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사건 변론기일이 열리는 가운데, 헌재앞에서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신의한수' 신혜식 : "여러분 우리가 민노총과 종북 좌파들과 다른 게 뭐겠습니까? 바로 정의롭고 도덕적으로 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분탕 종자들이 자꾸 폭력을 유도하는데, 걔네들 다 프락치고 민주당 세력인 것 아시죠?" (21일 헌법재판소 앞 시위)
'엄마부대' 주옥순 : "경찰관 아저씨랑 싸우지 마세요. 절대 싸움은 안 됩니다. 비폭력으로 끝까지 가야 합니다." (21일 헌법재판소 앞 시위)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반발해 서울서부지방법원을 공격한 일부 극우 시위대에 대한 구속수사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유튜브 강경 발언 등으로 폭동을 부추긴 것 아니냐고 지목된 극우 성향 인사들이 뒤늦게 '비폭력 시위'를 내세우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이 유튜버 등 폭동 배후에 대한 수사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내란죄 혐의로 구속된 윤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한 지난 21일 헌법재판소 앞 극우 시위에서는 주최자들이 하나같이 서부지법 폭동을 '프락치'의 소행이라고 입을 맞추고 있었다. 헌재 인근 대형 집회무대에 오른 유튜버 '신의한수' 신혜식씨는 마이크를 잡고 "자칫 우리가 실질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면 도덕적으로 우리는 폭망할 수밖에 없다"라며 "누가 (서부지법)문을 부쉈나. 프락치들이지 않나"라고 했다.
또 다른 한 극우 유튜버 역시 무대에 올라 "지금 우리의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집회 현장에 폭력을 선동하는 몇몇 유튜버들이 기웃대고 있다"라며 "비폭력, 평화적인 집회에 폭력을 선동하는 선동꾼들은 나가라. 프락치들이 기웃대서야 되겠나"라고 말했다. '엄마부대' 주옥순씨도 같은 무대에서 "절대 (프락치들에)넘어가선 안 된다. 절대 싸우면 안 된다. 비폭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 측도 자신을 추종해온 이아무개 전도사가 서부지법 내부에 들어가 난동을 부렸다는 혐의로 전날 경찰에 체포되자 급히 '손절'에 나섰다. 전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입장문을 내고 "사랑제일교회는 주일 예배 참석자가 약 1만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성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라며 "이씨는 사랑제일교회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거나 사례비를 받는 분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조직적으로 어떤 사태를 유도하거나 개입한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전 목사는 서부지법 폭동 전날인 지난 18일 서부지법 앞 시위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서울구치소를 들어가서 강제로라도, 국민 저항권이 최고의 권위니까, (윤석열)대통령을 모셔 나와야 된다"고 발언해 폭동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부지법 폭동' 3일 만에... 내부 난입 46명 중 44명 구속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 출석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진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태극기를 감싼 윤 대통령 지지자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이정민관련사진보기
유명 극우 인사들의 태세 전환은 서부지법 폭동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법원은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직후인 지난 19일 새벽 3시부터 6시 사이 서부지법 내부로 침입해 시설물을 깨부수고 판사를 쫓으러 다닌 4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벌어진 지 불과 3일 만이다.
경찰은 당시 서부지법에 난입한 46명을 현장에서 검거해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는데, 이 중에서 2명만 빼고 모두 구속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대적으로 가담 정도가 약한 인원들만 제외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날 이 전도사를 추가로 긴급 체포했는데, 같은 날 피의자 2명이 경찰에 자수하기도 했다. 이로써 19일 새벽 서부지법 내부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죄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피의자는 현재까지 49명이다. 당시 법원 내에 있던 극우 시위대는 총 10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채증영상 분석 등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피의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헌재 앞 등장한 이미선 재판관 얼굴 피켓… 국민의힘 또 "문형배는 이재명 절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해 변론에 나선 가운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극우 시위가 열리고 있다. 한 참가자는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얼굴을 새겨넣은 팻말을 들고 다녔다. ⓒ 김성욱관련사진보기
서부지법 폭동 수사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현직 경찰은 "예측하긴 어렵지만 탄핵 결정이 내려질 날도 큰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전날부터 탄핵심판에 직접 나서기 시작하면서, 헌법재판소 일대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전날 헌재 앞에는 4000명 정도의 극우 시위대가 몰렸는데, 신고된 집회 장소인 안국역 5번 출구 쪽에는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 100미터쯤 더 가까운 안국역 사거리 쪽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층이 유튜브 생방송을 하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19일 서부지법 폭동의 주축 역시 2030대였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서부지법 내부에서 검거된 46명 중 무려 26명(56%)이 30대 이하였다.
