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약 7억 원 추산... "폭력 성공 못한다 한목소리로 말해야 할 때"

 
 

법원행정처장 "시위대가 난입한 판사실, 차은경 판사 방 아냐"천대엽 법원행정처장(가운데)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두고 "일부 시위대 난입 사태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으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전날 서부지법 폭동 피해 현장을 둘러본 천 처장은 이날 의원 질의에 "시위대가 서부지법 영장판사실만 의도적으로 파손한 게 맞다"고 답했다. 천 처장의 답변에 따르면 시위대가 난입한 판사실은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결정을 한 차은경 판사 방은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 남소연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유독 의도적으로 파손한" 곳은 영장 판사실이었다. 영장 판사의 사무실 위치를 미리 숙지하고 침탈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당직 판사로 당일 영장 업무를 담당했던 차은경 판사의 집무실은 영장판사의 사무실과 다른 곳에 있어 화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고 왔나 추측... 발 디딜 수 없을 만큼 유리 파편 굴러다녀"

당일 새벽 법원에 남아있던 직원 25명 가량은 서부지법 7층까지 난입한 폭도들을 피해 옥상과 지하로 나뉘어 대피했다. 음료수 자판기로 문을 막고 방호벽을 작동시키는 등 방어에 주력했지만, 결국 출입구는 폭도들의 폭력에 의해 여지없이 뚫렸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예상 시설 피해액만 6~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부지법 소요 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앞서 열린 대법관 회의 결과를 전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소화기 등을 던져 유리창과 집기를 부수고 영장 발부 판사를 찾았다"라면서 "유독 영장판사 방만 의도적으로 파손된 흔적이 있는 걸 봐선 (영장판사실을) 알고서 오지 않았나 추측했다"라고 말했다.

소요 당일 법원을 찾았던 천 처장은 "제가 제일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발바닥을 디딜 수 없을 만큼 유리가 파편화 돼 굴러다니는 모습이었다"라면서 "월요일(20일)부터 정상 재판과 민원 업무가 시작될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서부지법 담당 직원들은 어쨌든 사법 업무가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국민들이 여전히 법치주의가 작동된다고 안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고, 이를 받아들여 업무는 정상 진행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폭도로 변한 윤석열 지지자들이 파괴한 법원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가 파손돼 있다. ⓒ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현 사태에 기함한 것은 천 처장만이 아니었다. 천 처장은 "(대부분의 대법관들이) 30년 이상 법관 생활을 했는데 미증유의 사태에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라면서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 돼선 곤란하다. 법치주의 무시가 일상화되면 우리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걱정과 함께 명확한 수습 그리고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주셨다"고 말했다.

특히 모든 헌법 기관의 "한목소리"를 요청했다. 천 처장은 "불법적 난입과 폭력은 성공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헌법 기관에 종사하는 분들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시는 것이 필요하다"라면서 "법조인이든, 비법조인이든 헌법 토대에서 생활하는 관계자들 모두가 법치주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 조혜지 기자 >

 

비상계엄을 윤석열의 '성전'에 비유... 이양수, 법원 침탈 언급 않고 "성숙한 시민의식"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 남소연

 

"십자군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성숙한 시민의식에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

현역 대통령이 구속되고,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을 물리적으로 침탈하는 초유의 국기문란 사태에도 집권여당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를 '성전'에 비유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을 '십자군'이라고 일컬으며 오히려 이들을 더 선동하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 일부도 지지자들의 행위를 감싸며 '물타기'에 나섰다.

김재원 "윤 대통령, 성전 시작... 함께 거병한 아스팔트의 십자군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과의 과거 일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전쟁을 벌인 것"이라며 "그리고 47일 만에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겨울의 감방은 무척이나 춥다. 추위와 외로움에 떨고 있을 윤석열 대통령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47일간 윤석열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를 성채로 삼아 자신만의 '성전(聖戰)'을 시작했다. 이제 그 전쟁은 감방 안에서 계속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외롭고도 힘든 성전에 참전하는 아스팔트의 십자군들은 창대한 군사를 일으켰다"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그 성전의 상대방은 당연 '반국가세력'의 괴수 이재명이다"라며 "어젯밤 이재명은 윤 대통령 구속 소식에 쾌재를 불렀으리라"라고 적었다.

