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정부 조기 붕괴 후폭풍]

안보정책 초점 중동→중·러로…`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 낭패

트럼프의 철군 합의 이어받아 최장기 전쟁 마침표 찍었지만...

 

공화당 “이것은 바이든의 사이공”

블링컨 “사이공과 달라” 강력 반박

미국 내 여론은 철군 찬성 압도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14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완료하기도 전에 아프간이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그는 이달 말을 목표로 아프간 주둔 미군의 질서 있는 철수를 진행해왔으나, 예상치 못한 탈레반의 기세에 놀라 황급히 대사관을 버리고 탈출하는 모양새가 됐다. 20년 지속된 미 역사상 최장기 전쟁의 종식이라는 역사적 과업은 실행 과정에서 생겨난 오판과 혼란으로 미국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수모를 안기고 있다.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는 바이든 대통령의 오래된 소신과 미국의 전략적 정책 전환이 맞물린 야심 찬 결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2001년 아프간 전쟁 개시에 찬성했으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내던 2009년 아프간 병력 증원에 반대하며 국방부와 충돌했으나, 오바마 정부에서 아프간 병력은 오히려 11만명까지 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고 통수권자가 된 뒤 지난 4월 아프간 철군 방침을 발표하고 실행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연설에서 “얼마나 많은 미국의 딸·아들을 얼마나 오래 거기에 두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낸 성명에서도 아프간에 20년간 1조달러를 투입하고 30만명의 아프간 군인·경찰을 훈련한 점을 언급하면서 “아프간 군대가 자기 나라를 지키지 못한다면 미군이 1년, 5년 더 있어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철군은 미국이 중동에서 벗어나 외교정책의 초점을 중국, 러시아, 사이버 테러 등 새로운 위협으로 옮기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중산층을 위한 외교’를 내걸고, 해외에 쏟을 에너지를 국내 재건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 그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도 아프간 철군에 따른 현지 여성 인권 악화 등에 대한 우려에는 “외국의 내분에 미군을 끝없이 배치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 깃발 아래 해외 주둔 미군 철수를 강조하고 ‘중국 때리기’에 집중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결과적으로 겹친다. 지난해 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5월1일까지 미군을 포함한 동맹군이 철군하기로 탈레반과 협정을 맺었다. 아프간 철군은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1년 오사마 빈라덴이 제거됐고 알카에다가 약화했다는 점 또한 아프간 철군의 이유로 든다. 미국 내 여론 또한 우호적이다. 4월 말 <더 힐>과 해리스엑스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철군에 찬성했다.

 

그러나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 막바지에 탈레반이 아프간을 순식간에 장악해버림으로써 미국은 체면을 구겼다. 미 정부는 탈레반의 장악 능력을 과소평가했고, 아프간 정부 군대를 과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들에게 “탈레반보다 전쟁 수행에서 더 잘 훈련되고 무장되고 능력있는 아프간 군대의 능력을 믿는다”며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미 정부 안에서 아프간 정권이 이달 안에 붕괴할 것으로 예상한 이는 없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지난 6월까지 미 관리들은 아프간 붕괴 시점을 미군 철수 뒤 6개월~1년 사이로 예상했고, 국방부는 지난주에는 90일로 예측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15일 방송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권 붕괴가 예상보다 빨랐다고 인정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사이공처럼 헬기를 통한 대사관 대피를 못 볼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여기에 있다”며 “이것은 바이든의 사이공 순간”이라고 말했다. 1975년 베트남전 패망 때 미국이 헬기를 동원해 탈출했던 치욕적 장면에 이번 일을 빗댄 것이다.

 

이 당의 리즈 체니 하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성명을 내어 “트럼프-바이든 참사는 테러리스트와 협상하며 그들을 평화의 파트너라고 주장한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했고, 바이든이 아프간을 포기하면서 미국의 굴복으로 끝을 맺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에이비시>(ABC) 인터뷰에서 테러 세력이 미국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아프간에서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이것은 명백히 사이공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한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탈레반이 맺은 미군 철군 합의를 물려받았으며, 철군하지 않으면 미국과 탈레반은 다시 전쟁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미국 믿어도 될까?’…아프간 혼란 속 짙어지는 의구심

영·독·UAE 등 동맹국들, 미국에 의구심

중국 “미국 믿어봤자 불운에 직면한다”

 