헌재 앞에선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얼굴 사진을 붙이고 'OUT'이라고 적은 팻말을 건 시위대의 모습도 포착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날은 아예 헌재에 직접 방문하기까지 했다. 앞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정계선 헌법재판관의 남편인 황필규 변호사가 소속된 공익인권법재단의 이사장이 국회 탄핵소추대리인단 공동변호인인 김이수 변호사라며 정 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다가 기각된 바 있다.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헌재 항의방문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에 대통령 권한대행 중 탄핵소추된 한덕수 국무총리 심판 사건의 조속한 처리 등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관련사진보기
한 경찰 출신 법조인은 "극우 시위대의 행동 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지나친 정치 공세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9일 서부지법 폭동 때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장면도 12.3 비상계엄 때 군인들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장면과 매우 흡사했다"라며 "국가의 권위가 무너진 시기에는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의 더 책임 있는 언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21일 헌재 앞 시위에서도 정치권의 구호가 그대로 극우 지지자들의 행동으로 연결되는 모양새였다. 극우 시위대는 윤 대통령이 계엄 후 대국민담화에서 했던 "끝까지 싸우겠습니다"라는 말을 그대로 구호로 외치고, 단체 피켓에 새겨 흔들고 있었다. 윤 대통령이 수차례 선거관리위원회를 언급하며 부정선거를 강변한 것처럼, 극우 시위대는 "선관위 서버 까", "선관위 해체"를 외치고 '부정선거 척결, 제2의 4.19 혁명'이라 적힌 깃발을 띄웠다.
윤 대통령이 '중국'과 '간첩'을 연결 지었던 대로, 극우 시위대는 '중국인 투표권 박탈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일부 극우 시위대는 취재를 하는 기자들에게 "좌파 매체 기자들은 중국인들이고, 친척 중에 중국인이 있어야 입사할 수 있다던데 사실이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아니라고 해도 믿지 못하겠다며 묻고 또 물었다. < 오마이 김성욱 기자 >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극우 시위에서 한 젊은 남성이 '중국인 투표권 박탈하라'는 피켓을 들고 가고 있다. ⓒ 김성욱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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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모인 극우 시위대. ⓒ 김성욱
극우 시위대 “국민 저항권” 폭동 합리화…“좌파가 유발” 음모론도
“법치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 저항권 해당 안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건 이후, 극우세력의 ‘폭동 합리화’가 이어지고 있다. 법원 난동을 ‘1·19 민주화운동’이라며 ‘국민저항권 행사’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좌파들이 폭동을 유발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한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19일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서 “국민 저항권이 발동됐기 때문에 우리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서부지법 난입·난동 사건’을 ‘1·19 민주화운동’으로 칭하며 “청년들이 국민께 경종을 울리기 위해 선택한 처절한 몸부림을 단순 폭동으로 규정짓지 말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 저항권은 공권력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파괴하려는 경우 이를 회복하기 위해 국민이 폭력·비폭력으로 저항할 수 있는 권리다.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보면,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거나 더 이상 유효한 구제수단이 남아 있지 않을 때 행사할 수 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상적 사법 체계가 작동하고 있고 구속적부심 등 법에서 정한 방어 수단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음에도 판결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법질서를 전복시키자며 난동을 부린 것은 저항권의 개념에 들어갈 수가 없다”면서 “법치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에 대해 다수 국민도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국민저항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한국현대사에서 대표적인 국민저항권 행사 사례는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등이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한 독재정권에 저항한 행위는 법원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아 법원을 침탈하려 한 행위와 다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부지법 폭동 사건을 민주화운동과 병치시키는 것은 현재 2030 청년들이 민주화운동의 과정을 추상화된 역사교과서 상의 사건으로만 인식한다는 점을 노려 그간의 민주화운동을 우스갯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폭동 합리화 이후 극우 세력은 현재 또 다른 음모론 제기에 앞장서고 있다. 극우 세력들이 모인 한 단체대화방에선 지난 21일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출석을 앞두고 “내란으로 선동하기 위해 좌파들이 ‘폭동’을 유발하고 있으니 휘둘리지 말라”, “집회 나와서 폭력 쓰는 인간들은 우파 아니고 간첩이다. 폭력시위 프레임에 당하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전날 헌재 앞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동꾼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극우 유튜버들은 경찰이 지난 19일 서부지법에 난입하도록 일부러 길을 터줬다거나, 제이티비시(JTBC) 기자가 직접 폭력 시위를 주도했다는 음모론도 펼쳤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이 믿었던 것들이 잘못됐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도 수용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음모론이나 주장을 정당화하는 ‘인지 부조화’ 현상”이라며 “허위 정보와 음모론을 믿으며 사법부를 공격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지속적인 음모론 제기는) 향후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경제적으로도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등 심각한 문제들을 다층적으로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 한겨레 고나린 기자 >
