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바라다르보다 무게감 떨어져… "정파 간 타협 결과" 분석

전 정부 관료·여성도 배제…최고지도자 아쿤드자다 역할 언급 없어

 

7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과도 정부 명단을 발표하는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성공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7일(현지시간) 과도 정부 구성을 공개했다.

 

AFP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총리 대행 등 과도 정부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대해 무자히드 대변인은 "내각 구성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이것은 그냥 '대행' 내각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대변인 수하일 샤힌도 8일 자신의 트위터에 내각과 주요 보직자 등 30여명의 이름과 직책 명단을 영어로 올렸다. 샤힌은 하산의 영문 직책을 '총리'(Prime Minister)로 표기했다.

 

하산의 총리 대행 발탁은 예상을 깬 인선으로 여겨진다.

 

그간 정부 수반 '0순위' 후보로 거론된 조직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경량급 지도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바라다르는 과도 정부에서 제1부총리를 맡았다.

 

하산은 탈레반이 결성된 남부 칸다하르 출신으로 지난 20년간 탈레반의 최고 위원회인 레흐바리 슈라를 이끌었다. 군사 업무보다는 종교 관련 분야에서 주로 일했으며 탈레반의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는 외무부 장관과 부총리를 맡기도 했다.

 

탈레반의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를 이끄는 시라주딘 하카니는 내무부 장관을 맡게 됐고, 탈레반 창설자 모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인 물라 모하마드 야쿠브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몰로이 압둘 살람 하나피는 제2부총리, 몰로이 아미르 칸 무타키는 외교부 장관으로 각각 임명됐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역할이나 세부 정부 체제 형태에 대해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이번 인선은 조직 내 정파들이 경쟁 끝에 타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지난 3일 정부 출범식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정이 미뤄져 왔다.

 

NDTV는 그 이유에 대해 바라다르 측, 하카니 네트워크, 칸다하르 정파, 동부 지역 반독립 조직 등이 권력 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그간 새 정부는 포용적으로 구성될 것이며 여성 인권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명단에는 아프간 정부 출신 관료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여성도 배제되는 등 내각 멤버 전원이 탈레반 핵심 강경파로 구성됐다. 조직 창설자 모하마드 오마르 관련 인맥과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출신,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배자도 중용됐다.

 

이와 관련해 무자히드 대변인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등용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미국의 침공에 의해 정권에서 밀려난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의 본격적인 철군을 계기로 공세를 강화했으며 지난달 15일 카불까지 점령하면서 정부 측의 항복을 받아냈다.

 

탈레반은 이전 통치기(1996∼2001년) 때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를 국호로 사용했으며 지금도 탈레반은 이를 자신들의 정식 조직 이름으로 활용 중이다.

 

새 정치 체제의 공식 명칭, 국기, 국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보수적 과도정부 발표…원리주의와 현실 사이 모색 계속될 듯

모하마드 하산 아훈드 총리 지명도 떨어져 온건-강경파 사이 타협 산물 관측

각료들 핵심 탈레반 인물 일색 “포용적 개방적 정부 추구” 애초 방향과 달라

대변인 “과도” 정부일 뿐 강조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원리주의 정파 탈레반이 7일 ‘아프간 이슬람 에미리트(토후국)’ 과도정부를 구성했다며 각료 명단을 공개했다. 면면을 보면 보수 강경파의 색깔이 강하지만, 탈레반 1차 집권(1996~2001년) 이후 20년에 걸친 ‘현실적 공백’을 외면할 수도 없어 원리주의와 현실주의 사이 정책 노선을 둘러싼 고민은 계속될 듯 보인다.

