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설계상 적법한 승인 받아
사고 원인이라기보다 침몰 가속화 요인
국제해사기구에 기준 변경 권고하겠다”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지목됐던 2층 화물칸 선미 천막은 불법 증축이 아니라 설계 때 승인을 받은 적법 시설이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18일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화물칸인 2층 시(C)데크 천막이 침몰의 원인이라는 의혹 제기는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이 부분은 설계상 적법한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선체조사위 입장이 아닌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정보”라며 “설계가 적법하다고 승인을 받았고, 실제로 이런 구조로 건조돼 운항하는 선박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에는 문제없이 운행했던 2층 공간이었지만 침몰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물이 쏟아져 들어갔다. 국제기준에 맞는 설계 승인이었다고 하더라도 선체조사위 조사가 마무리되면 국제해사기구에 기준 변경을 권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층 화물칸의 천막은 침몰의 원인이라기보다 침몰 속도를 가속화한 요인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앞서 세월호 조타수였던 고 오아무개씨는 지난해 옥중에서 광주의 한 목사에게 보낸 ‘양심편지’를 통해 천막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오씨는 “세월호 2층 화물칸 벽 일부를 철제구조물이 아닌 천막으로 막아놨다”며 선박의 그림을 곁들여 이를 뒷받침했다.

이후 선체조사위는 실제 화물칸 벽체가 철제가 아니고 비닐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선체조사위는 “세월호는 60도가 기울면 침수한다. 하지만 2층의 경우 50도 정도 기울면 물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밀폐돼 있었다면 침몰 속도가 늦춰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 위원은 “사진을 통해 철제로 막혀 있어야 할 3m의 공간 중 1.5m가 비어 있었다. 침몰 과정에서 이곳으로 해수가 유입되면서 선체가 60도까지 급속히 기운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목포/글·사진 안관옥 기자>


선수~선미 곳곳 변형 드러나
침몰 당시 충격 선미 2~3m 함몰
인양·이송 때 불균형 탓일수도
객실 육지방향 못돌리고 놔두기로

부두 위 세월호 빠르게 녹슬 위험
선체 내부수색 일주일 뒤에야 가능


3년만에 뭍으로 돌아온 세월호는 더는 나아갈 수 없을 만큼 약해져 있었다. 세월호는 침몰·인양·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선체 변형이 확인되면서 애초 거치 장소로 옮겨지지 못하고 바다 쪽 40m 지점에서 험난했던 여정을 마무리했다.

해양수산부와 선체조사위원회는 10일 “세월호를 목포신항 철재부두로 끌어올려 이동하면서 선체가 휘어지거나 뒤틀리는 등 변형을 확인했다. 이 상태로 계속 이동할 경우 선체가 추가로 변형될 우려가 있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현재 위치에 그대로 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월호 선체는 선미 쪽이 부두 안벽에서 육지 쪽으로 40m 들어온 상태로 거치된다. 바다에서 수직 방향으로 누운 채 객실은 북쪽, 선저는 남쪽을 향한 자세다. 애초 선체 각도를 틀어 객실을 육지 방향으로 돌리려 했지만 추가 변형을 우려해 바다에서 끌어올린 방향 그대로 두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11일 오전 9시까지 육상 거치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육상 거치는 세월호를 받치고 있는 8줄의 모듈 트랜스포터 사이로 길이 110m 짜리 받침대 3개를 밀어 넣어 선체를 지탱한 뒤, 모듈 트랜스포터의 높이를 조절해 빼내면 완료된다.

해양수산부는 변형 지점을 두고 “선체 중간에서 선미 쪽으로 휘어짐(트위스팅) 현상과 선수부터 선미까지의 구부러짐(벤딩) 현상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작업팀은 선체 이동에 투입된 모듈 트랜스포터 600대의 유압잭을 활용해 선체 높이를 일일이 측정해왔다. 이날은 작업팀이 이동 작업 직전 육안으로도 선체 변형을 확인해 추가 이동이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실제로 이동 중인 선체를 보면, 선수 쪽은 덜 기울어진 반면, 다인실 등 객실이 밀집해 있고 증·개축이 많이 이뤄졌던 선미 쪽은 더 많이 기울어져 있는 상태다.

