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많으면 회의 길어져” 발언에 국내외 사퇴 압박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장.

 

모리 요시로(森喜朗·83)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여성 멸시' 발언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림픽 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가뜩이나 도쿄올림픽 회의론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 책임자 부재 사태에 직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11일 교도통신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모리 회장은 회장직 사퇴 결심을 굳히고 주변 인사들에게 사임 의향을 전달했다.

모리 회장은 오는 12일 조직위가 개최하는 이사·평의원 긴급 합동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앞서 모리 회장은 지난 3일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증원 문제를 언급하면서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여성 멸시 논란이 제기되자 모리 회장은 다음 날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죄했지만, 회장직에서 사퇴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국내외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무더기로 사퇴하는 등 모리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커졌다.

모리 회장의 사죄로 끝난 문제라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선수와 올림픽 후원사 등의 반발에 지난 9일 모리 회장의 발언은 "완전히 부적절하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사태가 계속 악화하자 일본 여권에서도 모리 회장 퇴진론이 부상했다.

집권 자민당의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간사장 대행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모리 회장의 거취와 관련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오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확실히 많은 목소리를 받아들여 (모리 회장) 스스로 방향을 제시해줬으면 한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모리 회장이)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전했다.

 

여성 멸시 모리 발언에…입헌민주당, 공산당 등 일본 야당 소속 여성 의원들이 지난 9일 열린 중의원(하원) 본회의에 모리 요시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의 성 차별 발언에 항의하는 뜻으로 흰옷을 입고 입장하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東京都) 지사도 전날 취재진에 이달 중으로 예정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모리 회장,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 담당상 등이 참여하는 도쿄올림픽 4자 회담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 사실상 모리 회장의 퇴진을 압박했다.

개최 도시의 수장인 고이케 지사의 이런 발언에 일본 정부와 자민당, 조직위 관계자들이 동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마(群馬)현과 돗토리(鳥取)현 등 일부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지사들도 "올림픽을 앞둔 일본의 국익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며 모리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쿄올림픽 최대 후원사 중 하나인 도요타자동차도 모리 회장의 발언이 "도요타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과 달라 정말로 유감"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모리 회장은 결국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2014년 1월 조직위 회장에 취임한 모리 회장은 총리를 역임한 거물로 스포츠 분야에도 영향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계의 탄탄한 인맥을 토대로 올림픽 준비를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인물이 회장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도쿄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는 조직위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긴급사태가 발령된 상황이고,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여전히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어 도쿄올림픽 회의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교도통신은 "대회 개최 여부를 둘러싼 회의론 속에 (모리 회장의 사퇴로) 개최 준비는 더 혼미해졌다"고 우려했다.

음란물 잡지 <허슬러> 발행인…표현의 자유 논란 불러, 대법원서 승소

재판 때 피격 장애… ‘표현 자유 최고 옹호자’ Vs ’악명높은 음란물업자’

 

<허슬러> 발행인 래리 플린트가 지난 1987년 12월3일 워싱턴 연방대법원에서 열린 자신과 관련된 소송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에서 가장 격렬한 표현의 자유 논쟁을 불붙인 포르노 잡지 발행인 래리 플린트가 10일 78세 나이로 사망했다.

포르노 잡지 <허슬러> 발행 등으로 유명한 플린트는 이날 아침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그의 동생 지미 플린트가 밝혔다.

플린트는 자신이 발행한 <허슬러> 등 포르노 잡지를 놓고 법원에서 격렬한 표현의 자유 논쟁을 벌였고, 이때문에 저격을 당해 평생 휠체어에 의지했다. 그는 포르노 잡지를 발행하는 자신과 같은 사람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겠 된다면, 표현의 자유는 공고해질 것이라는 주장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자신을 ’의식있는 음란물 행상’이라고 표현했다.

플린트는 1974년 <허슬러>를 발행하기 시작해, 단번에 논쟁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허슬러>에 실린 사진이나 내용은 성행위와 성기를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하드코어 포르노 표현물이었다. 당시까지 공식적으로 발행되는 기존의 포르노 잡지는 여성의 나체 사진정도만 게재하는 수준이었다.

