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감금·고문 얼룩진 미국의 ‘치부’

부시 · 오바마, 폐쇄 약속 이행 못해

바이든도 공화당 반대 등으로 난제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2007년 10월 교도관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관타나모/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완료함으로써, 20년 전 9·11 테러 직후 시작된 아프간 전쟁 종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이 역사상 최장기 전쟁 수렁에서 군화발을 뺀 것만으로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테러와의 전쟁’이 만들어낸 미국의 치부인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는 일이 남아있다. 쿠바 관타나모만의 미 해군기지 안에 있는 이 수용소에는 9·11 테러 용의자 5명을 포함한 39명이 수감중이다. 불법 감금과 가혹 행위 등 인권 유린의 흑역사로 얼룩진 이 시설을 바이든 대통령은 약속대로 임기 내에 폐쇄할 수 있을까?

 

가혹행위 무법천지…“지구상 가장 비싼 교도소”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각종 테러 용의자들을 수감하고자 이듬해 1월 쿠바 관타나모만에 있는 미 해군기지 안에 급조한 시설이다. 아프간, 파키스탄 등 주로 중동에서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이들이 이곳에 구금됐다. 경비 병력 1800명이 배치됐다. 현재까지 누적 수감자 수는 770명이며, 부시 정부 시절인 2003년에는 한때 677명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법치는 실종되고 인권 유린이 난무했다. 용의자들 상당수는 체포 동의 등 적법한 절차 없이 수감됐다. 부시 정부는 이들을 ‘적 전투원’으로 분류해 국제협약에 따른 포로 대우에서 제외시켰고, 민간 법정이 아닌 새롭게 만들어진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했다. 부시 정부 시절 이곳에서 구타, 물고문, 수면박탈 등 가혹행위가 ‘향상된 심문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다. 최소 9명의 수감자가 숨졌고 이 가운데 6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약 15년간 구금돼 있다가 2016년 무혐의로 풀려난 모하메드 울드 슬라히(50)는 지난 12일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2003년 여름 이 수용소에서 고문 당한 기억을 털어놨다. 그는 교도관들이 맹견으로 자신을 위협하며 구타해 갈빗뼈가 부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조사관이 테러에 공모했다고 인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인정하지 않으면 네 어머니를 납치해서 성폭행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 수용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교도소’로 불리기도 한다. <뉴욕 타임스>는 이 시설에 40명이 수감돼 있던 2018년 기준으로 교도소와 관련 시설, 경비 인력, 부속 군사법원 등을 유지하는 데 5억4000만달러가 들었다고 2019년 보도했다. 1인당 약 1300만달러(약 152억원)가 들어간 셈이다.

 

현재 이곳에는 알카에다 전 작전사령관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등 9·11 테러 설계에 가담한 용의자 5명을 포함해 39명이 수감돼 있다.

 

오바마, 폐쇄 실패…바이든은 할 수 있을까

 

불법 감금과 고문이라는 오명 때문에 인권 단체 등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이 수용소를 처음 만든 부시 행정부에서도 약 540명의 수감자를 파키스탄, 아프간,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송환하며 규모를 줄였다. 그 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 관타나모 수용소를 1년 이내에 폐쇄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수감자들을 뉴욕연방법원으로 이송해서 재판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안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테러리스트를 미 본토로 들여서는 안 된다며 반대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예산안은 부결됐다. 오바마는 재임 8년 동안 수용소 폐쇄는 하지 못한 채, 수감자 197명을 석방하거나 제3국으로 옮겨 40명으로 줄이는 데 그쳤다.

 

2017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의 방침을 뒤집었다. 그는 2018년 1월 국정연설에서, 관타나모 수용소를 유지할 것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명령했다고 밝혔다. 미국 보호에 필요하다면 이곳에 수감자를 추가로 보내겠다고도 했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관타나모 숙제를 넘겨받았다. 그는 ‘임기 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공약했다. 그 첫 걸음으로 미 국방부는 지난 7월 관타나모에 수감중이던 압둘 라티프 나시르를 본국인 모로코로 돌려보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미 상원의원 24명이 바이든 정부에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국내적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또한 오바마가 넘지 못한 장애물을 마주하고 있다.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과 상원 군사위 간사인 제임스 인호프 의원 등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는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관타나모에 있는 수감자들을 미국 본토로 옮기는 것 또한 오바마 시절 의회가 법으로 금지해 어렵다.