그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지 않았는가"라고 '삼국지'의 일화를 언급하면서 "감옥에 갇힌 윤석열이 괴수 이재명을 끌어내릴 것이다. 그날이 비로소 이 성전의 끝이다. 이 성전이 시작될 때부터 이재명의 운명은 필연적으로 그렇게 정해지고 말았다"라고 강조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승리를 진심으로 바란다"라며 "그리고 함께 거병한 십자군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장문의 게시물 어디에도 법원을 향한 폭동 사태의 부당함이나 비상 계엄의 위헌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양수 사무총장, 법원 박살 났는데 "집회 마치고 주변 정리하는 시민들"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서울 서부지방법원 앞 집회를 마치고 주변을 정리하는 시민 여러분들의 모습이다"라며 "집회 참가자 여러분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라고 적었다.

해당 사진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에 기재된 촬영 시간은 이날 오전이었다. 법원 청사의 각종 기물이 부서지고, 법원 앞 반사경마저 부러지는 등 다수 폭력 사태가 있었던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의 폭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각종 사진과 영상이 뉴스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도배하는 가운데, 쓰레기 줍는 사진을 몇 장 올리며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며 물타기에 나선 셈이다.

< 오마이 곽우신 기자 >

독일·프랑스 등 SNS 극우 테러리즘 규제 사례 정리


독일, '나치 찬양' 글 쓰면 처벌…가짜뉴스 규제 논의
프랑스, 혐오·테러리즘 선동 처벌…SNS회사도 규제
'가짜뉴스 방지법' 제정해 판사가 삭제 조치하기도

한국, 가짜뉴스 규제 전무…표현의 자유는 무한 아냐
5·18민주화운동, 위안부 관련 가짜뉴스 등 차단 필요

 

가짜뉴스와 내란선동 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런 글들에 대한 사법당국의 신고를 돕는 누리집 '민주파출소'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은 "국민 카톡 검열"이라며 반발하고, 언론들도 '지나친 표현의 자유 규제 아니냐'는 시선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민주파출소의 구체적 활동 내용이 무엇이고, 해외에서 가짜뉴스와 내란선동 글 등을 어떻게 규제하고 있는지 제대로 분석하는 보도는 없습니다.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 해외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무한정 보장하지 않고 있고 특히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극우 테러리즘 등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규제법안들이 더 강화하고 있음을 지적하려 합니다.

 

1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감시단 단장 김현 의원이 브리핑을 하는 도중 한 진보 성향 미디어 비평지 기자가 "내란이라든지 5·18 이라든지 명백한 사안에 대해서 반대할 수 도 있다"며, 민주당의 가짜뉴스 제보센터에 대해 공개 비판을 했다. 2025.1.13. SBS 보도화면 갈무리
 

민주 "가짜뉴스 적극 신고" 국힘 "국민 카톡 검열" 억지 주장  

 

민주당은 최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 같은 SNS에서 확산되는 각종 가짜뉴스 등을 제보받아 법에 저촉되는 경우 형사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고를 받기 위한 민주파출소(https://minjoopolice.com/) 누리집도 개설했고 1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감시단(단장 김현 의원)은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습니다.

 

국민적 관심과 별개로 국민의힘은 "사생활 영역인 카톡을 검열하겠다는 거냐"며 반발하고 있고 언론 반응도 시큰둥합니다. 이날 국회 기자 회견에서 한 진보 성향 미디어비평지 기자는 "가짜뉴스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이냐. 5·18이든 내란 사건이든 명백한 사안에 대해 반대할 수도 있고 감시와 견제를 하려면 확실하지 않더라도 의심은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을 공개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발표내용을 보면, 어디에도 민주당이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한 적도 없고 김현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설명했듯 "명백히 확인된 가짜정보들에 대한 신고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것일 뿐, 모든 판단은 사법기관이나 판사가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것처럼 민주당이 국민 개인의 카톡방을 사찰하거나 들여다볼 방법은 없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최대한 보장돼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헌법정신이라는 점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세계 주요 인권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표현의 자유를 무한정 보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들은 내란을 선동하거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등에 대한 표현 그리고 허위 정보의 확산을 엄격히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나치 관련 미화 글 게재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언론인과 일반시민 구분하지 않고 강한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급증하는 각종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이러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1938년 뮌헨회의 참석자들. 왼쪽부터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 에두아르 달라디에 프랑스 총리,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 베니토 무솔리니 이탈리아 두체. 협정 조인 직전의 모습.  위키백과

 

독일, '나치 찬양·테러' 글쓰면 처벌…가짜뉴스 규제법은 논의 중

 

<워치독>은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들을 직접 조사하여 정리하였습니다. 

