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백신 부족한데, 행방묘연 2천만회분 소재파악 비상

 

미 전역 배송 위해 박스에 포장되는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지난 20일 미국 미시시피주 올리브 브랜치에 있는 의약품 유통업체 매케슨의 유통시설에서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박스에 포장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운송과정 추적 부실' 주먹구구식 관리 후유증

창고 보관 · 이동 중 백신현황 중앙정부 차원 파악 안돼 '발등의 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임 행정부 시절 연방정부에서 배급한 이후 소재가 불분명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행방을 파악하느라 골머리를 겪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이 30일 보도했다.

현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연방정부를 떠난 백신의 운송 과정을 상세하게 추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신이 각 주에 도착한 이후에는 실제 접종이 이뤄지기 전까지 소재를 추적하는 임무를 주정부에 맡기면서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연방정부는 접종이 끝난 백신 물량에 대한 보고만 받았다. 전국 각지의 창고, 냉동고에 쌓여 있거나 이동 중인 백신의 현황을 중앙정부가 모르고 있었다는 의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유기적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백신 보급 및 관리 체계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셈이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자들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백신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에 골몰해야 했다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구성원이었던 줄리 모리타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 부회장은 "인수위에서 백신의 전반적 현황을 파악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라면서 "백악관에 입성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추정하고 계획을 세웠었다"고 설명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연방 정부에서 배급을 마친 백신은 4900만 회분이다. 이중 각 주 의료시설에서 실제 접종이 완료된 것으로 집계된 물량은 2700만 회분에 그친다.

나머지 2200만 회분의 행방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의미다.

폴리티코는 접종이 이뤄졌지만 아직 데이터에 반영되지 않은 물량이 200만 회분이라고 전했다. 이를 고려해도 아직 약 2천만 회분의 소재가 분명치 않다.

이와 관련,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지난 28USA투데이에 "앞으로 일주일간 우리 업무 대부분은 운송 중인 백신의 정확한 위치와 접종 일자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연방 정부가 백신의 운송 절차를 세부적으로 추적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물량 부족사태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최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병원은 주정부가 각 카운티 보건당국에만 백신을 배급하겠다고 밝힌 이후 약 1만 건의 백신 접종 예약을 취소해야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인종 간 백신 수급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중앙정부 차원의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지난 25일까지의 인종별 백신접종 현황을 공개한 17개 주와 2개 도시의 자료를 AP통신이 분석한 결과 모든 지역에서 흑인의 백신 접종률이 전체 주민의 평균 접종률보다 낮았다.

일례로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선 흑인 주민 비율이 22%인데 백신 접종자 중 흑인 비율은 11%에 그쳤다.

뉴욕주에서 활동하는 의사 우셰 블랙스톡은 "흑인 거주 지역에 백신이 공급되지 않으면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있었던 인종 간 보건 격차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 유색인종 지역 백신센터 외지서 온 백인 바글바글"

 논란되자 센터 측 "남은 예약 공간 모두 지역 주민에게"

 

29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에서 유색인종이 주로 사는 지역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센터에 외지에서 온 백인이 몰렸다고 CNN 방송이 3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시 워싱턴하이츠에 있는 아모리 트랙&필드센터엔 지난 14일 뉴욕 장로교 병원, 뉴욕시 정부 등의 협력으로 이 지역에 주로 사는 65세 이상 유색인종 주민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가 운영된다.

뉴욕시 맨해튼 북부 할렘가에 있는 워싱턴하이츠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지역으로, 거주민 70% 이상이 라틴계다.

하지만 이들이 소외되지 않게끔 마련한 이 센터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시민은 정작 지역 주민보다 외지에서 온 백인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지난 23일 이 센터의 접수창구에서 자원봉사를 했다는 콜롬비아 메디컬 센터의 수사나 베자르 박사는 "이날 백신을 접종한 2400명 중 대부분은 지역사회 주민이 아니었다"면서 또 "이 지역에서 이토록 많은 백인을 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 역시 "이 센터에서의 백신 접종이 라틴계 지역사회 주민 대신 외지에서 온 이에게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알게 될수록 화가 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재까지 이 센터에서 백신을 접종한 시민은 25천 명에 달한다. 다만 인종별로 분류한 접종자 정보는 없다고 해당 센터는 전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센터 측은 "모든 나머지 예약 공간은 뉴욕시 지역주민에게 할당할 수 있도록 즉각 조처하겠다"면서 "최소 60%는 워싱턴하이츠, 인우드, ·중부 할렘, 브롱크스 남부 지역에 사는 주민을 위해 남겨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역사회 내 유색인종 주민들의 접근성은 여전히 낮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CNN은 이 지역의 주민 37%는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며, 첨단기술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베자르 박사는 "백신이 주로 영어로 된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공급된다면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면서 현장 예약을 받고 온라인 예약 방법을 안내하는 등 이 곳 주민이 백신을 제대로 맞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백신의 인종간 불공평은 미국 전역에서 대두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CNN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전체 백인 중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4% 이상으로, 흑인(1.9%)과 히스패닉(1.8%) 등 유색인종과 비교해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양측 쟁탈전, '백신국경' 전면전 양상 확산일로

