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언 때 극우적 발언 “에코 쳄버 현상”

기분 좋은 것만 반복해서 보고 듣는 공간에 갇혀
두려운 건 그 사실과 남이 그걸 잘 안다는 사실
‘팩트 체크’뿐만 아니라 ‘내러티브 체크’도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이날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2024.12.7 [대통령실 제공] 연합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와 7일의 사과담화 발표 때의 윤 씨의 발언은 너무 대조적이었다. 3일 윤 씨 발언을 들으면서 ‘보통(정상) 상태가 아니다’고 느꼈다.” “일종의 정신이상 상태를 느꼈다.”

일본 자위대 육장 출신 마쓰무라 “윤 씨 정상 아니다”

일본 육상자위대 동북방면 총감을 지낸 정보전 전문가 마쓰무라 고로 전 육장(육군 중장)은 8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씨가 자신이 좋아하거나 “자신과 닮은 가치관이나 정보, 주장 만을 반복해서 들려 주는 공간 속에 갇힌 에코 쳄버(echo camber. 반향실) 현상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일본 자위대 최고위급 요직에 있었던 군사전문가가 이웃 한국의 정부 수반이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계엄령 발령과 동시에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급습한 것도 지난 4월 총선거에서 집권 국힘당이 참패한 것을 부정선거 결과로 의심하는 정상적이지 못한 윤 씨의 정신상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마쓰무라 전 육장은 3일 비상계엄 선언 때 윤 씨가 “국회는 범죄집단 소굴” “국회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됐다”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 등 극우 경향의 유튜버나 인플루언서 등이 즐겨 쓰는 표현을 썼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는 해선 안 될 말을 한 그 극우적 발언의 배경에 “일종의 이상한 정신상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에코 쳄버 현상’에 빠져 버린 윤 씨

왜 윤 씨가 그런 정신상태에 빠져 버렸을까? 윤 씨가 극우적인 유튜버 등의 프로를 자주 본다는 얘기도 있다고 기자가 지적하자, 마쓰무라는 “지금 감정적인 확신이 냉정한 논리적 사고를 이기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말했다.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음모론자 집단인 큐아논(QAnon)이 주장하는 ‘딥 스테이트’(Deep State. 민주주의 제도 바깥의 숨은 권력집단, 그림자 정부)도 그런 류의 일종이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것) 때 영국에서 일시적으로 고양됐던 감정도 그런 것이다.”

그는 이런 현상이 특히 2대 정당제 국가에서 격화되기 쉽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좋으냐 싫으냐 라는 감정적인 대립에 중간적인 입장이 설 여지가 없어 2개 진영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윤 씨의 경우는 이런 사례들에 비춰봐도 특이하다고 했다.

“윤 씨는 이런 감정 대립을 이용하는 쪽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에 빠져 버렸다고 할 수 있다.”

윤 씨는 왜 그런 감정론에 지배당하게 됐을까?

“윤 씨는 ‘에코 쳄버’ 현상에 빠졌다고 본다. (윤 씨의) 스마트폰에는 알고리즘 조작으로 그의 주장과 비슷한 뉴스만 나온다. 그런 현상은 이미 일반인들에게도 일어나고 있지만, 그것이 정치 지도자,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대통령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두렵다. 자신을 지지하고 반대세력을 극단적으로 깎아내리는 소리가 기분 좋게 들리게 되고, 결국 거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다고 본다. 7일의 대국민 사과 담화를 들어 보면, ‘3일 밤의 (비상계엄 선언 때의) 자신은 이상했다’고 윤 씨 자신도 느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 여당에도 그 내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겠지만, 윤 씨는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 얘기만 들으려 했다.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확인해 봐야겠지만, 그것을 열었다는 걸 전제로)에서도 그는 논의한 것이 아니라 반대론을 눌러 버렸다.

 

8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부산시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주최 측(윤석열정권 퇴진 비상부산행동) 추산 1만여명의 시민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2024.12.8. 연합
 

‘팩트 체크’뿐만 아니라 ‘내러티브 체크’도 필요

마쓰무라는 개인 차원에서는 ‘분노 조절 6초 룰’이라는 게 있다며, “화가 났을 때 냉정하게 6까지 세면서 분노의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하면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분노 조절 6초 룰’은 신경과학자 조지프 르두의 연구에 토대를 둔 개념으로, 분노하게 되면 우리 뇌에서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돼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 쉬워진다. 6초는 그런 강렬한 감정을 촉발하는 뇌의 작동이 진정되는데 걸리는 필요최소 시간인 셈이다.

