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합숙체제 공표했지만 지도부 일부만 ‘합숙 대기’
“선언적 의지표현 아니냐” 
김대표 전국 순회투쟁도
“국정원 이슈 묻히나” 수군

“오늘부터 의원들은 국회에서 쪽잠을 자면서 죽기 살기로 원내 투쟁을 벌이고 민주주의와 민생을 살려나갈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조건없는 등원을 공표하며 원내외 병행투쟁 강화를 다짐했다. 자신은 “용맹정진”의 각오로 전국 순회 투쟁에 나서고, 의원들은 국회에서 24시간 합숙 비상체제에 돌입한다고 했다.
 
하지만 결기 어린 선언과 달리 실제 원내외 병행투쟁은 느슨하게 흘러가고 있다.
김 대표의 말대로라면, 민주당 의원들은 24일부터 즉각 국회 의원회관에서 쪽잠을 자며 현안들을 파헤치기 위한 비상대기에 들어갈 듯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원내대표실에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 간판까지 내건 24일, 최고위원들과 전병헌 원내대표·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 등 지도부 일부만이 서울광장 천막 또는 국회에서 24시간 합숙대기에 임했다. 현판의 ‘비상국회’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24시간 비상국회’가 23일 결정됐기에, 의원들은 다음주부터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의원실마다 간이침대 등을 준비해야 하고, 24시간 비상국회를 어떻게 운영할지도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원들은 국정감사 철저 준비 등으로 정기국회의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24시간 국회 합숙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24시간 비상국회는 열심히 하겠다는, 선언적인 의지표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대표의 전국 순회투쟁을 두고도 지도부는 전선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강력한 장외투쟁’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론 ‘민심탐방·민심청취 투어’의 성격이 짙다.
 
김 대표는 24일 경로당(의정부), 25일 어린이집(성남) 등을 방문했다. 당 안에선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 등 민생문제도 중요하지만, 거리에 천막까지 치며 싸웠던 국정원의 국기문란 이슈가 묻히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당장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이제 우린 (국정원 국기문란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더는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사과할 의지가 없음을 확인했으니, 기대를 접겠다는 뜻이다.
다른 당직자는 “당 대표가 민주주의 회복과 민생 살리기를 위한 일정을 복합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특히 지역을 순회하며 시민사회 인사·원로 등을 만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의견을 구할 것이며, 국정원 개혁이 국회에서 완성될 때까지 원외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송호진 기자 >

 


현재 상봉 방식 2033년까지 이어간다면 
이산가족 가운데 절반 이상은 가족 못 만나
사망 전에 단 한번이라도 가족 만나게 하려면 매년 7천여명으로 상봉 규모 늘려야


20년 뒤인 2033년엔 현재 생존한 남한의 이산가족 모두가 세상을 뜰 것으로 예상됐다. 남북이 2004년 이후의 상봉 추세를 2033년까지 이어간다면, 현재 생존한 이산가족의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북한의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현재의 이산가족들이 생전에 단 한번이라도 북한의 가족들을 만나려면 상봉 규모를 1년에 700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이산가족 상봉 재개, 더는 시간이 없다’ 보고서를 보면, 2004년 이후의 매년 이산가족 사망률 2.9%와 사망자 숫자 3800여명 고려할 때 올해 5월까지 생존한 이산가족 7만3461명은 2033년 이전에 모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됐다. 평균 기대 여명으로 분석해도 6·25 종전 이전에 태어난 60대의 기대여명이 20.0년, 70대가 12.4년, 80대가 6.6년이어서 역시 2033년에는 60대 이상이 모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6·25 종전 이후에 태어난 50대의 경우는 기대 여명이 28.6년이어서 2041년까지 생존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2004년 이후 이산가족들의 연 평균 상봉률은 매년 1.2%씩 늘어나는 데 그쳐 이 추세가 2033년까지 지속되더라도 누적 상봉률은 44.8%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이산가족 상봉률이 매년 1.2% 증가를 유지한다면 전체 이산가족의 55.2%는 생전에 북한의 가족을 단 한번도 만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산가족 상봉률이나 숫자는 이명박 정부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정부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은 매년 1800명 규모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엔 2차례 1770명에 불과했고, 2008년과 2011년 이후엔 단 한 차례도 정부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 차원의 남북관계가 막힘에 따라 민간 차원의 상봉도 2000~2007년 169~677명에서 2012년 6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현재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들이 앞으로 생전에 단 한번이라도 북한의 가족을 만나려면 매년 상봉 규모를 최소한 7068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특히 그 가운데 70살 이상의 고령자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6225명 이상, 50~60대는 매년 590명 이상 만나야 생전에 북한의 가족들을 한번이라도 볼 수 있다.
<김규원 기자>

