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 무인기 시대

● 토픽 2013. 9. 30. 10:50 Posted by SisaHan

생활용 무인기 시대
본격 ‘이륙’ 채비

군에서 정찰이나 소규모 공격용으로 쓰여온 원격조종 무인항공기(unmanned aircraft 또는 drone) 드론이 실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전장에서 살상용으로 쓰여온 공포의 물건이 미래의 생활용품으로 변신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엔 <역사의 종언>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직접 드론을 만들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가 만든 것은 카메라를 장착한 ‘쿼드콥터(quadcopter·프로펠러가 4개인 헬리콥터)’인데, 그는 이 드론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스탠포드대 야구장을 찍어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올리기도 했다.
미국 통신의 피터 스벤슨(Peter Svensson) 기자는 이번 여름휴가 때 팬텀(Phantom)이라 불리는 헬리콥터 형태의 무인 항공기를 직접 시험해 본 뒤 체험기를 기사로 썼다. 스벤슨은 팬텀에 설치된 비디오카메라로 어린 시절 지냈던 집 풍경을 공중에서 촬영했다.
 
이 팬텀은 DJI라는 중국기업이 만든 것으로 가격이 700달러다. 사방 30cm 크기에 4개의 프로펠러로 이루어진 이 무인기는 가격이나 활용도면에서 현재 미국에서 무인기 대중화의 최전선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스벤슨은 전했다. 항공사진에서부터 짐 배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애플의 애플2가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연 것처럼 팬텀도 무인기 시장에 그런 이정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고 예상한다.
팬텀은 내장 카메라를 기본으로 제공하지 않지만, 고프로(GoPro)라는 초소형 액션 캠코더(action camcorder)를 위한 거치대를 갖고 있다. 200달러만 더 주면 액션 캠코더도 설치할 수 있다.
 
사실 원격제어 항공기는 수십년 전부터 있어 왔다. 팬텀은 이전 제품과 어떠한 차이가 있길래 주목을 받을까? 우선, 이 무인 항공기는 배터리 기술, 전자장치 및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덕분에 비행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심지어 바람이 불어도 비행 중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칩을 사용하며, 스마트폰에 쓰이는 것과 같은 배터리를 단 한 번 충전해 거의 10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두 번째 혁신은 1인칭 시야(FPV: first-person view)이다. 이것은 무인 항공기가 비행할 때 설치된 카메라를 이용하여 볼 수 있는 것으로, 사용자는 시계를 벗어난 곳으로 무인 항공기를 자유로이 보낼 수 있으며, 양질의 비디오를 쉽게 포착할 수 있게 한다. 예컨대 미군 조종사라면 이 기술을 이용해 무인 항공기로 수천㎞ 떨어진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순찰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인기가 대중화할 경우 그 용도는 실로 다양하다. 화재나 붕괴 등 재해 현장에서의 수색 작업은 물론 오지나 생태 관찰 등 연구 목적용으로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법적으로 허용되기만 하면 기업들은 피자나 우편물 등 매우 다양한 용도에 당장 써먹으려고 할 것이다. 맥도날드나 페덱스는 실제로 이런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미래 고객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드론 저널리즘’ 탄생도 예상된다. 기존 카메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나 빌딩 사이사이를 다니며 생생한 현장 취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도 갈수록 저렴해지고 있다. 스벤슨 기자는 팬텀을 700달러에 구입했지만, 아마존닷컴에서는 현재 679달러(약 70만원)에 할인 판매되고 있다. 레크레이션용으로 쓰이는 프랑스 패럿의 에어드론(AR.DRONE)은 40만원대다. 가격이 낮아지면서 벌써 미국에서만 이런 소형 드론이 4만개 이상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용 드론이 1만여개로 알려져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대중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소형 개인용 드론이 향후 10년간 미국 GDP에 10억 달러를 보태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물론 걱정스러운 면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제까지 접근하지 못했던 곳까지 촬영이 가능해짐에 따라 곳곳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물론 파파라치들에게는 요긴한 장치이지만 말이다. 또 전자신호를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추적이 불가능해 범죄나 테러용으로 사용될 경우 끔찍한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따라서 무인기가 실제 생활에 사용되려면 이런 장벽들을 넘어야 한다. 9.11테러를 경험한 뉴욕에서는 현재 허가 없이 어떠한 형태의 비행체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규제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므로 사회적으로는 규제에 따른 이득이 훨씬 클 수 있다.
사고의 위험성도 있다. 팬텀과 같은 무인 항공기가 사람을 향해 추락한다면 부상을 입힐 수 있으며, 고속 회전하는 프로펠러 날개는 사람의 눈에 실제로 큰 손상을 입힐 수 있다.
 
