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동안 휴무 실시한 러시아 상황도 개선되지 않아

프랑스 입원 환자 다시 늘고, 슬로바키아는 규제 강화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한 9일 동안의 휴무가 끝난 8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독일의 확진자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바이러스 확산세를 막으려 9일 동안 휴무를 실시한 러시아의 확진자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입원 환자가 다시 늘고 있으며, 슬로바키아는 방역 관련 규제 조처를 확대하는 등 유럽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독일의 공공 질병 관리 기관인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는 지난 일주일 동안 새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인구 10만명당 201.1명이었다고 8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는 기존 최고치인 지난해 12월22일의 197.6명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날 하루 신규 확진자는 1만5513명이었으며, 사망자도 33명이 발생했다.

 

독일의 상황은 유럽 국가 중에는 양호한 편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병원 입원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 때문에 긴급하지 않은 수술을 미루는 병원들도 나타나고 있다. ‘집중 치료 및 응급의학 협회’의 과학 책임자 크리스티안 카라기아니디스는 앞으로 몇 주 동안 확진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른 수술 일정을 미루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이들은 지난 7월27일 전체 인구의 50%를 넘었으나, 최근 몇 달 동안은 백신 접종이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 7일 현재 접종 완료 인구는 전체 인구의 66.5%로, 스페인(79.9%) 이탈리아(72%) 등에 크게 못미친다.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9일 이상 온나라가 휴무에 들어갔던 러시아의 상황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휴무가 끝난 8일 확진자는 3만9400명이었으며 사망자도 1190명 발생했다. 러시아에서는 10월 하순부터 하루 확진자 4만명과 사망자 1100명 정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 대변인은 “휴무 조처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했는지는 일주일 쯤 두고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날 입원 환자가 지난 8월23일 이후 최고치인 156명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와 함께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코로나19 환자도 한달 사이 최대로 늘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9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 경제 개혁 등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상황이 나쁜 나라로 꼽히는 슬로바키아도 신규 확진자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방역을 위한 규제 조처를 확대했다. 이번 조처로 전국의 절반 정도에 이르는 지역에서 호텔, 주점, 식당 영업이 중단됐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슬로바키아는 지난주 잇따라 하루 최고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이날도 6805명의 확진자가 새로 나왔다. 슬로바키아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유럽연합 최저 수준인 전체 인구의 42.3%다. 신기섭 기자

 

WHO "유럽, 다시 팬데믹 진원지로"…코로나19 재확산 경고

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거의 180만명, 사망자는 2만4천명

 

4일 독일 하이델베르크 구도심에 있는 한 카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규정 정보가 게시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4일 유럽이 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진원지가 됐다며 내년 2월까지 50만명의 사망자가 더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스 클루주 WHO 유럽 사무소 소장은 이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당 지역에서 확진자 수가 다시 기록적인 수준에 근접하기 시작했으며 전염 속도도 매우 우려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WHO는 유럽 지역을 러시아,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를 포함해 53개국으로 분류한다.

 

클루주 소장은 "우리는 또 한 번 팬데믹 재유행의 중대한 시점에 있다"면서 "유럽은 팬데믹의 진원지로 다시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예방 조치 완화와 일부 지역의 낮은 백신 접종률이 최근 코로나19 감염 급증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WHO가 유럽 지역으로 분류한 53개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율은 지난 한주에 걸쳐 두 배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이 지역에서 내년 2월까지 50만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더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클루주 소장은 유럽 지역의 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거의 180만명으로, 전주보다 6% 증가했고, 주간 사망자는 2만4천명으로 전주보다 12%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중·일·아세안 등 15개국 가입…인도는 ‘옵서버’ 참여

‘철강업종 수혜’ 한국, 비준 절차상 1월 말 적용될 듯

 

 지난 2019년 타이 방콕에서 열린 알셉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 비준 절차를 마친 10개국부터 내년 1월1일 협정이 발효된다. AFP 연합뉴스

 

