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원천무효"…의대 모집 긴급 중지 요구

 
의대교수들 "의평원은 의학교육의 보루…'어용' 시도 멈춰야"= 최창민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열린 의학 교육 평가·인증에 관한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 항의 집회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의학 교육의 마지막 보루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무력화하기 위한 의평원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4.10.21 
 

 의과대학 교수들이 교육부·보건복지부에 장관 퇴진과 의대 모집 정지를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11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 이주호, 복지부 조규홍은 내란 수괴의 하수인임을 참회하고 장관직에서 즉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이어 "물러나기 전에 의대생과 전공의를 겁박했던 것을 참회하고 그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들은 "내란 수괴 윤석열이 의료 개혁을 빙자해 벌여 놓은 의대 증원과 '의료 개악'은 원천무효"라며 "의대 모집 절차도 모두 긴급 중지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물러나기 전에 신입 선발 권한은 각 대학에 있음을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또 "(의대 증원 전인) 지난해 4월 발표된 모집요강이 합법적 정원이며, 재량으로 실질적인 감원 선발을 하라고 대학에 통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의대 모집을 중지하고 각 대학의 총장, 학장, 의대 교수 대표가 참여하는 가칭 '의대교육정상화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재조정하자"고 제안했다.       < 연합  권지현 기자 >

시상식·만찬 5시간 넘는 축제…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서 열려

사회자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 한국어로 말해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 연합
 

작가 한강이 아시아의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10일(현지시각)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은 시상식에 이은 특별 연회에서 “필연적으로,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행위는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와 반대되는 일”이라며 “이 문학상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노벨의 날’로도 불리는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한강은 단정한 검정색 드레스를 입고 푸른 카펫이 깔린 무대에 올랐다. 11명의 수상자들은 스웨덴 왕족의 맞은편 빨간 의자에 앉았다. 8번째 자리에 앉은 한강은 유일한 여성 수상자이기도 했다. 그는 노란빛 영문으로 ‘노벨상’이라 적힌 무대 중앙에 서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에게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줄곧 큰 표정 변화가 없던 그는 상을 건네받은 뒤 메달이 담긴 상자가 갑작스레 ‘쿵’ 하고 닫히자 국왕을 바라보곤 활짝 웃어 보이기도 했다. 1560여명의 청중들은 환호와 함께 그의 모습을 찍으며 함께 축하했다.

10일(현지시각) 작가 한강이 수여받은 노벨증서. 사진 노벨재단 제공
 

한강이 받은 푸른빛 증서 왼쪽면엔 이 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 일부이기도 한 “이상적인 방향으로 문학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을 만든 사람”이란 문장이 스웨덴어로 적혀 있었다. 그가 상을 받은 뒤엔 영국의 여성 오보에 연주자 겸 작곡가 루스 깁스가 작곡한 ‘암바르발리아’가 연주됐다. 시상식 내내 두 손을 모으고 차분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그는 수상자들의 수상 이후 연주곡이 흘러나올 때면 오케스트라 객석을 올려다봤다.

한강의 수상 소감은 시상식을 마친 뒤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진행된 저녁 특별 연회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행위는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와 반대되는 것”이라며 “언어의 실을 따라 다른 사람의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을 만나고, 나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긴급한 질문들을 그 실에 맡겨 다른 이들에게 보내는 일을 해 왔다”고 전했다. 31년여간 글을 쓰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온 그가 문학의 의미에 대해 밝힌 순간이기도 했다. 한강의 소감 발표에 앞서 사회를 본 스웨덴 대학생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라며 예상치 못한 한국말로 그를 소개해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다른 수상자들로부터 축하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
 

노벨재단의 연회는 수상자들을 위한 축하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큰 행사다. 이날은 1250여명의 귀빈이 저녁 7시부터 4시간 넘게 이어지는 만찬에 참여했다. 한강은 스웨덴 마들렌 공주의 남편인 크리스토퍼 오닐의 에스코트를 받아 만찬장에 입장했고, 그와 안드레아스 노를리엔 국회의장,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등과 함께 중앙에 마련된 탁자에 앉았다. 칼 구스타브 국왕이 노벨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축배사로 만찬의 시작을 알린 뒤엔 식사와 함께 무용과 노래, 연주 등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졌다. 만찬을 생중계한 스웨덴 공영방송 에스브이티는 만찬장 한 쪽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비롯한 한강의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카메라로 한강의 모습을 담았다.

