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항의 반정부 시위대 체포하는 쿠바 경찰: 중미 공산국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다. 쿠바 곳곳에서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악화 속에 식량·전력난도 심화하자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 정부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한국과 미국 등 21개국 외교장관은 25일 쿠바 정부의 시위자 대거 체포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이들은 성명에서 "쿠바에 일어난 대규모 체포와 구금을 규탄하며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비롯해 주민의 보편적 권리와 자유를 존중할 것을 쿠바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쿠바 정부에 평화시위의 권리를 행사하다가 구금된 이들의 석방을 요구한다. 언론의 자유와 완전한 인터넷 접근 복구도 요구한다. 쿠바 주민들의 요구와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제사회는 쿠바 주민들 및 기본적 자유를 위해 일어서는 이들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 성명은 미국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오스트리아, 그리스, 폴란드,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브라질, 콜롬비아 등 총 21개국이 참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별도 성명을 내고 쿠바 주민 수만 명의 평화 시위에 쿠바 정부가 폭력으로 대응했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은 자유를 향한 쿠바 주민들의 열망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바에서는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50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이 동맹과 함께 압박에 나서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일에도 동맹인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영국, 캐나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과 중국의 사이버 공격 비판에 나섰다.

 

쿠바 반정부 시위 체포자 500여명…가족도 모르게 즉결심판

반체제 뮤비 제작자도 체포돼 징역 1년…"변호할 기회도 안 줘"

 

지난 12일 쿠바 경찰에 체포되는 시위자 [AFP=연합뉴스]

 

쿠바에서 지난 11일 발생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 이후 경찰에 체포된 이들이 500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21일 EFE통신은 시위 이후 지금까지 현지 시민단체 등이 취합한 체포자 명단이 537명에 달한다며, 이 중 11명은 미성년자라고 보도했다.

 

쿠바 당국은 쿠바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 이후 반체제 활동가와 독립매체 언론인, 예술인 등을 비롯한 시위 참가자들을 무더기로 체포했다.

 

경찰이 지금까지 체포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시민단체들이 자체적으로 명단을 취합하고 있는데 계속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체포된 이들 일부는 풀려났으나 여전히 행방조차 알 수 없는 이들도 있다.

 

일부는 가족도 모르게 곧바로 즉결심판에 넘겨져 변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반체제 메시지를 담은 힙합 노래 '파트리아 이 비다'(Patria y vida·조국과 삶)의 뮤직비디오 제작에 참여했던 아녤로 트로야(25)가 이번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쿠바 공산혁명 구호 '조국 아니면 죽음'(Patria o muerte)을 비튼 제목의 이 노래는 지난 2월 여러 쿠바 뮤지션들이 협업해 만든 노래로,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쿠바의 식량난과 반체제 인사 탄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파트리아 이 비다'는 이번 시위에서 주요 구호로 등장하기도 했다.

 

*쿠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미 마이애미 주민들이 '파트리아 이 비다'(조국과 삶)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로야의 모친 라이사 곤살레스는 로이터에 "변호사도 뭐도 없이 재판했다"며 뒤늦게 재판 소식을 듣고 변호사와 함께 법원에 갔을 때는 이미 선고가 끝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관계자인 하비에르 라론도는 당국이 시위 참가에 상관없이 젊은 예술인들을 비롯해 영향력 있는 반체제 인사들을 다 잡아들일 것이라며 "2주 안에 정치범 수백 명이 수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금 중에 폭력에 시달렸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시위 취재 후 체포됐다 4일 만에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가 된 스페인 매체 ABC의 기자 카밀라 아코스타는 석방 후 인터뷰에서 "난 물리적 폭력을 당하진 않았지만, 다른 여성 체포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쿠바 당국의 시위자 체포에 국제사회와 인권단체 등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쿠바 정부를 향해 "시위대의 불만에 대화로 대처해야 한다"며 체포한 이들을 즉시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호세 미겔 비방코 미주 국장은 전날 칼럼에서 "쿠바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탄압을 택했다"며 "그러나 쿠바는 변하고 있다. 수많은 쿠바인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쿠바 내무부는 전날 인터넷상에 돌고 있는 체포자 명단은 조작된 것이며 체포된 적 없는 이들의 이름도 있다고 반박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쿠바인들의 분노, 어떤 변화 가져올까

대규모 시위 잦아들었지만 불씨…쿠바·미 당국, 정책 변화 주목

 

피델 카스트로 사진이 걸린 쿠바 아바나 거리 [AFP=연합뉴스]

 

카리브해 공산국가 쿠바에서 이례적인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발생한 지 열흘 가까이 지났다.