한국·중국·일본·동남아시아연합(아세안)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하 알셉)이 내년 1월1일 공식 발효한다. 낮아진 관세 장벽을 활용한 국내 기업들의 수출 활동이 점차 활발해질 전망이다. 다만 관세 철폐가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비개방 품목도 많은 터라 협정 발효 직후부터 그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정부는 2일 RCEP을 비준했다고 발표했다. RCEP 협정에 따르면 아세안 회원국 최소 6개국과 아세안 비회원국 최소 3개국이 비준서를 아세안 사무국장에게 기탁하면 기탁일로부터 60일 뒤, 비준서 기탁국들부터 협정이 발효된다. 중국, 일본,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싱가포르, 타이, 베트남이 이미 비준을 마친 상태에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까지 해당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협정 발효 요건이 충족됐다. 한국은 국회 비준 절차가 진행 중인 터라 협정 적용 시점은 내년 1월 말로 정부는 예상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쪽은 “국회 내에 별다른 이견이 없는 만큼 비준 절차는 무리 없이 완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도도 RCEP 가입 협상을 벌여왔으나 시장개방에 따른 중국산 공산품 수입 급증 우려 등 때문에 참여하지 않았다. 일본은 인도가 가입해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했으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인도를 ‘옵서버’로 참여하도록 허용하기로 회원국들이 합의해 향후 가입의 여지를 뒀다.

 

RCEP은 여러 측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이다. 산업부 자료를 보면, 참여국의 총인구는 22억6천만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29.9%에 이른다. 역내 무역 규모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전 세계 대비 비중도 각각 30% 안팎에 이른다. 지난 2018년 12월 발효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역내 무역 규모(2조9천억달러)보다 RCEP이 두배 가까이 더 많다.

한국은 이 협정 가입에 따라 개별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게 된다. 다만 RCEP은 단계적으로 관세를 줄이기로 한 품목이 많은 데다 개방에 포함하지 않은 품목도 많은 비교적 ‘느슨한’ 자유무역협정이다. 한 예로 한국은 자동차 시장을 일본에 개방하지 않고, 대신 일본은 김치·파프리카 등 농산물을 개방 품목에서 제외했다. 협정 발효에 따른 눈에 보이는 효과를 단기간에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일부 품목에선 수출 증가와 같은 긍정적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날 공산이 높다. 정부는 대표 수혜 업종으로 자동차 부품과 철강을 꼽는다. 해당 품목에 대한 관세 장벽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타이 등은 안전벨트와 에어백, 휠 등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다. 5% 관세율이 적용되던 봉강 등 철강 제품과 20% 관세가 부과돼 오던 철강관도 모두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게 됐다. 지난해 기준 국내 철강회사들의 RCEP 가입국으로의 수출 규모가 129억달러로 전 세계 수출의 절반가량 차지한 점을 염두에 두면 협정 발효에 따른 수출액 증가와 해당 기업의 이익률 개선을 기대해볼 만하다. 김경락 조기원 기자

COP26 성과 중간 평가

삼림파괴 중단 이어 메탄감축, 두 가지 합의는 의미있는 성과

탄소중립·석탄발전 중단시점은 선진국-개도국 간극 여전히 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다. 인류와 기후변화의 싸움을 축구로 말한다면 5-1로 지는 게임이었다. 지난 이틀 동안 세계에서 모인 120명의 정상들과 함께하며 우린 한 골, 아마 두 골을 만회했다.”

 

2일 오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번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둘째 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 연단에 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조금 지친 듯한 표정이었다. 연단 배경에 영국 국기와 유엔기를 두고 회견에 임한 존슨 총리는 이번 총회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의 설명대로 총회 참가국들은 2030년까지 세계 각지의 삼림 파괴를 중단한다는 것과 메탄 배출을 30% 감축한다는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뤄냈다. 존슨 총리는 “앞으로 2주에 걸쳐 상세한 내용에 대한 협상이 남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종말의 날로 가는 시계는 여전히 재깍대고 있지만, 우리에겐 폭발물 처리반이 있다”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이 평가대로 이번 총회에서 참가국들은 삼림 파괴와 메탄 배출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합의를 이뤄냈다. 삼림 파괴와 관련해선 중국·러시아뿐 아니라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로 국제적 비난을 한 몸에 받아온 브라질의 동참 약속도 끌어냈다.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지구온난화 효과가 강한 메탄 배출과 관련해서도 105개국의 동의를 얻어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9월 유엔 총회 때 이 안을 공개했을 때 9개국이 서명했지만, 현재는 80개국을 넘어 100개국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이틀 동안 각국 정상들이 쏟아낸 말을 모아 보면, 최종적인 회의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총회의 성패를 가를 핵심 쟁점은 참가국들이 ‘탄소중립’의 달성 시점과 관련해 획기적인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는지 여부다. 현재 한국·미국·영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국들은 2030년까지 달성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과감히 상향 조정하며 탄소중립 목표를 2050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러시아는 2060년, 인도는 다시 10년 늦은 2070년을 목표로 내놓는 데 그쳤다.

