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카불에서 이틀 연속 시위

여성들의 교육, 일자리 권리 요구

경고사격 · 최루가스 폭력 진압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3일 수도 카불에서 여성들의 새 정부 참여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남성들과의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며 용감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탈레반이 경고사격, 구타, 최루가스로 폭력 진압에 나서면서 여성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 통신은 4일 아프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 근처에서 여성 수십명이 확성기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참가자들은 여성 권리를 크게 억압한 탈레반 정권이 몰락(2001년)한 뒤 성장기를 보낸 20대가 대부분이었다. 카불에서는 전날에도 여성 수십명이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현지 언론 <톨로 뉴스>의 영상과 참가자들이 외신에 전한 내용을 보면,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의 모토는 자유”라고 쓴 손 팻말을 들고 여성들의 일할 권리와 새 정부 참여를 요구했다. 이들은 행진 시작 전 국방부 청사 앞에 탈레반과 싸우다 전사한 정부군을 추모하는 화환을 놓았다. 한 참가자는 “우리는 아프간에서 인권을 얻으려고 이 자리에 왔다”며 “난 나의 조국을 사랑하며, 언제까지나 이곳에 있겠다”고 했다.

 

시위대는 재무부 청사 근처에서 탈레반 대원들에게 둘러싸였다. 몇몇 탈레반 관리들은 함성을 지르는 이들에게 접근해 요구 사항을 물었다. 메가폰을 잡은 한 남성은 “당신들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수다바 카비리(24)라는 대학생은 탈레반 관리에게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는 여성들에게 권리를 줬다며, 자신들은 그것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시위대가 대통령궁에 접근하면서 폭력 진압이 시작됐다. 탈레반 쪽은 페퍼 스프레이와 최루가스를 뿌렸다. 한 여성은 “왜 때리냐”고 소리질렀다. 한 시위 참가자는 <뉴욕 타임스>와의 통화에서 탈레반이 최루가스, 소총 개머리판, 쇠막대기를 이용해 약 100명의 참가자를 해산시켰다며 “저항하며 행진을 계속하려 하자, 탈레반 대원이 나를 밀치고 날카로운 금속 장비로 때렸다. 탈레반은 계속 우리를 저주하고 모욕했다”고 했다. 그는 금속 장비에 맞아 한때 의식을 잃고, 머리가 찢어져 다섯 바늘을 꿰맸다고 했다.

 

아프간 정부에서 일했던 한 여성은 “동료들과 함께 정부 사무소 근처로 가려는데 탈레반이 여성들을 전기충격기와 최루가스로 공격했다. 탄창으로 머리를 때려 피가 흐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탈레반 특수부대원들은 대통령궁 앞에서 공중에 경고사격을 하고 최루가스를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서슬 퍼런 탈레반에 맞서는 여성들의 시위가 이어지는 것은 이 집단이 1996~2001년 ‘1기 집권’ 때처럼 여성들의 취업과 학업을 금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일 서부 도시 헤라트에서도 여성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갑자기 사무실에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탈레반 관리들을 만나 설명을 요구했다.

 

여성들 권리 문제에 대한 새 탈레반 정권의 메시지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탈레반은 ‘1차 집권’ 때보다 포용적인 정부 구성과 관용적인 이슬람 통치를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달 말, 정부에서 일한 여성들은 사무실과 거리에서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여성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른 통치를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복지부 여성 공무원들은 사무실로 복귀하라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뉴욕 7명, 뉴저지 2명 숨져... 두곳 모두 비상사태 선포

맨해튼 도로 및 지하철 침수 센트럴파크엔 사상 최대 강우

 

미국 본토에 상륙해 북진한 허리케인 아이다로 뉴욕시 일대에 긴급홍수경보가 발령되고 통행금지가 선포된 가운데,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 인근의 물에 잠긴 도로 위에서 시민들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미국 본토에 상륙해 북진한 허리케인 아이다가 북동부에 많은 폭우를 뿌리면서, 뉴욕과 뉴저지에서 2일 오전 8시(한국시각 저녁 9시) 기준 최소 9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물바다로 변해버린 두 주에선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등에 큰 피해를 안긴 아이다는 육지에 상륙해 북상하면서 소멸단계에 접어들었으나, 2일 동부 뉴잉글랜드까지 접근해 폭우와 강풍으로 인한 피해를 키우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역사적인 기상 재난”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주와 뉴저지주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로이터>는 국립기상청이 뉴욕에 홍수 경보를 발령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부연했다.