독일 형법은 유대인학살 사건을 부정하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표현하거나 나치 선전물을 배포하는 행위를 독일 형법 130조에 의거해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 적용되는데 예를 들어 '나치 문양' 이미지를 공유하거나 관련 옷을 입거나 히틀러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나치 지배를 "승인, 미화 또는 정당화"한 경우 최고 3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2005년에 추가됐고, 이는 극우 극단주의 시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독일에서 온라인 증오범죄를 전문 수사하는 연방 검사 크리스토프 헤베커는 최근 한 언론(FrontLine)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한 독일 여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시리아 난민은 독일에 들어오는 즉시 사살해야 한다'는 글을 게시한 혐의(선동죄)로 기소됐습니다. 그녀는 극우그룹에 속해 있었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었습니다. 그녀는 범죄 전력이 없었지만 결국 징역 11개월의 집행유예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더 무거운 형벌이 내려진 사례도 있습니다. 2007년 독일의 화학자 게르마르 루돌프는 유대인학살 사건을 부정한 혐의로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2010년대 들어 유럽 사회를 깜짝 놀라게 할만한 극우 테러 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극우 선동 표현들을 규제하는 법이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네트워크집행법(Network Enforcement Law)은 2017년 독일 의회를 통과했는데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증오발언, 테러 위협, 아동 착취 게시물 등을 신속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큰 벌금을 내게 하고 있습니다. 또 2022년부터는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이러한 증오글을 남긴 사용자의 아이피(IP) 주소를 독일 연방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의무화 했습니다. 이렇게 독일은 내란 혹은 테러를 조장하는 글들, 심지어 단순한 의견표현조차도 가차없이 신고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다만, 단순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법률 제정은 아직 사회적 논의 단계에 있습니다. 독일에서 "난민들이 독일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가짜뉴스 때문에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 메르켈 정부는 2017년 '가짜뉴스 처벌법'을 만들려 했습니다. 그러나 언론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의회는 결국 이 법을 부결시켰습니다. 가짜뉴스를 규제해야 하지만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하자는 입장입니다.

 

2015년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의 바타클랑 콘서트장 밖에 대기 중인 경찰 특공대. 일련의 테러로 최소 149명이 사망했다. AP/연합
 

프랑스, 가짜뉴스 방지법 제정해 판사가 즉시 삭제조처

 

프랑스도 2015년 11월 파리에서 벌어진 대규모 테러로 130명이 사망하는 사건 등으로 온라인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발명한 나라인 프랑스에서 당연한 핵심 가치이지만 안전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 허위의 정보나 혐오, 테러리즘 등이 퍼지는 것을 규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는 언론법과 형법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언론법은 23조에서 범죄를 선동하는 것을 처벌하게 하고 있고, 24조는 유대인 학살사건 부인죄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32조와 33조에서는 특정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과 혐오 표현을 규제하고 성적지향이나 장애에 따른 모욕 글을 주로 벌금형으로 처벌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들을 제대로 지우지 않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회사도 벌금을 피할 수 없습니다. 2020년 5월 프랑스는 '인터넷 혐오표현 금지법'을 통과시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차별과 혐오가 명백한 콘텐츠에 대한 게시물이 올라온 뒤 이를 24시간 안에 삭제하거나 접근을 차단하지 않는 경우 최대 16억 원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특히 2014년 프랑스는 반테러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은 공공연히 테러리즘 행위를 온라인 상에서 옹호하는 것마저 처벌하는데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오프라인으로 테러가 이어지면 최대 7년 징역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습니다.

