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 명이 넘은 것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그는 부인 질 여사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와 함께 촛불 추모행사에 참석했으며 연방기관에 조기를 걸도록 지시하는 등 미국이 직면한 비극적 현실을 국가적으로 애도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이 22일 50만명을 넘어서자 정부 차원에서 추모에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촛불 추모행사에 참석하고 연방기관에 조기를 걸도록 지시했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의사당에 조기 게양을 지시하는 등 미국이 직면한 비극적 현실을 국가적으로 애도하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가 팬데믹의 치명적 영향에 지속해 집중하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심각성을 거듭 얕잡아 말하고 미국인들이 추모하는 것을 이끌 생각이 없어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은 이날 미국의 누적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를 2천818만1천128명, 누적 사망자 수를 50만71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월 20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2월 초 첫 사망자가 나왔는데 그로부터 1년 남짓 만에 무려 50만명이 이 질환으로 생명을 잃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숨진 미국인 수(약 40만5천명)보다 더 많은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나라다. 미국의 감염자는 확진자 수 2위인 인도(1천100만5천여명)의 거의 3배에 달하고, 미국의 사망자는 2위인 브라질(24만6천여명)의 2배가 넘는다.
사망자 50만명은 미국 전체 인구 3억2천820만명(미국 인구조사국 기준)의 0.15%에 달한다. 이는 그동안 미국인 660명당 1명꼴로 코로나19로 숨졌다는 뜻이다.
또 미국인 12명 중 1명(8.6%)이 지금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 셈이다.
고무적인 소식은 백신 접종에 조금씩 속도가 더 붙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까지 7천520만5천여회분의 백신이 배포됐고, 이 중 6천417만7천여회분이 접종된 것으로 집계했다.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사람은 4천413만8천여명, 2회까지 접종을 마친 사람은 1천943만8천여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각각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3%, 6%에 달하는 것으로, 코로나19의 전파를 막기 위한 집단감염 형성에 요구되는 추정치 70∼85%에는 크게 못 미치는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전염성이 훨씬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변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도 위험 요소다. CDC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약 1천700건의 변이 감염자가 확인됐다. 이는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발(發) 변이를 모두 합친 것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실제 현실을 과소 반영하는 것으로 보건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려면 별도의 유전자 시퀀싱 검사를 해야 하는데, 미국은 아직 이 검사를 충분히 많이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검사를 확대할 경우 실제 변이 감염자는 지금까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영국발 변이인 B.1.1.7이 현재 미국 감염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못 미치지만 4월 하순께에는 80%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금부터 수십 년 뒤 사람들은 이처럼 많은 사람이 호흡기 감염으로 숨진 것을 두고 이 나라의 역사에 끔찍하게 역사적인 이정표였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달 11일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란의 유엔 분담금 일부를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약 7조7000억원)으로 납부하는 방안에 한국과 이란이 동의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가 미국과 협의 절차의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는 등 내용을 다소 부풀려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란 동결자금을 둘러싼 한-이란 간 협의 결과와 관련해 “현지 시간 22일 유정현 주이란대사와 이란 중앙은행(CBI) 총재 간의 면담에서 이란은 우리가 제시한 방안에 대해 동의 의사를 표명하는 등 기본적인 의견 접근이 있었다. 다만 실제 동결자금의 해제를 위해서는 유관국(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22일 이란 정부 누리집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가 전날 유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만나, 한국 내 동결 자산의 이전과 사용 방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 대사가 “한국은 이란이 한국 내 모든 자산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 여기에는 어떤 제한이나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란이 한국 시각으로 22일 밤 늦게 이런 내용을 공개하자, 양국이 이란 동결자산의 처리와 관련해 결정적 합의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란 정부가 공개한 유 대사의 발언도 이런 해석의 근거가 됐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복원하면서 한국 은행 2곳에 동결된 이란 자금이 70억달러(약 7조7천억원)에 달한다.
