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내부서도 "명백한 사기극이며 쿠데타" 비난 쇄도

새벽 1시간 만에 32종 서류 현장 접수 강행한 국민의힘
김문수 밀어내고 한덕수 1인 단독 입후보하기 위한 꼼수

김문수 "불법부당한 후보 교체에 법적 정치적 조치 착수"
뻔뻔한 한덕수 "단일화 과정"…권영세 "읍참마속 결단"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2025.5.8 [공동취재] 연합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12·3 불법 비상계엄), 한덕수의 '인사 쿠데타'(이완규 헌법재판관 지명), 조희대의 '사법 쿠데타'(이재명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에 이어 국민의힘 내부에서 대선 후보를 새벽에 강제 교체하는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10일 새벽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동시에 열어 김문수 대선 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이어 곧바로 한덕수 후보의 입당과 후보 등록 등 안건을 의결했다. 후보 강제 교체는 지난 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일주일 만으로, 한국 정당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초유의 일이다.

 

앞서 당 지도부와 김 후보는 한 후보와의 단일화 시기를 놓고 충돌하며 극단으로 치달았다. 지도부는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 이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김 후보는 15∼16일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후보 등록 마감일이 다가오자 조급해진 당 지도부는 후보 교체를 밀어붙였고, 이날 0시까지 시한을 줬던 김 후보와 무소속이던 한덕수 예비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직접 행동에 나섰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5.8. 연합

 

대선 후보 강제 교체 작업은 앞서 벌어진 윤석열과 윤석열 주변인물들이 벌인 친위 쿠데타나 인사 쿠데타, 사법 쿠데타와 마찬가지로 군사작전를 하듯이 이뤄졌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오전 1시쯤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다는 공지와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고했다. 이어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 동안 후보 신청 등록을 오프라인으로만 받았다. 새벽에, 그것도 단 1시간만 후보 신청을 받으며, 아래와 같은 32종의 서류를 요구했다.

▲후보자등록신청서 1부
▲이력서 2부
▲자기소개서 3장 이내
▲당적 확인서 1부
▲서약서(서약서, 타당당적말소 서약서, 피선거권 제한규정 숙지 및 서약서, 청렴 및 윤리규칙 준수에 관한 서약서, 클린경선소위 후보자 검증서약서 각 1부)
▲후보자 가족관계등록부 증명서 5종 각 1통 및 후보자·배우자 및 직계비속 주민등록등·초본 각 1통
▲병역사항 현황서 1부
▲후보자, 배우자 및 직계비속의 병역사항
▲병적증명서 또는 복무확인서 1통
▲재산보유현황서 1부
▲세금납부 및 체납증명에 관한 현황서 1부
▲후보자, 배우자의 소득세·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납부실적 증명서 및 체납증명서 각 1통(최근 5년간)
▲후보자 및 배우자의 국민연금 가입내역서 각 1통
▲후보자 및 배우자의 국민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최근 5년간) 각 1통
▲전과기록증명에 관한 제출서 1부
▲후보자의 범죄경력회보서(공직후보자용) 1통
▲후보자 범죄사실 소명서 1부
▲최종학교 졸업증명서 1통
▲경력 증명서 1통
▲기부·봉사활동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해당자에 한함)
▲장애인 또는 독립·참전·국가유공자 증명서(해당자에 한함)
▲국적변경신고서 1부
▲탈당소명서 1부(해당자에 한함)
▲선거사무소 설치(변경) 신고서 1부
▲후보자 인영신고서 1부
▲후보자 대리인 신고서 1부
▲개인정보제공 동의서 1부
▲여론조사 등 대표경력 신고서 1부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후보자 선거 사전 질문서 1부(질문항목 123개)
▲당비 및 경선후보 등록 기탁금 납부 확인서 1부
▲후보자 사진 2매 및 JPG 파일
▲후보자 인적사항 요약자료

주말 새벽 시간에 도무지 준비할 수 없는 다수의 서류를 제출한 사람은 한덕수 후보가 유일했다. 이는 사실상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한 후보 쪽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그를 유일한 후보로 등록시키기 위해 꼼수를 쓴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 후보는 마치 준비했다는 듯 후보 등록 절차가 시작되자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국민의힘은 오전 4시 40분쯤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한 후보를 대선 후보로 최종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사실상 한덕수 1인을 위한 대선 후보 선출 절차를 새벽에 기습 처리한 뒤, 당 홈페이지를 통해 "당헌 74조 2항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29조 등에 따라 한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고 공고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9시까지 전 당원을 대상으로 후보 재선출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11일 전국위원회에서 최종 후보를 지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법적·절차적 다툼 여지가 클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정당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이양수 사무총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재개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 후보 간의 단일화 협상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상범 단일화추진본부 위원장, 이양수 사무총장, 신동욱 수석대변인. 2025.5.9. 연합
 

특히 당 지도부는 국민의힘 당헌 제 74 조의 2(대통령후보자의 선출에 대한 특례)에서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대통령후보자선출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후보자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의(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근거로 강제 후보 교체를 추진했지만, '상당한 사유'라는 표현이 모호하고 당헌·당규에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해석에 논란이 있다. 법적 다툼으로 간다면 위법한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당은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마감일 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86.7%를 차지했다는 지난 7일 당원 대상 조사 결과가 '상당한 사유'라고 주장한다. 단일화에 대한 당위성 조사만 있고 후보 취소와 다른 후보 재등록에 대한 여론이나 단일화 방향성 등에 대해 정확히 묻지 않은 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상당한 사유'로 해석한 셈이다.

