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기자클럽 토론회…"일본 '2015 위안부 합의' 모두 이행" 주장

고노 후보는, 수출규제 등 한일 현안 해결 위한 대화 중요성 강조

 

일본 총리 자리를 노리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전 정조회장이 18일 위안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일본이 아닌 한국 측이 쥐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본의 새 총리가 되기 위한 관문인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에 출마한 기시다는 이날 오후 일본기자클럽 주최의 후보 토론회에서 자신이 2015년 12월 외무상(장관)으로 한국과 맺은 '위안부 합의'가 "지금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하고 두 나라가 국제회의 등에서 서로 비난하지 않기로 한 것을 세계가 높이 평가한 것이 위안부 합의였다며 일본 측은 합의 내용을 모두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에 출마한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사진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전 당 정조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당 간사장 대행이 18일 오후 일본기자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는 이어 "당신은 어떤가"라고 한국에 압박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며 한국이 국제적인(국가 간의) 합의와 조약, 국제법을 지킬지가 도마 위에 올라 있다고 했다.

 

기시다는 "(한국이) 이런 것조차 지키지 않으면 미래를 향해 무엇을 약속하더라도 미래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간 대화가 필요하지만 그런 점에서 "볼(공)은 한국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윤병세 당시 외교장관(오른쪽)과 기시다 당시 일본 외무상 간에 이뤄진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종결됐다고 선언한 것은 사실이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에 출마한 기시다 후미오 전 당 정조회장 18일 오후 일본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러나 합의 직후부터 협상 과정에서의 피해자 배제 논란이 일었고, 합의 당시 일본 정부를 대표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내는 문제를 놓고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국회 답변을 통해 천명한 것을 계기로 합의 내용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그 여파로 합의에 근거해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이 2018년 11월 해산하는 등 위안부 합의는 사실상 효력 정지 상태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가 올 1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로 판결하고, 이 재판에 불응해온 일본 정부가 항소를 포기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서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는 다시금 한일 간의 최대 외교 쟁점으로 떠올랐다.

 

 2015년 12월 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당시 외교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외무상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협상 타결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기시다는 이날 토론회에서 자신이 총리가 될 경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13일 일본외국특파원협회(FCCJ)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태평양전쟁 중의 주변국 가해행위와 관련해 사과를 계속하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때문에 그가 총리가 되더라도 위안부 등 역사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 이슈에서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에 출마한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이 18일 오후 일본기자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시다에 앞서는 유력 후보라는 평을 듣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상은 한국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경제 보복 조치로 아베 내각이 반도체 핵심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 조치가 결과적으로 일본 반도체 관련 기업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과 관련, 양국 간 문제들이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에 반하는 취지의 한국 사법부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전제한 뒤 양국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고노는 특히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해 "한국 측에서 정말로 (일본 정부의 주장처럼)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면 계속해야 할 것이고, 그 상황이 해소됐다면 대책(규제)도 불필요해질 것"이라며 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에 출마한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사진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전 당 정조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당 간사장 대행이 18일 오후 일본기자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아베 내각에서 최장수 외무상을 지낸 기시다와 외무·방위상을 거친 고노 등 두 후보를 상대로 외교·안보 관련 질문이 집중됐다.

 

기시다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선 "북한 미사일 기술이 점점 진보하고 있다"며 공격 능력 확보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선 직접 회담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확인하면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외무상 재임 중에 북한 측 상대와 여러 차례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고 밝힌 고노는 수뇌 간에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며 자신이 총리가 될 경우 납치 문제 해결 등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이든, 테러현장 3곳 방문, 현장연설 안해…전날 "단결·통합" 메시지

부시·오바마·클린턴은 '단합' 한목소리…트럼프 "무능·망신" 비판 집중

 

미국 뉴욕에서 열린 9·11 테러 20주년 추모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가운데 손을 들고 있는 사람)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앞줄 왼쪽 첫 번째)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전 대통령도 함께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9·11 테러가 발생한 지 꼭 20년 되는 날인 1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전·현직 미국 대통령이 잇따라 메시지를 내놓으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날은 테러 발생 20주년이라는 상징성에다 9·11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종식된 이후 처음 맞는 기념일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를 더했다.

