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 IT 한국, 미래는?

● 토픽 2012. 6. 9. 16:40 Posted by SisaHan

최고 인프라·괴상한 규제… 두 얼굴 IT 한국, 미래는?
인터넷 30년 … 전망과 과제

2020년 98% 신 정보‥ M2M 고도 네트워크화
개인 탈사회화 심각, 정보 독점 ‘스마트 군주’ 나올 것

지금은 일상이 된 인터넷쇼핑이나 온라인뱅킹도 한때는 공상과학(SF) 소설에나 나옴직한 일이었다. 30년 전인 1982년 5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경북 구미 소재 전자기술연구소의 중형컴퓨터가 1200bps 전용선으로 연결되면서 시작된 이 땅의 인터넷은 이런 가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빅뱅이 일어났다. 편지가 사라지고 전자우편이 보편화했으며, 전자상거래, 온라인 주식거래, 전자정부, 온라인게임, 인터넷 텔레비전, 이(e)-러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에 기반을 둔 다양한 서비스가 생겨났다. 각종 여론이 온라인을 통해 형성돼 정부와 정치인들이 인터넷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보기술(IT) 산업은 어느새 우리 경제의 주역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미래는? 예측 자체가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변화의 폭도 커지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 가운데 하나는 정보의 폭증이다. “2020년엔 지금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정보가 2% 정도의 비중으로 떨어질 것이고, 나머지 98%는 새로 만들어진 정보로 채워질 것이다. 현재 20억개인 인터넷 접속점(노드)도 1000억개로 늘어날 것이다.”(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최양희 교수)
 
불과 8년 뒤 지금보다 수십배 많은 정보가 넘쳐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고도로 네트워크화된 사회가 도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보자. 사물인터넷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도구라는 기존의 인터넷 개념과 대비되는, 기계와 기계(M2M) 사이 인터넷을 가리키는 말이다. 버스에서 운행신호가 버스정류장으로 보내져 도착시간을 알리고, 계량기에서 전기나 수도 사용량이 사업자에게 자동으로 전송되는 게 대표적이다. 이런 사물인터넷이 보편화하면 인간의 삶은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네트워크상에서 컴퓨터(서버) 기능을 제공해 기업이나 개인은 단말기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효율적인 네트워크 사회 구축을 앞당길 것이다. 아마도 그때가 되면 개인은 스마트폰(또는 다른 간편한 휴대용단말기) 하나로 직장일, 집안일, 운전, 건강체크 등 온갖 사회·경제적 활동을 영위하게 될 것이다. 
그즈음엔 경제 지형의 격변도 불가피하다. 인터넷에 기반을 둔 IT산업의 영역이 크게 확장될 것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NFC칩이나 QR코드 결제가 일반화되면, 별도 비용을 줘가며 밴(VAN) 사업자가 제공하는 결제 단계를 거쳐야 하는 신용카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애플과 구글이 기존의 업종 경계를 허물며 글로벌 기업으로 일어섰듯이, 수많은 IT기업들이 금융 등 전혀 색다른 영역에 진출해 강자로 떠오를 것이다.
 