 

또한 당 지도부는 한 후보로 강제 후보 교체의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 지난 8∼9일 이틀 동안 당원과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김 후보와 한 후보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했지만, 중앙선관위 결정에 따라 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 캠프 쪽은 이를 근거로 "공표도 못하는 단일화 여론조사는 정당성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후보가 조사에서 우세하다는 전언은 언론에 보도됐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조사됐고 어떤 계층에서 얼마나 앞서는 것인지, 공정한 조사인지 검증도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대선 최종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왼쪽)·한동훈 후보가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3차 경선 결과 발표 후 꽃다발을 들고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5.4.29. 연합
 

이처럼 절차적으로 정치적으로도 논란이 일면서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강제 후보 교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대선 경선 후보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친윤들이 새벽 3시에 친윤이 미는 1명(한덕수)을 당으로 데려와 날치기로 단독 입후보 시켰다"면서 "직전에 기습공소해 다른 사람 입후보를 물리적으로 막았다. 북한도 이렇게 안 한다"고 비난했다.

 

한 전 대표는 "설령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를 교체할 사정이 생겼다 가정하더라도, 다른 경선 참여자들을 배제하고 왜 당원도 아닌 '특정인 한덕수'로 콕 찍어서 교체해야 하는 건지 설명이 불가능하다"며 "비공개 샘플링한 여론조사 때문이라는 변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냥 친윤들 입맛대로 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분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도 않고, 계엄 발표를 옆에서 지켜보며 막지 못한 총리일 뿐"이라며 "이런 과정을 거쳐서 억지로 한덕수 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내면 국민들로부터 표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 것 같나. 친윤들이 그걸 모르겠나. 친윤들은 자기 기득권 연명을 바랄 뿐, 승리에 애당초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문수 대선 후보의 '작심 발언'을 들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5.5.9. 연합
 

조경태 의원은 "국민이 잠든 새벽시각, 국민의힘은 불과 국회의원 62명의 찬성을 빌미로 수십만 명의 책임당원과 국민이 참여해 민주적으로 선출한 대통령 후보를 전격 취소했다. 이는 명백히 대국민 사기극이며 쿠데타"라면서 "특정세력의 원내 다수의 힘을 바탕으로 한 무력찬탈행위에 전 당원들과 국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떨쳐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벽3시 기습적 입후보 공고는 전면 무효이며 한덕수는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배현진 의원은 "3시~4시 ,단 1시간 만에 저 어마무시한 양의 서류들을 준비해 국회에서 새 후보로 등록하라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누구를 위함인가"라며 "김문수 아니라 누가 선출 됐어도 우격다짐으로 갈 작정이었나"라고 물었다. 배 의원은 "수십 억 들여 경선은 무엇하러 했나. 말 장난 서커스였나"라며 "당을 존중하고자 무던히 노력해왔지만, 이 야밤의 법석은 당의 원칙에 대한 심대한 도전임이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지키는 전직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당원 일동'은 입장문을 내고 "김 후보가 경선 당시 한 전 총리와 단일화를 약속하며 경선의 정당성을 훼손한 것은 잘못이다. 그렇다해도 당원들의 투표로 결정된 후보를 군사작전 하듯 새벽에 갈아치우는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며 "간밤의 '비대위 계엄'은 80여만 당원의 권리를 찬탈한 당내 쿠데타임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늘의 폭거는 정당 민주주의와 대한민국 정치사의 지울수 없는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우리는 비대위와 60여명 국회의원들의 비민주적 폭거에 단호히 반대한다. 동시에 당내 공식적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과 당원들을 모욕하고 짓밟은 만행에 분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와 선관위는 '비대위 계엄' 을 즉각 해제하라. 당의 대선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과 당원들에게 사죄하고 지금 당장 비대위와 선관위에서 전원 사퇴하라"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 지도부 주도의 사상 초유 대선 후보 교체 강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5.10. 연합
 

당사자인 김 후보는 당의 강제 후보 교체에 대해 물러서지 않고 자신이 유일한 후보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대선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입니다"라고 운을 떼며, "지난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 어젯밤 우리 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외쳤다.

 

김 후보는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재명이라는 괴물과 싸워야 할 우리 당이 어젯밤 괴물로 변해버렸다"면서 "우리 당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 후보는 전당대회 또는 그 수임 기구인 전국위원회에서 선출하게 돼 있다. 그런데 전국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아무 권한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후보 교체를 결정해 버렸다. 이는 명백한 당헌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 지도부는 제가 후보로 선출되기 전부터 줄곧 한덕수 후보를 정해 놓고 저를 축출하려 했다. 결국 오늘 새벽 1시경 정당한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박탈했다. 이어 새벽 3시부터 단 1시간 만에 32건의 서류를 준비하게 해서 현장 접수를 강행했다"면서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 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 이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들에게는 반드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날 회견 직후 국민의힘 당사에 있는 대선 후보 사무실로 출근했다.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한덕수 전 총리가 광주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반발에 가로 막히자 "저도 호남 사람"이라며 참배를 호소하고 있다. 2025.5.2 연합
 

한덕수 캠프 쪽은 간밤의 기습적인 강제 후보 교체에 대해 "단일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 캠프 이정현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단일화를 위해서는 확정된 후보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 자체를 후보 교체로 보는 것"이라며 "따라서 지금은 단일화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오늘 새벽 후보 교체가 있었는데, 이것을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 과정으로 보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강제 후보 교체 작업을 주도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의 자격을 취소한 데 대해 "여러 차례 의총을 열고 당원 여론조사로 모인 총의와 당헌·당규에 따라 김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했다"며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후보를 후보 취소하는 게 대의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해명이다.