 

NBC 등 외신은 뉴욕에서 두 살 남자아이를 포함해 7명이 숨지고, 뉴저지에서 2명이 숨지는 등 최소 9명이 숨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뉴저지주 퍼세이크 시장인 헥터 로라는 CNN에 “홍수에 휩쓸린 차량에서 70대 남성의 주검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뉴욕 주요도로인 맨해튼 동쪽 ‘에프디아르’(FDR)로 및 ‘브롱스 리버 파크웨이’가 전날 밤부터 폭우로 잠기기 시작했다. 뉴욕의 지하철과 그 역들도 침수돼, 메트로폴리탄교통청은 모든 지하철 운행을 중단했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는 지하철 차량에 물이 들어와 승객들이 좌석 위에 올라선 모습을 담은 동영상들이 올라왔다.

이에 따라 뉴욕 시당국은 이날 새벽 5시까지 비상 차량을 제외하고는 통행금지를 선포했다. 뉴욕기상관측소는 1일 밤 뉴욕시 일대에 일급 긴급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이 경보는 “갑작스런 홍수로 생명에 대한 중대한 위협와 재앙적인 손해가 발생하거나 곧 발생할 극히 드문 상황”에서 발령된다.

 

기상관측소에 따르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는 1일 밤 시간당 8㎝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이 공원에서 기록된 역대 가장 많은 강수량이다.

 

아이다는 또 1일 아침부터 대서양 연안의 중부 주들을 통과하면서 적어도 두 차례의 토네이도까지 동반했다. 이 토네이도로 뉴저지 남부 키니의 한 우체국 지붕이 날아가는 등 곳곳에서 큰 피해를 입혔다. 정의길 기자

 

"하늘에서 나이아가라폭포가 쏟아졌다"…허리케인에 마비된 뉴욕

5시간만에 수영장 5만개 채울 비 내려…물바다 된 도로·지하철서 밤새 구조

뉴욕 사망자 대부분은 아파트 지하 살던 빈민층… "지옥을 겨우 통과했다"

 

 미국 뉴욕에서 홍수에 잠긴 자동차 [로이터=연합뉴스]

 

허리케인 아이다가 쏟아낸 5시간의 폭우에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뉴욕시가 마비됐다.

 

뉴욕을 비롯한 미 북동부 일대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물론 교통이 마비되고 정전 피해가 속출하면서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2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뉴저지·펜실베이니아주에서만 최소 24명이 숨지고 15만 가구 이상이 여전히 정전 상태다.

 

전날 저녁 아이다의 영향으로 역대 최악의 폭우가 쏟아진 탓이다.

 

뉴저지·펜실베이니아·매사추세츠·로드아일랜드주에서는 9인치(약 22.9㎝) 이상의 비가 내렸다고 미 국립기상청(NWS)이 밝혔다.

 

뉴욕시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센트럴파크에서는 7.19인치(약 18.3㎝)의 비가 쏟아져 1869년 기상 관측 이래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시간당 강수량도 최대 3.15인치(약 8㎝)로 지난달 21일 열대성폭풍 헨리 때 세운 종전 기록 1.94인치를 불과 11일 만에 갈아치웠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말 그대로 하늘이 열리고 나이아가라 폭포 수준의 물이 뉴욕 거리로 쏟아져 내렸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전날 저녁 뉴욕시 일대에 쏟아진 비가 350억 갤런으로 올림픽 규격 수영장 5만개를 채울 수 있을 정도라고 추산했다.

 

당초 3∼6인치(약 7.6∼15.2㎝)의 비가 내릴 것이라던 기상 예보를 웃돈 강수량에 뉴욕을 포함한 동북부 다수 지역이 물바다가 됐다.

 

맨해튼 FDR드라이브와 브롱크스 리버파크웨이 등 주요 도로가 물에 잠겨 강으로 변하자 운전자들은 차를 버리고 황급히 대피해야 했다.