이날 외교부 쪽 설명을 종합하면, 양국이 ‘동의’한 것은 동결된 이란 자금 ‘일부’의 활용 방안에 대한 세부 절차다. 미국 재무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송금 자금의 규모와 흐름을 세세히 적시하고 그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의견 일치를 봤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란이 유엔 총회 투표권을 회복하려면 내야 하는 최소 분담금(1625만달러·약 180억원)을 한국 내 동결자금으로 대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외교부는 이달 초 “분담금을 (동결자금으로) 낸다는 것은 (미국과) 협의가 끝났고 굉장히 기술적 부분만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미국 쪽 은행 한 곳과 얘기가 된 것으로 안다. 미국 은행이 (송금 과정 등) 관련 점검을 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양국은 유엔 분담금 대납 외에도 동결 자금 일부를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을 통해 전하는 세부안에도 동의했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란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안을 우리가 제시했고 이란이 동의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본격화한 ‘스위스 채널’은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 아래 이란에 인도적 물품을 수출하기 위해 개설된 통로로, 스위스에서 의약품이나 식량 등 인도적 물품을 구매해 이란에 수출하고 대금은 스위스 은행이 보증하는 방식이다. 지금껏 이란 정부는 이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스위스 채널을 통해서는 꽤 큰 규모(의 이전)를 생각하고 있다”며 “이란 쪽에서 만족할 만한 액수”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협의 내용을 부풀려 발표한 데 대해 외교부는 다소 어리둥절해 하는 분위기다. 동결자금 이전 문제에서 결정적 변수인 미국과 협의 절차의 필요성을 빼놓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이란의 희망사항을 밝힌 것뿐”이라며 “한국과 이란이 의견 일치를 봤더라도 미국의 동의가 없으면 실행이 안 된다. 합의라고 할 수 없고, 잘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이 ‘이란 핵협정’(JCPOA) 복귀를 둘러싸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벌이는 과정 속에서 동결자금 문제를 부각하려는 의도라거나, 6월 대선을 앞두고 온건파로 분류되는 하산 로하니 정부가 성과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지은 기자
이란 “한국과 동결 자산 이전·사용 합의”...한국 부인
한국 외교부 관계자 “미국 등 유관국과 협의 통해야”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가 (21일) 유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만나 한국 내 동결자산 이전과 사용 방법에 합의했다며, 이란 정부가 22일 공식 누리집에 공개한 사진. 이란 정부 누리집 갈무리
이란 정부가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의 이전 및 사용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한국 외교부는 미국 등 유관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이란의 발표를 부인했다.
이란 정부는 22일 오후(한국시각 22일 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가 전날 유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만나, 한국 내 동결 자산의 이전과 사용 방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테헤란) 한국 대사관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날 회담에서 이란의 (동결) 자산을 이란이 원하는 곳으로 이전하는 데 합의했으며, 이란중앙은행이 서울에 이전을 원하는 자산의 액수와 송금 은행을 통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또 “한국 (유정현) 대사가 ‘한국은 이란이 한국 내 모든 자산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고, ‘여기에는 어떤 제한이나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란 정부의 발표를 보면, 헴마티 총재는 (이란 자산의 동결 해제 문제와 관련한) 서울의 접근 태도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이란은 다른 나라의 태도 변화와 협력 강화를 환영하지만, 이란중앙은행은 한국의 은행들이 지난 몇 년 간 이란과의 협력을 거부한 것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쪽은 이 부정적인 기록을 지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8년 미국 정부가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린 이후, 한국에서 동결된 이란의 석유 수출 자금은 총 70억 달러(약 7조6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외교부는 이란 정부의 협상 타결 발표를 부인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란의 동결 자금 해제 문제는 미국 등 유관국과의 협의를 통해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달 4일 페르시아만의 환경을 오염시켰다는 이유로 한국케미호와 한국인 5명 등 선원 20명을 억류했고, 한국에 동결된 석유 수출 대금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란은 지난 2일 선장을 제외한 선원 19명의 억류를 해제하기로 결정했으나, 오염 조사를 위해 선박 억류는 계속한다는 입장이어서 선원들의 귀환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 10일 억류됐던 선원 중 처음으로 한국인 한 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귀국했다. 전정윤 김지은 기자
일본 도쿄전력 직원이 21일 후쿠시마현의 제1 원전의 원자로 격납용기 옆에서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지난 13일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으로 이 원전의 일부 원자로 격납용기에 균열 등 추가 손상이 발생했음을 시사하는 정황이 나타났다. 오쿠마 AFP/연합뉴스
대규모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제1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이 폐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인 이 원전 관련 중요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사례가 잇따라 드러났다.