 

권 위원장은 "80%가 넘는 우리 당원이 후보 등록일(10∼11일) 이전에 단일화를 요구했다"면서 "이재명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게 당원의 명령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화는 누구 한 사람이나 특정 정파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서 미리 정해진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김문수 후보에 대해 "당원들의 신뢰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 시간을 끌며 사실상 단일화를 무산시켰다"며 "김 후보에게 단일화는 후보가 되기 위한 술책일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합의에 의한 단일화가 실패했다"며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책임은 제가 오롯이 지겠다"고 덧붙였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조국혁신‧진보‧기본소득‧사회민주당 함께 결의

진보당 후보 김재연, 이재명과 단일화하며 사퇴
지난 대선 땐 심상정 완주해 80만 표 얻고 3위
이번 4당은 내란 종식 위한 '압도적 승리' 다짐

"정권교체 후에도 사회 대개혁 적극 연대‧협력"
소나무당도 이재명 지지…송영길 옥중 메시지

정의당은 민주노동당으로 당명 바꿔 출마 고수
"김재연 사퇴 유감…기득권 양당 정치 해소해야"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제정당 연석회의'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부터),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행대행,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5.9. 사진=진보당 홈페이지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원내 4개 정당이 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일찌감치 전당원 투표를 거쳐 독자 후보를 선출하지 않고 야권 유력 후보를 총력 지원한다는 당론을 당원 98%의 찬성으로 확정한 바 있으며, 진보당 대선 예비후보로 활동해온 김재연 상임대표는 이날 이 후보와 단일화하는 형식으로 예비후보직을 내려놨다.

 

민주진보 진영의 원내 정당들이 이렇게 집단적으로 다른 당 대선 후보 지원에 전력투구하기로 결의한 것은 한국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지난 2022년 제20대 대선의 경우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독자 출마해 2.37%(80만 3358표)를 득표함으로써 3위를 기록했고,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불과 0.73%p(24만 7077표) 차이로 패배한 바 있다. 이후 원외 정당으로 전락한 정의당을 제외한 진보 성향 4개 정당은 이번만큼은 내란의 완전한 종식과 이후 사회 대개혁 추진을 위해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 승리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민주당과 이들 4개 정당의 대표자들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제정당 연석회의'를 갖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행대행,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등은 공동선언문에서 "내란 완전 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향한 희망의 여정을 시작해야 할 때 한덕수 등 내란 세력은 새로운 반격을 시작했고 이는 조희대 대법원의 사법쿠데타로 이어지고 말았다"며 "내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현 시국을 진단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적극적 연대와 협력을 통해 극우 내란 세력의 재집권을 저지하고 국민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압도적 승리를 일궈낼 것이다. 또한 극우 내란 세력을 청산하고 사회 대개혁의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광장-연합정치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라며 "내란의 완전한 종식과 압도적 정권 교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광장 대선 후보'로 선정하고 지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내란 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특검 실시 및 '반헌법 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윤석열과 한덕수, 최상목의 거부권 행사 때문에 폐기된 여러 법안의 조속한 재입법화 ▲결선투표제 도입, 의원선거 시 비례성 확대 강화, 원내교섭단체 기준 완화 등 정치개혁 ▲대선 후 국회 헌법개정특위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국민 참여형 개헌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제정당 연석회의'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25.5.9. 사진=진보당 홈페이지

 

이 자리에서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연석회의가 마침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정말 반갑고 감사하다"면서 "연대는 쉽지 않다. 가치와 지향, 그리고 처한 사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여러 정당과 시민사회가 뜻을 함께 모았다. 국민 여러분께서 등 떠밀어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딱 하나다. 압도적 승리에 의한 정권 교체"라며 "6월 3일 대선에서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부정선거 음모론 따위는 발도 못 붙일 만큼 저들을 압도해야 한다. 그래야만 저 음습한 내란 세력을 몰아내고 오만한 기득권 세력을 심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역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광장연합의 힘을 통한 압도적 대선 승리가 필요하다. 압도적 정권 교체는 타협 없는 내란 청산의 출발점"이라며 "또한 사회 대개혁의 실현 과정에는 광장연합의 힘이 필수적이다. 광장 시민들 가운데 민주당만으로 사회 대개혁이 완성되리라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빛의 광장에서 울려 퍼진 요구들을 광장연합의 합의안으로 만들어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로 정식화하고 이행경로를 열어내는 과정에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보당 대선 후보인 저는 광장의 힘을 내란 세력 청산과 사회 대개혁의 동력으로 모아낼 수 있는 정권 교체, 항쟁의 성과를 광장 시민 모두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광장연합정치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광장 대선 후보로 지지하고 대선 예비후보 활동을 마무리하겠다. 어느 자리 어떤 역할로든 내란 세력에 맞서 사생결단의 각오로 싸우겠다는 광장에서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연석회의 참석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거론하며 고마움을 표한 뒤 "특별히 오늘 김재연 후보님의 용기 있는 결단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면서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크다고 했다. 오늘 우리의 한 걸음이 6월 3일 역사적인 국민 대승리로 이어지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제정당 연석회의'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행대행,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박석운·이나영·이용길·김경민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 공동의장. 2025.5.9. 연합

 

연석회의는 시민사회와 제 정당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의 '사회대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킨다는 계획도 공동선언문에 포함시켰다. 내란의 완전한 청산과 사회 대개혁 추진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면서 주요 정책 과제의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심층 협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우선 선정된 주요 과제는 다음과 같다.

 

① 주택·교통·식량·에너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기후선진국을 실현하며, 기후위기 너머 정의로운 생태사회를 구현하는 과제.

②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내란에 부역한 권력기관을 민주적으로 개혁하는 과제.

