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해학‥불만 표출의 마당극

● 토픽 2011. 11. 7. 23:08 Posted by SisaHan

저잣거리 서민감정 분출 통로

신랄한 뒷담화에 대중 공감

분노와 혐오, 관심과 배려 사이
한번 듣기 시작하면 이어폰을 뺄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이 방송의 인기를 주류 언론은 한동안 애써 무시해왔으나, 박경철·박원순·박영선·홍준표 등이 출연하고 김어준의 책 <닥치고 정치>(푸른숲 펴냄)가 출간 전 예약 판매만으로 베스트셀러에 등장하자 ‘다루지 않을 수 없는 불편한 감자’가 됐다.
 
사람들이 나꼼수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아이폰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며 팟캐스트 시장이 활성화된 것을 꼽을 수 있다. 팟캐스팅(Podcasting)이란 개인이 동영상이나 오디오 파일을 MP3와 같은 미디어 파일 형태로 만들어 RSS 파일의 주소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배포하고, 사람들이 애플의 아이튠즈와 같은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검색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재생해서 듣는 방송 형태를 말한다. 사람들이 찾아 듣는 ‘개인방송’(Personal On Demand broadcast)이라고 볼 수 있다.
 
자본과 인력으로 무장한 매스미디어에 비해 콘텐츠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개인미디어 콘텐츠가 기존 언론시장의 상품을 능가할 수 있는 파괴력의 핵심은 주류 언론이 다루기 힘든 정부에 대한 통렬한 비판, 풍자와 해학, 그리고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정보와 위험하리만치 매혹적인 음모론이다. 구독층, 광고, 국가권력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주요 언론사들이 다루지 못하는 내용이라도 용기 있는 개인미디어는 반정부적인 사실 폭로, 신랄한 풍자와 해학이 가능하다.
나꼼수는 그 핵심을 정확히 짚어내 만든 콘텐츠이며, 나꼼수 신드롬을 주목하는 이유는 개성적이면서도 불온한 콘텐츠로 가득 채워질 팟캐스트 시장이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인식된 첫 신호탄이어서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 펴냄) 열풍, 안철수 현상, 반값 등록금·무상급식 시위, 도가니 신드롬과 나꼼수 인기는 무관하지 않다. 정부·정치·기업·언론이 모두 제 본분에 충실하지 않고 집단의 이익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정의를 다시 묻고, 국가가 챙겨주지 않고 언론이 관심 가져주지 않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자발적 관심과 배려를 가지며 만들어진 현상이다. 나꼼수 인기도 현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극도의 분노와 혐오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자유
나꼼수 인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출연자인 네 캐릭터들의 절묘한 조화다. 듣는 사람도 유쾌하게 만드는 호탕한 웃음소리, 어린아이처럼 천진한 잘난 척과 ‘싫으면 듣지 마’ 식의 객기, 주류 언론에선 절대 들을 수 없는, 권력층에 대한 깨알 같은 정보와 교묘히 얽힌 정치권력 관계, 뉴스 보도 너머에 담긴 정치적 의미에 대한 통찰, ‘우리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라는 말로 대변되는 풍자와 뒷담화가 주는 재미, 아마추어적이지만 성의 있는 편집에 청취자가 만들어주는 창의적인 로고송까지, 나꼼수는 그 옛날 저잣거리의 마당극이 가진 매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21세기 스마트시대의 마당극’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나 주류 언론이 나꼼수를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나꼼수를 무책임하고(‘아니면 말고’ 식의 사실 확인이 안 된 정보를 마구 내뱉고), 위험하고(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인신공격과 풍자가 난무하고), 불온한(반정부적 태도와 반기업적 정서를 선동하는) 콘텐츠라고 평가할 것이다. 대중을 현혹하고 현 체제를 뒤흔드는 이 프로그램을 앞으로는 심의하겠다는 발상이 나온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저잣거리의 서민들이 풍자나 해학의 방식으로 거대권력에 맞섰던 옛 전통을 계승한 나꼼수를 정색을 하고 바라보거나 그 영향력을 고려해 방송 심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만한 일이다. 그것은 마치 소설가 이외수 선생의 트위터 팔로어 수가 100만 명이 넘는다는 이유로 그의 트윗글들을 심의하겠다는 발상과 같다. 