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경연… “혁신 끝이없다”

● 토픽 2015. 1. 16. 20:03 Posted by SisaHan

CES 2015 르포

키워드는 사물인터넷 IoT
다양한 드론 등장 확산 예고
획기적 스마트카 기술도 눈길

매년 새해 초 미국의 사막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 Show: 1월6일~9일)는 전세계 주요 가전 및 정보통신기술(ICT)업체가 총집결해 기술력을 겨루는 무대다.
원래는 TV와 냉장고 등 소비자 가전 중심의 전시회였지만 이제는 사물인터넷과 모바일, 웨어러블은 물론 3차원(D) 프린터와 드론(무인항공기), 로봇, 센서에 이르기까지 첨단 기술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혁신의 무대로 자리잡았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가전협회(CE A) 개리 샤피로 회장은 “CES 2015에 는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350여개를 비롯해 모두 3천6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 키워드는 ‘사물인터넷(IoT)’
이번 CES를 하나로 묶어주는 키워드는 사물인터넷이었다. TV 등 기존 소비자 가전과 이를 결합한 스마트홈, 자동차, 웨어러블 등 모바일 디바이스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을 사물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IoT는 이제 하나의 기술을 넘어 우리 미래를 규정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 윤부근 대표를 비롯, 인텔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회장, 포드의 마크 필즈 회장과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다임러 AG의 디터 제체 회장까지 기조연설을 통해 개방과 협업, 연결성과 이동성, 자율주행자동차 등에 대한 IoT의 큰 틀 아래 자사의 전략 방향을 밝혔다.


◇ 한국 주도 동북아 3국 ‘가전의 미래’ 주도
전통적으로 가전이 중심인 만큼 CES의 주연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과 소니와 파나소닉과 같은 일본기업, 이들을 매서운 기세로 추격하는 중국업체들이었다.
TV시장의 최강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메인무대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메인홀에 각각 2천600㎡와 2천44㎡ 크기의 대형 전시관을 열었다. 삼성전자가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과 앞선 화질 기술로 탄생한 SHUD TV를 최초 공개했고 LG전자는 올해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대중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다양한 크기(77·65·55인치형)와 디자인(가변형·곡면·평면)의 제품군을 선보였다. 소니나 파나소닉, 중국의 하이얼과 하이센스, 창홍, TCL 등도 UHD(초고해상도) TV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한국을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 “드론이 CES를 침공했다“
이번 CES에서 가장 독특한 전시품으로 꼽히는 제품은 드론이다.‘군사용’이라는 옛 이미지를 벗고, ‘상업용’의 가능성을 높였다. 드론은 올 전시회의 주제인 ‘빠른 혁신: 파괴할 것인가, 파괴당할 것인가’에 가장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USA 투데이는 ‘드론이 CES를 침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행사에선 중국 DJI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한국 등 여러 나라 업체들이 드론을 출시했다. 선두 주자로 꼽히는 DJI는 초고화질(4K) 카메라를 장착한 ‘인스파이어 1’(2899달러)과 ‘스프레딩 윙스 에스1000+’(6000달러)를 선보였다. 360도 회전카메라로 허공에서 주변의 모든 사물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영국 자노는 플래시 내장 카메라가 장착됐는데도 무게가 55g에 불과한 초소형을 선보였고, 프랑스 패롯은 초고화질(Full HD)과 위치인식기능(GPS)을 갖춘 ‘패롯 비밥 드론’을 내세웠다. 한국의 바이로봇은 완구용 ‘드론 파이터’를 출품했다.
관련 제조업체가 늘어나는 것은 풍부한 가능성 때문이다. 전미가전협회(CEA)는 올해 상업용 드론 시장 규모가 지난해에 견줘 55% 증가한 1억3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히 한계는 엿보였다. 가장 관심을 끈 DJI의 인스파이어 1의 비행시간이 18분으로 짧고, 리모콘으로 제어할 수 있는 거리는 2㎞에 지나지 않는다. 또 드론이 늘어나면 충돌 우려도 나온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2018년까지 7000대의 드론이 허공을 활주할 것으로 예상돼 공중교통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 스마트카 경연장 된 CES
이번 CES는 마치 모터쇼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수많은 자동차를 전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벤츠와 아우디, BMW 등 독일 3사를 비롯해 포드, 쉐보레 등 미국 업체, 도요타와 현대차 등 일본과 한국의 완성차업체까지 총 출동해 선진 자동차 기술과 스마트카 전략을 함께 선보였다.
BMW와 벤츠, 포드 등은 무인주행 자동차와 기술을 선보였고 현대차 등 다른 업체들은 강화된 안전기술을 공개했다. 눈에 띄는 경향 중 하나는 완성차업체들이 기존 터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음성과 제스처로 작동하는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시스템(아래사진)을 앞다퉈 내놨다는 점이다. 음성인식 기술 기반의 포드의 ‘싱크3’, 제스처에 따라 반응하는 폴크스바겐의 ‘골프 R 터치’가 대표적이다.