 

둘째 쟁점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석탄 발전의 중단 시점이다. 존슨 총리는 이번 총회에서 “선진국은 2030년, 후진국은 2040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전체 전력 생산의 70~8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인도 등이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1일 연설에서 석탄 발전과 관련해선 ‘2050년’이라는 목표를 내놓는 데 머물렀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탄소 감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비용을 누가 감당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당사국총회(COP15)에서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의 탄소 감축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까지 연간 1천억달러(약 118조원)의 자금을 모으기로 했지만, 2019년 현재까지 쌓인 돈은 769억달러에 불과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 점을 문제 삼으며 “선진국들의 약속은 공허했다”고 공세를 높이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선진국들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1천억달러 자금 제공이 이뤄져야 한다”며 2025년까지 60억유로를 더 내놓겠다는 안을 밝혔다. 이번 총회를 전후해 미국(2024년까지 연간 114억달러·약 13조4700억원), 유럽연합(50억유로·약 8조2천억원), 영국(10억파운드·약 1조6천억원), 일본(5년간 최대 100억달러) 등도 비슷한 안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인류 앞에 놓인 진정한 문제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깊은 인식 차이를 메울 수 있는 ‘리더십의 부재’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에 출석하지 않은 중·러 정상을 비난하기 바빴다. 미국은 이번 총회를 활용해 기후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과 인프라 개발과 관련된 별도 회의를 개최하며 중국 견제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3일치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겨냥해 “수십년에 걸쳐 개도국들을 지속 불가능한 부채의 함정에 빠뜨리고 석탄에 의존하는 인프라에 가둔다”는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은 이 같은 비판에 자신들의 논리로 강하게 맞섰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서구 정치인들과 활동가들은 과거 자신들의 행동을 되돌아보지 않고, 기후변화의 책임을 중국·인도 등 개도국에 전가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해수면 아래로 잠기는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는 “기후변화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수천만명의 사람들에겐 말 그대로 삶과 죽음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길윤형 기자

미 정치판 휘젓는 트럼프, 3년 뒤 컴백할까

● WORLD 2021. 11. 3. 02:2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바이든 승리 미 대선 1년 지났지만 결과 부정하며 ‘재출마’ 띄워

공화당 지지층 78% “재출마를”…탈세 수사· 트위터 봉쇄도 변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가운데)가 지난 30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4차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대 휴스턴 애스트로스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 독자 의견란에 공화당의 리즈 체니 하원의원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실렸다. 체니 의원은 지난 1월 아직 대통령이던 도널드 트럼프(75)의 두번째 탄핵안에 찬성했고, 현재는 1·6 의사당 난입사태 조사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다. 그가 제3당 후보로 출마하면,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공화당 지지층 가운데 반트럼프 표를 흡수해 ‘트럼프의 당선’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미국에서 트럼프의 2024년 재출마 시나리오는 유권자들이 이런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현실적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의 우려처럼 3년 뒤 트럼프의 컴백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3일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로 끝난 미 대선 1주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대선 패배 뒤 1년이 지나도록 트럼프는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왕성한 현역 정치인으로 행보하고 있다. 그는 증거도 없이 ‘지난 대선은 사기였다’는 주장을 펴면서 집회를 열고,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는 지지, 탄핵 찬성 의원 10명 등 당내 반대 세력에는 저주를 보내며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제45대 미국 대통령’ 명의로 매일같이 바이든 대통령 비난 성명을 쏟아내고, ‘미국을 구하자’며 끊임없이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재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그들(민주당)을 세 번째 깨기로 결심할 수도 있다”거나, 자신이 출마하지 않을 유일한 이유는 “의사에게서 안 좋은 전화를 받았을 경우”라고 하는 등 출마 의사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다. 그의 오랜 참모인 제이슨 밀러는 지난 9월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재출마 가능성을 “99~100% 사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가 출마 선언을 하려는 것을 참모들이 좀더 기다리자며 말렸다고 최근 보도했다. 박홍민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겨레>에 “트럼프는 ‘출마할 수도 있다’고 흘리는 것만으로도 여론의 관심과 영향력 등 원하는 결과를 얻고 있다. 공식적으로 캠프를 꾸려 사람 고용하고 당국에 자금을 신고하는 등의 불편을 겪는 것보다 출마 선언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재출마를 노리는 트럼프의 가장 큰 밑천은 강력한 충성 지지층이다. 퀴니피액대학이 10월15~18일 성인 13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가 2024년에 다시 출마하는 걸 보고 싶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8%는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78%가 트럼프 재출마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폴리티코>·모닝컨설턴트가 10월27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35%,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60%가 지난 대선 결과가 뒤집혀야 한다고 답했다. 그리넬대학이 10월20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오늘이 2024년 대선이라면 누구를 찍겠냐’는 질문에 바이든과 트럼프가 40%씩 동률을 기록했다.

