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총리 새해 연설에서 언급

비동맹 · 중립 노선 지켜왔으나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자구책 찾자 목소리 커져

 

오랫동안 미-러 대결에서 중립을 지켜온 핀란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논란이 점화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위협하자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에서 ‘우리도 자구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어서 향후 사태 전개에 관심이 쏠린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1일 새해 연설에서 “핀란드는 언제나 나토 회원국이 될 권리를 갖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다시 한번 말해두건대, 핀란드가 움직일 공간과 선택의 자유에는 군사동맹의 가능성, 나토 회원 가입의 가능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마린 총리 역시 별도의 새해 연설에서 ‘모든 나라가 자신의 안전보장 정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우리가 움직일 여지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과거 핀란드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군사 비동맹과 중립 노선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핀란드는 1939~1940년 겨울전쟁 등 소련의 침공을 겪은 역사적 사실을 교훈 삼아, 1340㎞ 길이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차대전 직후엔 미국의 유럽원조계획인 ‘마셜 플랜’을 거부하고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어디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핀란드 영토가 소련에 대한 공격기지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개 약속도 해줬다.

 

냉전 해체 이후엔 1995년 유럽연합(EU) 가입, 2002년 유로화 채택 등 유럽과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섰다. 군사적으로도 1994년 ‘나토와 평화를 위한 동반자 관계’(PfP)를 맺고 미국이나 유럽 각국과 양자 협력 관계를 확대했다. 하지만 ‘나토 불가입’ 정책은 꾸준히 유지해왔다.

이런 기조에 변화 조짐이 인 것은 러시아가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데 이어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 병력을 배치하는 등 군사적 위협의 강도를 높이면서부터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부각되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타산지석 삼아 자구책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고개를 든 것이다.

 

러시아는 핀란드의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는 지난주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심각한 정치·군사적 결과를 낳고, 러시아의 상응하는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물론, 핀란드가 당장 나토 가입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경계감은 극도로 고조돼 있는 상태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전쟁 회피가 강대국의 최고 정책 목표였을 때마다 국제사회는 가장 잔혹한 나라의 아량에 의존해야 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오판’을 내릴 경우 미국과 나토가 군사적 옵션을 제외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국민연합당 대표도 최근 “이제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신청할지 논의할 때다. 러시아가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보복하겠다고 했지만, 핀란드는 결코 러시아의 위협이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핀란드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녹색당의 아테 하르얀네 의원도 “최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해야 할 논거가 더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웃한 발트 3국 등도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찬성하고 있다. 마르코 미켈손 에스토니아 의회 외교위원장은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북부 유럽이 훨씬 더 안정되고 안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미·러·중·영·프 5개국 정상 명의…‘핵무기 확산방지 책임’ 강조

러시아 주도의 성명 배경엔 최근 우크라 · 대만 긴장 완화 뜻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핵무기 보유 5개국 정상들이 핵무기 확산 방지를 다짐하는 공동성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5개국 정상들은 3일 공동성명에서 “핵무기 보유국 간의 전쟁 방지와 전략적 위험 저하를 자신들의 우선적 책임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고 크렘린궁이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정상들은 또 “우리는 핵전쟁에서 승자가 있을 수 없고, 핵전쟁은 결코 시작되서는 안 된다는 것은 선언한다”고 말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이들 정상들의 전격적인 핵 확산 방지 공동성명은 이란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으로 핵무기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인데다, 최근 들어서 대만을 둘러싼 미-중 대결, 우크라이나 위기를 둔 미-러 알력 등이 커지는 긴장 국면에서 나와 주목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현재 어려운 국제 안보상 조건에서 그러한 정치적 성명의 승인이 국제적인 긴장 수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모스크바는 세계의 주요 핵무기 보유국의 정상회의가 필요하다고 여전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은 핵무기 공식 보유국인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정상회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이들 국가들이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노력을 통해 최근 긴장 상태 해소를 모색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이 러시아의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에서 “이 공동성명은 우리의 주도와 러시아 대표들의 가장 적극적인 참여로 준비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주도한 5대 핵무기 보유국 정상들의 공동성명은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한 미국-러시아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나왔다. 핵무기 보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 사이에서 최근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대결과 긴장고조를 막는 외교적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정의길 기자

근무자 25명 중 16명 확진

유럽 총 확진자 1억명 돌파

미 뉴욕도 최다 감염 기록

 

남극에 설치된 벨기에의 프린세스 엘리자베스 과학기지. 출처: 프린세스 엘리자베스 과학기지 누리집

 

전세계를 휩쓰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극도 안전지대로 남겨놓지 않고 있다.

 

(BBC)는 벨기에가 설치한 남극의 프린세스 엘리자베스 과학기지에서 근무자 25명 중 16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1일 보도했다.

 

이 기지에서는 지난달 14일 첫 확진자가 확인됐으며, 현재까지 위중증 환자는 없는 상태다. 첫 확진자는 감염 확인 일주일 전에 도착한 근무자였다. 기지 근무자는 백신 접종이 의무이지만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는 못했다. 2009년 설치된 이 기지에는 의사 2명이 배치돼 있다.

 

기지 관계자는 “감염된 근무자를 격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기지의 전반적 활동에는 심각한 영향이 없다”며 “기지에서 생활하는 사람 모두에게 1월12일 비행편으로 퇴거하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모두 업무를 계속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극에서 코로나 감염 사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칠레가 설치한 기지에서 근무하던 군인들이 보급을 위해 들른 선원들에 의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런 가운데 해가 바뀌어서도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 탓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전히 무서운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 변이가 크게 확산하는 유럽에서 전체 코로나 누적 감염자 수가 1억명을 돌파했다고 1일 보도했다. 러시아 등을 포함한 유럽 지역 52개국 확진자 총수는 1억7만4753명으로, 세계 전체 확진자의 약 3분의 1 이상이 유럽에서 발생했다. 지난 1주일만 해도 이 지역에서 490만명이 신규 감염자로 집계됐다. 프랑스의 24시간 신규 확진자는 이날 21만9126명으로 나흘 연속 20만명을 웃돌았다. 영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31일 18만9846명으로 다시 최다 기록을 갈았다.

