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국적 항공사 이집트에어의 여객기가 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착륙해 있다. 텔아비브/신화 연합뉴스
이집트 국적 항공사의 여객기가 3일 이스라엘 공항에 착륙했다. 이집트 국적기가 이스라엘 공항에 착륙한 것은 지난 1979년 양국이 평화협정을 맺은 이후 처음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집트 국적 항공사 이집트에어의 여객기가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주이집트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양국을 잇는 직항 노선은 관계 강화에 있어서 환영할 만한 신호이며, 특히 경제 협력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집트에어는 카이로와 텔아비브를 잇는 정기노선을 일주일에 3회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국적 항공사의 이스라엘 노선 취항은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가 이집트를 방문한 지 2주 만에 이뤄졌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1948년 이후 ‘중동전쟁’이라 이름 붙은 전쟁을 네 차례나 벌인 앙숙 관계다. 이후 1979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으로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었지만, 본격적인 항공노선을 개설하는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물론, 양국 간 항공 취항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집트에어는 1980년대 초반 자회사 ‘에어시나이’를 만들어 주 1회 텔아비브를 오가게 했다. 에어시나이 항공기에는 이집트 국기를 달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중재로 ‘아브라함 협정’이 맺어진 뒤 상황이 변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한 외교적 합의다. 이후 아랍 국가들의 이스라엘 노선 운항이 잇따라 재개됐다.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정부 소유의 항공사가 이스라엘 노선 운항을 시작했고, 바레인 걸프에어도 지난주 처음으로 텔아비브 직항 노선 운영에 들어갔다. 최현준 기자
4일 일본 100번째 총리로 취임할 예정인 기시다 후미오 신임 자민당 총재를 떠받치게 되는 당과 내각의 요직에 극우 성향의 인사들이 전진 배치된다.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의 측근들도 다수 기용돼, “기시다의 얼굴을 한 아베·아소 내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분간 한-일 관계를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에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내각의 ‘2인자’이자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에는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이 강한 호소다파의 마쓰노 히로카즈(59) 전 문부과학상이 기용된다. 그는 2012년 미국 뉴저지주 지역신문에 실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의견광고에 아베 당시 자민당 총재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린 우익 성향 인사다. 이 광고에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 과정의 강제성과 군의 개입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를 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2014년에도 <마이니치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무라야마·고노 담화는 재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문부과학상이었던 2017년 일본 정부는 초등·중학교 사회 과목에서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가르치도록 의무화하는 학습지도요령을 확정하기도 했다.
자민당의 정책을 관장하는 정무조사회장에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 지원으로 총재 선거에 출마했던 다카이치 사나에(60) 전 총무상이 기용됐다. 그는 “총리가 돼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겠다”, “한국과 중국이 역사 문제에 대해 부정확한 정보를 내보내고 있다”, “(침략 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나쁘다고 사죄를 한 것이다” 등 일본의 가해 책임을 부정하는 인식을 대놓고 드러냈던 극우 성향 정치인이다. 안보 정책에 대해서도 일본의 방위 예산을 사실상 2배 가까이 올려야 한다며 “적기지 무력화를 위해 헌법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베의 복심’으로 통하는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도 경제산업상으로 자리를 옮겨 기시다 내각에 남을 것이라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보도했다. 애초 관방장관으로 거론됐지만 막판에 마쓰노 전 문부과학상에게 밀렸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2013년 아베 총재 특별보좌를 맡으면서 고노 담화에 대해 “이미 담화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뼈를 발라내야 한다’(껍데기만 남기고 실제 내용은 무력화시킨다는 뜻)”고 말하기도 했다. 또 현직 각료 신분으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아베·아소’의 영향력은 건재했다. 자민당 4역이라 불리는 간사장·정조회장·총무회장·선대위원장 가운데 3명이 아베·아소의 영향력 아래 있는 사람들이다. 당의 2인자인 간사장은 예상대로 아마리 아키라(72) 세제조사회장으로 결정됐다. 아마리 간사장은 아소파 소속이면서 아베 전 총리와 가깝다. 당 간사장은 총재를 보좌해 자금 관리와 공천권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아마리 간사장이 아베 2차 정부 때인 2016년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경제재생상에서 물러난 전력이 있는데도 요직을 맡겨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의혹이 남은 상태다.