정치와 사회 영역에서의 여론 형성, 정책 집행 방식도 변할 것이다. 태생적으로 수평적인 인터넷은 정보의 차이 및 그에 따른 권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수직적인 관계를 거부한다. 구체제를 유지하려는 기존 권력과 이를 거부하는 평범한 다수 사이의 충돌 및 긴장 속에서 인터넷은 진화하고, 시간은 결국 ‘변화’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짚어봐야 하는 점은 미래 인터넷 세상에서 정부의 구실이다. 웹브라우저 다양성 운동을 펼쳐온 고려대 김기창 교수(법학)는 한국의 인터넷 30년 역사를 ‘이중성’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와 세계 어떤 나라에도 없는 괴상한 규제가 공존해왔다”는 것이다. ‘괴상한 규제’로는 인터넷 실명제와, 인터넷상의 게시글을 임의로 내릴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법의 임시조처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비정상적인 규제들은 표현의 자유 위축뿐 아니라 우리나라 정보기술 산업의 퇴보를 불러왔다. 하루 평균 방문자 10만명 이상 사이트의 게시판 등에 적용되는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에서 그 확인 수단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주민등록번호다. 어떤 사이트(사업)가 인기를 끌게 되면 한국 고유의 규제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정보화 터전 닦기(1980년대), 이동통신 혁명(1990년대), 인터넷 혁명기(2000년대)를 거치며 적극적으로 IT산업 부흥 정책을 펼쳐왔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위, 유엔 평가 전자정부 1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평가 정보통신기술(ICT) 이용도 1위를 기록한 배경이다. 정부가 이런 촉진책에서 나아가, 괴상한 규제를 주된 역할로 고집한다면 미래의 한국 인터넷 세상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는 미래 인터넷 세상에서 정부의 역할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미래 인터넷 콘퍼런스 2012’를 한 예로 꼽을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김사혁 부연구위원은 “정부는 공급 및 기술 주도의 산업촉진 정책에서 벗어나 참여와 협력을 통한 가치창출을 촉진하는 생태계 활성자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며 “인터넷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개선 등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괴상한 규제를 고집하는 후진적 마인드를 고치는 일이다. 규제의 이면에는 정치권력의 이해관계가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그런 정치권력은 주기적으로 유권자의 선택과 심판을 받는다. 결국 인터넷을 실제 꾸려가는 사용자(유권자)들의 의지와 참여가 큰 틀에서 규제 여부와 그 수준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데이터 기반 새로운 선거 시대 열리다

● 토픽 2012. 4. 23. 08:53 Posted by SisaHan

데이터 모아 유권자 행동특성 분석
후보들 지난 연설·토론도 한 눈에
 
지난 선거자료 지도에 입체 시각화
SNS기반 선거 데이터들도 쏟아져

2012년은 한국과 미국 모두 중요한 선거의 해다. 기존의 선거와 차이가 있다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거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선거는 후보자와 유권자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서로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역할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4.11 제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12월 한국 대통령 선거 과정의 다양한 데이터 분석·시각화 사례는 올해 선거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우리는 통계학자, 예측 모델 전문가, 데이터 마이닝전문가, 수학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일반 분석가와 기획자로 구성된 다분야 융합팀입니다. 우리와 함께 일할 예측 모델 전문가와 데이터 마이닝 과학자, 그리고 분석가를 찾고 있습니다.” 
이것은 과학 기술 분야 연구소의 구인 공고가 아니다.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며 준비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본부가 작년 7월 내놓은 구인 공고의 일부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본부에서는 대체 무슨 일을 하기에 선거와 크게 관련 없어 보이는 이런 생소한 전문가들을 찾는 것일까?
 
시카고에 차려진 오바마 대통령 선거본부에서는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이름이 재밌다. 각각 ‘드림캐쳐(dreamcatcher)’와 ‘외뿔고래(Narwhal)’다. ‘드림캐쳐’는 현재 오바마 정부의 정책이 유권자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유롭게 기술한 텍스트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프로젝트다. 유권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한 이야기는 유권자 한 명 당 최소한 6만 개 이상의 단어로 구성된 텍스트이며, 오바마 선거본부에서는 현재 수백만 명 분량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선거본부 데이터팀에서는 이러한 방대한 분량의 텍스트 데이터를 모아 유권자의 기대와 소망을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대규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데이터 안에 숨겨져 있는 통계적 규칙이나 패턴을 찾아내는 것) 기술을 이용해 분석하고, 이를 유권자 개개인에게 최적화한 새로운 선거 전략을 반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외뿔고래’는 유권자의 행동 특성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다. 유권자의 온라인 활동, 과거의 투표 행동, 선거 자금 기부 행태, 선거 운동 자원봉사 패턴 데이터 등을 유기적으로 분석해 유권자들의 정보를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생소한 구인 공고가 필요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바마 선거본부는 올해 재선을 노리며 이처럼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선거 전략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던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선거 운동을 위해 공식 직함이 ‘수석 과학자’인 레이드 가니(Rayid Ghani)가 이 모든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선거는 비단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자 진영에만 국한된 주제는 아니다. 후보를 지지하고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도 데이터 기반 선거에 주인공으로 참여하고 있다. Politilines 서비스(http://politilines.periscopic.com)가 바로 대표적인 예다.
 
