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체포 뒤에도 뜨거운 광장…7차 시민대행진

"내란 사태 언제든 온다…'윤석열 2' 절대 안돼"
"새로운 세상서 차별없이 안전하게 일하고 파"

박석운 "내란 조기종식해야 민생경제 되살려"
"최상목 내란특검법 거부하면 심판 직면할 것"

촛불행동은 헌법재판소 인근서 '파면 콘서트'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7차). 2025.1.18. 비상행동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 18일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구속하라" "헌재(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즉각 파면하라" "내란공범 국민의힘 즉각 해체하라"고 외쳤다. 아울러 지난달 3일부터 이어온 내란 사태의 '조기 종식'을 촉구했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는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7차)'가 열렸다. 집회에는 주최 쪽 추산 15만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레빗'(활동명)은 여는 발언을 통해 "윤석열이 체포된 이후 조금 편하게 잘 수 있게 됐다. 구속까지 되면 더 편히 잘 것 같다"며 "윤석열을 체포한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지만, 윤석열에게 그 심판을 받게 한 것은 우리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다 만들어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을 지, 밥상을 뒤엎을 지 그들이 선택할 일만 남았다"며 "윤석열의 가증스러운 영상 편지를 보지 않을 때까지 우리는 외칠 것"이라고 했다. 또 "시민이 아닌 윤석열을 선택한 내란공범 국민의힘과, 국가인권위원회 공직자들도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서도 성소수자, 청소년,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형형색색 깃발과 응원봉만큼이나 이들의 목소리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색채를 띠었다.

 

영국에서 공부 중이라고 소개한 박시온 씨는 "파도처럼 출렁이는 연대의 물결이 얼마나 강력한지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운지,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며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토론해야 하고, 살아가기 위해 갈등해야 하고, 답을 찾기 위해 질문해야 하고, 편안하기 위해 불편해야 하고 공감하기 위해 분노해야 하고, 타오르기 위해 냉철해야 하고, 자유롭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7차)에서 발언하고 있는 시민 박시온 씨. 2025.1.18. 비상행동 유튜브 영상 갈무리
 

그는 "지금도 끔찍하게 많은 이들이 혐오와 차별에 집어삼켜져 인권을 훼손하고 있다. 정제되지 않은 미디어와 이권 다툼 속에서 뉴라이트, 극우는 파시즘, 포퓰리즘과 결착해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테러리스트를 양성한다"며 "우리의 역할은 끊임없이 사유하고 생각해, 우리가 깨달은 민주와 평화를 이룩하고 수호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등학생 김민욱 군은 "윤석열이 어떻게 뽑혔나.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망언이 나왔고, 당시 국힘 대표라는 사람(이준석)은 장애인의 절박함을 조롱했다. 우리 사회가 혐오를 제대로 자정하지 못해서 절반 가까운 유권자가 선동에 홀라당 넘어갔다. 이보다 큰 실수가 있는가"라며 "8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윤석열 투(two, 2)'가 나와야겠는가.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와 장애인, 성소수자를 지지한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고 했다.

 

연대의 다짐도 이어졌다. 졸업을 앞둔 중학생 3학년생이라고 밝힌 익명의 청소년은 "부모님 걱정에 몰래 집회에 나온 적도 있었다. 힘들었지만 연대의 힘을 느끼고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깃발과 응원봉이 아름다웠고 감동을 받아 눈물났다"며 "윤석열 구속과 퇴진 이후 세상이 이치에 맞게 흘러가길 바란다. 범죄자는 제대로 된 벌을 받고 여성, 청소년, 장애인, 노동자 등 모든 사람이 차별없는 세상에서 살길 바란다"고 했다.

 

대학생 이주원 씨는 "오색찬란한 깃발이 휘날리는 광경을 잊지 못할 것이며, 용기를 내 행동한 순간은 후에 또다시 민주주의 훼손되면 용기를 내도록 도와줄 것"이라면서 "우리는 옳은 일에 아무런 조건없이 동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탄핵이 끝이 아니다. 내란동조 국힘 정당해체, 장애인 이동권 보장, 노조법 2·3조 개정, 대학등록금 인상 반대, 생활동반자법 제정 등 앞으로도 시민 여러분과 함께 목소리 내고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7차). 2025.1.18. 비상행동 유튜브 영상 갈무리

 