 

정부의 온·오프라인 통제 속에 시위는 빠르게 잦아들었지만, 한 번 터져 나온 분노는 여전히 수면 아래서 끓어오르며 쿠바 사회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 수십 년 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불씨는 여전

 

지난 11일 시위가 시작된 곳은 수도 아바나 남쪽 도시 산안토니오데로스바뇨스였다.

 

여러 시간 이어진 정전에 참다못한 주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정부를 향해 불만과 분노를 토로했다.

 

시위는 소셜미디어 등을 타고 들불처럼 번져 이날 아바나와 산티아고데쿠바 등 쿠바 40여 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참가 인원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 딱히 주최 측이 있는 시위도 아니었고, 경찰도 '추산'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분명한 건 쿠바에서 보기 드문 규모의 반정부 시위였다는 것이다.

 

쿠바에서 마지막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던 것은 1994년 8월이었다. 소비에트연방 붕괴 후의 경제난이 촉발한 당시 시위는 아바나에만 국한됐다는 점에서 이번 시위가 1959년 공산혁명 이후 62년 만에 최대 규모라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쿠바 아바나의 반정부 시위대 [AP=연합뉴스]

 

쿠바 출신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미국 마이애미와 스페인, 중남미 각국에서도 지지 시위가 이어졌다.

 

경찰의 강경 진압, 친정부 시위대와의 충돌 속에 일부 지역에선 시위가 과격해져 1명이 숨지기도 했다. 시위 이후 경찰에 끌려간 이들도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13일에도 일부 소규모 시위가 이어졌지만 거리에 군경의 경비가 삼엄해지면서 11일과 같은 대규모 시위는 다시 펼쳐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시위 원인이 해소된 것이 아닌 만큼 불씨는 남아있다.

 

AFP통신은 20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쿠바 국민이 경제·정치 상황의 뚜렷한 개선을 확인하기 전까지 불만은 계속 끓어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 경제난 속 생활고가 촉발한 시위…인터넷도 불 지펴

 

소셜미디어 영상과 외신 보도를 통해 전해진 11일 시위 현장의 구호는 다양했다.

 

"배가 고프다", "음식과 약을 달라"는 호소부터 "독재 타도"와 "자유", 그리고 공산혁명 구호 "조국 아니면 죽음"을 비튼 "조국과 삶" 등의 정치적 구호도 등장했다.

 

분노가 공산정권을 향하긴 했으나 일차적으로 시위대를 거리로 내몬 것은 극심한 생활고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쿠바 현지에 있는 외신들은 "음식도 없고 약도 없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자주 인용했다.

 

경제난이 극심한 쿠바에선 생필품을 사기 위해 여러 시간 줄을 서는 것이 보통이 됐고, 정전도 잦아져 기본적인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1962년부터 미국의 경제봉쇄를 겪어온 쿠바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더욱 강화한 제재 탓에 이곳저곳에서 돈줄이 말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관광업 등도 크게 위축돼 지난해 경제가 11% 후퇴했다.

 

*지난 2월 식료품 구입을 위해 줄 늘어선 쿠바 아바나 시민들 [EPA=연합뉴스]

 

올해 들어 이중통화제 폐지의 여파로 나타난 가파른 물가상승도 국민 삶을 더 고되게 만들었다.

 

쌓여가던 분노와 불만이 터져 나오게 한 데에는 소셜미디어도 역할을 했다.

 

쿠바에선 2018년에야 폭넓게 쓰기 시작한 소셜미디어를 통로로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수면 위에 올라오고 있었다.

 

이번 시위를 앞두고 소셜미디어 상에선 'SOS쿠바'라는 해시태그가 확산하며 시위에 불을 지폈다.

 

◇ 채찍·당근 함께 꺼낸 쿠바 정부…개혁 속도 높일까

 

이례적인 시위에 쿠바 당국의 반응은 재빨랐다.

 

군경을 투입해 진압에 나서고, 친정부 시위를 유도하고, 시위 참여자들을 무더기로 잡아들였다. 무엇보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차단해 소통을 막았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겸 공산당 총서기는 시위 직후 미국에 혼란의 책임을 돌렸다. 미국 제재 탓에 경제난이 심화했고, 미국 내 쿠바인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시위를 선동했다는 것이다.