③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해소, 사회 공공성 강화, 사회복지 확대와 재벌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대-중소기업 간 상생 정책 실시, 노점상‧자영업자‧중소상인 보호와 지원 정책 실행 등 정의로운 경제와 민생이 안정된 사회를 만드는 과제.

④) 모두의 존엄과 공존을 위해 성평등과 인권, 다양성과 돌봄이 기본가치가 되는 민주사회, 그리고 혐오와 차별이 극복되고 사회적 통합이 실현되는 성숙한 선진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과제.

⑤ 노동관계법 적용의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국제적 수준으로 노동기본권이 보장되며,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과제.

⑥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농어민과 먹거리 기본권 강화,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실현, 그리고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과제.

⑦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근본적 개혁, 윤석열 언론 장악의 진상 규명, 공영방송 사장의 국민추천제와 언론사 내부의 편성·제작 자율성 법제화 등 언론 개혁을 추진하고, 언론·정보통신·문화의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과제.

⑧ 남북 간 평화·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복원하며, 호혜·평등의 국제질서 형성에 앞장서는 등 평화와 주권이 실현되는 과제.

⑨ 강제동원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 행사, 식민지 국가폭력 진상 규명 등 역사 정의를 실현하는 과제.

⑩ 장애인의 권리와 삶의 질이 보장되고,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과제.

⑪ 교육 공공성 강화와 입시 위주 교육 개혁, 대학 등록금 문제 해결과 연구·학술 체계의 혁신 및 대학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아울러 청(소)년들의 삶에 희망을 주는 사회를 만드는 과제.

 

연석회의는 "우리는 정권 교체 후에도 내란 극우 세력 청산과 사회 대개혁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연대와 협력을 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며 "새로운 대한민국, 사회 대개혁을 향한 역사적 전환점에서 작은 이해관계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빛의 광장' 시민들의 절실한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더 크게 나아갈 것이다. 시민의 힘과 정당의 책임이 하나 될 때 극우 내란 세력을 완전히 청산하고 정의와 희망의 대한민국을 다시 세울 수 있음을 '빛의 광장'의 열망과 의지를 담아 함께 선언한다"고 거듭 연대의 결의를 천명했다.

 

정의당 권영국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5.2. 연합
 

 

한편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도 이날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소나무당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감 중인 송 대표의 옥중 메시지를 통해 "이재명 후보 지지를 전 당원의 총의를 모아 선언한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메시지에서 "이번 대선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다. 대한민국 자유와 민주,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윤석열 내란수괴와 추종 세력을 심판하는 선거"라며 "소나무당은 전 당원이 총력으로 이재명 후보를 압도적 지지로 당선시켜 윤석열·김건희 범죄 가족 사기단과 이를 추종해 온 잔존 세력 척결에 앞장서고자 한다"고 전했다.

 

반면 정의당 측은 진보 정당의 이재명 후보 지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정의당은 최근 당원 총투표를 거쳐 대선 기간 당명을 민주노동당으로 변경하고 대선 후보로 당 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를 내세운 상태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유감스럽다"면서 "내란 세력의 자양분인 기득권 양당 진영 정치를 해소해야 비로소 내란 세력 청산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득권 양당과 경쟁해야 할 진보 대통령 후보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대선 완주 의지를 분명히 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정치적 중립, 신뢰 훼손 논의” 임시회의 소집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속도전 상고심’을 주도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싸고 불거진 법원의 정치적 중립 현안에 대해 임시회의를 소집하겠다고 9일 밝혔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구성원의 5분의 1 이상이 법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심과 사법에 대한 신뢰 훼손 문제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하고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임시회의 소집을 요청했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에 따라 임시회의가 소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 제5조 4항에서는 구성원의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및 소집의 이유를 명시해 요청할 때에 의장은 지체 없이 임시회의를 소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구체적 일정과 안건에 대해서는 추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모이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과 법관 독립 등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회의체다. 지난 7일 김주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관련 대법원의 이례적인 빠른 판단에 대한 논란을 문제 삼으며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를 포함해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 김지은 기자 >

 

민주, 조희대 연일 압박…“스스로 거취 결단·대국민 담화 해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조희대 대법원장 공격을 거듭하고 있다. 조 승래 민주당 의원(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9일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는 정도는 필요하다”고 압박했고, 장경태 의원도 “대국민 담화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조승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조 대법원장의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한다”며 “사법부 안팍에서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문제에 책임을 져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법관회의까지 진행한다는 움직임이 있으니 (민주당은) 그걸 지켜보면서 대법원과 대법원장에 대한 판단의 수위는 조정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는 정도는 필요하다”며 “법관회의나 법원 내부에서 만들어진 공론의 결론으로 조 대법원장이 거취상의 판단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겠느냐. 저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 발의와 관련해선 “그런 것도 검토해야 되겠다”며 “아직 법원 내부의 흐름이 정리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답을 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지만 반드시 책임을 묻기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경태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도 잘못하면 대국민 담화를 한다. 지금 조 대법원장이 대국민 담화를 해야 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입법부의 의무를 다할 수밖에 없다”며 “(조 대법원장에게) 14일 있을 청문회에서 국민 앞에서 정말 소상히 답변할 의무가 부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조 대법원장이 높은 법대에서만 말할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장 의원은 “만에 하나 조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불참한다면 헌법재판소에 가서 말씀하실 상황이 부디 안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청문회에 나오지 않으면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는 “어찌 됐든 저희가 (청문회 등으로) 충분히 기회를 드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 류석우 기자 >

 

공수처, 조희대 ‘직권남용’ 혐의 사건 수사4부 배당

 

 
 
조희대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건을 파기환송 판결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고발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4부에 배당했다.