광주에서 온 20대 다은 씨는 "국가는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지키지 못했다. 다시 민주주의와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며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지금 분노를 연료삼아 지켜나가자"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시민은 "이번 같은 상황 다시 오지 않으리라 장담하지 못한다. 그때 오늘을 기억하자"면서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 와도 단념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각계각층의 노동자들도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 유니온' 소속 조합원은 "창원 부산 울산 대구 구미 대전 성주 수원 등 거쳐서 서울에 왔다"면서 "수많은 시민들이 채워줄 연대의 연료와 환대 덕분에 배달 라이더들도 우리 사이에 당당한 시민이자 노동자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내란 사태 이전에 '일상의 윤석열'인 배민(배달의 민족)·쿠팡은 우리를 괴롭혔다. 최저임금 미만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고, 수많은 동료가 다치고 죽었다. 와닿지 않는 변화 속도에 좌절했다"며 "그러나 전국 대행진에 다양한 시민이 있었다. 우리도 앞으로 수많은 시민들의 권리가 보장될 민주주의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하겠다"고 했다. 시민들은 조합원과 함께 "라이더 안전은 시민의 안전"이라고 외쳤다.

 

특성화고를 졸업해 고졸 노동자로 살아가는 20대 여성이라고 소개한 신은지 씨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며 "윤석열 이후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심지어 윤석열 정권은 현장실습 모니터링 예산과 직업계고 자격증 지원 예산을 삭감했다"며 "특성화고 재학생과 고졸 노동자들도 학력 차별없이 안전하게 일할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7차)에서 발언하고 있는 라이더 유니온 조합원의 모습. 2025.1.18. 비상행동 유튜브 영상 갈무리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선박을 만드는 하청 노동자로 일한다고 소개한 오세일 씨는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여전히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 원청이 어려우면 해고와 임금삭감 등으로 차별받는다. 조선 산업이 호황이면 장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골병들고 죽음을 당한다. 죽음에도 차별 당하는 현실"이라며 "안전하게 퇴근하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쳤다.

 

23년차 소방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동욱 씨는 "내란 세력들이 소방관들에게 몇몇 건물에 단수·단전을 명령했다. 소방청장은 그 범법적인 명령에 협조하고 지시했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할 소방청장이 내란세력에 협조했다"며 "소방청장은 역사 앞에 사죄하고 사퇴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국민이 소방관에게 준 무한신뢰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25년 을사년은 120년 전 을사 5적과 그 잔당들을 처리하지 못한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내란 우두머리와 그 동조 세력을 이 땅에서 말끔히 제거해야 한다"며 "2025년 이후 다가올 세상은 남녀가 평등하고, 세대 갈등이 없고, 힘 있는 자와 힘 없은 자, 가진 자와 덜 가진 자가 평등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중히 여기는 세상, 이 광장에 모인 분들이 정치인이 되고 모두가 대통령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

 

박석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은 대표 발언으로 집회를 마무리 했다. 박 의장은 "내란의 진실은 덮어질 수 없고, 그들의 구질구질한 지연작전은 필경 헛된 발버둥에 그치고 말 것"이라며 "현실의 주요 과제는 내란의 조기 종식이다. 친위 쿠데타로 인해 실추된 한국의 국제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민생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도 내란 조기종식은 필수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란의 조기종식은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을 선고함으로써 일단락될 것이지만,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뿐 아니라 내란 동조자와 선전선동자들도 제대로 수사하고 처단해야 마땅하다"며 "그런 점에서 내란특검법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법 실행은 여야간 이해관계 문제나 보수와 진보간의 입장차를 넘어서는 헌법질서 수호의 문제다. 이런 점에서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엄중 경고한다"며 "만일 이번에도 특검법에 거부권 행사한다면 내란에 동조하는 행위로 용서받을 수 없고, 엄중한 국민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7차). 2025.1.18. 비상행동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날 집회에서는 '이소선합창단', 여성 록 보컬리스트 '김뜻돌', 재즈 보커릴스트 '말로', 밴드 '허클베리핀' 등의 문화 공연도 이어졌다. 본집회를 마친 뒤, 디제이(DJ) 록시의 공연과 함께 시민들은 신나는 노래에 발맞춰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대열은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출발해 안국동, 을지로입구역, 한국은행 등을 지나 서울광장 인근까지 이어졌다.

 

한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7시부터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윤석열)파면 콘서트'를 열었다. 앞서 촛불행동은 연말에 콘서트를 계획했으나 무안 제주공항 참사로 일정을 연기했다.

