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석 최고위원, 이재명 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회의 ‘김건희 특검법’ 재투표를 앞두고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던 국민의힘이 특검을 반대하면 김건희 여사가 범인이고, 국민의힘이 공범이라는 고백으로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가 진짜 떳떳하다고 여긴다면 특검에 찬성하고 진실을 밝혀내 명예를 회복하는 게 더 현명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민심을 거역하는 권력은 국민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며 “김 여사 한 명 지키려다 전체 보수세력을 궤멸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공천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온갖 정황증거가 쏟아지고 있는데 특검을 거부한다고 범죄 혐의가 사라지느냐. 오히려 특검 필요성만 커진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민 10명 중 7명이 특검에 찬성한다”며 “국회가 오늘 재의결해서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국회의 도리”라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나라를 위해 우선 물러나야 할 ‘김김여’(가 있다). 김 여사,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우선 퇴진 3인방 중 압도적 1등은 김건희”라며 “우리는 국민 명령을 따르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찌할 건가”라며 “이번에 (특검법을) 막아도 다음엔 무너진다. 자유투표 장막 앞에서 헌법기관의 양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4년 후 다시 ‘윤석열 공천’을 받는 것도 아닌데도 ‘김건희 산맥’ 앞에 모두 꿀 먹었다. 미친 권력의 마지막 칼춤이 두려워서인가”라며 “직언 못 하는 집권당은 무너진다는 게 한국 정치사의 교훈”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가족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라는 비상설 특별위원회도 구성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에 “제가 본부장으로 임명받았고, 논리와 전투력 겸비한 9분을 위원으로 임명했다”며 “다음주 초 국정감사 시작 전이라도 바로 첫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 기민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주호영 국회 부의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악수조차 하기 싫은 사이가 된 것일까.
검찰 시절부터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 노출됐다. 윤 대통령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한때 ‘윤석열 정권 소통령’으로 불렸던 여당 대표와 대통령이 대면조차 불편한 사이가 된 것이다. 윤-한 두 사람 갈등 단계를 지나 ‘친윤계-친한계 심리적 분당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자리 배치 변경에 불참
한 대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경제 주최 행사 시작 30분 전 불참을 통보했다. 윤 대통령도 참석하는 행사여서 한 대표의 갑작스러운 불참 통보 이유를 두고 여러 말이 나왔다. 독대 불발 이후 한 대표가 대통령 정무수석을 통해 독대를 재요청하자 ‘윤-한 두 사람이 전화통화도 못 하는 사이가 됐느냐’ ‘시간 한 번 내달라는 하면 대통령이 거절하겠느냐’는 말이 여당에서 공개적으로 나온 터였다. 행사 자리 등을 빌려 독대 요청 기회를 잡으라는 충고였는데 한 대표가 행사 불참으로 이를 차 버린 셈이다.