23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 원전 3호기에 설치한 지진계 2대가 고장 난 상태였지만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13일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했던 규모 7.3의 강진과 이후의 여진이 3호기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은 전날 열린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회의에서 한 위원의 질문에 도쿄전력이 답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원자력규제위원회는 2011년 3월의 동일본대지진 당시 발생한 폭발 영향으로 3호기 원자로 건물 등의 내진성이 떨어져 안전성을 지속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5, 6호기에만 있던 지진계의 추가 설치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은 지난해 3월에 3호기 건물 1층과 5층에도 각각 지진계를 설치했다.
1층 지진계는 지난해 7월 폭우로 침수되면서 고장 났고, 5층 지진계는 작년 10월부터 측정 데이터에 오류가 생기는 문제가 확인됐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고장 난 지진계를 방치한 채 함구하다가 전날에야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도쿄전력은 13일 강진 이후로도 몇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이와 관련해 설명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진계 수리가 늦어진 이유로 "오류(노이즈)가 발생한 원인 분석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장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시험 설치한 것"이라며 정상 가동으로볼 수 없어 발표하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뒤 3호기에서 900m가량 떨어진 6호기의 지진계로 관측한 내용을 바탕으로 3호기의 안전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도쿄전력은 13일의 강진으로 제1원전 부지 내의 오염수 저장 탱크 중 정상위치에서 이탈한 탱크가 있는 것을 이튿날 확인하고도 강진 발생 5일 후 공개해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새거나 설비가 손상된 것이 아니라서 즉각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해양 방류 방식으로 처분하려는 오염수나 폐로 관련 사안 등을 놓고 도쿄전력이 발표하는 각종 정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전날 열린 원자력규제원회에서 도쿄전력의 위기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성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13일의 강진 이후 1호기와 3호기의 격납용기 냉각수 수위가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등 최근 강진의 영향으로 보이는 이상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도쿄전력은 안전상의 문제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 “시리아로 백신 전달 안해 … 푸틴에 감사” 군 라디오 “네타냐후, 외교 수단으로 백신 거래 고려 언급”
지난 1월 22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예루살렘/신화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러시아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비밀리에 대신 사주기로 하고 그 대가로 수감자 교환을 성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교환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 1명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부가 러시아에 돈을 지급하고, 러시아는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시리아로 보내는 방법으로 수감자를 교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시리아 국영 SANA통신은 17일 러시아의 중재로 시리아에서 체포된 이스라엘 민간인 여성 2명과 이스라엘에 구금된 시리아 민간인 2명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인 2명은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의 원주민이며, 이스라엘 여성 2명은 실수로 시리아의 쿠네이트라 지방에 들어왔다가 체포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협상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고 SANA통신은 백신 대리구매 협상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번 수감자 교환과 관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시리아로 백신을 전달하지 않았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더는 부연하지 않겠다"라고만 답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자국민 석방을 도와달라고 직접 2차례 요청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외국 언론의 보도 후 인질 석방 조건에 관한 '비공개 명령'(gag order)을 풀었지만, 러시아와 맺은 합의서에 백신 관련 이슈는 비밀로 하자는 규정이 있다는 게 정부의 공식 설명이라고 전했다.
국경을 맞댄 두 나라의 관계는 매우 적대적이고 국교가 수립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1967년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불법 점령했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이스라엘의 적성국인 이란의 후원을 받는다.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알바샤르 정권의 최대 후원자이지만, 이스라엘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NYT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코로나19 위기가 결과적으로 두 적성국의 인도적 외교의 지렛대가 된 셈이다. 이스라엘은 전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빠르게 접종하는 곳이며 11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는 백신 접종은커녕 방역 정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나라다.