탈레반 전사들이 1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외곽의 아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경계를 하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빠르게 점령하면서,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럽과 아랍의 미국 동맹국들도 미국의 외교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5일 아프간 사태가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안보 정책과 미국에 안보 문제를 의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동맹국인 자신들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채 아프간 정책을 결정한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전 총리 시절 국제개발부 장관을 지낸 로리 스튜어트는 “미국의 군사 능력만큼이나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미국의 역할이 다시 위태로워졌다”며 “세계에 영감을 주고, 등불이었던 서구 민주주의가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외교위원회 국장인 캐서린 클리버 애쉬브룩도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과 투명하고, 공개적인 교류를 약속하며 취임했다”며 “미국은 대서양 동맹국과의 관계가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립서비스에 그쳤고, 여전히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의 우선순위를 따라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이번 사태로 2015년 시리아 내전 때처럼 수많은 난민이 유럽으로 밀려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랍의 미국 동맹국도 비슷한 의문에 직면해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안보 컨설턴트 이네그마의 책임자인 리아드 카와지는 <워싱턴 포스트>에 “아프간에서 벌어지는 일이 도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과 미국이 아프간에서 손을 떼면서 큰 혼란을 초래한 것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좀 더 직설적으로 미국을 비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홍콩을 겨냥한 논평에서 홍콩을 위해 ‘대기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믿지 말라는 신호로 아프가니스탄을 인용했다. 이 매체는 “미국 정치인들이 누구와 함께 서겠다고 주장하든, 결국 불운과 사회 불안, 심각한 결과를 겪게 된다는 사실이 거듭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교국방정책협의회 의장인 표도르 루키야노프는 “러시아는 카불에서 미국이 설치한 정부가 무너지는 속도에 충격을 받았다”며 “소련이 남긴 정부는 붉은 군대의 철수 이후 3년은 버텼다”고 비꼬았다. 소련은 1979년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무장 독립세력인 무자헤딘의 저항을 버티지 못하고 1989년 철수했다. 무자헤딘은 1992년 친소 정권을 무너뜨리고 아프간 이슬람 공화국을 세웠다. 최현준 기자

 

‘탈레반 불똥 튈라’ 중국·러시아 손잡고 아프간 안정화 모색

중 “내정간섭 안해…평화.재건 지원” 아프간 혼란, 신장위구르 영향 우려

일대일로 사업에 아프간 안정 필수…상하이협력기구, 재건 주도 주장도

러, 중앙아로 극단주의 진출 경계, `이해일치' 양국 군사훈련 등 공조

 

2018년 6월 상하이협력기구(SO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는 모습. 베이징/AP 연합뉴스

 

탈레반의 카불 입성으로 중앙아시아 정세가 요동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관련 공조체제를 강화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가 향후 아프간 정세와 관련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6일치 사설에서 “타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것은 시종일관 중국 외교정책의 원칙”이라며 “중국은 미국이 아프간을 떠난 뒤 남긴 ‘진공’을 메울 뜻이 없으며, 서방이 쳐놓은 함정에 뛰어들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신문은 “중국은 아프간의 조속한 평화 정착과 재건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가장 큰 우려는 아프간의 혼란상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부 신장위구르(웨이우얼)자치구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안정된 아프간’은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전제이기도 하다. 그간 중국이 △테러리즘 △극단주의 △분리주의를 이른바 ‘3대 악’으로 규정하고, 이들 세력과 절연할 것을 탈레반에 촉구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28일 톈진에서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를 근거지로 하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에 대한 우려를 거듭 밝혔다. 그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은 중국의 국가안보와 영토보존에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탈레반이 이 단체와 분명한 선을 긋고, 지역 안전과 평화 발전을 위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역시 ‘아프간 안정화’가 중요한 전략적 목표다. 카불 함락 이전부터 러시아 쪽은 탈레반이든 아프간 정부군이든 정세를 안정화시켜 혼란한 상황이 국경 너머 중앙아시아 각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최대 관심사였다. 아프간을 기반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중앙아시아까지 진출하는 상황을 러시아로선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탈레반의 귀환에 적극 대비해왔다. 바라다르가 이끈 탈레반 대표단이 지난 3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8일에도 탈레반 쪽 협상단이 모스크바를 다시 찾았다.

 

아프간 정세 안정화란 공통의 목표 아래 중-러 양국은 이미 공조체제 강화에 나섰다. 지난 9일부터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에서 1만여 병력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훈련을 벌인 바 있다. 두 나라는 새달 중순 러시아 오렌부르크에서 병력 4천여명이 참여하는 합동 대테러 훈련도 벌일 예정이다.

 

두 나라가 주도하고 아프간 주변 각국이 참여하는 상하이협력기구 차원의 공조도 모색하고 있다. 상하이협력기구는 아프간 내전이 이어지던 1996년 4월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5개국이 참여해 설립했다.

 

이어 우즈베키스탄(2001년)과 인도·파키스탄(2015년)까지 동참해 회원국이 8개국으로 늘었다. 회원국 모두 아프간 문제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아프간도 2012년부터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과 나토가 떠난 아프간의 안정화 및 재건·복구 논의를 상하이협력기구가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이달 들어서만 150만여명 새로 감염…루이지애나·플로리다가 확산 이끌어

학교들 속속 개학하는데 마스크 의무화 놓고 곳곳서 소송전

 

11일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코럴게이블스의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에서 전염성이 강한 인도발(發) 변이 바이러스인 '델타 변이'가 계속 확산하면서 하루 평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3만명을 넘겼다.

