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회원명부와 출금정보 등 압수해

"영장 제시도 없이 불법 압색…개인정보 탈취"
촛불행동 "이상민도 기부금법 적용 아니라 해"

"불법 압색, 불타는 탄핵 민심에 기름만 부어"
"발버둥쳐도 탄핵 못피해…기필코 올해 안에"

 

31일 서울 시청역앞~숭례문 대로에 열린 105차 촛불대행진의 모습. 이호 작가 사진.
 

경찰이 '윤석열 탄핵' 운동을 펼치고 있는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의 회원관리업체를 압수수색했다.

27일 촛불행동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26일 오후 2시쯤 촛불행동의 회원관리프로그램 업체인 엔컴커뮤니케이션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촛불행동 회원정보와 회비출금 정보 등이 담긴 파일을 압수해갔다.

앞서 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 등은 지난 2022년 촛불대행진 집회 현장에서 후원금 모금을 했다는 이유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된 바 있다.

촛불행동은 행정안전부의 기부금품법 적용단체가 아닌 만큼 무혐의 처분이 예상됐지만, 경찰은 김 대표 등 촛불행동 관계자들을 조사한 뒤 2년간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다 돌연 이번에 압수수색을 한 것이다.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찰의 불법 행위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을 할 경우, 영장을 제시하고 사본을 교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경찰은 김 대표 등에게 연락이나 고지도 없이 압수수색했다. 업체는 피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현장에서 영장도 확인하지 못한 채 촛불행동 관련 파일들을 압수당했다.

촛불행동 권오혁 대표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고발자는 집회 현장에서 모금하는 걸 적시해서 문제 삼았기 때문에 (현재 가지고 있는) 회원 회비는 혐의와 관련도 없는데 경찰이 이를 빌미로 회원명부까지 가져갔다"면서 "국가기관이 개인정보를 탈취해간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행동은 이번 압수수색이 지지율이 떨어져 위기감이 높아진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촛불행동에 대한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등을 수사하라고 압박하고, 촛불행동이 추진하고 있는 '탄핵기금 5억 모금' 운동에 대해서도 문제 삼은 바 있다.

촛불행동은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긴급성명을 내고 "법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이 불법까지 저지르며 몰래 압수수색을 자행한 이유는 분명하다"면서 "끊임없이 추락하는 정권 지지율, 들끓는 탄핵 민심으로 위기감에 휩싸인 윤석열 일당이 이를 모면해보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힘당 의원 서범수가 촛불행동 기부금 관련 수사를 압박하자 행안부 장관 이상민이 등록단체가 아니기에 조처를 할 수 없다고 했다"며 "기부금법 적용단체가 아니라는 점은 이상민 자신의 입으로도 인정된 바"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 압수수색과 탄압은 불타는 탄핵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했다.

촛불행동은 "이번 촛불행동에 대한 탄압은 탄핵 민심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저급한 탄압"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탄핵을 피할 수 없다. 촛불행동은 흔들리지 않는 탄핵 민심을 받들어 더욱 거세찬 범국민탄핵항쟁으로 기필코 올해 안에 윤석열을 탄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다음은 촛불행동 긴급성명 전문.

촛불행동에 대한 공안기관의 무도한 불법 압수수색을 강력히 규탄한다!

9월 26일 오후 2시경, 서울시 경찰청 수사관들이 촛불행동 재정관련 관리업체를 압수수색 했다. 업체는 피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현장에서 영장 확인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경찰에게 촛불행동 관련 파일을 압수당했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해당 업체에서 촛불행동으로 연락을 해와서야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촛불행동은 업체 대표가 서울시경으로부터 교부받은 압수 목록 확인서를 통해 촛불행동 상임대표 ‘김민웅 등에 대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에 관하여 압수수색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형사소송법 제118조에 따르면 ‘압수·수색 영장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하여야 하고, 처분을 받는 자가 피고인인 경우에는 그 사본을 교부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경은 압수수색 영장을 피의자인 촛불행동에 제시하지도 않았고, 사본을 교부하지도 않았다. 김민웅 상임대표 역시 어떤 연락이나 고지도 받은 바 없다. 한마디로 불법적인 압수수색이다. 

