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총리  “시리아로 백신 전달 안해 … 푸틴에 감사”
군 라디오 “네타냐후, 외교 수단으로 백신 거래 고려 언급”

 

지난 1월 22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예루살렘/신화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러시아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비밀리에 대신 사주기로 하고 그 대가로 수감자 교환을 성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교환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 1명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부가 러시아에 돈을 지급하고, 러시아는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시리아로 보내는 방법으로 수감자를 교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시리아 국영 SANA통신은 17일 러시아의 중재로 시리아에서 체포된 이스라엘 민간인 여성 2명과 이스라엘에 구금된 시리아 민간인 2명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인 2명은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의 원주민이며, 이스라엘 여성 2명은 실수로 시리아의 쿠네이트라 지방에 들어왔다가 체포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협상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고 SANA통신은 백신 대리구매 협상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번 수감자 교환과 관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시리아로 백신을 전달하지 않았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더는 부연하지 않겠다"라고만 답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자국민 석방을 도와달라고 직접 2차례 요청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외국 언론의 보도 후 인질 석방 조건에 관한 '비공개 명령'(gag order)을 풀었지만, 러시아와 맺은 합의서에 백신 관련 이슈는 비밀로 하자는 규정이 있다는 게 정부의 공식 설명이라고 전했다.

국경을 맞댄 두 나라의 관계는 매우 적대적이고 국교가 수립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1967년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불법 점령했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이스라엘의 적성국인 이란의 후원을 받는다.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알바샤르 정권의 최대 후원자이지만, 이스라엘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NYT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코로나19 위기가 결과적으로 두 적성국의 인도적 외교의 지렛대가 된 셈이다. 이스라엘은 전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빠르게 접종하는 곳이며 11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는 백신 접종은커녕 방역 정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나라다.

NYT는 그러나 양국의 이번 협상 소식으로 팔레스타인의 불만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스라엘은 인구 280만 명의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 고작 수천회분의 백신을 공급했고, 200만 명이 사는 가자지구에는 지난주 첫 백신 접종분의 수송을 지연시켰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국가와 수교를 맺는 수단으로 백신 거래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이스라엘군 라디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정부 관계자와 면담에서 이스라엘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수단으로 불특정 국가에 백신을 제공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재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아랍국가들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이후 수단, 모로코 등과도 관계를 정상화했다. 다만, 이스라엘 외무부는 자체 접종을 위해 필요 이상의 백신을 주문한 것과 관련해, 자국민에 대한 접종이 완료된 이후 잉여 물량을 다른 나라에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일상 복귀' 본격화 이스라엘이 알려준 백신의 효능과 한계

  

이스라엘 보건부의 '그린 패스' 발급 신청 사이트에 게시된 일상 복귀 일러스트. [이스라엘 보건부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한 이스라엘이 21일(이하 현지시간) 본격적인 일상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폐쇄했던 상업시설과 공공시설의 문을 다시 열었고 백신 접종자와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문화·스포츠 행사 등 참석도 허용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3천명대에 달하는 상황 속에 단행된 이번 조치는 임상시험이 아닌 실제 접종에서 확인된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에 상당부분 의존한 조처다.

그러나 절대적인 백신 접종자 수가 집단면역 수준에 못미치는데다, 백신의 효능에 한계가 있고, 접종을 강력하게 거부하거나 청소년과 아동 등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계층이 있어 집단면역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이 남았다.

 백신 접종자가 이용할 수 있는 헬스클럽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 전체 인구의 30%가 접종 마친 백신 효능은

이스라엘 보건부가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능은 91.8%였다.

이는 2회 접종 후 1주일이 지난 접종자 통계를 통해 확인했다.

발열과 호흡기 이상 등 유증상 억제율은 96.9%, 입원환자 발생 억제율은 95.6%, 중증 환자 발생 억제율은 96.4%, 사망 억제율은 94.5%였다.

2차 접종 후 2주일이 지난 시점에서는 효능이 더욱 좋았다.

감염 예방 효능은 95.8%, 유증상 억제율은 98%, 입원환자 발생 억제율은 99%, 중증 환자 발생 억제율은 99.2%, 사망 억제율은 98.9%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19일 이스라엘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21일 오전까지 1차 접종자는 456만 명으로 전체 인구(약 930만 명)의 46%, 2차 접종까지 마친 인원은 288만여 명으로 인구 대비 30.9%에 달한다.