 

아들의 사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가 10일 서울 중앙지검에서 수많은 보도진이 주시하는 가운데 미납추징금 납부계획을 밝히고 대국민 사과문을 읽은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미납추징금 납부계획 밝혀

정의는 늘 늦게 온다. 16년 전 내려진 전두환(82)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판결이 이제야 완전한 집행을 앞두게 됐다. 1979~80년 전 전 대통령의 쿠데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33년 만에야 마무리되는 셈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54)씨가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가족을 대표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미납 추징금을 전액 납부할 뜻을 밝힌 10일, 채동욱 검찰총장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가적 정의가 올바로 세워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재국씨는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에서 “추징금 환수 문제와 관련해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부친(전 전 대통령)께서 당국 조치에 최대한 협조하라고 말했는데 저의 부족함과 현실적 난관에 부딪쳐 해결이 늦어진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자진 납부하기로 결정한 가족들의 부동산 자산 목록을 밝힌 뒤 검찰에 ‘추징금 납부 계획서’를 제출했다. 사법부 판결의 집행을 16년간 거부해오던 전 전 대통령의 항복 선언이었다. 대법원은 1997년 4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과 함께 각각 추징금 2205억원과 2628억원을 확정판결했다. 전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집권한 1980년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서 직접 뇌물을 수수한 ‘금권정치’ 역사가 실질적 단죄를 받는 데 33년이 걸렸다.
 
전 전 대통령은 무엇이든 한번도 먼저 내놓은 적이 없다. 1987년 6월의 직접선거를 국민이 싸워 쟁취했듯, 2013년의 ‘추징금 납부 계획서’도 시민과 언론이 싸워 얻었다. <한겨레>는 물꼬를 트는 데 나섰다. 지난 5월20일 ‘전두환 재산을 찾아라-시민과 함께하는 크라우드소싱’ 기획을 시작했고 같은 달 24일 채동욱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집행 전담팀’을 만들었다. 검찰은 가까스로 ‘추징금 미납자 봐주기’라는 오명을 씻었다. 검찰은 1997년 이후 환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징금 환수를 언급한 뒤 국회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을 통과시켜 수사를 도왔다.
추징금이 완납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다. 우선, 구속된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62)씨의 조세포탈 혐의 등 전 전 대통령 일가 및 ‘비자금 조력자’들이 은닉재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행위는 철저히 형사처벌하고 ‘불법행위의 과실’도 몰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95년 당시 서울지검장으로 ‘5·18 특별수사본부장’이었던 최환(70) 변호사는 “추징금 납부는 정상참작 사유가 될 뿐 추징금 완납이 형사절차 종결로 연결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극우세력의 전 전 대통령 시절 역사에 대한 왜곡 문제는 언론과 사회가 함께 풀 또다른 과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학사의 역사 교과서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탄압과 비리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누락했다.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다고 허위 보도한 일부 종합편성채널은 건재하며,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이들에 대한 모욕도 버젓이 인터넷 곳곳을 떠돈다. 12·12 쿠데타에 저항하다 숨진 김오랑 중령 추모비 건립 결의안은 올해 4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당시 숨진 사병 추모 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추징금 완납은 남은 법적·역사적 과제를 풀어나가는 또다른 출발점일 뿐이다. 정의는 아직 배고프다.
< 고나무 기자 >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인영장이 발부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으러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북한체제 중심 사고는 진보정당이 청산했어야할 과거”
사회 보수화 고착화 우려 
“진보정당, 당위·원칙 앞세우지 말고 유권자 마음 얻을 현실적 대안을”
“진보라는 이름을 향한 신뢰는 바닥이다.”(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이제 간판을 내걸 수 없다.”(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