 

아프간 현지 언론 <톨로뉴스> 등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하마드 하산 아훈드를 총리로 하는 과도정부 구성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5일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은 애초 3일께 새 정부 구성안을 밝힐 것으로 예측됐지만 발표가 늦어졌다. 그 때문에 상당한 내부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하산 아훈드를 총리로 내세운 카드는 탈레반 내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 ‘타협의 산물’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는 탈레반 1차 집권 때 외교부 부장관을 맡았던 인물로 군사보다 종교 분야에 영향력이 있다. 탈레반 내 ‘2인자’이자 이날 부총리로 지목된 압둘 가니 바라다르보다 지명도가 낮다. <비비시>(BBC) 방송은 “탈레반 강경파와 상대적 온건파가 내부 분쟁을 벌였다는 보도들이 있었다. 그의 (총리) 지명은 (그에 대한) 타협책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바라다르는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종전 협상을 이끈 경험 등으로 인해 온건파로 꼽힌다. 또 다른 부총리는 파슈툰족이 다수인 아프간에서 소수민족인 우즈베크족 출신 압둘 살람 하나피가 임명됐다.

 

강경파는 실권을 쥔 모양새다. 탈레반의 강경파이자 국제 테러 조직으로 알려진 ‘하카니 네트워크’의 수장인 시라주딘 하카니는 경찰 등 치안 업무를 전담하는 내무장관에 임명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하카니가 지난 2008년 미국인을 포함해 6명의 희생자가 나온 카불 호텔 테러와 관련이 있다며 현상금 1000만달러를 내걸고 수배한 상태다. 탈레반 초대 지도자인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 야쿠브는 국방장관에 올랐다. 기존 아프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나 여성은 이날 각료 명단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외신들은 탈레반이 카불 입성 뒤 밝혔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 구성” 계획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했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이며 공개적인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하이바툴라 아훈자다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국민들이 이슬람 통치와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탈레반의 기본적인 방침은 20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다만 “이슬람 에미리트는 이슬람의 신성한 종교의 요구의 틀 안에서 인권과 소수민족의 권리, 소외된 집단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진지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변화 의지도 내비쳤다.

 

실제, 탈레반은 카불 입성 뒤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보수적인 이슬람 율법을 통치의 기본으로 하면서도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20년 전처럼 여성 교육을 금지하는 대신, 교실에 커튼을 쳐서라도 남녀를 분리하고 눈만 노출할 수 있는 ‘니캅’을 입고 수업을 받으라는 식이다. 여성 취업도 샤리아 안에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실권한 아슈라프 가니 정권에서 일했던 이들에 대한 사면령도 발표한 바 있다. 20년 전과 같은 극단적 샤리아 통치로는 국가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수용한 모양새다. 실제, 아프간 인구의 60%는 탈레반 통치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고, 여성들은 소수지만 이전과 같은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극단적 통치로 아프간 관료 기구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국가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탈레반이 원리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에 어떤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번 정부가 “과도 정부”일 뿐이라며 “아프간의 다른 부분에서도 사람들을 발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탈레반 최고지도자 조만간 모습 드러낼 듯…"정부 발표도 곧"

  대변인 기자회견  "출범 발표에 약간의 기술적 문제 남아"

"새 정부에 구 정부군 참여 요청…국제선 운항 재개 준비 중"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 [AFP=연합뉴스]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성공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조만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아쿤드자다는 탈레반이 지난달 15일 카불 등을 장악한 후에도 남부 칸다하르 등 은신처에 머무르며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1961년생으로 추정되는 아쿤드자다는 2016년부터 탈레반을 이끌고 있다. 그는 최고 지도자 자격으로 정치, 종교, 군사 분야의 중요 결정을 내려왔다.

 

무자히드는 새 정부 출범 계획과 관련해서는 "최종 결정은 이뤄졌고 조만간 새 정부가 발표될 것"이라며 약간의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범식에는 다른 나라도 초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앞서 아랍권 매체인 알 자지라는 탈레반이 출범식에 중국, 터키,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카타르 등을 초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AFP=연합뉴스]

 

그는 또 향후 변화를 염두에 둔 과도 정부 형태를 우선 발표할 것이라며 새 정부에 전 정부군도 함께 참여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자히드는 다만 구체적으로 언제 정부 출범식을 열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탈레반은 지난 3일 출범식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탈레반이 연계 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와 갈등을 빚은 끝에 총격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탈레반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부상했다는 소문도 돌기도 했다.

