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명 넘게 동의한 의원직 제명 청원의 취지와 거리가 먼 답변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5월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정치 분야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에스비에스(SBS) 유튜브 갈무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하라는 국민청원이 5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이 의원이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여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1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조차 제명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21대 대선에서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이 의원은 지난달 27일 대선 후보 3차 티브이(TV)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가족에 대한 검증을 명분으로 이재명 후보 아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쓴 혐오 표현을 왜곡 인용한 내용으로 질문을 해 논란이 됐다.

 

전국에 생방송 되는 토론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성폭력 묘사’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거센 비판이 제기됐고 급기야 지난 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이준석 의원의 의원직 제명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게시 하루 만인 지난 5일 심사요건(30일 이내 5만명 이상의 동의)을 충족했고 엿새 만인 10일 50만명을 돌파했다. 다만 연휴 및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 등의 영향으로 아직 국회의 심사가 시작되지는 않은 상태다.

 

국회의원 제명은 헌법에 따라,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이뤄진다. 국민동의청원으로 국회의원이 제명된 전례는 아직까지 없다.

 

한편, 이 의원은 3차 티브이 토론에서의 해당 발언이 ‘과했다’는 비판이 많다는 질문에 “국민에게 이재명 후보 아들의 도 넘은 혐오 발언을 알리고 이 대표의 입장을 들으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불편을 느낀 국민들이 계신 만큼 심심한 사과를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답변은 50만명 넘게 동의한 의원직 제명 청원의 취지와 거리가 먼 답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원인 임아무개씨는 “(해당 발언은) 여성의 신체를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삼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이라며 “이 의원은 모든 주권자 시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여성의 신체에 대한 폭력을 묘사하는 언어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의 행태는 주권자 시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국회의원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청원 이유를 밝힌 바 있다.  < 이유진 기자  >

 

‘이준석 제명’ 심사 벼르는 우원식 “강하게 여야 합의 요청”

국회의장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윤리특위 구성되지 않아 국민께 죄송”

 
 
우원식 국회의장이 1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심사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은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가장 우선 과제로 (특위 구성을) 다루겠다”고 했다.

 

우 의장은 11일 오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시간에 ‘이준석 의원 제명 청원 참여자가 50만명을 넘었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 의장은 제명 청원 규모를 알고 있다며 “이미 (다른) 의원 12명의 제명 청원이 들어와 있고, 그 외에도 여러 심의할 안건이 있는데 윤리 특위가 구성되지 않은 것은 국민들에게 매우 죄송스럽고 국회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여야가 바뀌어 있기 때문에 (특위를)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 합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우 의장은 “국회의장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다. 강하게 (양당에) 합의를 요청하고, 합의가 잘 안 되면 지금까지는 ‘기다리겠다’ 했는데, (이번에는) 제가 합의를 이끌어 보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국에 생방송 되는 대선 후보 티브이(TV) 토론 중 여성 신체에 대한 성폭력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이준석 의원을 제명하라는 국민청원은 청원 제기 엿새 만에 50만명을 넘긴 상태다. 국회의원 제명 안건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다뤄지는데, 여야는 아직 윤리특위를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 제명은 헌법에 따라,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이뤄진다. 국민동의청원으로 국회의원이 제명된 전례는 아직 없다.  < 고한솔  김채운 기자 >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대독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제38주년 6·10민주항쟁을 맞은 10일 “비상계엄 선포는 역사로 남을 줄만 알았던 참혹한 비극의 기억이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웠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이날 대독한 제38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 기념사에서 이 대통령은 “헌정질서가 파괴되고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께서는 1987년 6월 그날처럼, 너나 할 것 없이 뛰쳐나와 흔들리는 나라를 바로 잡아주셨다”고 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3일을 언급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은) ‘빛의 혁명’으로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임을 천명하셨고, 피와 눈물로 쌓아 올린 이 땅의 민주주의는 쉽게 후퇴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해 주셨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 터에 개관한 새 민주화운동기념관 민주광장에서 열렸다. 우상호 신임 수석은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민주화운동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비상계엄 선포와 총을 든 군병력에 의한 국회 봉쇄는 역사로 남을 줄만 알았던 참혹한 비극의 기억이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했다. 또 “우리가 지난 겨울 아프게 배웠듯이 민주주의는 저절로 유지되거나, 완성된 채로 머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2·3 내란을 넘어 ‘통합의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기념사에서 그는 “민주주의는 특정 이념이나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며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자 오직 우리의 힘으로 완성되는 제도”라며 “극단적이고 적대적인 갈등과 대립이 민주주의를 위기에 몰아넣는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혹독했다. 서로 다른 의견과 가치가 존중받고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더욱 건강하고 튼튼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민주주의는 존중과 포용, 통합의 기반 위에서 보다 굳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 문을 연 민주화운동기념관에 대해선 “단순한 기념시설이 아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남영동 대공분실처럼 참혹한 어둠도 빛으로 걷어내실 국민의 위대함을 기리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구한 수많은 이들의 정신을 미래세대에게 전할 소중한 민주주의의 산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이 대통령의 기념사 전문.