▲답변하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를 받는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란국조특위 3차 회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 사태' 당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선 가운데, 곽 전 특전사령관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22일 재반박했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청문회에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전날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언급한 사실을 전해 듣고 "분명하게 사실이라고 다시 한 번 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12월 9일, 검찰 조서 과정에서 그와 같은 내용들을 다 검사에게 얘기하고 필요한 진술서를 작성하고 12월 10일 내용들을 (국회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필요한 사실들은 정확하게 다 말씀드려야 한다고 생각해 제 의지대로 말씀을 드렸다"고도 강조했다.
앞서 한 의원은 전날 윤 대통령 발언을 회고하며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이 한 이야기와 관련해 '(국회의원을) 체포 또는 구금 지시하지 않았다, 황당한 가짜 뉴스'라고 했다"며 "곽 전 사령관을 콕 집어 '야당의 추궁에 책임을 감면받기 위해 국회에 나와 그렇게 답변하고 국민들께 이야기했다'고 했다. 사실이냐"고도 질문했다. 이에 대해 곽 전 사령관은 강하게 부인하며 "의지대로 조사에 임했다"고 답변했다.
곽 전 사령관은 또 "윤석열 측에서 어제 '허구성이 곧 드러날 것'이라고도 입장 발표를 했다. 무슨 뜻인 것 같냐"는 질문을 받고 "(왜) 허구라고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사항 그대로 지금까지 계속 똑같이 말씀드리고 있다"고도 못박았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자신에게 제기된 탄핵 소추 사유를 직접 부인했다.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적도 없다는 것이다. < 오마이 류승연 기자 >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이 체포됐다는 극우 성향 매체 ‘스카이데일리’ 기사에 대해 주한미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거듭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주한미군은 지난 21일 오후 엑스 공식계정(@U.S. Forces Korea)에서 한 네티즌의 댓글에 답변하며 “스카이데일리로부터 나온 모든 정보는 거짓”이라며 “미국 국방부(DOD)와 주한미군(USFK) 모두 그 주장은 거짓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앞서 주한미군은 지난 20일에도 “주한미군에 대한 묘사가 언급된 한국 언론 기사의 주장은 전적으로 거짓”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해칠 수 있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책임 있는 보도와 사실 확인을 촉구한다”고 입장을 냈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16일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 기사에서 지난해 12월3일 계엄 당시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 작전을 펼쳐 경기도 수원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99명의 중국인 간첩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일본 오키나와의 주일미군 기지에 억류돼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돼 ‘미국도 부정선거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음모론이 나오는 데 기여했다.
▲ 스카이데일리 17일 1면 지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는 해당 기사를 인용하며 “미국 오키나와 미군 부대 시설 내에 가서 조사를 받았고 부정선거에 대해서 다 자백을 했다는 그런 뉴스가 나왔다”고 말했다.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이 상당하다며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선관위는 지난 16일 “계엄 당시 선거연수원에서는 선관위 공무원 총 119명을 대상으로 5급 승진자 과정과 6급 보직자 과정 등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었다”면서 해당 기사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 20일 스카이데일리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선관위는 지난 21일에도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2023년 보안컨설팅 종료 후 발견된 취약점 대부분을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실시 전 개선했고 이를 국정원이 2차례에 걸쳐 확인했다”며 “이후 외부 기관으로부터 서버 제출을 요청받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사전투표 조작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전투표 통신망은 인터넷과 분리된 폐쇄망으로 구성돼 있으며 다중의 보안체계를 뚫고 통합명부 시스템에 접근해 사전투표자 수를 허위로 부풀릴 수 없다”며 “사후에 개표상황표와 실물 종이 투표지를 대조해 선거 결과에 대한 검증이 가능하다”고 했다. <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12.3 내란 우두머리 대통령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들의 발언을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는 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윤석열과 측근 등 이른바 ‘윤측’의 일방적 주장을 비판이나 검증 없이 단순 인용 중계함으로써 이들의 근거 없는 주장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언론이 양산하는 '윤측' 발언 보도를 포털이 신속하게 실어줌으로써 언론과 포털이 '상호 공조'해 내란 세력 입장을 확대 재생산 및 유통시키고 있다. 언론운동 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분석한 결과도 이같은 언론과 포털 간의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를 잘 보여준다.