 

무자히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와 관련한 소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미군 철수 후 운영에 차질이 발생했던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과 관련해서는 국제선 운항 재개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최근 카불에 도착한 카타르 기술팀의 도움 등으로 카불 공항의 국내선 운항은 재개한 상태다.

 

또 무자히드 대변인은 저항군의 마지막 거점인 북부 판지시르를 완전히 장악했다며 "아프간 내 전쟁은 끝났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들의 통치에 대한 어떠한 반란도 강하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저항군을 이끄는 아흐마드 마수드는 이날 오후 트위터에 "나는 안전하다. 걱정하지 말라"며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탈레반 내부 갈등 총격전…2인자 바라다르 부상설"

저항군 대응 방식 놓고 탈레반-하카니 네트워크 충돌 소문

현지 매체 "바라다르, 파키스탄서 치료"…탈레반 공식 확인 없어

  

아프가니스탄 하미드 카르자이 카불 국제공항에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경비를 선 모습. [EPA=연합뉴스]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성공한 후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내부에서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탈레반과 극단주의 연계 조직 하카니 네트워크 간에 총격전까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탈레반 2인자로 이번 정부를 사실상 이끌어갈 것으로 알려진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부상했다는 소문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6일 ANI통신 등 인도 언론과 아프간 지역 매체에 따르면 바라다르 측과 또다른 탈레반 간부 아나스 하카니 측 대원들이 지난 3일 밤 수도 카불에서 권력 투쟁을 벌였고 총격전도 발생했다.

 

현지 소규모 매체인 판지시르 옵저버는 4일 트위터를 통해 바라다르와 하카니에 각각 충성하는 대원들이 판지시르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이견을 보이면서 싸움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판지시르는 반(反)탈레반 저항군의 마지막 거점으로 현재 이곳에서는 탈레반과 저항군이 치열하게 교전하고 있다.

 

판지시르 대응과 관련해 바라다르는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하카니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는 지난 3일 내부 갈등 와중에서 바라다르가 부상했다는 보도도 전했다.

 

판지시르 옵저버는 "바라다르가 부상했고 파키스탄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고 밝혔다.

 

친저항군 소셜미디어(SNS) 계정인 '북부 동맹'도 트위터를 통해 "바라다르는 그의 대원들에게 판지시르에서 싸우지 말고 카불로 복귀하라고 명령했다"며 "바라다르는 심하게 다쳐 치료를 위해 파키스탄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탈레반 지도자 중 한 명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AFP=연합뉴스]

 

이에 대해 탈레반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3일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던 새 정부 내각 발표 일정은 미뤄진 상태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4일 "새 정부와 내각 명단 발표는 다음 주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스푸트니크통신도 3일 소식통을 인용해 발표 연기 이유 중 하나가 탈레반과 하카니 네트워크 간의 의견충돌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한 하카니 네트워크는 1990년대 후반 탈레반과 손잡은 극단주의 조직이다. 2017년 150명의 목숨을 앗아간 카불 트럭 폭탄 테러 등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탈레반과 하카니 네트워크는 외부 세력에 맞서기 위해 힘을 합치기는 했지만, 정책 노선 등에서는 종종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라다르와 갈등을 일으킨 것으로 보도된 아나스 하카니는 하카니 네트워크를 세운 잘랄루딘 하카니의 아들이다.

 

 

한편, 탈레반이 내각 명단 발표와 함께 새 정부 출범을 선언하면 지난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전쟁 개시로 탈레반이 축출된 이후 20년만에 다시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치하게 된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정권을 잡았던 탈레반은 당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엄격하게 적용해 사회를 통제했다.

 

하지만 미군 철수와 함께 지난 15일 카불을 장악한 뒤로는 20년 전과 다른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를 만들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해왔다.