 

■ 이재명 대통령 제38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 기념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은 6·10민주항쟁 38주년입니다.

 

38년 전,

나이도, 직업도, 지역도 가리지 않고

오직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하나된

6월의 함성을 기억합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거리로 나선

위대한 국민의 용기와 연대 위에서

진정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시작되었습니다.

 

1987년 6월,

독재와 폭압에 굴하지 않은 국민이 계셨기에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를 선택할 권리를 되찾았습니다.

 

위대한 국민께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정신을 온몸으로 입증해 보이셨습니다.

 

‘1987년의 정신’은 흘러간 과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핏속에 살아 면면히 흐르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우리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위협적인 현실과 마주했습니다.

 

헌정질서가 파괴되고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께서는 1987년 6월 그날처럼,

너나 할 것 없이 뛰쳐나와

흔들리는 나라를 바로 잡아 주셨습니다.

 

‘빛의 혁명’으로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임을 천명하셨고,

피와 눈물로 쌓아 올린 이 땅의 민주주의는

쉽게 후퇴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해 주셨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비상계엄 선포와

총을 든 군병력에 의한 국회 봉쇄는

역사로 남을 줄만 알았던 참혹한 비극의 기억이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웠습니다.

 

우리가 지난 겨울 아프게 배웠듯이

민주주의는 저절로 유지되거나,

완성된 채로 머물지 않습니다.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위해 실천하고 행동할 때만

우리의 민주주의는 유지되고 전진할 수 있습니다.

 

오늘 개관하는 민주화운동기념관은

이러한 역사적 요구에 대한 우리의 응답입니다.

 

박종철 열사, 이한열 열사,

김근태 민청련 의장을 비롯하여

독재에 맞서 싸운 수많은 민주열사들의

아픔이 서려 있는 이곳,

남영동 대공분실이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2·28대구민주화운동, 3·8대전민주의거, 3·15의거,

4·19혁명, 6·3한일회담 반대운동, 3선 개헌 반대운동,

유신헌법 반대운동,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인천5·3민주항쟁, 6·10항쟁까지 이어진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위대한 여정을 담아내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관은 단순한 기념시설이 아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처럼 참혹한 어둠도

빛으로 걷어내실 국민의 위대함을 기리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구한

수많은 이들의 정신을 미래세대에게 전할

소중한 민주주의의 산실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국민과

자유와 인권, 민주와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찾는 세계인들에게도

K-민주주의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는 특정 이념이나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며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자

오직 우리의 힘으로 완성되는 제도입니다.

 

극단적이고 적대적인 갈등과 대립이

민주주의를 위기에 몰아넣는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혹독하게 체험했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과 가치가 존중받고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더욱 건강하고 튼튼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민주주의는

존중과 포용, 통합의 기반 위에서

보다 굳건해질 것입니다.

 

실패에서 성공의 열쇠를 찾고,

역사에서 미래를 열어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지켜낸 고귀한 이 역사의 현장에서

1987년 6월의 정신과 2025년의 용기를 품고

함께 다짐합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이 되는 나라,

진정한 국민 주권 국가, 대한민국을 만들어 갑시다.

 

계엄과 독재를 끝내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롭게 써온 힘으로,

 

다시 민주주의를 향해,

다시 국민이 주인인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향해,

함께 갑시다.

감사합니다.

< 엄지원 기자 >

스크린 골프 시설로 검토됐다는 ‘미등기 유령 건물’의 공사비 대납 정황을 파악

‘김건희 특검법’ 따라

 
 
                           지난 4월 찍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의 모습. 연합
 

감사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유령 건물’ 공사와 관련해 뇌물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 중인데, 관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김건희 특검법’에 따라 특별검사에게 사건이 인계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지난 1월 초 조은석 감사원장 직무대행 지시로 부실·봐주기 비판을 받은 관저 이전 의혹 감사 결과에 대한 직권 재심의 검토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스크린 골프 시설로 검토됐다는 ‘미등기 유령 건물’의 공사비 대납 정황을 파악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9일 “1월쯤 감사원에서 수사 참고자료 형태로 왔다. 서울중앙지검에 배당이 이뤄졌고 강력부가 수사를 개시한 상태”라고 했다.