Politilines은 CNN 방송 자료와 UC 산타바바라 대학교의 미 대통령 선거 관련 데이터베이스인 ‘The American Presidency Project’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1년부터 2012년 2월까지 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과정에 참여한 후보들의 토론 주제와 키워드를 쉽게 비교·분석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근 2년간 여러 후보가 토론 과정에서 말한 모든 문장을 일정한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후보와 주요 키워드 간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드러나는 데이터 형태로 가공하고 조직화했다. 단순히 텍스트 형식의 데이터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데이터를 더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 형태로 시각화했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은 언제, 어떤 후보가, 어떤 주제를 놓고, 어떤 단어를 중심으로 서로 토론을 벌이고 주장을 펼쳐 나갔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총선과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거 흐름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선거의 핵심인 과거 선거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연합뉴스 미디어랩에서 제작한 17·18대 국회의원선거 인터랙티브 데이터 지도가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다. 이 데이터 지도는 전국 1만 3,167곳(17대)과 1만 3,246곳(18대)의 투표소에서 2,158만 1,550명(17대), 1,741만 5,666명(18대)의 투표자가 만들어낸 선거 데이터를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연결해 실제 지도상에 입체적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다양한 조건을 조합해 17·18대 국회의원선거를 다각도로 조망해 향후 선거의 기반 자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데이터 시각화가 아니었다면 한 번에 대용량 데이터를 조망하고 분석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SNS와 모바일 환경을 기반으로 한 선거 관련 데이터도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이를 이용한 데이터 기반 선거 정보 서비스도 언론사들과 각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트위터나 페이스북, 미투데이와 같은 소셜미디어 상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사회관계망 분석(social network analysis)과 시각화는 이번 국회의원선거에 이어 대통령선거에도 중요한 선거 데이터 분석·시각화 사례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선거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트위터는 국가별 차단…

● 토픽 2012. 2. 26. 16:08 Posted by SisaHan

검열? 필요악? 거센 논란


“요청한 나라 한해 차단”

국경없는 기자회 등 반대
“삭제관행서 개선” 해명

아랍권에서 민주화 시위 도구로 쓰여온 트위터가 국가별로 특정한 내용의 트위트를 차단하는 기능을 적용하겠다고 밝혀, ‘국가별 검열 수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트위터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특정 국가에서 트위트를 차단하라는 요구를 받을 경우, 해당국에 한해 차단하고, 이를 글쓴이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표현의 자유 정도가 국가별로 달라 어떤 나라에서는 서비스가 불가능할 정도”라며 “프랑스나 독일에서는 역사·문화적 이유로 나치 찬성 글이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타이에서는 국왕 모욕 글이 전면 금지돼 구글·페이스북 등도 이를 수용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트위터 접속 자체가 막혀 있다.
 