 

17일엔 아바나에서 친정부 시위를 주도해 반미 정서를 부추기기도 했다.

 

그렇다고 쿠바 정부가 시위대의 목소리를 묵살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시위 사흘 후 정부에도 일부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해외 여행객의 음식·의료품 반입 한도를 없애고, 비거주지역에서의 배급을 허용하는 등 국민을 달래기 위한 조치를 잇따라 발표했다.

 

쿠바 정치학자인 라파엘 에르난데스는 AFP통신에 쿠바 정부가 경제 위기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추가 비상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보다 근본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민간에 대한 경제 개방 등 그동안 더디게 진행됐던 경제 개혁의 속도를 높일지도 주목된다.

 

* 미 백악관 앞에 설치된 'SOS 쿠바' [AFP=연합뉴스]

 

◇ 쿠바 정책 재검토 나선 미국…양국 관계 변화 주목

 

이번 시위를 계기로 정책 변화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은 쿠바 정부만이 아니다.

 

미국의 대쿠바 정책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미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정부에서 제재 압박에 시달려온 쿠바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후 버락 오바마 전 정부 때와 같은 양국 화해 분위기가 재연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금까지 양국 관계에서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그간 바이든 정부는 쿠바 정책 검토가 최우선순위는 아니라는 입장이었으나 이번 시위로 상황이 바뀌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국무부에 쿠바에 대한 송금 정책 재검토를 위한 실무단 구성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정부가 쿠바 금융사들을 제재하면서 쿠바계 미국인들의 본국 송금에도 차질이 생긴 바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쿠바인들의 인터넷 접근성을 높일 방법을 찾기 위해 민간 부문, 의회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쿠바 국민을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쿠바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밀려올 가능성에 대해선 경계심을 드러냈다.

 

1994년 반정부 시위 이후엔 한 달 사이 3만4천 명의 쿠바인이 미국으로 탈출했는데, 이번 시위 후 미 정부는 쿠바인들에게 미국으로 향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거듭 전했다.

 

 

아이폰 뚫는 이스라엘산 해킹 도구… 50개국 1천여명 사찰했다

'페가수스' 목록에 포함돼…WP "포렌식 못해 공격 여부 확인못해"

 

    이스라엘 NSO그룹 건물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보안기업 NSO그룹이 만들어 해외에 수출한 스파이웨어 '페가수스' 프로그램에서 14명의 전·현직 국가정상급 인사의 휴대전화 번호가 파악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 보도했다.

 

페가수스는 NSO가 테러범과 중범죄자를 추적하기 위해 10년 전쯤 개발한 것으로, 40개국 60곳가량의 정보기관이나 법집행 기관에 수출된 상태다.

 

그러나 WP는 페가수스와 관련된 5만 개 이상의 전화번호 목록을 입수한 뒤 전 세계 다른 16개 언론사와 공동 취재를 통해 이 프로그램이 언론인과 인권 운동가, 기업인 등 해킹에 사용됐다고 지난 18일 폭로했다.

 

WP는 이어 이 전화번호 목록에 전 세계 34개국에서 600명이 넘는 정치인과 정부 관리 명단이 포함돼 있고, 특히 3명의 대통령과 10명의 전·현직 총리, 1명의 국왕이 들어가 있다는 후속 보도를 이날 내놨다.

 

구체적으로 대통령 중에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이라크의 바르함 살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등 3명의 이름이 있었다.

 

현직 총리로는 파키스탄의 임란 칸, 이집트의 무스타파 마드불리, 모로코의 사드에딘 엘 오트마니 등 3명이 포함됐다.

 

또 7명의 전직 총리 전화번호가 있었는데, 이 중 레바논과 우간다, 벨기에 총리의 경우 현직일 때 명단에 오른 경우라고 WP는 설명했다.

 

국왕으로는 모로코의 모하메드 6세의 번호가 있었다.

 

    *인도에서 페가수스 통한 감시에 반대하다 제지 당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 중 프랑스 대통령은 모로코, 파키스탄 총리는 인도, 이라크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각각 지배하는 그룹에 전화번호가 올라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보도했다.