마쓰무라는 인터넷 공간이 증폭되고 있는 현대는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팩트 체크’(Fact Check) 뿐만 아니라, 주장하는 사람이 뱉어 놓는 얘기의 배경이나 입장까지 알아 보는 ‘내러티브 체크’(Narrative Chek)도 필요하다면서 핀란드의 예를 들었다. “러시아의 정보공작을 받아 온 핀란드에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정보를 주는 대로 삼키지 말고 여러 매체를 보고 들으면서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아사히 기자는 다음과 같이 기사를 마무리했다.

“한국의 혼란을 보고 이런 (에코 쳄버 같은) 현상이 정치의 세계로 퍼져나갈까 두려워졌다. 사회적으로 어떻게 대응해 갈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두려운 건 그 사실만이 아니라 타국이 그걸 알고 있다는 사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현상은 현대에 들어서 생긴 특유의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근대 일본의 조선 강점과 중국대륙 침략 과정에서 보여 준 일본 군국주의자들 광기어린 행태와 수천만의 주민들을 살육한 일본군대의 야만적 행태에 환호했던 대다수 일본인의 행태도 일종의 에코 쳄버 현상이 빚어낸 참사였다.

10여 년에 걸친 극우 성향 아베 신조의 일본사회 우경화와 ‘아베노믹스’에 환호했던 현대의 일본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트럼피즘과 브렉시트가 일종의 에코 쳄버 현상이라면 일본도 별로 다를 게 없다. 자민당의 장기 일당집권 속에 2대 정당제가 사실상 사라져 버린 내각책임제하의 일본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일본 자위대 고위직 출신의 군사전문가가 한국 대통령을 정신이상 상태에 빠진 인물로 보고 있다는 것이고, 한국인들로서는 불길하게도 그 사실과 함께 이웃 나라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울 뿐이다. < 민들레 한승동 기자 >

 

출국금지, 공수처 등이 요청

 

내란·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경·공수처 수사 중

법무부, 공수처 요청 약 30분 만에 심사 거쳐 승인

 

탄핵 표결 전 대국민 담화, 인사하는 윤석열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마치며 인사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2024.12.7 [대통령실 제공]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출국금지 됐다.

국가를 대표하는 행정부 수반으로 외교를 책임지는 현직 대통령의 출국금지는 극히 이례적이다.

배상업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을 출국금지했느냐'는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질문에 "네,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언제 했느냐는 말에는 "5분, 10분쯤 전"이라고 오후 3시 35분께 답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날 오후 3시께 윤 대통령의 출국금지를 신청했다고 밝혔는데, 약 30분 만에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배 본부장은 "(수사기관의 요청이 오면 법무부는) 형식적 요건이 돼 있는지만 간단히 (확인)한다"며 "이미 출국했다거나 인적 사항의 오류만 없으면 거의 (출국금지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공수처를 비롯한 여러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윤 대통령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수처 외에 어떤 기관이 출국금지를 요청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출국금지된 전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배 본부장은 앞서 '내란 사건과 관련해서 수사기관으로부터 출국금지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공수처, 검찰 뭐 여러 군데서 온 걸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배 본부장이 윤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이런 답변을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한편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법사위에서 "내란죄의 수괴와 내란죄의 중요 범죄자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해서 열심히 수사하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출국금지 요청을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  연합 김다혜 권희원 이도흔 기자 >

북한 오물풍선 원점 타격 지시 거부한 김명수 합참의장에... 합참은 부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윤운식 선임기자 
 

합동참모본부(합참)는 ‘12·3 내란’을 앞두고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이 북한의 오물풍선 원점 타격 지시를 거부한 김명수 합참의장한테 “개념없는 놈, 쟤빼”라고 했다는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언론 발표 내용을 부인했다.

합참은 9일 오후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합참의장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개념없다, 빼라’는 말을 들은 바 없다”라고 밝혔다. 합참은 이어 “11월28일 북 오물 쓰레기 풍선 살포 상황에 김용현 전 장관은 전투통제실에 방문하지 않았다”며 “북 오물 쓰레기 풍선 살포 관련 국지전을 유도하기 위한 김용현 전 장관의 원점 타격지시는 없었다”라고 부인했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도 9일 법사위에 나와 “그 내용 제가 확인했는데 그런 사실 없다고 저는 의장(합참)한테 들었다”라고 밝혔다.