 

<워싱턴 포스트>는 11일 바이든 정부가 출범 8개월이 됐지만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과정에 오바마가 마주했던 법적, 정치적 장애물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계획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폐쇄로 가는 길이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오바마 정부 때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특사였던 클리프 슬론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전담해서 부처 사이에 조율을 할 수 있는 비슷한 직제를 설치해야 한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또한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으로 양분하고 있는 상원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쪽으로 기울기 전에 바이든 정부가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해 “이것은 말 그대로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우리의 국제적 입지에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시설”이라며 백악관이 이 수용소의 운용상황 검토를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0일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열린 제65차 IAEA 총회에서 “북한에서 플루토늄 분리와 우라늄 농축, 다른 활동들에 대한 작업이 전속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IAEA 이사회에서 영변 핵시설 원자로 재가동 조짐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우라늄 농축 공장의 재가동 징후도 공개했다.

 

아울러 북한 강선 지역에 위치한 핵시설에서 계속되는 활동 징후가 있었다면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지속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관련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하는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IAEA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 영변 핵시설 내 5MW 원자로와 관련해 “2021년 7월 초부터 냉각수 배출을 포함해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정황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5MW 원자로는 북한의 핵무기 제작과 관련된 핵심 시설로, 여기에서 가동 후 나오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이 추출된다. 이와 함께 IAEA는 올해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5MW 원자로 근처에 있는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 연구소가 가동된 정황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IAEA 사찰단은 2009년 4월 추방된 이후 북한 핵 시설에 직접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IAEA는 북핵 프로그램 감시를 위해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고해상도 상업 위성의 이미지 수집과 분석을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열차 미사일’…들키지 않게 쏘고 숨기 가능할까?

 동시다발 분산 공격 가능하나 ‘게임 체인저급’엔 미달

 북한 철도 사정 너무 나빠 ‘은밀·기동·기습’ 효과 제약

 

<노동신문>은 “철도 기동 미사일 연대는 9월15일 새벽 중부산악지대로 기동하여 800㎞ 계선의 표적 지역을 타격할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해 “조선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1면에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열차에서 쏜 탄도미사일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북한 전역에 거미줄처럼 깔린 철도망을 플랫폼 삼아 마음대로 위치를 바꿔 미사일을 마구 쏘면 큰 일이란 주장이다. 북한 미사일을 실은 열차가 여기저기 철도 터널에 숨어있다 미사일을 발사하고 다시 터널로 숨어버리면 사전 탐지, 사후 대응 공격이 어렵다는 것이다.

 

열차 미사일은 은밀·기동·기습이 장점이다. 지난 15일 열차 미사일 발사훈련을 지도한 박정천 북한 노동당 비서가 “지형 환경 등을 고려해 전국 각지에서 분산적인 화력임무 수행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위협세력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 타격 수단”이란 자랑도 이런 이야기다.

 

하지만, 열차 미사일이 진일보한 새로운 전략기술은 아니다. 열차 미사일 방식은 이미 40년전 미국과 소련이 대결할 때 등장해 군사적 장단점이 드러났다. 새롭거나 전장의 판도를 바꿀 획기적 기술은 아니란 뜻이다.

 

냉전 때 미국과 소련은 상대의 선제 핵공격을 받을 경우 반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이동식 차량·기차에 분산 배치했다. 1980년대 소련은 열차 이동식 핵 미사일 RT-23을 개발해 실전배치했다. 미국도 ‘피스키퍼’란 핵 미사일을 개발해 열차에 탑재하려했으나 1991년 소련이 망하면서 계획이 취소됐다.

 

미국 철도 총 선로 길이는 22만8218km로 세계 1위 철도대국이고, 러시아 철도 총길이는 8만5155km로 세계 2위 철도대국이다.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이 열차에 미사일 분산배치가 가능했던 것은 땅이 크고 철도가 길어 숨을 곳이 많았서였다. 미국과 소련에 견줘 북한은 땅이 작고 철도 길이도 짧다. 북한 철도 총길이는 5235km이다.