민언련 분석 결과 윤석열에 대한 두 번째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1월 14일 오후부터 영장을 집행한 15일 오전까지 언론의 ‘윤측’ 받아쓰기 보도행태는 절정에 달했다. 체포영장 집행 1주 전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민언련이 윤석열 체포영장 재집행 1주 전인 1월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데이터베이스인 ‘빅카인즈’를 분석한 결과 ‘윤측’을 가장 많이 언급한 상위 5개 언론사는 YTN, 세계일보, 연합뉴스, 머니투데이, 한국경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빅카인즈를 통해 87개 언론사의 기사와 빅카인즈에 뉴스를 제공하지 않는 연합뉴스 기사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키워드 ‘윤측’, ‘윤 측’, ‘尹측’, ‘尹 측’으로 검색한 것을 합산한 결과 총 2395건의 기사가 나왔다. 민언련은 제목을 중심으로 분석했는데, "제목은 보도에서 언론사 주관과 논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자 시민들의 뉴스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제목에서 ‘윤측’을 가장 많이 언급한 언론사는 YTN(39회)였으며, 다음으로 세계일보(32회), 연합뉴스(23회), 머니투데이(18회), 한국경제(17회), 뉴스핌과 중앙일보(각 15회), 동아일보와 매일경제(각 14회)순이었다.
민언련은 24시간 보도전문채널인 YTN은 실시간 속보기능이 강한 매체로 한번 방송된 ‘윤측’ 받아쓰기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윤측’ 언급횟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YTN이 전한 <현장영상+/“탄핵 사유의 80% 날아갔다는 게 대통령 측 주장”>(1월 7일)의 경우 헌법 재판 취지에 맞게 형법 위반 여부가 제외된 탄핵소추안을 놓고 벌어진 여야 의원들의 현안질의를 보도하면서 “탄핵 사유의 80%가 날아갔다는 게 대통령 측 주장”이라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전한 대통령 윤석열 주장만 제목에 반영했다. 이 기사의 유튜브 썸네일 제목도 <현장영상/“최초 탄핵소추 당시 판단요소가 완전히 달라진 것”>으로 역시 주진우 의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세계일보, 한국경제의 ‘윤측’ 기사 제목 상당수는 연합뉴스의 ‘윤측’ 언급 기사 제목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 연합뉴스가 <尹측, 공수처 영장집행 경찰 일임에 “공사 하청 주나…불가”>(1월 6일)라고 보도하면, 세계일보는 ‘불가’만 떼고 <윤 대통령 측, 공수처 영장 집행 경찰 일임에 “공사 하청 주나”>라고 보도하는 식이었다. 연합뉴스가 <尹측 “내란죄 철회는 탄핵소추 사유 중대한 변경…각하해야”>(1월 7일)라고 보도하면, 세계일보는 말줄임표(…)만 떼고 <尹측 “내란죄 철회는 탄핵소추 사유 중대한 변경 각하해야”>라고 제목을 달았다.
세계일보는 공수처, 경찰, 국회, 헌법재판소 입장도 포함시켰지만 기사 제목에는 윤석열 변호인이나 대변인격 주장만 반영해 ‘윤측’ 기사를 다수 내보냈다. 한국경제는 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는 식으로 ‘윤측’ 보도를 양산했다.
민언련이 딥러닝 기법을 활용해 ‘윤측’ 받아쓰기 2395건의 기사 제목을 35개 주제로 분류한 결과 가장 많이 보도된 주제는 ‘체포영장 청구, 구속영장 청구(431건)’이었다. 다음으로는 탄핵 내란죄 철회 사유(309건), 계엄 목적 달성할까(82건), 경호처장 경찰 출석(79건), 도피의혹 윤석열 관저 포착(70건)순이었다.