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에서 각색 작업을 인정하지 않고 ‘사실 왜곡’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염려해 소설 심의를 하겠다는 것과 유사하다. (실제로 인화학교 청각장애인 성폭행 사건을 다룬 <도가니>에 등장한 담당 형사와 변호사 등이 영화가 실제 사건을 왜곡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발언을 한 바 있다.) 개인 블로그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마당극 나꼼수의 폐해는 현존하는 ‘명예훼손 등에 관한 법률’로 규제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꼼수 발언 내용의 정확성은 나꼼수 신드롬을 장수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냉정하게 봤을 때, 나꼼수 인기 비결의 핵심은 김어준이라는 걸출한 인물의 매력과 통찰력, 개똥철학이 주요했다. 1998년 <딴지일보>를 창간한 이후 지난 13년간, 어느 기업이나 권력에도 손 벌리지 않고 아쉬운 소리 안 함으로써 (그래서 경제적으로는 궁핍했지만) 얻은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자유’를 가졌다. 이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의 모든 집단이나 개인이 갖기 어려운 자유이며, 이 자유로운 관계에 기반해 통렬한 비판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어준은 황우석 사태 때 ‘황빠’라고 불릴 만큼 황우석 교수 편에 선 사실이나, 2002년 월드컵 오심 논란 때 우리나라 편을 들어 객관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전력처럼 ‘우리 편’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다. (그런 그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사건에서 진보 진영(진중권·조국)과 날을 세우며 곽 교육감 편을 든 것은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의 ‘우리 편 철학’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그리고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논리이며, 나꼼수 인기 밑에 깔린 정서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 민주당, 그리고 기독교 등을 ‘저들’이라 칭하고 ‘우리들’끼리 깔깔거리고 즐기는 술자리 뒷담화 같은 유쾌한 시간이 바로 나꼼수니까. 김어준의 ‘우리 편 철학’은 앞으로도 진보 진영 내에서 합리적인 진보 진영이나 이념적인 진보 진영과 계속 각을 세울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나꼼수 현상 관전 포인트
앞으로 우리가 나꼼수 현상을 재미있게 관전하는 포인트가 몇 가지 있다.
먼저 향후 팟캐스트 시장이 어떻게 다각화되고, 장르와 내용, 구성 등이 어떻게 다양하게 확대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스마트 디바이스들과 맞물려 어떻게 우리의 일상으로 파고드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둘째, 2012년 대통령 선거의 안철수-박근혜-문재인 구도에서 나꼼수가 얼마나 파괴력 있는 역할을 할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다. 만약 나꼼수가 안철수, 문재인을 측면 지원할 경우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 될 테니까. 
셋째, 정부는 향후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 교묘하게 나꼼수를 방해하고 심의하고 관련자를 법의 심판대 앞에 세우려 안간힘을 쓸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프로그램 폐지를 위해 치졸한 꼼수를 부릴 것이다. (이미 <딴지일보>를 해킹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 앞으로 어떤 꼼수를 부릴 것이며, 김어준 일행이 그것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끝으로, 가카가 퇴임하는 그날까지 계속된다는 나꼼수의 진화 또한 궁금한 대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시절 <딴지일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으나 13년이 지난 지금 다소 주춤한 안정기에 접어들었는데, 나꼼수는 포스트 MB 시대에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로 인기를 이어나갈지 궁금하다. (나꼼수 처지에선 문재인보다는 ‘풍자와 해학의 대상’이 될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흥행엔 도움이 될 것이다.)
가치전복적이고 불온한 팟캐스트 대세의 신호탄, 나꼼수에 대한 글을 오늘 ‘우리 시대 가장 경이로운 인물’ 스티브 잡스의 부고를 들으며 쓴다는 것은 우울하고 고통스런 경험이다.

