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눈·비 내린 26일 궂은 날씨에도
서울 150만 등 전국 190만 최대 규모

한달 넘으며 더욱 커져가는 촛불
최순실 국정농단 규탄 넘어 박근혜 퇴진과 개혁 요구로


지난달 29일 서울 청계광장에 3만여개의 촛불이 켜졌다. 한달이 지나 2016년 11월26일, 이제 ‘촛불’은 ‘횃불’이 되어간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다섯번째 촛불이 켜진 이날, 서울·부산·광주·대구 등 전국에서 190만명(주최 쪽 추산)이 사상 최대 시위에 나섰다. 전세계 20개국 50개 지역에서도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가 진행됐다. 거리에 나선 이들만이 아니다. 저녁 8시 일제히실시된 ‘1분 소등’과 ‘1분 경적’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 집과 자신의 일터에서 생중계를 지켜본 모든 이들의 마음에도 촛불이 켜졌다.

5주째 주말마다 진행된 시위는 매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먼저 규모다. 지난달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모였던 3만 인파가 서울 기준으로 11월5일 20만명(전국 30만명)으로 급증한 데 이어, 11월12일엔 100만명으로 87년 6월항쟁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1월19일은 서울 60만명(전국 100만명)이었지만 전국 70여곳이 참여하는 ‘전국 최대 동시다발 시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26일의 경우, 주최 쪽은 밤 9시40분 기준으로 서울 광화문에 연인원 150만명이 참가하고 부산 10만명, 광주 7만명, 대구 4만명 등 지역에서 40만명이 거리에 나선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 추산 서울 27만명, 전국 5만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물론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지치기를 노리는 듯 지지율 4%의 청와대가 ‘버티기’를 거듭함에도, 사람들이 그보다 더 끈질기고 길게 모여들고 있다는 점은 특기할 일이다. 특히 이날은 서울에 첫눈이 내리는 등 전국 곳곳에 눈 또는 비가 내리는 등 궂은 날씨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두툼한 방한복을 갖춰 입고 나와 오히려 ‘하야 눈’이 내린다며 서로를 북돋우며 집회장을 지켰다. 청주와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최쪽 예상보다도 더 많은 시민들이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건 집회에 나온 사람들의 목소리의 변화다. 애초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던 목소리는 지난 한달간 급속히 ‘박근혜 하야’‘즉각 퇴진’으로 바뀌어갔다. 특히 시위를 거듭할수록 지치기보다 오히려 더 단호해지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5차 범국민대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이날 시민들은 청와대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청운·효자주민센터 부근으로 대규모 행진을 벌이며 “7시간 물러나라”“뇌물죄로 기소하라”를 외쳤다. 심재호(24)씨는 “오늘로 네번째 나왔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과 행동을 볼 때마다 갈수록 절망스럽다. 그런데도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걸 보면 대통령에겐 절망하지만 시민들에게 희망을 얻게 된다. 더 추워져도 물러날 때까지 끝까지 나올 거다”라고 말했다. 양평에서 올라왔다는 김재주(66)씨는 “이게 나라인가 싶어 집에 그냥 있기가 힘들다. 희망적인 건 젊은 친구들이 많이 나온다는 거다. 청와대가 꿈쩍않는 것처럼 보여도 퇴진할 때까지 국민들이 화가 나 있다는 것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등 일부 극우단체가 서울역 등에서 벌인 맞불집회는 설치해놓은 의자도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썰렁한 모습이었다.

청운동 쪽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밤 11시부터 다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박2일 집회를 벌이며 자유발언에 들어갔다. 광장에선 ‘부정의한 사회에 대한 분노’와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아는 정치와 권력’에 대한 요구가 넘친다. 주말시위만이 아니라 대학생들은 동맹휴업을, 노동자들은 동맹파업을 실행하거나 예고하고 있고 일상 속 하야운동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날 청와대 200m 근처인 청운·효자주민센터로 향하는 행진의 선두에는 처음으로 횃불이 등장했다. “단 하루도 못 참는다. 지금 당장 퇴진하라”는 96% 국민들의 요구에도 꿈쩍않는 청와대를 향해, 촛불 민심은 이제 진짜 횃불이 되어가고 있다.

<허승 박수지 김규남 기자>


수사결과 발표에 국민들 격앙

“어머니가 깜짝 놀라셨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 등의 각종 국정농단 행위를 ‘공모’했다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20일 오전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보고 대구에 사는 신동민(24)씨는 “나는 그래도 100만명이 모이니까 검찰이 수사는 좀 했구나 싶었다”라고 했다.

