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인의 3% 가까이 ‘새로 무장’

“가정에 총기 두면 사고 위험 커져”

 

미국 미시간주 학교 총격 사건으로 4명을 숨지게 한 고교생의 아버지(오른쪽)와 어머니(왼쪽)가 지난 14일 법정에 출석해 있다. 이들은 아들이 총기를 찾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관리에 소홀해 사건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AFP 연합뉴스

 

미국에서 2020년 이후 1년여간 500만명 이상이 신규 총기 소지자가 됐다는 집계가 나왔다.

 

<가디언>은 노스이스턴대의 맷 밀러 교수가 <내과학 연보> 기고에서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생애 처음으로 총기를 소유하게 된 미국인을 500만명 이상으로 집계했다고 20일 보도했다. 2019년에 생애 최초로 총기를 취득한 인구가 24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이후 총기 구매가 폭증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밀러 교수는 2019년 이래 신규 총기 보유자 수 약 750만명은 미국 전체 성인의 2.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540만명이 그동안 총기가 없었던 집에 총을 보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미국인들의 전체 총기 구매량은 전년에 견줘 280만정 증가한 1660만정을 기록했다. 2년간 총기 구매자의 반가량은 여성이었고, 또 반가량을 유색인종이 차지했다. 밀러 교수는 “신규 총기 구매자들 중에는 흑인과 여성 비중이 높다”고 분석했다.

 

밀러 교수는 미국인들의 집에 총기가 많아짐으로써 더 많은 가족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성인들뿐 아니라 2019년 이후 집에 총을 갖게 된 500만명으로 추산되는 어린이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총기 구매가 급증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밀러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3월 팬데믹(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 상황을 선언한 것과 총기 판매의 극적 확대는 시기적으로 일치한다”면서도, 바이러스 확산과 총기 판매 급증의 연관성은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원조사 때 구매 동기를 기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밀러 교수는 가정에 총기가 늘어난 것은 분명한 위험 요소라고 설명했다. 밀러 교수는 “집에 총을 들여놓으면 소지자의 자살 위험은 4배 증가하고, 어린이를 비롯한 다른 가족의 안전 문제도 커진다”며 “당장 총기를 이용한 자살이나 사고 사례가 전반적으로 증가하지 않더라도 그런 가정이 큰 위험에 놓이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본영 기자

 칠레의 신자유주의 노선 전환해

“거대한 변화” 만들어낼 수 있을까

 

페루 대통령 당선인 가브리엘 보리치가 19일 당선이 확정된 뒤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더는 가난한 사람들이 칠레 사회의 불평등의 대가를 치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산티아고/EPA 연합뉴스

 

학생운동가 출신의 35살 좌파 정치인 가브리엘 보리치가 19일 칠레 대통령에 당선됐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보리치 후보가 55.9%를 얻어 안토니오 카스트 후보(44.1%)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했다고 밝혔다. 극우를 대변하는 카스트 후보는 곧바로 패배를 인정하고 보리치에게 축하 전화를 건넸다. 당락이 확정되자, 수도 산티아고 등 여러 도시에서 많은 칠레인이 거리로 몰려나와 보리치의 승리를 축하하는 구호를 외치고 경적을 울리며 자축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칠레 역사상 최연소 당선자가 된 보리치는 내년 3월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후임으로 취임해 4년간 칠레를 이끈다. 보리치는 이날 승세가 굳어진 뒤 “나에게 투표했던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모든 칠레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보리치는 1986년 남극을 마주하는 칠레 최남단 푼타아레나스에서 태어났다. 2004년 수도 산티아고로 옮겨와 칠레대학에 다니며 학생연맹을 이끌었다. 그는 2011년 무상교육 확대 등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학생시위를 주도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2013년 고향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돼 본격 정계에 입문했으며, 2017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애초 ‘다크호스’ 정도로 여겨졌다. 대선 출마에 필요한 서명도 3만5천명을 겨우 채워 등록했다. 그러나 좌파연합 후보 선거에서 유명한 공산당의 다니엘 하두 산티아고 레콜레타 구청장을 꺾으며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지난달 대선 1차 투표에서도 카스트에 2% 포인트 차이로 뒤져 2위로 결선에 올랐으나, 막판 승부를 뒤집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보리치의 승리는 2년 전 칠레 사회를 뒤흔든 대규모 불평등 시위의 연장선에 있다. 2019년 10월 정부가 지하철 요금을 전격 인상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는 곧바로 교육·의료 등 극심한 불평등을 낳는 사회체제 전반의 개혁에 대한 요구로 번졌다. 칠레는 2018년 기준 1인당 지디피(GDP·국내총생산)가 1만6천달러가 넘는 등 라틴아메리카에서 경제 모범국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지니계수는 0.46(2017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을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하다. 시민들은 시위 과정에서 과거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정권(1973~1990년) 시절 도입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거부감을 쏟아냈고, 이는 피노체트 시절 제정된 헌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13일 이뤄진 마지막 토론에서 보리치 당선자는 부자 증세를 통한 국가의 역할 강화, 카스트 후보는 감세를 통한 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 작은 정부를 내세웠다. 두 노선 사이의 경쟁에서 칠레인들이 택한 것은 보리치가 내세운 “우리 정부는 거대한 변화를 추진할 것이다, 한걸음씩, 누구도 빼놓지 않고”라는 구호였다. 보리치는 민영과 공영으로 양분된 의료보험의 단일화, 민간에 맡겨진 연금제도의 공영화, 기초연금제 도입, 부자 증세, 노동권 강화 및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제 2년 전 칠레 시민이 제기한 개헌과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 요구는 보리치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필생의 과업이 됐다. 그는 이번 선거 유세에서 “칠레가 신자유주의의 요람이라면 이제 신자유주의의 무덤이 될 것”이라며 사회복지 시스템 건설과 증세, 정부 지출 증가 등을 약속했다. 당선이 확정된 뒤 첫 연설에선 “우리는 더는 가난한 사람들이 칠레 사회의 불평등의 대가를 치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박병수 기자