 

CNN 방송은 미 존스홉킨스대학 데이터를 인용해 13일 기준 미국의 최근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13만5천여명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보도했다.

 

미국에서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13만명을 넘긴 것은 겨울철 대확산이 한창이던 1월 말 이후 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CNN은 또 8월 들어 지금까지 2주 새 발생한 신규 확진자가 150만명을 넘기면서 이 기간 전 세계에서 신규 확진자를 2번째, 3번째로 각각 많이 낸 이란과 인도보다 3배가 넘는 감염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존스홉킨스대 통계를 보면 올봄 백신 접종 본격화 이후 신규 확진자가 급감하면서 주요 확산국 순위에서 뒤로 밀렸던 미국은 다시 확진자 1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최근 28일간의 신규 확진자는 254만여명으로 2위인 인도(109만여명)나 3위인 인도네시아(102만여명)를 2배 이상으로 앞질렀다.

 

남부에 있는 루이지애나·플로리다주(州)의 확산세가 특히 심각하다. 인구 수 대비 신규 감염자 비율에서 이 두 주는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피터 호테즈 베일러의과대학 국립열대의학대학원 원장은 "남부는 정말 불길해 보이기 시작했다"며 "플로리다와 루이지애나의 감염률을 보면 아마도 세계 최고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플로리다주는 지난 한 주간 15만1천415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고 13일 보고했는데 이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작 뒤 1주일간의 신규 감염자로는 최대치다.

 

존 벨 에드워드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13일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2천907명으로 팬데믹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주지사는 "이는 그저 최고 기록이 아니다. 팬데믹 기간 중 어느 때보다도 거의 3분의 1 이상 많다"고 말했다.

 

앨라배마주 버밍햄의 앨라배마대학 소아과전염병학부의 데이비드 킴벌린 박사는 코로나19로 입원하는 환자 가운데 유아와 10대가 걱정스러울 만큼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킴벌린 박사는 중증의 어린이 환자가 많이 입원하고 있다며 그 수가 최악이었던 올해 1월의 거의 2배는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초·중·고교의 새 학년도 수업이 시작되면서 학생들이 1년 반 만에 교실로 돌아오고 있지만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주(州) 정부가 학교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못하도록 한 텍사스에선 13일 항소법원이 벡사·댈러스카운티의 마스크 의무화를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주 정부의 금지 방침에도 마스크 의무화가 유효하다고 한 1심 판결을 유예해달라고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또 애리조나주에선 교육 단체인 '애리조나 학교이사회협회', '애리조나 교육협회' 등이 12일 마스크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지 못하도록 한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사립학교에는 이런 의무화 금지가 적용되지 않아 공립학교 학생의 교육 환경이 사립학교 학생보다 덜 안전해질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갱단 두목이 '휴전' 의사 밝혔으나 지켜질지는 미지수

사망 2천207명으로..실종자도 344명 더 있어 늘어날 듯

 

20일 구호식량 배급받는 아이티 지진 피해자들 [AFP=연합뉴스]

 

아이티 강진 구호작업이 약탈과 납치 등 갱단들의 범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악명높은 갱단 두목이 "구호를 돕겠다"며 일종의 '휴전'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실제로 평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3일(현지시간) AP·EFE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티 갱단 'G9' 두목 지미 셰리지에는 전날 영상을 통해 "G9 혁명군과 동맹 조직이 구호작업에 참여해 지진 피해자들을 돕겠다"며 조직원을 향해 피해자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느끼라고 말했다.

 

G9는 경찰 출신의 셰리지에가 지난해 수도 포르토프랭스 일대의 범죄조직을 연합해 만든 조직으로, G9 결성 이후 아이티에선 몸값을 노린 납치가 급증하는 등 치안이 더욱 악화했다.

 

셰리지에가 힘 있는 갱단 보스이긴 하지만, G9 외에 다른 범죄조직이 많은 데다 이전의 휴전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이티 강진으로 망가진 도로[AP=연합뉴스]

 

지난 14일 규모 7.2의 지진이 아이티 남서부를 강타한 이후 아이티에선 갱단이 포르토프랭스와 지진 피해 지역을 잇는 도로를 막고 구호물자를 약탈하는 일이 잇따랐다.

 

지진과 산사태로 도로가 성치 않은 상황에서 범죄 위험까지 커지자 당국은 유엔과 미국이 지원한 헬리콥터로 구호물자를 수송하고 있다.