강력한 봉쇄 조치와 함께 빠른 접종이 진행되면서 한때 1만 명을 넘어섰던 이스라엘의 하루 확진자 수는 최근 3천 명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스라엘의 백신 접종을 세계가 주목해야 할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했다.

그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사례를 인구 상당수에 대한 효율적 백신 접종의 모델로 여긴다"며 "이스라엘은 미국보다 작은 나라지만 대국민 접종을 위한 조직적 능력은 아주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앞서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에서는 백신의 효능과 관련된 눈에 띄는 감염 사례 감소가 확인됐다. 이는 백신이 접종자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감염병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공중보건 관점에서도 중요한 암시"라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백신 접종자에게 공짜 술 제공 이벤트 [로이터=연합뉴스]

 

◇ '그린 패스' 유효기간 접종·회복자는 6개월…음성 판정자는 72시간

이스라엘은 21일부터 2단계 일상 복귀 조치를 가동했다. 지난해 12월27일부터 6주간 이어온 코로나19 봉쇄를 지난 7일에 일부 완화한 데 이은 조치다.

이번 조치로 이스라엘에서는 누구나 일반 상점, 재래시장, 쇼핑몰 이용이 가능해졌고, 박물관과 도서관에도 입장할 수 있다.

2차 접종을 마치고 1주일이 지난 사람과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자, 코로나19 음성 판정자에게는 더 많은 자유가 주어졌다.

이들은 '접종 증명서', '회복 증명서', 또는 '그린 패스'(green pass) 등 3종의 증명서 중 하나를 받아 헬스클럽과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고 호텔 투숙도 가능하다. 또 실내 또는 야외에서 열리는 문화공연과 스포츠 이벤트에도 참석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 '그린 패스' 견본 [이스라엘 보건부 제공=연합뉴스]

 

백신 접종자와 감염 후 회복자에게 주어지는 그린 패스의 유효기간은 6개월이지만, 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72시간 동안만 유효한 증명서를 받게 된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미성년자의 경우도 부모의 '그린 패스'를 통해 인증이 가능하다.

그린 패스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스라엘 보건부의 그린 패스 발급 사이트는 20일 저녁부터 방문자가 급증해 한동안 먹통이 됐다.

또 암호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SNS상에 그린 패스 위조와 매매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위조한 그린 패스를 이용하다 적발되면 4천 셰켈(약 170만 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집단면역' 달성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

그렇다면 빠른 속도로 접종을 진행하고 시민들에게 자유를 부여하기 시작한 이스라엘은 '집단 면역'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아니다.

이스라엘 코로나19 방역 책임자인 나흐만 아쉬 교수는 앞서 의회에 출석해 "이스라엘이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전체 인구의 70%가 접종해야 한다"며 "그린 패스는 백신 접종자와 감염에서 회복된 사람들의 일상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인구의 70%는 650만 명가량으로 추산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2회 접종자는 288만 명이고 1차 접종자 기준으로도 456만 명에 불과하다. 완치자 수는 69만4천 명이다.

백신의 예방 효능과 접종을 거부하는 계층, 아직 접종이 불가능한 연령대의 존재는 집단 면역 달성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스라엘 보건부가 밝힌 화이자 백신의 최대 예방 효능은 95.8%(2차 접종 후 2주일 경과 기준)다. 백신을 맞더라도 감염되는 사례가 적잖이 나온다는 뜻이다.

더욱이 화이자 백신이 영국 또는 남아프리카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또 이스라엘에는 초정통파 유대교도 등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하지 않거나 백신 접종에 부정적인 집단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16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은 임상을 통한 안전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 전면적인 접종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는 전체 감염자 가운데 접종대상이 아닌 아동과 청소년 비중이 최근 급증했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 감염자중 상당수게게서는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연합뉴스

2차대전 때 강제수용소 경비 근무…캐나다 거쳐 59년부터 미국 거주

 

                               추방 명령 받은 베르거의 옛 사진

 

과거 독일 나치의 강제수용소 경비병으로 근무한 90대 노인이 미국에서 독일로 추방됐다.