NYT는 그러나 양국의 이번 협상 소식으로 팔레스타인의 불만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스라엘은 인구 280만 명의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 고작 수천회분의 백신을 공급했고, 200만 명이 사는 가자지구에는 지난주 첫 백신 접종분의 수송을 지연시켰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국가와 수교를 맺는 수단으로 백신 거래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이스라엘군 라디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정부 관계자와 면담에서 이스라엘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수단으로 불특정 국가에 백신을 제공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재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아랍국가들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이후 수단, 모로코 등과도 관계를 정상화했다. 다만, 이스라엘 외무부는 자체 접종을 위해 필요 이상의 백신을 주문한 것과 관련해, 자국민에 대한 접종이 완료된 이후 잉여 물량을 다른 나라에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일상 복귀' 본격화 이스라엘이 알려준 백신의 효능과 한계
이스라엘 보건부의 '그린 패스' 발급 신청 사이트에 게시된 일상 복귀 일러스트. [이스라엘 보건부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한 이스라엘이 21일(이하 현지시간) 본격적인 일상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폐쇄했던 상업시설과 공공시설의 문을 다시 열었고 백신 접종자와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문화·스포츠 행사 등 참석도 허용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3천명대에 달하는 상황 속에 단행된 이번 조치는 임상시험이 아닌 실제 접종에서 확인된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에 상당부분 의존한 조처다.
그러나 절대적인 백신 접종자 수가 집단면역 수준에 못미치는데다, 백신의 효능에 한계가 있고, 접종을 강력하게 거부하거나 청소년과 아동 등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계층이 있어 집단면역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이 남았다.
백신 접종자가 이용할 수 있는 헬스클럽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 전체 인구의 30%가 접종 마친 백신 효능은
이스라엘 보건부가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능은 91.8%였다.
이는 2회 접종 후 1주일이 지난 접종자 통계를 통해 확인했다.
발열과 호흡기 이상 등 유증상 억제율은 96.9%, 입원환자 발생 억제율은 95.6%, 중증 환자 발생 억제율은 96.4%, 사망 억제율은 94.5%였다.
2차 접종 후 2주일이 지난 시점에서는 효능이 더욱 좋았다.
감염 예방 효능은 95.8%, 유증상 억제율은 98%, 입원환자 발생 억제율은 99%, 중증 환자 발생 억제율은 99.2%, 사망 억제율은 98.9%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19일 이스라엘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21일 오전까지 1차 접종자는 456만 명으로 전체 인구(약 930만 명)의 46%, 2차 접종까지 마친 인원은 288만여 명으로 인구 대비 30.9%에 달한다.
강력한 봉쇄 조치와 함께 빠른 접종이 진행되면서 한때 1만 명을 넘어섰던 이스라엘의 하루 확진자 수는 최근 3천 명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스라엘의 백신 접종을 세계가 주목해야 할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했다.
그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사례를 인구 상당수에 대한 효율적 백신 접종의 모델로 여긴다"며 "이스라엘은 미국보다 작은 나라지만 대국민 접종을 위한 조직적 능력은 아주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앞서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에서는 백신의 효능과 관련된 눈에 띄는 감염 사례 감소가 확인됐다. 이는 백신이 접종자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감염병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공중보건 관점에서도 중요한 암시"라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백신 접종자에게 공짜 술 제공 이벤트 [로이터=연합뉴스]
◇ '그린 패스' 유효기간 접종·회복자는 6개월…음성 판정자는 72시간
이스라엘은 21일부터 2단계 일상 복귀 조치를 가동했다. 지난해 12월27일부터 6주간 이어온 코로나19 봉쇄를 지난 7일에 일부 완화한 데 이은 조치다.
이번 조치로 이스라엘에서는 누구나 일반 상점, 재래시장, 쇼핑몰 이용이 가능해졌고, 박물관과 도서관에도 입장할 수 있다.
2차 접종을 마치고 1주일이 지난 사람과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자, 코로나19 음성 판정자에게는 더 많은 자유가 주어졌다.
이들은 '접종 증명서', '회복 증명서', 또는 '그린 패스'(green pass) 등 3종의 증명서 중 하나를 받아 헬스클럽과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고 호텔 투숙도 가능하다. 또 실내 또는 야외에서 열리는 문화공연과 스포츠 이벤트에도 참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