◆ 웨어러블·3D·로봇·센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차로 10분 가량 떨어진 샌즈 엑스포에는 테크 이스트 전시장이 자리잡았다. 지난해보다 두 배이상 커진 전시공관에 30여개 업체가 참여한 3D 프린팅 관련 업체의 부스는 산업용으로만 활용되던 3D 프린팅이 대중화의 길목으로 접어드는 경향을 반영했다.
IoT의 핵심 기술요소 중 하나인 센서 테크놀로지를 보유한 업체들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것들을 현실화해 눈길을 끌었다. 센싱이란 제스처나 음성, 동작, 눈빛 등을 인식해 기기를 작동시키는 기술이다. IoT 시대를 맞아 다양한 기기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센싱 기술이 필수적이다.
휴머노이드부터 청소기까지 다양하게 전시된 로봇도 영화 속 로봇이 어느덧 우리 실생활 곁으로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줬다.
손목에 차는 스마트 워치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안경이나 목걸이처럼 활용하는 기기에서 몸에 붙이는 건강보조 기기까지 획기적인 웨어러블의 진화도 확인할 수 있었다.



10년내 ‘창문없는 비행기’ 나온다

● 토픽 2014. 12. 4. 15:10 Posted by SisaHan

천장 벽이 온통 OLED 스크린… 하늘풍경 ‘파노라마’로


몇 년 뒤에는 고도 1만 미터의 비행기 안에서 조그만 창문 대신 비행기 천장을 뒤덮은 화면을 통해 바깥 하늘 세상을 맘껏 구경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미래의 항공여행 수단으로 창문 없는 비행기 개발 구상이 올해 들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정부 출연기관인 프로세스혁신센터(CPI=Centre for Process Innovation)는 지금과 같은 창문을 없애고 기체 천장과 벽 전체에 걸쳐 고해상도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곡면 스크린을 설치한 여객기 디자인을 공개했다.

신개념 여객기 어디까지?
스크린에는 비행기 외벽에 장착한 파노라마 카메라들이 촬영한 외부 풍경이 펼쳐져, 탑승객들은 아무런 시야 방해 없이 비행기 주변의 하늘과 땅 풍경을 360도 파노라마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이 스크린은 터치스크린 컴퓨터로 쓸 수도 있다. 창쪽 좌석에 앉은 승객들은 스크린을 터치해 인터넷을 하거나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 개인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또 안쪽 좌석에 앉은 승객들은 자신의 앞쪽 좌석 등받이에 내장된 스크린을 이용해 다양한 영상들을 즐길 수 있다. ‘창문 없는 비행기’는 아직 디자인 단계에 있다. 그러나 센터 관계자들은 10년 안에 이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비행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스크린은 승객들의 엔터테인먼트 용도 말고도 부드러운 기내 조명을 제공해주는 역할도 한다. 또 일출, 일몰에 맞춰 조명 패널의 색상을 조절해줌으로써 승객들이 시차에 따른 피로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스크린을 설치한 목적이 승객들의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더 실질적인 목적은 비행기의 무게를 줄여 운항에 들어가는 비용을 덜어보자는 데 있다. 지금의 창문을 얇은 디스플레이로 바꾸면 벽 두께가 얇아져 그만큼 무게도 가벼워진다. 비행기 동체의 무게가 줄어들면 연료가 절감될 뿐 아니라 유해한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든다. 이는 항공요금을 더 낮출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다.