이들 상위 5개 주제 중 ‘경호처장 경찰 출석’을 제외한 주제에서 자동 추출된 대표적인 기사 제목은 윤석열 입장을 충실히 담고 있었다. 가장 많이 보도된 ‘체포영장 집행, 구속영장 청구’의 경우 체포영장 청구 및 집행 주체가 고위공직자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임에도 기사 제목에는 공수처, 경찰, 공조본보다 윤석열의 입장이 일방적으로 반영됐다.
다음으로 많이 보도된 ‘탄핵 내란죄 철회 사유’의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 성립 여부를 다투지 않더라도 헌법재판소가 판단 대상으로 삼는 사실관계 자체에서 바뀐 것이 없고 헌법 재판 취지에 맞게 형법 위반 여부만 제외한 것이라는 설명이 거듭 나왔지만 언론은 ‘내란죄 철회로 탄핵소추사유 80%가 철회돼 탄핵소추안을 각하해야 한다’는 윤석열 주장 위주로 제목을 달았다.
세 번째로 많이 보도된 ‘계엄 목적 달성할까’에서 상당수 언론은 당시 윤석열 대리인을 자처한 이들의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대통령이 계엄선포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까 고심했다’는 12.3 내란 정당화 궤변을 제목으로 옮겼다.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둔 1월 8일 불거진 윤석열 도피의혹에도 상당수 언론은 ‘도피설은 악의적 거짓선동’이라는 윤석열 대리인을 자처하는 이들의 주장을 제목으로 전파했다.
민언련이 네이버에서 윤석열 2차 체포영장 집행시기를 처음 보도한 1월 14일 오후 2시 32분부터 윤석열이 체포된 1월 15일 오전 10시 33분까지 20시간 동안 키워드 ‘윤측’으로 검색한 보도내용을 모니터링한 결과에서도 총 420건의 보도가 나왔는데, ‘윤측’ 보도량에서 가장 많은 수치를 보인 곳은 이데일리로 총 19건이었다.
이데일리는 공조본의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 와중에도 <속보/윤 측 “불법 영장…수색 불가”…저지선서 몸싸움>, <속보/윤 측 “전 과정 철저 채증 법적책임 물을 것”> <속보/윤측 “반국가세력에 나라 장악”>와 같은 기사로 윤석열 측 입장을 시시각각 전했다.
공조본의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공조본과 윤측의 공방인 양 보도한 언론도 적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공수처, 체포영장 제시하며 “집행하겠다” 윤 변호인단 “불법”>에서 “(공조본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집행하겠다’”고 했지만 “(윤측은) 체포영장 집행이 불법이라며 이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본문은 물론 제목에서도 공조본의 “집행하겠다”는 입장과 윤측의 “불법” 입장을 나란히 배치해 양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부각했다. 민언련은 “공조본의 체포영장 집행은 적법하며, 체포영장 집행 방해는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는 불법행위인데도 공조본과 윤측 입장을 동일선상에 놓고 공방처럼 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민들레 이명재 기자 >
내란에서 폭동까지 48일, 언론은 왜 ‘동조자’로 몰리나
한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 비판했지만…
사법 체계 부정 장기화하며 양비론·선동 받아쓰기 도마에
▲2025년 1월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날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연합
12·3 내란 사태 이후 48일, 비상계엄 정당성을 주장하며 은둔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구속되고 탄핵심판 절차가 본격화했다. 비상계엄 당일부터 광장을 채웠던 시민의 염원이 실현되기 시작한 찰나, ‘극우 알고리즘’ 속에 음모론을 공유하던 극우 세력의 폭동이 현실로 터져 나왔다. 언론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가해진 무차별 폭력의 피해자가 됐고, 동시에 ‘정말 내란 선동 책임에서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을 받아 들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3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기자실과 같은 층에 위치한 용산 대통령실 청사의 브리핑룸에서 이뤄졌다. 약 30분 전 일부 방송사들 사이에 ‘긴급 정부 발표가 있으니 중계 연결을 바란다’는 메시지가 공유됐으나, 정작 취재기자들은 브리핑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전 국민이 비상계엄 선포를 생중계로 지켜보고, 이후 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 통제, 전공의 복귀 위반 시 처단 따위의 위헌적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발표되기까지 언론은 이를 ‘속보’로 전할 수밖에 없었다.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보도하는 YTN 방송 화면을 기자가 촬영하는 모습. ⓒ연합