 

소련이 실제 운용했던 열차 미사일 RT-23의 치명적 약점은 무게였다. 이 미사일 1발의 중량이 100톤이 넘었다. 미사일에 열차 무게까지 합치면 너무 무거워졌다. 철길 붕괴 사고를 막기위해 RT-23을 실은 열차는 지반이 든든한 철길로만 다닐 수 있었다. 낡은 철교, 제방에 깔린 철길에서는 운행하기 힘들었다. 드넓은 소련 국토에 깔린 철도를 마음대로 달리지 못하고 운행할 수 있는 길이 제한됐다. 무거운 미사일을 끌고 다니느라 디젤기관차가 3량이 붙는바람에 일반 열차와 모양이 너무 달라 미국 정찰위성에 쉽게 발각됐다. 열차 미사일의 최대 장점인 은밀함과 기동 효과가 반감됐다.

 

지난 15일 발사한 북한 열차 미사일은 소련처럼 대륙간탄도탄(ICBM)이 아닌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 상대적으로 가볍다. 북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무게는 20~30t이고 열차 무게까지 합치면 대략 50t 안팎이 될 것이다. 북한 처지에서 열차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면 50t짜리 열차가 북한 철길을 마음대로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는 북한 철도 사정에 달려있다.

 

2013년 12월12일 경북 의성의 중앙선 철로에서 화물 무게를 못이견 화물열차 바퀴가 깨져 탈선 사고가 났다. 당시 코레일은 “화물열차 한 량의 경우 최대로 실을 수 있는 화물의 무게가 50톤이고, 차체 무게가 18.5톤이라 70톤 가까운 무게가 이 아래쪽 바퀴에 실렸다. 겨울철 열차 바퀴에 무거운 하중이 걸리면 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열차에서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남한보다 철도 사정이 휠씬 열악하다. 2018년 4월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을 통해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께서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 올림픽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거리가 237km인데, KTX로 2시간이면 간다.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230km인데, 북한 기차로는 12시간이 걸린다. 평양-신의주 노선의 표정속도(scheduled speed·열차가 운행하는 구간거리를 소요시간으로 나눈 수치)는 시속 45km라서 원래 5~6시간 걸려야 하지만, 실제는 12시간이 걸린다.

 

북한 열차가 20km 정도로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은 철도 시설이 워낙 낡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2차례 남북이 합동으로 북한 철도시설을 점검한 결과를 보면, 북한 철도 교량과 터널은 건설 당시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노후화가 심각했다. 궤도 침목이 깨져있고 철길 단면 마모가 많아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기관차의 마력이 디젤기관차에 비해 커서 경사가 심한 북한 산악지형에 적합하기 때문에 북한은 철도 전철화에 주력해 80% 넘는 철도가 전철이다. 북한은 전력난이 심해 전철이 다수인 열차의 정상 운행이 어렵다.

 

열악한 북한 철도 사정은 열차 미사일의 생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무거운 미사일 열차가 안전하게 운행 가능한 북한 철도 구간이 제한되므로 한미 정보당국이 철도구간과 터널을 특정해 집중 감시할 수 있다. 유사시 미사일 열차가 숨어있던 터널에서 신속하게 나와 재빨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다시 터널로 대피해야 하는데 북한의 철길과 전기 사정이 나빠 미사일 열차가 고속기동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한미 정찰기, 군사위성이 미사일 열차의 움직임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열차 미사일이 유사시 북한의 동시 다발 타격 능력을 키우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급의 전략무기라고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권혁철 기자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 기자회견 열어 발표

“희생자 가족에 깊은 위로…전적으로 내 책임”

IS-K의 테러 막는다며 8월29일 드론 공격

어린이 7명 포함한 무고한 민간인 10명 숨져

미국내 책임론과 향후 드론 공격 의문 커질 듯

 

 케네스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관이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관련해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왼쪽은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하 호라산)의 테러를 예방한다며 지난 29일 카불에서 실시한 드론 공습이 오폭이었다고 17일(현지시각) 인정했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무고한 민간인 10명이 숨졌다. 바이든 정부의 책임론과 더불어 향후 드론을 활용한 테러리스트 공격에 대한 미국의 신뢰에도 의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케네스 매켄지 사령관은 이날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29일의 무인기 공습에 대해 “7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0명의 민간인이 그 공격으로 비극적으로 숨졌다”며 “더구나 (공격받은) 차량과 숨진 이들이 호라산과 관련 있거나 미군에 직접적 위협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공습은 (카불) 공항에 있는 우리 군대와 (민간인) 대피자들에 대한 임박한 위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깊은 믿음에서 이뤄졌다”며 “하지만 그것은 비극적 실수였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숨진 이들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공격과 비극적인 결과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중부사령부의 자체 조사 결과 뒤 나온 것이다.