 

탈레반, 니캅 착용조건 여대생 등교 허용…“남녀 철저 분리해야”

눈만 보이는 무슬림 복장 착용 전제로

‘여성 교육 금지’ 1기 집권기와 차이

“수업·등하교 남녀 마주치지 않아야”

“여성 교원 부족해” 실효성 의문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5일 여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카불/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탈레반이 사립대 개학을 앞두고 여성들에게 대학 교육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눈만 보이는 니캅을 착용하고, 남녀를 엄격히 분리해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AFP 통신은 5일 탈레반 새 정부의 교육 당국이 이런 내용으로 여성들 교육에 관한 법령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여성들에게 니캅 착용을 조건으로 대학 교육을 허가한다는 것은 이전과 달리 “포용적” 정책을 펴겠다는 탈레반 새 정권의 입장에 맞춘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탈레반의 ‘1기 집권기’(1996~2001년) 때는 여성들의 학교 교육이 금지됐다. 또 공공장소에서 무슬림 여성 복장 중 가장 규제가 심한 부르카를 입어야 했다. 부르카는 머리부터 발목까지 통옷으로 철저히 덮고 눈도 망사로 가린다. 니캅은 이보다 한 단계 아래로 눈은 망사 없이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수도 카불 시내에서 부르카와 니캅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복장 규제는 이전보다 분명한 퇴보로 해석된다. 탈레반은 사립대 여학생들이 니캅을 써야 할 뿐 아니라 몸 전체를 가리를 통옷 아바야를 착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니캅.

 

탈레반 정권은 이어 대학에서 남녀 분리를 철저히 지키라고 했다. 이 법령에 따르면 남녀는 교실을 분리해야 하고, 교실을 나눌 수 없다면 커튼이라도 쳐서 서로 볼 수 없게 해야 한다. 여학생 교육은 오로지 여성만 맡도록 했다. 여자 교원을 구할 수 없다면 “행동거지가 양호한 나이 많은 남자 교원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남학생과 여학생은 학교 출입구도 따로 쓰고, 여학생들 수업은 남학생들보다 5분 일찍 마쳐 남녀가 마주치지 않도록 했다. 남학생들이 하교할 때까지 여학생들은 대기실에 머물러야 한다.

 

탈레반 1기 정권이 미국의 공격으로 몰락한 뒤 아프간의 여성 진학률은 크게 올라갔다. 이번 조처는 이런 현실에 따른 절충책으로도 볼 수 있다. 앞서, 탈레반이 지난달 중순 이후 카불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교육시설을 공격하고, 길거리에서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을 해코지했다는 말이 돌아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이 조처에 대해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아에프페>에 “여성들에게 등교를 허용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조처”라면서도 “우리는 여성 교원 수가 부족하고, 여학생들을 분리해 가르칠 교실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카불 등지에선 교육과 일자리에서 남녀 평등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소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중이다.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 4일 카불에서 여성 시위대를 폭행하고 외신 기자에게 총구를 들이댄 사건과 관련해 탈레반 대원 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새 정부 구성이 끝나지 않았고 치안도 불안하다며 “지금은 시위할 때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현재 아프간 인구의 60% 정도는 과거 탈레반 치하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인데다 서구 문명과 인터넷을 경험한 이들이어서 탈레반이 과거처럼 원리주의에 기초한 정책을 펼 경우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한편, 탈레반은 반군의 최후 거점인 판지시르주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6일 밝혔다. <에이피>(AP) 통신은 탈레반 전사 수천명이 밤사이 작전으로 판지시르주 8개 구역을 장악했다는 목격자들 말을 전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해외 도주 이후 대통령 대행임을 주장하는 암룰라 살레 전 부통령이 이끄는 ‘아프간 국민 저항 전선’은 판지시르에서 저항을 이어왔다.

 

‘아프간 국민 저항 전선’은 탈레반의 승리 선언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전략적 거점들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며 “탈레반과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본영 기자

 

기시다·고노, 보수파 눈치보기…다카이치 "北 제재 더 강화할 수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후임을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포스트 스가' 후보들은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에 영향력을 가진 아베 전 총리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한편, 당내 보수파의 마음을 잡기 위해 보수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1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스가 총리의 총재 선거 불출마 선언 이후 표면적으로는 발언을 삼가고 있지만, 많은 국회의원이 면담을 신청해 그의 의중을 떠보고 있다.