이석기 통합진보당(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국정원의 수사로 진보정치는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 1997년 건설국민승리21 창당을 시작으로 이른바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인 진보진영은 2004년 4월 제17대 총선에서 10석을 획득하며 대안세력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종북 논란’과 자주파(NL)-평등파(PD)의 노선 투쟁, 경선부정 시비 등으로 분당과 합당, 재창당을 거듭하며 분열됐고, 종북 논란의 중심에 선 진보당은 정당 해산을 압박받는 지경까지 내몰렸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 의원을 비롯한 진보당의 말바꾸기 등 사태 수습 과정의 미욱함은 진보정당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을 뿐 아니라, 진보정치세력의 최대 자산인 진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마저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현재 진보정치가 직면한 위기는 2007년 일심회 사건, 2012년 비례대표 경선 부정 논란 등을 겪으면서도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북한을 추종하는 일부 과거지향적 정파를 진보정치세력 안에서 스스로 극복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선한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이석기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 체제 중심의 사고는 진보정당이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청산했어야 하는 과거였다. 이 의원 사건은 지금까지 이어진 진보정당의 (북한 중심 사고 청산의) 실패가 반복된 결과”라고 말했다.

과거 70~80년대 독재에 맞서 반정부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반정부=진보’라는 경험을 공유한 진보정당의 각 정파가 제도권 정치인 의회로 진입한 뒤에도 서로를 온정적으로 바라보며 국민의 의식과 시대 변화에 따라 진화하지 못한 채 사실상 ‘화석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헌법적 가치나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못하고 반정부 투쟁이라면 일단은 동지적 유대관계를 인정하는 온정주의가 신념으로 (고착)되면서, 북한의 세습과 참주 형태를 추종하는 낡은 세력과 진보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에 다다르고 말았다”고 했다.
위기의 원인으로는 진보당 당권파가 갖고 있는 공감의 부족도 꼽힌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진보정치가 대중 기반을 가지려면 공감이 필수다. 특히 보수세력처럼 이해관계가 아니라 공익이나 가치로 지지받는 진보세력은 공감의 과정이 중요한데 이석기 의원 사건은 그 기반을 잃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이 의원 등을 내란음모 혐의로 수사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끊임없이 말을 바꾸고, 결국은 “농담이었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는 진보당의 모습이 결국 진보적 대의명분과 가치로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어야 할 진보진영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위기가 진보당의 정치적 몰락에 그치지 않고,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불평등을 개선할 각 부문 대변자들의 존립 기반까지 뒤흔들어 우리 사회의 보수화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박상훈 대표는 “단순히 진보진영이 표를 얻는 것을 떠나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보수편향적 경향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잃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보수편향·계층편향적인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진보정치만 망친 게 아니라 노동운동도, 빈민운동도 모두 망쳐놓을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진보의 위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더한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덕진 교수는 “보수진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들이 이긴 것으로 보겠지만, 사실은 같이 망해가는 것이다. 정치가 국민의 삶과 괴리되고 무관심의 영역으로 가는 순간 우리 모두가 몰락하는 총체적 난국으로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진보세력에 표를 던지던 유권자들의 이탈로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이 확대되면 일본처럼 정치가 국민의 삶과는 유리돼 정상적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정치의 활로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진보당이 북한에 대한 입장,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 인정 여부, 한반도 평화 등에 대해 견해를 분명히 하고 다시 유권자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훈 대표는 “대한민국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당에서 벌어진 이번 일에 대해 시민들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의원이나 진보당의 남북한 체제 평가, 남한을 향한 군사적 방법 동원 등에 대한 해명이 상식에 부합하느냐와 그 태도가 진정성이 있느냐였다. 하지만 현재 어느 것도 드러나지 않으면서 이념성과 편견을 드러내는 집단이 더이상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생겨난 듯하다”며 “통합진보당의 변화가 없다면 이 여파가 진보정치 전체에 미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보정치의 형식과 내용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과)는 “현재 민주당도 진보정당이 아니라 자유주의 정당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헌법적 틀 안에서)보수 쪽의 자유민주주의, 진보 쪽의 사민주의 방향으로 제도정치권이 재편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복경 연구원은 “시장을 강조하는 보수정당에 비해 복지와 참여를 동시에 이끌어야 하는 진보정당 쪽에서 유권자를 설득하기 위한 구체성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진보정당은 당위나 원칙을 앞세우지 말고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현실의 대안을 발굴해가야 한다”고 했다.
<하어영 조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