 

공수처는 이제일 민생경제연구소 공동법률위원장이 지난 3일 조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등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4부(부장 차정현)에 배당했다고 9일 밝혔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단이 법리를 오해했다며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인 지난 1일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의소리와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연구소를 대리해 조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위원장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회부한 지 9일 만에 원심의 결론을 정면으로 뒤집는 판결을 선고했다”며 “6만~7만 쪽에 달하는 사건기록과 당사자 주장을 충분히 검토하기도, 법관들 사이의 합의를 하기에도 불가능한 시간”이라고 고발장에 밝혔다.    < 한겨레 곽진산 기자 >

 

사법시스템 신뢰도 167개국 중 최하위권 155위

이재명 파기환송한 대법관들 부끄러움도 모르는가
두 차례 쿠데타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 암덩어리
개인 성취보다 진실과 정의 앞세우는 사회 돼야

소리내기·저항하기·연대하기 3S로 무장한 민주시민
민주·진보·양심 세력 함께 만들 새 미래, 가슴 설렌다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전 마을이장

 

12.3 윤석열 내란에 이어 ‘사법 내란’이 교묘히, 급속히, 그리고 뻔뻔스럽게 자행되었다. 일찍이 18세기 프랑스의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1748)에서 ‘법의 타락’을 말한 바 있지만, 대한민국의 2025년처럼 법이 타락한 모습은 유별나다. 2009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고 2018년에 노회찬 의원이 타락한 한국 사법의 희생양이 되었다. 잊어선 안 될 사법 살인! 당시 많은 시민들은 ‘이것이 대한민국인가?’라는 자괴감과 모욕감을 느꼈다. 그러나 기득권에 중독된 판검사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또다시 사법 살인하려 했다. 노회찬 의원의 촌철살인처럼 과연 한국의 법은 “만인(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것이 아니라 딱 만 명(기득권층) 정도에게만 평등하다”고 생각한 건가?

 

한국의 사법 신뢰도 167개국 중 155위, 20개국 중 15위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Legatum)이 발표한 ‘2023 레가툼 번영지수’에 따르면 군(132위), 정치인(114위), 정부(111위), 기관(100위) 순으로 신뢰도가 달랐다. 특히, 한국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개인이나 기관들의 신뢰도는 조사대상 167개국 중 최하위층인 155위였다. 2013년 146위였는데, 10년 뒤 155위로 더 하락했다.

 

또,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023년 10월에 공개한 ‘2023 한눈에 보는 정부’ 데이터베이스를 보자. 이에 따르면, ‘법원과 사법시스템’을 신뢰한다는 한국인은 49.1%로 OECD 평균 56.9%에 훨씬 못 미쳤다. 조사 대상 20개국 중 한국은 꼴찌 그룹인 15위였다. 사법시스템 신뢰도는 노르웨이가 80.9%로 가장 높았으며 덴마크는 78.1%로 그 다음이었다. 이어 룩셈부르크(72.3%), 네덜란드(69.0%), 영국(68.1%), 아일랜드(68.1%), 뉴질랜드(64.8%), 에스토니아(64.6%), 오스트리아(60.0%) 등이 OECD 평균을 상회했다. 그리고 스웨덴(56.7%), 캐나다(55.7%), 호주(52.6%) 등이 50% 이상이었다. 한국보다 신뢰도가 낮은 나라들은 일본, 라트비아, 포르투갈, 프랑스, 콜롬비아였다. 프랑스가 한국보다 낮다니, 약 300년 전 몽테스키외가 ‘법의 타락’을 우려했던 심정이 읽힌다.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 한국의 사법 신뢰도 수준이 결코 ‘선진국’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것! 그간 한국의 교육 및 학력 수준이나 경제력 및 군사력 수준은 가히 선진국이 부럽지 않다고 자랑한 바 있다. 그러나 보수 집단의 정치력이나 전반적 사법 수준은 그에 걸맞지 않게 참담한 수준이다. 이러한 괴리는 결국 한국인의 참담한 행복도로 연결된다. 2024년 세계행복보고서(WHR)에서 한국은 58위로, 10점 만점 기준으로 6.0점이었다. 이는 전년도 순위에서 6계단 하락한 것이며,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이게 부끄러운 현실이다.

 

판검사, 전관 변호사들이 만든 그들만의 ‘거의 천국’의 실태

 

그러나 기득권층, 특히 입법, 사법, 행정, 그리고 언론과 경제를 이끄는 엘리트들에게 한국 사회는 ‘거의 천국’이다. 아무리 죄를 지어도 ‘김앤장’으로 상징되는 짱짱한 변호사들(특히 고위 판검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들)을 천문학적인 돈으로 사면, 있던 죄도 없어지고 큰 죄도 작은 죄로 종결된다. 거꾸로, 제거 대상인 상대방에 대해서는 없던 죄도 새로 생기고, 별 것 아닌 범죄도 큰 범죄로 취급된다. 이렇게 기득권층은 돈과 권력, 연줄로 자신들이 누리는 기득권을 강고히 옹호, 확장한다. 이것이 사태의 진실이다. 최근 대표적인 예를 몇 개만 보자.

 

지귀연 부장판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차 공판에서 취재진들의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2025.4.2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첫째, 지귀연 판사가 2025년 3월 8일 내란 수괴 윤석열을 ‘탈옥’시켰다. 12·3 내란의 밤 이후 수백, 수천 만 민주 시민들이 전국적으로 분노하고 내란 세력 척결을 외쳤다. 이에 공수처와 검찰이 어쩔 수 없이 내란 수괴를 구속했다. 바로 그 수괴를 법원이 ‘탈옥’하게 했다. 윤석열 입장에서는 2025년 1월 15일,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됐으나, 지귀연 판사 덕에 52일 만에 한남동 관저로 복귀했다. 흥미롭게도 지 판사는 ‘구속기간 만료’라는 이유로 석방 결정을 했는데, 지 판사 자신이 참여한 법률해설서에는 구속기간 산정 시에는 ‘날(日)’을 단위로 한다고 했으면서도 윤석열의 경우엔 ‘시간’ 단위로 계산했다. 자신의 이론적 입장을 스스로 부정, 실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것!