법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이 불법까지 저지르며 몰래 압수수색을 자행한 이유는 분명하다. 끊임없이 추락하는 정권 지지율, 들끓는 탄핵 민심으로 위기감에 휩싸인 윤석열 일당이 이를 모면해보려는 것이다. 공안기관의 압수수색은 촛불행동을 위협하고 활동을 위축시켜 탄핵 여론을 잠재워보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궁지에 몰린 다급한 조치에 불과하다. 이는 도리어 수사기관의 범죄기록을 더함으로써 윤석열 정권의 탄핵사유를 더 쌓아갈 뿐이다.

애초 촛불행동에 대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라는 것도 무혐의 종결을 미루고 미뤄 2년간 붙잡고 있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를 다시 끄집어내어 새롭게 사건화를 하려는 것이 압수수색의 배경이다.

얼마 전 국힘당 의원 서범수가 행안부 장관 이상민에게 촛불행동 기부금 관련 수사를 압박하자 이상민이 등록단체가 아니기에 조처를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재차 수사를 다그치자 윤석열 정권은 이런 무도한 작태를 벌였다. 촛불행동은 기부금법 적용단체가 아니라는 점은 이상민 자신의 입으로도 인정된 바였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더욱 분명해진 것은 윤석열 일당의 종말이 더욱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일당은 완전히 오판하고 있다. 이제 탄핵은 거스를 수 없는 확고한 대세가 되었으며, 촛불행동에 대한 윤석열 일당의 불법 압수수색과 탄압은 불타는 탄핵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불법적인 압수수색을 자행한 공안기관을 강력히 규탄한다!

공안기관은 불법적인 압수수색에 대해 사죄하고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또한 불법적으로 압수해간 촛불행동 자료를 즉각 반환하라. 촛불행동은 서울시경의 불법적인 압수수색에 대한 즉각적인 법률 대응에 나설 것이다. 

공안기관에 강력히 경고한다. 법을 철저히 집행해야 할 수사기관이 불법까지 저지르며 윤석열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한다면, 윤석열과 함께 처절하게 응징당할 것이다. 수사기관이 법과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면 촛불행동이 아닌 윤석열과 김건희를 수사해야 할 것이다. 

위기 탈출용 공안탄압 자행하는 윤석열을 기필코 탄핵하자!

촛불행동은 윤석열 탄핵을 위한 100일 범국민총력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윤석열 탄핵 소추안 발의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윤석열 탄핵을 위한 지역 유권자대회를 맹렬히 준비하고 있다. 탄핵은 대세이며 촛불은 전국화되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번 촛불행동에 대한 탄압은 탄핵 민심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저급한 탄압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탄핵을 피할 수 없다. 촛불행동은 흔들리지 않는 탄핵 민심을 받들어 더욱 거세찬 범국민탄핵항쟁으로 기필코 올해 안에 윤석열을 탄핵할 것이다.

2024년 9월 27일      <촛불행동>

 

국민행동본부 "의료대란 해결하기 싫으면…"

극우도 등돌린 윤석열…조갑제 "퇴진 경고"

 

2024년 9월 25일 조선일보 A34면. 하단에 극우단체인 국민행동본부의 의견광고가 게재됐다. 2024.9.25.
 

대표적인 극우단체인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가 25일 "의료대란 해결하기 싫으면 물러나라"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 메시지를 조선일보에 광고로 게재했다. 보수 우파의 대부격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퇴진을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행동본부는 이날 조선일보 A34면 하단에 "의료대란 해결하기 싫으면 물러나라! '못살겠다, 갈아보자'고 외칠 땐 늦다!" 라는 제목의 의견 광고를 실었다. 해당 지면은 조선일보 사설면의 바로 맞은 편이다.

이 단체는 광고에서 "총선용으로 내지른 2000명 증원 폭탄으로 잘 돌아가던 의료천국을 의료지옥으로 전락시켜 '아프면 죽는다'는 공포감을 확산시킨 대통령은, 의사들에게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스스로 결자해지(結者解之)하라"며 "정권의 무능으로 의료개혁은 실패했고 재기불능임을 인정하라"라고 했다.