 

전날에도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과 기시다(岸田)파의 네모토 다쿠미(根本匠) 사무총장 등이 아베 전 총리와 면담했다.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

 

지난달 26일 가장 먼저 총재 선거 출마를 발표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호소다파에 영향력을 가진 아베 전 총리와 당내 2위 파벌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지원을 받아 국회의원 표를 굳힌다는 게 기본전략이었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가 지난 8일 총재 선거 입후보를 선언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을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는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단에 아베 전 총리의 아킬레스건인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 관련 재무성의 공문서 조작과 관련해 "재조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와 함께 아소 재무상을 배려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일본 집권 자민당의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회장이 지난달 26일 수도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당 총재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그는 8일 정책 발표를 하면서 대담한 금융정책, 기동적인 재정정책, 성장전략을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를 이어받겠다는 뜻도 밝혔다.

 

기시다는 전날 헌법 개정 의지를 밝히고 '모계(母系) 일왕'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산케이신문은 기시다가 보수적인 입장을 내놓는 것은 개헌을 목표로 하고 모계 일왕을 부정하는 아베와 그 출신 파벌의 협력을 얻고 싶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시다 측은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 기시다 전 정조회장과 이날 출마를 공식 발표하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이 남으면 아베 측이 자신들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노 담당상은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지지 확보에 나서면서도 보수파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는 자민당 내 보수파가 반대하는 모계 일왕 검토 주장을 최근 철회했다.

 

그는 지난 8일 모계로의 일왕 승계 자격 확대를 보류한다는 등의 정부 전문가 회의 중간 논의 결과에 대해 "전혀 이론이 없다"고 밝혔다.

 

고노는 자민당 내 보수파 의원 그룹인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의 대표인 아오야마 시게하루(靑山繁晴) 참의원과의 최근 면담에서도 자신은 "모계 용인론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노는 작년 8월 부친의 혈통을 물려받은 남성인 이른바 '남계남자'(男系男子)만 왕위를 계승하도록 정한 현행 제도의 취약함을 지적하며 모계 일왕을 인정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한 바 있다.

 

아베 전 총리가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총리가 되더라도 계속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겠다는 밝힐 정도로 극우 성향의 인물이다.

 

다카이치는 매년 태평양전쟁 종전일(8월 15일)과 봄·가을 예대제(例大祭·제사) 때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왔다.

 

다카이치는 전날 기자단에 아베의 후원에 대해 "매우 감사한 일"이라며 "정말 큰 영향을 가지고 있어 제가 지원을 부탁할 수 없었는데,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 "북한에 대한 제재는 더 강화할 수 있다. 일본의 진심을 어떻게 전하느냐다"라고 말했다.

 

아베 정권의 최대 과제였던 납치 문제 해결을 강조해 자신이 '아베의 후계'라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차기 일 총리 '고노 급부상' … "이시바 제치고 선호도 1위"

고노 23% 이시바 21% 기시다 12%…유권자 47% "스가 퇴진 당연"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이시바 시게루, 고노 다로

 

일본 스가 총리의 사임발표로 후임 총리 선출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 최대 일간지의 차기 총리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요미우리신문은 4~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여론조사(응답자 1천142명)를 한 결과, 응답자의 23%가 차기 총리로 어울리는 정치인으로 고노 담당상을 선택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21%,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12%,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이 11%,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5%로 뒤를 이었다.

 

 

요미우리의 직전 지난달 7~9일 여론조사 때 차기 총리 선호도는 이시바 전 간사장 19%, 고노 담당상 18%였는데 이번 조사에서 역전됐다.

 

교도통신이 4∼5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총리로 어울리는 인물은 누구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31.9%는 고노를 선택했다.

 

2위는 26.6%의 선택을 받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었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18.8%로 뒤를 이었다.

 

이번 요미우리 여론조사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 지지율은 31%로 직전 조사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9월 내각 출범 이후 가장 낮았다.