외교·안보 분야도 ‘아베 노선’을 유지하는 인사가 단행됐다. 아베 정권 때인 2019년 9월부터 외무상을 맡고 있는 모테기 도시미쓰(66) 외무상이 유임됐다.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 1월 부임한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를 만나지 않고 있다. 한-일 외교 라인에서도 변화를 모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베 전 총리의 동생으로 지난해 스가 요시히데 정권 때 입각한 기시 노부오 방위상도 유임이 결정됐다. 다케나카 하루카타 일본 국립 정책연구대학원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기시다 정권은 아베 정권 계승극의 2막”이라고 지적했다. 요직에서 사실상 배제된 기시다파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기시다파 중견 의원은 “이것은 ‘고치카이’(기시다 총재 파벌) 정권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분노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기시다 총재가 ‘아베·아소’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만큼 인사에서 운신의 폭이 작았다는 견해가 많다. 자민당 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11월 중의원 총선거,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안정적으로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또 아베 정권 동안 여섯번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모두 자민당이 무난히 승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지지층을 묶어두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기시다 총재 측근들은 “이번엔 다른 파벌에 최대한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여름의 참의원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시다파가 참아야 한다”고 내부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기시다 총재는 지난해 9월 총리를 준비하면서 쓴 책 <기시다의 비전―분단에서 협조로>에서 대화 중시, 관용, 아시아 외교의 중요성, 분배를 강조한 경제정책 등 ‘고치카이’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런 그의 정치적 지향점이 현실 정치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선거 승리가 필수 조건이긴 하다.
하지만 ‘아베·아소’ 중심의 국정 운영으로 기시다 총재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정권 기반의 안정을 우선한 결과 방치된 것이 기시다 총재가 강조했던 정치의 신뢰 회복”이라며 “당에서는 벌써 중의원 선거나 정권의 장래를 우려하는 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재는 14일 중의원을 해산한 뒤, 다음달 7일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일본의 제100대 총리 취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총재가 1일 오후 도쿄도 소재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임시 총무회에서 이날 임명된 주요 간부와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엔도 도시아키 선거대책위원장, 후쿠다 다쓰오 총무회장, 기시다 총재,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 정무조사회장. 도쿄/교도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신임 자민당 총재가 아마리 아키라 세제조사본부장을 당의 2인자인 간장에 임명하는 등 주요 보직 인사를 단행했다. 아베쪽 인물들이 대부분이어서 논란도 일고 있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1일 기시다 총재가 이날 오후 당 주요 보직 인사를 단행해 아마리 본부장(아소파)을 간사장, 후쿠다 다쓰오 중의원 의원(호소다파)을 총무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무파벌)을 정무조사회장, 엔도 도시아키 전 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다니가키 그룹)을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했다고 전했다. 또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을 간사장 대행, 오부치 유코 전 경제산업상을 조직운동본부장, 이번 총재 선거에서 석패한 고노 다로 규제개혁담당상을 홍보본부장에 임명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대신은 추후 부총재로 임명하기로 했다. 당 4역이라 불리는 간사장·정조회장·총무회장·선대위원장 가운데 절반인 두명이 지난 선거에서 기시가 총재에게 힘을 실은 아베·아소 파벌에서 배출된 모습이다.
하지만, 4일 출범하는 기시다 내각의 2인자인 관방장관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측근 중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이 아닌 마쓰노 히로카즈 중의원이 임명될 전망이다. 마쓰노 중의원은 아베 전 총리가 속해 있던 당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소속으로 파벌 내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총재가 4일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을 받은 뒤 곧바로 신 내각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금품비위 아마리 당 간사장 기용 논란…'출발부터 삐걱'
아베 정권 경제재생상 재임 중 '약 1천만원 수령' 문제로 사임
당 개혁 강조하고 비위 관련 인물 중용한 것에 비판의 목소리
총재 선거 운동 과정에서 당 개혁을 강조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자민당 총재가 1일 금품 비리 의혹에 휩싸였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72) 당 세제조사회장을 간사장으로 중용해 야당 반발을 사는 등 출발부터 흔들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간사장은 당내에서 총재에 이은 이인자로 불린다.
총리로서 내각 업무를 주로 챙기는 총재를 대신해 사실상 당내 일인자로 돈 문제를 비롯해 선거, 인사, 국회 운영 등 당 업무 전반을 지휘하는 핵심 포스트다.
아마리가 간사장에 발탁된 것은 논공행상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마리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 때 기시다 진영의 선거대책위 고문을 맡아 승리를 완성하는 데 기여했다.
아마리 아키라 당 신인 간사장, 전 세제조사회장.
그는 직전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까지 약 8년 9개월간의 아베 정권과 그 연장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함께 이름의 영문 알파벳을 모은 '3A'로 불릴 정도로 실세로 행세해 왔다.