 

9·11 테러는 2001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발생해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쳐 바이든 대통령까지 후폭풍이 이어져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때 탈레반과 미군 철수에 합의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합의보다 몇 달 뒤인 지난달 말 철군을 완료하며 전쟁 종식을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9·11 테러 현장인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했고, 여기엔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도 함께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또 다른 테러 지역인 펜실베이니아 섕크스빌 추모식에 참석해 연설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이 떠난 오후 뉴욕을 찾았다.

 

전·현직 대통령의 메시지는 '미국의 단결'과 '국가 통합'에 방점이 찍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11 20주년인 11일 펜실베이니아 섕크스빌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엄밀히 말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그는 뉴욕과 섕크스빌, 워싱턴DC 인근 국방부까지 테러 장소 3곳을 모두 찾았지만 공개 연설은 없었다. CNN은 "참모들이 연설을 고려했다가 수치스러운 역사의 날에 맞춰진 연설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밤 내놓은 영상 메시지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오늘도 내일도 절대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9·11 테러 이후 곳곳에서 영웅적 행위를 봤고 국가통합의 진정한 의미를 느꼈다"며 "단결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점을 배웠다.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고 미국이 최고에 있게 하는 것이 단결"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이 시간이 흐를수록 양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국가가 분열상을 보인다는 진단 속에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펜실베이니아주 섕크스빌에서 9·11 20주년 연설 중인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 [UPI=연합뉴스]

 

9·11 테러 당시 대통령이었던 부시 전 대통령은 섕크스빌 연설에서 "9·11 이후 나는 놀랍고 회복력이 있으며 단합된 국민을 이끌어 자랑스러웠다. 미국의 단합에 대해서라면 그 시절은 지금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시험대에 선 비탄의 날에 수백만 국민이 본능적으로 이웃의 손을 잡고 함께 대의를 향해 나아갔다. 이게 내가 아는 미국"이라면서 "우리는 이랬고 다시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단합을 호소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오늘 우리는 9·11 때 목숨을 잃은 약 3천 명의 희생자와 이후 20년간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헌신한 이들을 기린다"며 "우리는 그들의 가족에게 신성한 신뢰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은 목숨을 잃은 이들, 다른 사람을 구하려 위험을 무릅쓰고 생명을 바친 이들, 20년 전 영원히 인생이 바뀐 이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통합과 희망, 연민, 결의를 가지고 다시 단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9·11 20주년인 11일 뉴욕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프간 종전과 관련해 바이든 정부가 패배 속에 항복했다면서 "우리는 이런 무능이 야기한 망신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해 몸부림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나라의 지도자가 바보처럼 보였고 이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 "이는 나쁜 계획, 놀라운 취약성,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지도자들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뉴욕을 방문했고, 저녁에는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복싱 경기 해설자로 나선다.

미중정상 7개월만에 통화…충돌 방지 등 상황 관리 필요성 논의

백악관 "두 정상, 공개적이고 솔직하게 관여하기로 의견 모아"

 

 

미국과 중국 정상이 9일 7개월만에 전화통화를 갖고 전방위적 미중갈등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에 뜻을 같이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가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미중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로 미중이 서로 어떻게 지내느냐는 세계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양국이 경쟁으로 인해 충돌에 빠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중국과 성의 있는 교류와 건설적인 대화를 많이 하길 원하며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하고 우선적 영역을 정해 오판과 의외의 충돌을 피하며 미중관계를 정상 궤도로 회복시키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기후 변화 등 중요한 문제에 있어 중국과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더 많은 공동인식을 달성하길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이제까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변경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미중 관계 악화와 미국-대만 관계 강화 흐름 속에서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 수교 이래 미중관계의 토대임을 강조해왔는데, 미국 정상이 이 정책을 재확인한 것이다.

 

코로나 확산 방지 대책 관련 연설하는 바이든=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월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대응책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연방 직원의 백신접종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은 "한동안 미국이 채택한 대중(對中)정책으로 중미 관계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는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과 세계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최대의 개도국인 중국과 최대 선진국인 미국이 서로 관계를 잘 관리할지는 세계의 미래 명운과 관련된 것이어서 양국이 답해야 할 세기의 질문"이라며 "중미가 협력하면 양국과 세계가 이익을 볼 것이고, 대항하면 양국과 세계가 모두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송대 시인 루여우(陸游)의 시구 '산중수복의무로, 류암화명우일촌(山重水復疑无路,柳暗花明又一村)'을 인용했다.