이는 윤 대통령 옆 테이블에 배정됐던 한 대표 자리가 더 먼 곳으로 옮겨진 것이 이유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4일 한겨레에 “원래 자리와 달리 변경된 자리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악수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자리였다”고 했다. 시사저널은 대통령실 쪽에서 자리 변경을 한국경제 쪽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자리 변경 요청이 윤 대통령 뜻이 아닐 수도 있다. 용산 참모들이 ‘심기 경호’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느 쪽이 됐든 한 대표의 불참은 두 사람 관계가 봉합하기 힘든 지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두 사람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자리 의전 문제로 대통령 참석 행사에 여당 대표가 불참했다는 것은 윤석열·한동훈 관계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이런 행사는 사전에 자리 배치도를 미리 주는데, 한동훈 성격상 갑자기 다른 자리로 옮겨진 것을 참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 창간 60주년 기념식에서 영상을 시청한 뒤 박수 치고 있다. [연합]
박근혜 “유승민 배신의 정치” 결말은
의-정 갈등 같은 정책 방향을 두고 여권 내부 의견이 갈리는 것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자주 있는 일이고, 그나마 조율 여지가 있다. 다만 대통령이 ‘얼굴도 보기 싫다’고 할 때는 답이 없다. 박근혜 정부 때 박근혜-유승민 관계가 그랬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는 등 줄곧 친박계 중심이었다. 박근혜 정권 3년 차에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뒤 진보적 의제로 다른 목소리를 내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 공개 낙인이 찍혔다. 친박-비박 갈등이 지속했고 2016년 총선 공천에서 유 전 의원 등이 대거 낙천하자, 이후 심리적 분당 상태가 깊어졌다. 이는 결국 새누리당 내 찬성표를 발판삼은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검찰 한직에 있던 한 대표를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해 재기의 발판을 만들어줬고, 총선을 앞두고는 장관직에서 바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갈 수 있도록 길을 닦아줬다. 한 대표는 비대위원장 임명 직후부터 김건희 여사 논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대사 임명 등을 두고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더니, 3년 차로 접어든 윤석열 정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에는 의-정 갈등 해법을 두고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정치권에선 박근혜 정권 때와 겹쳐볼 때 윤-한 두 사람 사이가 ‘배신의 정치 이후’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했다고 본다. 친윤-친한계 인사들이 언론을 통해 거리낌 없이 상대방을 비판·비난하는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은 친박-비박 충돌 때보다 더 심각하다. 국회 탄핵소추 당시 여당에서 30명 정도 ‘반란표’(실제 70표 넘는 탄핵 찬성표가 여당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가 필요했다면, 지금은 단 8명 정도만 등을 돌려도 정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 국민의힘 친한계 의원은 17명 정도다. ‘코어 그룹’은 이보다 적지만, 한 대표와 같은 배를 탄 이들이라 ‘전면전’이 벌어지면 후퇴보다는 전진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 내부에서 “사이는 안 좋더라도 보수 공멸은 막아야 한다”며 연일 경고등을 켜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국군의날, 순식간에 지나간 악수
가까이하기에 너무 멀어진 두 사람은 자리 배치 논란 바로 이튿날인 지난 1일 오전 10시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어색하게 마주쳤다. 행사 성격상 자리 배치를 바꿔달라거나 불참하기 어려운 자리였다. 비 오는 궂은 날씨에 윤 대통령은 단상에 착석하기 전 참석자들과 빠르게 악수를 했다. 한동훈 대표, 주호영 국회 부의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순으로 악수했다. 한 대표와는 손을 잡았다가 바로 뺐지만, 주호영·추경호·박찬대와는 2∼3번씩 악수한 손을 흔들며 눈 맞춤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당인 주호영·추경호 두 사람은 악수가 끝난 뒤에도 웃으며 서로를 쳐다봤지만, 한 대표는 혼자 입을 꾹 다문 채 행사장 정면을 응시했다. 윤 대통령·한 대표 모두 서로에 대한 불편함을 숨기지 않은 자리였다. < 김남일 기자 >
위증교사 혐의에 3년 구형, 양형 기준상 또 최대치 '이재명 제거' 정치적 목적 드러내는 데 거침없어
실제 통화 내용엔 검찰 주장 뒤엎는 정황 수두룩 '검사 사칭' 최철호 PD도 '소 취하 이면협의' 증언
김진성 "그때 사실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다" "당시 분위기를 변론요지서에 잘 쓰셨더라"고까지
이재명 "사실대로 진술" 취지로 30분간 12번 당부 민주 "김진성, 알선수재 등 혐의로 검찰에 포획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결심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9.30. [연합]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소위 '위증교사' 혐의를 이유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위증 범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 기준상 최대치다. 며칠 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도 최대치인 징역 2년을 구형하더니 맛을 들인 모양새다. 검찰은 이 대표 사건들 중에서 그나마 가볍다는 혐의를 두고 벌써 징역 5년을 구형함으로써 '이재명 제거'라는 정치적 목적을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는 모습이다.