 

콘서트에는 김미화와 호세윤 밴드, 극단 경험과 상상, 타카피', 가수 백자, 가수 최도은, 백금렬과 촛불밴드, 노래로물들다, 가수 성국,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노래단 빛나는 청춘, 촛불합창단, 작은노래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노래패), 시민 김수근 씨, 시민 김찬영 씨 등 가수부터 일반 시민까지 총출동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한남동 체포영장 집행 때보단 주목도 떨어져

로이터 "법원, 윤 구금 연장…증거 인멸 우려"

 

세계 주요 통신들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소식을 긴급뉴스로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 법원, 윤 대통령 구금 연장'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통신은 서울서부지법이 일요일인 19일 12·3 불법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청구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면서 발부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윤석열이 최고 20일까지 구속되며 서울구치소에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CNN도 로이터 보도를 인용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19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윤 대통령 구속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2025.1.19 연합
 

AP 통신은 "한국 법원이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탄핵소추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공식 구금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이번에 발부된 구속영장에 따라 이미 체포 상태인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은 체포영장 집행 시점 기준으로 20일로 늘어난다"고 전했고, 일본 교도통신도 연합뉴스 를 인용해 "한국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승인했다"고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러시아 반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도 연합뉴스를 인용해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서울의 한 지방법원이 격렬하게 권력 장악을 시도해 일시적으로 직무 정지된 대통령 윤석열을 구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을 태운 호송차와 경호차들이 영장실질심사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1.18 [공동취재] 연합
 

그러나 서울서부지법의 윤석열 구속영장 발부 결정이 일요일 새벽에 내려진 탓인지, 지난 15일 한남동 관저에서 농성 중이던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세계 다른 주요 신문, 방송의 주목도는 떨어진 듯했다.

 

밤을 새며 윤석열의 구속 결정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절대다수 한국 국민의 심정과는 꽤 거리가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한편 이날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전날 불법 계엄령 선포를 통해 국회 무력화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침탈을 주도해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 석열 상대로 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법원 창문과 외벽을 깨고 난입 “판사 나오라” 욕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뒤 지지자 수백명이 서부지법에 난입해 법원 청사로 진입하고 있다. 천지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흥분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법원 청사를 부수는 등 큰 소동을 벌였다. 법원에 난입한 지지자 수백명은 영장발부 판사를 향해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법원 창문과 외벽을 깨부수고 법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19일 새벽 3시께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여있던 지지자들은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에 대한 거친 욕설을 시작했다. 뒤이어 “후문이 뚫렸다”는 외침이 지지자들 사이에 전해졌고, 지지자들은 서부지법으로 난입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지지자 수백명이 서부지법에 들어서며 법원은 아수라장이 됐다. 지지자들은 “영장기각”을 연호하며 법원 창문을 깨부수고 외벽을 부수기 시작했다. 일부는 1층에 있는 법원 민원실 창문을 깨고 법원 청사 안으로까지 진입했다.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겠다”는 등 흥분한 모습으로 법원 안을 돌아다닌 것이다. 법원 청사 앞은 소화기가 뿌려진 듯 흰 연기가 가득 차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피를 흘리거나 쓰러진 지지자들도 보였다.

 

새벽 3시40분 현재 경찰도 대거 투입되며 난입한 지지자들을 끌어내는 등 진압이 시작돼 지지자들은 서부지법 밖으로 나오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일부 지지자들은 법원 후문 쪽으로 진입하며 여전히 법원에 들어섰다. 경찰은 건조물 침입과 불법집회 등을 경고하며 이들을 해산하고 있다.

 

이날 내란죄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구속됐다.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한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새벽 3시께 윤 대통령에 대해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김가윤 기자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 마포대로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지지자 17명 현장 체포…서부지법 담 넘어 난입

 
 

 

담을 넘어 서부지법에 진입하려던 이들이 경찰에 붙잡혀 모여있다. 김가윤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되는 동안, 흥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담을 넘어 서부지법에 진입하려다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7일 오후 5시24분께 서부지법 후문 쪽 담장을 넘은 남성 1명과 저녁 6시5분께 같은 자리서 담장을 넘은 16명 등 17명을 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부지법 주변으로 몰려든 지지자들은 흥분 상태에서 서부지법 통행을 제한하고 있는 경찰을 향해 욕설과 과격 행동을 이어갔다. 저녁 5시20분께가 되자 이 가운데 일부는 서부지법 뒷편 담을 넘어 진입을 시도했다. 한 지지자는 담을 넘은 뒤 “빨갱이가 죽던지 내가 죽던지 끝장을 보겠다”고 외쳤다. 이어 저녁 6시께 같은 담장에서 지지자 여러명이 담을 넘었고 16명이 한번에 붙잡혔다. 대부분 20~30대 청년으로 보였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 마포대로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들이 체포당하는 모습을 보며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실랑이가 벌어졌다. 한 중년남성이 “기각되면 청년들이 바로 담을 넘어가야 한다”고 외치자, 주위의 다른 지지자들은 “왜 어린애를 이용하려 하느냐”며 다투기도 했다.