 

남아공 대통령과 우간다 총리의 경우 르완다와 관련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르완다, 모로코, 인도는 정치인이나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스파이 활동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공식 성명을 냈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이 목록에 전화번호가 있다고 해서 이들이 스파이웨어의 공격 대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격을 받았는지, 또 스파이웨어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려면 이들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검사를 해야 하는데, WP 등 공동 취재단이 이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정상급은 아니지만 공무원과 정치인 전화번호가 목록에 오른 나라는 미국, 중국, 영국, 인도, 멕시코 등 20개 국이 넘었다.

 

NSO는 전화번호 목록이 감시 목표물 리스트라는 점에 대해 반박했다고 WP는 전했다. NSO의 톰 클레어 변호사는 "이 자료는 감시나 NSO와 무관하게 합법적이고 완전히 적절하게 사용된다"고 말했다.

 

NSO는 정부 관리를 포함해 일상적 사업활동을 하며 법을 준수하는 시민을 페가수스의 목표물로 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NSO는 WP가 보도한 명단 중에 마크롱 대통령과 모하메드 6세 국왕의 경우 페가수스의 공격을 받은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연락처도 스파이웨어  '페가수스' 해킹 명단에 포함"

르몽드 보도…에두아르 필리프 총리 및 장관 전화번호도 있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휴대전화도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로 해킹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간 르몽드는 20일 마크롱 대통령이 사용하는 아이폰 2대 중 한 대의 전화번호가 모로코 정보당국이 관리한 것으로 보이는 연락처 명단에 들어있다고 보도했다.

 

모로코 당국이 페가수스를 사용해 해킹한 것으로 의심되는 명단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연락처가 2017년부터 최근까지 정기적으로 등장한다. 2017년은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된 해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의 휴대전화가 스파이웨어에 감염돼 실제 해킹을 당했는지 여부는 해당 기기를 들여다보기 전에는 확인할 수 없다고 르몽드는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뿐만 아니라 마크롱 정부 초대 총리인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와 당시 장관 14명의 연락처도 명단에서 확인됐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따로 입장을 밝히기를 희망하지 않았다.

 

페가수스는 개인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는 데 쓰이는 악성 소프트웨어로 이스라엘 민간 보안기업 NSO 그룹이 개발했다.

 

NSO 측은 페가수스 고객사의 자료에 접근할 권한이 없다면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페가수스 고객사의 관리 대상이었던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르몽드와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영국 가디언 등 전 세계 16개 언론사는 각국 정부가 페가수스를 이용해 정부 비판에 앞장 선 운동가, 언론인 등의 휴대전화를 해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1956년 독립한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정보당국은 페가수스를 이용해 프랑스 언론사 소속 기자들의 휴대전화를 들여봤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프랑스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는 소속 기자가 페가수스로 모로코 정부에 감시를 당했다며 고소했고, 프랑스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모로코 정부는 해당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프랑스 검찰, 스파이웨어 '페가수스' 수사 착수

모로코 정보당국 프랑스 언론인 염탐한 의혹 조사

 

프랑스 검찰이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개발한 이스라엘 민간 보안기업 NSO그룹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고 AFP, AP 통신이 전했다.

 

검찰은 20일 성명을 내고 모로코 정보당국이 페가수스를 이용해 프랑스 기자들을 염탐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혐의는 사생활 침해, 데이터 불법 사용, 스파이웨어 불법판매 등 10가지에 달한다.

 

프랑스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가 페가수스로 소속 기자가 모로코 정부에 감시를 당했다며 고소한 데 따른 조치다.

 

모로코 정부는 "통신기기 침투를 위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획득한 적이 없다"며 해당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각국 정부가 스파이웨어인 페가수스를 이용해 정부 비판에 앞장선 운동가, 언론인 등의 휴대전화를 해킹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프랑스 르몽드 등 전 세계 16개 언론사는 수개월에 걸친 취재를 바탕으로 지난 18일 페가수스의 존재를 알렸다.

 

페가수스로 휴대전화를 해킹하면 이메일, 문자 메시지, 연락처, 위치 정보, 사진, 동영상 등을 빼내는 것은 물론 통화 내용 감청까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보도로 해킹 대상이 된 5만개의 연락처 목록이 확인됐으며, 2016∼2021년 20개국에서 최소 180명의 언론인의 전화번호가 여기에 포함됐다.

 

프랑스 언론사 중에는 르몽드, 르피가로, 프랑스 텔레비지옹, AFP 소속 기자 등이 감시 대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입증이 된다면 매우 충격적이고 심각한 행위"라고 말했다.