벽이 얇아지는 만큼 좌석 공간에도 좀 더 여유가 생긴다. 1석4조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CPI 쪽은 비행기 무게를 1% 줄이면 연료 소비량을 0.75%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운항하는 비행기 총중량의 80%는 비행기 동체와 연료이고, 나머지 20%만이 승객과 화물 무게에 해당한다.
CPI는 약 5년 뒤에는 실제 비행기에 장착할 수 있는 OLED 스크린을 개발해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 북동부 더럼주 세지필드에 있는 이 센터는 10년 전 영국 정부가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출범시킨 고부가가치발진(High Value Manufacturing Catapult) 프로젝트의 한 멤버이다.
앞서 프랑스의 테크니콘 디자인(technicon Design)도 지난 8월 창문 없는 비행기 디자인을 선보였다. ‘익시온’(Ixion)이라는 이름의 이 비행기는 자가용 비행기를 겨냥한 콘셉트로, 좌석을 매우 널찍하게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동체와 날개에 카메라를 달아 비행기 천장과 내벽을 뒤덮은 디스플레이에 비행기 바깥 풍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점에서 CPI의 디자인 콘셉트와 일치한다.


다만 익시온은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 여기서 얻는 에너지로 디스플레이에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익시온은 영국의 한 유명 디자인 매거진이 주는 ‘2014 국제요트항공상’(International Yacht & Aviation Awards)에서 외부디자인부문상을 받았다.
또 지난 2월엔 미국 보스턴의 엔지니어링업체인 스파이크 에어로스페이스(Spike Aerospace)는 현재 개발중인 초음속 자가용 제트기 ‘S-512’에 창문 없는 디자인을 적용해 발표했다. 일반적인 여객기가 시속 567마일 속도로 비행하는 데 비해, 이 초음속 제트기는 시속 1700~1900㎞(1060~1200마일, 마하 1.4~1.6)의 속도로 날아간다고 한다. 이렇게 더 빨리 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엔진과 기체를 개선한 덕분이지만 창문을 없앤 것도 속도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고 회사쪽은 밝혔다. 회사쪽은 “창문은 비행기 동체를 설계하고 만드는 데 큰 골칫거리였다. 왜냐하면 창문을 만들려면 그것을 지탱해줄 추가 구조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행기를 더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스파이크의 초음속 제트기는 18명의 승객을 태우고 최고 시속 2200㎞(1370마일, 마하 1.8)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보통의 자가용 제트기보다 두배나 빠른 것으로, 이 속도로 비행할 경우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출발해 도쿄까지 6시간만에 도착한다. 회사쪽은 앞으로 4년 후인 2018년 12월부터 창문 없는 초음속 자가용 제트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쪽이 예상하는 시판 가격은 7400만 달러(약 777억 원).
창문 없는 비행기는 탑승객들에게 마치 하늘을 나는 양탄자에 앉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하늘에 둥실 뜬 느낌이 들어 공포감에 떨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비행기를 타려면 안전벨트만큼은 단단히 조여매야 할 듯싶다.
< 곽노필 기자 >


막을 수는 없다, 대비는 가능하다

● 토픽 2014. 11. 18. 17:38 Posted by SisaHan

음습한 도청의 세계… 어떻게 차단하나?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의 생활은 훨씬 편리해졌지만 남이 나의 이야기를 엿들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함께 커졌다. 통화나 대화의 내용을 가로채는 ‘도청’ 때문이다. TV 드라마에서는 비밀이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탁 트인 공원 벤치를 찾아 정보를 교환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집전화나 휴대전화가 아닌 공중전화로 통화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이렇게만 하면 외부로부터의 도청을 막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오’다. 기술은 가만히 멈춰 있지 않고 발전을 계속하므로 어떠한 방법도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늘은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하더라도 내일이면 또 다른 기술이 등장할 것이다. 게다가 도청은 당사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대비할 여유를 가지기가 어렵다.

