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사방이 바다인데…왜 K-9 자주포를 수입?

● WORLD 2021. 12. 15. 02:5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K-9 호주 수출로 본 국제정치

탱크 · 자주포, 언뜻 비슷해도 임무 설계 전혀 달라

탱크는 최전선 돌파, 자주포는 후방에서 전방 지원

호주, 근접 안보위협 없지만 중국 견제 군사력 증강

 

케이-9 자주포.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스콧 모리슨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케이(K)-9 자주포 수출 등 양국 방산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날 정상회담 뒤 호주 정부는 케이-9 자주포 생산업체인 한화디펜스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는 케이-9 자주포 30문과 케이-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구매할 예정이고, 금액은 1조 900억원으로 알려졌다. 호주와 계약하기 전까지 한국은 이 자주포를 6개국에 약 600여문(약 2조원 어치) 수출했다. 한국은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2014년), 인도(2017년), 핀란드(2017년), 노르웨이(2017년), 에스토니아(2018년)에 수출했다. 호주는 우리나라까지 합쳐 8번째 ‘케이-9 패밀리’가 됐다.

 

케이-9 호주 수출은 방산업계와 국방 당국이 10년 넘게 추진해온 사안이다. 2010년에도 케이-9 자주포가 호주 자주포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가 호주가 갑자기 사업을 취소해 무산된 바 있다. 업계와 당국 입장에선 숙원을 해결한 ‘쾌거’이다.

 

사방이 바다라서 가까운데 적성국도 없는 호주가 왜 지상전 무기인 케이-9 자주포를 수입하는 걸까.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케이-9 자주포는 현재 견인포 중심의 호주 육군의 화력 지원체계 운용 개념을 생존성 보장과 신속 타격 지원이 가능한 화력 지원 개념으로 발전시켜서 보다 입체적인 육군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구매 계약 체결 의미를 설명했다. 그런데 무기체계가 낯선 시민 입장에서 견인포, 자주포란 말부터 낯설다. 자주포와 탱크는 뭐가 다른 지도 헷갈린다.

 

국군 K2(흑표) 전차 모습. 국방부 누리집

 

먼저 자주포와 탱크는 얼핏보면 비슷하게 생겼다. 둘다 무한괘도를 바닥에 깔고 사방에 철갑 장갑을 두르고 위에 대포를 달았다. 하지만 둘은 임무와 설계가 전혀 다르다. 탱크는 최전선에서 적의 진지, 탱크 등을 조준 사격해 파괴하며, 전선을 빠르게 돌파해 적진을 무너뜨린다. 2차 대전 때 나치 독일 탱크들이 종심돌파 전격전으로 유럽을 일거에 휩쓸었다. 탱크는 최전선에서 싸워야 하므로 빠르고 민첩한 기동력과 적 탱크의 공격을 견딜 만큼 튼튼한 장갑을 갖춘다. 전차포의 유효 사거리는 3㎞ 안팎이다. 탱크는 기갑병과에서 운용한다.

 

자주포는 전선에서 수십 ㎞ 떨어진 후방에서 운용한다. 자주포는 전방에 대한 지원 사격이 주 임무라서 탱크보다 사거리가 휠씬 길다. 케이-9 자주포는 최대사거리가 40㎞이다. 자주포는 탱크처럼 목표를 정조준해 파괴하는 게 아니라 포탄을 여러 발 쏘아 파편으로 적에게 피해를 준다. 자주포는 적 전차의 포탄에도 견뎌야 하는 탱크보다 장갑의 방호력이 약하다. 케이-9 자주포는 중기관총 총탄과 포탄 파편에 견딜 정도의 장갑을 갖췄다. 자주포는 포병병과가 운용한다.