 

아이폰 뚫는 이스라엘산 해킹 도구…50개국 1천여명 사찰했다

국제 언론 공동 취재 결과, 50개국에서 확인

테러 대응 등 위해 정부에만 파는 ‘페가수스’ 이용

암살당한 사우디 언론인 약혼녀도 해킹당해

 

이스라엘 기업 ‘엔에스오(NSO) 그룹’의 해킹 도구 ‘페가수스’가 전세계 50개국 1천여명의 기자, 활동가, 정치인 사찰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제 언론 공동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 기업 ‘엔에스오(NSO) 그룹’의 해킹 도구 ‘페가수스’가 전세계 50개국 1천여명의 기자, 활동가, 정치인 사찰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제 언론 공동 보도가 18일 나왔다.

 

프랑스 파리의 비영리 언론 조직 ‘금지된 이야기들’(포비든 스토리스)은 미국 <워싱턴 포스트> 등 전세계 17개 언론사와 공동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테러범 등 심각한 범죄자 추적용으로만 판매된다는 해킹 도구 페가수스가 언론인 등을 사찰하는 데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지된 이야기들’은 페가수스를 이용하는 정부 기관들의 사찰 표적으로 추정되는 전화번호 5만개를 확보해, 17개 언론에 제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언론들은 실체 파악에 나서, 이 중 해킹 표적이 된 50개국의 1천여명을 확인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들 중 189명은 언론인이며, 85명의 인권 운동가, 65명의 기업인, 600명 이상의 정치인과 정부 관리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해킹의 표적이 된 언론인 가운데는 미국의 <시엔엔>(CNN),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소속 언론인도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카타르에 본부를 둔 위성 방송 <알자지라>, 영국 신문 <파이낸셜 타임스>, 프랑스 <르몽드> 기자도 해킹 표적이었다.

 

이런 보도에 대해 엔에스오 그룹은 “계약 문제와 국가 안보 우려 때문에, 고객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 언론의 공동 취재를 통해 바레인,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멕시코, 헝가리, 아제르바이잔, 토고, 르완다 등의 정부 기관이 이 회사의 고객으로 확인됐다고 ‘금지된 이야기들’은 주장했다. 이 단체는 “많은 정부 기관은 언론인, 인권 운동가, 정치적 경쟁자, 심지어 정부 지도자를 주저 없이 해킹 표적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금지된 이야기들’은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기술 지원을 통해 표적이 된 언론인 가운데 67명의 스마트폰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 페가수스 해킹 도구에 감염됐거나 감염 시도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약혼녀 소유 스마트폰도 있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언론인 등에 대한 해킹이 구체적으로 확인됨에 따라, 자사 고객들이 페가수스를 인권 탄압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엔에스오 그룹의 약속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이번 보도가 중요한 자료를 잘못 해석했을 뿐 아니라 가정에 결함이 있고 사실 관계에도 오류가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엔에스오 그룹은 2010년 설립된 이스라엘 기업이며, 2015년에 1억5천만달러(약 165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페가수스 해킹 도구는 아이폰 등 스마트폰에 침투해 정보와 통신 내용을 파악하는 데 쓰인다.

 

앞서, 15일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시민연구실은 또다른 이스라엘 기업 ‘칸디루’의 해킹 도구를 이용해 적어도 10개 나라 정부가 기자나 활동가 등 100여명을 해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해킹 도구를 판매하는 민간 보안 관련 기업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페가수스 해킹 후폭풍…이스라엘·애플에 국제적 압박

유엔·EU 등 기자 등에 대한 해킹 용납안돼

이스라엘 “언론인 사찰 확인되면 조처할 것”

애플 아이폰 보안 허점 확인…업계 협력 필요

 