▲12월3일 국회 본청 앞에서 총기를 들고 자세를 취하는 계엄군. 사진=김용욱 기자
윤 대통령 발언을 인용한 속보들 가운데 비상계엄 위법성을 지적한 보도는 약 1시간 뒤인 11시24분 서울경제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성명을 인용한 기사로 처음 나왔다. 11시50분께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시민사회의 비판을, 12시2분 한겨레가 <계엄포고령, 유신 때와 유사…대법 “1972년 포고령, 요건 못 갖춰 위헌”> 제목으로 과거 계엄령에 대한 위헌 판결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12시5분 시민들 불안에 집중한 첫 기사를 냈다. 이때까지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비상계엄의 법적 문제를 짚은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신속히 모여든 시민들 덕에 국회가 약 150분 만에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4일, 경향신문·서울신문·한겨레와 광주·전남 지역 신문들은 호외를 냈다. 소위 10대 일간지 모두 윤 대통령의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방송 뉴스에선 재난주관사이자 공영방송인 KBS 보도 행태에 비판이 모였다. SBS ‘8뉴스’는 3시간2분, MBC ‘뉴스데스크’는 2시간8분을 이어간 이날 KBS ‘뉴스9’는 58분에 그쳐 “지금이 평상시로 보이나”라는 내부(KBS기자협회) 비판을 샀다. 윤석열 정부에서 ‘낙하산 사장’ 논란을 겪은 KBS와 이를 피해간 MBC는 이후로도 보도 내용에 대한 언론계 평가, 시청률 등 각종 성과 면에서 차이를 보였다.
▲그래픽=이우림.
이후 국면은 크게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윤 대통령 체포 실패, 윤 대통령 체포·구속과 탄핵 심판 본격화 기점으로 나눠볼 수 있다. 국회의 1차 탄핵소추안 시도가 이뤄지기까지는 분노한 시민들이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비상계엄 전말을 좇는 여러 언론의 단독 보도가 주를 이뤘다. 1차 탄핵안 부결 이후인 지난해 12월9일, 경향신문·한겨레는 1면 기사에 탄핵 투표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 얼굴을 내걸어 호평을 받았다. 보수 성향 중앙일보는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탄핵 대신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 주장을 “얄팍한 정치공학”이라 잘랐다.
국회의 2차 탄핵안 표결을 앞둔 지난해 12월12일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대국민 담화’도 일방적 궤변이라는 평가가 중론이었다. 방송 뉴스는 이번에도 KBS가 ‘단순 전달’에 그친 반면 MBC와 SBS는 반성 없이 스스로 정당성을 주장한 윤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JTBC도 ‘팩트체크’ 코너 등으로 윤 대통령의 거짓 주장을 검증했다. 이튿날 신문 1면엔 “29분 쏟아낸 ‘궤변’”(경향), “불법 계엄이 통치라는 尹의 궤변”(동아), “12·12 궤변”(한국) 등 표현이 사용됐다.
▲ 호외 1면은 탄핵안 가결 소식에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신문과 윤 대통령의 사진을 실은 신문으로 나뉘어졌다. 주요 일간지 1면 갈무리.
이틀 뒤 2차 탄핵안이 가결되자 10대 종합일간지와 주요 경제지, 광주·전남 지역을 비롯한 일부 지역 신문 등은 ‘호외’를 냈다. 같은 달 16일 주요 신문은 탄핵안 가결까지 광장에서 모인 시민에 주목했다. 이 와중에 조선일보 1면은 <“우리 사회에 火가 너무 많다”>는 원로 인터뷰를 앞세웠다. 이후 윤 대통령의 사법 체계 부정이 장기화하면서 양비론이 점차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날까지도 윤 대통령은 공조수사본부(공조본),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헌법재판소가 보낸 탄핵 심판 서류 수취를 거부했다.