현재 미국은 군사 훈련, 순찰, 재난구조, 학술 실험 등 공익 목적 무인기에 대해서만 고도 122미터 이내 운항을 허용하고 있다. 공항 주변은 무인기 운항을 금지하고 있다. 미 의회는 2015년까지 상업적 용도로도 무인기를 띄울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연방항공청(FAA)에 요청했다.
프로펠러 진동시 화면이 흔들리는 현상이나 프로펠러가 물체와 충돌시 망가질 수 있는 가능성 등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아직 여럿 있다.
스벤슨 기자는 자신이 체험한 팬텀에 대해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성능면에서는 아직은 제1세대처럼 느껴진다”며 “그래서 마니아층은 좋아할 수 있지만, 순전한 아마추어는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총평했다. 현재로선 가정용 드론은 아직은 진정한 소비자 제품이라기보다는 취미 애호가용 제품에 더 가까운 수준이다. 그러나 드론 앞에 열린 무궁무진한 시장을 기업들이 그냥 두고볼 리는 없으니, 정식 소비자제품으로 등장할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은 듯하다.
< 곽노필 기자 >


지구, 온난화 맞나? 식는 게 맞나?

● 토픽 2013. 9. 23. 15:44 Posted by SisaHan


북극 빙하 늘고·허리케인 실종… 미니 빙하기설 부상

북극 빙하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구 온난화 이론’이 구설수에 올랐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미항공우주국(NASA)이 지난해 8월 촬영한 사진과 올해 8월에 찍은 사진을 비교한 결과 북극 빙하 면적이 약 92만 평방마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60% 증가한 것으로, 유럽 대륙 크기의 반정도 규모다.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 이론’에 의문이 들면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오는 10월 코펜하겐 총회에 앞서 지난달 긴급회의까지 소집했다.
기상학자들은 기상이변이 많아진 것도 ‘지구 온난화 이론’에 의문이 드는 한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9일 인터넷판에서 올해 여름 실종된 허리케인도 ‘지구 온난화 이론’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미국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시간당 74마일이 넘는 허리케인은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학자들은 올 여름 대서양 일대가 건조하고 따뜻한 대기로 안정화하면서 허리케인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허리케인이 2005년 이후 미국에 상륙하지 않은 이유는 정확하게 설명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9일 IPCC가 10월 총회에서 내놓을 기후변화 보고서 초안에서 지구온난화가 이상 기후를 유발한다는 과학적 확실성이 줄어든 것으로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지구 온도가 식고 있다는 ‘미니 빙하기 학설’은 힘을 얻고 있다.
영국 텔레그라프가 전한 IPCC 초안을 보면 ‘미니 빙하기설’이 ‘지구 온난화 이론’을 압도하고 있다. 이 초안에 따르면 IPCC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들은 지난 1997년 이후 지구온난화의 중단 현상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며 기존의 보고서에서 1500개를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150년 동안 온도 상승이 탄소배출에 의한 온실효과 때문인지도 핵심 논쟁 거리다. ‘지구 온난화 이론’이 흔들리자 이를 토대로 구축된 각 국의 환경보호 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들은 도로의 ‘제한속도’를 안다