 

국군 트럭이 155mm 견인포를 끌고 가고 있다. 육군 페이스북 동영상 갈무리

 

자주포(self-propelled artillery · 自走砲)는 스스로 움직이는 대포란 뜻이다. 트럭 같은 차량에 끌려다니는 견인포와 견줘 생각하면 쉽다. 견인포는 적의 공격에 취약하다. 차량으로 대포를 끌고 이동해 차량을 떼어낸 뒤 포 진지를 구축해 사격 준비를 하는데 수 십분 이상이 걸린다. 견인포는 적에게 사격 준비 움직임이 포착되기 쉽고, 적 대포 공격이나 항공기 폭격을 받으면 속무무책이다. 견인포는 자주포와 달리 보호 장갑이 없어 적의 공격에 취약하다.

 

105mm 견인포 사격 장면. 육군 누리집 갈무리

 

자주포는 무한궤도와 엔진, 장갑, 대포를 갖추고 있어 원하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해 복잡한 절차없이 바로 포 사격을 할 수 있다. 1000마력 엔진을 단 케이-9 자주포는 최고 시속이 67㎞ 가량이다. 케이-9 자주포는 자동화 사격통제장비, 포탄 이송과 장전장치가 있어 급속발사시 15초 안에 포탄 3발을 발사할 수 있다. 분당 6~8발 사격이 가능하다.

 

자주포는 사격 뒤 1~2분 만에 원래 포격 위치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달아나 다시 사격을 할 수 있다. 통상 적 포격을 받으면 대포병 레이더로 적 포탄의 궤도를 역추적해 적 포병의 사격 위치를 파악한 뒤 아군이 대포를 쏘아(대포병 공격) 적 포병을 섬멸한다. 자주포는 처음 사격 위치에서 재빨리 이동하는 ‘사격 후 신속한 진지변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포병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은 자주포를 포병 주력으로 삼고 있다.

 

노르웨이는 2017년 케이-9 자주포 도입을 결정했다. 사진은 노르웨이 현지에서 시험평가 중인 K-9 자주포 모습. 한화디펜스 누리집

 

케이-9 자주포는 1989년 국내에서 연구를 시작해 1999년부터 국군이 본격 사용하고 있다. 케이-9 자주포는 구경 155㎜, 52구경이다. 1대 가격은 40~50억원 가량이다.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보면, 지난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케이-9 자주포가 절반 가량인 48%를 차지했다. 세계 최고의 자주포로 불리는 독일의 Pzh-2000 자주포보다 점유율이 높다. 케이-9 자주포 성능이 독일 자주포와 동등한데 가격은 20~40억원 가량 싸기 때문이다.

 

그동안 케이-9 자주포를 수입한 터키,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는 지역 안보 위협이 높은 나라들이다. 폴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는 인접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들은 러시아의 공격이나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들 나라는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러시아의 팽창정책으로 안보 위기감을 느껴 케이-9 자주포에 관심을 보였다. 터키는 쿠르드족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무장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 인도는 파키스탄, 중국과 분쟁 중이다. 인도는 지난 6월 중국과 국경 다툼을 벌이는 히말라야 라다크 동부지역에 케이-9 자주포를 배치한 바 있다.

 

지금까지 케이-9 자주포를 수입한 나라들은 지역 내 안보 위협이 높은 비서방 국가들이다. 국내 방산업계는 미국의 핵심 우방인 호주 수출을 계기로 서방권 국가에도 수출 확대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 내 대위원회실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상들은 케이(K)-9 자주포 수출 등 양국 방산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캔버라/연합뉴스

 

호주는 왜 케이-9 자주포를 수입할까. 호주의 안보 여건은 앞서 케이-9 자주포를 수입한 6개국과 다르다. 사방이 바다인 섬나라이자 대륙인 호주는 주변에 뚜렷한 적성국이 없다. 호주의 목적은 중국 견제란 해석이 많다. 호주는 중국을 포위하는 4개국(미국·일본·호주·인도) 연합체인 쿼드와 중국 위협에 대응하는 오커스(미국·영국·호주 협의체)의 구성원이다.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13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오커스와 쿼드 등 중국 견제 협의체의 중요성을 부각했고, 양국 공동성명에는 미-중간 긴장이 높아가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언급이 들어갔다.