한편,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영하의 날씨에도 교민 등 100여명이 시상식 전 콘서트홀 바깥에서 응원을 전했다. 전라남도 장흥군 김성 군수를 비롯한 도민들과 스웨덴 한인회 교민들 및 모교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한강을 외치기도 했다.    스톡홀름/장예지 특파원

 

한강, 노벨상 시상식 섰다…“글 속의 인물들 결코 잊힐 수 없어”

노벨재단 “역사적 트라우마 속 인간의 나약함 탐구한 작품”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 스톡홀름/연합
 

작가 한강을 비롯한 2024년 노벨상 수상자들을 위한 시상식이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다.

이날 현지 기준 오후 4시(한국 시간 10일 자정)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은 노벨재단 이사회의 아스트리드 쇠데르베리 비딩 의장의 축하 연설로 시작됐다. 노벨상 수상은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경제학상 순이다.

아시아에서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한강은 이날 처음 노벨상을 상징하는 블루카펫을 밟고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에게 메달과 증서를 받는다. 비딩 의장은 연설에서 “올해의 문학상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깊이 탐구한 작품에 수여됐다”며 “(한강의 작품은) 변화를 향한 열망만큼이나 나락은 늘 가까이에 있음을 보여주고, 인간 존재의 비극적 조건을 조명한다”며 수상의 의의를 설명했다.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 중 한 명으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이기도 한 엘렌 맛손은 한강을 위한 시상 연설에서 그의 작품이 갖는 힘은 무엇인지 말했다. 맛손은 “한강의 글에선 흰색과 빨간색이 공존한다”며 “흰색은 (책의) 화자와 세계를 보호하는 커튼을 드리우는 동시에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 빨강은 생명을 상징하지만 고통과 피, 칼에 베인 상처 또한 상징한다”고 했다. 한강의 목소리는 매혹적인 부드러움을 가졌지만, 이를 통해 형언할 수 없는 잔인함,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이야기하는 작가라는 것이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 입장하고 있다. 스톡홀름/연합
 

맛손은 특히 2021년작 ‘작별하지 않는다’와 2014년작 ‘소년이 온다’의 일부를 언급하며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어느 쪽에 속하는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만남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의 의미를 전했다. 그는 “한강의 글에서 인물들은 방해받지 않고 움직이며, 계속해서 움직인다. 잊는 것은 결코 목표가 될 수 없다”며 잔혹한 학살의 과거를 망각하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힘을 강조한다. 맛손은 “한강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받는 연약한 존재이지만, 한 걸음 내딛거나 다른 질문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힘도 갖고 있다. 빛이 사라져도 죽은 자의 그림자가 벽 위를 계속해서 움직인다. 아무것도 그대로 지나가거나, 끝나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노벨재단은 민주적이고 포용적인 사회 제도와 국가 성장의 관계를 규명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제임스 로빈슨미 시카고대)에 대해선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독재화가 진행되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수상 의미가)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한국의 12·3 내란 사태를 두고 “역사적으로 포용적 제도를 훼손한 경우는 아주 많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2024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연합
 

노벨재단은 핵 위협이 커지는 세계에 대한 목소리도 냈다. 특히 약 80년간 핵무기 없는 세상을 외쳐 온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반핵단체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를 소개하며 비딩 의장은 “오늘날 핵무기 보유국들이 전쟁과 분쟁을 일으키면서 핵무기의 위협이 다시금 대두되는 상황에서, 노벨평화상은 실존적 차원의 의미를 갖게 됐다”고 했다. 또 올해 노벨물리학과 화학상 수상자들을 중심으로 모든 국가가 핵무기를 다시는 사용하지 않도록 보장해 인류를 보호할 것을 촉구하는 2024년 마이나우 선언에 서명한 소식도 전했다.