 

2018년 프랑스는 더 나아가 '가짜뉴스 방지법'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정보조작이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판단한 프랑스는 '정보조작 대처에 관한 제2018-1202호 법률(LOI n° 2018-1202 du 22 décembre 2018 relative à la lutte contre la manipulation de l'information)'을 만들어 '가짜뉴스'를 즉시 삭제할 수 있도록 판사에게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가짜뉴스 논란이 되고 있는 스카이데일리 홈페이지 갈무리.

 

이 법은 각종 선거에서 허위정보로 인해 유권자의 판단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특이한 점은 허위 정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사후적 대체가 아닌 사전적으로 예방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판사가 판단한 가짜뉴스에 대한 삭제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 법은 글 게시자에 대해 최대 1년의 징역형과 7만 5000유로의 벌금을 물릴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지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와 사례들이 있어야 하겠지요. 이 때문에 프랑스는 고등시청각위원회(CSA)와 시청각 디지털 통신 규제기관(Arcom)을 두어 고의적인 허위 정보들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제정한 가짜뉴스법은 서유럽에서는 최초의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법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언론을 검열할 수 있다는 비판 또한 여전합니다.

 

한국, 가짜뉴스 규제 사실상 전무…표현의 자유는 무한 아냐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법은 없습니다. 민주당이 설립한 민주파출소도 그러한 성격이라기보다는 단순 신고 누리집에 가깝습니다. 가짜뉴스로 신고가 이뤄지면 그에 대한 처리 판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운영하는 각 회사가 판단하고, 사법 처리 문제에 대해선 과거에도 사법부의 영역이었고 앞으로도 사법부의 영역입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테러 선동 글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내란 선동 글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아가 독일과 프랑스는 유대인학살 사건을 부인하는 것도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일본군 위안부 국가범죄 사건을 부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합니다. 독일·프랑스에서 내란 선동 글은 신고가 활발하고 단순 의견조차도 처벌하고 있습니다. '유대인 학살사건'을 부인하는 단순 표현조차도 용납되지 않고 처벌합니다. 가짜뉴스에 대해선 프랑스는 법으로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법제정이 사회적으로 논의단계에 있습니다. 다만 가짜뉴스에 대한 신고를 받고 행정당국의 판단 하에 삭제조처가 이뤄지도록 하는 시스템은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10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극우 세력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언론은 이를 '범보수단체 집회'라고 포장했다. 연합
 

표현의 자유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해외 주요 인권 선진국들은 특정 인종, 소수자에 대한 혐오, 테러리즘, 가짜뉴스를 무차별적으로 용인하지 않고 관련 법안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모든 법안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고 그 시대적 상황에 맞게 법제정 후에도 변경하거나 폐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커지고 있고 심지어 대통령까지 여기에 영향을 받아 내란 범죄를 저지르는 극단적 사례가 벌어지고 있지만 관련 법 제정 논의는커녕 가짜뉴스와 내란선동 글을 적극 신고하자는 것만으로도 언론은 펄쩍 뜁니다.

 

물론, 무엇이 가짜뉴스인지에 대한 판단은 신중해야 합니다. 가짜뉴스 규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 또한 있습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뉴스타파> <뉴탐사> 등 시민언론을 대상으로 "가짜뉴스"라고 공격하거나 검찰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반복해왔습니다. 무엇이 가짜뉴스인지에 대한 규정을 정부와 재판부에만 일임하기보다는 공신력 있는 언론단체 등이 함께 참여해 기준을 만드는 것도 그 방법입니다. 영국의 경우 언론사 외 시민사회 등이 함께 가짜뉴스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하는 시스템을 두고 있습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 되는 '표현의 자유'의 철학적 기반을 제시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보면, 그는 자유가 우리 사회 전체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해악의 원칙'을 두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즉, 다른 사람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의 자유론을 펼친 것입니다. 내란을 선동해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거나,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 등을 부인해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는 허위정보의 글을 퍼뜨리는 행위들을 규제하는 것이 과연 반민주적일까요. 아니면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최선일까요. "선관위가 해킹을 당해 부정선거가 벌어졌고,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 이런 터무니없는 가짜뉴스가 대통령의 사고를 지배하고 계엄 내란 사건까지 벌어진 마당에 말입니다.