CNN "지구촌 남반구는 백신 한번도 못맞는데추악한 국수주의"

EU 집행위원장 일각서 사퇴론"EU 백신 부족난 지원" 수습

         

         

유럽연합(EU)과 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싸고 벌이는 '포스트 브렉시트' 신경전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를 사이에 두고 촉발된 백신 쟁탈전을 두고 "추악한 국수주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미국 CNN 방송은 30일 분석 기사에서 "지구촌 남반구에서는 수많은 나라가 백신을 단 한 차례도 접종하지 못한 와중에 유럽에서는 추악한 백신 국수주의가 등장했다"면서 EU와 영국 간 백신 쟁탈전을 정조준했다.

CNN은 이어 "취약층에 백신이 먼저 도달해야 한다는 데 전세계가 공감했으나 백신이 개발되자 이런 결속은 사라졌다"면서 "영국과 유럽은 누가 백신을 더 가질 자격이 있는지를 놓고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는 앞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나왔다. 지난 29EU가 영국으로 백신 수출을 차단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백신 국수주의이자 실제적 위험"이라고 저격했다.

EU는 일단 한발 물러선 상황이지만 역풍에 직면했다.

영국 매체인 텔레그래프는 백신 사태와 관련해 EU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이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유럽 내에서 제기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영국을 상대로 '백신 국경'을 세우려 했다가 국제사회에서 EU의 평판을 떨어뜨렸다는 게 그 이유라고 텔레그래프는 주장했다.

양측간 갈등은 당초 영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EU에 백신 공급 축소를 예고하면서 불씨를 댕겼다.

가뜩이나 백신 부족에 시달리던 EU는 아스트라제네카에 백신 계약을 이행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막판엔 '영국에서 제조한 백신을 유럽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초강수까지 꺼내들었다.

브렉시트로 EU와 결별한 영국에서는 이를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맞섰다.

백신 부족을 호소하는 회원국의 불만을 회피하려 EU'심술'을 부린다는 게 영국 정치권의 입장이다.

양측이 서로 헐뜯는 사이 코로나19를 차단하기 위한 공동 대응은 퇴색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NTNU) 관계자는 "코로나19는 글로벌 문제이지 국내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백신은 거주지와 상관없이 가장 취약한 사람들부터 접종받아야 한다"CNN에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일단 EU와 협력해보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나딤 자하위 영국 백신 담당 정무차관은 30일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영국의 관심은 백신과 관련해 EU와 협력하는 데 있다고 밝히고, 영국은 EU의 백신 부족난 해결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EU 집행위원회 측과 "생산적 대화"를 했으며, EU가 영국행 백신 공급을 차단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U, 고령층 효과 논란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

 

유럽의약품청 고령층도 사용 가능조건부 판매 승인
독일 백신위원회, 65살 이상은 접종 제외방침 고수
프랑스 대통령 “65살 이상에는 효과 없는 것과 같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로고가 주사기에 맺힌 방울을 통해 보인다.

 

유럽연합(EU)이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조건부 판매 승인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이 고령층 접종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9(현지시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8살 이상에게 조건부 판매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조건부 판매 승인은 코로나19 같은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절차로, 1년간 유효하며 해마다 갱신할 수 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백신에 이은 세번째 승인이다.