이스라엘 ‘엔에스오(NSO) 그룹’의 해킹 프로그램 ‘페가수스’가 전세계 언론인과 인권운동가, 정치인 사찰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난 이후 민간 보안 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 요구가 거세다. 특히, 이스라엘 정부 등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요구와 애플 등 스마트폰 업계의 공동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19일(현지시각) 페가수스가 언론인 해킹 등에 사용됐다는 국제 공동 보도와 관련해 “감시 기술의 판매, 이전, 사용에 대한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바첼레트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바첼레트 인권최고대표는 “그동안 유엔은 안보를 내세운 언론인 등에 대한 사찰 위험을 경고해왔다”며 “감시 기술 사용은 심각한 범죄와 안보 사범 등 아주 제한적인 사용의 경우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이번 보도가 사실이라면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국방부는 성명을 내어 해킹 프로그램이 언론인 사찰 등에 쓰인 것으로 확인되면 적절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스라엘은 테러 대응 등의 용도로만 사이버 보안 관련 제품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들 제품 수입 국가들이 사용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이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가수스 해킹 파문은 자사 스마트폰의 보안을 강조하던 애플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프랑스 비영리 언론 단체 ‘금지된 이야기들’과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전날 67대의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페가수스 프로그램 감염 여부를 분석한 결과, 37대에서 감염 또는 감염 시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4대는 애플의 아이폰이었으며, 페가수스에 감염된 징후를 보인 아이폰은 23대였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앰네스티는 자사 스마트폰의 보안이 더욱 우수하다는 애플의 주장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의 기술 부문 부책임자 대나 잉글턴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아이폰 수천대가 해킹 프로그램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거대 기술기업 애플도 대규모 감시·추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보안 전문가들은 애플이 자사 제품과 소프트웨어의 보안 취약점을 다른 기업들에게 적극 공개하는 등 보안 위협에 공동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보안 관련 기업 룩아웃의 에런 코커릴 최고전략가는 “유감스럽게도 애플은 훌륭한 협력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고 평했다.

 

불법 해킹 추적 실태를 추적하고 있는 캐나다 토론토대학 시민연구실 등은 애플 제품의 보안 취약점 중 특히 메시지 프로그램(아이메시지)의 취약점에 주목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페가수스의 메시지 프로그램 취약점 공격이 2019년 페이스북의 제품인 왓츠앱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며 이번 사태는 인터넷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기업 ‘칸디루’, 정부기관에 해킹 도구 판매 드러나

 

이스라엘, 이란, 영국, 터키, 싱가포르 등지서

활동가, 기자, 정치인 등 100여명 피해 확인

정부에만 도구 판매…10대 감시에 216억원

 

각국 정부기관에만 해킹 도구를 판매하는 이스라엘 기업 ‘칸디루’의 행태를 폭로하는 보고서가 토론토대학 연주팀에의해 15일 공개됐다.

 

이스라엘의 사이버 전투 관련 기업 ‘칸디루’(Candiru)가 각국 정부기관에만 해킹 도구(스파이웨어)를 팔고 있으며, 적어도 10개 나라의 활동가, 기자, 정치적 반대 세력 100여명이 실제 해킹 피해를 봤다는 조사 결과가 캐나다에서 나왔다.

 

해킹과 불법 감시를 추적하는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시민연구실 연구자들이 15일 정부 기관에만 해킹 소프트웨어를 파는 이스라엘의 비밀스런 기업 칸디루의 행태를 추적하는 보고서를 내놨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민연구실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이 회사가 ‘추적 불가능한 스파이웨어’를 내세우며 각국 정부에 해킹 도구를 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도구는 아이폰 등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온라인 클라우드 계정에 침투해 감시·추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연구팀은 이 회사의 해킹 소프트웨어와 연루된 사이트가 적어도 750개가 있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앰네스티 같은 인권 단체나 언론사 사이트인 것처럼 위장해 해킹 대상을 노린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 조사한 결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비롯해 이란, 레바논, 스페인, 영국, 터키, 싱가포르에서 인권 활동가, 기자, 정치인 등 100여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야코프 와이츠만과 에란 쇼러라는 인물이 2014년에 설립한 칸디루는 2017년 이후 해마다 회사 이름을 바꾸는 등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 회사가 2020년 등록한 상호는 ‘사이토 테크’다. 이 회사는 다른 사이버 전투 관련 기업들처럼 이스라엘 군 출신 정보 전문가들을 주로 채용한다.

 

앞서 지난해 9월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 회사 전 직원이 제기한 소송 자료를 근거로, 칸디루가 설립 2년 만에 약 3000만달러(약 3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칸디루는 인터넷 링크나 문서 파일을 전자우편으로 보내 스파이웨어를 설치하는 것 외에 통신 내용을 중간에 가로채는 방식 등 여러가지 해킹 기법을 섞어서 쓰고 있다. 이 회사는 구글의 전자우편 서비스(지메일), 화상통화 서비스 스카이프, 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 페이스북의 이용자 개인 정보를 빼낼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또 인터넷 검색 기록과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컴퓨터 등에 연결된 카메라와 마이크로폰을 작동시키며, 암호화된 메신저 서비스 시그널의 자료도 빼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보고서가 전했다.