트위터가 적용하는 ‘국가별 차단’은 특정 국가가 역사·문화적인 이유로 트위트 삭제를 요청할 경우 해당국에서만 이를 차단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보여주는 방식이다. 트위트 계정 차단과 글 차단의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차단된 콘텐츠는 독재정권에서 외국 신문 등에 실린 기사의 특정 부분을 검게 지워버리는 방식과 마찬가지여서, 일부는 ‘인터넷에서의 검열’로 여기고 있다. 
<뉴욕 타임스>를 보면, 팀 우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교수는 “트위터의 이런 변경은 독재국가에서 트위터의 유용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위터 차단’(#TwitterBlackout:사진)과 같은 시위성 해시태그가 생겨나고 국경 없는 기자회를 비롯한 반대 의견이 높아지자, 트위터는 다시 블로그를 통해 “내용 검열을 시작하는 게 아니고, 기존의 정책 변화도 없다”며 “법 절차에 따라 차단 요청을 받을 때 투명성과 책임감을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동안 트위터는 문제되는 트위트를 아예 삭제해왔지만, 앞으로는 이를 특정 국가에서만 가리고 어떤 내용이 차단됐는지를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이 운영하는 칠링이펙트(Chilling Effects) 사이트에 게재하기로 한 것이다. 전자프런티어재단의 질리언 요크 이사는 “트위터의 조처는 특정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불가피한 필요악”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위터의 앨릭스 맥길리브레이 법률자문은 “우리는 늘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라는 강요를 받아왔다”며 “기업으로서 이를 제대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표현의 자유 잣대가 기존과 달라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뉴욕 타임스>는 “불법 콘텐츠의 삭제 내용을 밝히지 않는 페이스북과 달리 트위터는 유튜브의 사례를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튜브도 특정 국가에서 삭제 요구를 받을 때 이를 해당국에서만 차단하고, 이외 지역에서는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차단된 콘텐츠를 칠링 이펙트를 통해 알린다. 
트위터는 해당국에서의 법적 요청으로 특정 콘텐츠가 차단돼도, 사용자 설정에서 이용지역을 특정국가 대신 ‘세계’(Worldwide)로 변경하면 문제없이 해당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트위터도 심의하겠다며 모욕 등을 이유로 특정 계정(@2MB18nomA 등)을 차단하고 있지만, 트위터 본사는 이를 막지 않아 스마트폰에서 노출되고 있다. 
트위터는 국가별 불법적 콘텐츠 삭제 요구에 대해서 기존 기준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밝혀, 한국내 트위터 사용 환경에는 별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29일 불법적 콘텐츠가 올라 있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계정 차단에 앞서 자진 삭제를 권유하고, 사용자가 하루 안에 이를 삭제하지 않으면 해당계정을 전면 차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1년부터 미국 뉴저지주에 거주하고 있는 문동환(90) 목사는 구순(九旬)의 나이에도 건강한 모습이다. 형 문익환 목사와 함께 조국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그는 여전히 한국정치는 물론 한반도와 세계정세를 차분히 관조하면서 평화와 ‘상생’(相生)을 걱정했다.

그는 모두가 자기 욕심만을 내세우는 각자위심(各自爲心)이 아니라, 예수님과 같은 창조적 깨달음으로 이웃을 위하고 회개하고 용서하며, 나누고 섬기는 ‘행동하는 신앙’의 길을 강조했다. 뉴저지 자택을 찾았을 때 문 목사는 거실에 만든 작은 책상에 앉아 있었고, 책상 위에는 성경과 컴퓨터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문 목사는 처음 남북간의 조문 논란과 대북 정책으로 이야기를 꺼내면서 한국의 대북 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밝혔지만, 북한 사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문 목사는 이후 한국정치, 북한 사회, 자본주의, 철학, 기독교 신앙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새해 남북관계·격변의 세계 조망
문동환 목사 대담

“백성이 모두 깨달을 때 출애굽, 하나님 역사운영 원칙”

■ 대북 정책 : - 김정일 위원장 조문논란이 있었는데, 북 대표부에 가셨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6.15 남북공동선언문에 합의한 당사자들이고, 김정일 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에게 조문단을 보냈듯이, 우리도 당연히 조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는 6.15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다. 6.15 공동위원회는 양쪽을 다 존경하는 것이다. (한쪽이 숨졌으니) 조문을 가는 게 당연하다. 미국에 있으니 북한 대사관에 갈 수 있으니, 간 것이다.”
 
- 94년 정도는 아니었고 정부는 제한적 조문을 허용했다. 
“정부가 좀더 큰 틀에서 과감하게 결정을 못 내린 게 아쉽다. 하지만 (진보단체가) 김정일 제단을 만들고 그러는 것은 뜻은 알겠지만, 그게 남북화해에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다. ‘조문을 하도록, 평양에 가도록 해달라’는 탄원서를 내는 정도는 몰라도…. 정부가 이만큼이라도 한 것도 상당한 변화다.” 