2차대전 후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정착했지만 침몰한 배에서 발견된 근무 카드로 인해 부역 사실이 드러나 결국 75년 넘게 지나 95세의 고령에 추방되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테네시주에 거주하는 독일 시민권자 프리드리히 카를 베르거가 2차 대전 때 독일 함부르크 인근 노이엔가메 강제수용소 산하 수용소에서 근무했다고 판단해 추방을 명령했다.

당시 이곳에는 유대인 수용자는 물론 러시아, 네덜란드, 폴란드 민간인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정적이 수용돼 있었다.

베르거는 1945년 영국과 캐나다 군이 이 수용소로 진격할 당시 수용자들을 본 수용소로 강제 이동시킬 때 경비를 담당했다. 당시 2주간에 걸친 이동으로 70명이 사망했다.

또 수용자들은 2대의 배에 나뉘어 발트해의 뤼베크 항구에 정박해 있었는데, 영국 전투기의 오인 공격으로 인해 전쟁 마지막 주에 수백 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참사도 발생했다.

몇 년 뒤 침몰한 배에서 서류를 건져냈고, 법무부의 역사 담당자들은 이를 통해 베르거가 수용소에서 복무한 기록을 찾아냈다.

베르거가 전시 복무를 포함해 독일에서 고용된 것에 근거해 독일로부터 연금을 받는 사실도 추방 결정의 근거가 됐다. 그는 독일 해군에서 근무하다 2차 대전 마지막 몇 달간 이 수용소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르거는 당시 자신이 수용소에서 근무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잠시 머물렀을 뿐이며 무기도 소지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독일의 과거 한 집단수용소 모습

베르거는 2차 대전 후 아내, 딸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한 뒤 1959년 미국으로 넘어와 정착했다.

미국은 나치의 박해 때 부역한 이들의 입국을 금지했지만, 이 법은 1957년 만료됐다. 베르거는 미국 이민을 신청할 때 독일 해군에서 근무한 사실도 밝혔다.

미국은 이후 1978년 '홀츠먼 법' 개정을 통해 나치의 박해에 참여한 이들의 입국이나 미국 거주를 금지했다.

베르거는 지금까지 이 법에 따라 추방된 70번째 인사에 해당하며, 현재 추가로 추방 심사를 받는 이는 없다.

독일은 지난해 증거 불충분으로 베르거에 대한 소를 취하했지만, 추방 후 독일 경찰의 추가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중대재난 선포한파 텍사스 1800만원 전기요금 ‘폭탄’

      이재민 임시거처·저금리 대출·집수리비 등 지원
      회복 중이지만 6만명 정전·1400만명 수도 중단

 

20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한파로 인한 정전 때문에 주민이 집에서 촛불을 켜고 있다. 포트워스/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이례적 한파로 대규모 정전 등 피해를 본 텍사스주에 중대재난 선포를 승인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 등 겨울 폭풍으로 큰 피해를 본 남부 주들에 비상사태를 승인했으나, 이 중에 상황이 가장 안 좋은 텍사스는 중대재난 선포에 따라 연방정부로부터의 지원이 더 늘어난다. 텍사스의 254개 카운티 가운데 댈러스 등 77개 카운티에 연방 자금이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거처 마련과 주택 수리 비용, 저금리 대출 등이 포함된다.

미국 남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데다 미 최대 석유·가스 생산지인 텍사스는 지난주 눈보라와 함께 30년 만의 한파가 덮쳐 대규모 정전과 수도 공급 중단 사태를 겪고 있다. 발전소가 재가동되고 기온도 올라가고 있으나 회복까지는 시일이 더 필요하다. 전기 공급을 못 받은 주민이 한때 400만명에 이르렀다가 이후 복구됐으나 이날 현재 약 6만명 이상은 아직 정전 상태라고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전했다. 텍사스 인구의 절반 이상인 1440만명 이상이 이날 오후까지도 수도 공급 중단을 겪었다. 이번 한파로 텍사스에서만 20명 이상을 포함해 미 전역에서 6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초유의 한파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탓에 주민들은 터무니없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또 충격을 받고 있다. 텍사스 알링턴에 사는 타이 윌리엄스는 이번 달 1만7000달러(1881만원)에 이르는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았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가 평소 집과 사무실 등을 합쳐 매달 내온 전기요금은 660달러(73만원)였다. 댈러스 주민 디안드레 업쇼도 7000달러(774만원)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았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성명을 내어 “한파로 전기나 난방 없이 고통을 겪은 주민들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에너지 비용으로 타격을 입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주 당국, 의회와 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미 텍사스 ‘한파 정전’, 풍력 아닌 가스발전 중단 때문이었다