 

심우정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전날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한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에 나섰다. 2025.4.9. 연합
 

 

둘째, 이 사상초유의 판결 사태에 대해 검찰총장이 즉시 항고를 해야 했다. 형사소송법 97조(보석, 구속의 취소와 검사의 의견)에서는 검사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다. 이 즉시항고를 대검찰청과 심우정 검찰총장은 포기했다. 오히려 심우정 검찰총장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윤석열의 석방을 지휘했다. 곧이어 대검찰청은 입장문을 냈다. “검사의 불복을 법원의 판단보다 우선시하게 되어 사실상 법원의 결정을 무의미하게 할 수 있으므로 위헌무효라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헌법에서 정한 영장주의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즉시항고는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였음.” 그런데 정확히 10년 전, 검찰은 ‘구속 집행정지’와 ‘구속 취소’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기에 ‘구속 취소 즉시항고’를 없애면 안 된다며, 즉시항고를 주창했다. 지귀연 판사의 자기부정과 마찬가지로 검찰 역시 자기부정을 통해 ‘엉터리’ 결론을 유도했다. 결국, 즉시항고를 하지 않아 지 판사의 석방 결정은 확정됐고, 오늘도 내일도 내란 수괴는 ‘자유롭게’ 활보한다. 과연 혼자서 조용히 다니기만 할까?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 재판에 참석해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대학 신입생 리포트 보다 못한 대법원의 이재명 파기환송 판결

 

셋째, 4월 22일, (윤석열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3년 전) 선거법 위반(?) 사건을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무려 6만~7만장에 이르는 1·2심 서류를 단 이틀 만에 검토한 듯) 24일 심리에서 합의한 뒤(10:2 유죄, ‘소수 의견’ 낸 이흥구, 오경미 제외), 29일엔 선고일(5월 1일)을 지정했다. 많은 이들이 조희대가 대법원 판결(사실상 차기 대선)에 영향을 미쳐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본다. 아니나 다를까. 5월 1일, 조희대 대법관은 이재명 건을 (무죄 선고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유죄’ 결론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실은 ‘파기자판’을 통해 이재명을 구속하려 했으나 ‘혁명적 혼란’을 두려워해서 그나마 ‘파기환송’으로 귀결됐다는 소문도 있다.) 여하간, 이재명의 선거법 위반이 ‘중대’하다며, 사실상 6월 3일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한 의도에서 내린 판결이다. 기가 막히고 코도 막힌다.

 

내 경험에 근거해 보면, 5.1 대법 판결은 ‘대학 신입생의 어설픈 리포트보다 못한 수준’에 불과하다. 원래, 대법원은 (무죄 선고한) 고등법원의 판결 내용을 보고 그 법 적용이나 해석에 논리적 하자가 있는지 검토하는 과정인데, 이번엔 그런 검토보다는 오히려 법관들 개인의 판단과 추정으로 ‘정치적’ 결론을 내고 말았다(3권 분립 및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게다가 많은 이들은 4월 22일 전원합의체 회부(12명의 대법관)로부터 5월 1일 판결까지 쳐도 9일인데, 그 많은 서류들(약 6만~7만쪽)을 검토하려면 매일 300쪽짜리 책 20권씩 읽고 정리해야 하는데, 과연 이런 절차들의 준수 여부를 의심한다(내규 위반, 과잉금지 원칙 위배 등). 말로만 관련 문건을 ‘충분히 검토’했지 실제로는 ‘충분히 공모’만 했다. 다시 말해, 대법원다운 판결이 아닌, 대법원 스스로 자기 부정하는 결정을 내린 것!

 

대법원 재판관의 자질은 권위적인 옷이나 의자 높이가 아니라 엄밀하고 깊이 있는 법리 검토에서 나온다. 이번 결정에서 다수 의견을 낸 10명의 대법관들에게 이런 자질을 기대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기’ 격이다. 여기서 박경리 선생의 ‘산다는 것’이란 시가 생각난다. 젊었을 때는 “인명재천”이라며 병원에도 잘 가지 않고 약도 잘 먹지 않았지만, 나이 팔십이 가까워오자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고 고백한 시다. 약 하나 앞에서도 느낄 수 있는 민망함과 부끄러움을 과연 저 (많이 배웠다는) 재판관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다니!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한남동 관저에서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이동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4.11 [공동취재] 연합

 

윤석열 넘어 사회 전체가 중독 시스템이 되어 버린 나라

 

이 세 사례만 보더라도 우리는 윤석열의 12·3 내란에 이어 ‘사법 내란’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사법 쿠데타’를 통해 이재명 후보를 단칼에 제거하고 다시금 내란당의 권력 및 그간의 카르텔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 여기서, 윤석열이 ‘탈옥’ 후 집으로 가면서 “다 이기고 돌아왔다”며 호언장담한 진의가 바로 이거구나, 싶어 소름이 돋는다. 따라서 민주당과 야당들은 ‘모든 경우의 수’를 감안, 그 모든 쿠데타를 봉쇄해야 한다.