<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 >


잡스 사망 이용한 악성코드 나돌아

● 토픽 2011. 10. 18. 13:47 Posted by SisaHan
‘스티브 잡스는 살아있다?’ e-Mail 절대 열지 마세요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악용한 악성코드가 생겨나 전자우편으로 확산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최근 “스티브 잡스의 사망을 이용한 악성코드가 다수 발견됐다”며 “전자우편에 첨부된 파일이나 링크 주소를 함부로 열지 말고 보안 프로그램을 최신 버전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악성코드는 ‘잡스가 살아 있다’는 ‘Steve Jobs Alive!’ ‘Steve Jobs Not Dead!’, ‘Steve Jobs: Not Dead Yet!’, ‘Is Steve Jobs Really Dead?’ 등의 제목을 단 전자우편이다. 이 전자우편 본문에는 특정 사이트로 접속하게 하는 인터넷 주소가 있어, 접속하면 악성코드에 감염시키는 파일이 실행된다.

이 파일은 똑같은 메일을 주소록에 있는 지인들에게 무더기로 발송하고 다른 악성코드를 내려받게 하는 기능이 있다. 또 감염된 컴퓨터에 휴대용 저장장치(USB)가 연결돼 있으면 보안 취약점을 악용하는 바로가기 파일과 복사본을 만든다. 
안철수연구소는 “마이클 잭슨 등 유명인이 연관된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사람들의 높아진 관심을 이용해 어김없이 관련 악성코드가 등장한다”며 “보안 프로그램을 최신 버전으로 유지하고 실시간 감시 기능을 사용해야 하다”고 말했다.


아들아, 어디에…

● 토픽 2011. 9. 16. 19:50 Posted by SisaHan

9.11 10주년을 맞아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자리에 건립된 추모비명에 새겨진 아들의 이름 앞에서 슬픔을 가누지 못한 한 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삼키고 있다.


슈퍼파워 일방주의 쇠락의 길

안보에 짓눌린 인권·자유…미국인 47% “지난 10년은 최악”

미국 헤게모니의 약화
천문학적 군사비 탕진·도덕성도 추락
금융위기 후폭풍, 경제혼란 진원지로

2001년 9.11 테러의 표적은 미국 경제·군사 패권의 상징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 펜타곤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와서 보면 9.11 테러는 미국 패권의 상징만을 ‘상징적으로’ 무너뜨린 것만이 아니라 패권 자체를 무너뜨리는 신호탄이었다.
9.11 직전 미국은 1970~80년대의 재정적자를 털고 재정흑자를 내고 있었고, 경제 역시 ‘닷컴버블’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 분야의 신기술과 금융력을 바탕으로 신경제를 이끌고 있었다. 소련 붕괴 이후 압도적 군사력까지 더해 미국은 ‘단일 슈퍼파워 시대’를 구가하고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한해 재정적자 1조5800억달러에, 국내총생산보다 많은 15조5000억달러의 국가 총부채에 허덕이며, 신용평가사로부터 최우량 신용등급에서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에서 아직 허우적거리며, 실업률은 9~10%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은 동쪽의 아프가니스탄에서부터 서쪽의 리비아까지 펼쳐진 전장에서 군사력을 과도하게 전개하며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탕진하고 있다. 9.11에 대한 응징으로 미국이 기획한 이라크와 아프간 침공 비용과 대테러 비용은 인플레를 고려하면 베트남전 전비의 갑절인 3조달러 이상이 된다. 베트남전이 60~70년대 미국의 국력을 소진해 전후 현대 경제체제였던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의 원인이 됐던 것을 고려하면, 미국은 9.11 이후 그 두 배의 후폭풍을 맞고 있는 셈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한 이후 9.11의 후폭풍은 사실 그때부터 시작됐다.
바그다드 함락과 함께 사담 후세인 정권은 타도됐지만, 시아·수니·쿠르드로 나뉜 이라크 내전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아프간전은 파키스탄으로까지 번져 아프팍(아프간-파키스탄)전으로 확전되는 등 미 군사력은 이슬람권 전역으로 펼쳐지면서 수렁에 빠져들었다.
경제 분야에서 .11의 저주 또한 이미 잉태하고 있었다. 그해 3분기 미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에 가까웠고 미국 경제는 다시 활황을 구가했다. 하지만 이는 9.11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으려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인위적 개입에 의한 ‘거품’이었음이 5년 뒤 드러난다.