● 토픽 2013. 9. 9. 16:55 Posted by SisaHan

생존을 위한 놀라운 적응능력

미 년8천만마리 로드킬
날개 긴 새들은 사라져
제한속도 맞춰 날아올라

도로는 새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단절시킬 뿐 아니라 자동차 충돌이라는 직접 위협을 가한다. 미국에서만 연간 8000만 마리의 새들이 도로에서 죽임을 당한다. 세계적으로는 해마다 수백만 마리가 희생될 것이다.
이런 대규모 위협에 잘 적응한 새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사라질 것이다. 도로는 새에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진화할 것을 요구한다.
사실, 새들은 놀라운 적응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도시에 사는 명금류는 소음에 맞서 노래의 주파수를 높이기도 하고, 러시아워를 피해 노래시간을 조정하기도 한다.
새들은 도로에서 어떻게 적응할까. 관건은 차가 어느 정도 다가왔을 때 날아갈까이다. 너무 늦으면 차에 치고 너무 이르면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한다. 이런 적응은 처음이 아니다. 탐조 애호가가 많은 도시의 새들은 이미 농촌에서보다 사람이 더 가까이 다가왔을 때 날아간다. 도시 사람이 농촌 사람보다 덜 위험하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 연구자들은 새들이 새로운 천적인 자동차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실험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프랑스에서 새들이 자동차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했다. 주로 까마귀, 집참새, 대륙검은지빠귀 등이 도로에서 먹이를 먹다가 자동차가 다가서면 날아갔는데, 흥미롭게도 도로의 제한속도에 따라 날아오르기까지의 접근 허용 거리가 달라졌다.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도로에서 새들은 15m까지 접근했을 때 날아갔지만 제한속도 110㎞ 도로에선 75m 밖에서 날아올랐다. 어떤 도로냐가 중요하지 개별적인 자동차의 속도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새들은 도로의 위험을 자동차의 평균 속도, 곧 제한속도와 연관지어 평가한다는 것이다. 마치 도시에서 사람이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먹이를 먹는 것이 유리하듯이, 도로에선 제한속도에 맞추어 날아오르는 거리를 잡는 개체가 살아남는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바이올로지 레터스> 최근호에 실린 이 연구는 또 새끼를 기르는 어미 새가 많은 봄에는 자동차가 가깝게 접근했을 때에야 날아가는 경우가 많았고, 어린 새가 많은 가을엔 멀찍이 차가 와도 날아간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도로가 새들을 무자비하게 ‘선택’한 사례도 있다. 일본 나고야 대학의 미국인 연구진은 지난 30년 동안 미국 네브라스카에 서식하는 삼색제비의 사회행동과 군집생활을 연구해 왔다. 이 새들은 1980년대 도로가 건설되자 절벽 대신 다리, 고가도로, 배수로 등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당연히 자동차와 충돌해 죽는 개체가 많았다. 그런데 30년 동안 이 제비의 전체 개체수는 증가했는데도 로드킬을 당하는 제비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놀랍게도 그 사이 이 제비의 날개 길이는 상당히 짧아졌다. 날개가 긴 제비가 주로 자동차와 충돌해 죽었던 것이다. 날개가 짧아야 도로에서 재빨리 수직으로 날아오를 수 있다.
도로는 날개가 긴 제비를 솎아냈고, 날개가 점점 짧아진 제비들은 로드킬을 당하는 횟수가 훨씬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 연구는 지난 3월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귀태’ 지적한 재일 강상중 교수 인터뷰