 

지진 부상자들을 수술해야 할 정형외과 의사가 경찰에 납치되는 등 잇단 납치 범죄도 지진 극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레카이 등 지진 피해지역에서는 더딘 지원에 분노한 이재민들이 직접 구호물자 수송 차량을 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제리 샹들레르 아이티 시민보호국장은 AFP통신에 "치안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노상강도 문제가 닥쳤다. 경찰이 남부에 인력을 보강하는 등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천207명으로 늘어났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도 344명이 더 있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아이티 강진 피해 '눈덩이'…1천297명 사망 · 수천명 부상

인명 피해 계속 커질 듯 … 잔해 속 생존자 찾기 총력

비 예보에 추가 피해 우려…각국의 구호 인력·물자 지원 이어져

 

지진으로 무너진 집에서 살림살이를 찾고 있는 아이티 레카이 주민들 [AP=연합뉴스]

 

카리브해 아이티를 강타한 규모 7.2 강진의 사망자가 빠르게 불어나며 대형 참사로 확대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아이티 재난당국인 시민보호국은 전날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천297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5천700여 명에 달하고 실종자도 많아 인명 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민보호국은 "많은 이들이 실종 상태고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잔해 아래 깔려있다"고 전했다.

 

아이티에서는 전날 오전 8시 29분께 프티트루드니프에서 남동쪽으로 13.5㎞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서쪽으로 125㎞ 떨어진 지점으로, 진원의 깊이가 10㎞로 얕아 아이티 전역은 물론 이웃 나라에서도 강력한 진동이 감지됐다.

 

이튿날인 15일까지도 규모 4∼5의 강한 여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진으로 집이 무너진 피해 지역 주민들은 물론 다른 지역 주민들도 여진의 공포 속에 집 밖에서 일요일 아침을 맞았다. AFP통신은 사실상 아이티 전 국민이 바깥에서 밤을 보냈다고 전했다.

 

 야외에서 밤을 보낸 아이티 레카이 주민들 [AP=연합뉴스]

 

피해지역 병원들은 몰려드는 부상자들로 포화상태가 됐다.

 

이번 지진 피해는 아이티 남서부 도시 레카이와 제레미 등에 집중됐다.

 

당국은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주택 1만3천694채가 붕괴되고 1만3천785채가 파손됐으며, 병원, 학교, 교회 등에도 피해가 있다고 밝혔다.

 

구조당국은 붕괴된 건물 잔해에 깔린 생존자들을 수색해 구조하고 있으나 지진에 따른 산사태 등으로 도로가 막혀 진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열대성 저기압까지 아이티를 향해 다가오고 있어 추가 붕괴와 구조 차질도 우려된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열대성 폭풍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해진 그레이스가 16일 오후부터 아이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NHC는 그레이스가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에 강한 비를 몰고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빈곤율이 60%에 달하는 극빈국 아이티에서는 지난 2010년에도 포르토프랭스 부근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해 최대 30만 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수십만 명이 다쳤고 10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었다.

 

아이티 레카이의 무너진 건물에서 생존자 수색하는 구조대원들 [AP=연합뉴스]

 

11년 만에 또 다시 찾아온 이번 대지진은 지난달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의 피살로 아이티의 정치·사회 혼란이 극심해진 가운데 발생했다. 극도로 악화한 치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까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아이티의 참사에 주변국들의 도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65명으로 이뤄진 수색·구조팀을 아이티에 파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지진 희생자들에 애도를 표시하며, 즉각적인 대응을 지시한 바 있다.

 

아이티와 히스파니올라섬을 공유하고 있는 이웃 도미니카공화국과 멕시코는 즉시 식량과 의료용품 등을 지원했고, 쿠바와 에콰도르 등은 구조팀과 의료팀 등을 파견했다.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들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날 아이티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비극의 여파를 줄일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받는 아이티 지진 부상자 [AFP=연합뉴스]

 

아이티 7.2 강진으로 최소 304명 사망…"거리에 비명 가득“

1천800명 이상 부상… 한국 대사관  "확인된 한인 피해는 없어"

한 달간 비상사태 선포…11년 만에 또 닥친 대지진에 망연자실

 

 

7.2 강진으로 무너진 아이티 레카이의 건물 [EPA=연합뉴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14일 규모 7.2 강진이 발생해 수백 명이 사망했다.

 

부상자와 실종자도 많아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 지하 10㎞에서 규모 7.2 강진…사상자 눈덩이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9분께 아이티 프티트루드니프에서 남동쪽으로 13.5㎞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서쪽으로 125㎞ 떨어진 지점으로, 진원의 깊이는 10㎞로 얕다.

 

이번 강진은 이웃 도미니카공화국과 자메이카, 쿠바 등에서도 감지됐다.

 

규모 4∼5의 여진이 10여 차례 이어졌으며, 한때 쓰나미 경보도 발령됐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티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지금까지 최소 304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진앙에서 수십㎞ 떨어진 레카이와 제레미 등에서 건물과 도로 등이 붕괴하며 사상자가 속출했다.