 

뉴욕시 지하철 46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해 15∼20대의 지하철에서 밤새 구조작업이 펼쳐졌다.

 

타임스스퀘어역에서는 지하철이 멈춰선 전날 저녁 9시45분께부터 승객들이 폭우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지하철역 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CNN이 전했다.

 

뉴욕에서 주민들을 구조하는 구급대원들 [로이터=연합뉴스]

 

지하철을 포함한 뉴욕 대중교통은 이날까지도 완전히 정상 운행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시 소방국은 도로와 지하철 등에서 수백명을 구조했다고 밝혔고, 필라델피아 소방국도 최소 100명을 홍수 피해로부터 구조했다고 밝혔다.

 

호컬 주지사는 "전례없는 폭우로 뉴욕시가 마비됐다"고 말했고,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시민들이 지옥을 겨우 통과했다.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특히 사망자의 대다수가 아파트 지하에 살던 저소득층 주민들이어서 세계 경제 중심지인 뉴욕의 어두운 면을 여과없이 드러냈다고 NYT는 지적했다.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과 이민자 가정이 주로 사는 아파트 지하는 대부분 불법으로 개조한 주거시설이어서 홍수와 화재에 취약하다.

 

뉴욕시 퀸스에서 2살 아기와 부모가 숨진 아파트, 86세 할머니가 숨진 아파트는 모두 주거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지하 건축시설로 확인됐다.

 

뉴욕에서 홍수로 엉망진창이 된 가게를 정리하는 종업원 [로이터=연합뉴스]

갈란드 법무부 장관 “헌법 무효화려는 책략” 비난

 

메릭 갈란드(가운데) 미국 법무부 장관이 9일 워싱턴에서 텍사스주의 임신중지 금지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9일 사실상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내용의 텍사스주의 법률에 대해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미 법무부는 이날 텍사스주 오스틴 연방지방법원에 텍사스주의 법률이 헌법과 상위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법을 무효로 하고 주 당국은 물론 해당 법에 따라 개인들이 낙태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도 막아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메릭 갈란드 법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텍사스 임신중지법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명백히 위헌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헌법을 무효화하려는 이런 식의 책략은 정치적 성향이 어떻든 모든 미국인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 승리하면 다른 주들이 다른 분야에서 모델로 삼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텍사스주는 태아의 심장박동이 확인(임신 6주 무렵)된 뒤부터는 의학적 응급상황을 빼고는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을 포함해 임신중지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는 법을 지난 1일 발효했다. 미국은 주마다 임신중지 규정이 다르지만 텍사스주 법처럼 사실상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경우는 없다. 텍사스주의 법은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대법원 판결로 확립된 ‘임신 22∼23주 이전 임신 중지권 보장’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기도 해 미국 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는 중이다.

 

텍사스주는 연방정부의 법적인 개입을 피하기 위해 정부기관이 법 위반을 단속하지 않고 시민의 고발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법을 만들었다. 임신중지를 시행하거나 돕는 이를 고발하거나 소송을 거는 시민에게 최소 1만달러를 제공하는 내용이 법에 담겨있다. 법무부가 주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도 개인들의 임신중지 시술 고발 등도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이 이 때문이다. 조기원 기자

 

미 ‘텍사스 임신중지 금지법’에 기업 · 연예인 비판 목소리

연예인 100여명 반대 서명…일부는 텍사스 보이콧도

리프트 등 일부 기업, 임신중지 직원과 운동단체 지원

아칸소 등 7개 주 공화당, 유사 금지법 추진 움직임

 

미국 텍사스주가 임신 중지를 사실상 금지시키는 법 시행에 들어간 1일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 청사 앞에 모여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가 지난 1일 미국 내에선 처음으로 임신 중지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이에 대한 찬반 움직임이 격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임신을 중지하는 직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섰고, 할리우드의 연예인들도 법 반대 서명과 텍사스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아칸소 등 적어도 7개 주의 공화당 정치인들은 비슷한 법 제정 움직임에 나섰다.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인 리프트와 우버는 자사 운전자들이 임신 중지 때문에 소송을 당할 경우 소송 비용을 대신 지불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리프트의 로건 그린 최고경영자는 트위터에 쓴 글에서 “텍사스의 임신 중지 금지법은 여성의 보건 접근권과 선택권에 대한 공격”이라며 여성 건강 관련 단체인 ‘플랜드 페런트후드’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기술 기업 매치 그룹과 범블도 직원들이 임신 중단을 위해 텍사스 밖으로 나갈 경우를 대비한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웹 호스팅 업체 고대디는 임신 중지 사례를 접수하는 임신 중지 반대 웹 사이트 한 곳을 차단했다.