연준은 2000년 닷컴버블 붕괴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으려고 수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해 6% 이자율을 2% 초반대까지 낮춰온 상태였다. 9.11 직전에는 금리를 정상화할 시점이었지만 9.11이 터지자 오히려 이자율을 2.0%로 낮췄고 2004년 중반에는 사실상 제로금리인 1.0%로 접근시킨다. 미국인들은 싼 돈을 빌려 흥청망청하며 주택 거품을 키웠고, 이는 2008년 금융위기의 폭탄이 됐다.
9.11 이후 미국의 ‘파티’는 중국의 싼 수출품과 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국은 저임노동력으로 만든 제품들을 미국에 수출해 돈을 벌고, 이 돈으로 미국 국채를 매입해 미국의 수지를 메워줬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구매력은 1980년 8%에서 지난해 24%로 늘었고, 증시 비중은 31%로 유럽의 25%를 추월해 미국의 32% 바로 밑으로 추격했다. 2008년 금융위기 수습의 역할도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을 통해 맡았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지도력은 급전직하했다. 우격다짐식 이라크전 개전 등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으로 인한 나토 동맹국들과의 불화와 도덕성 추락, 미국 거대은행의 도덕적 해이로 빚어진 금융위기 등은 미국을 세계 위기의 공적으로 만들었다.
물론 테러와의 전쟁 10년 만에 9.11 기획자 오사마 빈라덴은 사살됐고, 알카에다도 위축됐다. 미국이 애초 이라크전 개전 때 지향했던 ‘중동민주화 변형’도 올해 초부터 촉발된 아랍의 봄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아랍의 봄이 중동에서 미국 입지를 넓힌다는 보장은 없는 상태에서 미국은 ‘상처뿐인 영광’, 아니 ‘상처뿐인 위기’만 거머쥐고 있다. 


빛 바랜 미국의 가치
인권침해 저항 줄고 반이민 정서 확산
테러와 전쟁‘피로’ “이라크전 잘못”

지난달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시민들은 건물 바깥으로 뛰쳐나와 “또 테러”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우왕좌왕했다. 9.11 테러가 끝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미국인들이 일상적인 테러 위협 속에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9.11이 바꿔놓은 미국의 풍경 가운데 하나는 자신들의 ‘안전, 즉 ‘안보’를 위해 ‘자유’를 포기한 일이다. 이제 공항에서 허리띠를 풀고 신발을 벗는 일에 익숙하다. 검색대 앞에서 지문을 찍을 때 ‘인권’ ‘프라이버시’ 등을 주장하는 이도 없다. 과거 5년이던 운전면허증 갱신기간은 1년으로 줄었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인권 침해도 받아들인다. 테러 직후, 조지 부시 행정부가 테러 혐의를 받는 외국인을 영장 없이 체포하고, 수사기관의 감청 권한을 확대하는 등의 이른바 ‘애국법’을 채택할 때도 미국인들은 예전처럼 저항하지 않았다. 9.11 직후,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고인 88%였고, 월드시리즈 등 큰 행사 전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군가였던 ‘갓 블레스 아메리카’가 불려졌다. 9.11 테러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교회를 찾았고, 성조기를 보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애국심이 고취됐다. 이는 사회적 보수화로 이어졌다. 부시 행정부가 뚜렷한 증거도 없이 이라크 전쟁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분위기가 뒷받침됐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젊은이들의 ‘반전운동’이 거대한 바람처럼 휘몰아쳤지만, 뉴욕 한복판에서 세계무역센터(WTC)가 무너지는 장면을 목도한 미국인들에게서 이라크 전쟁 반대 분위기는 미미했다. 오히려 청소년기에 9.11 테러를 목격한 이들은 ‘인권보다 안전’ ‘국제 사회보다 미국’을 우선시하는 ‘9.11 세대’로 성장하고 있다. 무슬림에 대한 사회적 반감도 그 연장선이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무슬림을 넘어 전 사회적인 반이민 분위기도 확산됐다. ‘자유, 인권, 희망’ 등으로 상징되던 미국의 가치는 더이상 기대하기 힘든 사회가 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9.11 테러 10주년이 지났지만, 미국인들은 여전히 끝없는 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9.11 테러에서 3000여명이 숨졌는데, 이라크·아프간 전쟁에선 그 2배인 6000여명의 미군이 숨졌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민간인들의 희생은 어린이를 포함해 15만명에 이른다. 지난 6월 <타임>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47%가 ‘최근 10년이 지난 100년 역사에서 최악의 기간’이라고 답했고, 52%는 ‘아이들이 겪을 미래의 미국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여론조사는 73%가 아프간의 미군 감축을 지지했고, 49%가 ‘이라크 전쟁은 잘못’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