 

확인된 부상자도 1천800명을 넘겨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이티 강진 후 잔해에 깔린 이들을 구조하고 있다.[AP=연합뉴스]

 

당국은 피해 지역에 대응팀을 보내 생존자 수색과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산사태 등으로 도로가 끊겨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한 달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앙리 총리는 이번 지진이 "여러 지역에서 다수의 인명 손실과 물적 피해를 일으켰다"며 "희생자를 돕기 위해 모든 정부 자원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USGS는 지진 직후 "이번 참사 피해가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적 피해가 아이티 국내총생산(GDP)의 0∼3% 사이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 확인된 한인 피해는 없어…"거리에 비명 가득

 

아이티에는 한국 기업 직원과 자영업자, 선교사 등 한국인도 150명가량 거주 중인데 지금까지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티를 관할하는 주도미니카공화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지진 발생 후 아이티 거주 한인들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다행히 아직 피해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사관에 따르면 한인들 대부분은 포르토프랭스에 거주하고 있으며, 진앙 인근 거주자는 없다.

 

 7.2 강진 이후 아이티 레카이 [EPA=연합뉴스]

 

외신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지진 당시 공포의 순간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레카이의 아비아드 로자마 부주교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거리가 비명으로 가득 찼다"며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찾아 나서거나 응급 치료, 식수 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티트루드니프에서는 전화 통신이 두절됐고, 제레미에서는 교회와 주택이 무너진 장면이 포착됐다.

 

2010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7.0 대지진의 악몽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포르토프랭스 등의 주민들도 11년 만에 다시 찾아온 강진에 크게 놀라 대피했다.

 

포르토프랭스에 거주하는 한국인 구호 활동가는 연합뉴스에 "지진 당시 밖에 있었는데 건물과 땅이 약 1∼2분간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사람들이 일제히 밖으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이 활동가는 "포르토프랭스의 경우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며 "(다른) 지방의 타격이 커서 피해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아이티 7.2 강진 부상자 [EPA=연합뉴스]

 

◇ 11년 만에 또 대지진…대통령 암살 혼란 속 엎친 데 덮쳐

 

이번 강진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의 피해가 아직도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했다. 포르토프랭스 서쪽 25㎞ 지점 지하 13㎞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당시 지진으로 16만 명에서 최대 3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재앙 수준이던 당시 지진보다 이번 지진이 규모도 크고 진원 깊이도 얕다.

 

다만 당시 지진은 인구 밀도가 높은 포르토프랭스 인근에서 발생한 반면 이번 지진의 진앙 부근은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다.

 

2010년 대지진 이후에도 아이티는 콜레라 유행과 허리케인 매슈 등으로 신음했고, 정치·사회 혼란도 이어졌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7일엔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이 암살돼 극빈국 아이티의 혼란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이날 강진 후 여진 공포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대서양에선 열대성 폭풍 그레이스가 아이티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추가 붕괴나 구조 차질 등도 우려되고 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그레이스는 16일 밤에서 17일 사이 아이티를 지날 예정이다.

혼돈의 아이티에 닥친 또 한 번의 재앙에 주변 국가들도 잇따라 위로를 전하며 도움을 자청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이티 상황을 보고받은 뒤 미국의 즉각적인 대응을 승인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칠레, 아르헨티나 정부 등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마를 새 없는 아이티의 눈물…대통령 암살 이어 또다시 대지진

한달 전 모이즈 대통령 총격 암살 가시기도 전에 또다른 비극

극빈국 아이티, 대지진· 콜레라· 허리케인 등 재앙 끊이지 않아

 

7.2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에서 생존자 찾는 아이티 레카이 주민들 [AP=연합뉴스]

 

지난달 발생한 대통령 암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카리브해 아이티에 규모 7.2의 강진까지 덮쳤다.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0년 대지진의 여파에서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 아이티 국민의 고통이 더 깊어지게 됐다.

 

14일 오전 8시 29분께 아이티를 강타한 규모 7.2 강진의 사망자는 300명을 넘어섰다.

 

부상자와 실종자도 많아 시간이 지날수록 인명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빈곤율이 60%에 달해 서반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아이티의 역사는 유난히 수난의 연속이었다.

 

오랜 식민지 생활과 전쟁을 거쳤고 현대사도 독재와 쿠데타, 폭동 등으로 얼룩졌다.

 

계속되는 혼란과 극심한 빈곤 속에서 덮친 2010년 1월의 대지진은 대부분 건물에 내진 설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열악한 아이티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이재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지하 13㎞의 얕은 진원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6만 명에서 최대 3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수백만 명이 이재민이 됐다.

 

지진으로 교도소가 붕괴해 재소자들이 탈옥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대지진이 지나간 후 2010년 10월부터는 콜레라가 퍼졌다.

 

여러 해 동안 이어진 콜레라 유행으로 아이티에서만 1만 명 가까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16년엔 허리케인 매슈가 아이티를 강타해 800명 넘는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연이은 대규모 자연재해로 신음하는 동안에 정치·사회 혼란도 이어졌다.

 

정치권의 부패와 생활고, 늘어나는 범죄 등을 견디지 못한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는 시차를 두고 계속 반복됐다.