 

감사원이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대상자는 윤 전 대통령과 당시 경호처장으로 해당 시설 공사 현장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두 사람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 혐의가 있다고 봤다. 2022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은 사전 신고 없이 관저 불법 증축(45㎡)을 마친 뒤, 관할 용산구청에 뒤늦게 ‘증축 신고 협조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골프 시설로 검토됐던 건물은 면적(70㎡)이 더 큰데도 어찌 된 일인지 협조 공문에는 빠졌다. 당시 총무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의 검찰 시절 측근인 윤재순이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이 허위공문을 보냈고 △이후 2년 넘게 미등기 상태로 은폐됐으며 △경호처가 뒤늦게 현대건설과 공사 계약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애초 다른 업체가 공사를 하려 했던 점 △경호처 예산으로 경호와 무관한 시설을 지었다고 해명한 점 △경호처장 공관 공사비 대납 사실이 드러난 점 등을 볼 때 유령 건물 공사비 출처 역시 짜맞춰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감사원은 뇌물 공여자와 액수는 특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감사원은 이 사안을 검찰에 넘긴 장난주 감사교육원 교수와 김혁 재심의담당관에 대한 감찰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는 근무부서였던 국민감사본부(본부장 최정운) 근무 시절 인사평정에서도 이례적으로 최하위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 사유는 사무총장 결재 없이 수사를 요청했다는 이유이지만, 당시 조은석 감사원장 직무대행은 최달영 사무총장을 ‘감사 의지가 없다’며 결재 등 직무에서 배제시킨 상태였다고 한다.

 

앞서 탄핵소추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최재해 감사원장은 장난주·김혁 두 사람을 한직으로 분류되는 곳으로 전보 조치했다. 지난 4월 대통령 탄핵심판 직전 ‘헌법재판소 교착설’이 퍼진 시점에 인사 결정이 났는데, 나중에 감사원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복귀할 것이라고 잘못 예상하고 보복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감사원은 국회 요구로 관저 의혹 재감사를 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찰 진행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 관저 감사는 2개월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김남일 기자 >

'리박스쿨'은 역사 왜곡 실험실

● COREA 2025. 6. 10. 12:5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피로 얼룩진 권력욕을 리더십으로 포장

이·박 독재는 신화가 아니라 비판의 대상

청년세대에 민주 감각 교육 필요한 시기
'리박스쿨' 퇴학 조치 내려야 마땅하다

 

보수 성향 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여론 조작 관련 보도가 나온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한 빌딩에 리박스쿨 사무실 간판이 붙어 있다.2025.6.2. 연합
 

‘교육’이라는 이름의 독재 세탁소

 

최근 공개된 콘텐츠 ‘리박스쿨’은 제목부터 낯설고 불길하다. 이승만과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의 이름에서 성을 따온 이 프로그램은 이들을 마치 학교의 ‘교장’처럼 설정해 ‘리더십’을 배우는 형식이다. 그러나 그 실체는 교육의 외피를 입은 정치 콘텐츠이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냉소와 역사왜곡, 그리고 시대착오적 인물숭배에 다름 아니다.

 

‘역사를 재조명한다’는 명분 아래 리박스쿨이 선택한 방식은 지나치게 편파적이다. 이 콘텐츠는 두 독재자의 업적만을 과장하고, 그들의 폭력적이고 반민주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침묵하거나 가볍게 넘긴다. 예능이라는 형식을 빌려 역사적 균형을 잃은 해석을 시청자에게 쉽게 주입시키는 이 프로그램은 교육이 아니라 ‘정치적 세뇌 실험실’이다.

 

이승만: 독립운동가였지만, 민주주의자였나?

 

이승만의 삶은 분명 복잡하다. 일제강점기에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점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록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유산은 해방 이후 철저히 민주주의와 배치된다. 그가 1948년 정부 수립 직후부터 보여준 통치는 민의를 존중하기보다는 억누르고 통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전쟁 전후의 ‘보도연맹 학살’이다. 좌익계열 인사 혹은 그와 연루되었다고 추정된 수십만 명이 국가 권력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학살됐다. 이는 전쟁기 혼란이라는 변명으로 용납될 수 없다. 명백한 국가 주도 반인륜 범죄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최소 10만 명 이상이 이승만 정부에 의해 처형되었고, 이 과정은 비공개·비법적 절차로 진행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1952년에는 대통령 직선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군을 동원해 국회를 포위했고, 1954년에는 ‘사사오입 개헌’이라는 전무후무한 숫자 장난으로 3분의 2 찬성을 끌어낸 척 헌법을 개정했다. 이런 인물이 ‘건국의 아버지’라 불릴 자격이 있는가? 민주주의가 그의 손으로 시작되었다는 주장은 피로 얼룩진 권력욕을 ‘리더십’으로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박정희: 산업화 신화의 그늘은 민주주의의 붕괴였다

 

박정희를 이야기할 때 반복되는 문구가 있다. “그래도 경제는 살렸잖아.” 이 말은 사실상 정치적 무책임의 상징이다. 물론 그의 정권 아래서 산업화가 추진됐고, 수출이 증가했으며, 국가 인프라가 성장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체주의적 동원체계’의 결과였으며, 그 체계 하에서는 국민의 권리와 자유가 지속적으로 침해받았다.