 

 

이런 인기 때문에 공화당에서 트럼프에 필적할 상대는 아직 안 보인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톰 코튼 상원의원 등 잠재적 주자들은 출마 의사를 숨긴 채 트럼프 눈치를 보고 있다. 의사당 난입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책임론을 제기했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마저 트럼프가 재출마하면 “절대적으로” 지지하겠다고 하는 등, 공화당 지도부 또한 트럼프의 자장 안에 머물고 있다.

 

물론 공고한 지지층만으로 당선이 보장되진 않는다. 기성 정치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성공한 사업가’, ‘워싱턴 정치 파괴자’ 등의 이미지에 힘입어 당선됐던 2016년에 비해 트럼프의 2024년 재도전에는 장애물도 상당하다. 미 헌정사상 하원에서 두번 탄핵당했다는 불명예, 대선 결과 부정과 의회 폭동 추동, 무책임한 코로나19 대응 등의 전력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검찰 수사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뉴욕 검찰은 트럼프의 사업체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의 탈세 등 비리를 수사 중이고, 조지아주에서는 그가 지난 대선 직후 주 장관에게 개표 결과 뒤집기를 압박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민주당)은 “트럼프는 감옥에 안 가기 위해서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1·6 의사당 난입사태 특위 조사나 8000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렸던 트위터 계정을 빼앗기는 등 예전처럼 대중에게 노출되기 어렵다는 점도 지난 대선보다 불리해진 점이다. 트럼프는 이에 맞서 자체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곧 출시해 대반격을 시도할 예정이다. 페이스북, 넷플릭스, <시엔엔>(CNN) 등에 맞먹는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그룹’을 출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냉정하게 따져볼 때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은 어떨까. 지난해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는 각각 8100만여표, 7400만여표를 득표했다. 트럼프가 재출마할 경우 민주당 지지층 결집도를 높일 가능성이 높은 반면, 트럼프가 중도표까지 확장해 7400만표를 훨씬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는 다음 대선 때 78살의 고령이 된다. 1984년 이래 2000년 한차례만 빼고 미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온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교수는 일찌감치 지난 3월 미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현직도 아니고 (성공한 사업가) 브랜드도 무너졌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다음 대선에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트럼프 재출마는 ‘상수’에 가깝다. 미국 정치를 가까이서 관찰해온 송원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국장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신봉하면서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트럼프의 ‘트루스 소셜’에 빠져들 것이다. 그런 사람이 미국에 30~40%는 있다”며 “트럼프 재등장이 외국에서 볼 때는 말이 안 되지만 냉정하게 미국 현실을 보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2024년 11월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어떤 확언도 위험하다. 하지만 내년 11월 중간선거가 트럼프의 미래를 가늠할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첫째 변수는 트럼프의 영향력이다. 래리 새버토 버지니아대학 교수가 운영하는 정치분석 뉴스레터 ‘새버토의 크리스털볼’의 존 마일스 콜먼 부편집장은 <한겨레>에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들이 공화당 경선이나 본선에서 패배한다면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낡은 뉴스로 본다는 신호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변수는 중간선거를 계기로 공화당에 새 인물이 부상할지 여부다. 박홍민 교수는 “선거를 거치며 누군가 극적으로 공화당 안에서 붐을 일으키면서 대항마로 떠오른다면 트럼프 열기가 사그라들 것이다. 그런 인물이 안 나타난다면 트럼프가 본선까지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결과조차 부정하는 트럼프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그 자체로 미국의 극심한 분열과 민주주의 위기를 웅변한다. 콜먼 부편집장은 “트럼프가 출마하지 않더라도 그의 우파 포퓰리즘은 여전히 공화당 안에서 상당한 유용성이 있다”며 “트럼프는 직접 출마하지 않을 경우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2024년 백악관 복귀에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출마할 듯 냄새를 풍기면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지지자들의 관심 속에 자신의 본능을 충족하며, 사업적인 야심까지 불려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