“이번엔 나도 깜짝 놀랐다.” 오후에 박근혜 대통령 법률 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검찰 발표를 맹비난하며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신씨의 반응도 바뀌었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조사는 받을 줄 알았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마지막까지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다”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이 <한겨레>를 비롯한 언론들의 끈질긴 추적을 통해 보도된 의혹들의 많은 부분을 확인하자 시민들 대부분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도 박 대통령의 구체적인 혐의에 새삼 놀라워했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장희자(55·주부)씨는 “그동안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제껏 집회도 안 나갔다. 그런데 오늘 수사 결과를 보며 ‘저런 사람이 무슨 국정을 논하나’ 싶었다”며 “오는 토요일 집회에 꼭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검찰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온도 차가 있었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김아무개(34)씨는 “그 사람들의 죄에는 못 미치지만 어쨌건 박근혜 대통령이 피의자로 특정돼 수사가 진행되는 것은 다행이다”라며 “검찰이 예상보다는 좀 더 나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의류 자영업을 하는 송미숙(46)씨는 “검찰이 박근혜에 대해서 선을 긋고 싶어하는 것 같다. 면피성 조사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검찰의 이번 발표 내용만으로도 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정권의 우군인 검찰조차 박 대통령이 범죄를 지시하고 가담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대통령이 계속 아무 잘못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국민의 분노만 키울 뿐이다. 이제는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서둘러 물러나야만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이 최순실씨 등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권력자와 재벌을 봐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수사는 뇌물죄를 누락시켜 재벌들을 공범에서 피해자로 둔갑시킨 부실 수사임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야 하는 범죄 사유가 넘쳐나고 있다”며 “끝끝내 버티겠다면 물러날 때까지 국민과 함께 광장에서 촛불을 들 것이다”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검찰 수사가 직권남용의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뇌물죄 또는 제3자뇌물죄 적용과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짚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국정농단이 청와대-최순실-재벌기업이라는 삼각동맹을 축으로 한 조직적 범죄였으며, 대통령이 그 모든 범죄의 기획자요 주도자(주범)임이 분명해졌다”며 “검찰은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오후 들어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 발표되자 분위기는 훨씬 격앙됐다. 대학원생 박준호(29)씨는 “국민이 검찰을 그렇게 불신할 때는 눈을 감더니, 자신이 임명한 사람들이 한 수사를 못 믿겠다고 오리발 내미는 건 너무 파렴치하다”며 “지금까지 집회 땐 우리의 뜻을 알리고 알아서 내려오는 걸 기다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끌어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 시간강사인 정창조(30)씨는 “법률 위반 여부를 넘어서 헌법적 근본가치나 정치공동체의 근본가치를 깨뜨린 것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럴수록 검찰이나 특검보다 국민 저항의 확산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영춘 박수진 기자, 광주 대구/안관옥 김일우 기자>


한국은 국가 재구조화 필요한 시점

● COREA 2016. 11. 8. 20:18 Posted by SisaHan

박 대통령 법적·도덕적·정치적 정당성 상실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더 이상의 새로운 폭로나 증거가 필요할까?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알았다. 지난 4년 동안 일어난 일은 강남의 무속여인에게 대통령이 권한을 넘긴 결과라는 것을. 인사, 정책,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 국민의 운명은 우리가 선출하지 않은 어떤 좀비 집단에 좌우되어 왔다는 것을. 비선의 추천으로 만들어진 현 내각은 ‘순실 내각’이며, 창조경제,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국정 교과서 등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쳐 입안, 선포, 추진된 정책이 ‘순실 정책’일 가능성이 크고, 국회에서의 논란에서도 오직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을 해온 새누리당은 실제로는 ‘순실당’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법적, 도덕적, 정치적 정당성을 완전 상실했고, 그 어떤 인사권도 정책결정권도 행사할 자격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장 직무를 정지해야 하고, ‘순실 내각’이 해산되어야 하는 이유다. 지난 4년 동안 오직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극히 편의적으로 수사권을 발동한 현 검찰은 어떤 검찰권도 행사할 명분이 없다. 업무를 중단해야 할 대통령이 여전히 결정권을 갖고 있으니 ‘이명박의 우병우’로 불리는 최재경 검사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고, 공항에서 즉각 구속해야 할 최대 피의자 최순실을 풀어주고, 모든 의혹 인물이 동시에 귀국하는 ‘공모 의혹’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국가 대사를 결정하는 것을 지켜봐야 할까? 우리의 생명과 안전이 위태롭다.


정부수립 이후, 아니 고려, 조선 왕조시대를 돌아봐도 이번처럼 무자격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한 예는 없었다. 그래서 이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고만 볼 수는 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사력을 다하고 지난 4년 동안 박근혜 정권의 모든 실정을 철저하게 감췄던 새누리당-검찰-보수언론-재벌의 작품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그가 공인으로서 판단력, 지적 능력, 의사결정력에 심각한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권력을 잡기 위해 박정희 향수를 활용하여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배후는 이명박의 새누리당과 핵심 기득권 세력이었다. 정윤회 문건 파동을 비롯해 그의 실정이 교정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것을 덮어 버리고 반대파를 종북으로 몰면서 외교, 안보, 경제 모든 점에서 한국을 벼랑으로 몰아가게 만든 주역은 새누리당이다. 최순실과 청와대 문고리 권력의 권력 농단은 검찰과 보수언론이 든든하게 뒤를 봐준다는 자신감 없이는 불가능했다.