비상계엄이 정당하다는 윤 대통령 주장을 무너뜨리는 보도들은 꾸준히 이어졌다. JTBC는 17일 <[단독] 전·현직 정보사령관, 롯데리아서 계엄 모의했다…경찰, CCTV 확보>를 시작으로 민간인 신분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이른바 ‘충암파’와 계엄 모의를 한 정황을 밝혔다. 같은 날 MBC는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소총·권총에 ‘드론재밍건’까지 187정의 무기로 무장했고 4085발의 실탄을 반출했다고 보도했다. 이튿날 동아일보와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계엄 관련 발언을 했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전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본 비상계엄 선포에, 관련 인물들의 적극적 증언이 뒷받침되면서 내란 사태의 전말은 큰 어려움 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지난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을 마친 윤 대통령 대리인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하지만 윤 대통령을 위시한 ‘내란 세력’의 무논리 주장이 권위를 얻은 것 또한 언론 덕분이었다. 이들은 꾸준히 장시간의 궤변을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방식을 택했고, 대다수의 언론은 이를 ‘속보’와 ‘생중계’로 전파했다. 지난해 12월12일 윤 대통령의 1차 대국민 담화, 12월19일 윤 대통령 입을 자처한 석동현 변호사의 ‘기습 기자회견’, 12월26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의 기자회견, 올해 1월1일 윤 대통령의 2차 대국민 담화 등은 모두 예외 없이 시시각각 보도됐다.
김용현 전 장관 측의 경우 기자회견 전날 MBC·JTBC·오마이뉴스 등 비판적 언론에 대한 ‘취재 불가’ 통보를 했고,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 등이 “어떤 언론도 내란범의 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긴급 공동 성명을 냈다. 기자회견 당일엔 이 매체 외에도 KBS·채널A·MBN·OBS·뉴스타파 등이 기자회견 취재를 ‘불허’ 당했다. 그 결과인지 날카로운 질문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이날 기자회견은 중앙일보·연합뉴스TV 등의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고, 그보다 많은 매체의 ‘속보’로 생산됐다.
특히 올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내란 우두머리 혐의) 집행이 한 차례 실패를 겪으며 장기화하는 동안, 법원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발부한 체포영장을 ‘불법’이라 규정하는 궤변이 지속적으로 전파됐다.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비상계엄이 불가피했다는 황당한 주장 또한 꾸준히 언론을 탔다.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중국 부정선거 개입’ ‘이재명 간첩’ 등 도를 넘은 허위 주장을 펼치는 내용도 큰 따옴표 제목에 실려 퍼졌다. 의도적이거나 문제의식 없는 기사 생산, ‘속보’나 ‘1보’ 따로, ‘종합’ ‘분석’ 따로 관행을 벗어나지 못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우려가 지속됐다.
이런 기사들을 그저 일부로 치부할 수는 없다. 104개 주요 언론사 뉴스데이터 기반의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로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 탄핵’ 기사 연관어를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기점으로 ‘시민들’ ‘민주주의’ ‘비상계엄’ 등이 점차 후 순위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난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에 거듭 불응하고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한 15일 이후로는 ‘지지자들’ ‘윤 대통령 측’ ‘부정선거’ 등의 연관어가 상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구속 결정 직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그리고 지난 19일 윤 대통령 구속에 항의하는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이 벌어졌다. 언론의 보도가 폭동의 원인이라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윤 대통령 측이 원하는 방향으로 언론 보도가의 흐림이 이동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후로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경찰의 과잉 대응 폭력” “공수처의 무법 행태”가 문제라고 주장한 내용이 비판 없이 큰따옴표 제목의 기사로 보도됐다. 매일경제는 폭동 당일 이란에서의 사건을 국내 사정처럼 오인할 수 있는 제목의 <대법원 앞서 판사 3명 총 맞아 2명 사망·1명 부상> 기사를 썼다 삭제했다.
‘선동 받아쓰지 말자’는 목소리는 내란 사태 초기부터 언론계 내부에서 이어져 왔고, 이제는 시민단체와 법조계, 학계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탄핵 촉구 집회를 주도하는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지난 10일 “내란세력의 주장을 검증이나 비판 없이 보도하는 무책임한 행위는 내란 동조, 방조, 선전, 선동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도 지난 18일 재차 성명을 내고 “‘체포영장이 불법’이라는 명백히 잘못된 윤 측의 주장을 따옴표 안에 가두어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는 반저널리즘적 언론 보도는 형식적으로나마 만인 앞에 평등한 형사사법 체계를 요설로 허물어 가는 데 일조하는 짓”이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익명 전제로 의견을 밝힌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앞에서 멈춘다. 언론이 방어적 민주주의가 쳐 놓은 마지막 선을 넘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민주주의의 적의 스피커를 자처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고 깊은 우려를 밝혔다. <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