 

지난달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및 민간인 대피 과정에서 26일 호라산이 카불 공항 입구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켜 미군 13명과 민간인 170여명이 숨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테러 직후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선언했고, 하루 뒤인 27일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에서 무장 드론을 활용한 공격을 시행한 데 이어 29일 카불에서 드론 공격을 가했다. 당시 미군은 29일 공격에 대해, 대상 차량에 폭탄이 실려 있었고 카불 공항에 대한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였다면서 “올바른 공격”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공격 직후 2차 폭발이 있었다면서 이는 상당한 양의 폭발물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발표 뒤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은 공격 당시의 영상과 아프간 현지 사망자 가족·동료 등을 취재해, 피해자들이 호라산과는 무관한 민간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군이 공격한 차량을 운전한 남성은 제마리 아흐마디(43)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구호단체 ‘영양과 교육 인터내셔널’(NEI)에서 일하던 전기 기술자였다. 호라산과 전혀 무관할 뿐 아니라 오히려 미국을 도운 민간인을 미군이 오인했다는 얘기다.

 

미 관리들은 미군이 헬파이어 미사일로 공격한 것은 애초 주장한 것처럼 폭발물이 아니라, 아흐마디가 차량에 싣고 있던 물통이었다고 인정했다. 또한 당시 발생한 ‘2차 폭발’은 공격당한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 탱크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리들은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이날 보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성명을 내어 오폭을 시인했다. 그는 “우리는 아흐마디와 호라산 사이에 아무 관련이 없고, 그날 그의 행동은 전혀 무해하고 우리가 마주하고 있다고 믿었던 임박한 위협과 전혀 관련 없다는 것을 안다”며 “아흐마디는 비극적으로 숨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무고한 희생자였다”고 밝혔다. 그는 중부사령부의 조사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오스틴 장관의 검토 지시에는 오폭 책임 여부 등이 포함된다고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말했다.

 

미국의 오폭은 미 안팎에서 큰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민주당의 루벤 갈레고 하원의원이 성명을 내어 국방부 발표에 좌절감을 나타내면서 의회에 설명을 요구하는 등 정치권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문책론까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혼돈의 아프간 철수를 마치고 중국 견제나 국내 인프라·복지 투자로 초점을 옮기고자 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호라산 테러로 인한 미군 13명 사망이라는 타격에 더해 ‘민간인 오폭’이라는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아프간 전쟁을 끝마치면서, 테러 대응을 위해 현지에 지상군을 배치하지 않고도 장거리 무인기 공습 등으로 대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으나 이번 오폭으로 그에 대한 신뢰 또한 의심받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폭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후에는 주말을 보내기 위해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의 르호봇 해변으로 갔다.

 

매켄지 사령관은 오폭 희생자 가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한 터라, 이에 대한 원활한 논의 또한 난항이 예상된다고 미 언론은 전하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U 외교위원, ‘오커스 유럽 홀로서기 우선 사안 만들어’

미 주도 ‘앵글로 동맹’ 강화에 서구 균열 드러나

호주와 잠수함 계약 무산된 프랑스…“등에 칼 꽂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가 삼각동맹체인 ‘오커스’를 결성했다는 소식에 유럽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추진 중이던 잠수함 건조 계획이 무산된 프랑스는 크게 반발 중이고,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중국과 관계를 설정하는데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 중심 영어권 국가들의 ‘앵글로 블록’이 강화되며 비영어권 국가들이 큰 소외감을 느끼는 역풍이 부는 것이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16일 <프랑스 엥포> 라디오와 회견에서 오커스 결성 발표에 “진정으로 등에 칼을 꽂았다”며 “우리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신뢰관계를 구축했는데, 이 신뢰가 배반당했다”고 격분했다. 프랑스는 호주와 12척의 잠수함을 건조하는 500억달러 크기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는데, 미-영 두 나라가 오커스 결성 발표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핵잠수함 건조 및 보유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업이 무산됐다.