검찰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불법과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 대표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보안성을 의식해 텔레그램을 통해 주도면밀하게 접근했고 수험생에게 답변을 제공해 만점을 받게 한 것처럼 증인신문 전날 변호인을 통해 (위증 내용을) 숙지하게 했다"며 "동종 유사 사건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위증 범죄는 실체적 진실 확인을 방해하며 사법 질서를 교란해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중대 범죄"라면서 "유권자의 합리적 평가에 중요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항에 대해 거짓말을 반복하고 이를 다시 은폐하기 위해 위증을 교사해 민주주의의 근간이 본질적으로 침해됐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 22∼24일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전화해 '검사 사칭 사건' 관련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위증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대표는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으로 당시 김 전 시장을 취재하던 KBS 최철호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돼 2004년 12월 벌금 150만 원을 확정받았는데, 이후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에서 이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발언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또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혐의다.
검찰은 "이 대표는 김 씨가 '어떤 취지로 해야하는지 말해달라'고 하니 변론요지서를 보내겠다고 했다"며 "본 재판에서 김 씨는 이 대화와 관련해 '기억대로가 아니라 이 대표가 주장한 대로 증언해 달라고 했던 것'으로 증언, 노골적인 위증교사 행위가 확인된다"고 했다.
2018년 12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진성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가 전화 통화로 나눈 대화 녹취록. 뉴탐사 화면 갈무리
그러나 통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와 김진성 씨의 녹취록 전체를 보면 검찰 공소 사실은 무리수이거나 조작된 의혹이 짙다. 두 사람은 대화 초기부터 '검사 사칭 사건' 처리와 관련해 성남시와 KBS 간부들 사이에 이면 협의가 있었던 사실을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통화 초반 "이재명이가 이렇게 (KBS PD의 검찰 사칭 취재를) 사주해가지고 하라고 그래서 했다, 이렇게 모으니까 자기(KBS) 책임을 싹 가린 거지. 모두가 그렇게 이해관계가 일치했던 거예요. (중략) 김병량 시장은 거의 강요당한 사건이잖아. (중략) 검찰도 나를 좀 (손)봐야 되고 또 성남시도 그렇고 KBS도 그렇고 전부 다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나한테 덮어씌우면 도움이 되는 사건이었던 거예요"라고 말하자, 김진성 씨는 "그때 분위기는 사실은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라고 맞장구쳤다.
김 씨가 당시 상황에 대해 떠올리자 이 대표는 "그러니까"라고 말한 뒤 "그런 얘기들을 좀 기억을 되살려서 (중략) 그래도 어쨌든 우리 (김병량) 시장님 모시고 있던 입장에서 그래도 이렇게 좀 전체적으로 한번 얘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중략) 변론요지서를 하나 보내드릴게요"라고 전했다. 즉, 이 대표가 기억에 반하는 증언을 김 씨에게 강요하려고 변론요지서를 보낸 게 아니라, 떠오른 기억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보낸 것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2018년 12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진성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가 전화 통화로 나눈 대화의 녹취록. 뉴탐사 화면 갈무리
김 씨가 "(변론요지서에) 한번 맞춰서"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기억에 안 나는 걸 말할 필요 없다"고 당부하는 내용이 녹취록에서 확인된다. 김 씨가 "그렇게 (변론요지서) 보고 인지한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는지"라고 하자 이 대표는 "우리 김 비서관이 안 본 거 그런 얘기할 필요는 없는 거고 그쪽 시장님 쪽이 어떤 입장이었는지 그런 거나 좀 한번 상기해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후 김 씨는 변론요지서를 검토한 뒤 다시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그 (당시) 분위기를 (변론요지서에) 잘 쓰셨더라고요"라고까지 말했다. 김 씨의 기억에 반하는 내용이 변론요지서에 담겼다면 김 씨가 할 수 없는 발언이다.