이번 총재 선거에선 투·개표를 이틀 앞둔 지난달 27일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를 지지하던 아베와 기시다 당선을 위한 결선 투표 전략을 논의했다.
일본 언론은 국회의원 표 비중이 커진 결선에서 기시다가 당원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고노 다로(河野太郞·58·아소파)를 무난하게 꺾은 것은 다카이치를 지지했던 의원 표가 기시다 쪽으로 가도록 한 이 회동의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논공행상의 결과로 당 간사장 자리를 꿰찬 아마리가 2차 아베 정권에서 경제재생 담당상(장관)으로 있던 2016년 '정치와 돈' 문제에 휘말려 불명예 퇴진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임대주택 공급 사업을 하는 도시재생기구(UR)와 보상 협상을 벌이던 건설업체로부터 아마리 비서가 청탁금 명목으로 현금 500만엔을 수령하고 본인도 집무실 등에서 100만엔(약 1천만원)을 받은 의혹이 불거졌다.
아마리와 그의 비서는 알선이득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형사고발됐지만 도쿄지검은 혐의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했다.
이후 아마리는 변호사를 앞세운 독자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요지는 수사기관과 다른 결론에 이를 만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는모호한 내용이었다.
이 문제로 각료직에서 물러난 아마리는 한동안 자신의 비위 의혹에 관한 설명을 피하고자 수면장애를 이유로 국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고질로 지적돼온 '정치와 돈'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당 개혁을 강조해온 기시다가 이런 과거가 있는 아마리를 중용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시 아마리를 고발했던 그룹에 참가한 가미와키 히로시(上脇博之) 고베가쿠인대학 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조사라고 했지만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제멋대로 내린 결론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가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지지자 접대 의혹 등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것을 빗대어 "(자신의 비위 의혹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 아마리를 간사장에 앉힌 것은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은 아베의 정치와 통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인사를 보면 총재 선거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 기시다의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아베 신조와 아소 다로.
정치 저널리스트인 스즈키 데쓰오(鈴木哲夫)는 "총재 선거는 원래 자민당의 톱인 '킹'을 뽑는 것인데, 이번에는 킹 메이커가 누구인지 과시하는 듯한 선거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시다의 승리로 이끈 것은 아베, 아소, 아마리 등 이른바 3A"라며 "맹우(盟友)라는 3A 가운데 한 명이 간사장이라는 당내 최대 권력자가 된 것은 아베와 아소의 영향력이 남아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아소는 이번에 부총리 겸 재무상에서 당 부총재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배경에서 기시다가 의욕을 보여온 당 개혁을 놓고 벌써 회의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입헌민주당, 공산당, 국민민주당 등 야권 3당 국회대책위원장은 이날 아마리 자민당 간사장 본인과 비서의 과거 금품 수수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조사팀을 내주 발족해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기시다호'는 출범부터 잘못된 인사 문제로 삐걱거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위안부 부정 앞장선 극우 마쓰노, 일본 총리관저 2인자로 부상
미국 지역지에 '위안부 성노예 아니다' 주장하는 의견광고
문부과학상 재임 중 "다케시마는 일본 땅" 교육 의무화
마쓰노 히로카즈 [교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책임을 부인하는 등 역사 왜곡에 앞장선 극우 인사가 출범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의 핵심 보직에 임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총리 취임을 앞둔 기시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는 관방장관에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문부과학상을 기용하는 방향으로 인선을 진행 중이다.
일본 총리와 내각을 보좌·지원하는 정부 기관인 내각관방(內閣官房)에서 총리에 이은 2인자이며 일본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
흔히 '총리관저'로 불리는 일본 총리실의 넘버투에 해당하는 요직이며 자민당 간사장과 더불어 정권을 떠받치는 양대 요직이다.
마쓰노는 2012년 미국 뉴저지주 지역지인 '스타레저'에 '우리는 사실들을 기억한다'(Yes, We remember the facts)는 제목으로 실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의견 광고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자민당 총재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이 광고는 일본군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과 일본 정부 및 군의 책임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일본 정부가 1993년 8월 발표한 고노(河野)담화에서 위안부 동원은 일본군이 깊숙이 관여한 가운데 여성의 인권을 유린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사죄한 바 있는데 마쓰노는 의견 광고의 형태로 일본의 책임을 부인하려고 한 셈이다.
마쓰노는 교육부 장관에 해당하는 문부과학상으로 재직하던 시절 독도에 대한 한국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바꿨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회 과목에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가르치도록 의무화하는 학습지도요령을 2017년 3월 확정한 것이다.