 

법원 청사와 가장 가까운 뒷편 골목은 이날 발 디딜틈 없이 지지자들이 몰렸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건물 3층에 대통령님이 있습니다”라며 환호성을 질렀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불법영장 기각하라”, “대통령을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담장을 지키는 경찰들에게는 “빨갱이 경찰”이라며 소리를 지르고 욕설하는 등 과격 행동을 이어갔다.  < 한겨레 김가윤  고나린  정봉비 기자 >

 

공수처 차량 파손하고 ‘난동’…윤석열 지지자들 ‘무법천지’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이 공덕역 부근에서 시위대에 가로막혔다. 고나린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계자들이 탄 차량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법원 앞에 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위협을 받았다. 지지자들은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마저 밀치고 나서며 위험천만한 상황이 이어졌다.

 

18일 경찰과 공수처 설명을 들어보면, 이날 저녁 공수처 검사를 비롯해 관계자들이 탄 차량은 서울서부지방법원을 빠져나오던 길에 삽시간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크게 파손됐다. 앞서 이날 저녁 6시56분께 법원 청사를 나온 공수처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결한 정문 앞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30분가량을 차 안에서 대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차량이 저녁 7시33분 출발하면서 공수처 차량 2대도 뒤따라 나갔다.

 

하지만 차량이 공덕역을 지나가던 중 지지자들이 길을 가로막으며 사달이 났다. “공수처 차량”이라는 외침이 전파되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순식간에 차 주변으로 몰려들어 차를 흔들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차 앞유리에는 ‘탄핵무효 이재명 구속’, '위조공문 불법침탈' 등 손팻말을 붙였다. 선팅된 창문에 플래시를 비추며 타고 있는 사람을 확인하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곳곳에서 “오동운(공수처장)이 타고 있다”는 외침이 일며 지지자들은 한층 거세게 차량을 밀치기 시작했다. 이날 오동운 처장은 서부지법에 오지 않았다.

 

경찰 기동대가 투입돼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자 지지자들은 “팔짱 끼자. 같이 밀자”며 수십명이 밀려들었고, 경찰을 폭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지자들이 밀집되며 여기저기 비명이 터지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런 상황은 1시간 가까이 이어지다가 저녁 8시30분께 경찰 장비와 인력이 투입돼 공수처 차량이 빠져나가며 상황은 정리됐다. 다만 공수처 차량은 유리가 깨지고 타이어에 구멍이 났으며 차체에 금이 가는 등 크게 파손됐다고 한다. 경찰은 공수처 차량에 위협을 가한 윤 대통령 지지자 중 일부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하기로 하면서 서부지법 주변에는 지지자 4만4천여명(경찰 비공식추산, 오후 4시40분 기준)이 모여들었다. 법원과 공수처를 향해 욕설을 했고, 법원 담장을 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 한겨레 김가윤  고나  배지현 기자 >

 

전광훈 “탄핵 반대 집회에 사람 데려오면 1인당 5만원 주겠다” 선동

 

 
 
유튜브 ‘전광훈 TV’ 화면 갈무리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자를 데려오는 교인에게 활동비를 지급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 16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수도권 자유마을 대회’를 열고 유튜브 채널로 이를 생중계했다.

 

전 목사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1000만명을 동원해야 한다. 사람들을 모집해 오는 교인들에게 인당 5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50만원씩 주고 싶은데, 내가 돈이 떨어져 5만원씩 주겠다. 여러분 전화비도 내가 주겠다. 빨리빨리 휴대전화로 전파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전 목사는 “잘 데리고 나오기만 하면 3500만명도 모일 수 있다. 제2의 건국을 해야 한다. 이 나라는 수리해서 쓸 수 없게 됐다. 나라가 다 망가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에 참석한 다른 목사는 “언론이 또 애국 세력이 돈을 받는다고 사진을 찍는다. 바깥에서 돈 세지 말고 그냥 집어넣으라”고 말했다.

