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 이유 없다” 체포상태로 계속 조사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체포적부심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는 16일 밤 11시10분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며 윤 대통령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기각했다. 체포적부심은 수사기관의 체포가 적법한지를 법원이 심사해 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소 판사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적부심 심문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법원에 나오지 않았고, 윤 대통령 변호인인 배진한·김계리·석동현 변호사가 출석했다. 윤 대통령 쪽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위법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공수처는 적법한 절차로 윤 대통령을 수사한 뒤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맞섰다.

 

이날 체포적부심이 기각됨에 따라 윤 대통령은 체포 상태로 계속 조사를 받게 됐다. 체포적부심 심사가 진행되는 시간은 최대 48시간인 체포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수처는 17일에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 장현은 기자 > 

 

윤석열 구속영장 청구기한 밤 9시…오늘도 “조사 불응”

체포적부심사로 체포영장 기한 밤 9시5분으로 연장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된 가운데, 체포적부심 관련 서류가 17일 0시35분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반환됐다. 법원이 체포적부심과 관련한 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한 시점부터 결정 뒤 공수처로 서류를 반환할 때까지는 체포영장 집행 뒤 구속영장 청구 기한인 48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기한은 밤 9시께까지 연장됐다. 

 

공수처는 17일 “16일 진행된 체포적부심사와 관련 공수처가 제출한 자료가 금일(17일) 00시35분에 반환됐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체포적부심이 청구된 뒤 법원에 수사기록 등 증거물이 접수된 시간부터 반환된 기한은 체포 기한에서 산입하지 않는다. 공수처는 전날 오후 2시3분께 자료를 법원에 접수했고, 이날 0시 35분에 기록물을 되돌려 받았다. 그 결과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15일 오전 10시33분 체포했지만, 영장청구 시한은 17일 밤 9시5분으로 늘어났다.  

 

한편, 이날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17일 오전 재조사를 시도에 나섰지만, 윤 대통령 쪽은 이날 조사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윤 대통령에게 이날 오전 10시에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로 출석을 통보했다. 이날 오후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막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사에도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쪽 변호인단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공수처 조사에 응하는지’ 묻는 한겨레 질의에 “아니다”라고 문자로 답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후 이뤄진 모든 조사에 진술 거부 또는 출석 불응으로 대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15일 8시간20분 동안 이뤄진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한 뒤, 체포 필요성을 다시 판단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다. 전날엔 개인 사유로 오전 조사를 연기 해달라 한 뒤, 오후에 출석하라는 공수처 통보에도 응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는 윤 대통령 쪽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심사한 뒤, 전날 밤 11시10분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 강재구  곽진산 기자 >

 

서부지법 앞 윤 지지자들 “판사도 빨갱이”…체포적부심 기각 반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6일 밤 11시께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 모여 경찰과 대치 중이다. 박고은 기자

 

“체포적부심 기각됐대요! 공수처 막아야 합니다!”

 

16일 밤 11시10분께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적부심 청구가 기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 모여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 100여명이 한숨과 탄식을 뱉어냈다. 이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며 이날 저녁부터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여들어 경찰과 대치 중이었다.

 

법원 정문과 후문 앞을 지키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윤 대통령이 낸 체포적부심을 기각하자 “판사도 빨갱이”, “법치는 죽었다”, “공산화가 다 됐다”고 외치며 분노를 쏟아냈다. 한 지지자는 닫혀 있는 철문을 걷어차기도 했다. 난데없이 경찰을 향해 “권력의 개”라고 내뱉는 이도 있었다.

 

앞서 이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인간 띠’를 만든 채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이들이 미신고 불법집회를 열고 있다며 자진 해산을 여러 차례 권고했다. 법원 주변에는 ‘사법 쿠데타 서부지법’, ‘서부지법, 권력의 개로 전락하였다’ 등이 적힌 근조화환 10여개가 배달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는 이날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 청구를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체포적부심은 수사 단계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된 피의자가 법원에 체포가 적법한지 판단해달라고 요구하는 절차다. 윤 대통령은 서울서부지법의 체포영장 발부가 부당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 박고은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6일 밤 11시께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 모여 경찰과 대치 중이다. 박고은 기자

 

‘윤석열 체포적부심 기각’ 판사 신변 위협 글에 경찰 수사 착수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예정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주변으로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을 기각한 판사의 신변을 위협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7일 서울중앙지법 소준섭 판사에 대한 살해 위협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전날 밤 11시42분께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마이너 갤러리에는 소 판사를 언급하며 ‘출퇴근길 위해를 가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청 사이버수사대는 직접 사건을 수사하며, 글 작성자의 신원 확인 등에 나섰다.