        < 워치독 허재현·조하준·김시몬·김성진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

☞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시민언론 뉴탐사 김시몬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가 만든 권력 감시 공동 취재팀이다.

<참고글>

1.Germany’s Laws on Hate Speech, Nazi Propaganda & Holocaust Denial: An Explainer (https://www.pbs.org/wgbh/frontline/article/germanys-laws-antisemitic-hate-speech-nazi-propaganda-holocaust-denial)

2.French Content Moderation and Platform Liability Policies: (https://jsis.washington.edu/news/french-content-moderation-and-platform-liability-policies)

3.독일은 SNS 가짜뉴스 삭제 의무화…혐오 표현하면 처벌부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3855.html)

4.혐오표현에 대한 국제기구와 각국의 대응방안 (김영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2020.12.31)

5.프랑스의 허위조작정보 규제에 관한 연구 - 2018년 정보조작대처법을 중심으로 (강명원, 2022)

6.독일 의회는 왜 '가짜뉴스 처벌법' 폐기했나 (https://zdnet.co.kr/view/?no=20170621102516)

7.가짜뉴스에 맞서는 독일 '사회관계망법집행법'의 내용과 쟁점 (안수길, 2019.3)

서울서부지법 테러 실상 속속 드러나 충격 더해

판사들 개인 집무실까지 난입해 영장 판사 수색

오후엔 헌재 몰려가 불법 집회…국힘 의원 참석
헌재 담 넘어 들어가고, '빠루' 소지한 현행범도

윤석열, 이제와서 "평화적으로 의사 표현해 달라"
"경찰도 강경 대응 말아야" 치고빠지기에 물타기
"시간 걸려도 포기 않고 잘못된 것들 바로잡겠다"

끝까지 '옥중 선동' 예고…국힘도 "경찰이 잘못"
윤상현 "곧 석방"…전광훈 "국민 저항권 발동돼"

반발해도 중형 불가피…'교사' 혐의도 수사 전망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서울서부지법 내부로 들어가 판사 개인 집무실 문을 발로 차서 부수며 수색하는 폭도들. JTBC 영상 갈무리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서울서부지법 외벽을 망치로 때려 부수는 폭도들. 미디어펀치 유튜브 영상 갈무리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폭도에 의해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린 경찰들이 속출했다. 미디어펀치 유튜브 영상 갈무리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벌어진 무법천지 테러 사태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적 충격을 더하고 있다. 폭도가 법원을 습격하고 내부까지 진입해 난동을 부린 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초유의 사태지만 이를 촉발한 내란수괴와 그 잔당은 일말의 뉘우침과 사죄는커녕 여전히 정당성을 강변하거나 뒤늦게 '폭력은 안 된다'는 입에 발린 소리로 발뺌을 하려 하고 있다. 국회에 이어 법원을 침탈한 내란 세력이 다음엔 윤석열 탄핵심판을 앞둔 헌법재판소까지 난장판으로 만들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폭동 가담자들은 물론 그 배후 여권 인사들에 대해서까지 철저한 수사와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

 

지상파 및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온 국민이 목도한 대로 윤 대통령 구속에 광분한 지지자들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외벽을 망치로 때려 부수고 유리문과 유리창을 무수히 깨 난입함은 물론 경찰을 향해 소화기를 뿌리고 주먹과 쇠파이프 등을 휘둘러 마구 폭행하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심한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경찰이 속출했다. 현장에 있던 언론사 취재진 상당수도 이들에게 구타를 당하거나 멱살을 잡히고 카메라를 빼앗기는 등 여러 피해를 입었다.

 

폭도들은 심지어 형사대법정과 영장심사법정 등이 있는 청사 3층에 이어 판사 개인 집무실이 모여 있는 7~9층까지 올라가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판사를 찾으며 집무실 여러 곳을 수색하듯 돌아다니는 상상을 초월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이들은 판사 집무실이 잘 열리지 않자 문을 발로 차 부수고 들어가기도 했다. 글자 그대로 폭동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9일 저녁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탄핵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이들 지지자 중 일부는 19일 오후 다시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여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몰려가 인근 재동초등학교 및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주변에서 미신고 불법 집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1500명은 '대통령을 석방하라'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부정선거 검증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 즉시 석방" "애국 청년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피켓에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의 사진을 붙인 자도 있었다. 헌재가 내려다보이는 재동초등학교 앞 집회에는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참석해 마이크를 잡고 발언했다.

