한 상황을 촉발한 방아쇠 구실을 한 셈이다.
컬럼비아리버키퍼는 연어의 이동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7월초부터 수중 영상을 촬영해왔다. 밴던호이벌은 “얼마나 많은 연어가 뜨거운 강물 때문에 죽을지 짐작하는 것은 성급하다. 하지만 컬럼비아강과 로우어스네이크강에 수십만 마리의 연어가 머물고 있고, 향후 두 달 이상 강물이 더 뜨거워지면 더 많은 연어가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우어스네이크강의 홍연어가 이미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지 일부 연어가 죽는다 해도 연어 생태계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영 기자
세계 최고 부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우주 여행에 성공하고 나서 "아마존 직원과 고객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히는 바람에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베이조스 의장은 우주비행 후 기자회견에서 "모든 아마존 직원과 모든 아마존 고객에게 감사하고 싶다"며 "당신들이 이 모든 것을 지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이날 자신이 설립한 우주 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고도 100㎞ 이상 우주 비행을 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 않아도 우주 비행이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등 억만장자들의 열띤 경쟁과 비싼 티켓값으로 "갑부들의 돈 잔치"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온 만큼 그의 이날 언급은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얼 블루머나워(민주·오리건) 하원의원은 "우주여행은 부유층을 위한 면세 휴가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항공권에 세금을 내고 있으며, 과학적 가치를 창출하지도 않으면서 우주로 날아가는 억만장자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주 관광객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만큼 세금을 물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탄소배출방지세(SPACE)' 법안을 발의했다고도 밝혔다.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베이조스는 그와 아마존이 아무것도 안 내는 사이 진짜로 이 나라를 꾸려나가기 위해 세금을 내는, 근면하는 미국인들에게 감사하는 것을 잊었다"고 썼다.
AP통신은 최근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베이조스가 거대한 쇼핑·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건설했으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비판받아 왔다는 점에서 베이조스가 직원들에게 한 사의 표시가 혹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케팅 컨설턴트 메타포스의 공동 창업자 앨런 애덤슨은 베이조스가 다른 사람들을 화나지 않게 하면서 우주여행 비용 출처에 대해 말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면서 "소득 불평등, 그와 직원 간 보수 격차에 문제 제기해온 이들에게 이번 언급은 로켓 연료가 됐다"고 꼬집었다.
10분 ‘우주 롤러코스터’의 탄생…베이조스 “최고의 날”
베이조스, 블루오리진 설립 21년만에 숙원 풀어
고도 100km 상공까지 올라 3분간 무중력 체험
제프 베이조스가 첫 준궤도 우주비행을 마친 뒤 캡슐을 맨 먼저 빠져나오며 환영객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10분짜리 우주 롤러코스터의 탄생.
자산 2천억달러(약 230조원)의 세계 최고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57)가 어릴 적 품었던 우주여행의 꿈을 이루는 장면은 우주로 치솟았다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를 떠올리게 했다.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가 20일 자신의 우주개발기업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을 타고 10분이라는 짧은 여정의 고도 100km 준궤도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지상에서 하늘을 향해 수직 상승한 뒤 관성을 이용해 무중력 체험을 하고 돌아오는 방식이 롤러코스터에 비유할 만하다.
베이조스의 우주비행은 2000년 사비를 들여 시애틀 외곽에 블루오리진을 설립한 지 21년만이다. 이날은 그에게 우주의 꿈을 심어줬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2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륙하는 뉴셰퍼드 로켓과 유인 캡슐. 웹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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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치보다 훨씬 높았다”
블루오리진은 뉴셰퍼드의 16번째 시험비행이자 첫 유인비행인 이날 비행의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출발에 앞서 “사람들이 긴장되지 않느냐고 계속 물어보지만 정말로 긴장되지 않는다”며 “흥분되고 궁금하고 진짜 기분 좋다”고 말했던 베이조스는 캡슐이 먼지를 뒤짚어 쓴 채 땅에 땅에 내려앉자 “최고의 날”이라고 외쳤다. 이어 “기대치가 높았는데, 기대치보다 훨씬 더 높았다”고 덧붙였다. 베이조스보다 9일 앞서 준궤도 비행을 한 버진갤럭틱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멋지게 해냈다”며 “감동적이었고, 승무원 모두 최고였다”고 축하를 보냈다.
베이조스의 우주비행은 이날 오전 8시12분(한국시각 밤 10시12분) 미국 서부 텍사스 사막지대 블루오리진 전용 발사장에서 시작됐다.