-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돌파구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는 것 같다. 
“이 대통령이 당선 직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았을 때, 김 전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평화적으로 운영할 것을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저도 (김 전 대통령과) 똑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중에 김 전 대통령이 내게 ‘나한테 그렇게 말하더니, 똑같기는 뭐가 똑같아’라고 하며 역정을 내더라.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에게 ‘북한 지하에 보화(자원)가 많습니다. 이걸 남쪽과 나눠야지, 중국에 줘서 되겠습니까?’라고 김 전 대통령에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잘못으로 북한이 중국 쪽에 점점 가까워지며, 김 위원장과 김 전 대통령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북한은 밑바닥에 민족주의가 깔려있고, 애초 건국 과정에 소련이 배경이 됐다. 중국과 친밀감을 갖는 것은 현재 자신을 도울 곳이 중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 북 대표부 조문 때는 무슨 이야기를 했나? 
“당시, 북한 참사관만 자리를 지키고 있더라. 그가 ‘우리가 한민족인데, 우리끼리 해야지, 어떻게 다른 사람끼리 합니까? 우리도 미국과 먼저 할 생각은 없다. 서로 같이 사는 길을 찾아야죠’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내가 ‘한 나라 안에서도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고 말했다. 이는 이북의 권위주의를 지적한 것인데, 그 참사가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 향후 대북 전망을 어떻게 보나? 
“북한이 이명박 정부와는 더 이상 상대하려 하지 않고, 차기 정부와 새롭게 판을 짜고 싶어하지 않겠나? 그 이전에는 미국과 관계개선만 하려 할 것이고. 참 안타까운 일이다.” 

- 미국은 한-미 공조를 중시 여겨 한국 정부를 어렵게 하진 않을 텐데….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성급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 이명박 정부를 제치고 나아갈 생각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FTA) 조약 같을 것을 보면 이를 통해 한국 정부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등 현상황을 역이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그럼 장기적인 미국의 대북 정책 방향은? 
“남쪽이 바뀌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도 바뀐다고 생각한다. 오바마 행정부 초기 미 정부 당국자와 대화를 나눠보니, 우리와 생각이 똑같았다. 북한과 관계개선하려 했다. 마음을 썼다. 그런데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서 ‘북한을 믿을 수가 없다’며 돌아선 것 같다.  이북이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미국을) 당황하게 해서, 빨리 일하게 하려 했는데, 최악의 악수를 뒀다. 그 이후로 미국은 적극적으로 대북정책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모두 스톱됐다. 또 중동 문제에 사로잡혔다. 그러다 지난해 말 북한 핵이 상당 수준까지 발달한 것을 보면서 멈추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이후 북-미 회담, 6자회담을 서두르고 있다. 핵 확산을 막는 게 목적인 것 같다.” 

■ 국내 정치: - 이명박 정부를 평가하면? 
“이 대통령은 극보수에 사로잡혔다. 여당이 갈라져 있고, 여당으로부터도 동조를 못 얻으면서 극보수로만 갔다. 잘못이다. (이익을 따지는) 장사꾼인데, 장사도 제대로 못했다. 애초 이 대통령은 보수·진보 등 이념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촛불’ 이후 보수로 가버린 게 아쉽다. 이 대통령 심정도 답답할 것이다. 혹평을 받고 있으니-. 애초에 장사꾼에 얼렁뚱땅하는 엠비(MB)에 사람들이 기대를 한 게 잘못이다. 철학이 없는 사람이다. 기회마다 장삿속으로 하는 사람이다. 서울시장 당시 한 청계천을 보라. 표피만 한 것 아니냐? 눈으로 현혹시키고, 그 다음에 운하 이야기 하고. (이 대통령 당선 직후) 서울에 갔더니, 택시 기사들도 ‘이제는 우리도 잘살 겁니다’라고 말하더라. 어떻게 (사람들이) 이렇게 됐나 하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고생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 

- 안철수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안철수씨가 지혜있는 사람 같아 보인다. 지혜가 있어야 되고, 팀을 만들어야 된다. 정치를 한다는 건 희생한다는 것이다. 정치는 꼭 해본 사람이 잘하는 건 아니다. 역시 정치 경험이 없는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직을 성공적으로 잘 해나가면, 안철수 원장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당(민주당)과 힘을 모아서 나와야지, 혼자 개인으로 나와선 안 될 것이다.” 