 

게다가 프랑스는 오커스 결성 소식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하고 언론 보도로 처음 접하면서 미국 등에 대해 극도의 실망과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르드리앙 장관은 호주와의 잠수함 건조 계획에 대해 “우리는 이를 미국과 최근까지 논의했다”고 미국의 독주를 지적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당혹감과 실망이 표출됐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 외교담당 집행위원은 프랑스가 왜 그 협정에 실망했는지 이해한다며 유럽연합은 이 새로운 동맹체에 대해 (미국과 사전에) 협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우리로 하여금 유럽의 전략적 자치 문제를 우선 사안으로 할 필요성에 대해 숙고하게 했다”며 “이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생존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16일 캔버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함께 미-영-호 3개국 안보 협력체인 오커스(AUKUS)를 창설한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캔버라/AP 연합뉴스

 

보렐 위원의 이런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유럽과의 ‘대서양 동맹’을 격하해온 미국의 안보 정책에 대해 미국이 쌓아온 우려와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며 미국 안보 정책의 중심축이 영어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앵글로 블록’ 강화로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시엔엔>(CNN)도 “프랑스의 손상된 자존심과는 별도로, 영어권 해양세력들의 새로운 지정학적 협약(오커스)은 유럽연합에게 전략적 고민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의 한 고위 관리는 이 방송에 “영어권 국가들이 중국에 대항하는 매우 호전적인” 동맹을 결성하는 것이라며 “이 나라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한 같은 나라들이다. 우리 모두는 그 결과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중국에게 인권 개선 등을 촉구하면서도 에너지와 통상 분야 등에선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미-중 대결에서 완충적 역할을 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미-영-호 동맹 결성 발표로 인해 유럽의 역할이 큰 제약을 받게 됐다. 오스트리아 유럽안보정책연구소의 벨리나 차카로바 소장은 “미국이 유럽연합의 국가들보다는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와 안보방위 관계에 더 많은 정치적 자산을 쓰면서 투자하고 있다는 것은 아주 명확해졌다”고 지적했다.

 

영국 내에서도 여러 우려가 나왔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의회에서 워싱턴이 태평양에서 영국에게 더 큰 역할을 요구하고, 이번에 오커스를 결성하게 됨에 따라 “영국이 대만을 두고 점점 공격적으로 되는 중국과의 전쟁으로 끌려들어갈 수 있음을 의미하느냐”고 물었다. 메이 전 총리는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만약 중국이 대만 침공을 시도한다면, 영국이 그 대응으로 취할 입장에 관련해 이 조약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미국은 프랑스 등을 달래기에 나섰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6일 오커스 결성을 발표하는 3국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프랑스는 몇 세대에 걸친 다른 많은 사안 등에서 사활적인 동반자이고 우리는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에서 우리의 대서양 양안협력을 심화하는 모든 기회를 찾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도 수익성 높은 수출 계약이 무산된데 대한 프랑스의 실망은 이해한다면서도 결국 오스트레일리아가 선택을 내린 것이라는 취지로 프랑스의 불만을 일축했다. 정의길 기자

 

미·영·호 오커스 동맹 역풍 커져…프랑스, 미·호 주재 대사 소환

 

르드리앙 외교장관, ‘미국·호주 수용할 수 없는 행동했다’

잠수함 수출 무산에다 태평양에서 미국 독주에 반발

미국과 유럽연합의 균열 점차 심화될 듯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이 17일 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주재 대사 소환을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프랑스가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의 오커스 동맹 결성에 반발해 이들 국가들에 주재하고 있던 대사를 소환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17일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주재 대사 소환을 발표하며 이 결정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시한 항의 조처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지난 2016년 오스트레일리아와 잠수함 12척을 건조하는 270억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미국과 영국은 15일 오커스 동맹 결성을 발표하며 오스트레일리아에게 핵잠수함 건조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서 프랑스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잠수함 수출 계약이 무산됐다.

 

프랑스는 이 소식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 르드리앙 장관은 앞서 세 나라의 결정은 프랑스의 “등에 칼을 꽂는 것이다”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이어 이날 성명에선 미-영-호의 오커스 동맹이 “동맹들과 협력자들 사이에서 수용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그 결과는 “우리의 동맹과 협력 관계, 그리고 유럽에게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에 관해 우리가 할 일의 근저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동맹관계인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대사를 소환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르드리앙 장관은 “이 예외적인 결정은 지난 15일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이 결정한 발표의 예외적인 중대성에 의해 정당화된다”고 말해, 대사 소환이 지난 조처에 대한 보복임을 확실히 했다.