유럽연합집행위 결정은 같은 날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8살 이상에게 조건부 판매 승인하도록 권고한 데 따른 조처다. 유럽의약품청은 유럽의약품청 과학 전문가들은 이 백신을 고령층에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발표해, 효과 논란이 있는 고령층 대상으로도 판매 승인을 권고했다. 유럽의약품청은 “(아스트라제네카 임상 시험) 연구 참가자 대부분은 18살부터 55살 사이였다. 55살 이상 참가자들에게 이 백신이 얼마나 잘 작동할지에 대한 수치가 나올 만큼 충분한 결과는 없다면서도 이 연령대(고령층)에서 면역 반응이 관찰되고 다른 백신에서 얻은 경험에 비추어볼 때 (면역 효과로 인한) 보호가 기대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독일 백신위원회(STIKO)는 지난 28“65살 이상을 대상으로 한 효과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없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8~64살 사이 연령층에만 제공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독일 백신위원회는 유럽연합 승인 결정 뒤인 29일에도 이 같은 권고 내용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유럽의약품청 승인 권고 결정 몇 시간 전,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접종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살 이상인 사람들에게는 무효한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어떤 이들은 (효과가 없는 것이) 60살 또는 60살 이상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에 백신 승인 권한이 있지만, 백신 배포 방법에 대한 권한은 회원국들이 보유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마크롱의 발언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옥스퍼드대 의학 교수인 존 벨은 <비비시>(BBC) 방송에 마크롱의 수요 관리라는 의심이 든다백신이 없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은 수요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회사가 개발해 승인을 마친 코로나19 백신이 없다는 점을 비꼰 발언이다.    조기원 기자

 

 

존슨 총리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 CPTPP 신규 가입하는 첫 국가될 듯
언론들 중 견제 쿼드참여 가능성경제, 외교·안보 분야 탈유럽모색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영국이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무역 활성화를 위해 다음달 1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신청할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출범 당시 참가국 이외의 공식적인 가입 신청은 영국이 처음이다. 또 영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등이 만든 쿼드’(Quad·4)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이 경제와 외교안보 틀을 유럽 밖으로 확대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유럽연합 탈퇴 뒤 우리는 영국인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이 시피티피피에 신규 가입하는 첫 번째 국가로 글로벌 자유 무역의 선구자가 되고, 전 세계 우방 및 파트너들과 최선의 관계로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우리의 열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지난해 1월 말 브렉시트를 단행한 뒤 캐나다일본·뉴질랜드·베트남 등 11개국이 무역 장벽을 없애거나 낮추기 위해 만든 시피티피피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시피티피피는 미국이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하자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나머지 국가들이 수정해 만든 협정이다.

시피티피피를 주도하고 있는데다 올해 의장국인 일본은 영국의 가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제대국인 영국이 가입하면 시피티피피의 영향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회원 11개국이 치지하는 비율이 13%인데, 영국이 들어오면 16%로 높아진다. 또 유럽에서 시피티피피가 만든 통상 규칙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된다. 다만 영국이 최종적으로 가입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영국이 관세나 전자상거래, 투자에 관한 자유도 등 시피티피피의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또 모든 비준 국가가 찬성해야 한다. 가입까지 1년 가까이 걸린다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영국을 시작으로 가입국이 더 늘어날지도 관심이다. 미국은 자유 무역에 따른 고용 감소 등 노조의 반대로 바이든 정부의 조기 복귀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과 한국은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본은 높은 시장개방 등 지금의 규칙을 유지하면 중국이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영국은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탈유럽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미국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가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만든 쿼드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언론이 잇따라 보도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28영국이 홍콩 문제 등으로 중국과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는데, 보수파로부터 아시아에 더 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쿼드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더 타임스>존슨 총리가 인도를 방문할 때 쿼드에 대한 참석 여부를 제기하고 협의할 가능성이 있다29일 보도했다. 앞서 영국 여당·보수당에 영향력이 큰 영국 싱크탱크 폴리시 익스체인지는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내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상황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전략에 큰 영향을 준다쿼드참여를 제언하기도 했다.

쿼드20199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 열렸으며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두 번째 모임을 갖고 정례화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9일 미국평화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 나와 쿼드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정책을 발전시킬 근본적인 토대로 보고 있다그 형식과 메커니즘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일본 스가 퇴근했다가 공저로 돌아와 한밤중 통화

국별 중요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것 외교 현실

 

-일 정상이 전화회담을 했음을 알려주는 일본 방송의 화면.