 

할리우드 연예인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 고발한다(미투)’ 운동으로 유명한 배우 얼리사 밀라노는 텍사스의 법이 ‘강제 임신법’이라고 비판하면서 할리우드 차원의 텍사스 보이콧 운동을 촉구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배우 로재나 아켓은 텍사스에서 촬영하기로 한 영화 출연을 거부했다고 밝혔고, 음악인 잭 안토노프는 “텍사스가 법을 바꿀 때까지 텍사스에서 진행하는 행사 수익금으로 임신 중지 기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리스 위더스푼, 에바 롱고리아 등 할리우드 연예인 100여 명이 텍사스 임신 중지 금지법을 비판하는 서명에 동참했다고 연예 전문 매체 <데드라인>이 전했다.

 

텍사스의 임신 중지 금지법은 태아의 심장 박동을 확인한 뒤(보통 임신 6주 뒤)에는 어떤 이유로든 임신 중지 조처를 취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다. 다만, 이에 대한 위반은 일반 시민만 고발할 수 있다.

 

이 법 시행에 고무된 공화당원들은 아칸소, 플로리다 등 적어도 7개 주에서 텍사스와 같은 조처를 취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설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윌턴 심슨 플로리다주 상원의장은 “이 법은 우리가 이미 작업하고 있는 것과 같은 내용”이라며 텍사스와 같은 내용의 법제화 의지를 비쳤다.

 

한편, 텍사스 트래비스 카운티 지방법원의 마야 게라 갬블 판사는 임신 중지 시술소를 운영하는 ‘플랜드 페런트후드’가 텍사스 최대 임신 중지 반대 단체 ‘텍사스 생명권’에 대해 제기한 소송 일시 금지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텍사스 생명권’과 이 단체 관계자에 국한한 이번 결정은 연방대법원이 이 법의 위헌성 검토를 마치기 전에 소송 봇물에 시달리는 걸 막아주기 위한 것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

 

미 텍사스주, ‘임신중지’ 전면 금지 시행

심장박동 확인(6주) 이후 금지법

민주당 “헌법 권리 위반” 반발

보수 우위 대법원, 시행 저지 거부

 

미국 인권운동가들이 1일 텍사스주 에딘버그 시청 앞에서 임신중지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 시행에 맞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에딘버그/AP 연합뉴스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허용된 임신중지 권리를 결정적으로 후퇴시키는 규제법이 1일 텍사스주에서 시행에 들어갔다. 법 시행을 막기 위해 인권운동가 등이 연방대법원에 제기한 긴급 요청은 2일 오전 대법관들의 5 대 4 표결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법은 의료인이 태아의 심장박동을 확인한 뒤에는 어떤 경우에도 임신을 중지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때는 보통 임신 6주부터이고, 현재 대다수의 중절이 6주 이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중절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다.

 

다만, 연방 차원의 개입을 피하려고 정부기관이 법 위반을 단속하지 않고 시민의 고발만 허용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이 법에 따르면, 시민들은 누구나 임신중절 수술을 시행하거나 돕는 사람을 고발할 수 있고, 고발한 사람은 최소 1만달러(약 12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임신중절을 원하는 이를 병원에 데려다주는 것만으로도 고발당할 수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인권운동가들은 물론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민주당 정치인들도 이 법이 헌법적 권리를 위반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행정부는 이 권리를 지키고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주마다 임신중지 규정이 다르지만 텍사스처럼 사실상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주는 없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10여개 주가 임신 6주 이후 중절을 금지하는 법 제정을 시도했으나 모두 법원에 의해 저지됐다.