돔 모양 유인 캡슐을 실은 높이 18미터 뉴셰퍼드 로켓은 수직으로 날아 올라 2분30초 후 고도 70km 상공에서 캡슐을 분리했다. 상승시 최고 속도는 음속의 3배에 이르렀다. 분리된 캡슐은 계속 고도를 높여 이륙 4분 후 최고 고도 107㎞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자유낙하하며 고도를 낮췄다. 캡슐은 이어 고도 2km 상공에서 3개의 대형 낙하산을 펼치고 인근 사막지역에 안착했다. 이륙에서 착륙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10분10초, 승객들에게 주어진 무중력 체험 시간은 약 3분이었다. 이들이 무중력 체험 중엔 캡슐 내에서 환호하는 소리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 뉴셰퍼드는 이륙 4분여 뒤 최고 고도에 이르렀다. 숫자판이 고도 35만1210피트(107km)를 가리키고 있다.
블루오리진은 이날 비행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우주경계선 ‘카르만라인’ 위를 날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최고 고도가 86km로 카르만라인에 못 미쳤던 지난 11일 버진갤럭틱의 준궤도 우주비행과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비행 시간은 1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버진갤럭틱보다는 훨씬 짧지만, 무중력 체험 시간은 비슷하다. 뉴셰퍼드 로켓은 캡슐에 앞서 이륙 7분 후 발사장에서 3.2km 떨어진 착륙장으로 돌아왔다.
조종사 2명이 있는 버진갤럭틱과 달리 블루오리진의 여행은 조종사 없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됐다. 승객이 하는 일은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의 결합장치를 묶었다 푸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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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 가능 로켓…이번이 세번째 비행
부피 15㎥의 둥그런 캡슐의 외벽을 따라 배치된 좌석에는 사각형의 커다란 조망 창(가로 0.7미터, 세로 1.1미터) 6개가 있다. 전체 창 면적이 돔 표면의 3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커서, 버진갤럭틱의 우주선에 비해 시야가 탁 트인 것이 장점이다. 창 가장자리엔 실시간 비행 상황을 알려주는 스크린이 있다.
캡슐 중앙에는 비상탈출 장치가 있다. 지금까지 발사대, 비행중, 무중력 상태에서 치른 세차례의 비상탈출 훈련에서 시스템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뉴셰퍼드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과 마찬가지로 재사용 가능한 로켓이다. 이미 4차례까지 재사용한 경험을 갖고 있다. 사실 블루오리진은 2015년 스페이스엑스보다 한달 먼저 처음으로 발사체를 회수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이날 비행한 로켓은 뉴셰퍼드의 4번째 제품으로, 지난 1월과 4월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비행이다.
*첫 유인비행에 성공한 블루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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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연소·최고령 우주비행 기록
뉴셰퍼드의 탑승 정원은 6명이지만 이날 비행에는 4명이 참가했다. 베이조스와 그의 동생 마크(51), 네덜란드의 예비대학생 올리버 대먼(18), 1960년대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여자란 이유로 최종 선발되지 못한 월리 펑크(82)가 동행했다. 대먼은 준궤도 우주관광의 첫 유료 고객이기도 하다. 탑승 요금은 알려지지 않았다.
18세의 대먼과 82세의 펑크는 각각 최연소, 최고령 우주비행 기록을 세웠다. 대먼은 1961년 26세의 나이로 지구 궤도를 17번 완주한 소련의 우주비행사 게르만 티토프보다 8살 적고, 펑크는 1998년 77세의 나이로 비행한 미국 우주비행사 존 글렌(John Glenn)보다 5살 많다. 펑크는 탑승 전 인터뷰에서 “정말로 오랫동안 기려왔던 일이 일어나려 한다”며 “무중력 체험 때 공중제비돌기를 해보이겠다”고 말했다.
*뉴셰퍼드 유인 캡슐의 내부. 가운데 있는 것이 비상탈출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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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두번 더 비행 예정
블루오리진의 이날 비행은 준궤도 우주관광 경쟁 관계에 있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버진갤럭틱보다 9일 늦은 것이다. 브랜슨 회장 일행 4명은 지난 11일 뉴멕시코주 우주공항에서 고도 86km의 사상 첫 준궤도 비행을 마쳤다. 베이조스는 브랜슨에게 1호 기록을 넘겨주는 대신 최연소·최고령 기록을 가져온 셈이 됐다. 이들은 비행에 앞서 지난 18일 14시간짜리 탑승 훈련을 통해 훈련 프로그램에는 안전하게 타고 내리는 법, 객실 내에서의 무중력 체험 요령 등을 배웠다.