 

호주의 2020 국방구조계획(2020 Force Structure Plan) 뼈대는 중국 부상에 대비해 호주의 아태지역 역내 안보 역할의 확대와 대응 능력 강화다. 호주는 군사력 증대가 지역 내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본다. 호주는 인도와 중국,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분쟁 사례를 반영해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부터 10년간 국방에 2700억 호주 달러(약 23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호주는 해공군뿐만 아니라 육군 능력도 키워 중국의 진출을 막으려고 한다. 호주 육군은 550억 호주달러(약 47조원)를 투입해 탱크, 자주포, 장갑차, 기동차량 및 미사일 등의 신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케이-9 자주포 구매는 이 일환이다.

 

호주 정부는 케이-9 자주포 완제품을 한국에서 수입하지 않고 현지에서 자주포를 생산·납품하려고 한다. 호주는 인구 20만명이 사는 질롱시에 자주포 생산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질롱시에는 미국 포드 자동차 공장이 있었다. 2016년 포드가 철수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질롱 시민에게 스콧 모리슨 총리는 2019년 5월 ‘외국 자주포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내놓았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질롱시를 한국의 창원처럼 군수혁신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2019년 8월 INF 조약 파기 후

유럽 ‘미사일 위기’ 재발 우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자리한 러시아 대사관의 철조망 너머로 러시아 국기가 보인다. 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동유럽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하면, 자신들도 맞불을 놓겠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동유럽의 위기가 지난 냉전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미사일 배치 갈등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럅코프 차관은 13일(현지시각) 러시아 관영 <리아>(RIA) 통신과 인터뷰에서 나토가 중거리 미사일 배치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는 “간접적 징후”가 있다며 “정치적·외교적 절차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군사적 대응을 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 쪽에도 비슷한 무기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현재 (이런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겠다는) 일방적인 모라토리엄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나토와 미국도 이 모라토리엄에 동참하도록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선 2019년 8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조약 위반’과 중국의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1987년 12월 옛소련과 맺었던 사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했다. 이후 미국은 중국에 뒤쳐졌던 중거리 미사일 역량을 따라잡기 위해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미국이 개발하는 중거리 미사일의 배치 후보지로는 동유럽과 오키나와 등 난세이 제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이 꼽힌다.

 

<로이터> 통신은 럅코프 차관이 언급한 미사일 배치의 ‘간접적 징후’의 예로 제56포병 사령부를 되살려 유럽에 재배치한다는 지난달 미 국방부의 결정을 꼽았다. 제56사령부는 냉전기였던 1963년부터 1991년까지 서독에 배치돼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준중거리 미사일 ‘퍼싱’(사거리 약 1700㎞)을 운용한 역사를 갖고 있다. 나토는 러시아의 이 같은 우려에 ‘미국의 새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러시아는 “나토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은 상태”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 화상회담을 통해 “나토의 확장 등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을 논의하기 위해” 4개 나토 회원국과 러시아가 만나는 고위급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 회담에선 러시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나토를 우크라이나 등에 확장하지 않겠다는 구속력 있는 확약’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와 더불어 러시아가 제기하고 있는 미국 중거리 미사이의 유럽 배치 문제도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길윤형 기자

 

시진핑-푸틴 15일 화상 정상회담…대미 공조 논의

● WORLD 2021. 12. 14. 04:0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중, 미-러 이어 미-중-러 3각 정상회담 대단원

공세 수위 높이는 미국 겨냥 공조 방안 논의할 듯

러 관영매체, “러-중 화해는 미국 최악의 지정학적 악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정상회담에 나선다. 미-중, 미-러 정상회담에 이어 미국이 중-러를 겨냥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직후여서 양국 정상 간 대미 공조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자료를 내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오는 15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28일에도 화상 정상회담을 진행했으며, 탙레반의 카불 입성 직후인 지난 8월25일에도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전화 통화를 한 바 있다.