 

스가 총리의 퇴진 선언 관련 질문에는 47%가 "당연하다"고 응답했지만, 39%는 "그럴 필요는 없었다"고 답했다.

 

정당 지지율은 자민당이 36%로 직전 조사 대비 4%포인트 상승했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지지율은 7%로 같은 기간 2%포인트 올랐다.

 

일 총리 유력후보 3색 '고노=발신력 · 이시바=인품 · 기시다=개혁'

 자민당 총재 선거 3파전 전망…새 총재는 내달 국회서 총리 지명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뒤를 이을 후보로 거론되는 3인방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는 각자의 색깔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일본의 유권자들은 이들의 장점으로 고노 행정개혁담당상의 경우 '발신력'(메시지 전달 능력)을, 이시바 전 자민당 간사장은 '인품'을, 기시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개혁의지'를 꼽았다.

 

요미우리신문은 4~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천142명에게 유·무선 전화로 '자민당 정치인 중 차기 총리로 누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응답자의 23%는 고노 담당상, 21%는 이시바 전 간사장, 12%는 기시다 전 정조회장을 꼽았다.

'차기 총리로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복수 응답이 가능한 7개의 보기를 제시하며 묻자, 고노 담당상을 선택한 유권자의 경우 "발신력이 있다"가 88%로 응답 비중이 가장 높았다.

 

고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트위터 팔로워만 235만 명에 달하며, 언변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인품을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 비중이 78%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시바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로 2017년 아베 정권을 뒤흔든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에 대해서도 재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차기 총리로 어울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개혁 의지가 있다"가 79%로 응답 비중이 가장 높았다.

 

스가 총리의 불출마 선언 전인 지난달 26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발표한 기시다는 취임한 지 5년이 넘은 당내 실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을 겨냥해 당 간부 임기를 1기에 1년, 연속 3기로 제한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오는 29일 투·개표가 이뤄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는 고노, 이시바, 기시다 간 3파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집권 자민당의 새 총재는 다음 달 상순께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스가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로 지명된다.

 

자민당은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과반을 점하고 있다.

 

10월 21일 임기 만료인 중의원을 뽑는 총선거에서 자민당은 새 총리를 '선거의 얼굴'로 내세우게 된다.

 

수도 카불에서 이틀 연속 시위

여성들의 교육, 일자리 권리 요구

경고사격 · 최루가스 폭력 진압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3일 수도 카불에서 여성들의 새 정부 참여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남성들과의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며 용감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탈레반이 경고사격, 구타, 최루가스로 폭력 진압에 나서면서 여성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 통신은 4일 아프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 근처에서 여성 수십명이 확성기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참가자들은 여성 권리를 크게 억압한 탈레반 정권이 몰락(2001년)한 뒤 성장기를 보낸 20대가 대부분이었다. 카불에서는 전날에도 여성 수십명이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현지 언론 <톨로 뉴스>의 영상과 참가자들이 외신에 전한 내용을 보면,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의 모토는 자유”라고 쓴 손 팻말을 들고 여성들의 일할 권리와 새 정부 참여를 요구했다. 이들은 행진 시작 전 국방부 청사 앞에 탈레반과 싸우다 전사한 정부군을 추모하는 화환을 놓았다. 한 참가자는 “우리는 아프간에서 인권을 얻으려고 이 자리에 왔다”며 “난 나의 조국을 사랑하며, 언제까지나 이곳에 있겠다”고 했다.

 

시위대는 재무부 청사 근처에서 탈레반 대원들에게 둘러싸였다. 몇몇 탈레반 관리들은 함성을 지르는 이들에게 접근해 요구 사항을 물었다. 메가폰을 잡은 한 남성은 “당신들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수다바 카비리(24)라는 대학생은 탈레반 관리에게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는 여성들에게 권리를 줬다며, 자신들은 그것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시위대가 대통령궁에 접근하면서 폭력 진압이 시작됐다. 탈레반 쪽은 페퍼 스프레이와 최루가스를 뿌렸다. 한 여성은 “왜 때리냐”고 소리질렀다. 한 시위 참가자는 <뉴욕 타임스>와의 통화에서 탈레반이 최루가스, 소총 개머리판, 쇠막대기를 이용해 약 100명의 참가자를 해산시켰다며 “저항하며 행진을 계속하려 하자, 탈레반 대원이 나를 밀치고 날카로운 금속 장비로 때렸다. 탈레반은 계속 우리를 저주하고 모욕했다”고 했다. 그는 금속 장비에 맞아 한때 의식을 잃고, 머리가 찢어져 다섯 바늘을 꿰맸다고 했다.