■ 자본주의 폐해 : -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경제가 살아나도, 그것이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다. 미국도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비슷한 상황이다. 빈익빈 부익부 사회가 고착화되는 것 같다. 
“나는 자본주의 상업문화에 실망한 사람이다. 자본주의는 경쟁사회이고, 경쟁사회는 ‘힘의 철학’이 작동한다. 눈이 멀어버려 빈부격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미국도 1%가 전체 자산의 반을 갖고 있다. 그래도 (1%들은) 쉬지 않고 계속 자기 배만 채운다. 미쳐버리는 것이다.  예수님이 당한 시험이 3가지인데,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에 그대로 적용된다. ‘돌이 떡이 되게 하라’, 이는 많이 생산해야 된다는 것을 뜻한다. ‘나한테 절하라, 영화를 주리라’, 이는 명예욕을 뜻한다, ‘성문에서 뛰어내려보라’, 이는 종교를 이용하라는 것을 뜻한다. 예수님을 이를 다 거부하셨고, 대신 나누고, 섬기고, 종교를 이용하지 말라는 교훈을 몸소 보여주셨다. 자본주의에는 근본적인 소망이 없다고 본다. 산업문화의 기본 얼은 더 많이 갖고, 힘을 필요로 한다. 모두 다 서울대를 가려는 것도 힘을 갖기 위해서 아닌가? 교회도 ‘욕심’이 대형 교회를 세우는 쪽으로 나아간다. 큰 교회 목사는 제왕처럼 되지 않나. 인간의 속성이 그렇다.” 

- 말씀이 어렵다. 
“성경의 가르침이 ‘네 이웃 속에 하나님이 계신다. 네 이웃을 하나님처럼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각자위심’(각자가 자기만을 생각하는 마음)이 제일 큰 문제다. 세상의 악이 여기에서 생긴다. 예수님이 말하는 ‘회개’도 그런 일에서 돌아서라는 것이다. 종교는 대개 창시자는 진리를 깨닫는다. 이후 제도와 교리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나중에 그 제도가 우상이 돼버린다. 기독교도 나중에 (기독교의 진리보다) ‘기독교’가 중요해졌다. 사람이 만든 것은 진리가 아니다. 
마음의 변화, 깨달음, 생명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를 가지고 지도자들이 이용하는 것, 그게 자본주의적이 된다.” 

- 미국은 어떻나? 
“나는 미국에 소망이 없다고 보는 사람이다. 미 국회의원들도 자본가의 앞잡이다. 워싱턴 정치도 엉망이다. 대안은 없다. 부자 세금을 탕감해야 기업이 잘 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대량생산, 대량소모가 있어야 굴러간다. 그런데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고, 인건비가 싼 제3세계에서 생산해 돈은 미국 은행으로 들어와 가진 사람들의 돈은 더 늘지만, 없는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고 돈도 못 버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옛날에는 남편만 일했는데, 이제는 둘 다 일해야 살 수 있다. 자본주의의 징벌이다. 세계은행 총재가 1930년대로 돌아간다고 한다. 당시 실직자가 전체의 25%였다. 그래도 그때는 도시 근교에서 땅을 일궈 먹고 사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젠 그런 땅도 없다. 인류의 앞날이 어둡다.”

- 그럼 자본주의에 사회주의를 가미해야 한다는 건가? 
“사회주의도 마음이 문제다. 칼 마르크스는 시민사회에서 공산주의가 온다고 봤다. 시민이 깨달아 주체가 되어야 공산주의가 됐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는 봉건주의 때 혁명이 일어났다. 그러니 그 과정을 채우기 위해 시민사회가 제대로 형성될 때까지 지식인 위주의 공산당 독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각자위심’이 일어나 이것이 권위주의로 변질했다. 그래서 망했다. 북한도 이 과정을 회개한 건 아니다. 평양에 가봤더니, 큰 건물을 많이 지어놨더라. 그런 건물을 왜 만드는가? 김일성이 자기 영광을 위해 만든 것이다. 인민들은 비참하게 있는데, 김일성 동상은 하늘을 향하고 있다. (북한이) 동족으로서 잘살기 바라지만, 그 지도자에 대해선 비판의 자세를 갖고 있다.” 