 

미-중(11월15일), 미-러(12월7일) 화상 정상회담에 이어 열리는 이번 회담은 지난 한달여 이어온 ‘미-중-러 3각 정상회담’의 대단원으로 볼 수 있다. 미-중, 미-러 간 갈등이 깊어가는 상황에서 각각 대만과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러가 이번 회담을 통해 내놓을 대미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전후로 중-러에 대한 외교적 공세의 수위를 높여왔다. 실제 미국은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하고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초청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러시아를 겨냥해선 우크라이나 침공 임박설을 앞세워 노르트 스트림 2 파이프라인 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러도 밀착 행보를 과시하고 있다.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전략무기 운용 훈련인 ‘글로벌 썬더’를 실시한 직후인 지난달 23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화상 회담을 연 것이 대표적이다.

 

<로이터> 통신 등은 당시 회담에서 쇼이구 장관은 “미국 전략 폭격기(B-52)가 러시아 국경 약 20km 지점까지 근접 비행한 것은 러시아에 대한 핵 폭격을 연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에 웨이 부장은 “러시아에 대한 위협은 중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담에서 양쪽이 전략 연습 등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을 두고 “중-러가 군사동맹에 다가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 관영매체 <스푸트니크>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두 지역에서 전쟁을 벌이는 상황을 피하는 게 미국 대전략의 최우선 과제라는 지적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며 “러-중 화해는 잠재적으로 미국 최악의 지정학적 악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대만 장관급, ‘디지털 권위주의 대응’ 토론회 화상 참여

중-대만 다른 색 지도 화면 노출…후속발언때 화면송출 안돼

 

10일 화상으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탕펑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이 ’디지털 권위주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한 패널 토론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미국이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대만 장관급 인사의 발언 때 화면이 끊기는 일이 벌어졌다. 미 국무부 쪽은 ‘단순 실수’라고 밝혔지만, 발언 자료에 중국과 대만을 다른 색으로 표시한 지도가 등장한 게 화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탕펑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무임소 장관)은 민주주의 정상회의 이틀째인 지난 10일 ‘디지털 권위주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 토론자로 나섰다. 탕 위원은 ‘공중보건 분야에서 기술적 수단을 활용해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인터넷을 활용한 대만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해 4분 남짓 발언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본부를 둔 다국적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시비쿠스(CIVICUS)가 지난 8일 내놓은 연례 보고서 내용을 따 “시민사회에 대한 포용성·개방도 평가에서 대만은 3년 연속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탕 위원이 해당 발언을 할 때, 화면에는 중국은 최하위 등급을 뜻하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반면 대만은 초록색으로 각각 표시된 지도가 1분 남짓 등장했다. 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따 “문제의 지도가 화면에 노출되면서 미국 쪽이 대단히 난감해 했다. 백악관 쪽은 중국과 대만을 구분한 지도가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과 배치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탕 위원의 후속 발언 때는 화면은 전송되지 않은 채 그의 이름과 직책을 적은 자막과 음성만 나왔다. 토론 참석자 6명 가운데 유일했다. 패널 토론이 끝날 무렵엔 “토론자가 발표한 내용은 개인의 의견일 뿐, 미국 정부의 관점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란 자막까지 등장했다.

 

지난 10일 ‘민주주의 정상회의’ 패널 토론에 참가한 탕펑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의 후속 발언 때 화면은 전송되지 않은 채 그의 이름과 직책을 적은 자막이 등장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통신은 “대만을 별도의 국가처럼 표시한 지도가 등장한 것을 두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쪽이 행사 진행을 맡은 국무부 쪽을 질책했다. 특히 사전에 미국 쪽에 공개한 탕 위원의 발표 자료엔 해당 지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만이 의도적으로 이를 포함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3일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포함해 110개국을 공식 초청해 중국이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엔 탕 위원과 샤오메이친 미국 주재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 대표가 참석했다.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 말을 따 “디지털 권위주의 대응 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대만 참석자의 화면을 삭제한 것은 중국 등 권위주의 체제의 도전에 맞서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는 행사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되풀이 강조해 온 대만에 대한 ‘바위처럼 단단한 지지’의 실체가 생각보다 그리 단단하진 않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 쪽은 “화면 공유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져 탕 위원의 영상에 끊기는 실수가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대만 외교부 쪽도 “단순한 기술적 오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