 

외교관들이 입에 달고 사는 격언 중에 외교는 의전이고, 의전은 순서다라는 말이 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외교 무대에서 한 국가가 같은 주권국가인 타국을 향해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낼 수 없으니, 의전을 통해 우회적으로 뜻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의전 중에 가장 중요한 의전은 정상회담이다. 외교는 의전이고 의전은 순서이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이 누구에게 먼저 전화를 거는지는 미국의 외교 우선순위를 알려주는 정직한 바로미터가 된다. 그리고 이 순서에는 나름의 공식이 있다. 첫째, 이웃 나라, 둘째 유럽의 주요 동맹과 이스라엘, 셋째 아시아의 주요 동맹 순이다.

20일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 공식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셋째 날인 22일 이웃 나라인 캐나다, 23일엔 국경을 맞댄 또다른 이웃 멕시코와 특별한 동맹인 영국, 24일과 25일엔 유럽의 주요 동맹국인 프랑스, 독일과 각각 정상통화를 진행했다. 이어 26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연장이라는 중대 현안이 걸려 있는 러시아를 거쳐 27일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 동맹인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전화를 주고 받았다. 이 순서는 앞으로도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각국 정상 통화 순서

-22일 캐나다 -23일 멕시코·영국 -24일 프랑스 -25일 독일 -26일 러시아 -27일 일본

-중의 전략 경쟁으로 점차 중요도가 높아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일 동맹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제1동맹이다. 그래서 미국은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초석(cornerstone)이란 말로 표현한다. 지난 네명의 미국 대통령의 전례를 봐도 새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대통령보다 일본의 총리와 먼저 통화했다. 대면 정상회담의 순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총리는 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3월에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지만, 한국은 그보다 늦은 5~6월에 회담을 진행했다. 유일한 예외는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새로 취임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햇볕정책의 장점을 설명하기 위해 3월 초로 정상회담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정책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진 이 방문은 최악의 외교 실패로 끝나고 만다.

역대 미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일본 정상간의 통화 순서

조지 부시 1기 행정부

2001124일 부시-모리

2001125일 부시-김대중

오바마 1기 행정부

2009128일 오바마-아소

200923일 오바마-이명박

트럼프 행정부

2017128일 트럼프-아베

2017130일 트럼프-황교안(대통령 대행)

바이든 행정부

2021127일 바이든-스가

? 바이든-문 대통령

과연 바이든 대통령은 어떨까. 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 대응 등으로 최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급격히 올라가며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정상과 최소한 같은 날에 통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뤘다. 미국에 한국은 자신들이 피를 흘려 지켜낸 동맹이자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데 성공한 모범생이다. 그래서 미국은 한-미 동맹에 핵심축(linchpin)이란 특별한 용어를 사용한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최근 더 높아져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임인 ‘D-10’에 드는 주요 국가로 성장하게 됐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엔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 정상과 같은 날(20201111) 통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과는 통화했는데 왜 아직 한국과는 통화하지 않느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연락이 없는 정확한 이유를 알긴 힘들다. 일부에선 한-미 정상의 통화가 예상된 상황에서 26일 한-중 정상의 통화가 먼저 이뤄졌기 때문에 미국이 이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 해석한다. 일리 있는 얘기지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자신의 전전임자인 존 볼턴처럼 백악관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낱낱이 폭로하는 회고록을 쓰지 않는 한 정확한 진상이 공개되진 않을 것이다.

재미 있는 것은 미-일 정상의 첫 전화 회담 소식을 전하는 일본 언론의 반응이다. 일본 언론들은 28일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일본에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전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산케이신문>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자신의 거처인 도쿄 아카사카의 중의원 숙소에 귀가했다가 심야에 다시 총리 공저로 향했다고 밝혔다. 실제, 27일 일본 총리동정을 확인하면, 스가 총리는 이날 밤 1147분에 공저로 돌아와 한 시간 뒤인 28047분에 통화에 임했다. 이 통화가 이뤄지기 직전까지도 일본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언제 통화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미국이 그야말로갑자기 전화 회담을 제의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이 한밤 중에 타국 정상을 불러내는 일종의 외교적 결례를 범한 이유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78살로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를 꼽고 있다. -일 간의 시차를 고려할 때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쾌적한 상태에서 통화할 수 있는 오전 10~11시를 골랐다는 것이다.

미국은 청와대엔 몇시쯤 전화를 걸어올까. 오늘 밤이라도 백악관에서 갑작스레 전화를 걸어 오면, 문 대통령도 퇴근했던 스가 총리처럼 전화가 앞에 불려와야할지 모른다. 미국 대통령이 전화하자고 요청하는데, “밤이 늦었다며 거절할 수 있는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길윤형 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