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캐나다가 미국 기업을 상대로 디지털세를 부과한다는 이유로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캐나다가 미국의 기술 기업들에 디지털 서비스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면서 "이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공격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 지독한 세금 때문에 우리는 이로써 캐나다와 모든 무역 대화를 즉각적으로 종료한다. 우리는 캐나다가 미국과 사업을 하기 위해 내야 하는 관세를 향후 7일 내로 캐나다에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이 캐나다에 관세를 얼마나 부과할 것인지를 묻자 "캐나다는 지난 몇년간 매우 다루기 힘든 국가였다"며 "우리는 모든 카드를 갖고 있다. 우리는 나쁜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다. 경제적으로 우리는 캐나다에 대해 매우 큰 힘을 갖고 있지만, 이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유럽을 따라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 그래서 그들이 행동을 바로잡을 때까지 모든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며 "캐나다는 그 세금을 철회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모든 카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우리는 캐나다와 많은 사업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다. 그들은 대부분의 거래를 우리와 한다"며 "그런 상황에서는 상대방을 더 잘 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디지털세 협상에 진전이 있지 않은 한 7일 내로 캐나다가 미국에 제품을 수출할 때 내야 하는 관세를 일방적으로 통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의 디지털 서비스세는 기업의 온라인 장터, 온라인 타깃 광고,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용자 정보와 관련된 매출에 3% 세금을 부과한다.
연간 글로벌 매출이 7억5천만 유로를 넘는 기업 중 캐나다에서 올리는 디지털 서비스 매출이 2천만 캐나다 달러 이상인 경우가 과세 대상이다.
다국적 기술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도 조세회피 수단을 이용해 막상 서비스를 판매하는 국가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디지털 서비스세가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같은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을 겨냥해 일방적으로 부과되는 차별적인 관세라고 주장하며 다른 나라의 디지털세에 관세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 연합 김동현 박성민 특파원 >
GDP 2% 지출 목표, 계획보다 5년 앞당겨 내년 초 달성 “미국에 투자해서는 안 돼…지나치게 의존적”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제니 캐리넌 국방참모총장, 데이비드 맥긴티 국방부 장관과 함께 9일(현지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군 시설인 ‘포트 요크 아머리’에서 국방과 안보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토론토/로이터 연합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내년 초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군사 지출 방침인 국내총생산(GDP) 2% 목표를 충족하고 미국에 대한 국방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AP 통신 등은 카니 총리가 9일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토론토대학교와 군 시설 등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나토 회계 담당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캐나다는 기존 목표였던 2030년보다 5년 앞당긴 이번 회계연도(올해 4월~2026년 3월) 안에 나토의 군사지출 목표인 국내총생산(GDP)의 2%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나토는 캐나다가 국내총생산의 1.45%를 군사 예산으로 지출하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또 미국에 대한 군사적 의존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군사 시설과 장비는 노후화되어 군사 대비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잠수함 4척 중 항해에 적합한 것은 단 1척 뿐이고 해상 함대와 육상용 차량의 절반은 가동되지 않는다. 나아가 우리는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나다는 더이상 국방비 지출의 75%를 미국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신형 잠수함, 항공기, 함정, 무장차량, 포병뿐 아니라 해저와 북극을 감시하는 신형 레이더, 드론, 센서에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프랑스어로 “우리는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냉전 시대와 그 이후 수십년 동안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라고 말했다. 또 “이제 미국은 패권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 접근에 요금을 부과하고 우리의 집단 안보에 대한 상대적 기여를 줄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카니 총리는 세계가 전환점에 와 있으며 캐나다 스스로 길을 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올해 약 90억캐나다달러(8조9천억원)의 예산을 국방비로 추가 투입하고 캐나다 해안경비대를 군에 편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공영방송은 신병 모집을 늘리고, 현역 군인의 급여를 인상하는 등의 지출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며 캐나다를 자극해왔다. 카니 총리는 반트럼프 기조를 내걸어 지난 4월 말 총선에서 승리했다. 캐나다는 유럽에서 전투기를 포함한 방위 장비 구매 확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니 총리는 지난달 27일 캐나다공영방송(CBC)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의 방위 계획에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럽에서 이달 14~25일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이달 15~17일 캐나다 앨버타에서 세계 정상들이 참석하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다. < 최우리 기자 >
캐나다 순방 중인 찰스3세 영국 국왕이 27일 제45회 캐나다 의회 개원식에서 ‘왕좌의 연설’(the Speech from the Throne)을 하고 있다. 오타와/로이터 연합
캐나다의 국왕이기도 한 찰스3세 영국 국왕이 27일 캐나다 연방의회 개원식에서 캐나다의 자결권을 강조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연설했다.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편입시키겠다고 압박해 온 미국에 맞서, 간접적으로 캐나다에 힘을 실어주는 정치적 행보로 풀이된다.