이 외에도 이 대표는 김 씨와의 대화 과정에서 기억과 다른 증언을 요구하기는커녕 김 씨에게 10여 차례 "기억을 되살려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대표는 "KBS 측하고 성남시청 쪽이 일종의 협의를 한 거 그 부분을 좀 기억을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KBS 측은 자기들 책임을 좀 줄여야 하고 혹시 그거 기억해요?" "그런 얘기들을 기억을 되살려서 혹시 기회 되면 그때도 그런 뉘앙스 그런 분위기 때문에" "한번 얘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생각을 되살려봐 주시고" "내가 변론요지서를 하나 보내드릴게요. 우리의 주장이었으니까 한번 기억도 되살려보시고" "당시 그래서 제가 그때 들은 얘기로는 최철호 PD한테는 고소 취하해준다고 약속을 미리 했었다는 거고 그거 기억하세요?" 등의 언급을 했다.
나아가 최철호 PD도 2002년 '검사 사칭' 사건 재판에 나와 김병량 성남시장 측과 KBS 사이에 이면 협의가 있었던 사실을 직접 증언한 바 있다.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가 입수한 당시 재판 기록에 따르면, 최 PD는 "담당 국장과 부장이 면회를 와서 처벌을 완화하려고 하면 시장의 소 취하가 필요하다고 하였고 소 취하를 얻기 위해 회사가 노력을 했고 제가 듣기로는 시장이 약속을 해줬다고 들었다. 제가 듣기로는 고발자가 소 취하하면서 정상이 참작된다고 들었다. 그렇게 알고 저희 담당국장이 시장을 만났고 시장이 그런 약속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최철호 KBS 피디가 '이재명 검찰 사칭' 사건 재판에 나와 2002년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 측과 KBS 사이에 이면 협의가 있었던 사실을 증언한 기록.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김진성 씨에게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부탁한 것은 이러한 사실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이날 검찰 구형 전 피고인 신문에서 김진성 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것이 아니라 있는 대로 말해달라는 취지였다고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이 대표는 "김 씨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고민도 없이 (즉각) '모른다'고 말한 것은 '아 이 사람이 말 안 하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김 씨는 상의를 한 것은 맞는데 상대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취지였기 때문에 '직접 경험한 것을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말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 씨에게 전화한 것에 대해서는 "우아한 전과도 아니고 검찰 사칭을 했다는 자존심 상하는 비난을 이번 기회에 밝혀보려고 했던 것"이라며 "(김 씨의 법정 증언도) 사실 하나 마나 한 증언이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번 위증교사 사건의 단초가 된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과 관련한 검사 사칭 사건은 김병량 전 시장과 KBS 사이에 자신을 주범으로 몰려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계속했다. 그는 "김병량 시장이 저를 워낙 미워했고 여기 계시는 검찰도 저를 많이 미워했다"면서 "전체적으로 이해관계가 일치됐던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2004년 (검사 사칭 사건) 유죄 판결이 억울하냐'고 묻자 "여전히 그렇다"며 "제가 방조면 모르겠는데 어떻게 주범이 될 수 있느냐"고 답했다. 대법원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냐는 검찰 질문에는 "인정을 안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판결이 진리를 쓴 성경도 아닌데 억울하다는 말도 하면 안 되느냐"고 쏘아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에게 위증교사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한 검찰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민형배 의원 페이스북
검찰 구형 직후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위원장 한준호)는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나치 괴벨스보다 더 악독한 괴물' '검폭' 등으로 표현하며 격렬한 어조로 규탄했다. 간사인 박균택 의원을 비롯해 정준호‧이건태‧김남희‧백승아‧박지혜‧이용우‧민형배‧양부남‧박선원 등 대책위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악마의 편집으로 공소장을 조작한 정치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며 "이 사건은 이재명 대표가 2002년 시민운동가로서 '분당파크뷰 특혜 분양 부정부패 사건'을 고발하는 과정에 발생한 일로 부패한 권력과 야합한 언론에 의해 부당하게 피해를 당한 것이 출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는 '기억을 되살려 사실대로만 진실을 이야기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30여 분 동안 12번이나 한다. 이는 2분 30초마다 한 번씩 귀가 따가울 정도로 말한 것"이라며 "검찰 주장과 달리 대화 내용 어디에도 위증·교사는 없다. 그런데 검찰은 일부분만 악의적으로 편집해서 맥락을 왜곡해 공소장을 조작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의 조선총독부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아니'를 빼버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의 조선총독부 대통령이다"라고 날조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오늘 검찰은 '내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독일 나치의 괴벨스보다 더 악독한 괴물이 되고 말았다"고 비유했다.