 

현재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는 “활동비를 지원하겠다”는 전광훈 목사의 발언은 모두 편집된 상태이다.   < 한겨레 최상원 기자 >

법원 “증거 인멸할 염려 있어” - 심리 후 4시간30분만에 발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인근에서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차량과 경호차량이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내란죄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 구속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영장당직 부장판사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실질심사는 영장당직인 차 부장판사 심리로 전날 오후 2시부터 저녁 6시50시까지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4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당초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변호인단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법정에서 40분가량 직접 소명을 했다고 한다.

 

앞선 영장실질심사에선 공수처 검사들이 먼저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수처는 구속영장에서 윤 대통령이 ‘전형적인 확신범’이라고 적시한 바 있다. 공수처 검사들은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에 확신을 가지고 비상계엄을 선포했기 때문에 언제든 극단적인 행위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대통령이 석방될 경우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이나 행동을 한 인물들에 대한 보복 위험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의 프레젠테이션은 70분 동안 이어졌다.

 

윤 대통령 쪽에서는 김홍일·송해은 변호사가 방어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비상계엄 선포 등이 죄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서울서부지법에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관할권이 없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공수처가 지난 15일 윤 대통령을 체포한 것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수색이 불가하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110조를 위반해 불법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 쪽의 반박도 공수처와 같이 70분 동안 이어졌다.

 

이후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소명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비상대권 행사를 내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을 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마무리되고 20분 동안 휴정한 뒤 재개된 심사는 같은날 저녁 6시50분까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심사 종료 전에도 5분 동안 최후 진술을 했다고 한다.

 

공수처 쪽에서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 체포 당일 조사를 맡았던 차정현 수사4부 부장검사 등 검사 6명이 출석했다. 윤 대통령 쪽 변호인으로는 김홍일·윤갑근·송해은·석동현·차기환·배진한·이동찬·김계리 변호사 8명이 나왔다.

 

윤 대통령을 변호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 후 기자들을 만나 “(윤 대통령은) 사실관계나 증거관계, 법리 문제에 대해서 성실하게 설명하고 답변했다”면서 공수처가 주장하는 재범 위험에 대해서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분명히 설명했다”고 했다. 공수처 검사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구속기간은 체포 시점으로부터 최장 20일이기 때문에 이 기간 안에 공소제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15일로부터 20일째 되는 날은 다음달 3일께지만 체포적부심에 소요된 기간을 제해야 하고 윤 대통령 쪽에서 구속의 적절성을 다투는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어 기소 일정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기 때문에 공소제기를 위해서는 사건을 검찰로 이첩해야 한다. 앞서 검찰과 공수처는 법원에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해야 하는 구속 10일째 이전에 사건을 검찰에 송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설 연휴 이전 윤 대통령을 검찰로 이첩할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 정혜민  김가윤 기자 >

 

윤석열 마침내 구속따라 내란 사태 새 국면으로

공수처, 윤석열 강제구인 등 수사에 탄력 전망

구속 윤석열, 일시 체포에서 장기 투옥 처지로
구속적부심 청구할 듯…인용 가능성은 없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돼 첫날 조사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25.1.15 [공동취재] 
 

현직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차은경 판사는 전날 내란죄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후 8시간만인 19일 새벽 3시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청구한 윤석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차 판사는 윤석열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추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이 구속됨으로써 12.3 내란 사태는 이제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게 됐다. 앞서 체포적부심 기각에 이어 구속영장까지 발부되면서 공수처의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된 반면, ‘불법 영장’ 등의 억지를 동원해 반발해온 윤석열 측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공수처는 구속 이전까지 윤석열의 조사 불응에 대해 현직 대통령 신분을 감안해 강제 구인까지 강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단 구속이 된 이상 이전보다 강경한 자세로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체포 상태의 피의자에 대해서는 강제 구인을 할 근거가 모호하지만 구속 피의자의 경우 2013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강제 구인하여 조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윤석열은 강제 구인 후에도 이전처럼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

 

또 48시간의 일시적 체포 상태가 아니라 최소 20일간의 구속 수감이 시작됐고 이어 구속 기소까지 이어지면 장기간의 수감 생활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물론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최소 무기징역 형이 선고된다. 이렇게 윤석열의 장기 투옥이 예정된 상황에 따라 정치적 지형도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직후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였던 극우 지지자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일부는 서부지법 청사에 침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반면 구속 촉구 집회에서는 큰 환호성이 쏟아졌다.