 

이 회사는 무제한적인 스파이웨어 감염 시도와 정보기기 10대 감시 작업에 1600만유로(약 216억원)를 받으며, 150만유로(약 20억원)을 더 내면 감시 대상을 15대까지 늘려준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칸디루는 서비스 계약서에 미국,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이란을 해킹 제한 국가로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회사 스파이웨어가 이란 등에서 쓰인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등의 매체는 칸디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관계자들과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기섭 기자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한껏 부풀어 올랐던 경기 회복 기대감은 델타 변이 확산과 그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 빠르게 식어가는 중이다. 각국 정부가 이미 많은 경기 부양책 카드를 소진했다는 점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9% 하락한 4258.49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6% 떨어진 1만4274.98로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를 위해 채권으로 자금을 이동하면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194%로 지난 주말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국내 시장도 20일 출렁였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0.35% 하락한 3,232.70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6원 오른 달러당 1150.4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8일(1153.3원) 이후 9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불과 몇주 전만해도 경기 과열을 걱정하던 시장이 돌변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세계 경제 재봉쇄에 대한 두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월 중순 이후 다시 3만명대를 넘어서면서 델타 변이 우려가 전국을 휩쓰는 중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유럽 또한 6개 대륙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5천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시장은 미국 경제가 곧 정점을 찍고 내려갈 지 모른다는 의심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사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의 성장세가 봄에 정점을 찍었다고 바라봤다. 또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이 6.9%를 기록한 후 내년에는 3.2%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 수단이 거의 소진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불안을 키운다. 세계 경제가 예상과 다르게 갑자기 꺾여도 각국 정부가 지난해와 비슷한 과감한 통화, 재정 정책을 시행하긴 어렵다. 중앙은행들은 급격한 물가 상승에 가계부채 및 자산시장 문제로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에 이미 한계를 느낀다. 시장은 연초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계획보다 빨리 완화적 통화정책을 끝낼 것이라는 공포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혼란은 향후 불확실성이 없어질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델타 변이 확산세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또한 미국 경기 정점론에도 여러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세가 둔화한다고 해도 여전히 괜찮은 수준이라는 의견도 많다.

 

엘런 젠트너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정점을 지났으나 급격히 하락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보다 온건한 확장 단계로 접어들었다”라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복구에 수십억 유로 필요"…가구당 최대 475만원 즉시구호자금 지급

 

서유럽을 강타한 대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대홍수 발생 1주일째를 맞은 독일은 4억 유로(약 5천440억원) 규모의 긴급복구·구호자금을 승인, 즉시 집행하고, 수십억 유로 규모의 긴급재건펀드를 출범할 계획이다.

 

* 대홍수 피해현장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EPA=연합뉴스]

 

21일 독일 빌트와 AP·DPA 통신 등의 집계에 따르면 독일 내 대홍수로 인한 사망자는 172명으로 늘어났다.

 

라인란트팔츠주에서 122명,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48명, 오버바이에른 베르히테스가덴에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구조와 확인 작업이 이어지면서 1천명이 넘던 연락두절자는 100명대로 감소했다.

 

벨기에는 전날 대홍수로 인한 사망자 31명을 추모하면서 1분간 묵념했다.

 

독일 정부는 이날 앙겔라 메르켈 총리 주재로 내각 회의를 열고, 4억 유로 규모의 긴급복구·구호자금을 승인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수십억 유로 규모의 긴급재건펀드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주말 라인란트팔츠주에 이어 전날 두 번째로 피해가 큰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바트뮌스터아이펠을 방문, "피해의 규모가 너무 중해 말문이 막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을 잊지 않겠다"면서 "정부는 긴급구호자금이 빠르게 집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라인란트팔츠주는 가구당 최대 3천500유로(약 475만원)의 즉시 구호자금을 지급할 계획이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도 2억유로(약 2천720억원)를 즉시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전날 대홍수 피해 현장을 방문, "믿을 수 없는 비극"이라며 복구에 수십억 유로가 들 것으로 전망했다.