3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 위협, 민주주의의 위기가 목격되는 세계를 향해 비딩 의장은 “과학과 문학, 평화는 오늘날의 위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길을 제시하고, 우리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맹목적인 운명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우리 손에 달렸다”고 했다.  <  스톡홀름 한겨레 장예지 특파원 >

유인촌, ‘내란 책임 물으면 일상 위험’ 발언 논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국민께 드리는 당부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일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2·3 내란사태에 대한 사죄 없이,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 심의 국무회의에 참석한 일부 장관들을 탄핵하려는 야당에만 “자제”를 호소하자 ‘내란 범죄를 두둔한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가장 먼저 누리꾼들은 국회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데 가담한 이들의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되레 ‘국민 일상에 위험이 된다’는 유 장관의 황당한 논리를 비판했다. 유 장관은 대국민 호소문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의 탄핵소추안이 보고됐다”며 “사임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포함해 치안과 법무 행정을 책임지는 장관들이 모두 공석이 되면 국민 일상에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과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당사자들이다. 또 비상계엄 해제 당일 대통령 안전가옥에 모인 인물들로, 내란 공모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조지호 경찰청장도 12·3 내란사태 당시 경력을 동원해 국회를 통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들 모두를 내란죄 등 혐의로 입건한 상태이며, 조 청장은 11일 새벽 긴급 체포됐다.

이에 누리꾼들은 “내란 공범이 그 자리에 있는 게 더 위험하다”, “내란 범죄를 저지른 장관, 청장 없다고 돌아가지 않는 정부기관이 어떤 존재 의미가 있느냐”,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보다 안전하다”며 유 장관의 호소문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법무부 장관,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은 내란 공범이고 피의자가 될 건데 (유 장관이) 범죄자를 두둔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연배우 빠지면 망하는 연극이나 영화 같은 줄 아는 거 아니냐”며 비꼬는 반응도 나왔다. 유 전 장관은 드라마 ‘전원일기’ 등에 출연한 배우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때도 문체부 장관을 지냈다. 

10일 호소문이 내란 사태 이후 정부 대변인이 내놓은 첫 공식 입장임에도, 위법·위헌적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어떤 사과도 없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유인촌의 입에서 ‘윤석열의 내란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졌다’라는 말이 나오면 진정성을 믿겠다”며 “그 말을 쏙 빼고 내란을 주도한 장관들의 직무를 정지하니까 (그제야) 호소한다고 한다. 그게 할 말이냐”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하는 내각이 힘을 합쳐 쿠데타를 방조했는데 무슨 낯짝으로 국정 정상화를 운운하냐”고 꼬집었다.

한편, 유 장관은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심의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고, 국회의 계엄해제요구 결의안 의결에 따라 계엄령 해제를 위해 열린 4일 새벽 국무회의엔 참석했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정치인·계엄 포고령 위반자, 지하 수백미터 벙커 감금 계획했다”

김병주 의원 “방첩사가 직접 정찰까지 완료해”

 

 
 
지난 10일 오후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내용 등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12·3 내란 사태’ 당시 방첩사 체포조가 전쟁 시 지휘소로 쓰이는 지하 수백미터 벙커에 포고령 위반자들을 감금할 계획을 세웠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오전 비상최고위원회의에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체포조가 포고령을 위반한 수백·수천명을 지하 수백미터에 있는, 전쟁 지휘소로 쓰이는 ‘비(B)1 문서고’에 감금할 계획을 세웠다”며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자리에 그대로 있는 건 진짜 위험하다.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해군 준장)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비1 벙커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며 “여 사령관이 밑에 있는 실장을 통해 ‘직접 수방사에 가서 비1 벙커를 확인하라’고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비1 벙커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관할 지휘통제시설로, 전면전이 일어나면 우리 군의 실질적인 전쟁 지휘부 역할을 한다. 한미연합훈련 지휘소로도 쓰인다.