세월호 변형의 구체적인 원인은 향후 선체 조사를 해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가 최초 침몰하는 과정에서 해저면에 충돌해 선미가 2~3m 함몰됐고, 이 과정에서 충격을 받아 선체가 변형됐을 가능성이 있다. 또 침몰했던 해저 면에서 이격되거나 반잠수식 운반선에 실리는 순간에도 선체에 압력이 가해졌을 수 있다. 반잠수식 운반선에서 평형수를 조절하며 부두로 양육하거나 높낮이가 미세하게 차이 나는 부두의 평탄면을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균형이 맞지 않아 휘어지거나 비틀어졌을 수 있다. 이철조 해양수산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장은 “선체 변형은 매우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약해진 선체 상태가 가장 중요하지만 한 부분만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미 반잠수식 운반선에 선박에 거치된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변형이 있었다고 추론해왔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도 “선체가 침몰할 때 충격이 컸고, 물속에 3년 동안 잠겨있다 보니 선체 자체가 워낙 약해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인양하거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변형이 일어났고, 끝내 영국의 컨설팅업체들도 더는 이동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확인했다. 4·16 가족 협의회와 미수습자 가족들은 “선체를 훼손하지 않아야 하고,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받아들였다.

세월호 참사 1090일째인 10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 철재 부두 트랜스포터 위로 거치된 세월호 곳곳에 변형 또는 훼손된 흔적이 보인다.


선체가 뭍으로 올라오면서 미수습자 수색과 사고원인 조사 등이 이어진다. 이런 작업은 선체가 가뜩이나 약해진 데다 빠르게 녹이 슬면서 시간과의 싸움이 예상된다.

선체 내부 수색은 1주일 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부식을 막기 위해 선체 외부를 세척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선체 내부의 방역을 진행한다. 이어 내부로 진입해 산소농도, 유해가스 등을 조사하는 위해도 조사와 내부 철판 두께 등을 재는 안전도 검사를 펼친다. 이 기간에 선체에 진입하기 위해 작업 난간(워킹 타워)과 통로 비계 등을 설치하는 작업을 아울러 추진한다.

해양수산부는 “사전작업이 끝나고 진입로를 확보하면 세부적인 수색계획을 세우겠다.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까지 마련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인양 작업이 사실상 완료되면서 선체조사위원회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현재 위치 거치가 자문을 제대로 받았는지도 검증하겠다. 하지만 거치 방향이 미수습자 수색과 사고원인 조사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객실을 육지 방향으로 틀겠다는 목적은 작업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 불신을 털어내려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선체조사위는 지난 7일부터 사흘째 영국 감정기관 ‘브룩스 벨’을 통해 선체 외관을 검증했다. 앞으로 금속·기계 분야 전문가들의 감정도 받기로 했다. 선체에서 수거된 진흙 251㎥이 굳기 전에 세척해 유류품을 찾는 작업도 2~3일 안에 할 수 있도록 제안하기로 했다.

<목포/안관옥 황금비 기자, 세종/방준호>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에 실린 세월호가 31일 침몰 1080일 만에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으로 들어오고 있다.

예정시간보다 빨리 오후 1시 도착

세월호가 31일 오후 1시께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세월호는 침몰사고 후 1080일 만에 육지로 돌아온 셈이다.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는 이날 오전 7시 동거차도 인근 해역을 출발했다. 당초에는 시속 13∼18.5km의 속도로 105㎞를 운항해 오후 2시30분께 목포신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소요시간을 1시간 반 단축했다. 반잠수식 선박을 철재부두에 접안하는 작업은 1시30분께 끝난다.
<김소연 기자>


세월호 빠른 침몰 밝혀줄 핵심 증거 중 하나
물 스며든 의혹 있는데 절단돼 검증 기회 놓쳐
1년6개월 살피고도 부실한 사전준비 입길에
램프 언제 열렸는지 몰라 유해·유품 유실 우려