  가스발전 부족량, 타 전원 전체 부족량보다 커
  극한 기상 전력대비책 부재가 주된 원인
  전문가 “‘재생에너지 탓’ 지적은 잘못”

 

미국 텍사스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한 트위터 이용자(@ECOWARRIORSS)가 과학자들이 수년 전부터 북극발 한파에 대한 대비를 요구해왔음에도 당국이 무시했다고 지적하는 트윗을 올렸다.

지난주 한파로 꽁꽁 얼어버린 미국 텍사스에서 가장 타격이 컸던 전력원은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가스발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15일 북극발 한파가 텍사스를 강타해 470만 가구와 사무실에 전기와 난방이 끊기고 수십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텍사스주 발전소들이 눈 폭풍을 동반한 혹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놓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겨울철 텍사스 전력공급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가스와 석탄화력발전에서 2만9천㎿가 정전되고, 풍력발전에선 1만6천㎿가 끊겼다. 4기의 원전 가운데 1기도 멈췄다. 텍사스 전력원에서 2010년 전체의 40%를 차지하던 석탄화력발전은 지난해 18%로 줄어든 반면, 풍력발전은 23%까지 상승했다.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자 그렉 애포트 텍사스주 주지사 등 보수정당 정치인들은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지만, 가장 타격이 심각했던 전원은 가스발전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대니얼 코헌 휴스턴 라이스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모든 전력원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가스발전의 공급 부족량이 다른 전력원들의 부족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컸다”고 말했다.

대규모 정전 기간에 가스발전은 전력망에 다섯 차례 공급을 중단했으며, 가스발전 생산시설뿐만 아니라 가스수송 관로가 얼어버렸다. 일반 가정과 사무실의 난방용 가스 수요가 치솟아 가스공급 부족을 부채질한 데다, 비싸진 가스 가격에 이윤을 내지 못하자 가스발전사들이 발전소 가동을 중단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텍사스 주요 도시의 연평균기온은 미국 동부 도시들의 여름 평균기온과 맞먹는 20도 안팎에 이른다. 2019년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3.5도였다. 조수아 로드스 텍사스주립대 에너지공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지만, 그동안은 발전소의 방한 대비 필요성이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텍사스의 전력시스템에는 극한 기상현상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2014년 겨울 나이아가라폭포를 100여년 만에 얼린 한파가 닥쳤을 때 캐나다는 전력시스템 동결에 대한 보강에 나선 반면, 텍사스는 오히려 규제 완화에 나섰다. 또 텍사스에는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연결망이 구축돼 있지 않았다.

이번 혹한으로 발전소들이 전력망에서 이탈하자마자 텍사스 안 전력 수요는 겨울철 상한치를 넘어서 여름철 혹서기 때의 수요와 거의 맞먹었다. 텍사스주 전력망을 감독하는 텍사스전력신뢰도위원회(ERCOT)는 “14일 최대 수요가 6만9천㎿에 이르러 비상계획의 최악 시나리오 범주를 넘어섰다”며 “전력시설의 장기적 피해를 막기 위해 즉시 강제정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대규모 정전을 일으킨 2011년의 얼음 폭풍과 같은 조건이라면 겨울철 최대 전력 수요량이 주 전체에서 6만7천㎿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코헌 교수는 “주의 비상계획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혹한에 의한 대규모 정전의 규모, 특히 가스발전소의 정전 규모를 예측하는 데는 실패했다”며 “어떤 시나리아도 동시에 3만㎿의 전력이 정전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노아)은 지난해 코로나19에 온 정신이 쏠려 있는 사이 미국에서 스물두 차례의 이상기상 현상이 발생해 10억달러 이상의 피해가 났으며, 이 가운데 16건은 기존 기록을 뛰어넘는 것들이었다고 밝혔다.이근영 기자

 

미 강타한 겨울폭풍 북동부까지 엄습…남동부는 토네이도

워싱턴DC·버지니아 등 눈과 '얼음비'…플로리다·조지아는 돌풍 가능성

 

눈 속에 길을 걷는 미국 워싱턴DC 주민 [AFP=연합뉴스]

 

미국이 최악의 한파로 얼어붙은 가운데 남부를 중심으로 큰 피해를 몰고 온 겨울폭풍이 북동부와 대서양 중부 지역에도 엄습했다.