 

소 판사는 전날 윤 대통령 쪽이 윤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에 대한 적정성을 판단해달라며 제기한 체포적부심에서 “이 사건 청구에 이유가 없다”고 기각했다. 그간 윤 대통령 쪽은 ‘관할권’을 문제 삼으며 서울서부지법의 체포영장 발부가 위법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이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서울중앙지법도 재확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울중앙지법과 서부지법 주변에 몰려 이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은 소 판사에게 신변보호 의사를 물었지만 소 판사는 “걱정은 되지만 당장 신변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이를 고사했다고 한다. 경찰은 서울중앙지법 주변 경계 태세를 한층 강화한 상태다.       < 한겨레 고나린 기자 >

 

 “아주 기초적인 질문에도 제대로 답을 못한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 참석한 윤 대통령 쪽 대리인단이 헌법재판관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 하고 있다. 오마이티브이(TV) 갈무리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쪽 탄핵심판 대리인단의 어리숙한 변론 태도에 “엑스맨이냐”는 조롱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변호사 출신으로 국회 쪽 탄핵심판 대리인단에 속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17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쪽 대리인단이) 아주 기초적인 질문에도 제대로 답을 못한다”며 “재판정에서 자꾸 변호인들끼리도 누가 얘기하려고 하면 하지 말라는 식으로 지금 정돈이 하나도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재판 2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 쪽의 변론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내린 평가다.

 

실제로 윤 대통령 쪽은 헌재 재판관의 질문에 더듬거리며 제대로 답을 못하는 미숙한 모습을 여러번 노출했다.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12·3 내란사태 당시 국무회의록 등 관련 증거를 왜 아직도 제출하지 않고 있느냐는 취지로 물었을 때도 6초간 정적만 흘렀다. 뒤늦게 질문을 인지한 윤 대통령 쪽은 횡설수설하다가 행정안전부에 사실조회(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기관에 필요한 문서사본을 요청하는 절차)를 신청하겠다고만 했다. 윤 대통령 쪽은 앞선 헌재 변론준비기일에서도 국무회의록을 제출하란 헌재 요구에 사실조회를 하겠다고 답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국무회의록 작성 주체인 행안부는 당시 회의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 공동취재사진
 

윤 대통령 쪽은 자신들이 작성한 서면 답변서를 바탕으로 한 질문에도 시종일관 자신 없는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 쪽은 앞서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등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한 위헌적 포고령 1호와 관련해 “반국가적 활동을 못 하게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으나, ‘그 반국가적 활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정 재판관 질문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증인신문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정 재판관은 윤 대통령 쪽이 서면상으로 제출한 내용이라면서 재차 “반국가적 활동이란 게 무엇이냐 밝혀달라”고 물었지만, 윤 대통령 쪽은 답변하지 못했다. 정 재판관은 결국 서면으로 관련 내용을 제출하라고 했다. 윤 대통령 쪽은 앞서 포고령 작성에 윤 대통령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묻는 재판관 질문에도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증인신문을 통해서만 밝히겠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대통령 쪽 변호인단이 어버버했다. 서면으로 정리해서 내라는 것 자체가 답을 못한다는 취지”라며 “게임이 끝났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쪽이 변론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뒤집는 황당한 상황도 펼쳐졌다. 윤 대통령 쪽은 계엄이 경고성이었다는 취지에서 “드라마 볼 시간에 대통령 계엄 선포한다는 건 국회의원들 계엄 해제하라고 통보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는데, 정작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는 “계엄이 적어도 며칠간 이어질 거로 예상했다”고 기재했다. 이는 계엄이 경고용이었다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천 의원은 “(윤 대통령 쪽의 주장이) 정리가 안 돼 있고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했다.

 

사실관계를 묻는 말에 머뭇거리던 윤 대통령 쪽은 부정선거와 같은 거짓 왜곡 주장에는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한 대리인은 가짜뉴스로 판명된 극우 매체의 뉴스를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같은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누리집을 통해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고지한 보도였다. 답변이 길어지자 재판관이 윤 대통령 쪽 발언을 제지하는 일도 있었다.