김 위원은 “해당 지하 문서고는 엄청난 규모다. 핵폭탄이 떨어져도 견딜 수 있고, 국가 전쟁 지도부로 쓰인다”며 “시설 일부만 활용할 줄 알았는데, 아예 비1 문서고 (전체 사용을) 검토했고 방첩사 인원으로 내부 정찰까지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체포조는 방첩사 수사관 39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선량한 시민과 야당 대표를 비롯해 (‘체포 명단’ 해당자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거기 감금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말씀을 잘못 하신 게 아니냐. 진짜냐”며 김 위원에 사실관계를 거듭 확인했고, 박찬대 최고위원은 “B1 벙커에 들어가면 살아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 한겨레 김채운 기자 >

 

추미애 “방첩사 계엄 문건에 ‘병원 확보’…대량살상 대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 방첩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선포 대비 문건에 병원 시설 확보를 준비하라는 대목이 있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이는 대량 살상 등 유혈 사태를 대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원래 기무사령부(방첩사)가 작성했다는, 제가 그때 폭로했던 그 문건에 없던 것이 하나 더 발견됐는데 병원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추 의원은 방첩사가 지난 11월 작성한 계엄문건을 본 방첩사 관계자로부터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추 의원은 “병원 시설을 왜 확보했겠느냐 생각해보면 미리 대량 살상이 발생한다, 그럴 경우에는 그냥 병원에 모아놓으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의사들이 빨리 복귀해야 하는데 의사들이 이미 사표를 내고 그렇지 않았냐”며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 (계엄 포고령에) 복귀하라, 복귀 안 하면 처단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하야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법무부 장관이던 내가) 두 번씩이나 수사지휘 내리면서 그의 잘못을 지적했지 않았냐. 증거가 인멸될 때까지 불안해서 스스로는 물러날 수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란죄 수괴로서 지금 당장 대통령을 긴급 체포하더라도 하나도 이상할 일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가 제시한 ‘내년 2∼3월 하야, 4∼5월 대선’ 등 대통령 조기 퇴진 로드맵에 대해서는 “박근혜 때 원내대표였던 정진석(대통령비서실장) 버전”이라며 “지금은 윤석열의 비서실장을 하면서 뒤에서 이런 일을 코치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그는 정 실장을 “내란 공범”이라고 지목하며 “당시 대통령이 소집한 계엄 선포 직전 회의에 있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 한겨레 이우연 기자 >

 

‘정치인 구금’ B1 벙커에선 휴대폰 차단…“핵폭탄도 견뎌”

외부접근 불가·500명 수용·지하 도로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8월 23일 한미연합사령부 전시지휘소(CP 탱고)를 찾아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상황을 점검하려고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함께 작전본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12·3 내란사태 때 여인형 국군 방첩사령관이 체포한 국회의원들을 수도방위사령부 비(B)1 벙커(문서고)에 구금할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는 방첩사 간부의 증언이 나온 데 이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방첩사 체포조가 이 벙커에 계엄 포고령 위반자 수백, 수천명을 감금할 계획을 세웠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서울과 경기 과천의 경계인 남태령에 있는 수방사 ‘비1 벙커’는 한국군 전쟁지휘시설이다. 전시가 되면 대통령, 장관 등 정부 요인, 군 지휘부가 이곳에 모여 전쟁을 지휘한다. 전시에는 정부 요인, 군 지휘부, 지원인력 등이 오래 머물러야해서 대통령, 장관, 육해공군 참모총장별 회의실이 별도로 있다고 한다. 50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고 내부는 차량이 다닐 만큼 넓다고 한다. 비상시에 대비해 수개월치 식량도 비축돼 있다.