 

2015년 대선 무효 사태를 겪고 2017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도 정국 혼란은 이어졌고, 예정된 선거는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 치안도 급격히 악화해 몸값을 노린 납치 등 범죄가 급증했다.

 

모이즈 대통령 암살 현장 인근에 총격 흔적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러한 혼란이 정점을 찍은 것이 지난달 발생한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이었다.

 

지난달 7일 괴한들이 모이즈 대통령의 사저에 침입해 대통령을 총으로 살해했다. 함께 있던 영부인도 총상을 입었다.

 

이후 경찰은 암살에 가담한 콜롬비아 전직 군인들과 미국계 아이티인, 아이티 경찰 등 40여 명을 용의자로 체포했으나 사건 한 달이 넘도록 사건의 배후 세력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건 담당자들이 살해 위협을 받는 등 수사 과정도 원활하지 않아 사건의 진실이 이대로 묻힐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공백과 더 악화한 치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음하던 아이티에 닥친 또 한 번의 강진으로 아이티 국민의 고통도 더욱 깊어지게 됐다.

'사상 최악' 하와이 산불 2주째여의도 62배 면적 잿더미

 

대형 산불 대피령에 교통 정체된 미 하와이 도로 [AP=연합뉴스]

 

미국 하와이주 하와이섬(빅아일랜드)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 수준의 산불이 2주째 진화되지 않고 있다.

 

12AP 통신에 따르면 지난 3일 발생한 산불이 2주째 잡히지 않으면서 여의도 면적(2.9)의 약 62배에 달하는 181를 태웠다.

 

역대 최대 수준인 이번 산불의 원인은 기후 변화로 건기가 극심해지는 하와이의 기후 때문이라고 AP는 전했다.

 

하와이 주민 쿠무 미카 카모호알리는 "이렇게 큰 화재는 처음 본다"면서 "과거에도 여러 차례 산불이 발생하긴 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린 시절 하와이 와이메아 지역은 항상 푸르른 목초지였다"면서 "그러나 지난 1015년간은 매우 건조한 날씨를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서부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의 대규모 산불이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의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동시에 습기가 많은 열대 섬에서도 소규모 산불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로 인해 수백만 명의 주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생태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와이대 생태계 및 산불 연구원인 클레이 트라우어니히트는 "인간이 태평양 섬에 들어오기 전에는 화재가 매우 드물었다"면서 "(하와이의) 토종 생태계는 화재가 빈번하지 않을 때 진화했고, 그로 인해 화재가 나면 산 정상에서 해수면까지 환경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하와이주 소방관 마이클 워커도 "이번 산불은 미국 서부 산불에 비해 규모와 지속 시간이 비교도 되지 않지만, 매년 우리는 이 땅에서 상당한 면적을 잃고 있다""산불은 자연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숲을 풀밭으로 바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화재로 서울 1.7배 면적 잿더미총리 "이것이 기후위기"

3명 사망에 1산림 소실간밤 내린 비로 상황 호전

이탈리아도 48.8도 기록적 열파에 동시다발 산불로 몸살

 

 산불로 황폐화한 그리스 에비아 섬 위성사진 8월1일(왼쪽)과 11일모습. [AFP=연합뉴스]

 

그리스 총리가 엄청난 규모의 산림을 황폐화한 산불 사태를 계기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FP·dpa 통신 등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12(현지시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수일간 그리스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든 화재를 언급하며 "수십 년 만에 겪은 최악의 생태계 재앙"이라고 말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어 "이것이 기후 위기"라며 "우리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같은 사태를 겪는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 사례를 들어 이는 비단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닌, 지중해 또는 글로벌 차원의 이슈라면서 다른 국가와 공동 대응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리스에서는 30년 만에 닥친 폭염과 맞물려 지난달 말부터 전국 곳곳에서 수백 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엄청난 피해를 봤다.

 

열흘 넘게 지속한 이번 화재로 이날 현재까지 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고 서울 면적(605)1.7배인 1이상의 산림과 농지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번 화재는 대부분 사람이 고의로 불을 붙인 방화 또는 과실로 시작됐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기록적인 열파와 극심한 가뭄이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Greece Fires 화마에 의해 잿더미로 변한 그리스 에비아 섬의 수목들 [AP=연합뉴스]

 

최대 피해지역인 에비아섬과 펠레폰네소스 반도 등에서는 이날도 곳에 따라 화염이 맹위를 떨쳤으나 밤새 내린 비 덕분에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머지않아 사태가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올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다만, 화재 범위가 워낙 넓어 완전 진화까지는 시일이 다소 더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웃한 이탈리아도 최근 시칠리아와 칼라브리아, 캄파니아, 사르데냐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백 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빈발해 소방당국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12(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 모습. [EPA=연합뉴스]

 

프랑스가 진화를 돕고자 소방 항공기 2대를 급파하는 등 유럽연합(EU) 차원의 지원 활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탈리아도 시칠리아 도시 시라쿠사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48.8도를 찍는 등 반도 전체가 심각한 열파 현상으로 몸살을 앓는 와중에 화재 사태가 겹쳤다.