 

개중엔 또 난동을 부리는 경우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40분쯤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 남성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붙잡았고, 오후 3시 30분쯤에는 헌재 담을 넘어 경내로 진입한 남성 1명을 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오후 4시 50분쯤에는 헌재와 가까운 안국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쇠 지렛대인 일명 '빠루'를 소지하고 있던 남성을 흉기 은닉 휴대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2025.1.15. 연합뉴스

 

이 모든 사태를 유발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와서 "새벽까지 자리를 지킨 많은 국민들의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달라"고 가증스러운 면피성 발언을 내놨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통령은 오늘 새벽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했던 상황을 전해 듣고 크게 놀라며 안타까워했다"면서 "특히 청년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소식에 가슴 아파하며 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국가적으로는 물론 개인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경찰도 강경 대응보다 관용적 자세로 원만하게 사태를 풀어나가기를 바란다"고 해 교묘한 양비론으로 폭력 시위대를 편드는 모습을 보였다.

 

전형적인 치고빠지기에 물타기를 시도한 윤 대통령에게 자신의 책임을 성찰하는 개전의 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술 더 떠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가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국정 혼란 상황에서 오로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 붕괴를 막고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었음에도 이러한 정당한 목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변호인단은 설명했다. 아울러 "사법 절차에서 최선을 다해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과 정당성을 밝힐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겠다'고 한 마지막 대목은 윤 대통령이 옥중에서도 변함없이 비상계엄 선포의 당위성을 항변하며 지지자들의 조직적 저항을 부추길 것임을 예고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두고 낸 네 번째 담화에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고, 지난 1일 한남동 관저 앞 집회에 모인 참석자들에게는 "유튜브로 보고 있다. 함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인 17일에도 "많은 국민들께서 추운 거리로 나와 나라를 위해 힘을 모아주고 계시다고 들었다.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애국심에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국민께 전하는 편지'를 공개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측 윤갑근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18 [공동취재] 연합뉴스

 

우두머리가 이러니 그 호위대의 태도 또한 다를 바 없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영장 발부 직후 '시일야방성대곡, 법치가 죽고 법 양심이 사라졌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터무니없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며 "무너진 법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해 법원 판단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폭력 사태와 관련해서는 "경찰은 시민을 자극하고 공격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의 불행한 사태를 막을 책임은 오롯이 공수처와 사법부에 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대통령실 역시 사법부 판단을 부정하며 여론 선동전에 가담했다. 대통령실은 구속영장 발부 뒤 언론 공지를 통해 "다른 야권 정치인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결과"라며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별도의 글을 올리고 "(비상계엄이) 헌정 문란의 목적의 폭동인지, 헌정 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인지 결국은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적어 사실상 비상계엄을 두둔하는 메시지를 지지자들에게 전파했다. 대통령실 일부 관계자는 전날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영장 기각 촉구 시위에 개인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지도부도 빠질 리가 없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형사소송법은 모든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무죄 추정과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위한 입법 원칙"이라며 "오늘 새벽 구속영장 발부는 이런 법 원칙을 무너뜨렸다. 법원의 판단에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인사들에 대해서는 혐의의 경중과 상관없이 무조건 '유죄 추정'과 '구속 수사'를 부르짖어 오다 내란수괴에 대해서는 돌연 180도 바뀐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대상이 아닌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 사례를 집요하게 끌어들인 뒤 "현직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겠다면 똑같은 잣대가 야당 대표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상습적인 궤변을 전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대통령 체포와 구속 과정은 그야말로 불법과 불법의 연속이었다"며 "사법부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땅에 떨어졌다고 단정했다. 그는 특히 "경찰에도 경고한다. 어제 현장은 폭력의 책임을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경찰이 시민을 내동댕이 치고 시민의 카메라가 장착된 삼각대를 발로 걷어차는가 하면 바리케이드를 쳐서 폭력을 막으려는 시민을 방패로 내리찍고 명찰 없는 경찰이 현장에 다수 나선 모습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적반하장으로 경찰을 질타했다. 나아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강력히 요청한다. 민노총 등 다른 불법 집회에서 볼 수 없었던 경찰의 과잉 대응, 폭력 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충분한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압박했다.