육군 대장 출신인 김 최고위원은 이날 당 비상 최고위원회에서 “해당 지하 문서고는 엄청난 규모”로 “핵 폭탄이 떨어져도 견딜 수 있어 국가 전쟁 지도부로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 구금을 위해) 시설 일부만 활용할 줄 알았는데, 아예 비1 문서고 (전체 사용을) 검토했고 방첩사 인원으로 내부 정찰까지 했다고 한다”며 “체포조는 방첩사 수사관 39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선량한 시민과 야당 대표를 비롯해 (‘체포 명단’ 해당자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거기 감금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B1 벙커를 구금 시설로 검토한 것은 서울(국회)과의 거리, 공간 수용 능력, 군에 대한 지휘통신시설 유무, 경계 수월성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벙커에 정치인들을 가두면 보안을 유지하기 쉽다. 구치소나 기존 군 부대 군사경찰 구금시설은 위치가 알려져 있지만 비1 벙커는 수방사 구내에 있어 외부에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B1 벙커는 폭격에도 견딜 수 있게 튼튼하게 지었고 전자기파(EMP)공격에 대비한 방호 설비도 갖춰, 휴대전화 통화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군 내부에서는 전시 대비 핵심시설인 비1 벙커에 내란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가두겠다는 여 사령관의 발상이 황당하고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군 벙커는 비1뿐만 아니라 국방부(합참), 충남 충남 계룡대에도 있고, 경기도 성남시 청계산에는 한미연합사 전시 지휘소인 탱고 벙커가 있다.                            <  한겨레 ​ 권혁철 기자  >

 

‘의원 감금 시설’ 의혹 선관위연수원에 계엄군 대기…CCTV 공개

 
 
4일 오전1시31분 선관위 연수원 앞 농업박물관 주차장에 들어서는 계엄군 버스. 서삼석 의원실 제공
 

‘12·3 내란사태’ 당시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 맞은편 국립농업박물관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 티브이(CCTV)가 공개됐다. 선관위 연수원은 계엄군이 정치인을 체포해 구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장소다. 연수원 외부에 구급차가 대기하는 모습도 폐쇄회로 티브이에 잡혔다. 계엄군이 유혈사태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공개한 경기도 수원 선관위 연수원 맞은 편 국립농업박물관 폐쇄회로 티브이 화면과 차량 출입기록을 보면, 3일 비상계엄이 발령된 뒤 4일 새벽 1시27분 경찰차 한 대가 선관위에 진입한다. 그 뒤 1시28분 미니버스, 1시31분 대형버스, 1시33분 대형버스 총 3대가 농업박물관에 진입했다. 200명이 넘는 계엄군과 경찰이 탔을 것으로 추정되는 버스들이다.

이후 카니발, 칸, 스타렉스, 루비콘, 스파크 등 지프와 에스유브이(SUV)차량이 잇따라 진입한다. 오전2시8분에는 응급차가 출입했던 기록도 나온다. 유혈사태를 비롯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추미애 의원이 공개한 국군방첩사령부의 계엄 선포 대비 문건에도 ‘병원 시설 확보를 준비하라’는 부분이 등장한다.

4일 오전2시8분 선관위 연수원 맞은편 국립농업박물관에 입차하는 응급차. 서삼석 의원실 제공
 

계엄군이 탄 버스는 1시간가량 주차장에 머무르다 오전2시19~21분 철수했다. 경찰차(오전1시35분 출차)와 스파크 차량(오전11시56분 출차)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차량도 모두 오전2시17분~23분에 잇따라 주차장을 떠난다.

계엄군·경찰 인력 200여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원연수원 부근서 대기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일 계엄군이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을 체포한 뒤 수원연수원에 감금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한층 짙어졌다. 비상계엄 당일 계엄군이 전산서버를 압수하기 위해 중앙선관위에 진입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선관위 연수원은 정보·전산시설이 없는 숙박시설이다.

농업박물관은 당시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서삼석 의원은 전했다. 농업박물관은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자료에서 “계엄군이 주차장에 주차할 당시 허가한 사항이 없다. 주고받은 공문도 없었다”고 답했다. < 한겨레 고한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