검찰 공소장에 누락된 녹취록 속 김진성의 중요 발언
검찰은 "이 대표가 '김병량 전 성남시장과 KBS 사이에 나를 주범으로 몰기 위해 고소 취소를 하기로 협의했다'는 내용을 위증·교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철호 PD는 2002년 법정에서 "고소 취소 약속을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2002년 당시 성남시와 KBS 간에 고소 취소를 협의한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인 것이다. 더구나 위증의 실행자라는 증인 김 씨는 "고소 취소 협의를 할 때 주범으로 몰기 위해 한 것이냐"는 질문에 "김병량 시장의 성품상 그런 취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오히려 반대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 같은 점을 근거로 대책위는 "위증의 내용 자체가 없다"면서 "검찰이 억지 기소를 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당초 김 씨는 "사실대로 증언한 것이다"라고 진술했지만, 검찰 조사가 거듭되면서 검찰 주장과 동일하게 말을 바꿨다. 김 씨의 진술이 180도 바뀐 배경이 뭘까. 이를 두고 대책위는 "김 씨는 정치검찰의 거미줄에 걸린 나비 신세나 다름없다"고 짚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 씨는 현재 사기·알선수재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사건이 3건이다. 한 건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음에도 검찰은 조사 한 번 않고 무혐의로 처리한 반면, 백현동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다른 공범의 2심 재판이 끝났는데도 아직도 기소 자체를 하지 않고 있으며, 위증죄에 대해서는 공판이 사실상 종료된 지 한참 지났는데도 구형을 하지 않고 있다.
대책위는 "정치검찰이 조작한 사건들은 어김없이 회유·협박과 형량 거래 의혹이 따라 붙는다"면서 "대장동의 유동규, 대북송금의 김성태와 안부수, 백현동의 정바울, 위증교사의 김 씨가 그렇다"고 조목조목 제시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기소가 늘 그랬듯이 위증교사 사건에서도 검찰이 증언을 오염시키고, 모해위증을 일삼으며, 범죄자들과 형량을 거래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책위는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기억 환기'를 부탁한 대화를 편집해 '위증교사'로 둔갑시키고, 한 적도 없는 증언을 위증이라면서 이를 교사했다고 기소했고, 교묘하게 편집‧발췌한 녹취록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등 오직 '이재명 죽이기'에만 골몰한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1.30. [연합]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왼쪽)과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오른쪽). 2024.6.17. [연합]
아울러 이 사건은 위증교사 여부를 떠나 검찰청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시행령에 근거해 수사하고 기소한 사건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범죄 성립의 실체를 따지기 이전에 처음부터 법률을 위반한 공소 제기이거나, 적어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수사하고 재판한 사건에 해당해 원천 무효라는 것이다.