역시 마쓰노가 문부과학상에 재임한 2017년에는 일본 정부가 제국주의 시대 군인들이 배우던 총검술을 중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학습지도요령이 개정됐다.
그는 제국주의 교육의 상징인 '교육칙어'를 일선 학교에서 활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교육칙어는 1890년 메이지(明治) 일왕의 명으로 발표된 제국주의 시대 교육의 원칙으로 국민의 충성심과 효도심이 국체의 정화이자 교육의 근원이라고 선언하는 등 일본의 제국주의 사상을 담고 있다.
일제 강점기 징용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로 가뜩이나 한일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일본의 가해 책임을 부정하는 인물이 관방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양국 갈등이 증폭할 가능성도 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회장이 29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을 누르고 승리했다. 기시다 신임 자민당 총재는 10월4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일본의 제100대 총리로 취임한다.
사실상 일본 100번째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64) 전 당 정무조사회장이 승리했다.
노다 쓰요시 자민당 선거관리위원장은 29일 오후 진행된 총재 선거 결선투표 결과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전체 428표 가운데 과반수를 넘는 257표를 얻어 당선됐다고 밝혔다.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은 170표에 그쳐 고배를 마셨다.
앞서 진행된 1차 투표에선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256표, 고노 담당상 255표,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188표, 노다 세이코 당 간사장 대행이 34표를 기록했다. 과반(382표)을 넘는 후보자가 없어 1·2위인 기시다 전 정조회장과 고노 담당상을 상대로 결선 투표에 나서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승리했다.
결선 투표에선 예상대로 국회의원 표가 승패를 갈랐다.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을 지지했던 호소다파 등 자민당 보수 주류 의원들의 표가 기시다 전 정조회장 쪽으로 몰리며 승부가 갈렸다. 일반 여론보다 당내 파벌 간 역학관계와 아베 전 총리의 힘이 강하게 작용한 셈이다.
고노 담당상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40~50% 지지를 받는 등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당심’이 선택한 것은 ‘개혁’을 내세운 고노 담당상이 아닌 ‘아베 노선’을 사실상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었다.
그에 따라 꽉 막혀 있는 한-일 관계는 당분간 회복의 계기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신임 총재는 2차 아베 정권인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약 4년7개월 동안 외무상을 지내며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발표한 바 있다. 기시다 총재는 지난 선거 기간 동안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선 한국이 일본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공은 한국 쪽에 있다”고 말해왔다.
기시다 총재는 앞으로 ‘아베 노선’을 큰 틀에서 계승하며 부분적으로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아베 전 총리가 적극 추진했던 헌법 개정에 대해 기시다 총재는 “임기 중에 목표는 세우고 싶다”면서도 “국회에서 논의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기상조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분배도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재는 내각을 구성한 뒤 바로 중의원 총선거를 책임져야 한다. 중의원은 다음달 21일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11월 중으로 치러진다. 이 선거에서 얼마나 의석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중의원 전체 465석 중 자민당이 현재 275석(59%)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 되는 126명(46%)이 3선 이하다. 젊은 의원들은 지역 기반이 취약해 ‘선거의 얼굴’인 당 총재에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고노 담당상이 아닌 기시다 총재의 당선이 자민당 의석수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기시다 총재는 내달 4일 임시국회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뒤를 이어 100번째 총리로 선출된다. 11월 중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이 과반은 유지할 것이 확실해 큰 정치적 격변이 벌어지지 않는 한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2024년 9월까지 총리직을 맡게 된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민심보다 ‘파벌의 힘’으로 당선…‘아베 노선’ 이어갈 듯
【기시다 후미오 정책 전망】
‘개혁’ 고노 비해 국민 지지 낮았지만 국회의원 표 1.5배가량 더 얻어
경선 앞두곤 아베 속한 파벌도 지지 11월 있을 중의원 선거 이끌게 돼
큰 틀에선 아베 노선 부분 변화 시도 대북·대중 현행대로,
경제는 독자적, 아베노믹스 대체 “새로운 관점 필요”
한·일 냉기류 당분간 지속 그동안 “공은 한국에 있다” 발언
29일 오후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기시다 후미오 전 당 정무조사회장이 당선 확정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의 사실상 100번째 총리를 뽑는 29일 자민당 총재 선거의 승부를 가른 것은 평범한 일본인들의 ‘민심’이 아닌 당내 파벌의 역학 관계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영향력이었다. 상대적으로 국민적 지지가 낮은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회장이 자민당의 새 얼굴로 11월 중의원 선거에 나서게 되면서, 자민당이 의석수를 얼마나 지켜낼지가 향후 일본 정치와 한-일 관계 등에 폭넓은 영향을 끼치게 될 전망이다.