조심성과 더불어 2중, 3중 다각적 방비책 갖추는 것 뿐

도청을 차단하기 위한 방법은 많다. 전파도 레이저도 통과할 수 없도록 수십 센티미터 두께의 납을 상자처럼 만든 방에 들어가면 된다. 그러나 정상적인 활동도 불가능하다. 외부와 연락을 하려고 통신망을 구축하는 순간부터 또 다시 도청의 위험에 노출된다. 도청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조심성과 더불어 2중, 3중의 다각적인 대비책을 갖추는 것이다.

▶파악에서 방지까지 다단계의 대비책을 실행하라
도청 대비책은 파악 → 점검 → 탐지 → 처리 → 방지의 5단계로 나누어 진행한다. 현존하는 도청 기술을 파악하고 자신의 취약점을 분석한 후 주변을 탐지해 도청장치를 처리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순서다.
첫 번째 단계로는 현재 어떠한 도청 기술이 존재하는지 ‘파악’한다. 도청은 크게 직접도청, 유선도청, 무선도청, 인터넷도청, 원격도청으로 나뉜다. 직접도청은 사람의 몸이나 특정 물건에 마이크를 부착시켜 음성대화를 녹음 또는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방식은 간접도청이라 불린다.
간접도청 중 유선도청은 통신선으로 연결된 유선전화의 내용을 가로채며 가정, 사무실, 기업과 같은 정해진 장소의 정보를 빼낼 때 이용한다. 무선도청은 휴대전화 또는 무전기 등 암호화되지 않은 주파수를 이용하는 통신매체를 공격한다.
 
인터넷도청은 음성통화가 아닌 컴퓨터나 전자기기를 통해 오가는 정보를 탈취해 해독하는 방식이다. 컴퓨터에 악성프로그램을 심어 직접 빼내거나 무선인터넷의 전파를 들여다보며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기도 한다. 휴대전화를 놓고 나왔다며 남에게 잠시 빌리고 도청용 프로그램을 심는 사례도 있으므로 모르는 사람에게는 개인 스마트폰을 건네주지 않는 것이 좋다.
원격도청은 통신망이 연결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대화나 정보를 빼내는 기술로 최근 개발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는 적외선 레이저를 발사해 음파의 변화를 측정하는 원격 음성도청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레이저를 5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도청 여부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한편으로 컴퓨터의 본체와 모니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감시하는 원격 영상도청도 있다. 템페스트(TEMPEST)라 불리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레이저 도청처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목표 위치의 모니터 화면을 그대로 재생시킬 수 있다. 내 화면에 뜨는 모든 내용이 길 건너 사무실에서도 동시에 나타난다는 뜻이다.
 
결국 어디에서 대화를 나누든 어떠한 통신매체를 이용하든 도청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기술들이 개발된 만큼 이미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내가 가진 정보의 값어치를 기준으로 실행 가능한 도청 기술의 범위를 좁힐 수는 있다. 별 것 아닌 정보를 캐내기 위해 고가의 장치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로는 내가 사용하는 방식에 어떠한 취약점이 있는지 ‘점검’한다. 집이나 사무실의 유선전화는 도청이 용이하므로 민감한 내용은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 좋다. 암호화돼 있지 않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무선장치도 마찬가지다. 휴대전화는 일반인들이 도청하기 어렵지만 특수장비를 사용한다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비밀번호 등 중요한 사항은 음성이 아닌 글자로 전송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
 