 

홍수 피해 지역, 이번엔 감염병 위험 노출

 

지난 19일 벨기에의 홍수 피해 지역. [AP=연합뉴스]

 

서유럽 홍수 피해 지역에서 감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에서는 폭우와 그에 따른 홍수로 200명 넘게 숨지고 주택과 기반시설이 파괴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봤다.

 

특히 독일에서는 170여 명, 벨기에에서는 30명 넘게 사망했다. 또 주택은 물론 전기, 수도, 통신 등 주요 기반시설도 손상돼 복구에 적지 않은 시간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최근 유럽연합(EU) 홍수 피해 지역 내 감염병 발생 위험 평가를 통해 복구가 진행되는 동안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독일의 홍수 피해 지역에서 한 식당 주인이 지하에서 물을 퍼내고 있다. [AP=연합뉴스]

 

22일 ECDC에 따르면 오수 처리 시설에 문제가 발생한 피해 지역에서는 대장균, 노로바이러스, A형 간염 등의 전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며 파상풍 등 다른 질병도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벨기에에서 피해가 집중된 남부 왈롱 지역에서는 1천650개 가구가 여전히 식수가 끊긴 상태이며, 리에주주의 도시 페팽스테르와 베르비에에서는 9천 명가량이 재해로 새로운 거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현지 일간지 브뤼셀타임스는 전했다.

 

ECDC는 또 홍수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대피소에 머물 경우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환경 등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물론 위장, 호흡기 감염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DC는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피소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호흡기 위생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깨끗하고 안전한 물만 마시고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비명만 질렀다…독일 요양원 장애인 12명 익사 충격

홍수 때 7m 급류… 경보 온전히 전달안돼 참사

당국, 무려 3시간 뒤에야 출동해 2층 생존자만 구조

 

     홍수로 12명이 숨진 진치히의 요양원 [AP=연합뉴스]

 

독일 서부 등 서유럽 일부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든 홍수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12명이 한꺼번에 희생됐다.

 

17일 뉴욕타임스와 SWR 방송에 따르면 독일에서 폭우 피해가 가장 큰 라인란트팔츠주의 마을 진치히에 지난 14일 밤 최대 7m 높이의 급류가 밀려들어 왔다.

 

진치히는 라인강과 아르강 사이의 마을로 집중적인 폭우에 강물이 범람한 것이다.

 

당국이 마을에 경고를 보냈지만, 일부만 들었다.

 

가장 큰 비극은 페스탈로치 거리의 레벤실페 요양원에서 벌어졌다.

 

요양원에는 36명의 장애인이 머물고 있었다.

 

홍수가 난지도 모른 채 1층에서 잠을 자고 있던 12명의 장애인이 갑작스럽게 밀려온 물에 뼈져 숨졌다.

 

요양병원에는 밤사이 1명의 직원만 머물고 있었다.

 

이웃들은 요양원에서 나오는 비명을 들었다.

 

구조대원들은 3시간 후에야 2층에 있던 24명을 구해냈다. 생존자들은 창문을 통해 나와 구조대원들의 보트에 올라탔다.

 

물이 빠진 현재 하얀색 페인트로 칠해진 요양원의 1층은 황토물에 잠겨있었던 흔적이 벽면에 뚜렷이 남아있다.

 

요양원은 3m 정도까지 잠겼다.

 

    홍수로 떠내려온 잔해와 진흙으로 뒤범벅된 독일 아르베일러 마을 [AFP=연합뉴스]

 

요양원 인근의 조부모 집에서 진흙으로 뒤범벅된 내부를 청소하던 도미니크 개스퍼(17)는 뉴욕타임스에 "너무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조부모는 다행히 무사했다.

 

이 지역 거주자인 루이스 루피노(50)는 "우리의 보건 시스템은 미국보다 낫지만 여전히 비용을 회피하려 한다"면서 "요양원에 단지 한 명의 직원만 사람들을 돌보고 있었다. (침수로) 불이 꺼졌을 때 그들은 공포에 빠져들었고 물이 들이 들어왔을 때 그들은 기회가 없었다"고 슬퍼했다.

 

특히 그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당국이 미리 경고했다면 일부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치히에는 2만명이 거주해왔는데, 이번 홍수로 요양병원 희생자 외에도 2명의 사망자가 더 나왔다.

 

또, 2천명이 대피했고, 350명이 집을 잃었다.

 

아르다리도 무너졌다.

 

이번 폭우로 독일에서 이날까지 15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라인란트팔츠주에서만 110명이 숨지고 670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