 

아프간 정부에서 일했던 한 여성은 “동료들과 함께 정부 사무소 근처로 가려는데 탈레반이 여성들을 전기충격기와 최루가스로 공격했다. 탄창으로 머리를 때려 피가 흐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탈레반 특수부대원들은 대통령궁 앞에서 공중에 경고사격을 하고 최루가스를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서슬 퍼런 탈레반에 맞서는 여성들의 시위가 이어지는 것은 이 집단이 1996~2001년 ‘1기 집권’ 때처럼 여성들의 취업과 학업을 금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일 서부 도시 헤라트에서도 여성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갑자기 사무실에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탈레반 관리들을 만나 설명을 요구했다.

 

여성들 권리 문제에 대한 새 탈레반 정권의 메시지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탈레반은 ‘1차 집권’ 때보다 포용적인 정부 구성과 관용적인 이슬람 통치를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달 말, 정부에서 일한 여성들은 사무실과 거리에서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여성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른 통치를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복지부 여성 공무원들은 사무실로 복귀하라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뉴욕 7명, 뉴저지 2명 숨져... 두곳 모두 비상사태 선포

맨해튼 도로 및 지하철 침수 센트럴파크엔 사상 최대 강우

 

미국 본토에 상륙해 북진한 허리케인 아이다로 뉴욕시 일대에 긴급홍수경보가 발령되고 통행금지가 선포된 가운데,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 인근의 물에 잠긴 도로 위에서 시민들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미국 본토에 상륙해 북진한 허리케인 아이다가 북동부에 많은 폭우를 뿌리면서, 뉴욕과 뉴저지에서 2일 오전 8시(한국시각 저녁 9시) 기준 최소 9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물바다로 변해버린 두 주에선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등에 큰 피해를 안긴 아이다는 육지에 상륙해 북상하면서 소멸단계에 접어들었으나, 2일 동부 뉴잉글랜드까지 접근해 폭우와 강풍으로 인한 피해를 키우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역사적인 기상 재난”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주와 뉴저지주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로이터>는 국립기상청이 뉴욕에 홍수 경보를 발령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부연했다.

 

NBC 등 외신은 뉴욕에서 두 살 남자아이를 포함해 7명이 숨지고, 뉴저지에서 2명이 숨지는 등 최소 9명이 숨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뉴저지주 퍼세이크 시장인 헥터 로라는 CNN에 “홍수에 휩쓸린 차량에서 70대 남성의 주검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뉴욕 주요도로인 맨해튼 동쪽 ‘에프디아르’(FDR)로 및 ‘브롱스 리버 파크웨이’가 전날 밤부터 폭우로 잠기기 시작했다. 뉴욕의 지하철과 그 역들도 침수돼, 메트로폴리탄교통청은 모든 지하철 운행을 중단했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는 지하철 차량에 물이 들어와 승객들이 좌석 위에 올라선 모습을 담은 동영상들이 올라왔다.

이에 따라 뉴욕 시당국은 이날 새벽 5시까지 비상 차량을 제외하고는 통행금지를 선포했다. 뉴욕기상관측소는 1일 밤 뉴욕시 일대에 일급 긴급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이 경보는 “갑작스런 홍수로 생명에 대한 중대한 위협와 재앙적인 손해가 발생하거나 곧 발생할 극히 드문 상황”에서 발령된다.

 

기상관측소에 따르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는 1일 밤 시간당 8㎝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이 공원에서 기록된 역대 가장 많은 강수량이다.