 

48.8도는 19777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기록된 유럽대륙 역대 최고 기온인 48도를 넘어선 것이다. 아직은 비공식 기록으로 세계기상기구(WMO)의 승인을 받으면 44년 만에 대륙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번 화재로 전날에만 3명이 숨지는 등 총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알제리 산불과 나흘째 사투사망자 71명으로 늘어 사흘간 애도

방화 용의자 22명 체포50도 고온에 강풍 속 산불 번져

 

    12일 알제리 산악지역 카빌리의 티지우주에서 불을 끄는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 알제리에서 12(현지시간) 나흘째를 맞은 대규모 산불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71명으로 늘어났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산불 사망자는 민간인 43명에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가 숨진 군인 28명 등이다.

 

알제리 정부는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조기를 게양했다.

 

압델마드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은 이날 저녁 TV로 방영된 대국민 담화에서 방화 용의자 22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일부 불은 고온으로 인한 것이지만 대부분의 불은 범죄적 기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알제리 당국은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불이 발생한 배경으로 광범위한 방화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12일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100동쪽 카빌리 산악지역의 불탄 마을 [EPA=연합뉴스]

 

진화 작업을 돕기 위해 과거 식민종주국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국가들이 산불 진화용 항공기 다섯 대를 제공키로 했다.

 

프랑스에서 알제리에 보낸 두 대의 소방 항공기가 이날부터 카빌리 지역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알제리가 유럽연합(EU) 민방위대에 지원을 요청한 지 하루만이다.

 

다른 진화용 항공기 두 대는 스페인에서, 또 한 대는 스위스에서 각각 13일과 14일에 올 예정이다.

 

알제리와 서사하라 지역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관계가 경색된 이웃 나라 모로코도 두 대의 소방 항공기를 지원하겠다고 제의했다.

 

알제리 정부는 연대 기금을 통해 이재민들에게 금융 지원과 생필품 등을 지원할 방침이라면서 국가적 단합을 호소했다.

 

알제리에서는 매년 여름 산불이 발생하지만, 올해처럼 재난과 맞먹는 규모는 드물었다.

 

북아프리카와 지중해 연안을 엄습한 고온 현상에 대기가 극도로 건조해지며 불길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주말까지 고온은 지속, 기온이 섭씨 50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튀니지의 접경지역에서도 지난 9일 이후 근 30개의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중부 지역 카이루안에서 수은주는 사상 최고인 50.3도를 기록했다.

 

지중해 북쪽 연안에서도 화마가 터키와 그리스를 지난 두 주간 휩쓸고 있고 이탈리아에선 소방대원들이 간밤에 500건 이상의 대형 화재를 잡느라 고투했다.

 

                       12일 한 알제리 소방헬기가 진화용 물을 긷는 모습 [EPA=연합뉴스]

 

터키 남부 산불 이어 북부 홍수희생자 27명으로 늘어

흑해 연안 4개주 '물난리'남부선 대형 산불 2주 이상 지속

 

터키 북부 카스타모누주에서 12(현지시간) 수색구조팀이 한 소녀를 구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터키 북부 지역을 강타한 대규모 홍수의 피해 사망자가 27명으로 늘었다고 현지 재난당국이 13(현지시간) 밝혔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터키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이날 북부 지역 홍수 피해 희생자와 관련해 "카스타모누주에서 25명이 숨지고, 시노프주에서 2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바르틴주에선 80세 여성 1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날 저녁 홍수로 1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었다.

 

이후 수색구조팀이 물이 빠진 재난 지역에서 밤새 추가로 시신을 수습하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났다.

 

흑해에 면한 터키 북부 바르틴주, 카스타모누주, 시노프주, 삼순주 등에선 11일부터 강한 폭우가 쏟아져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주택들이 물에 잠기고 건물과 교량이 붕괴하는가 하면, 다수 지역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건물 지붕 위에 고립된 주민들은 헬기로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해야 했다.

 

AP 통신은 수백 명이 헬기로 안전지대로 옮겨졌고, 다른 1700여 명도 긴급 대피했다고 전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카스타모누에선 1개 빌딩이 붕괴했고 다른 1개 빌딩이 심하게 파손됐다. 바르틴에선 교량 5개가 붕괴하고 다른 2개가 손상됐다고 AFAD는 소개했다.

 

터키 내무장관 쉴레이만 소일루는 전날 "내가 본 가장 심한 홍수"라고 말했다.

 

북부 지역 홍수는 남부 지역 산불 재난에 뒤이은 것이다.

 

터키 산불= 터키 남서부 무을라주 도시 보드룸에서 지난 1(현지시간) 주민들이 산불을 피해 도망가고 있다.