 

1961년 5월 16일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그는 처음엔 ‘과도정부’를 자처했지만, 결과적으로는 18년에 걸친 장기집권으로 나아갔다. 1972년 유신헌법은 그 정점이었다. 이 헌법은 행정부의 권력을 극대화하고, 국회의 기능을 약화시키며, 대통령에게 입법·사법·행정 전반에 절대권력을 부여했다. 형식만 남은 헌정질서 아래에서, 박정희는 비판을 불허하는 절대 권력자가 되었다.

 

그 시절, 노동자는 인간이 아니라 부품으로 취급받았다. 노동 3권은 부정당했고, 언론은 통제당했으며, 학생들은 감시와 사상 검열 속에서 생활했다. 인혁당 사건, 긴급조치 시대, 정치적 고문과 실종. 이 모든 고통을 단지 '산업화의 대가'로 치부할 수 있는가? '고속도로'와 '수출 증가'가 박정희 정권의 실적이라면, '표현의 자유 압살'과 ‘공포 정치의 일상화'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뉴스타파는 '리박스쿨' 잠입 취재를 통해 이번 대선을 앞두고 '자손군'이라는 댓글팀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띄우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비방하는 활동을 체계적으로 벌여왔다고 30일 보도했다. 뉴스타파 홈페이지

 

예능이란 포장지 속 역사 왜곡, 더 위험하다

 

리박스쿨은 예능 형식을 빌려 이 모든 과거를 ‘가볍게’, ‘웃기게’ 포장한다. 그러나 역사 왜곡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웃음 뒤에 감춰진 의도야말로 더 치명적이다. 대중문화는 반복과 익숙함을 통해 정당성을 형성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결국 예능을 통한 역사 왜곡은 무의식적 동의를 불러일으키고, 정치적 판단력을 마비시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청년 세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업률, 주거 불안, 정치 혐오 속에서 자란 청년들에게 '과거의 강한 리더십'을 낭만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일은, 무책임한 마취다. '그때는 잘 나갔다'는 말이 반복될수록, 청년의 미래는 과거 회귀적 정치에 갇히고 만다.

 

우리가 배워야 할 ‘교장’은 누구인가

 

리박스쿨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교장처럼 그린다. 그러나 이들이 진정 교육자적 리더였던가? 그들이 국민에게 가르친 것은 복종, 침묵, 그리고 무조건적 충성뿐이다. 그건 ‘교육’이 아니라 ‘군기’다.

 

진정한 교장은 국민이다. 우리는 4.19 혁명으로 부정선거를 심판했고, 5.18 광주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켰으며, 6월 항쟁으로 다시 헌법을 되찾았다. 그런 국민적 수업이 있었기에 오늘의 민주주의가 있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교장으로 모신 순간, 대한민국은 학교가 아니라 병영으로 전환된다.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방과후강사분과 조합원들이 보수 성향 교육단체 '리박스쿨'이 서울 일부 초등학교에 늘봄 강사를 공급한 것을 규탄하며 방과후수업 외주 위탁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2025.6.10. 연합
 

지금 필요한 건 ‘리박’이 아니라 ‘디박’이다

 

우리는 지금 ‘디박스쿨’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코딩하고(Decode), 디컨스트럭션하며(Deconstruct),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민주주의 감수성을 확장하는 교육. 독재의 유산을 신화가 아닌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청년 세대가 주체적으로 역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민주적 감각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결코 한 번의 선거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끊임없는 경계, 참여, 그리고 교육을 통해 재구성되어야 하는 시스템이다. 과거를 회피하거나, 편리하게 포장할수록 민주주의는 퇴행한다. 지금 우리가 리박스쿨에 ‘퇴학 조치’를 내려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를 잊은 사회, 미래를 저당 잡힌다

 

오늘날 리더십의 위기를 독재 미화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다. 강한 리더는 필요하지만, 그것은 국민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강함이어야 한다. 독재는 강함이 아니라 비겁함이다. 비판을 두려워하고, 권력을 독점하며, 국민을 수단화하는 통치는 결코 리더십이 아니다.

 

리박스쿨은 말한다. “과거를 통해 배워라.” 맞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배워야 한다. 그러나 배워야 할 것은 독재자의 리더십의 신화가 아니라, 그것이 남긴 상처와 폐해다.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그 어두운 순간들을 직시해야 한다.

 

기억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묻느냐가 앞으로 이 사회가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갈지를 결정짓는다. ‘리박스쿨’은 과거로의 회귀를 상징하지만, 우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다.  < 김성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