 

미국이 주도한 오커스 동맹 결성은 미국이 안보 분야에서 영어권 국가들의 ‘앵글로 동맹’을 강화하고 유럽연합(EU)을 소외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유럽의 이런 우려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그동안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지역과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미국이 대테러전을 수행하는데 전략적 협력을 해왔지만, 이번 오커스 동맹을 사전 통보조차 받지 못한 것에 격분하고 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이 ‘전략적 자치’를 키워 독자적 방위능력을 강화해야 하고,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가 태평양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혀 왔다. 프랑스는 남태평양에 폴리네시아 등 200만명이 거주하는 자치령 영토가 있다. 이곳에 배치된 병력은 7000여명이다.

 

오커스 결성 발표에 대한 반발이 유럽에서 커지자 미국은 당혹해 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필리페 에티엔느 프랑스 대사의 파리 소환을 놓고 프랑스와 밀접한 접촉을 하고 있다. 그들이 그런 조처를 취한 것은 유감이나, 오랜 동맹 과정 동안 다른 지점들에서 했던 것처럼 앞으로 우리의 차이를 풀기 위한 관여를 계속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는 우리의 가장 오래된 동맹이고 가장 강력한 협력자이고, 우리는 오랜 역사, 민주적 가치, 국제적인 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협력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길 기자

 

오커스 창설... 미 · 영, 중국 보란 듯 “호주에 핵잠수함 보유 지원”

미·영·호주 새 안보 파트너십 ...바이든 “인도·태평양 평화·안정 긴요”

미, 영국에만 지원하던 핵잠 기술 호주에도, 미국의 중국 견제 보강

핵확산 우려에 “글로벌 비확산에 전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에서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새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 창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다른 두 정상이 화상으로 참여한 가운데 하고 있다. 왼쪽 화면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오른쪽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가 15일 새로운 3각 안보 동맹체 ‘오커스’(AUKUS)를 창설하기로 하고,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빠져나오기가 무섭게 동맹들과 손잡고 중국 견제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를 화상으로 연결한 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모두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인도태평양에서의 평화와 안정성 보장의 긴요함을 인식하고 있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새로운 3각 동맹의 이름인 오커스는 호주·영국·미국의 영문 글자를 합친 것이다. 3국은 모두 영어를 사용하며 바다를 끼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은 우리 힘의 가장 큰 원천인 동맹들에 투자하는 것이고, 그들이 오늘과 내일의 위협에 더 잘 대처하도록 업데이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3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라는 지속적 이상과 공동 약속에 따라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외교, 안보, 국방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국은 사이버, 인공지능, 양자기술, 해저 기술 등의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하는 것은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나온 파격적이고 이례적인 조처다. 3국 정상은 이날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경제, 군사, 기술 분야 등에서 중국의 확장 억제를 겨냥한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미국은 옛 소련에 대응할 목적으로 1958년부터 영국하고만 핵잠수함 추진 기술을 공유해왔으나, 호주에게도 문을 열었다. 60여년 틀어쥐고 있던 핵 기술을 공유하면서까지 호주의 군사력을 대폭 증대시켜야 할 정도로 중국의 확장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뜻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기존의 재래식 잠수함에 견줘 잠항 시간이 길고 빠르고 조용하며, 적의 탐지도 어렵다.

 

미 정부 고위 관리는 기자들에게 “이는 호주가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역할을 해서 미국의 역량을 보강할 수 있게 해준다”며 “인도·태평양에서 평화와 안정성 유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은 앞으로 18개월 동안 호주에 기술·전략팀을 보내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위한 세부사항을 협의할 예정이다. 모리슨 총리는 핵추진 잠수함이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에서 3국 협력으로 건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중국과 관계가 악화한 호주 입장에서도 군사력 증강을 뛰어넘는 중대한 전략적 결정이다. 호주는 미·일·인도·호주의 4자 협의체인 쿼드(Quad), 영어권 5개국인 미·영·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이 참여한 기밀정보 공유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의 회원국으로, 이미 미국, 영국과 높은 수준의 협력 관계다. 이에 더해 미·영의 지원으로 향후 핵추진 잠수함을 갖추고 중국 근해를 누빌 수 있게 됐다.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교수는 <뉴욕 타임스>에 “아시아에서 신냉전에서 미국이 이길 것이라는 쪽에 호주가 내기를 걸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핵추진 잠수함 기술 지원은 핵확산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낳을 수 있다. 3국 정상은 이를 의식한 듯 “3국은 글로벌 비확산에서 리더십 유지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호주는 핵무기 획득이나 민간용 핵능력 확립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호주는 자체적으로 고농축 연료를 생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해,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미국에서 수입해 사용할 것임을 내비쳤다. 미 정부 고위 관리도 “이 기술은 극도로 민감하다”며 “솔직히 이것은 많은 측면에서 우리 정책의 예외다. 오늘 이후 우리가 이걸 다시 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 호주 외에 다른 나라에는 핵추진 잠수함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오커스 신설로 미국은 동맹 규합을 통한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견제망을 한층 더 다양화했다. 미국은 한국, 일본, 독일 등 동맹과의 양자 관계에 더해, 유럽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인도·태평양에서 미·일·인도·호주 4개국의 쿼드를 그물망으로 갖고 있다. 영어권 5개국 미·영·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1일 뉴욕 유엔 총회 기조연설, 22일 백신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 강화에 나선다. 그는 24일에는 백악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모리슨 호주 총리와 쿼드의 첫 대면 정상회의를 연다. 모두 동맹을 규합해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으로 볼 수 있다.