 

'겹겹의 산과 수많은 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길이 없는 것 같아 보이는데, 갑자기 버드나무가 무성하고 꽃이 만발한 것이 보이니 앞에 마을이 하나 있다'라는 의미다.

 

시 주석은 이 시구를 인용한 뒤 "중미 양국은 1971년 양자관계가 해빙된 이래 손잡고 협력해 각국에 실질적인 혜택을 줘왔다"고 평가했다.

 

그런 뒤 "현재 국제사회가 많은 공통의 난제에 직면해 있고 중·미는 큰 그림을 보여주고 큰 책임감을 갖고 앞을 내다보고 나아가며 전략적 담력과 정치적 패기를 발휘해 양국 관계를 하루빨리 안정적 발전의 올바른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시 주석은 "서로 핵심 관심사를 존중하고 이견을 잘 관리하는 기초에서 양국 관계부처가 계속해서 접촉해 대화를 하면서 기후변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경제 회복 등 중대한 국제·지역 문제에 대한 조정과 협력을 추진하면서 양국 관계에 긍정적인 요소를 더할 수 있도록 하고 더 많은 협력 잠재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이날 대화에서 "미국의 이익이 집중되는 분야와 미국의 이익, 가치, 시각이 분산되는 분야를 두고 광범위한 전략적 논의를 했다"며 "(양 정상이) 두 가지 의제 집합에 대해 모두 공개적이고 솔직하게 관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분명히 밝혔듯이 이번 논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 위해 미국이 계속 기울이고 있는 노력의 일부"라며 "두 정상이 경쟁이 분쟁으로 방향이 바뀌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두 국가의 책임감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태평양지역과 세계의 평화, 안정, 번영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 관심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편, 시 주석은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미국 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인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시진핑.

부총리 바라다르보다 무게감 떨어져…"정파 간 타협 결과" 분석

전 정부 관료·여성도 배제…최고지도자 아쿤드자다 역할 언급 없어

 

7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과도 정부 명단을 발표하는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성공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7일(현지시간) 과도 정부 구성을 공개했다.

 

AFP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총리 대행 등 과도 정부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대해 무자히드 대변인은 "내각 구성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이것은 그냥 '대행' 내각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대변인 수하일 샤힌도 8일 자신의 트위터에 내각과 주요 보직자 등 30여명의 이름과 직책 명단을 영어로 올렸다. 샤힌은 하산의 영문 직책을 '총리'(Prime Minister)로 표기했다.

 

하산의 총리 대행 발탁은 예상을 깬 인선으로 여겨진다.

 

그간 정부 수반 '0순위' 후보로 거론된 조직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경량급 지도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바라다르는 과도 정부에서 제1부총리를 맡았다.

 

하산은 탈레반이 결성된 남부 칸다하르 출신으로 지난 20년간 탈레반의 최고 위원회인 레흐바리 슈라를 이끌었다. 군사 업무보다는 종교 관련 분야에서 주로 일했으며 탈레반의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는 외무부 장관과 부총리를 맡기도 했다.

 

탈레반의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를 이끄는 시라주딘 하카니는 내무부 장관을 맡게 됐고, 탈레반 창설자 모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인 물라 모하마드 야쿠브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몰로이 압둘 살람 하나피는 제2부총리, 몰로이 아미르 칸 무타키는 외교부 장관으로 각각 임명됐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역할이나 세부 정부 체제 형태에 대해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이번 인선은 조직 내 정파들이 경쟁 끝에 타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지난 3일 정부 출범식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정이 미뤄져 왔다.

 

NDTV는 그 이유에 대해 바라다르 측, 하카니 네트워크, 칸다하르 정파, 동부 지역 반독립 조직 등이 권력 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그간 새 정부는 포용적으로 구성될 것이며 여성 인권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명단에는 아프간 정부 출신 관료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여성도 배제되는 등 내각 멤버 전원이 탈레반 핵심 강경파로 구성됐다. 조직 창설자 모하마드 오마르 관련 인맥과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출신,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배자도 중용됐다.