 

검사 출신으로 국회 쪽 대리인단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희들끼리는 ‘(윤 대통령 쪽) 변호인들이 엑스맨 아닌가’라는 얘기도 했다”며 “극우, 태극기 집회에서나 할 연설들에 나오는 내용이었고, 재판관들한테 전혀 어필이 되지 못하는 잘못된 변론이었다”고 말했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아침신문 솎아보기]

윤 공수처 2차조사·탄핵심판 출석 불응…중앙 “오늘 구속영장” 관측
공수처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을 ‘내란’ 고발... “온갖 법기술 총동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12·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공수처 조사에 불응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 변론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은 이날 기각됐다. 17일 아침신문들은 윤 대통령이 갖은 방어와 연기 전략을 두고 “형사 사법체계를 흔든다” “법꾸라지”라는 비판을 이어갔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이 권력과 법률 지식, 지지자를 총동원해 처벌을 피해가려 하고 있다. 온갖 ‘법기술’을 끌어모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제동을 거는 ‘법꾸라지’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형사·사법체계를 흔들면서 스스로 탄핵의 늪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1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는 “그간 윤 대통령 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적법한 수사기관이 아니다’라며 수사에 불응해 왔지만, 이제는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법조계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금은 유지됐지만 체포적부심이 진행되면서 공수처 수사도 늦춰졌다고 했다.

 

공수처가 체포적부심 재판부에 수사기록 등을 보낸 때부터, 체포적부심 결론이 나고 기록이 반환되기까지 시간은 체포 기한(48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구속영장 청구 시기도 그만큼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1면 <체포적부심 기각…공수처, 오늘 윤 구속영장>에서 “공수처는 17일 오전 10시 한 번 더 불러 추가 조사를 시도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신문들은 윤 대통령이 다양한 ‘방어 전술’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했다. △진술거부권(묵비권) 행사 △조서 서명·날인 거부 △조사 전면 불응 △체포적부심 청구 △변론기일 연기 신청 △수사 책임자 고발 등이다.

 

전날 공수처에 체포되기 전에도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의 보호를 받으며 ‘버티기’로 일관한 윤 대통령은 체포 뒤 공수처에서 8시간20분간 조사받으면서 진술을 일절 거부했다. 16일엔 공수처의 오전 2차 조사를 ‘건강상 이유’로 미뤘고, 오후 조사도 “더 조사받을 게 없다”며 불응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 측은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에 오동운 공수처장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등을 내란 혐의로 고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진행된 탄핵심판에 대해선 공수처 조사를 이유로 ‘2차 변론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지난달 16일부터 일주일간 헌재가 보낸 답변요구서 수령 자체를 거부하면서 시간을 끌기도 했다”며 “헌재가 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5차례 변론기일을 일괄 지정하며 속도를 내자 ‘방어권을 제한한다’며 반발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1차 변론에는 안전이 우려된다며 불출석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권력자들의 이 같은 행태(수사 회피)를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3월 검찰총장 퇴임사에서 ‘힘 있는 자들은 사소한 절차와 증거 획득 과정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바 있다”고 짚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법치’를 강조하면서도 장외 여론전으로 강성 지지층을 결집해 수사와 재판을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1면 여론조사 기사서 윤석열·한덕수 탄핵 ‘측면’ 비판

 

한편 일부 신문은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탄핵심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항소심 재판을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국민의힘 측 주장을 1면에 올렸다. 서울신문의 <尹 헌재 심판 vs 이재명 2심 여야 ‘시간싸움’ 시작됐다> 제목의 기사다.

 

조선일보는 나아가 ‘野 독주’를 1면에 올렸다. <尹 탄핵·체포했지만 …野 독주에 민심 뒤집혔다> 기사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을 오차 범위 안에서 앞섰다는 4사 공동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이 원인이 민주당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등에 있다고 했다. 위헌적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 사태에 따른 윤 대통령 탄핵·수사를 측면에서 비판하는 모양새다. 사설에선 “헌재는 16일 윤 대통령이 체포된 상황을 감안해 탄핵 심판 2차 변론을 미뤄 달라는 윤 대통령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변론을 그대로 진행했다”고 했다.

 

김건희-명태균 국정논의, 동아 “사실상 비선 참모 역할”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에도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수시로 국정 관련 조언을 구한 메시지가 뉴스타파 보도로 공개된 뒤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명씨가 대선 후에는 사실상 비선 참모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보도된 검찰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김 여사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계획서가 통과된 2022년 11월24일 “어찌하면 좋을까요”라고 텔레그램으로 물었다. 이에 명씨는 “국정조사 위원으로 당내 의사조율과 전투력, 그리고 언론플레이에 능한 의원들을 포진해야 한다”며 정점식, 배현진, 송언석 의원 이름을 제시했다.