악성프로그래밍이 설치돼 있다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두 도청의 위험이 있다. 컴퓨터용 백신이나 탐지 프로그램을 실행해서 누군가 내 정보를 빼내지 않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때는 공유기에 반드시 비밀번호를 설정하되 보안등급이 높은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1234 또는 abcd처럼 단순한 비밀번호를 사용하면 낯선 사람이 접속해서 나의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 문자와 숫자를 섞어서 설정하는 것이 좋지만 너무 복잡하면 다른 곳에 글자로 적어두었다가 노출될 수 있다. 개인적인 추억이 얽혀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문자와 숫자를 하나로 뒤섞어 결합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도둑은 잠시 지체시킬 뿐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세 번째 단계로는 나의 주변에 도청장치가 있는지 ‘탐지’한다. 직접도청 여부를 알아낼 때는 레이더를 활용한 전파탐지기를 이용한다. 특정한 전파를 발사해서 벽이나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신호만을 감지하는 것이다. 특히 전자제품에 쓰이는 반도체를 검출하는 전파를 발사하면 벽 뒤에 카메라나 마이크가 있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레이더가 아닌 엑스선을 이용하기도 한다.
유선도청에 대해서는 기기가 주고받는 전자신호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다른 곳으로 정보가 새지 않는지 점검한다. 무선도청 여부를 알아내려면 주파수 탐지기를 이용해 현재의 위치에서 오가는 모든 주파수를 스캔해 도청장치에 전달되는 신호를 찾아낸다. 인터넷도청에 대해서는 인터넷망에 연결된 기기 자체를 점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네 번째 단계로는 장치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무력화시켜 ‘처리’한다. 유선도청이나 무선도청을 막을 때는 암호로 이루어진 비밀코드를 부여해 음성을 변조시키는 비화기(통신 기기에서 나오는 전송 신호를 다른 사람이 해독하지 못하도록 암호화하는 장치)를 장착한다. 메시지를 받는 쪽에서도 비화기를 설치해야만 암호화된 내용을 풀 수 있으므로 비화기의 내부 코드가 누설되지 않는 한 웬만큼의 방어는 가능하다.
인터넷도청은 좀 더 복잡하다. 수많은 정보가 동시에 다량 전송되기 때문에 그 중에서 도청 신호만을 골라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점검 프로그램(안랩 V3, 네이버 백신, Microsoft Security Essentials 등)을 설치하고 중요한 정보는 암호화된 이메일로 보내는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프로그램은 보안에 취약하므로 비밀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중고로 구입한 스마트폰에서 이전 주인의 사진이나 메신저 대화내용을 복원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다. 이 때문에 기업과 기관에서는 업무 전용 스마트폰을 지급하고 반납된 기기는 완전히 파쇄한다.
 
원격도청은 특수장비를 갖춘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서 막아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해외순방 때마다 도청 방지용 특수천막을 설치해 회의를 진행한다. 
마지막 단계로는 앞의 단계를 주기적으로 반복해 도청 위험을 ‘방지’한다. 방지 기술이 발전하면 금세 새로운 도청 기술이 등장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막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남이 캐낼 만한 가치가 있는 정보는 음성통화나 메신저 대화를 통해 이야기하지 않고 파일로 작성해 별도의 암호를 걸어 전송하는 것을 추천한다.
도둑을 막는 완벽한 방법은 없다. 다만 여러 겹의 자물쇠를 채워 시간을 지체시킬수록 발각되거나 체포될 확률도 높아지므로 도둑의 침입을 줄일 수는 있다. 이렇게 보안이 강화될수록 주인의 생활도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귀찮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보안장치를 허술하게 해놓아서는 안 된다. 컴퓨터를 켤 때나 인터넷 접속할 때 사용하는 비밀번호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주고받을 때는 다단계의 보안 대책을 반드시 거쳐야 후회가 없다.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

 

새싹들의 진한 친구사랑‥

5년간 꼴찌만한 친구위해
4명이 기다렸다 함께 골인
손잡고 모두 1등 감동가득

한국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는 5일 “초등학생한테도 배울 것이 있더군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아이디 ‘테라바다’가 한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에서 6학년생 5명이 달리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 보통 달리기 시합과는 다르다. 초등학생 4명이 키가 작고 덩치가 큰 학생과 함께 나란히 손을 잡고 뛰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트랙 가장 안쪽의 키가 작은 학생은 5년 동안 달리기에서 꼴찌를 도맡아왔다고 한다. 나머지 네 명은 초등학교 마지막 운동회를 앞두고 늘 꼴찌만 하던 친구를 위해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30여 미터를 달려 나간 뒤 멈춰서 꼴찌로 달려오던 친구에게로 향했다.
이들 네 명은 꼴찌인 친구 손을 잡고는 함께 달려와 나란히 결승선을 끊으면서 모두가 1등을 했다. 꼴찌로 트랙을 달리던 학생은 친구들의 손길에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사진은 그 순간을 담고 있다.
 