BBC “미얀마 군경, 민간인 40여명 학살 뒤 암매장”

● WORLD 2021. 12. 21. 02:2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7월 사가잉시 카니 마을 4곳에서 발생

군경, 시민방위군 활동에 대한 보복 차원

 

지난 5월 미얀마 양곤의 한 어린이가 반쿠데타 시위에 참여했다가 숨진 엄마의 시신 앞에서 울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지난 7월 중부 사가잉주에서 민간인 40여명을 학살해 암매장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19일 자체 취재 결과를 토대로 보도했다. 저항 세력이 꾸린 시민방위군(PDF)의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서 보복을 위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비비시>는 사가잉주에서 군부가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는 미얀마 내부 언론의 보도를 토대로 생존자와 목격자들의 증언을 확인해 이날 보도에 나섰다. 방송에 따르면, 군부 학살은 미얀마 사가잉주의 카니 마을 4곳에서 진행됐다. 이 지역은 쿠데타 이후 시민들의 반쿠데타 운동이 활발했던 곳으로, 무기를 든 시민방위군 활동도 많았다.

 

가장 큰 학살은 인 마을에서 벌어졌다. 이곳에서 최소 14명의 남성이 고문이나 구타를 당한 뒤 사망한 채로 숲이 우거진 계곡에 버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목격자들은 사망한 이들이 죽기 전까지 밧줄로 묶인 채 두들겨 맞았다고 전했다. 형제와 조카, 시동생 등 일가족 다수가 살해당한 한 여성은 “우리는 그 광경을 지켜볼 수 없어 고개를 숙이고 울었다”고 말했다. 한 생존자는 “결박된 채 돌과 총 개머리판으로 두들겨 맞았고, 하루 종일 고문을 당해 지쳤었다”며 “일부 군인은 17~18살로 어려 보였지만, 일부는 꽤 늙어 보였다. 그들과 함께한 여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빈드윈 마을 인근에서는 지난 7월 말 얕은 무덤에서 집단으로 암매장된 12구의 주검이 발견됐다. 어린이로 추정되는 작은 주검과 장애인의 주검도 있었고, 일부는 훼손된 상태였다. 자두나무에 묶인 채 숨진 60대 남성의 주검에선 고문당한 흔적이 확인됐다. 이 남성의 가족은 “미얀마군이 마을에 들어왔을 때 아들과 손자는 도망갔다. 나이가 많아 별다른 위험이 없을 것으로 믿고 남았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최근 수개월 동안 미얀마 전역에서 미얀마군과 시민방위군 간의 충돌이 거세지면서 비슷한 집단 학살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미얀마 언론은 8일 전날에도 사가잉주 한 마을에서 10대 청소년을 포함해 민간인 11명이 미얀마군에 붙잡혀 불태워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 집계를 보면 쿠데타 이후 군경의 폭력으로 숨진 이들은 20일 기준 1346명에 이른다. 최현준 기자