 

미국에서도 지난 31일 뉴욕주의 신규 확진자가 8만5476명으로 최다 기록을 갈았다. 항공사 직원 감염자 증가와 악천후의 영향으로 1일 미국에서는 항공편 2604편이 결항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무렵 본격화된 항공편 결항이 최다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본영 기자

미 <월스트리트 저널> 심층 보도

군납업체 전쟁으로 4.6~7조달러 매출

군인보다 더 많은 직원들이 전쟁 참가

불철저한 신원조회로 사고 일으키기도

 

 아프간 사람들이 1일 새해 첫날 카불 거리를 북적이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미군이 20년 동안 이어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알려지지 않은 ‘최후의 승자’가 사실상 민간 군수·군납업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31일 지적했다.

 

신문이 이날 내놓은 심층 보도를 보면,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군이 이라크에 이어 아프간까지 침공하며 미군의 군수 지원을 위한 외주가 급격히 늘었다. 국방부가 외주 사업에 지출한 비용은 14조달러(1경6644조원)였고 그 중에 3분의 1에서 절반에 이르는 금액이 군수·군납업체에 돌아갔다.

 

가장 많은 돈을 번 업체는 록히드 마틴,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레이시온 테크놀로지, 노스럽 그루먼 등 이른바 미국 5대 군수업체였다. 브라운대학의 ‘전쟁비용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무려 2조1천억달러(2496조원)을 쓸어 담았다. 그보다 작은 업체들은 아프간 경찰병력 훈련, 도로와 학교 건설, 서구 외교관의 경호·보안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큰 돈을 벌었다.

 

아프간 전쟁 20년 동안 미국 정부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오갔지만,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이들 군수·군납업체를 활용하면서 ‘주둔 병력과 전사자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변호했다. 지난 20년 동안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군 병력 7000명 이상이 숨지는 동안 군수·군납업체 소속의 민간인도 3500명 넘게 숨졌다.

 

아프간엔 언제나 직접 전투를 수행하는 미군 병력보다 군수·군납업체 직원이 더 많았다.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이 가장 많았던 2008년 미군은 18만7900명, 군수·군납업체 직원은 20만3660명이었다. 전쟁이 길어질 수록 이 비율은 더 올라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말인 2016년 병력 감축을 지시했을 때, 아프간 주둔 미군은 9800명이었지만 군수·군납업체 직원은 2만6천명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1월 임기를 마쳤을 때 아프간에 남은 미군 병력은 2500명이었지만, 군수·군납업체 민간인은 1만8천명으로 무려 7배가 넘었다.

 

헤이디 펠티어 브라운대학 ‘전쟁비용 프로젝트’ 책임자는 “민간의 군수·군납업은 백악관에 공화당원이 있건 민주당원이 있건 상관없이 ‘증가’라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 같다”며 정부가 군수·군납업에 의존함으로써 진짜 전쟁 비용을 대중으로부터 감추고 사실상 분식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출신 더그 에델만은 1998년 키르기스스탄에서 연료거래 사업을 시작했다가 4년 뒤 아프간에서 전쟁이 나자 군납 사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만진 대표적인 인물이다. 전쟁으로 아프간 옆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는 미군 병력과 군수물자가 거쳐가는 허브로 탈바꿈했다.

 

에델만은 키르기스스탄 파트너와 새 회사를 세운 뒤 비슈케크 주둔 미 공군 C-135 공중급유기 편대의 연료를 독점 공급하는 권한을 따냈다. 또 아프간에서는 바그람 공군기지에 연료 파이프를 설치하는 공사도 맡았다. 이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번 그는 한때 런던의 미디어 재벌 콘래드 블랙의 소유였던 맨션을 구입한 사실이 최근 동료들과 법정 소송 과정에서 드러났다.

 

2003년 오하이오에 설립된 ‘미션 이센셜 그룹’은 아프간 주둔 미군에 현지 통역을 제공하며 사세를 키웠다. 이 회사는 2007년 미군에 아프간 언어 통역과 문화 자문가를 제공하는 3억달러(3566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2010년 말 현재 아프간에서 미군과 일하는 통역을 7000명 정도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엔 미 국방부로부터 8억6천만달러(1조224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공동 설립자 중 한 사람인 채드 모닌은 골프장 옆의 130만달러(15억원) 호화 저택을 샀으며, 1970년식 페라리 스포츠카도 구매했다.

 

2010년 1월 카불 근처 미군 기지에서 미션 이센셜 그룹이 고용한 현지인 통역이 미군 병사 두 명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을 일으켰다. 유족들은 이 회사가 통역의 신원조회에 실패하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유족들은 성명에서 “이 회사가 맺고 있는 계약의 수익이 지나치게 많고,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받은 돈에 미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2015년 유족들과 비공개 화해를 했다. 2005년 아프간 전쟁에 참전했고 트럼프 행정부 말기 국방장관 대행을 했던 크리스토퍼 밀러는 적은 숫자의 직업 군인으로 전쟁을 치르게 되면 그만큼 더 많은 ‘아웃 소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신문의 여러 지적에 로브 로드위크 국방부 대변인(중령)은 “아프간에서 미군 작전에 기여한 많은 군수·군납업체 민간인들이 군 병력을 핵심적인 전쟁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고 해명했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