 

류펑위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국가 간 협력이 특정국가를 표적으로 한 배타적 체제를 구축하거나, 제3국의 이해를 해치는 쪽으로 이뤄져선 안된다”고 반발했다고 16일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그는 이어 “관련국들은 냉전적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을 떨쳐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베이징/황준범 정인환 특파원

 

미-영, 오스트레일리아와 핵잠수함 협력…한국에도 ‘핵잠 개발’ 열리나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나 미국 반대로 쉽지 않아

미 당국자 “호주 허용은 예외적인 일”…확대 해석 경계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 ‘일리노이’(SSN 786)가 13일 하와이 진주만에 정박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미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가 15일 3국간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를 발족하면서 첫 구상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지원을 꼽아,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비상한 관심을 끈다.

 

핵잠수함 개발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17년 4월 대선 토론회에서 “핵잠수함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가 됐고, 이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후인 같은 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핵잠수함 개발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핵잠수함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7월엔 김현종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차세대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라며 핵잠수함 추진 의지를 보였다.

 

4천t급 잠수함, ‘핵추진’으로 가나

 

핵잠수함의 군사적 필요성은 2010년대 중·후반 이후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히 힘을 얻었다. 북한은 2015년 5월 ‘북극성’ 미사일을 첫 시험 발사한 이후 2019년 10월 ‘북극성-3형’을 시험 발사했고,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열병식에선 ‘북극성-4ㅅ’, ‘북극성-5ㅅ’도 차례로 선보였다.

 

당시 북한이 잠수함을 우리 후방 해역에 몰래 보내, 배후에서 북극성을 발사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핵잠수함을 개발해 대응하자는 논리가 제시됐다. 우리 군의 핵잠수함을 북한 잠수함 기지 근처 심해로 은밀히 보내 잠수함을 처음부터 추적하다가 북극성을 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사전에 격침하자는 것이다.

 

국방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는 핵잠수함 개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당시 국방부는 3000t급 이상의 잠수함 9척을 개발하는 ‘장보고-Ⅲ’ 사업을 설명하면서, 3000t급과 3600t급, 4000t급을 각각 3척씩 순차적으로 건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5일 한국 해군 최초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시험 발사에 성공한 ‘도산안창호함’은 이 계획에 따라 건조된 첫 3000t급 잠수함이다.

 

다만 국방부는 3000t급과 3600t급 잠수함에 대해선 디젤-전기 추진의 재래식 잠수함으로 추진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4000t급 잠수함에 대해선 “현 단계에서 추진방식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여지를 남겼다. 디젤-전기 추진이냐, 핵추진이냐를 미리 결정하지 않고 여건을 봐가며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한국에도 호주와 같은 잣대를 들이댈까

 

그러나 군 당국이 핵잠수함 개발에 나서려면 먼저 미국의 강력한 견제와 반대, 규제를 넘어서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의 양해가 없는 한 핵잠수함 원자로의 원료인 농축우라늄을 구할 수 없다.

 

지난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 제11조는 한국에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고 있지만, 한-미간 서면 합의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하다고 못 박고 있다.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핵잠수함 원자로의 연료로 쓰기 위해 우라늄을 농축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일부에선 한-미 원자력협정이 국내 민수용 원전 이용을 위한 것이어서 군사용에는 구속력이 없다는 견해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협정이 13조에서 핵물질이 “어떠한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도 이용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을 보면, 군사용에 구속력이 없다는 해석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핵잠수함 원자로에 쓸 농축우라늄을 국제시장에서 상업적으로 구매하는 방안도 남아 있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에 쓰이는 농축우라늄도 모두 국제시장에서 구매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시장의 상업적 거래도 미국의 양해가 있어야 한다. 핵공급국그룹(NSG) 어느 회원국도 미국과 마찰을 겪으면서 농축우라늄을 한국에 넘겨주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군사용 농축우라늄의 구매를 민수용처럼 눈감아 줄 것으로 기대하긴 쉽지 않다.