앞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이기헌 의원은 지난 7일 “김용현 전 장관이 지난주부터 김명수 합참의장에게 ‘북에서 오물풍선이 날아오면 경고 사격 후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고, 김 의장이 이에 반대하자 질책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9일엔 “김 의장이 ‘원점 타격은 잘못하면 국지전으로 갈 수도 있고 민간에 피해가 갈 수도 있다’라고 반대하자, 김 전 장관이 ‘개념 없는 놈이네’라며, ‘쟤 빼’라고 폭언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김용현이 김명수 의장에게 말한 ‘쟤 빼’ 발언이 의미심장하다”라며, “이번 계엄 사태에서 김명수 의장이 배제됐는데, 여기서부터 틀어졌던 게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 이제훈  엄지원 기자 >

 

‘탄핵 불발’ 뒤 원화가치 급락…당국 ‘환율방어 총력전’ 역부족

 

 

 
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연합
 

‘12·3 내란사태’ 이후 변동성이 커진 원화가치가 국회의 ‘탄핵 불발’ 후폭풍에 9일 또다시 큰 폭 하락했다. 외환당국은 원화가치 방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대외 신인도 하락과 정국 혼란 장기화로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탄핵 불발’ 이후 9일 처음 문을 연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부터 급등(원화가치 하락)해 2시간여 만에 1440원 턱밑(1438.2원)까지 치솟았다.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성 물량이 나왔지만 1430원 중후반대에서 오후 내내 공방을 벌였다. 하나은행 외화딜링룸 관계자는 “개장 초부터 상방 압력이 워낙 높았다. 당국의 시장개입 물량에도 원화 청산 포지션이 좀처럼 꺾이질 않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지난 4일 새벽 야간거래에서 장중 41.5원 폭등(1442.0원)했다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이 의결되면서 1420원대로 내려왔다. 이후 사흘간 1410원 중후반대의 높은 수준에서 불안한 흐름을 보였는데, 지난 주말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폐기되면서 다시 급등한 것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환율 전망을 잇따라 상향조정하고 있다. 대체로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50원까지 열어놓는 분위기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탄핵 불발로 정국 불안정 이슈가 단발성이 아닐 수 있겠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대외적으로 강달러 환경이고 국내 수출과 경기도 안 좋은 상황이라 1450원선 터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탄핵 정국이 잘 마무리된다는 전제하에 1400원대 초반을 예상했는데 탄핵 불발로 사태가 장기화하면 1450원까지 내다봐야 할 것 같다”며 “내년 1분기까지는 환율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변동성도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상현 아이엠(iM)증권 전문위원은 “외국인의 추가적인 자금 이탈이 원화 가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당국 개입 노력 등을 감안할 때 상단은 1450원 정도를 예상한다”고 했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1450원을 환율 고점으로 제시하면서 “외환당국이 지난달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한도를 500억달러로 확대했고 국민연금이 외화선조달 한도를 확대 시행 중”이라며 “당국이 무제한 유동성 공급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압력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 시각도 비슷하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시아 금리·외환 전략 책임자인 아다르쉬 신하는 8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탄핵 실패로 불확실성이 더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원화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회승 기자 

 경제·민생 구실로 탄핵 반대하더니…국힘·정부, 상임위 불출석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여당 의원석이 비어 있다. 연합
 

12·3 내란사태 수습을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정 전반을 협의해 이끌겠다고 밝혀 ‘위헌’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튿날인 9일 국회 주요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여당은 물론 각 부처 장관들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김완섭 환경부 장관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개최를 요구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회의 의사일정 조정에 응하지 않았는데 각 장관들도 “여야간 의사일정이 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12·3 내란사태 수습을 위한 현안질의는 물론 법안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여당과 정부의 불참에 대해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민주당)은 “교육부 장관과 관계공무원들이 일방적으로 불출석한 것은 국회를 무시한 것이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경제·민생을 잘 챙기겠다고 한 약속은 모두 허언이고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이 부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관련 심의가 이뤄진 지난 3일 국무회의에 “연락을 받지 못해” 출석하지 못했다고 밝힌 이후, 내란 사태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백승아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계엄령 선포의 정당성에 대해 “(이 부총리가) 동의하지 않는다”고만 답했다.