 

▲17일 동아일보

 

명 씨가 김 여사 동남아 순방을 앞두고 꿈 얘기를 하며 ‘남쪽으로 가실 일 있으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문자를 보내고 나흘 뒤, 김 여사가 캄보디아를 방문해 앙코르와트 일정을 돌연 취소하고 수도 프놈펜에 머문 사실도 전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은 명 씨와의 관계에 대해 대선 전 도움을 받았을 뿐 취임 후에는 연락을 거의 끊었고 김 여사도 몇 차례 일상적인 연락이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다”며 “국정을 상의했다고 볼 증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되면서 야권에서는 16일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출국금지·체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 체포 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생·경제 행보에 무게를 싣는 상황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추진에 속도를 내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고 했다.

 

이진숙 탄핵심판 종결, 헌재 공격한 조선일보

 

헌재가 15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을 종결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위법을 저지를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MBC를 자기 편으로 묶어두기 위해 탄핵안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재를 향해서는 “선고 기일은 지정하지 않았다. 민주당 눈치를 보는 것으로, 한심하고 위험한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17일 조선일보

 

야6당은 이진숙 위원장이 임명 당일에 회의를 소집하고 본인을 포함한 방통위 상임위원 2인만 참석한 가운데 공영방송 임원 후보자 선정과 임명 안건을 의결한 것을 두고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야6당은 “과거 5인 상임위원들이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협의를 통해 임명해온 관례 등을 위배한 채 공영방송 임원 후보자 선정과 임명을 강행했다”며 “이 위원장은 자신에 대해 기피신청이 있어 의결에 참여할 수 없음에도 회의를 소집해 기피신청을 기각함으로써 방통위법을 위배했다”고 탄핵소추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진숙 위원장 탄핵안은 명백한 정략적 목적이었다”며 “방통위원 추천을 거부해 2인 체제를 만든 게 민주당이다. 그래 놓고 그 상태에서 일을 했다고 탄핵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국회 추천 방통위원 임명을 거부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

 

10일 대통령 탄핵 관련 논문 쓴 이황희 교수 인터뷰, 윤석열 옹호 논조로 보도
왜곡된 조선 인터뷰, 타 매체 칼럼에도 인용돼 확산…

이황희 교수 “정치적 목적 인터뷰 왜곡, 명예·인격 훼손”

 
 
▲ 조선일보.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한 헌법학자가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는데 자신의 주장과 정반대 취지로 왜곡돼 기사 삭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온라인 기사 제목과 본문 일부를 바꿨지만 여전히 해당 학자의 논문과 인터뷰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고, 이런 가운데 또 다른 헌법학자가 조선일보의 왜곡된 인터뷰를 인용해 칼럼을 쓰는 등 잘못된 내용이 확산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기사 삭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0일자 6면에 <“헌재, 내란죄 판단이 원칙 대통령 방어권 보장도 중요”>란 제목으로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를 기사화했다. 이 교수는 박근혜 등 과거 대통령 탄핵심판 사례 등을 분석해 지난 2021년 ‘대통령 탄핵심판 제도상의 딜레마’라는 논문을 썼는데 조선일보 기자가 지난 9일 논문을 설명해달라며 집 근처에 방문했고 이 교수가 이에 응했다. 

▲ 지난 10일자 조선일보 이황희 교수 인터뷰 기사
 

조선일보 기사와 관련된 해당 논문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대통령 탄핵심판 기간 동안 국정 최고책임자의 권한행사가 정지되기 때문에 심판의 ‘신속성’이 요구되는 동시에 ‘신중성’도 요구되는 ‘절차상 딜레마’다. 이 교수는 여기서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신속성’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논문의 ‘결론’ 부분에서 이 교수는 “신속성의 상대적 우위 속에서 신중성 또한 최대로 발휘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썼다. 

 

둘째는 ‘실체적 판단의 딜레마’로 헌재에서 대통령의 형사법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원칙적으로 헌재는 청구인(국회)이 제시한 탄핵사유에 대해 모두 판단하는 것(형사법위반 여부도 판단)이 옳지만 예외적으로는 이미 다른 사안으로 파면결정이 가능하면 형사법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이러한 원칙과 예외를 설명하면서 ‘형사법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를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탄핵심판의 신속성을 강조하는 주장과 이어지는 의견이다. 

 

논문에서 이 교수는 “형사법위반 문제의 우회에 따른 결정의 정당성 약화라는 해악과 그로써 얻을 수 있는 결정의 신속한 선고라는 이익을 비교형량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후자가 전자를 능가한다면 형사법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유보가 예외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썼다. 이 교수는 15일 미디어오늘에 “형사법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주장이라면 굳이 논문으로 쓸 이유가 없다”며 “‘예외’를 허용하자는 취지라서 논문이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이 두가지 쟁점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에서는 헌재가 무리하게 심판을 빠르게 진행해 자신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회 측에서 내란죄 등 형사법 위반 판단을 철회했기 때문에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무효이며 헌재에서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이 교수가 4년전 쓴 논문이나 이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과도 배치되는데 조선일보 보도만 보면 이 교수가 윤 대통령 측 주장을 옹호하는 학자처럼 왜곡돼 있다. 