 

실제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김현종 2차장이 미국을 방문해 핵잠수함 건조 계획을 설명하고 핵연료 도입을 타진했지만, 미국으로부터 거절당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이 보도에 대해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두 번째)과 맬컴 턴불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운데)가 2018년 5월 2일 시드니 가든 아일랜드에서 오스트레일리아 해군의 콜린스급 잠수함 ‘HMAS 웨일러’의 선체 위에 서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15일(현지시각) 미국·영국과 3국간 안보협력체인 ‘오커스’의 발족과 함께 미국의 기술 지원으로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나서면서, 프랑스와 추진해온 660억 달러(약 77조원) 규모의 재래식 잠수함 건조 계획을 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AFP 연합뉴스

 

그런 미국이 이번에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 3국이 참여하는 연구팀을 꾸려 18개월간 오스트레일리아 핵잠수함 개발에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는 건, 극적인 태도 변화로 읽힌다. 실제 미국은 1958년 영국에 핵잠수함 추진 기술을 공유한 이래 외국에 핵잠수함 기술을 넘겨준 사례가 없다. 미국이 이제 우리나라의 핵잠수함 개발에도 과거와 달리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미국은 이번 오스트레일리아 핵잠수함 개발 지원에 대해 “예외적인 일”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 고위당국자는 핵잠수함 기술이 '극도로 민감한' 기술이라며 “솔직히 말해 이는 많은 측면에서 우리 정책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이것이 앞으로 다른 상황에서 착수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 한 번 있는 일로 이를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나라들이 유사한 기대를 품지 않도록 못을 박았다.

 

이 고위당국자는 오스트레일리아가 핵무기를 개발할 의향이 없고 핵 비확산 노력의 선두에 있다면서 핵 비확산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에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다른 잣대를 들이댈 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 환경에서 보면,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에 기술지원은 커녕 묵인도 쉽지 않다.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에 눈감으면,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의 핵잠수함 개발도 막기 어렵게 된다. 자칫 ‘핵잠수함 도미노’가 일어날 수 있다. 중국의 반발도 더욱 거세지면서 동북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핵잠수함 개발, 산 넘어 산

 

핵잠수함 개발은 북한이 남한을 앞서가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 단계에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우리가 미국의 양해를 얻어 실제 독자 핵잠수함 개발에 나선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장보고-Ⅲ’ 사업의 3000t급 잠수함을 독자 설계하는 등 잠수함 설계능력은 확보하고 있다. 이는 몇십 년 동안 독일의 기술 지원을 받아 1200t급 잠수함(장보고-Ⅰ사업)과 1800t급 잠수함(장보고-Ⅱ 사업) 10여척을 건조하며 기술 축적을 한 결과이다.

 

핵잠수함의 추진체인 원자로와 관련해서도 기반 기술은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1990년대 말부터 러시아의 기술 지원으로 해수담수화용 소형 일체형 원자로인 ‘스마트 원자로’(열출력 330㎿)와 이를 5분의 1 규모로 축소한 실증로인 ‘스마트-P’(열출력 65㎿)를 개발한 전례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하면 몇 년 안에 핵잠수함용 원자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군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 기술 수준에서 독자적인 핵잠수함 건조는 섣부르다는 반론도 있다. 재래식 잠수함에 원자로 추진체만 탑재한다고 핵잠수함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핵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보다 훨씬 깊은 심도에서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운항하기 때문에 이런 조건에 맞게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따라서 재래식 잠수함 설계 경험만 믿고 핵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는 것은 뜻하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핵잠수함의 소음 문제를 기술적 장벽으로 거론하는 전문가도 있다. 잠수함의 생명은 은밀성과 정숙성인데, 핵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보다 소음이 심하다. 핵잠수함 선진국 미국도 오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한 끝에 핵잠수함 소음 저감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의 기술 지원이 없는 한 핵잠수함 초보로서는 원자로의 냉각장치, 감속장치 등에서 나는 소음을 줄이는 기술의 확보 방안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