과거 이승만 정권은 무너져도 그 기둥인 자유당은 다시 공화당으로 변신했고, 박정희가 사망하자 그에게 충성을 바치던 인물들은 민정당으로 재기했고, 전두환은 물러나도 그들은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변신해서 지금까지 권력을 누리고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실질 권력세력이 대통령이나 몇 사람의 정치가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고, 새로운 프레임을 짜서 여론을 호도했기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 동정론, 개헌론, 거국내각론이 그것이다. 특히 보수 언론은 지난 4년의 사실상의 국정 공백을 없었던 일처럼 만들거나 그동안 새누리당과 검찰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고, 최순실 등의 권력 농단으로 이 사태를 몰아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새누리당은 당명을 바꾸어 재집권을 노릴 것이다.
침몰하는 배의 쥐 떼처럼 그들은 탈출 채비를 하고 있으며, 곧 박근혜 대통령도 버릴 것이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내년 대선을 인물 경쟁 구도로 몰아가거나 내각제 개헌을 추진할 것이다. 오늘 이 국가 대혼란의 책임자들이 이제 바지사장을 용도폐기하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나라에서 경제도 안보도 국가의 대내외적 품격도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국가의 모든 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린 이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고 본다. 그러자면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직무를 중단해야 하고, 새누리당은 사과하고 친박계는 정계 은퇴해야 한다. 거국중립내각 검토해 볼 일이나, 독립된 검찰권이 보장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헌정질서 혼란 두려워할 것 없다.
지금은 정권교체를 훨씬 넘어서는, 국가 재구조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야당도 이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 필자=김동춘 성공회대 NGO대학원장 >


비선모임서 장관인사도 결정

최순실 국정농단

청와대 부속실장이 매일 보고자료 배달
“사실 최순실 씨가 대통령에게 이래라, 저래라 시키는 구조”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씨는 이 자료를 가지고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했다고 한다. 이런 진술은 최씨와 가까웠던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9월7일부터 9월25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16시간 동안 진행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말한 내용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최씨는 주로 자신의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다”며 “최씨는 이런 모임을 주제별로 여러개 운영했는데, 일종의 대통령을 위한 자문회의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비선 모임의 참석자와 관련해 “적을 때는 2명, 많을 때는 5명까지 모였다. 나도 몇번 참여한 적이 있다”며 “모임에 오는 사람은 회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지만 차은택씨는 거의 항상 있었고 고영태씨도 자주 참석했다”고 말했다. 차씨는 광고감독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리고 있는 인물이다. 고씨는 최씨와 막역한 사이로 그가 만든 가방을 박근혜 대통령이 들고다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이어 최씨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항상 30㎝가량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가 놓여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자료는 주로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한테 보고한 것들로 거의 매일 밤 청와대의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 사무실로 들고 왔다”고 이름을 분명히 밝혔다. 정호성 제1부속실장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비서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최순실씨는 모임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이 자료를 던져주고 읽어보게 하고는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며 “최씨의 말을 듣고 우리가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 올리면 그게 나중에 토씨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청와대 문건이 돼 거꾸로 우리한테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이런 말을 하면서 <한겨레> 기자에게 자신의 아이폰에 사진파일로 저장된, 자신이 작성한 뒤 다시 청와대 문건 형식으로 내려온 문건들을 비교해 보여줬다. 그는 또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된 청와대 수석비서관 및 비서관 20여명의 전화번호를 보여줬는데 <한겨레>가 나중에 파악해보니 실제 전화번호와 일치했다.


그는 비선 모임의 논의 주제와 관련해서는 “한 10%는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과 관련한 일이지만 나머지 90%는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 정책과 관련된 게 대부분으로 최순실씨는 이를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임에서는 인사 문제도 논의됐는데 장관을 만들고 안 만들고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장은 “이런 얘기는 통념을 무너뜨리는 건데, 사실 최씨가 대통령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시키는 구조다.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 최씨한테 다 물어보고 승인이 나야 가능한 거라고 보면 된다.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도 사실 다들 최씨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김의겸·류이근 기자 >


외신들 “부패추문” 보도

잇따른 언론 보도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외신들도 이번 의혹을 ‘부패 추문’으로 명명하며 크게 보도하고 있다.
25일 AP, AFP 등 외신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일제히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AFP> 통신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 일가로 유출된 공문서 논란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be forced into a public apology)”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최순실씨가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았으며, 이를 미르·K스포츠 재단과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한국 언론을 인용했다.


<AP> 통신 역시 최순실씨와 관련된 의혹을 ‘부패 추문’(corruption scandle)이라고 표현하며 자세히 전했다. 통신은 민간인인 최순실씨가 ‘대통령 기록물’인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시로 고쳤으며, 국정에 개입했다는 한국 언론 보도를 자세히 인용했다.
통신은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세히 보도, 최순실씨를 지난 1994년 죽기 전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로 활약했던 최태민 목사의 딸로 소개하며 “최태민씨는 죽기 전까지 여섯 번의 결혼을 했고, 박근혜와의 관계를 이용해 정부 관료와 사업가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던 인물”이라 전했다.
< 황금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