▶ 광복절 68돌(15일)이다. 우리는 과연 일본 식민지배의 유산을 얼마나 청산했는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친일 부역이 더 큰 문제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이 더 큰 문제일까. ‘귀태 논란’을 보면 해답이 보일지도 모른다. 한국 국적의 재일동포로는 처음 일본 종합대학 총장으로 선임된 강상중(62: 사진) 일본 세이가쿠인(성학원)대학 교수가 한국의 식민지 청산과 일본의 우경화를 진단하고 자신의 책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했던 ‘귀태’ 논란에 관해 견해를 밝혔다.
1998년 4월 한국 국적자로는 처음 도쿄대 정교수(사회정보연구소)로 임용됐던 강상중교수는 지난 4월 16년간 몸담았던 도쿄대를 떠나 일본 사이타마현 아게오시에 있는 세이가쿠인대로 옮겼다. 강 교수의 전공 분야는 일본 근대와 식민지 지배 역사였다. 도쿄대 재직동안 그는 전공 분야를 넘나드는 활발한 저술 활동과 TV출연 등을 통해 지식인으로는 드물게 폭넓은 인기와 대중적 영향력을 함께 얻었다. 특히 에세이집 <고민하는 힘>은 100만부가 넘게 팔리기도 했다. 그가 최근 일본에서 출간한 소설 <마음>은 먼저 떠나보낸 그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다. 

한·일 가교 되려 옮긴 세이가쿠인대
-재일동포로는 처음 일본 종합대 총장 자리에 올랐다. 소감을 듣고 싶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남은 인생을 보낼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었다. 잠시 ‘작가로서 글에 파묻혀 지내볼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 가운데 역시 젊은이를 가르치고 싶다는 쪽이 더 강했다. 마침 지난 4월 옮겨온 세이가쿠인대의 모든 구성원이 만장일치로 나를 학장으로 맞아줬다.(학장은 한국 대학교의 총장에 해당한다) 새로운 곳에서 맡게 된 새로운 일에 큰 의욕을 갖고 있다.”

-내년 4월부터 5년간 총장 임기를 시작한다. 목표나 계획은 뭔가?
“아직 구체적으로 가다듬지는 못했다. 이 대학은 기독교 정신에 뿌리를 둔 독특한 대학인데, 우선 일본 전국의 학생이 모이는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 한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유학생도 받아들이고 싶다. 한국과 일본의 교류 강화에 기여하는 대학을 만들고 싶다는 게 포부다.”

보통국가의 길은 개헌 아닌 과거사 반성
-지난 7월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는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강 교수는 지난 1월인터뷰에서 일본 헌법을 개정해 ‘전범 국가’가 아닌 ‘보통 국가’로 나아가고자 하는 아베 정부의 구상이 참의원 선거를 기점으로 본격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자민당이 압승했다는 분석은 정확하지 않다고 본다. 득표수를 기준으로 하면 자민당이 지지자를 많이 늘린 것이 아니라 야당이 약했던 것이다. 투표율이 52%대에 그쳤다는 점도 중요하다. 일본 국민의 거의 절반은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건데, 이는 곧 뽑고 싶은 정당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도 이 지점을 정확히 봐줬으면 좋겠다. 다만 일본에서는 그동안 참의원과 중의원의 다수당이 다른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선거로 자민당은 참의원과 중의원을 모두 장악했다. 다음 중의원 선거가 3년 뒤에나 치러질 텐데, 아베 정부가 매우 유리한 정국 운영 조건을 갖춘 것은 사실이다.”