 

아이다는 또 1일 아침부터 대서양 연안의 중부 주들을 통과하면서 적어도 두 차례의 토네이도까지 동반했다. 이 토네이도로 뉴저지 남부 키니의 한 우체국 지붕이 날아가는 등 곳곳에서 큰 피해를 입혔다. 정의길 기자

 

"하늘에서 나이아가라폭포가 쏟아졌다"…허리케인에 마비된 뉴욕

5시간만에 수영장 5만개 채울 비 내려…물바다 된 도로·지하철서 밤새 구조

뉴욕 사망자 대부분은 아파트 지하 살던 빈민층… "지옥을 겨우 통과했다"

 

 미국 뉴욕에서 홍수에 잠긴 자동차 [로이터=연합뉴스]

 

허리케인 아이다가 쏟아낸 5시간의 폭우에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뉴욕시가 마비됐다.

 

뉴욕을 비롯한 미 북동부 일대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물론 교통이 마비되고 정전 피해가 속출하면서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2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뉴저지·펜실베이니아주에서만 최소 24명이 숨지고 15만 가구 이상이 여전히 정전 상태다.

 

전날 저녁 아이다의 영향으로 역대 최악의 폭우가 쏟아진 탓이다.

 

뉴저지·펜실베이니아·매사추세츠·로드아일랜드주에서는 9인치(약 22.9㎝) 이상의 비가 내렸다고 미 국립기상청(NWS)이 밝혔다.

 

뉴욕시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센트럴파크에서는 7.19인치(약 18.3㎝)의 비가 쏟아져 1869년 기상 관측 이래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시간당 강수량도 최대 3.15인치(약 8㎝)로 지난달 21일 열대성폭풍 헨리 때 세운 종전 기록 1.94인치를 불과 11일 만에 갈아치웠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말 그대로 하늘이 열리고 나이아가라 폭포 수준의 물이 뉴욕 거리로 쏟아져 내렸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전날 저녁 뉴욕시 일대에 쏟아진 비가 350억 갤런으로 올림픽 규격 수영장 5만개를 채울 수 있을 정도라고 추산했다.

 

당초 3∼6인치(약 7.6∼15.2㎝)의 비가 내릴 것이라던 기상 예보를 웃돈 강수량에 뉴욕을 포함한 동북부 다수 지역이 물바다가 됐다.

 

맨해튼 FDR드라이브와 브롱크스 리버파크웨이 등 주요 도로가 물에 잠겨 강으로 변하자 운전자들은 차를 버리고 황급히 대피해야 했다.

 

뉴욕시 지하철 46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해 15∼20대의 지하철에서 밤새 구조작업이 펼쳐졌다.

 

타임스스퀘어역에서는 지하철이 멈춰선 전날 저녁 9시45분께부터 승객들이 폭우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지하철역 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CNN이 전했다.

 

뉴욕에서 주민들을 구조하는 구급대원들 [로이터=연합뉴스]

 

지하철을 포함한 뉴욕 대중교통은 이날까지도 완전히 정상 운행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시 소방국은 도로와 지하철 등에서 수백명을 구조했다고 밝혔고, 필라델피아 소방국도 최소 100명을 홍수 피해로부터 구조했다고 밝혔다.

 

호컬 주지사는 "전례없는 폭우로 뉴욕시가 마비됐다"고 말했고,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시민들이 지옥을 겨우 통과했다.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특히 사망자의 대다수가 아파트 지하에 살던 저소득층 주민들이어서 세계 경제 중심지인 뉴욕의 어두운 면을 여과없이 드러냈다고 NYT는 지적했다.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과 이민자 가정이 주로 사는 아파트 지하는 대부분 불법으로 개조한 주거시설이어서 홍수와 화재에 취약하다.

 

뉴욕시 퀸스에서 2살 아기와 부모가 숨진 아파트, 86세 할머니가 숨진 아파트는 모두 주거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지하 건축시설로 확인됐다.

 

뉴욕에서 홍수로 엉망진창이 된 가게를 정리하는 종업원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