 

공수처는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직후 “법과 절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2025.1.19 [공동취재]
 

구속 윤석열, 일시 체포에서 장기 투옥 처지로

 

구속된 윤석열은 구속 이전의 ‘체포 피의자’에서 ‘구속 피의자’ 신분으로 바뀐다. 대우도 달라진다. 일단 정밀신체검사를 받고 수형자 번호가 달린 미결수용 수의를 입게 되며 ‘머그샷’도 찍게 된다. 또 이전의 구인 피의자 대기실에서 일반 수용동으로 옮기게 된다.

 

구속기간은 기소 전 단계에서 최대 20일이다. 이는 체포 일자인 15일부터 기산되기 때문에 2월 3일까지다. 구속된 상태로 기소가 되면 1심에서 6개월, 2심에서 6개월간 구속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1심 재판이 6개월이 넘어가면 원칙적으로 석방되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는 원칙일 뿐 법원이 하기에 따라 이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경우 확정 판결 이전에 총 1년 8개월, 602일이나 구속되어 있었다. 특히 계엄 포고문을 비롯한 윤석열의 유죄 증거들이 너무도 명확해 재판 기간을 길게 끄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날 구속 이후로 적어도 무기징역의 유죄 판결 가능성이 매우 큰 윤석열이 구치소 바깥 하늘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대통령 전용 방탄차량에 탈 일도 다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구속영장실질심사 출석차 구치소를 나섰을 때도 경호처 차량이 아닌 법무부 호송 차량으로 이동했다.

 

앞서 윤석열은 18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했다. 당초 윤석열 측은 전날 저녁만 해도 불법영장이라는 이유로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이날 오전 변호인 접견 후 마음을 바꿔 출석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피의자가 출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강제되지는 않는다. 윤석열과 변호인들은 서부지법이 관할 법원이 아니어서 ‘불법 영장’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이날 서부지법에 출석함으로써 기존의 불법 운운하던 고집에서 스스로 크게 물러선 모양새가 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측 윤갑근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5.1.18 [공동취재] 
 

구속적부심 청구 예상, 인용 가능성은 없어

 

한편 윤석열은 지난 17일 체포적부심을 청구한 데 이어 구속 이후 구속에 대한 적부심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윤석열이 직접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또 윤석열은 이번에도 또다시 구속영장이 발부된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구속적부심은 구속된 직후 청구하기는 어렵다. 체포적부심과 구속적부심은 사실상 단 한번만 청구할 수 있고, 재차 청구할 경우 법원은 심문 없이 그냥 기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속적부심의 인용 여부 요건은 당연히 구속영장 발부 여부 요건과 같은 데다, 기존의 구속 사유(도주의 가능성이나 증거인멸 가능성)에 상당한 사정 변경이 있었는지를 우선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용률이 구속영장 기각 가능성보다 훨씬 낮은 5~6%에 불과하다.

 

따라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구속 사유에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이 곧장 청구하는 경우 적부심이 열리더라도 판사가 별 고민 없이 기각할 가능성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다. 섣불리 청구했다가는 단 한번 뿐인 석방 가능성의 기회를 허투루 날리게 되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20년 2월 구속됐던 전광훈 목사는 구속된 바로 다음날 곧바로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지만, 이틀 후 열린 구속적부심에서 기각 결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전 목사는 그 이후로도 네 차례나 더 구속적부심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매번 바로 다음 날에 심리 없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의 비웃음거리가 된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통상 구속적부심은 계속 구속 여부에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 만큼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기소 전 구속기간 최대 20일 안에 구속 사유에 중대한 변경이 생길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20일 사이에 이미 존재하는 증거인멸 우려나 도주 우려가 이젠 없어졌다고 증명해야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은 법원의 영장이라는 헌법상의 법 집행 행위를 경호처라는 위력을 동원해 한 차례 막아냈던 심각한 전력이 있다. 구속 시점에서도 중요하게 고려했을 것이지만 구속적부심에서도 마찬가지다. 석방한 후 관저에 틀어박혀 또다시 경호처를 앞세워 재판 출석이나 재판 후 법정 구속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큰데, 그 경우 모든 책임은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한 판사를 향할 수밖에 없다. 이미 전례가 있어서 뻔히 예상되는 결과였는데도 불구하고 석방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구속적부심을 청구하면 구속 기간도 그만큼 늘어난다. 기소 전 구속 기간에 쫓기는 공수처와 기소를 맡을 검찰로서는 오히려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병역조차 경험하지 않은 윤석열로서는 난생 처음으로 자유를 제약받게 되는 것인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수는 있겠지만, 물에 가라앉는 몸뚱이를 지푸라기 위에 띄울 수는 당연히 없다.  < 민들레 박지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