또 "과학을 무시하고 2000명 증원을 억지로 밀어붙이니 살리겠다던 지역의료, 필수의료, 응급실, 수술실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살 수 있는 환자들이 대통령의 무능 때문에 죽어나가는 게 일상화되면 최장수국 한국인의 평균수명도 줄어들 것"이라며 "대통령 한 사람의 옹고집과 체면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희생되었는지는 통계로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

단체는 "(의대정원 증원 수인) 2000은 주술(呪術)인가, 신탁(神託)인가, 교시(敎示)인가. 국민생명을 볼모로 잡아 총선용으로 내질러놓았다가 참패한 뒤에도 붙들고 있는 2000이란 숫자는 도대체 무슨 도깨비인가"라면서 "2000명 증원은 한국의료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는 과적(過積)인데 밀고 나가면 세월호처럼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없다. 결단을 미루는 시간만큼 더 죽는다"며 "성난 국민들이 '못살겠다, 갈아보자'고 외치기 시작하면 대통령부터 불행해진다"고 덧붙였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국민행동본부에 대해 "정통우파단체"라고 규정한 뒤, 해당 광고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싫으면 물러나라는 이야기"라며 "만약 의료 대란 해결하지 못하면 물러나라는 퇴진 경고 광고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행동본부는 지난 2001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반대하며 만들어진 단체로, 한때 '아스팔트 우파'라고 불리기도 했다. '행동강령'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진한 6·15공동선언을 '사기'라고 규정하는 등 전형적인 극우단체로 분류된다.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서정갑 본부장 등 이 단체 소속 회원들이 시민 분향소를 강제 철거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당정의 무능과 무책임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서로에게 책임 전가하며 당정·계파 갈등만 증폭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맨 왼쪽), 추경호 원내대표(맨 오른쪽)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지난 24일 ‘빈손 만찬’을 두고 당정의 무능과 무책임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친윤석열계과 친한동훈계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당정·계파 갈등만 증폭되는 모양새다.

한 대표 쪽이 만찬 뒤 독대를 재요청한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대통령실은 ‘묵묵부답’을 이어가며 ‘독대 신경전’도 계속되고 있다.

만찬으로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국민 고통과 민생 현안을 해결할 해법 대신 여권 ‘투 톱’ 간의 불신과 갈등만 확인된 셈이다.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해 정치력의 한계만 노출하는 한 대표도 문제지만, 특히 ‘잘해보자’는 한 대표를 국정 운영의 책임자로서 끌어안지 못하고 독선적인 태도를 고집하는 윤 대통령이 국정 난맥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격화하는 당정·계파 갈등

25일 대통령실과 여당의 친한동훈계, 친윤석열계 인사들은 의-정 갈등, 김건희 여사 논란 등 국정 현안이 논의되지 않은 전날 만찬에 상이한 평가를 내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만찬에서 편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발언이 오갔다”고 했지만, 한 친한계 만찬 참석자는 “대통령이 주로 혼자 이야기하고, 나머지 분들이 추임새를 넣는 정도였다.

별 의미 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친한계와 친윤계의 감정싸움은 더욱 격화하는 모습이다.

친한계 당직자 의원은 “여당 대표가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면 대통령도 일단 들어야 할 거 아니냐. (만찬에서)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건 치사하다”고 말했다.

반면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한 대표도 (만찬에서) 바로 대통령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며 “(한 대표가) 대통령을 자꾸 궁지에 몰아넣는 거라고 대통령실은 생각할 수가 있다”고 했다.

전날 한 대표가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거듭 요청하고 언론에 이를 알린 것을 두고도 비난전이 이어졌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만나는 게 시혜를 베푸는 게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반면 영남권 친윤계 의원은 “한 대표는 정치부터 배워야 한다. 여당 대표면 물밑 조율을 하고 자연스럽게 해야지 언론 플레이를 해선 안 된다”며 “빈손 만찬이 누구 탓이냐”고 한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대통령실은 이날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러다 다 죽는다’ 여권 공멸 위기감

이런 상반된 태도의 밑바탕엔,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히는 의-정 갈등과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양쪽의 뚜렷한 시각차가 자리 잡고 있다.

한 대표는 독대를 통해 윤 대통령에게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해 의대 증원 문제에 ‘유연한 접근’을 하자고 설득하는 한편, 명품 가방 수수, 공개 행보 확대, 공천 개입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김 여사와 관련한 전향적 조처를 요구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을 자신의 ‘업적’으로 인식하는 윤 대통령은 한발도 물러서지 않으려 한다.

당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와 국민의힘 지지율이 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윤 대통령 20%, 국민의힘 28%, 한국갤럽 지난 10~12일 조사)으로 동반 하락한 주요 원인을 ‘윤-한 갈등’으로 보고 있는 대통령실은 전날 만찬을 ‘당정 화합을 보여줄 상견례’로 준비했다.

평행선을 달리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에, 대통령실의 안이한 판단이 더해져 ‘독대 논란만 남은 빈손 회동’은 이미 예견됐던 셈이다.

