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국적 '아스팔트 프린세스' 납치…이스라엘 유조선 공격 닷새만

이란, 공격 연루 부인…"서방국이 이란에 적대적 여론 조성하려는 것"

 

지난달 29일 공격받은 머서 스트리트호[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란군으로 추정되는 무장 세력에게 파나마 국적 유조선이 나포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해군 해사무역기구(UKMTO)는 3일 아랍에미리트(UAE) 후자이라항에서 동쪽으로 약 60 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선박 납치(hijacking)'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주변 선박들에 극도의 주의를 경고했다.

 

가디언과 BBC, 로이터 통신 등은 UKMTO 관계자를 인용,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해에서 파나마 깃발을 단 아스팔트 탱커 '아스팔트 프린세스'가 8~9명의 무장 세력에게 나포(seizure)됐다면서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영국 외무부는 관련해 "UAE 해역에서 발생한 선박 사건을 긴급하게 조사 중"이라고 밝혔고, 미 국무부 대변인은 "판단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했다.

 

미군은 사태를 주시하기 위해 최소 한 척의 군함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연루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수비대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에서 "이란군과 중동의 이슬람 저항운동 모든 세력들은 이번 사태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 사건은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이 이란에 적대적인 국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오만해 유조선 피습 사건 발생 5일만에 벌어진 선박 나포로 이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만 인근 해상에서 이스라엘 해운사가 운용하는 유조선 머서 스트리트호가 드론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았다.

 

당시 공격으로 영국인 선장 1명과 루마니아 보안요원 1명 등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건 발생 이후 이스라엘과 미국, 영국은 일제히 피격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강력한 대응을 경고했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이란이 유조선을 목표로 삼아 하나 이상의 무인 항공기를 사용했다"며 "고의적이고 목표가 설정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미국은 이란이 이번 공격을 시행했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적절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과 루마니아, 라이베리아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이스라엘 유조선 공격은 이란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공격은 국제 해상 안전에 대한 위협이고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 같은 행위는 국제 사회에서 규탄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이 사안을 안보리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이스라엘도 별도 서한을 통해 "이란의 적대 행위가 지역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며 자국민 보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미국, 이라크서 밀반출 고대유물 1만7천점 반환

● WORLD 2021. 8. 4. 12:1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이라크전 혼란 때 약탈돼…일 · 네덜란드 · 이탈리아도

'길가메시 서사시' 새겨진 19억 상당 점토판도 포함

 

 3일 이라크 바그다드 외무부 청사에 최근 미국에서 반횐된 고대유물이 전시돼있다. [AP=연합뉴스]

 

이라크에서 미국 등으로 흘러나간 유물 1만7천여점이 반환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으로 반출된 약탈유물 1만7천여점을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반환된 유물 상당수는 2003년 미국이 주도한 연합군이 이라크를 침공해 전쟁이 벌어져 혼란한 틈에 외국으로 밀반출된 것들이다.

 

기원전 4000년에서 600년까지 존재한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물이 다수다.

 

이라크에선 1991년 걸프전 여파로 정부군이 남부지역 통제력을 상실한 이후 광범위한 유물약탈이 벌어졌고 2003년 이라크전이 시작되면서 유물약탈이 '산업' 규모로 커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설명했다.

 

미국에서 반환되는 유물들은 지난주 미국을 공식방문한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총리와 함께 이라크로 돌아왔다.

 

이 유물 중 1만2천여점은 워싱턴DC 성경박물관이 가지고 있었다.

 

성경박물관은 예술공예품 판매기업 '하비로비' 소유 가족이 설립했으며 하비로비는 4년 전 5천개 유물을 취득하며 실사작업을 벌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무부로부터 300만달러(약 34억4천만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NYT는 하비로비가 과징금을 맞은 원인이 된 유물 일부도 이라크로 반환된 유물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코넬대도 이번에 이라크로 돌아간 유물 5천여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고고학자들 사이에선 이 유물들도 이라크 남부에서 약탈당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가장 주목받는 반환유물은 수메르 신화 속 영웅 길가메시의 이야기를 담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사시인 '길가메시 서사시' 일부가 새겨진 약 3천500년 된, 가로와 세로가 각각 15㎝와 12㎝인 점토판이다.

 

미국 예술공예품 판매기업 '하비로비'가 보유하고 있다가 법무부에 압수당한 '길가메시 서사시'가 새겨진 점토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점토판은 몇 차례 손바뀜을 거쳐 하비로비로 넘어갔고 성경박물관에 전시되다가 재작년 미국 법무부가 압수했다.

 

하비로비는 점토판 반환을 거부하다가 지난달 초 결국 동의했다.

 

하비로비는 2014년 크리스티 경매가 점토판을 팔 때 출처를 속였다면서 대금 167만4천달러(약 19억2천만원)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점토판은 현재 연방정부 창고에 있으며 내달 이라크로 돌아간다.

 

하산 나딤 이라크 문화부 장관은 "이라크 역사상 최대규모 유물반환"이라면서 "유물 수천 개가 외국에 밀반출돼 아직 돌아오지 못한 상태로 여전히 할 일이 많다"라고 말했다.