- 그럼 북유럽 사회가 대안인가? 
“북유럽은 기독교가 올바로 돼 나누면서 살아간다. 수입의 40%가 세금이다. 대신 기본생활은 정부가 다 해준다. 고르바초프가 혁명을 하면서 ‘스웨덴처럼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스웨덴도 각자위심이 완화된 건 아니다. 공황이 닥치니 보수주의가 다시 일어난다. 

- ’각자위심’은 인간의 본성 아닌가? 치유할 방법이 있나? 
“‘각’,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깨달음이 밑바닥에서 모두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눔, 섬김이 가능하다. ‘민중’이란 항거해서 자기 권리를 찾는 사람이라는 건데, 거기에는 ‘나도 (가진 자처럼)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새 것을 찾지 못하고, ‘나도’ 하는 것 때문에 안 된다. 그래서 (예수와 같은) ‘회심’이 필요하다. ‘악’을 보고, 완전히 ‘새 것’을 창출하는 그런 사람으로 바뀌어야 한다. 석가도 ‘욕심’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새로운 공동체를 창출하는데까지 나아가진 못했다. 예수님은 나누고, 용서하고, 섬기고, 공동체를 만들어 갔다.  출애굽기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 노예로 있을 때, 먼저 ‘각(覺: 깨달음)’한 사람이 모세다. 노예의 삶에는 소망이 없다는 것을 ‘각’했다. 그래서 애굽 군사를 때려죽였다. 그러나 자기 백성들에게 거부당해 미디암 광야로 갔다. 40년을 고민하며 찾았다. 출애굽은 야훼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의 악을 아파하며 기다렷다. 돌아서야 ‘각’이 생긴다. 모세 혼자 ‘각’하지 않고, 이스라엘 백성이 집단적으로 ‘각’할 때, 출애굽을 할 수 있었다. 하나님이 역사를 운영하는 원칙이다. 한국도 집단적으로 ‘각’을 해야 한다. 군사독재 거부만으로는 안 된다. 인간본성의 각자위심이 문제이기 때문에 거기서 끝이다. 새 공동체로 가야 하는데, 또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금년 5월에 이런 내용을 담은 <바벨탑과 탈출 공동체>라는 책을 펴낼 예정이다. ‘바벨탑’은 권위를 말한다. 일반인들도 다들 자기의 ‘바벨탑’을 쌓고 거기에 집착한다.” 

■ 근황 : -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계속 공부한다. 예전에 민중신학을 교육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려 했는데, 민주화운동에 뛰어들면서 중단됐다. 그때 ‘은퇴한 뒤에 써야지’ 하고 한 것을 지금 하고 있다. 성서를 근본적으로 공부했더니, 민중신학에도 약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억눌린 반향에서 나온 생각이 민중신학이다. 민중이 역사의 주인이라는 것인데, 존명에 허덕이는데 어떻게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있나? 고난을 당하면서 악을 보고 새 것을 찾아야 하는데, 자기가 그 ‘악’이 되려 해선 안 된다. 
예수님의 삶을 교육학적 각도에서 분석해 보려 한다. 능력이 있는 한 계속 진리를 탐구해나갈 것이다. 동양철학도 공부하고 있다. 하나님은 유대 백성만의 하나님일 리가 없다. 온 인류의 하나님이다. 유대, 한국, 각 민족대로, 우리는 다 하나님의 자녀다. 그 지역문화에 따라 형태가 생기고, 종교형태가 그 제도를 절대화했으므로, 그 원천을 가보면 서로 통한다.”

<미국 블룸필드 = 권태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