 

터키에선 지난달 28일 남부 안탈리아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남서부 무을라, 아이든 주 등으로 확산하면서 대규모 산림이 불탔다.

 

현지 당국 추산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10만 헥타르() 이상의 숲이 파괴됐다. 최소 8명이 숨지고 860여 명이 부상했으며,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농업산림부 베키르 파크데미를리 장관은 12일 전국 54개 지역에서 지난달 이후 299건의 산불이 발생했다면서, 하지만 이날까지 모든 산불이 진화됐다고 전했다.

 

, 이번엔 후베이 물난리'3시간 373mm' 비에 25명 사망·실종

건물 2.5m 높이까지 침수 흔적주민 "사전 통지 못 받아"

지난달 허난성 폭우 300명 넘는 인명피해태풍 '인파'는 동부 관통

 

      중국 후베이성 류린(柳林)진 비피해 현장 [펑파이 캡처]

 

지난달 300명 넘는 사망자를 낸 허난성 폭우와 동부지방을 관통한 제6호 태풍 '인파'에 이어 중국에 또다시 폭우가 내리면서 20여명이 숨지고 가옥 수천채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13일 중국매체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후베이성 쑤이저우(隨州)시 쑤이()현 류린(柳林)진에서는 11일 오후 9시부터 12시간 동안 503mm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12일 오전 4~7(현지시간) 사이 373.7mm의 비가 쏟아부었고, 오전 5시와 6시에는 2시간 연속 강수량이 100mm를 넘겼다.

 

이 비로 류린진에서만 8천여명이 수해를 입었고, 21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가옥·점포 2700여채, 도로 11.3km, 교량 63곳이 훼손되고 전기·통신이 끊어졌으며, 피해복구 및 구조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 주민은 상여우(上游)신문 인터뷰에서 "12일 오전 3시께 홍수가 나 깜짝 놀라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갔고, 한 시간쯤 뒤 1층이 완전 물에 잠겼다"면서 "물이 굉장히 빨리 불어났지만 사전통지를 받지 못했다. 경보가 울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또 홍수가 지나간 뒤 건물 벽에는 2.5m 높이까지 침수 흔적이 있었다고 상여우신문은 전했다.

 

후베이(湖北)일보는 "류린진에 2.46m까지 물이 찼다"고 보도했고, CCTV"류린진은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으로, 이번 비로 평균 3.5m의 물이 찼고 깊은 곳은 수심이 5m에 달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자택 인근 슈퍼마켓에서 숙직을 하던 한 주민은 물이 차오르자 남편에게 "내가 죽거든, (자택) 침대 밑 슬리퍼 주머니를 잘 찾아보면 모아둔 돈이 있을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작별인사로 남긴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남편은 새벽에 문자를 확인하고 황급히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답이 없었고, 자택 3층에서 1층으로 내려 가려 했지만 불어난 물로 이동할 수 없었다.

 

남편은 물이 빠진 뒤 아내를 찾아 나섰지만, 단층 슈퍼마켓에서 대피할 곳이 없었던 아내는 이미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후베이성 류린(柳林)진 비피해 현장 [상여우신문 캡처]

 

후베이일보에 따르면 후베이성에서는 11~12일 사이 수이저우 외에 샹양(襄陽샤오간(孝感우한(武漢) 등에서도 폭우가 내리면서 사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만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당국은 11일부터 12일 오후 4시까지 후베이성 내 7개 시 22개 현에서 이재민 38만여명이 발생하고 11천명이 긴급대피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앞서 지난달 20일께 중부 허난성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302명이 사망하고 50명이 실종했으며, 재산피해도 530억 위안(94403억원)에 달한 바 있다.

 

당시 허난성 중심도시 정저우(鄭州)에서는 빗물이 지하철 선로로 쏟아지면서 지하철 승객 14명이 숨지고 도로터널 침수로 6명이 사망하는 등 사망 292, 실종 47명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달 말에는 태풍 인파의 영향으로 상하이(上海)와 저장·안후이·장쑤·산둥성 일대에 많은 비가 내렸다. 저장성 닝보(寧波)시 위야오(余姚) 일부에서는 22일부터 나흘간 951mm의 비가 내려, 저장성에 상륙한 태풍 관측 사상 최대 강수량을 새로 쓰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 6~8일에는 쓰촨성 일대에 100~250mm의 비가 내리면서 44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13~14일 중국 강수량 예보[중국 기상대 홈페이지 캡처]

 

한편 중국 기상대는 13~14일에도 창장(長江·양쯔강) 중하류 지역 등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면서, 안후이·후난·저장·구이저우·윈난 등에 100~200mm의 폭우를 예보했다.

 

또 쑹화장(松花江헤이룽장(黑龍江) 등 헤이룽장성 주요 하천에서는 다음달까지 홍수가 발생하고, 헤이룽장 일부 구간은 이달 하순 50년 중 가장 높은 수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