<허슬러>가 발행된 이후 수없는 소송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1978년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다가 저격을 당해, 양쪽 하지가 마비되는 영구 장애를 입었다. 그는 금박으로 장식된 휠체어를 사용하며, 자신의 장애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플린트를 저격한 인물은 기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범인은 2013년 다른 살인사건 등으로 사형당했다. 플린트는 그에 대한 사형 집행을 반대하기도 했다.

<허슬러>는 최고 300만부까지 팔리는 등 1970년대말에는 평균 200만부가 팔리는 인기 잡지로 부상했다.

그를 둘러싼 법적 분쟁은 1983년 <허슬러>에 실린 당시 유명 텔레비전 복음전도사 제리 폴웰에 대한 만평으로 절정에 올랐다. 문제의 만평은 폴웰이 옥외화장실에서 엄마와 첫번째 성적 경험을 했다고 말하는 패러디였다.

폴웰은 즉각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어서 1심에서 500만달러를 배상금으로 받아내는 승소를 했다. 이 사건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간 끝에, 8 대 0으로 이 만평이 표현의 자유에 따른 풍자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논쟁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래리 플린트가 지난 2008년 할리우드의 한 극장에서 자신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에서 자신으로 분한 배우 우디 해럴슨과 재회했다. AFP 연합뉴스

 

플린트는 이 재판 과정에서 “자신과 같은 음란물 보따리 행상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면, 표현의 자유가 모두를 위해 공고해질 것이다’라는 유명한 논지를 폈다.

켄터기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를 중퇴한 학력으로 거리에서 행상으로 시작해, 1억달러의 포르노 제국을 건설했다. <허슬러> 잡지뿐만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교외의 화려한 카지노, 성기구 온라인 업체 등을 꾸려왔다.

그는 지금도 ’표현의 자유의 최고 옹호자’와 ’악명높은 음란물업자’라는 양극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가 1996년에 우디 해럴슨 주연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정의길 기자

 

웨스트브롬전 추가골 2-0 이끌어
한달만의 득점으로 시즌 총 17골

 

토트넘의 손흥민이 7일(현지시각)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 브로미치와 경기에서 득점한 뒤 좋아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후반 13분 터진 한달만의 득점포. 손흥민은 맞춤하게 패스해준 루카스 모라와 진한 포옹을 했다. 그동안의 답답증도 한 순간에 털어버렸다.

손흥민(29·토트넘)이 7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웨스트브롬)과의 2020~2021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3라운드 홈 경기에 후반 13분 추가골로 2-0 승리를 이끌었다.

한달여만에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정규리그 13골(득점 공동 2위) 6도움, 시즌 각종 경기 17골 10도움을 기록했다. 지난달 6일 브렌트퍼드와의 리그컵 준결승전 이후 공식전 6경기, 리그 5경기에서 득점하지 못했지만, 이날 시원한 득점포로 골가뭄을 해소했다.

왼쪽 윙포워드로 선발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9분 해리 케인의 선제골이 터진 4분 뒤, 역습 상황에서 찾아온 골키퍼와의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공을 몰고 한참 치고 올라간 모라가 아크 부근에서, 오른쪽으로 파고든 손흥민에게 패스를 건넸고, 손흥민은 이를 오른발 인사이드로 강력하게 찼다. 공은 상대 골키퍼의 손을 스치고도 그대로 반대쪽 골망 구석에 꽂혔다.

최근 리그 3연패로 위기에 빠진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이날 배수의 진을 치고 나왔다. 부상으로 빠졌던 최전방 공격수 케인을 소집해 원톱으로 배치했고, 손흥민과 모라, 에릭 라멜라 등 팀 최고 공격진을 내세웠다.

전반 토트넘의 공격은 케인의 보강으로 이전보다 강화됐다. 케인은 골문 앞에서 몇 차례 슈팅을 뿜어내며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손흥민도 상대 골키퍼 정면으로 가는 유효슈팅으로 슈팅 감각을 조율했다. 하지만 두터운 수비벽을 세운 웨스트브롬의 골문을 뚫지는 못했다.

터지지 않던 득점포는 결국 후반 토트넘의 양웅인 케인과 손흥민의 발끝에서 점화됐다. 후반 초반 케인의 선제골로 분위기를 탄 토트넘은 손흥민의 쐐기골이 터지면서 승패를 갈랐다. 모리뉴 감독은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토트넘은 10승6무6패(승점 36)로 상승 동력을 얻었고, 웨스트브롬은 2승6무15패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김창금 기자

 

완고한 트랩 대령 역할로 열연… 82세 최고령 오스카 수상 기록도
로마 폭군, 톨스토이,전설의 앵커 등 다양한 캐릭터 연기한 성격파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에델바이스를 부르는 장면.