 

이와 관련해 무자히드 대변인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등용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미국의 침공에 의해 정권에서 밀려난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의 본격적인 철군을 계기로 공세를 강화했으며 지난달 15일 카불까지 점령하면서 정부 측의 항복을 받아냈다.

 

탈레반은 이전 통치기(1996∼2001년) 때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를 국호로 사용했으며 지금도 탈레반은 이를 자신들의 정식 조직 이름으로 활용 중이다.

 

새 정치 체제의 공식 명칭, 국기, 국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보수적 과도정부 발표…원리주의와 현실 사이 모색 계속될 듯

모하마드 하산 아훈드 총리 지명도 떨어져 온건-강경파 타협 산물 관측

각료들 핵심 탈레반 인물 일색 “포용적 개방적 정부 추구” 호언과 달라

대변인 “과도” 정부일 뿐 강조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원리주의 정파 탈레반이 7일 ‘아프간 이슬람 에미리트(토후국)’ 과도정부를 구성했다며 각료 명단을 공개했다. 면면을 보면 보수 강경파의 색깔이 강하지만, 탈레반 1차 집권(1996~2001년) 이후 20년에 걸친 ‘현실적 공백’을 외면할 수도 없어 원리주의와 현실주의 사이 정책 노선을 둘러싼 고민은 계속될 듯 보인다.

 

아프간 현지 언론 <톨로뉴스> 등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하마드 하산 아훈드를 총리로 하는 과도정부 구성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5일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은 애초 3일께 새 정부 구성안을 밝힐 것으로 예측됐지만 발표가 늦어졌다. 그 때문에 상당한 내부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하산 아훈드를 총리로 내세운 카드는 탈레반 내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 ‘타협의 산물’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는 탈레반 1차 집권 때 외교부 부장관을 맡았던 인물로 군사보다 종교 분야에 영향력이 있다. 탈레반 내 ‘2인자’이자 이날 부총리로 지목된 압둘 가니 바라다르보다 지명도가 낮다. <비비시>(BBC) 방송은 “탈레반 강경파와 상대적 온건파가 내부 분쟁을 벌였다는 보도들이 있었다. 그의 (총리) 지명은 (그에 대한) 타협책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바라다르는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종전 협상을 이끈 경험 등으로 인해 온건파로 꼽힌다. 또 다른 부총리는 파슈툰족이 다수인 아프간에서 소수민족인 우즈베크족 출신 압둘 살람 하나피가 임명됐다.

 

강경파는 실권을 쥔 모양새다. 탈레반의 강경파이자 국제 테러 조직으로 알려진 ‘하카니 네트워크’의 수장인 시라주딘 하카니는 경찰 등 치안 업무를 전담하는 내무장관에 임명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하카니가 지난 2008년 미국인을 포함해 6명의 희생자가 나온 카불 호텔 테러와 관련이 있다며 현상금 1000만달러를 내걸고 수배한 상태다. 탈레반 초대 지도자인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 야쿠브는 국방장관에 올랐다. 기존 아프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나 여성은 이날 각료 명단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외신들은 탈레반이 카불 입성 뒤 밝혔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 구성” 계획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했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이며 공개적인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하이바툴라 아훈자다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국민들이 이슬람 통치와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탈레반의 기본적인 방침은 20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다만 “이슬람 에미리트는 이슬람의 신성한 종교의 요구의 틀 안에서 인권과 소수민족의 권리, 소외된 집단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진지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변화 의지도 내비쳤다.

 

실제, 탈레반은 카불 입성 뒤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보수적인 이슬람 율법을 통치의 기본으로 하면서도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20년 전처럼 여성 교육을 금지하는 대신, 교실에 커튼을 쳐서라도 남녀를 분리하고 눈만 노출할 수 있는 ‘니캅’을 입고 수업을 받으라는 식이다. 여성 취업도 샤리아 안에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실권한 아슈라프 가니 정권에서 일했던 이들에 대한 사면령도 발표한 바 있다. 20년 전과 같은 극단적 샤리아 통치로는 국가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수용한 모양새다. 실제, 아프간 인구의 60%는 탈레반 통치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고, 여성들은 소수지만 이전과 같은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극단적 통치로 아프간 관료 기구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국가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탈레반이 원리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에 어떤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번 정부가 “과도 정부”일 뿐이라며 “아프간의 다른 부분에서도 사람들을 발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