18일 CNN방송에 따르면 텍사스와 오클라호마주 등지에 폭설과 대규모 정전 사태를 불러왔던 한파는 동쪽으로 이동,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주 등 북동부 해안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워싱턴DC와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주에는 눈과 진눈깨비, 얼어붙은 비가 내렸고 일부 지역은 0.5인치의 얼음이 쌓일 것으로 관측됐다. 뉴욕에는 6∼8인치의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텍사스주에서 매사추세츠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겨울폭풍 경보나 주의보가 발령돼 1억명 이상이 영향권에 들어있다고 CNN은 전했다.

조지아주 남부와 플로리다주에는 이날 오후까지, 앨라배마주 남동부에는 오전까지 토네이도 주의보가 발령됐다.

조지아와 플로리다의 경우 탤러해시, 파나마시티, 올버니, 발도스타 등지의 주민 150만명 이상이 토네이도와 큰 우박, 시속 70마일의 돌풍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토네이도는 텍사스에서 동북부 지역까지 영향을 끼친 겨울 한파를 초래한 폭풍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CNN은 이번 맹추위에 대해 "전형적인 겨울 추위가 아니다"라며 "이미 겨울 폭풍의 영향을 받은 사람 중 일부는 물과 전기 없이 며칠을 보냈으며 다음 주까지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에선 평소 눈 구경을 하기 힘든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아칸소주 등 남부 지역을 강타한 겨울 폭풍으로 30명 넘게 숨지고 수백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한파에 장난감까지 땔감…미 텍사스 전력·식수·식량 3중 위기

     울타리 뜰어내고 벌목해 불 때…식자재 공급도 붕괴 현상

눈녹여 설거지 · 화장실 용변…분노한 민심 "위기대응 실패로 고통"

8개주 최소 38명 사망…난방 자구책에 일산화탄소 중독 경보 발령

 

텍사스 수도관 동파로 얼어붙은 차량, 아파트 복도 선풍기에 매달린 고드름 [트위터 게시물 캡처]

록적인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텍사스주가 설상가상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렸다.

혹한으로 발전시설 가동이 대거 중단되며 최악의 정전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식수와 식량난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은 3중의 위기를 겪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에서는 나흘 연속 정전 사태가 이어졌다.

정전 피해는 한때 450만 가구에 달했지만, 차츰 복구가 이뤄지면서 현재 55만 가구로 줄었다. 하지만, 완전 복구가 아닌 순환 정전이 반복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은 가시질 않고 있다.

텍사스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력 복구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한파가 계속돼 앞으로 이틀 동안 순환 정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주민은 냉기가 서린 집을 나와 승용차에 시동을 켜고 몸을 데운 뒤 잠을 청했고, 바비큐 그릴과 가스스토브, 심지어 촛불까지 동원해 난방을 시도했다.

집 바깥 울타리를 뜯어내 땔감으로 사용하거나 아이들 목각 장난감으로 벽난로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땔감이 부족해지자 나무를 직접 벌목하는 사람도 있었다.

텍사스주 중부 킬린에 거주하는 엔젤 가르시아는 "장난감 나무 블록을 벽난로 땔감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 사람들은 현재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 여기 많은 사람은 집 바깥 울타리를 뜯어서 불을 피우고 있다"고 울먹였다.

KP 조지 포트벤트카운티 지역 판사는 "많은 사람이 차 안에서 살고 있다. 이곳은 엉망진창"이라고 호소했다.

바비큐 그릴에 불을 피워 피자를 데우는 텍사스 주민[로이터=연합뉴스]

텍사스주는 정전 사태도 모자라 식수, 식량난까지 가중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텍사스 주정부에 따르면 수도관 동파와 정수장 가동 중단, 수압 저하 등으로 주민 1천200만명에 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당국은 또 주민 700만명에게 식수 오염 가능성을 대비해 물을 끓여 먹으라는 주의보를 내렸다.