테러혐의 11만9천명 체포‥유죄 3만5천명

‘미국 편’ 아니면 ‘적’으로 세계 갈라… ‘대테러 법’ 독재에 악용도

 2001년 9.11테러는 이후 10년간 지구촌 전체를 바꿔놓았다. ‘테러와의 전쟁’은 전세계를 “미국 편이 아니면 적”(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라는 이분법으로 갈라놓았다. 창설 이후 처음으로 집단자위권 규정(동맹조약 제5조)을 발동한 나토 회원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40여개국이 미국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동참해야 했다.
테러는 사람들 일상과 의식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알카에다로 인해 전 세계 무슬림들은 위축됐고, 인권과 자유는 한순간에 테러방지법의 볼모가 됐다.

지난 10년간 ‘테러’ 혐의로 체포된 사람만 11만9044명, 이 중 3만5117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AP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전세계 66개국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청구 등 집계한 것으로, 9.11테러 이전보다 10배나 급증했다. 정보공개를 거부한 나라들까지 합치면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선 2934명이 체포돼 2568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9.11 이후 대다수 나라들은 대테러 법규를 신설하거나 크게 강화했다. 일부 국가에선 집권세력이 대테러 법규를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탄압 수단으로 악용하는 부작용까지 나타났다. 중국에서만 7000여명이 테러리즘 혐의로 구금됐고, 터키에선 쿠르드족 분리독립운동가들이 테러 혐의로 대거 기소됐다. 아랍 지역에선 대다수 독재정권들이 반테러법을 근거로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짓밟다가 ‘아랍의 봄’이라는 거센 역풍을 자초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서구 시민사회와 이슬람권 일부에선 관용과 공존의 가치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 10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평가는 긍정적이다. 미군은 지난 5월 알카에다 창설자인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에는 알카에다 2인자 아티야 아브드 라흐만이 피살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제 세계는 더 안전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세계인의 미국에 대한 반감과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 조일준 기자 >

수입이 절대적 기준돼선 안돼, 근무환경·전망도 내다봐야

고등학교 1학년인 한 학생은 계열선택을 앞두고 희망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솔직히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직업이나 학과선택을 고민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진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고 현실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돈’과 같은 경제적 기준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중·고등학생의 경우는 수입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금액을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에 대해 물어오거나, 스스로 생각했을 때 많다고 생각되는 금액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려고 한다.
직업선택을 할 때 수입과 같은 경제적인 부분은 매우 중요하게 평가돼야 하는 중요한 것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금전적인 부분은 직업선택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적성, 흥미와 같은 내적인 요인과 함께 고려해야 할 외적인 요인들 중의 하나임을 알려주는 게 좋다.
 
직업목표를 설정할 때 너무 금전적인 부분에만 치우치는 것도 문제지만, 부모나 교사들이 너무 원론적인 부분에 치우쳐 흥미와 적성만을 강조한다면 직업의 근무환경, 급여, 직업전망 등의 현실적인 조건을 도외시하는 일도 생기게 된다. 실질적인 직업선택을 할 때 “내가 아무리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지만, 돈을 못 벌게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 때문에 직업선택에 혼선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생각하는 직업선택의 여러 기준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양쪽의 중요성을 모두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기준들에 우선순위를 매겨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면 목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관심있는 직업의 수입을 물어오는 경우 가능한 한 객관적인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출처가 확실한 통계자료 등을 함께 살펴보면서 수입의 의미를 차근차근 알려주는 게 좋다. 특히 그 직업을 갖기 위해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직업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높은 연봉을 받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함께 알려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