찰스3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의 연설 곳곳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국제 무역 질서가 흔들리고 캐나다 경제가 위협받는 데 대한 우려가 짙게 묻어났다. 그는 “오늘날 캐나다는 중요한 순간에 직면해 있다. 민주주의와 다원주의, 법치주의, 자결권, 자유는 캐나다인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이며 정부가 반드시 보호하겠다고 다짐하는 가치들”이라며 “완벽하진 않아도 수십년간 캐나다에 번영을 안겨 준 개방형 세계무역구조가 변화하고 있고, 캐나다가 동맹들과 맺어 온 관계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찰스3세는 “많은 캐나다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도 “쇄신의 기회”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큰 경제 변혁을 시작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인은 어떤 대륙도, 어떤 외세도 빼앗을 수 없는 더 큰 가치를 스스로에게 줄 수 있다” “캐나다의 가치에 충실함으로써 캐나다는 모든 캐나다인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동맹과 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캐나다는 국제 협력과 자유로운 상품·서비스·사상의 교류를 신뢰하는 뜻을 함께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구축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그는 “정부는 캐나다 군대를 재건, 재무장 및 재투자하여 캐나다의 주권을 보호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캐나다는 공식적으로 영연방 소속이지만, 국왕이 직접 캐나다 의회 개원 연설을 맡은 것은 이번이 역대 세번째일 정도로 드물다. 197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한 이후 약 50년 만이다. 보통은 국왕을 대리하는 ‘총독’이 대독한다. 연설문은 카니 총리실에서 작성했으나 찰스3세가 승인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연설은 미국과의 무역 및 안보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시도 의지를 담은 동시에 미국에 대한 경제적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카니 총리의 계획도 강조됐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왕립 기마경찰대가 27일 캐나다 상원으로 향하는 찰스3세 국왕을 호위하고 있다. 오타와/AP연합
찰스3세와 카밀라 왕비의 방문 일정은 26~27일 이틀에 불과했으나, 캐나다 정부는 최고의 의전으로 국빈을 예우했으며 사람들의 환영 열기도 뜨거웠다. 27일 국왕이 탄 마차가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상원 건물 앞에 이르기까지, 백파이프와 북을 연주하는 군악대가 행진했고, 스물 여덟마리 말에 탄 왕실 기마경찰대가 호위했다. 상원 앞에선 붉은 제복을 입은 100명의 의장대가 영접했으며 21발의 예포가 발사됐고, 캐나다 왕립 공군 전투기는 하늘을 가르며 축하 비행을 펼쳤다. 환영하러 나온 시민은 “현재 미국 정부의 행태를 보자하니, 캐나다인으로서 정체성을 지지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날 환영식엔 퇴임한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모습을 보였다.
캐나다가 찰스3세 방문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평소 영국 왕실에 매료돼 있다고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노림수다. 엘리자베스 맥켈런 토론토대 정치학 교수는 “캐나다가 영연방이라는 사실을 이번 국왕 방문을 통해 트럼프가 인식했으면 하는 희망이 존재한다”며 “많은 캐나다 국민이 국왕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으며, 올 초 버킹엄궁에 (캐나다를 상징하는) 단풍나무를 심기로 한 상징적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고 시비에스(CBS)와 인터뷰에서 분석했다. 캐나다에선 왕실이 ‘미국과 다른 캐나다의 정체성’을 상징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과거 주춤했던 군주제 지지 여론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여전히 캐나다를 미국에 합병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미주 대륙을 감쌀 미사일방어망 ‘골든돔’ 구축 계획에 캐나다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한푼도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만약 그들(캐나다)이 별도 국가로 있는다면 610억달러(약84조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정유경 기자 >
찰스3세가 27일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상원에서 제45회 캐나다 의회 첫 회기 개회를 위한 행렬을 이끌고 있다. 오타와/AFP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