테라바다는 “이 세상은 피라미드 구조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모두가 1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글을 맺었다.
자신을 사진 속 학생(맨 오른쪽)의 큰누나라고 밝힌 글쓴이는 6일 이 글에 댓글을 올리면서 “제 동생은 연골무형성증이라는 지체장애6급”이라며 “쉽게 말하면 키가 작은 사람”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동생에게) 매년 상처가 되는 날이 생긴다”며 “바로 가을운동회, 특히 달리기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점 더 벌어지는 친구들과의 격차. 한번은 운동회 당일 아침에 가기 싫다고 하는데 그게 왜 이리 마음이 아프던지”라고 말했다.
글쓴이는 “하지만 올해 6학년 운동회 때는 같은 조 친구들이 뒤에 있는 동생에게 모두 달려와 손을 잡고 일렬로 다같이 결승선을 넘었다”며 “동생, 저희 가족, 선생님들, 학부모들 모두가 놀랐고 동생과 저희 가족은 엉엉 울었다”고 말했다.
사진 속 아이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진짜 훈훈하네요”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1등이 된다.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네요” 등과 같은 반응과 함께 감동을 받은 사진을 게시판에 올려 놓았다.
< 정혁준 기자 >



신혼색시가 택한 삶의 종말‥

말기 암 6개월 시한부 삶
고통대신 존엄사 앞두고
삶의 가치 즐기라 눈물조언

말기암으로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면 어떻게 할까? 미국의 29살 새색시인 브리트니 메이나드가 말기암의 고통스런 죽음 대신 약을 먹고 편안히 눈을 감는 ‘존엄사’를 선택하고, 심경을 ‘브리트니 재단’ 홈페이지(http://www.thebrittanyfund.org)에 동영상으로 올리면서 세계인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2012년 결혼한 메이나드는 최근 남편의 생일인 10월30일의 이틀 뒤인 11월1일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먹고, 남편과 부모,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배경으로 남편과 함께 살았던 침대에서 죽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리트니는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존엄사에 대한 확대를 주장하는 ‘연민과 선택’(Compassion and Choices) 단체의 도움으로 자신의 심경을 필름에 담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100살 시대라고 하지만 많은 이들은 죽음을 앞두고 병원의 인공적인 생명연장 장치에 의존해 항생제를 투입받으며 의미없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2012년 결혼한 새색시 메이나드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사 대신 존엄사를 택했다. 악성 뇌종양 말기암 환자로서 고통 속에 삶을 연명하는 것보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담담하게 최후를 맞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메이나드는 올해 1월 심한 두통 증세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 진단을 받았고, 추가 검사에서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악성 뇌종양이 환자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음으로 몰고간다는 얘기를 듣고 스스로 최후를 결정하기로 했다. 당장 거주지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오리건주로 옮겼다. 오리건주는 1994년 ‘존엄사법’(Dead with Dignity Act)을 제정한 미국의 5개 주 가운데 하나다. 오리건을 비롯해 워싱턴, 몬태나, 버몬트, 뉴멕시코주가 존엄사법을 제정해 놓고 있다.
 
존엄사는 의사가 약물을 환자에게 투입하는 ‘안락사’(euthanasia)와는 다르며, 조건은 △6개월 이하의 말기 시한부 환자 △2차례 구두 신청과 2명의 증인 △2명 이상의 의사에게 진료 및 상담 등이다. 외신은 1997년 이후 1170명 이상이 이러한 존엄사 처방을 받았고, 이 가운데 절반 이하가 실제 실행에 옮겼다고 전했다.
 메이나드는 자신의 존엄사와 관련해, “절대 자살이 아니다. 나는 살고 싶었지만 아직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영상에서 “옐로스톤과 알래스카 등 많은 곳을 여행했다. 죽기 전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그랜드 캐니언에 가보고 싶다”며 아쉬움을 말했다. 또 “삶을 반추하고 가치있는 것들을 놓치지 말고 오늘을 즐겨라”고 했다. 
< 김창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