 

텍사스 외에 규정이 가장 엄격한 곳은 임신 20주 이후에는 특별한 경우를 빼고 임신중지를 금지한 미시시피주다. 미시시피에서는 이 시기를 임신 6주 이후로 앞당기는 법 시행을 놓고 법적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오하이오 등 17개 주는 22주 이후부터, 플로리다 등 4개 주는 24주 이후부터, 버지니아는 임신 뒤 6개월(25주 이후)부터 금지한다. 뉴욕·캘리포니아 등 나머지 대부분의 주는 태아가 모체에 의존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시점부터 임신중지를 금지하거나 아예 규제가 없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한편,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은 2일 오전 표결 끝에 법 시행 긴급 중지 요청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9명의 대법관 가운데 존 로버츠 대법원장 등 4명은 이 결정에 반대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 결정이 텍사스의 임신중지 금지법이 위헌이 아니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며 향후 관련 소송 가능성을 열어줬다. 신기섭 기자

 

저항 세력 "탈레반이 새 정부에 한두 자리 제안했지만 투항 거절"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탈레반과 반(反)탈레반 저항 세력의 교전이 본격화됐다.

 

탈레반은 2일 저항세력의 거점인 판지시르에 대한 공세에 나서 30여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판지시르 계곡의 반(反)탈레반 무장세력 [AFP=연합뉴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판지시르주 11개 검문소를 점령했고, 주요 지휘관 2명을 포함해 저항군 34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또 "판지시르의 주요 도로에 진입했고, 시탈(Shital) 지구를 점령했다. 우리측은 2명만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알자지라는 탈레반 소식통을 인용해 "탈레반은 저항 세력과 협상이 결렬된 뒤 판지시르 지역에 대한 군사작전 개시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탈레반 고위 간부 아미르 칸 무타키는 "아프간은 모든 아프간인의 고향"이라며 판지시르에 집결한 저항 세력의 투항을 권고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또 "아프간 모든 지역이 평화를 찾았는데 왜 판지시르 주민들만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는 내용의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저항 세력의 구심점인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을 이끄는 아흐마드 마수드는 "다른 민족과 종파 사이에 균등한 권력 분배를 위해 싸우겠다"며 "불행히도 탈레반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수드는 아프간의 '국부'로 불리는 고(故)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이다.

 

NRF는 전날 공식 성명에서 "탈레반이 새로 구성하는 정부에 한두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며 "탈레반과 협상은 결렬됐고, 판지시르와 아프간 다른 지역에서 계속해서 탈레반과 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NRF는 마수드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언한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이 이끌고 있으며, 야신 지아 전 아프간군 참모총장, 정부군, 소수민족 군벌이 힘을 합쳤다.

 

군벌 중에는 우즈베크족 출신 압둘 라시드 도스툼 전 부통령이 판지시르에 1만명의 부대를 합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북부 판지시르주는 힌두쿠시산맥을 중심으로 기다랗게 양옆으로 형성된 도시여서 예로부터 '천혜의 요새'로 꼽힌다.

 

판지시르는 페르시아어로 '다섯 사자'라는 뜻이며, 소련 등 외세나 20년 전 탈레반 집권기에도 점령되지 않은 지역이다.

 

탈레반은 파슈툰족을 기반으로 하지만, 판지시르 주민은 대부분 타지크족이다.

 

아프간은 파슈툰족(42%) 외 타지크(27%), 하자라(9%), 우즈베크(9%) 등 여러 종족으로 이뤄졌다.

 

탈레반이 지난달 15일 재집권하자 저항 세력은 속속 판지시르로 모여들었다.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 이끄는 아흐마드 마수드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탈레반이 저항군의 거점인 판지시르 계곡의 쇼툴 지역을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의 쇼툴 점령 과정에서 양측 모두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수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WSJ은 판지시르 계곡 외에도 시아파 소수민족 하자라족의 거주 지역인 와르다크와 다이쿤디에서도 산발적인 충돌이 계속됐다고 전했다.

 

와르다크 지역 저항 세력의 대변인은 "일촉즉발의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탈레반은 항복을 원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는 아프간 저항세력 지도자 아흐마드 마수드.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