 

19일 오전 서울 동화면세점 인근 세종대로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 호위무사'를 자처해온 윤상현 의원은 "애국시민 여러분께 감사하다"고까지 발언해 폭동을 격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의원은 18일 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 17명의 젊은이가 담장을 넘다가 유치장에 있다고 해서 관계자하고 얘기를 했다"며 "아마 곧 훈방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 다시 한번 애국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마포경찰서는 18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서부지법 담장을 넘어 청사로 침입한 시위대 17명을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한 상황이었다.

 

온라인상에는 윤 의원이 지지자들과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 지지자가 "윤 의원님 오동운 죽일 놈의 좌수처장 차량 막았다고 경찰이 학생들 3명 잡아갔어요. 학생들도 좀 알아봐주실 수 있나요"라고 묻자 윤 의원은 "조사 후 곧 석방할 거예요"라고 답했다. 다른 지지자가 "의원님 오늘 월담한 17인 훈방 조치 됐나요"라고 묻자 윤 의원은 또 "조사 후에 곧 석방될 거예요"라고 되풀이했다. 캡처 이미지에 찍힌 윤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는 실제 윤 의원 번호와 일치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외롭고도 힘든 성전(聖戰)에 참전하는 아스팔트의 십자군들은 창대한 군사를 일으켰다"고 폭도들을 '아스팔트의 십자군'으로 칭송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그 성전의 상대방은 당연 '반국가세력'의 괴수(魁首) 이재명"이라며 "거병한 십자군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저는 지금 대통령 지키려다가 어제오늘 체포된 분들을 각 경찰서를 돌며 면회하고 있다"면서 "86명이 체포되어 너무 안타깝다. 저는 그분들께 무료 변론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 와중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또 '국민 저항권'을 거론하며 폭력을 부추겼다. 전 목사는 이날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개최한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서 "이미 국민 저항권이 발동된 상태이고 국민 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다"며 "이번 주 토요일 (집회에) 1000만 명이 모여야 한다. 국민 저항권이 발동됐기 때문에 우리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고 적나라한 선동전을 펼쳤다. 전 목사는 윤 대통령이 구속된 데 대해 "괜찮다. 한번은 구속이 돼야 한다"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도, 박정희 전 대통령도 구속이 됐다. 감방에서 담금질을 해야 마지막 후반기 사역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19일 오전 서부지법 후문에 현판이 쓰러져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이렇게 윤석열 대통령 측과 여권이 아무리 폭도들을 옹호해도 이들이 엄중한 법적 심판을 피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이번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로 체포된 86명(채증 작업을 통해 더 추가될 전망)은 형법상 건조물침입과 공용물건손상죄는 기본이고 죄질에 따라 특수건조물침입과 특수공용물건손상방해, 공무집행방해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 등이 적용돼 중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 행위를 한 경우'를 규정한 형법상 소요 혐의도 거론되는데, 이 혐의가 인정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검찰은 이번 사태 관련자 전원을 구속 수사할 방침이라 '선처' 가능성은 희박하다. '저항권 행사'를 운운하며 난동을 부추긴 전광훈 목사나 석동현 변호사가 교사 혐의로 수사받을 가능성도 있다.

 

대검찰청은 언론 공지를 통해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 사이에 서부지법과 인근에서 자행된 불법 폭력 점거시위는 법치주의와 사법 체계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서울서부지검에 전담팀을 구성해 엄정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가담자들을 전원 구속 수사하는 등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중형을 구형하는 등 범죄에 상응하는 처분이 내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담팀은 팀장인 신동원 서부지검 차장검사를 포함해 검사 9명 규모로 꾸려진다.

 

사법부도 이번 난동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서울서부지법 현장을 직접 찾아 둘러본 뒤 "법원 내 기물 파손 등 현장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TV로 본 것보다 열 배 스무 배 참혹하다"면서 "30년간 판사 생활을 하며 이런 상황은 예상할 수도 없었고 일어난 바도 없다.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자 형사상으로도 심각한 중범죄"라고 탄식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20일 오전 긴급 대법관회의를 소집해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한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