블루오리진은 첫 유료 고객이 탑승한 점을 들어, 이번 비행은 뉴셰퍼드의 상업적 운영이 시작됐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관광사업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오는 9월을 포함해 올해 두번 더 비행할 것이며 내년에는 그 횟수를 더 늘릴 계획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곽노필 기자
세계 최고 부자 베이조스, 우주여행 꿈 이뤘다
우주기업 블루오리진 설립 21년만에 성공
고도 100km 우주경계선 찍은 뒤 착륙까지 10분
18·82살 동행자들, 최연소·최고령 우주비행 기록
미국 텍사스주 블루오리진 발사장에서 이륙(시험비행)하는 뉴셰퍼드 로켓과 캡슐. 웹방송 갈무리
세계 최고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57)가 마침내 어릴 적 품었던 우주여행 꿈을 이뤘다.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는 20일 자신이 세운 우주개발기업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을 타고 10분간에 걸친 고도 100㎞(카르만라인) 준궤도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2000년 시애틀 외곽에 회사를 설립한 지 21년만이다. 이날은 그에게 우주의 꿈을 심어줬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2년이 되는 날이다.
블루오리진은 뉴셰퍼드의 16번째 시험비행이자 첫 유인비행인 이날 비행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베이조스는 출발에 앞서 CBS와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긴장되지 않느냐고 계속 물어보지만 정말로 긴장되지 않는다. 흥분되고 궁금하고 진짜 기분 좋다”고 말했다.
* 블루오리진의 첫 유인비행팀이 비행에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베이조스의 동생 마크, 베이조스, 올리버 대먼, 월리 펑크. 블루오리진 제공
베이조스의 우주비행은 이날 오전 8시12분(현지시각, 한국시각 밤 10시12분) 미국 서부 텍사스 사막지대 블루오리진 전용 발사장에서 시작됐다.
돔 모양 유인 캡슐을 실은 높이 18미터 뉴셰퍼드 로켓은 수직으로 날아 올라 2분30초 후 캡슐을 분리했다. 상승시 최고 속도는 음속의 3배를 넘었다. 분리된 캡슐은 최고 고도 107㎞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자유낙하하며 고도를 낮췄다. 캡슐은 이어 3개의 대형 낙하산을 펼치고 인근 사막지역에 안착했다. 이륙에서 착륙까지 걸린 시간은 10여분, 승객들에게 주어진 무중력 체험 시간은 약 3분이었다. 로켓 역시 이륙 7분 후 발사장에서 3.2㎞ 떨어진 착륙장으로 귀환했다. 이날 비행은 조종사 없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됐다.
블루오리진은 이날 비행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우주경계선 ‘카르만라인’ 위를 날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최고 고도가 86km로 카르만라인에 못 미쳤던 지난 11일 버진갤럭틱의 준궤도 우주비행과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연방항공국(FAA)은 고도 80㎞ 이상을 우주의 기준으로 보지만, 유럽 국제항공우주연맹은 고도 100㎞인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을 넘어야 우주로 정의한다.
뉴셰퍼드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과 마찬가지로 재사용 가능한 로켓이다. 이날 비행한 로켓은 지난 1월과 4월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비행이다.
*준궤도 우주비행을 마치고 착륙한 뉴셰퍼드 로켓(왼족)과 유인 캡슐. 웹방송 갈무리
이날 비행에는 베이조스의 동생 마크(51), 첫 유료 고객인 네덜란드 예비대학생 올리버 대먼(18), 1960년대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여자란 이유로 최종 선발되지 못한 월리 펑크(82)가 동행했다. 대먼과 펑크는 이날 비행으로 각각 최연소, 최고령 우주비행 기록을 세웠다. 펑크는 탑승 전 인터뷰에서 “정말로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일이 일어나려 한다. 무중력 체험 때 공중제비돌기를 해보이겠다”고 말했다.
펑크는 1960년대 NASA의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여자란 이유로 비행을 하지 못한 이른바 '머큐리 여성 13인' 중 한 명이다.
올해 가을부터 네덜란드 대학에서 물리학 등을 공부할 예정인 데이먼은 블루 오리진의 첫 번째 유료 고객이다.
블루오리진은 이번 비행에 대해 뉴셰퍼드의 상업적 운영이 시작됐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관광사업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올해는 오는 9월을 포함해 두번 더 비행할 것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