국민의힘은 공멸 위기감에 부글부글한 분위기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포용하고 경청할 줄 모르는 대통령이나, ‘독대’를 두고 언론 플레이만 하는 당대표나 둘 다 치졸하고 한심하다.

당과 대통령실의 책임자들 수십명이 다 모인 자리에서 어느 한 사람도 지금의 국정 실패와 민심 이반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니, 정부·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직업윤리도 영혼도 없었다”고 일갈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영남 의원은 “지금 두 사람이 하는 건 다 같이 망하자는 얘기다. 핵심 지지층인 대구·경북에서도 나라가 어려운데 왜 싸우고만 있냐고 그런다”고 답답해했다.

국정 운영 책임자는 대통령

당 안에선 ‘정치 초보의 한계’라며 한 대표를 탓하는 기류가 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윤상현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대표 주변에 있는 분들이 어떻게 하면 대표를 잘 모시고 당정 관계를 원활하게 해나갈 수 있는가 고민이 있어야 된다.

이분(한 대표)은 아직까지 모르니까”라며 “한 대표는 ‘여의도 문법’보다 ‘국민 문법’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여의도 문법’ 나름대로의 그게(쓸모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국정 기조는 옳다”며 ‘불통 리더십’을 이어가는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 한 당정 관계도, 민생의 고통을 비롯한 국정난맥도 상황이 바뀌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11월10일 임기 반환점을 도는 윤 대통령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번 만찬에서 드러난 것처럼 ‘한 대표의 차별화 시도→윤 대통령의 거부→당정 간 소모적 갈등 확산→민생 현안 해법 도출 실패→여론 악화’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국정 운영 동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정책은 그러잖아도 대치 중인 192석 야당에 번번이 가로막힐 수밖에 없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윤 대통령이 정당 경험이 없고 검찰에서 상명하복 리더십에 오랫동안 갇혀 있었기 때문에 자기주도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국정 운영 긍정평가 20%에서 당정이 분열하면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해나갈 수 없다. 레임덕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준상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국가 이익을 최우선을 놓고 민심의 바다를 거슬러선 안 된다”며 “빠른 시일 내에 두 사람이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 이승준 서영지 신민정 기자 >

조중동, 1면과 사설 통해 강도 높은 여권 비판

조선일보 “한가한가”, 중앙일보 “염장 지르나”

동아일보 사설 "속 좁고 교활, 구중궁궐 같혀"

 

동아 “준 쪽은 기소, 받은 쪽은 불기소…눈치보다 딜레마 자초한 검찰”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저녁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당 지도부를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으로 초청해 야외에서 만찬장으로 가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회동이 24일 있었지만 26일 신문 지면까지 1면과 사설을 채웠다. 이 회동에서 김 여사 문제나 의료 사태에 대해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 전해지며 이른바 '조중동'까지 언론들은 일제히 강도높은 비판을 했다.

26일 조선일보 1면 기사 제목은 <金여사 문제에 갇혀버린 여권>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을 앞두고 독대를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여권에서는 ‘중요한 안건’이 김건희 여사 문제라고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김 여사가 연루된 명품백 수수 문제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처리되지 않은 가운데 공천 문제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조선일보 1면.

 

같은날 중앙일보 1면도 <성과내도 모자란데 ‘빈손 만찬’ 윤-한 감정 골만 더 깊어졌다>라는 제목이었다. 이 기사는 “24일 만찬 회동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꼬인 실타래를 풀긴 커녕 여권 내 갈등만 또다시 노출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1면 역시 <“윤 구궁궁궐에” vs “한 속좁고 교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는데 ‘빈손 맹탕 만찬’으로 인해 둘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는 내용을 담았다.

조중동 사설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해당 회동에 대해 조선일보는 “지금 그렇게 한가한가”라는 제목을, 중앙일보는 “국민 염장 지르기로 작정했나”라는 제목을 썼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국정 책임자들의 감정싸움을 용인해 줄 만한 인내심이 국민에겐 남아 있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26일 조선일보 사설.