 

이 교수는 지난 9일 1시간이 넘는 인터뷰에서 논문의 취지를 설명했지만 이날 밤 기자가 추가로 연락이 와서 ‘국회가 내란죄(형법) 판단 부분을 빼면 윤 대통령의 방어권이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을 했다. 이에 이 교수는 ‘그렇지 않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형사법 쟁점인 내란죄 부분이 빠지면 오히려 방어할 부분이 줄고 탄핵기각을 받을 가능성이 올라가므로 윤 대통령이 반겨야 하지 않겠나.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기자의 질문 취지가 논문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 교수는 이날 기자에게 ‘혹시나 내 주장이 조선일보 논조에 맞지 않으면 보도하지 않아도 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해당 기자는 ‘최대한 인터뷰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보도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0일 오전 조선일보 지면을 확인하고 이 교수는 “이미 써놓은 논문이 있기 때문에 왜곡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논문과 인터뷰가 왜곡돼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주변에서 전화와 문자 등으로 연락이 와서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고, 평소 이 교수의 논문이나 주장을 알고 있던 이들은 ‘평소에 하던 말과 다른데 어떻게 그런 인터뷰를 하게 됐냐’고 묻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후 수차례 해당 기자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일단 조선일보가 기사 제목을 “헌재, 내란죄 판단이 원칙 대통령 방어권 보장도 중요”라고 뽑은 부분이 가장 큰 왜곡이다. 또 본문에 보면 “헌재는 탄핵소추서에 적힌 대로 내란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략) 헌재가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도했다. 리드에도 “원칙적으로 헌재는 탄핵소추 의결서에 적힌 대로 형법상 내란죄 여부를 판단하는 게 맞는다”는 발언만 인용했다. 

 

이는 국회 탄핵소추서에서 주장한 것을 헌재가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것일뿐 이 교수의 논문이나 인터뷰 취지를 거스른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예외적으로 국회에서 어떻게 주장을 하든 헌재가 형사법 위반 여부(이번 사건에서는 내란죄)를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목에서 “대통령 방어권 보장도 중요”하다고 한 부분도 왜곡됐다. 기사 제목만 보면 윤 대통령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헌재가 변론을 너무 빨리 진행해 방어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교수는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되 그 안에서 최대한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부분을 빼고 윤 대통령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을 제목으로 강조한 것이다. 

 

10일 오전 이 교수가 문제제기하자 조선일보는 온라인 기사 제목을 <“尹 탄핵심판, 신속하되 대통령 방어권 보장도 중요”>로 바꿨다. 기사 본문에도 일부 내용이 추가되거나 수정됐지만 여전히 ‘신속성’을 ‘신중성’보다 우선해야 하고, 형법상 내란죄 판단 여부는 헌재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는 이 교수 주장을 반영한 기사로 보긴 어려웠다. 이는 해당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한 타 매체의 칼럼을 봐도 알 수 있다. 

▲ 이황희 교수가 인터뷰 기사 왜곡을 지적하자 조선일보는 온라인 기사에서 제목을 수정했지만 여전히 이 교수는 자신의 논문이나 인터뷰 취지와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은 13일자 칼럼에서 “내란죄를 철회했다면 재의결이 필요하고, 의결서에 남아 있다면 헌재가 판단할 수밖에 없다. 성균관대 로스쿨 이황희 교수의 의견”이라고 썼다. 노 주필은 헌법학자인데, 같은 헌법학자도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 내용을 실제 이 교수 주장과 정반대로 이해한 것이다. 

 

이 교수는 16일 미디어오늘에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지닌 헤드라인과 서술로 내 논문의 결론과 주장이 왜곡됐다”며 “학자로서 명예와 개인으로서 인격을 훼손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언론이 학자의 논문과 주장을 왜곡한다면 앞으로 어떤 학자도 마음 놓고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가 기사 삭제를 요구하며 수차례 인터뷰 기사가 왜곡됐다고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항의했지만 조선일보는 17일 현재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6일 해당 조선일보 기자에게 인터뷰가 왜곡됐다는 이 교수 주장에 대한 입장과 향후 조치 여부에 대해 물었지만 17일 현재 답을 듣지 못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해당 조선일보 기자는 이 교수에게 기사 삭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