 

반환유물들은 조사를 거쳐 이라크 국립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3일 이라크 정부가 공개한 미국이 반환한 고대유물. [신화=연합뉴스]

남서부 8명 사망…도로 막혀 배 탈출도

올 들어 지금까지 산림 9만5천㏊ 초토화

이상 고온에 그리스·이탈리아 등도 비상

 

 터키 남서부 무글라의 지중해 휴양도시 마르마리스를 덮친 대형 산불이 1일(현지시간)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닷새째 이어지는 산불로 8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터키 남서부 지중해변의 대규모 산불이 엿새째 잡히지 않는 등 유럽 남부 지중해 지역에서 이상 고온과 산불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터키 소방당국이 지난 28일(현지시각) 남부 안탈리아주와 물라주 등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을 잡기 위해 엿새째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2일 보도했다. 이번 산불로 현재까지 8명이 사망했고, 1만여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도로가 막히자 배를 이용해 탈출하기도 했다.

 

베키르 파크데미를리 터키 농업산림부 장관은 “안탈리아와 물라 등지의 9군데 산불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지역은 터키의 유명 관광지다. 이스파르타, 데니즐리, 이즈미르 등에서도 산불이 계속 되고 있으며, 툰셀리 등 30개 지역 137군데의 산불은 진화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터키 남서부 지역을 휩쓸고 있는 산불이 6일째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보드룸 지역의 한 주민이 소 두마리를 끌고 산불 발생 지역에서 멀리 벗어나고 있다. 보드룸/AP 연합뉴스

 

터키에서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9만5천㏊의 산림이 불에 타는 등 최악의 산불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피해 규모는 2008~2020년 연평균 산불 피해의 7배를 넘는 수준이다.

 

터키의 산불이 쉽사리 잡히지 않자, 스페인, 크로아티아, 이란, 러시아 등이 산불 진화 작업을 돕고 있다.

 

지중해 연안에서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서 그리스, 이탈리아 등 주변국에서도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최고 기온이 45도까지 치솟고 있는 그리스에서는 터키 남부 해안에서 가까운 로도스섬 지역에 비상 사태가 선포됐다. 또 수도 아테네에서 서쪽으로 210㎞ 떨어진 파트라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5개 마을 주민들이 긴급 대비했다. 올해 그리스에서도 지난 10여년 평균치의 두배에 달하는 산불 피해를 봤다.

 

이탈리아의 사르데냐와 시칠리아, 스페인 내륙에서도 산불이 발생했으며, 크로아티아 해안 도시에서는 폭풍이 몰아치는 등 지중해 주변 곳곳이 재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1일(현지시간) 터키 남서부 안탈리아주 도시 마나브가트 인근 마을에 산불이 덮쳐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휴양도시 안탈리아주와 물라주 등에서 시작된 대규모 산불이 이날까지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산불 사망자는 모두 8명으로 늘어났다. 연합뉴스

 

영국 브리스톨대학의 기후학자 댄 미첼 교수는 남부 유럽의 이상 고온이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 때문에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적으로 이상 고온 현상이 매년 더 자주 발생하는 가운데 올해는 특히 극단적인 이상 고온 사태가 전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

 

 

과도정부 출범 발표…본인이 총리 맡아

‘1년뒤 선거’ → ‘2년반 뒤’로 약속 어겨

 

미얀마 군부 총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 A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7개월째를 맞아 과도정부를 출범시키고 군부 총사령관이 신임 총리가 됐다. 군부는 쿠데타 당시 밝혔던 ‘1년 뒤 총선 실시’ 약속도 1년 6개월을 더 늦춰 2023년 8월까지 비상통치 체제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1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보도를 보면, 미얀마 군부는 이날 기존 군부 중심의 국가행정평의회(SAC)를 과도정부로 신속히 대체하고 군부 사령관인 민 아웅 흘라잉이 총리직을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총리 취임 연설에서 “2023년 8월까지 군부의 비상통치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반드시 총선을 치를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과도 정부’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미얀마 군부가 정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군부의 비상통치체제는 1년간 지속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두 달 뒤인 지난 4월초 “비상사태가 6개월 혹은 그 이상 연장될 수 있다. 2년 내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해, 비상사태 기간을 1년 더 늘렸었다. 또 두 달여가 지난 뒤 비상사태 기간을 다시 6개월 더 추가했다.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국민들은 군부의 약속을 믿지 않고 있다. 인권활동가 아웅 쿄 모에는 “군부 사령관의 선거 약속은 거짓이며,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얀마 국민들은 그런 약속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비비시>(BBC)가 전했다.

 

과도 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정국이 쉽게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미얀마는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시민들의 쿠데타 반대 시위는 줄었지만, 의료진과 교사, 공무원 등 상당수 국민들이 여전히 파업 등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의료, 교육 등 공공부문이 마비돼 있다. 또 소수민족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소수민족 무장 단체와 군부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약속을 어기고 정권 장악 절차에 속도를 내는 것은 국제사회의 무력한 대응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얀마를 비호하는 상황에서 유엔(UN)과 미국, 유럽 등은 미얀마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고 있다. 특히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중국은 겉으로는 “내정 불간섭”을 외치고, 안으로는 미얀마 군부에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는 등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쿠데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미얀마 시민단체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PP) 집계를 보면, 쿠데타 이후 6개월째인 지난달 31일까지 군부의 강경 진압 등으로 사망한 시민이 무려 940명이고, 체포된 이들은 5400여명에 이른다.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이 된 이들도 25만여명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상황도 심각하다. 미얀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미얀마의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5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6000여명에 달했다. 이는 군부 쪽 통계이고, 실제 확진자나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에는 ‘미얀마가 앞으로 2주 안에 국민 절반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바바라 우드워드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