-아베의 ‘레짐 체인지’도 빨라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자민당은 스펙트럼이 넓은 정당이지만, 아베 총리와 생각이 다른 자민당 내 다른 계파 반대가 없다면 레짐 체인지는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 우선 헌법 해석 담당 부처인 내각 법제국 장관 인사 때 이 자리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찬성하는 사람을 앉힌 것은 ‘레짐 체인지’의 포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곧 다른 나라처럼 군대를 보유하고 교전권을 갖는 ‘보통 국가’라면, ‘레짐 체인지’는 보통 국가에 이르는 과정을 즉 헌법개정을 가리킨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헌법 해석을 고치려는 의도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일본 헌법 9조에서는 육해공군 등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 일본 자위대의 전력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막강하다. 일본은 이를 실질적인 군사력으로 인정받아 다른 나라에서 운용하고자 하는 욕망을 품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자는 식으로 헌법 해석을 바꾸자’, ‘지금의 헌법에 따른 자위대의 이름을 국방군으로 바꾸자’ 등의 주장이 나오는 배경은 이런 욕망에서 비롯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이번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헌법 9조의 개정에 앞서 개헌 절차를 규정한 헌법 96조의 개정 공약을 내세웠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 개헌을 위해 헌법 96조부터 먼저 공략하겠다는 것인데, 가능하리라고 보나?
“간단하지만은 않다. 일단 헌법 개정 국민투표 발의에 필요한 참의원 3분의 2를 확보하지 못했다. 여론의 반대도 만만치 않아 국민투표를 통과할지도 의문이다. 물론 과거보다는 개헌을 위한 여건이 좀더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일본이 헌법 개정 등 보통 국가 구상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일 관계는 험악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과 같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가인 독일은 어느 정도 보통 국가라 할 수 있다. 독일이 일본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대규모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비핵보유국 가운데 유일하게) 핵물질(플루토늄)은 물론 핵 재처리 시설과 핵연료 사이클(핵물질 추출·제조 공정) 기술을 갖고 있다. 과거사 청산과 관련해서도 독일은 일본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이웃 나라의 신뢰를 얻었다. 과거사 문제로 한국이나 중국과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은 독일과 다르다. 일본이 보통 국가를 건설하고 싶다면 적어도 역사 문제만큼은 독일을 배워 한국과 일본의 신뢰관계를 구축했어야 했다.”

-일본 정부 각료일부가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15일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다고 한다. 아베 총리도 재임 기간 꼭 야스쿠니에 참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대다수 한국인은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일, 중-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일본 정부 인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미국의 반발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태평양전쟁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은 참배로 한국과 중국, 미국 등 모든 주요 나라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일반적인 종교시설이 아니라 태평양전쟁 전몰자 추도 시설의 기능도 지니고 있다. 일본 국민 가운데에는 야스쿠니 참배가 이런 의미를 갖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 고이즈미 정부 이후 많은 일본 국민은 정부 인사가 8월15일에 맞춰 야스쿠니에 참배하면 한국과 중국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한국전쟁 없었다면 식민지 청산 됐을 것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한-일 양국 간 주요 현안으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위안부 강제동원의 역사를 부정하는 등 문제적 시각을 드러냈다. 심지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1993년)와 침략과 식민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까지 뜯어고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노 담화는 당시 일본 정부의 합의 아래에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발표한 공식 담화였고, 무라야마 담화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의 개인적 입장이 아니라 내각 전체의 견해였다. 무게가 있는 것이었다. 아베 총리는 이를 고쳐 아베 담화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적이 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고노 담화를 수정한다면 예컨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등의 문구를 넣으려고 할 텐데, 이를 바꾸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사 인식은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광복절 68돌을 맞는 한국도 식민지 유산의 청산이라는 과제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닌가?
“일본이 한국 사회에 남긴 식민지 유산은 넓고 깊다. 특히 일본제국주의와 만주국의 인맥이 세대를 거듭하며 한국 사회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들 인맥은 ‘표면적’으로 한국의 압축적인 근대화를 이끄는 구실을 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깊게 남기고 있는데, 그것이 커다란 유산이 되고 있다. 이는 물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도 관련이 된다.”