포스트 ‘아베-스가 정권’의 향방을 가를 29일 자민당 총재 선거는 낮 1시 노다 다케시 자민당 선거관리위원장의 선거 개시 선언과 함께 시작됐다. 일본 자민당 국회의원 382명의 이름이 일본어의 오십음도순으로 호명되면, 해당 의원이 단상으로 나가 선거관리위원에게 명함을 건넨 뒤 투표용지를 받아 이름을 기입하는 식으로 선거가 진행됐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세번째로 호명돼 단상으로 나아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선거의 승부가 사실상 결정된 것은 1차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였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지켜온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은 일반 민심을 반영하는 당원·당우 투표에선 169표를 확보했지만, 국회의원 표는 예상보다 적은 86표(총 255표)에 머물렀다. 경쟁자인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반대로 당원 표에선 110표에 그쳤지만, 국회의원 표에서 146표를 기록해 총 256표를 얻었다.
문제는 3위를 기록한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얻은 국회의원 표(114표)가 누구를 향할지였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얻은 표는 대부분 자민당 최대 파벌이자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이 큰 호소다파(96명)에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의 국방예산을 지금의 두배 수준으로 늘리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겠다고 공언하는 ‘극우’ 다카이치 전 총무상을 지지한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산케이신문>은 29일 “기시다·다카이치 두 후보 진영은 지난 28일 밤 만나 고노 행정개혁상을 상대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개혁’을 내세운 고노 행정개혁상보다 ‘아베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기시다 전 정조회장을 지지하기로 정한 것이다. 마스크를 깊게 눌러쓴 고노 행정개혁상은 패배를 직감한 듯 미동도 하지 않고 정면을 응시했다.
신임 기시다 총재는 ‘아베 노선’을 큰 틀에서 계승하면서 부분적인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반도 정세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대북·대중 노선은 유지되고,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경제 정책에서 변화가 예측된다. 실제 기시다 총재는 그동안 대북 정책과 관련해 “핵·미사일 개발의 완전 포기를 촉구하고, 모든 납치 피해자의 일괄 귀국이 목표”라고 말해왔다. 아베 전 총리와 그 뒤를 이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지난 9년 동안 거듭 밝혀온 입장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권위주의 체제를 세계에 넓히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이웃 나라로 관계는 생각해야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한-일 관계는 당분간 개선의 계기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재는 한-일 관계에 대해 “대화는 필요하지만 공은 한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노 행정개혁상이 한-일 간 주요 현안인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처를 역사 문제와 분리해 대화로 풀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대조적이었다. 두 나라 모두 대선(한국 내년 3월)과 총선(일본 11월) 등 중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는 점도 문제다. 양국이 관계 개선의 계기를 찾으려면 한국 대선이 끝난 뒤인 내년 5월 이후는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시다 색깔’을 낼 수 있는 변화의 여지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아베 전 총리가 적극 추진했던 헌법 개정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기상조라는 생각으로 읽힌다.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분배도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재는 내각을 구성한 뒤 바로 중의원 총선거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중의원은 다음달 21일 임기가 만료돼 11월 중 선거가 치러진다. 자민당이 의석수를 얼마나 유지(현재 275석·59%)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역 의원의 절반 정도인 126명(46%)이 3선 이하다. 젊은 의원들은 지역 기반이 취약해 ‘선거의 얼굴’인 당 총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선전하면 당내 장악력이 커지며 생각보다 일찍 ‘아베 노선’에서 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청, 일본 기시다 차기 총리에 “미래지향적 협력하자”
다음달 총리 선출 뒤 취임하면 정식 축하서한 예정
청와대 전경.
청와대가 29일 일본의 차기 총리를 예약한 기시다 후미오 전 당 정무조사회장에 대해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시다 자민당 신임 총재 당선에 대해 “우리 정부는 새로 출범하게 될 일본 내각과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전 당 정무조사회장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다음달 일본의 100대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청와대는 기시다 총리가 취임하면 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이날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발전”을 강조한 것처럼 한일 관계를 얼어붙게 만든 과거사 문제와 수출규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취임했을 때도 한일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자는 뜻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스가 총리가 지난 5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만나는 것을 꺼리는 등 스가 총리 임기 중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대화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