 

동시에 이런 일련의 사태는 윤석열과 같은 개인 중독자 차원을 넘어 행정 조직이나 사법 조직조차 ‘중독 조직’임을 경험적으로 보여준다. 중독 조직이란 일부 핵심 중독자(강자)들이 비정상적인 생각과 행동을 해도 모두가 그저 순종하면서 전체 조직이 병드는 걸 말한다. 혹시 누군가 쓴소리를 하면 당장 희생양으로 제거한다. 그렇게 조직(시스템) 전체가 썩어 간다. 대한민국 사회 역시 그렇게 중독 시스템이 되었다.

 

과연 우리는 판검사를 믿고 대한민국에서 편히 살 수 있는가? 특히, 김앤장 류의, 천문학적 돈을 요구하는 변호사들을 쓰지 않고도 진실을 가리고 민주주의를 세울 수 있을까? 예컨대, ‘사법 쿠데타’ 와중에 알려진 바, (천하무적으로 통하는) 김앤장의 서석호 변호사는 윤석열과 절친이며, 조희대, 김문수 등과도 학연으로 공고히 연결돼 있다 한다. 결국, 학벌과 돈, 권력 간의 ‘내부자 카르텔’이 대한민국 중독 시스템의 핵심이다. 과연 이를 얼마나 타파할 수 있는지가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향유 중독’ ‘동경 중독’ 사회에 넘쳐나는 좌절감, 상실감, 자괴감, 수치심…

 

여기서 희소식은, 윤석열과 조희대의 ‘더블 쿠데타’를 통해 그간 대한민국 중독 시스템을 곪게 한 암세포들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점! 이제 우리의 과제는 이 암세포 제거 수술을 잘 하고 천천히 사회적 항암 치료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는 ‘돈이 곧 진실’인 중독 사회를 극복하고 생태적이고도 민주적인 새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일단, 우리 자신의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 도시나 시골이나 학교 인근에 가면 종종 이런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지금도 종종 그렇다. “경축: 제 OO회 졸업생 OOO, 사법고시 합격”, “경축: OOO씨 집 자제, OOO, 판검사 임용”….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것을 축하하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꼭 저렇게 현수막까지 걸어서 온 세상에 알려야 하나, 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알고 보면 이런 모습은 당사자 개인들은 물론 그 학교나 가족과 같은 조직 자체가 얼마나 내면적으로 ‘강자 동일시’를 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즉, 우리는 오래 전부터 온갖 사회적 경쟁에서 강자 내지 승자가 온갖 기득권을 누리며 사는 모습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기보다 ‘나 역시 그렇게 되고 싶다’라든지 ‘내 자식이라도 저렇게 만들어야지’라는 소망을 품고 산다. 돈과 권력, 연줄을 맘껏 향유하며 사는 기득권층을 동경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기를 써서 기득권층이 되면 권력을 맘껏 누리면서 중독되는 ‘향유 중독’에 빠지고, 그 아래에 있는 대다수는 그런 기득권을 닮아가고 싶어 조바심에 안달하는 ‘동경 중독’에 빠진다. 그리하여 모두, 자기도 모르게 중독 메커니즘의 희생물이 된다.

 

그래도 현수막으로 축하하는 정도야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간 고생하고 노력한 보람을 느끼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칭찬할 만하다. 다만, 그런 행위들이 ‘성공하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에게 좌절감, 절망감, 상실감, 자괴감, 낭패감, 열패감, 열등감, 죄책감, 수치심을 안겨다 줄까봐 두려울 뿐이다.

 

개인의 성취보다 사회 정의가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는 사회

 

그래서 그런 현수막보다 더 중요한 점은, ‘사법고시 합격 이후에 판검사가 되어 정말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라’고 부탁, 주문하는 일이다. 개인 성취보다 사회 정의가 더 중요한 가치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서 이런 일이 단지 가족이나 지인 차원에서만 일어날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사회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즉, 사법연수원에서 판검사나 변호사들이 정식 임용되기 이전에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 같은 차원의 가치관 교육이 확실히 돼야 한다. 과거에 많은 교사들은 바람직한 인격체를 기른다는 일념으로 박봉도 마다 않고 정직하고 정의로운 길을 걸었다. 그런 분들처럼 판검사나 변호사들도 돈이나 권력에 중독되기보다 양심과 정의감으로 무장해 나라를 민주사회답게 만들면 좋겠다. 그리고 온갖 제도나 정책들을 그럴 수밖에 없도록 철저히 보강해 나가야 한다.

 

돈과 권력, 즉 물질적 이해관계에 중독된 사회에서는 입법, 사법, 행정, 교육, 언론, 종교 등 각종 조직들마저 중독 행위자가 되기 쉽다. 그런 사회나 조직에서는 개인들 역시 쉽게 중독자가 되어 상습적인 알코올 중독자처럼 살아간다. 그런 사회에서 그 누가 정직하고 성실하게, 진실되게 살려고 하겠는가? 그러다 보면, 사회 구성원 ‘모두’ 법의 타락은 물론, 사람의 타락, 그리하여 공멸의 세상에 빠지게 된다. 마치 2014년 세월호 배가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과 마찬가지로 2025년 대한민국 배가 세월호처럼 침몰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제 정신’을 가진 개인, 조직,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비로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대한민국, 선진국다운 대한민국, 민주주의다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이게 우리 후손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길, 후손들 앞에 ‘사회적 어른’으로서 떳떳이 뭔가 내세울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돈과 권력에 중독된 기득권층에게 말한다. 그럴 의지도, 용기도 없다면,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부작위), 그리하여 매일 좋은 음식이나 찾아다니고 손주들 재롱에 박수나 치며, 여행이나 헬스만 열심히 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와 역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비정상적 재판을 원천 무효할 수 있는 비상 대처 필요

 