-식민지 유산의 청산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전쟁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전쟁과 분단이 없었다면 식민지 유산의 청산은 상당히 이뤄졌을 수 있다. 프랑스는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나치 협력자에 대한 청산 작업을 강력히 추진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식민 지배에 이은 전쟁과 분단이 결정적이었다. 식민 지배에 의한 피해를 회복하기에 앞서 대규모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한국 국민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남북분단이 지금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남북관계마저 험악하니 식민지 유산 청산보다 냉전 체제에 입각한 반공주의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었다. 이중의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의 식민지 유산 청산은 앞으로도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지난 7월 한국 정치권에서는 강 교수의 책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에서 나오는 ‘귀태’라는 표현을 둘러싸고 격한 논란이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나?
“귀태라는 용어는 한국과 일본에서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인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좀더 안 좋은 표현으로 통하는 것 같다. 귀태라는 용어를 처음 쓴 사람은 일본의 유명한 작가 시바 료타로였다. 그는 자신의 책 <이 나라의 모습>에서 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의 국권을 빼앗은 시점부터 (전쟁이 끝난) 1945년 8월15일까지를 ‘일본 역사의 귀태’라고 표현했다. 그에게 이 시기는 메이지시대 초기의 상대적으로 건전한 민족주의가 군국주의에 의해 왜곡된 시대였다. 나는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귀태라는 표현을 썼다.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에서 이겨 만주로 진출했는데, 그렇다면 만주국이란 존재는 귀태의 소산이라는 뜻이었다.”

-실제 책에는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전 대통령 등 ‘만주 인맥’을 가리켜 ‘제국의 귀태’라고 표현한 대목도 나온다. 한·일 두 나라에서 ‘유신공화국 부활’, ‘군국주의의 부활’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만주국이란 귀태의 한가운데에서 정치가로서의 기반을 닦은 사람이 기시 노부스케였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다카기 마사오라는 이름으로 만주의 군관학교에서 군인의 길을 걸었다. 두 사람의 청춘이 시작해서 끝난 곳이 만주국이었다.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같은 시기에 두 나라에서 최고 권력자가 됐다는 사실은 우연일 수 있겠지만, 어떤 역사의 인연 같다는 느낌도 든다. 또한 일본에서는 전쟁 이전과 이후에 대해 노스탤지어(향수)와 반성이라는 흐름이 함께 나타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기시 노부스케와 같은 A급 전범이 다시 높게 평가되는 일이 있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거의 유사하게 엿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곳곳에서 ‘박정희 기념 도서관’과 그의 동상, 심지어 그의 부인 육영수씨 생가도 복원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거꾸로 생각하면 그런 현상은 민주화에 대한 한국민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았고, 그에 따른 실망도 컸다는 의미이다. 민주화 열망은 단순히 민주주의의 실현만을 바란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계층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삶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바란 것인데, 현실은 그와는 반대였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소득 수준이 떨어지니 결혼하지 못하는 젊은이도 늘었다. 앞서 말한 식민지 유산, 또 개발독재의 유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의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은 하나의 정치세력을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희생양을 찾는 등 상당히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 창끝이 민주화 세력을 향하고 있다면, 일본에서는 리버럴(자유주의자)로 불리는 세력과 미디어, 재일한국인 등에게 꽂혀 있다. 프랑스에서는 극우파 정치인 장마리 르펜(국민전선 전 대표)이 등장했을 때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나는 좋으냐 나쁘냐를 떠나, 이런 한국과 일본 모두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안보담론이 다른 모든 사회 이슈를 압도하는 현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 사건만 봐도 그렇다. 많은 한국인이 이런 현실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한국의 상황은 어떻게 보나?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의 핵개발이나 공격적 태도가 점점 강하게 부각될수록, ‘국가 안보’는 다른 의제를 압도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이는 국가주의로부터 벗어나는 걸 어렵게 하는데, 여기서 무력감과 폐색감(꽉 막힌 기분을 뜻함)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넘어선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다. 주류 언론의 폐해가 상당히 크고, 여러 대안 언론의 역량은 아직 미약하다. 시민사회도 안보지상주의에 물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쉬운 해법은 있을 수 없다. 다만 남북관계에 대한 해법은 남과 북 두 나라만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주변국과의 다자간 협력의 틀 속에서 논의돼야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안보지상주의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남북문제를 남북관계로만 접근해서는 풀기 어렵다.”
< 도쿄 정남구 특파원·최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