 

토론토 출신 유명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2월 5일 아침 미국 코네티컷에 있는 자택에서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플러머는 대표작 ‘사운드 오브 뮤직’과 ‘비기너스’를 포함한 수 많은 영화로 알려진 할리우드 원로 배우다

플러머는 1929년 토론토에서 태어났지만 몬트리올에서 자랐다. 그는 캐나다의 세 번째 총리인 존 애벗의 증손자였다.

플러머는 1948년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레퍼토리 극장에서 ‘심블린’으로 데뷔를 했고, 곧이어 CBC 텔레비션 쇼 ‘오셀로’에 출연했다. 그는 오스카상을 받은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연 캡틴 폰 트래프를 연기해 에델바이스를 부른 것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또한 2012년 영화 "비기너스"에서의 역할로 82세에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최고령 배우이기도 하다. 영화 ‘용 문신을 한 소녀’, ‘인사이더’, ‘12 몽키즈’, ‘리멤버’, ‘뷰티풀 마인드’ 등에 출연했으며 ‘업’, ‘아메리칸 스토리’, ‘매들린’ TV 시리즈에 목소리 출연을 했다.
1965년 개봉한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플러머는 영국 출신의 명배우 줄리 앤드루스와 함께 주연으로 열연해 한국의 영화 팬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를 배경으로 나치 독일의 지배를 피해 조국을 떠나야 했던 게오르그 폰 트랩 가족 합창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플러머는 이 영화에서 아내를 잃고 일곱 명의 아이를 홀로 키우는 완고하고 권위적인 트랩 대령 역할을 맡았다.

트랩 대령은 발랄한 성격의 가정교사 마리아(줄리 앤드루스 분)를 만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마리아와 결혼해 가족들과 함께 나치의 지배를 피해 스위스로 망명하게 된다.

플러머는 특히 이 영화에서 감미롭고 서정적인 멜로디의 '에델바이스'를 기타를 치면서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소화해 갈채를 받았다.

AP통신은 "플러머는 50년 넘게 영화계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역할을 했지만, 그를 스타로 만든 것은 트랩 대령 역할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플러머는 생전 트랩 대령 역할에 대해 "재미가 없고 일차원적"이라며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7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트랩 대령 역에) 유머를 넣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며 "트랩 대령을 비현실적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던 과정은 고통스러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연기 경력을 시작했지만, 곧 할리우드 영화계와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에도 진출했다.잘생긴 외모에 가벼운 영국 억양까지 가지고 있는 플러머는 남자 주인공 역할에 제격이었지만, 성격파 배우로 기억되길 원했다.

실제로 그는 로마의 폭군 코모두스 황제('로마제국의 멸망'·1964)부터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2009), CBS 시사프로그램 '60분'의 전설적 앵커였던 마이크 월리스('인사이더'·1999)까지 선이 굵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냈다.

 

평생 1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던 플러머는 '비기너스'(2010)에서 아내와 사별한 뒤 뒤늦게 동성애자임을 고백하는 아버지 역할을 맡아 2012년 84회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당시 82세의 나이로 오스카 트로피를 움켜쥔 그는 최고령 아카데미 수상자로 기록됐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오스카) 당신은 나보다 겨우 두 살 위다. 내 평생 어디에 가 있었던 거냐"고 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또 셰익스피어 연극에도 다수 출연해 토니상을 두 차례 받았고 TV 드라마 연기로 에미상도 2번 수상하는 등 일생에 걸쳐 개성 있는 연기로 문화계 다방면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는 1962년 영연방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수여하는 캐나다 최고시민 훈장을 받았고, 1986년 미국 무대예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플러머는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도 자주 참석했는데 가장 최근에는 2019년 TIFF에서 초연된 라이언 존슨 감독의 '나이프 아웃'에 출연했다.
플러머의 오랜 친구이자 매니저였던 로 피트는 성명을 내고 “플러머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존중하던 사람이었다”며 “그는 캐나다의 국보이고, 그의 예술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켰다”고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