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려는 산업은행의 시도는 3년 만에 또 다시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두 기업 간 기업결합을 금지한다고 13일(현지시각) 밝혔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부를 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지 3년 만이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시정방안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예측됐던 결과다. 무조건부 승인이 나오는 경우를 제외하면, 유럽연합의 기업결합 심사는 기업이 낸 시정방안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기업의 시정방안 이행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을 내주는 식이다. 다만, 시정방안으로도 경쟁제한성이 해소되지 않거나 현대중공업그룹처럼 시정방안을 아예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는 금지 결정이 나올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구조적 조치를 동반하면 인수 자체가 의미없다고 판단해 시정방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찍부터 업계에서는 유럽에서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두 기업 간 기업결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선주들인데, 유럽에 전통적인 해운 강자들이 집중돼 있는 탓이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산 점유율은 60% 수준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두 기업의 기업결합을 승인할 경우 결과적으로 액화천연가스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높았다.
이로써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무산이 사실상 확실시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결정에 대한 유럽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소송 제기는 집행위 결정 후 두 달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이재연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해외유입 차단을 위해 20일부터 입국 전 사전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 제출기준을 출국일 ‘72시간 이내’에서 ‘48시간 이내’로 강화한다. 대중교통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모든 입국자는 자가 차량 또는 방역 택시·방역 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해야 한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13일 오후 브리핑에서 “최근에 해외유입 확진자가 증가세에 있다. 오미크론 변이 국내 검출률도 증가세로, 해외유입 관리 강화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최근 해외유입 확진자 수는 12월 2주 200명에서 477명(12월 4주), 1326명(1월 1주)으로 크게 늘었다.
먼저 국내 입국자에 대한 사전 PCR 음성확인서 제출기준을 오는 20일부터 ‘48시간 이내’로 강화한다. 현재 출국일 기준 72시간 이내에 실시한 검사 결과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 이후 감염되는 확진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처다.
입국 뒤 이동할 땐 자차 또는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진 방역 교통망을 이용해야 한다. 대중교통 동승자를 통한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방역 버스·방역 열차·방역 택시 등이 활용된다. 방역 버스는 하루 운행횟수를 총 78회에서 89회로 늘리고, 기존 방역·방역 택시 등도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필요하면 케이티엑스(KTX) 전용칸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확진자 3명 이상이 탑승하는 항공편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서킷 브레이커도 계속 발동한다. 서킷 브레이커에 걸리면 국내 입국 항공편 운항에 일주일간 제약을 받게 된다. 정기노선의 경우 좌석점유율을 60% 이내로 제한하고, 부정기 노선은 운항 인가를 불허한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미국, 베트남 등 11개국, 16개 노선 대상으로 총 24회 서킷 브레이커가 적용됐다.
입국자의 동거 가족이 있는 경우 제공하는 안심 숙소도 지자체별로 확충토록 권고했다.
한편 이날 방역 당국은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이 “짧은 간격 내에 반복적으로 백신을 맞으면 면역체계가 악화할 수 있다”고 평가한 데 대해, 3차 접종까지는 문제없다는 대답을 내놨다. 김기남 반장은 “(유럽의약품청은) 3차, 4차 접종의 문제라기보다, 추후 지속해서 엔(N)차 접종을 아주 짧은 주기로 가져가는 부분이 면역체계에 부담될 수 있다는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등 각국이 3차 접종을 가속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며 “4차 접종에 대비는 하되, 현재 집중해야 할 것은 3차 접종대상에 대한 신속한 접종 추진”이라고 덧붙였다. 안태호 기자
수백억원대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12일 오전 선고 공판을 앞두고 전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스타항공 전 대주주인 이상직(59·전북 전주을·무소속) 의원이 법정구속됐다.
전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강동원)는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의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기업의 총수로서 이스타항공과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기업을 사유화했다. 그런데도 범행을 부인하고 책임을 부하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해규모가 거대하고 수사과정에서 증거인멸 행위를 한 점 등 죄질도 좋지 않다. 일반 사람들은 몇천만원만 횡령하더라도 구속된다.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기에 재판부로서 인간적으로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지만 보석 취소 결정을 내린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2015년 11~12월 540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 520만주를 자녀들이 주주로 있는 이스타홀딩스에 저가 매도해 이스타항공에 430억여원의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로 인해 이 의원이 딸이 대표로 있는 이스타홀딩스는 112억여원의 이득을 얻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또 2016∼2018년 이스타항공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 가치를 임의로 상향 또는 하향 평가하고 채무를 조기 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열사에 56억여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과 그 계열사를 실소유하면서 회삿돈 53억여원을 빼돌리고 이 돈을 친형의 법원 공탁금, 딸이 몰던 포르쉐 보증금·렌트비·보험료, 해외 명품쇼핑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횡령·배임 금액을 555억원으로 산정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금액을 약 70억원으로 봤다. 앞서 이 의원은 이런 혐의로 지난해 4월28일 구속됐다가 184일 만인 그해 10월28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한편 재판부는 공범으로 기소된 이스타항공 재무팀장으로 일했던 이 의원 조카에게 징역 3년6개월, 최종구 이스타항공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공동 피고인 4명에게도 징역 6월~2년에 집행유예 2∼3년이 선고됐다. 박임근 기자
지난 2018년 5월1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서울 강서경찰서에 ‘물컵 갑질’ 논란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 3세인 조현민 ㈜한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4월 이른바 ‘물컵 갑질’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조 부사장은 2019년 6월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한 뒤 3년도 채 되지 않아 사장 자리에까지 올라섰다. 기업 가치를 훼손한 재벌 총수 일가가 아무렇지 않게 경영에 복귀해 고속 승진하는 식의 관행이 반복되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진그룹은 12일 지주회사 및 그룹 계열사에 대한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조현민 ㈜한진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20년 12월 한진칼 전무에서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1년 만이다. 한진그룹은 조 부사장에 대해 “물류사업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하고 업계 최초로 물류와 문화를 결합한 로지테인먼트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조 부사장은 지난 2018년 3월, 한 광고업체 직원이 회의 도중 자신의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물컵을 던지는 등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을 일으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조 부사장(당시 대한항공 전무)을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켰다. 그러나 1년 2개월만인 2019년 6월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다. 부친인 조 전 회장이 별세한 뒤라, ‘셀프 복귀’란 지적도 나왔다. 당시 한진그룹은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아 경영 복귀에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고 했으나,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고 기업 가치를 훼손한 것을 고려하면 경영 복귀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지배구조 개혁 전문가들은 조 부사장의 승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 복귀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다고 하더라도, 한때 기업 가치를 훼손했던 사람이 그룹총수 일가란 이유만으로 ‘고속승진’하는 관행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사장은 책임의 무게가 더 큰 법인데, 그룹 일가란 이유로 경영능력을 입증하지 않고 승진시키는 관행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이번 승진은) 대선을 앞두고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진행된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재벌가라고 해도 경영진에 대해선 검증하는 체계를 구성해달라고 지금껏 요구해왔는데, 한진그룹은 조금도 대안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도 “경영 복귀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다고 해도, 이번 승진은 ‘족벌 경영’의 민낯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류경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해 지주사인 한진칼 사장으로 임명했다. 또 이승범 대한항공 부사장을 한국공항 사장으로, 박병률 대한항공 상무를 진에어 전무로, 권오준 대한항공 상무를 정석기업 전무로 각각 승진 임명했다. ㈜한진은 조 사장 승진과 함께 노삼석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한진은 기존 노 사장과 류경표 사장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노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가 된다. 곽진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