대책위는 "이재명 대표 수사에 동원된 검사가 70여 명이고, 현재 재판에 참여 중인 검사가 57명(중복 포함)이다. 김건희 여사 앞에서는 '콜검'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비루한 모습을 보이면서, 제1야당 대표에 대해서는 '검폭'의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정치검찰의 법률 잣대는 윤석열과 김건희라는 큰 물고기는 빠져나가고 반대편은 옭아매는 불공정한 엉터리 법망"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열한 정치보복과 대선 후보 등록을 막기 위한 치졸한 공작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며 "법원은 위증교사와 모순되는 대부분의 말을 고의로 삭제해 공소장을 조작하고 불법·불공정한 수사를 일삼은 정치검찰을 엄히 꾸짖어주시기 바란다.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믿는다. 사필귀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27일자 신문 대다수가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나라살림을 주먹구구로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계획된 예산 집행도 제대로 못 하면서 내수 부진을 더 부채질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6일 세수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며 올해 국세수입이 337조 7000억 원으로 세입예산(367조 3000억)보다 29조 6000억원(8.1%)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 세수 결손(56조 4000억 원)이 발생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세수 펑크’ 사태가 반복된 것이다.
경향신문은 27일 <2년 새 86조 세수 결손, 부총리 유감 표명으로 끝낼 일인가> 사설에서 기재부가 세수 결손 원인으로 경기 둔화와 자산시장 침체를 꼽은 것을 놓고 “후안무치한 기재부 변명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장기화와 경기 침체를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이 이구동성으로 경고했는데 기재부만 몰랐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를 멈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은 “그러잖아도 경기가 최악인데 정부 지출을 더 줄이면 내수는 어찌 되고, 취약계층 삶은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나라살림이 결딴나고 있는데도 기재부는 여전히 부자감세에 골몰하고 있다. 상속·증여세 인하를 올해 세제개편안에 포함시켰고, 주식투자자 1%를 위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27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정부의 추계 능력에 의문을 더졌다. <4년째 세수 오차에 2년 연속 펑크… 가계부도 이렇게 안 쓸 것> 사설에서 “나라살림을 주먹구구로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환율 안정을 위해 쌓아둔 외국환평형기금을 끌어다 쓴 것처럼 결국 기금 돌려막기를 하거나 계획된 지출을 줄이는 ‘예산 불용’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 정부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는커녕 계획된 예산 집행도 제대로 못 하면서 내수 부진을 더 부채질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대규모 세수 추계 실패가 거의 연례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일반 가정도 예상 수입을 꼼꼼히 따져가며 지출 계획을 세우는데, 엉터리 세수 전망을 반복하는 기재부에 나라살림을 맡겨도 되나 싶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정부의 재정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지출 못 줄이면 만성 재정 적자국 된다> 사설을 내고 “그 와중에도 정부는 지출을 줄이지 않아 재정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병사 월급 165만원 인상, 0세 아동 부모 급여 월 100만원 지급, 노인 기초연금 33만4000원으로 인상 등 총선을 앞둔 선심 지원책이 대거 포함됐다. 세수 결손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방만한 씀씀이를 계속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회에 제출된 2025년 예산안까지 포함하면 집권 3년간 국가 채무가 210조원 증가해, 문재인 정부 5년간 400조원 불어난 것과 비슷한 추세”라며 “문 정부는 세수 풍년 속에서도 방만한 씀씀이로 천문학적 적자를 냈고. 윤 정부는 세수 부족에 맞춘 지출 다이어트에 소홀한 결과”라고 했다.
▲ 27일자 한겨레 사설.
세수 결손 사태를 정부 선에서 해결하지 말고 국회와 협의를 통하라는 주문도 나온다. 한겨레는 <또 대규모 세수 펑크, 편법 말고 국회와 협의해야> 사설에서 “이번 정부는 국채는 발행하지 않겠다고 하니 지출 구조조정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민생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라며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와 협의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기금 여유재원 등을 활용하겠다는 기재부의 대응에 대해 한겨레는 “세수 펑크를 이유로 재정의 역할을 스스로 축소하겠다는 것”이라며 “또 여야가 합의해 결정한 예산을 행정부가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국회 예산심의권에 위배되고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국채를 발행하든 지출 구조조정을 하든 국회와 사전 협의하고, 심의를 받아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 박재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