정부가 세월호 선미(배 뒷부분) 왼쪽 램프(대형 화물칸 출입문)가 열린 탓에 인양이 어려워지자 이를 절단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세월호가 참사 당시 빠르게 침몰한 원인을 밝혀낼 핵심 증거물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지난 1년6개월간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 잠수사들이 바다 밑으로 수없이 내려갔고, 시험인양까지 했는데도 램프 문제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철조 해양수산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지난 23일 밤 10시께 긴급 브리핑을 열어 “세월호 왼쪽 선미 램프가 원래 닫혀 있어야 하는데, 잠금장치 일부가 파손돼 아래 방향으로 열린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램프는 선박의 대형 화물칸에 달린 출입문으로 부두에 닿았을 땐 자동차 등이 드나드는 다리 구실을 한다. 가로 7.9m, 세로 11m의 크기로 승선할 때는 열었다가 배가 출발하면 다시 닫는다. 해수부는 램프가 열린 상태에서는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박에 실을 수 없다는 이유로 절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수부의 설명은 이렇다. 왼쪽으로 누워 있는 세월호 높이는 22m다. 세월호를 수면 위로 13m까지 끌어올리게 되면 아래 9m는 물에 잠긴 상태가 된다. 세월호를 실어야 할 반잠수식 선박은 수심은 13m까지 잠수할 수 있다. 물에 잠긴 세월호 부분이 9m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잠수식 선박이 13m 잠수했을 때 여유 공간은 4m 정도 나온다. 하지만 세월호 밑에 리프팅빔(받침대) 등 각종 장비가 설치돼 있어 4m의 공간은 작업에 빠듯하다. 여기에 아래로 축 처진 램프까지 있으면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반에 실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밤샘작업 끝에 24일 오전 6시45분 선미 왼쪽 램프는 절단됐다.

해수부는 한숨 돌리는 모양새지만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쪽은 걱정이 크다. 선미 램프가 지닌 의미가 중대하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2014년 4월16일 너무나 빨리 침몰하면서 대규모 사망 피해가 났다. 세월호가 왜 이렇게 빨리 침몰했는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의문을 풀 실마리가 되는 게 램프다. 배가 기울어지며 부실하게 닫힌 램프를 통해 물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증언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 증언과 자료들을 집대성한 <세월호, 그날의 기록>을 보면, 2014년 10월 재판에서 이동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장은 “세월호 같은 경우 램프와 D데크에 있는 현문(1층 갑판에 있는 옆문)이 제대로 방수되었다면 30도 경사에서 더이상 침수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물이 스며들었기 때문에 침수가 일어난 것”이라고 증언했다. 물이 들어왔을 것으로 의심되는 곳 중의 하나가 램프다. 세월호 일등 항해사 강원식씨는 수사 과정에서 “램프 문 테두리에 고무 패킹이 돼 있고, 문을 닫은 다음 유압 핀 스위치를 작동시킨 뒤 위쪽으로 핸들레버 2개를 돌려 수밀(물이 새지 않게 하는 것)을 한다”며 “그날은 모두 했는데 램프 하부에서 빛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발언도 눈에 띈다. 이 선장은 수사 과정에서 “2014년 4월15일 출항 전 선상회의에서 카램프에 균열된 부분이 조금 있으니까, 쉬는 날 공장에 의뢰해야겠다고 얘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세월호가 바다에 닿을 정도로 기울어졌고, 램프의 틈으로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을 공산이 있는 셈이다. 세월호 인양 뒤 사실 여부를 따져봤어야 할 부분인데, 이를 절단함으로써 검증할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정부의 부실한 선체 인양 준비다. 상하이샐비지는 2015년 8월 인양업체로 선정된 뒤 잠수사가 수시로 바다에 들어가 세월호 상태를 살폈다. 지난해 말에는 램프가 자리 잡은 선미 부분에만 리프팅빔(받침대) 10개를 설치했는데도 램프 상태를 살피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 22일 세월호를 1~2m 들어 올리는 시험인양을 한 뒤 잠수사가 바다 밑으로 내려가 눈으로 세월호 상황을 점검하기까지 했다. 이태조 해수부 단장은 “램프 아랫부분이 해저면에 1~1.5미터 파묻혀 있었다. 세월호를 들지 않고서는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힘든 여건이었다”며 “잠금장치가 파손됐어도 램프가 닫힌 상태로 있다가 인양을 하면서 열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형욱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은 “해수부의 말은 100% 거짓말이다. 배를 올리기 전에 선체의 끝에서 끝까지 계속 체크해왔다”며 “시험인양 때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더 심각한 것은 램프가 언제부터 열려 있었는지조차 불분명해서 유해와 유품 등이 유실됐을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김형욱 전 조사관은 “50톤짜리 문이 유실방지망 없이 열려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해수부의 직무유기다. 그곳으로 뭐가 빠져나갔는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다른 곳에 대해서도 유실방지를 제대로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진도/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