이미 많은 주민이 화장실 용변기, 설거지 용도로 눈을 녹여서 사용하고 있다.

크레스트뷰에 거주하는 스미스 팬더는 "생수가 떨어지면 눈을 녹여 식수로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주전자와 냄비에 눈을 담아두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브 애들러 오스틴 시장은 "현재 도시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물 한방울이라도 쓸데없는데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앞으로 2∼3일간 에너지와 물을 절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텍사스주 휴스턴 식료품점의 텅 빈 진열대 [트위터 게시물 캡처]

식량난도 텍사스 주민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정전으로 식료품점 냉동고 가동이 중단되면서 곳곳에서 식자재가 상했고, 유제품 유통망도 끊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때와 버금가는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식료품점 선반이 텅 비었다는 주민들 증언이 온라인에 속속 올라왔다.

텍사스주 농업담당 부서는 코로나19 위기 당시의 식자재 공급 붕괴를 넘어서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샌안토니오에 거주하는 클로디아 레머스는 많은 식료품 가게가 문을 닫았다며 그나마 문을 연 가게에서도 음식을 사려면 30분 동안 줄을 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텍사스 주민들은 음식이 있더라도 데울 방법이 없어 과자와 육포, 샌드위치 등으로 허기를 때우는 지경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많은 주민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자 민심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

텍사스 주민 필립 셀리는 "아내, 생후 11개월 아이와 함께 춥고 어두운 방에 앉아있지만, 이곳의 리더들은 답이 없다"며 "앉아서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그는 "임신 중인 아내가 원하는 것은 따뜻한 목욕인데 그것조차 할 수 없다"며 "정치 지도자들은 정전사태 등을 두고 서로 싸울 게 아니라 자신을 손가락질해야 한다. 그들은 위기 대응에 실패했고, 우리는 그것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애들러 오스틴 시장은 "사람들은 화가 났고, 혼란스럽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미국을 꽁꽁 얼린 한파로 현재까지 8개 주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화재, 저체온증, 차량 충돌 사고 등으로 최소 3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주민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극단적 방법으로 난방을 하려다가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될 수 있다며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정전 사태에 촛불로 불을 밝히고 겨우 몸을 데우는 텍사스 주민

코로나-19 공동대응·반중 연합전선 논의되나

존슨 총리 "백신개발 기간 100일로 줄이겠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동 대응 등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다자 정상외교 무대에 등장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끈다.

바이러스 연구소 방문해 연설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올해 의장국인 영국은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 G7 국가 정상들이 이날 오후 2시 화상으로 만나 비공개회의를 한다고 18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영국 총리실은 "각국 정상들은 세계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코로나19 이후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으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필요한 방안을 폭넓게 토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백신과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속도를 높이는 노력에 동참하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100일로 확 줄이면 향후 다른 보건 위기에서도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은 중국에서 사례가 처음 보고된 뒤 화이자 백신이 나오기까지 314일이 걸렸다.

백신 접종소에서 '엄지척'하는 존슨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존슨 총리는 또 코로나19 백신을 구하기 어려운 국가들을 위해 남는 물량 대부분을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진하는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와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평한 백신 접종권을 위해 코백스 지원을 늘려달라고 정상들에게 요구할 예정이다. 영국은 5억4천800만 파운드(약 8천448억원)를 지원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동맹 강화를 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국제사회 리더십 회복을 내세우고 있다.

그 일환으로 회의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국제공조 방안이 다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등에 의해 가해지는 경제적 도전을 헤쳐나가기 위해 국제 규칙을 개정하는 문제의 중요성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총리도 최근 코로나19 관련 정보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국제조약을 맺자고 제안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듯한 메시지를 내놨다.

[영국 정부 G7 회의 홈페이지 갈무리]

G7 정상회의는 작년 4월 이후 처음 개최된다. 지난해 의장국은 미국이었는데 코로나19와 대선 등으로 인해 대면 회의가 결국 무산됐다.

G7 정상들은 올해는 6월 11∼13일에 잉글랜드 남서부 콘월의 휴양지인 카비스 베이에서 직접 만나 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 회의는 초청국인 한국, 호주, 인도, 유럽연합(EU)을 포함해 'G7+3' 형태로 개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