 

26일 조선일보 사설 <단체 식사 모임 된 尹·韓 만남, 지금 그렇게 한가한가>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만찬 회동을 했지만 김 여사 문제와 의료 사태에 대해 논의하지 못했다고 ‘빈손 만찬’이라 표현했다. 사설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사이가 벌어진 것은 순전히 김 여사 문제 때문”이라며 “한 대표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얘기하자 대통령실은 한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양측의 갈등은 여권 내분과 선거 패배로 이어졌고 국정 위기까지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특검 요구는 더 커질 것이다. 이런 상태로 의료 사태가 해결되기도 어렵다. 다른 국정 개혁도 좌초될 수 있다”며 “위중한 시기에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만났는데 단체 회식으로 끝났다면 국민은 ‘그렇게 한가한가’라고 생각할 것”이라 썼다.

이날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여권 수뇌부의 맹탕 만찬, 국민 염장 지르기로 작정했나>였다. 이 사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의 그제 만찬은 이들이 과연 국정을 이끌 자격은 있는지 깊은 회의가 들게 했다”며 “도대체 이럴 거면 뭐하러 만난 것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기 침체 속에 자영업자들의 비명은 갈수록 커지고, 병원 응급실은 몇 달째 비상이며, 북한 오물 풍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 한복판으로 날아온다”며 “이런 판국에 여권 수뇌부 26명이 만찬을 하면서 나라 걱정은 일언반구 없이 덕담만 오갔다니 아예 국민의 염장을 지르기로 작정한 모양”이라고 썼다.

이 사설은 “맹탕 만찬의 일차적 책임은 대통령실”이라며 “지금 용산에선 김 여사 문제는 완전히 성역이어서 어떤 참모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를 못 한다고 한다. 그나마 직언할 수 있는 위치가 한 대표 정도인데, 그마저도 이런 식으로 옹색하게 언로를 차단하면 어쩌자는 것”이라 비판했다.

▲26일 중앙일보 사설.

 

26일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속 좁고 교활” “구중궁궐 갇혀”… ‘김·의·민’ 빠진 용산 만찬>이었다. 이 사설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그제 회동이 김건희 여사 논란과 의정 갈등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아무런 대화 없이 ‘밥만 먹은 만찬’으로 끝났다”며 “김건희의 ‘김’자도, 의료의 ‘의’자도, 민생의 ‘민’자도 안 나왔다는 것이 참석자의 전언이다. 꼬일 대로 꼬인 국정의 한복판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어렵게 만난 자리가 이렇게 끝났다니 허탈할 뿐“이라 전했다.

▲26일 동아일보 사설.

 

김 여사에 명품백 준 사람이 ‘청탁 목적’이라 밝혔는데 받은 사람은 불기소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맹탕 회동’에 대한 핵심이 김 여사 문제라는 점에 이어, 검찰수사심의위(수심위)에서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에 대해 모순된 결론을 내놓은 것도 주요한 면으로 다뤄졌다.

조선일보는 1면에 이어 김 여사에 대한 문제로, 수심위가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두차례 심의 결과 다른 결론을 내놓아 논란이 일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디올 백을 받은 김여사에 대해 불기소를, 지난 24일 공여자인 최재영씨에게는 기소를 권고했다. 검찰 수뇌부가 여론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끌다가 ‘여론 재판’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26일 조선일보 2면.

동아일보 1면에도 <檢, 김건희-최재영 모두 불기소 가닥>이라는 기사가 실렸고 수심위가 디올백을 건넨 최 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라는 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검찰은 둘 다 불기소 처분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준 쪽은 기소, 받은 쪽은 불기소…눈치보다 딜레마 자초한 檢>에서 “이번 수사심의위는 최 씨가 죄를 지었다고 주장하는데 검사는 죄가 안 된다고 맞서는 희한한 구도에서 진행됐다”며 “최 씨 스스로 ‘청탁 목적으로 선물을 했다’고 밝히고 있고 대통령의 직무 범위는 포괄적인 만큼 엄밀한 법적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게 위원 다수의 의견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26일 동아일보 사설.

한겨레는 이날 사설 <수심위 ‘명품백 대통령 직무관련성 인정’, 이게 상식이다>에서 수심위의 판단이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전하면서 “청탁 목적이 있었다는 명품백 공여자의 진술이 있는데도, 대통령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검찰의 주장이 오히려 궤변 아닌가”라고 전했다.

경향신문 3면 <‘준 사람 기소, 받은 사람 불기소’…정반대 판단에 검 셈법 복잡>를 살펴보면 “최 목사가 자신의 처벌을 원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불기소를 강행하면 논란이 불가피하다”며 “명품 가방을 받은 김 여사는 불기소 처분하고, 이를 건넨 최 목사만 기소할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라고 모순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최 목사 수심위가 명품 가방과 윤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