그러나 이런 ‘개인적’ 차원의 권고보다 중요한 게 사회적 차원의 구조 변화다. 내가 보기에 아직 내란 사태는 종식되지 않았고, ‘비정상의 정상화’나 ‘정상성의 일상화’ 역시 요원하다. 따라서 민주당과 야당들, 그리고 ‘빛의 혁명’을 이뤄내고자 하는 민주 시민들은 다음 몇 가지를 절박한 과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첫째, 조희대의 ‘사법 내란’ 프로그램에 따라 정해진 고등법원 파기 환송심 첫 기일이 5월 15일에서 6월 18일로 연기되었다지만 지금은 ‘정상적’ 시기가 아닌, ‘사법 내란의 시간’이므로, ‘계엄의 밤’처럼 비상 대처가 필요하다. 즉 5.1 대법원 판결의 ‘무효화’와 ‘조희대(사법 쿠데타) 특검’이다. 12.3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불법으로 선언되고 탄핵되었듯이, 조희대의 대법원 판결 역시 중차대한 절차상 하자, 그리고 내용상 하자를 안고 있기에 해당자들(지귀연, 심우정, 조희대 등)을 탄핵하고 ‘5.1 대법원 판결 무효’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 일 분, 일 초가 급하다. 물론, 대선에서 이재명이 승리하면 고법 재판이 최소한 5년간 연기되고 사실상 무죄 결정될 것이지만 결코 안심할 순 없다. 여차하면 실효성 있게 전투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내란 세력들은 기존의 ‘합리적’ 상식과 관행을 완전히 짓밟아 왔음을 기억하자.

 

둘째, 향후 (중장기적으로) 대법원 재판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정원수는 물론, 선출 절차를 민주적으로 쇄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연방대법관 360명이 5개 분야별로 하급심들의 ‘법리 적용’ 검토를 한다. 우리의 경우도 지금보다 10~20배 늘리면 좋겠다. 한편, 안 그래도 권력을 집중 장악한 대통령이 중요 재판관들의 추천까지 상당수 독점하는 비민주적 관행은 없애야 한다.

이는 형식적인 3권 분립에도 맞지 않다. 내 생각엔 각급 법원장과 검사장, 검찰총장과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그리고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은 평판사 회의 내지 평검사 회의에서 (가장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인물로) 직접 선출하면 좋겠다. 만일 그것도 ‘집단 이기주의’ 등 결함이 생긴다면, 사법 민주주의에 대해 일정한 소신을 가진 일반 시민들이 절반 이상 참여, 선출하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겠다. 그 이유는 사회 정의 때문! 제대로 된 민주주의 사회라면 누군가 억울하거나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판검사(법원과 검찰)라는 사회적 제도에 최종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는데, 이 사회적 제도가 공신력이 없다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 앞서도 살핀 바, 국제적으로도 최하위인 사법부의 사회적 신뢰도를 회복해야 비로소 미시적, 거시적 차원에서 사회 정의가 바로 서고 민주주의 역시 뿌리를 내린다.

 

3S로 무장한 시민들과 함께 가는 민주주의

 

셋째, 지금까지 경험한 바, 윤석열의 정부, 심우정의 검찰, 조희대의 대법원은 민주주의에 도움은커녕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이재명의 민주당과 야당이 제도적인 희망으로 힘겹게 싸우고 있다. 그러나 향후 검찰과 법원이 그 어떤 모습을 보이더라도 진정한 변화의 에너지는 민주주의를 간절히 염원하는 풀뿌리 민초들로부터 나온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도, 국가 기관들이나 그 공무원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모두 국민 내지 풀뿌리 민초들의 행복을 위해서다. (참고로, 독일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최근에 ‘반헌법적 조직’으로 지정돼, 정당 해산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만일 국가나 공직자들이 풀뿌리 민초들의 행복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왜곡하며 자기들만의 사리사욕을 채우려 한다면 민초들은 언제든지 들불처럼 일어날 것이다.

1980년대 전두환 식 통치 방식이 3S(스크린, 스포츠, 섹스)였다면 21세기 풀뿌리 민초들의 무기는 그와는 전혀 다른 3S(사운드, 스탠드업, 솔리대리티)일 것이다. 즉,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 내기(Sound), 두려워하지 않고 저항하기(Stand-up), 서로 손잡고 굳세게 나아가기(Solidarity)다. 참된 민주주의는 바로 이 3S와 함께 간다. 조희대 등의 ‘희대의 사기 판결’ 절차(사법의 정치화, 사법의 사유화, 사법의 내란화)에 저항, 전국의 시민들이 단 2~3일 만에 100만 명 이상이 서명한 것도 바로 이 3S의 실제 사례다.

 

이렇게 가는 한, 우리는 아무리 험한 길도 즐겁게 걸을 수 있다. 바로 이 생동하는 민주적 과정들(3S)이야말로 중독 개인, 중독 조직, 중독 사회를 제대로 치유하고 넘어서는 지름길이 아닐까? 지옥 안에서 천국을 발견하듯, 일련의 쿠데타 속에서 우리는 해묵은 사회적 암세포들을 제대로 도려낼 기회를 발견하는 중이다!

 

수천 만 민주 시민들과 함께 새 미래 만들 이재명 기대

 

그 사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전국적 ‘경청 투어’ 중 “농지개혁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체제를 만든 훌륭한 정치인 조봉암은 사법살인 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한 일도 없이 내란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일이 있다”며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있는데, 우리는 반드시 살아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고 외쳤다. 전국에 수백, 수천 만 민주 시민들이 생동하는 한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민주·진보·양심 세력이 함께 새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몇 년 뒤, 한국의 정치 및 사법 신뢰도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걸 보고 싶다. 남녀노소, 매일 행복하게 웃는 얼굴을 그려 본다. 갈 길은 험해도, 가슴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