“(탄핵이) 우리 국민에게 무슨 유익함이 있겠느냐”고 밝힌 바 있는 김문수 노동부 장관 역시 환노위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장관의 이런 입장을 두고 이날 민주당 환노위 위원들은 “불법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선전과 선동에 해당한다”며 “김 장관을 내란죄 공범으로 환노위 차원의 고발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전에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무위원회 등도 장관과 여당 의원이 불참한 채 진행됐다. 김원이 산자위 민주당 간사는 “내란계엄사태가 탄핵정국으로 번지면서 금융시장 불안 실물경제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경제리스크 대응과 민생회복을 위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인들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와 국민의 삶을 챙겨달라”고 밝혔다.

한편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서면으로 국회에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개최 통보를 저녁 9시40분께 받았다”며 “늦게 도착해 충분한 의견을 개진하기는 어려웠으나 비상계엄 선포가 민생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오 장관이 처음으로 국무회의 입장을 공개해, 당시 뚜렷한 반대는 하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김해정   신소윤  박태우 기자

경제팀 “안정 총력”에도…외국인투자 빠지고 통상외교 ‘비상등’

계엄에 습격당한 한국경제

 

 
 
‘12·3 내란사태’ 직후인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2% 가까이 하락세를 보이며 출발했다. 연합
 

한국 경제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초유의 ‘시계 제로’ 상태에 놓였다. ‘12·3 내란사태’ 책임이 있는 정부의 버티기와 정치적 불확실성 극대화로 국민과 국제사회의 신뢰가 무너지며 경제가 그 후폭풍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취약해진 경제 기반을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등 대외 악재가 동시다발로 덮치며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국내 증시와 원화 약세, 외국인 투자금 이탈은 정국·경제 불안의 신호탄이다. 당장 정부 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고 대외 개방 경제의 핵심인 경제 외교도 ‘올 스톱’ 될 처지다.

8일 관가에 따르면, 내년 1월20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한-미 간 정상급 회담은 장기간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우리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 피의자로 전락한데다, 탄핵 절차마저 더뎌지면서 트럼프와 대화할 헌법적 맞상대도 찾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국무총리나 경제부총리 등 한 단계 격이 낮은 인사를 대상으로 회담할 가능성도 낮다. 한 수출 대기업 임원은 “지금처럼 통상이 중요한 시기에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카운터파트(상대)조차 공백 상태이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에 대응할 국제 공조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달 초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방한이 비상계엄 여파로 갑자기 연기된 데 이어, 이달 차기 집행부가 본격 출범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동남아 등을 방문해 무역·통상 현안을 논의하려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해외 출장 일정도 보류됐다. 외교정책 사정을 잘 아는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무역·관세 정책에 맞서 다른 나라와 공동 대응을 해야 하지만, 외국 실무진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를 정부와 협상하겠다고 나서긴 쉽지 않다”며 “탄핵 정국 해소 전까진 정상적인 대외 활동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외환시장 불안과 내수 침체 등에 대응해야 하는 정부의 위기관리도 녹록지 않다. 이미 훼손된 대내외 신뢰와 정치 정상화 지연 등으로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국정 현안 대처는 물론, 투자·소비 심리 회복 여부 등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당장 내년도 사업 계획을 짜는 데 트럼프 등 대외 변수와 국내 불안 등을 고려해 매출 목표 등을 보수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내란 사태 직후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경고하며 국내 증시 투자에 부정적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경제부총리인 제가 중심이 돼 경제팀이 총력을 다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대외신인도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도 지난 3일 비상계엄 심의를 위해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만큼 내란 사태 관련 수사 대상자로 수사당국이 분류할 공산이 높다.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지위가 불안하다는 뜻이다.

미국 포브스는 6일(현지시각) “엉터리 계엄령이 한국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하다는 최 부총리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면서도 “진짜 문제는 앞으로의 몇년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할해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외국인 투자자와 국제사회에선 그들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 장기화되면 한국의 정치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이 법과 원칙에 따라 국가가 운영된다는 신뢰를 국민들과 시장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박종오 남지현 최하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