 

 

맨친, 2조달러 사회복지·기후변화 지출 법안에 반대

바이든 핵심 공약에 타격…진보진영 “바이든 실망”

‘CNN’ 조사,  “66%가 바이든 리더십에 의구심”

인플레이션 · 공급망 차질·주거비 상승 등 우려

파우치 “오미크론 때문에 힘든 몇주·몇달 될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15일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서 ‘더 나은 재건’을 위한 사회복지 지출법안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취임 11개월째를 맞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내외 난제들에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며 극심한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다. 대외적으로 중국과 전략 경쟁, 러시아와 갈등 고조라는 ‘두개의 전선’, 국내적으로는 코로나19 재확산, 인플레이션, 대표 공약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법안 통과 지연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여당인 민주당의 조 맨친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주)에게 크게 한 방 맞았다. 최대 공약인 ‘더 나은 재건’을 위한 2조달러(약 2400조원) 규모의 사회복지 지출법안에 대해 맨친 의원이 <폭스 뉴스> 인터뷰와 개인 성명을 통해 재정적자 확대 우려 등을 이유로 “지지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현재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석수가 50 대 50이기 때문에, 공화당이 일제히 반대하는 가운데 민주당에서 맨친 의원 한 사람만 반대하면, 지출법안은 통과될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맨친 의원 등을 의식해 애초 3.5조달러 규모였던 사회복지 지출법안을 2조달러로 줄이는 타협안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걷어찬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무너진 `미국을 재건하겠다’고 선언하며 지난 대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지난달 통과된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은 미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회간접자본을 재건하겠다는 것이고, 지금 추진 중인 사회복지 지출법안은 사람과 환경을 재건하겠다는 뜻이다. 지출법안엔 △자녀세액공제 확대 △무상 유치원 △탁아수당 강화 등 중산층 이하 가정 지원을 위한 내용과 기후변화 대응 예산(5550억달러) 등이 담겨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예산엔 석탄 등 화석에너지를 풍력·태양열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전기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세금 혜택 3200억달러를 지원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석탄 중개업체 가문인 맨친 의원은 이 법안에 담긴 친환경 조처에 반대해왔다.

 

맨친 의원의 반대 선언에 백악관은 비상이 걸렸다. 젠 사키 대변인은 일요일이던 당일 오후 성명을 내어, 바이든 대통령과 맨친 의원이 회담할 때 백악관은 맨친 의원이 타협 가능한 태도로 대화를 계속하는 데 동의했다고 믿었다며 “갑작스럽고 설명할 수 없는 입장 번복이고 약속 위반”이라며 놀라움과 강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복지 확대와 기후변화 대응은 정권의 핵심 공약이라는 점에서, 법안이 좌절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입게 될 정치적 타격은 헤아리기 힘들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10일 전세계 110여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도 “미국 가정에 좀더 숨 쉴 공간을 줄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희망했다.

맨친 의원의 반대 선언은 기록적인 인플레 등 경제 불안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시엔엔>(CNN)이 미국 성인 1256명을 온라인과 전화로 조사해 19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6%가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응답자 가운데 75%가 각자의 지역사회 경제 상황을 걱정한다고 대답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난달 16~22일 한 조사에서는 “어느 당의 경제 정책이 더 낫냐”는 질문에 공화당(43%)이라는 대답이 민주당(34%)이란 답을 앞질렀다.

 

미국의 여론조사 분석업체인 ‘538’의 각종 조사 결과 종합집계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8월 초까지 50%대로 부정 평가보다 높았다. 하지만 혼돈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사태가 벌어진 8월 말을 기점으로 이 흐름이 역전됐다. 지난 17일 현재 부정 평가는 50.5%, 긍정 평가는 43.9%다.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다시 폭증세를 보이는 코로나19 확진자 흐름 또한, 다음달 20일로 취임 1돌을 맞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 “미국은 죽음의 바이러스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서 있다”고 선언했지만, 19일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오미크론 때문에 우리가 겨울로 더 들어갈수록 힘든 몇주, 몇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8월 말 아프간 충격 때처럼 ‘두개의 전선’에서 불길한 뉴스가 들려올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정의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