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항의 시위 현장 총격 사건 이후

트럼프 법과 질서강조 국면전환 나서자

바이든 5개월 만에 경합지역 유세로 맞불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왼쪽)31일 주요 경합주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소방서를 방문해 피자를 전달하고 있다. 바이든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5개월 가량 현장 행보를 자제해왔지만, 최근 경합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자 경합주 유세에 나서고 있다. 피츠버그/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5개월 만에 첫 장외 유세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을 치안 무능 세력으로 몰아가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바이든 트럼프는 유독성 존재독소 제거 결정해야

바이든은 31일 대표적 경합지(스윙 스테이트) 중 한 곳인 필라델피아주 피츠버그의 한 제강공장에서 장외 유세에 나섰다. 바이든은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청중 없이 22분간 이뤄진 이날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보호하는 대신 혼란과 폭력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를 수년 동안 조장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를 민주주의에 해악을 끼치는 유독성 존재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이 독소를 제거할 것인가 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 3월 이후 주로 델라웨어 윌밍턴 자택에 머물며 온라인 유세를 해왔던 바이든이 경합지 장외 유세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확산과 경기침체로 수세에 몰렸던 트럼프가 법과 질서프레임을 내세워 자신에게 불리한 인종차별 이슈를 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는 지역에서 발생한 폭력’ ‘혼란사태로 전환시키며 빠르게 지지율 격차를 줄여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경합주서 맹추격줄어든 지지율 격차

여론조사 업체 모닝컨설트29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한때 10%포인트나 벌어졌던 바이든(50%)과 트럼프(44%)의 지지율 격차는 6%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백인과 교외 거주자들이 바이든에게서 이탈해 트럼프에게로 옮겨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주 등 주요 6개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게 도드라진다. 미국 미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집계를 보면, 위스콘신에선 한 달 사이 6.4%포인트(728)에서 3.5%(826)포인트로 격차가 좁혀졌고, 같은 기간 미시간(8.4%포인트2.6%포인트), 플로리다(7.8%포인트3.7%포인트), 애리조나(4.0%포인트2.2%포인트), 펜실베이니아(7.4%포인트5.8%포인트)에서도 격차가 줄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선 트럼프가 0.3%포인트 우세 결과가 나왔다. 지지율이 요동치자 민주당 일각에선 폭력 사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을 잠식시키기 위해 바이든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트럼프 “‘바이든 당장악 지역서 폭력·파괴 진행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트럼프의 행보도 계속됐다. 지난 29, 오리건주 포틀랜드 인종차별 시위 현장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트럼프 지지자가 사망한 이후, 트럼프는 이틀 연속으로 폭풍 트위트를 날리며 시위 사태의 폭력성을 부각하며, 법과 질서를 회복할 사람은 나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조 바이든 당이 장악하고 통제하는 지역들에서 폭력과 파괴가 진행됐다” “바이든은 평화 시위라는 거짓말을 반복하며 파괴자들에게 정신적 지원을 해줬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일어난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백인 청소년 카일 리튼하우스(17)를 두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내 생각에 그(리튼하우스)는 그들(시위대)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는 넘어졌고 그들이 그를 매우 격렬하게 공격했다. 지금 조사 중이지만, 아마 그는 굉장히 큰 곤경에 처했던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한마디로 자기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의미다.

아울러 1일엔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백인 경찰의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 총격 사건이 발생한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커노샤 방문 기간 동안, 경찰 총격 피해자인 블레이크의 가족을 만나는 대신 법 집행관과 일부 사업주들을 만나 피해 상황 등을 확인하고 강력한 법 집행 의지 등을 강조할 예정이다. < 이정애 기자 >


비건 ···일 참여한 쿼드다자 안보 동맹으로 공식 기구화

한국·베트남 등 7개국 확대 언급 나토도 처음 12국이 27국 됐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인도·오스트레일리아·일본이 참여하는 비공식 전략포럼인 ‘4자 안보대화’(쿼드)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다자 안보 동맹으로 공식기구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 등 주변국 참여를 통한 기구 확대·강화 방침도 내비쳤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31일 화상으로 열린 미국-인도 전략동반자 포럼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은 강력한 다자기구가 마련되지 못한 상태라며 역내 각국도 나토나 유럽연합 같은 다자기구를 공식기구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리처드 버마 전 인도 주재 미국대사와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비건 부장관은 태평양 국가이자 민주주의란 가치를 공유하는 쿼드 참여국은 경제발전과 안보의 혜택을 지역 내에서 확장시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지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판 나토 설립 얘기가 나오는데, 나토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2개국으로 출발해 오늘날 27개국으로 확대됐다쿼드에 참여하는 4개국으로 먼저 출발하는 게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가을 뉴델리에서 쿼드 각료급 회담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혀, 이 자리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임을 내비쳤다.

쿼드 확대 방안도 언급했다. 비건 장관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방역 대책 논의를 위해 쿼드 4개국과 한국·베트남 ·뉴질랜드 등 7개국이 그간 주례 차관급 접촉을 이어왔다는 점을 소개하며 쿼드는 배타적 기구가 아니며 역내 다른 국가도 기구 공식화 논의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쿼드 확대·공식화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엔 중국의 위협과 도전에 대처하는 것만으론 다자안보기구 설립 목적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비건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 다자안보기구의 목표를 중국 봉쇄나 중국의 위협에 대한 방어용으로 한정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긍정적인 측면의 목표도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비건 부장관은 이어 미국·인도 주도로 1992년 시작돼 2015년부터 일본도 참여하고 있는 말라바르 합동 해상훈련에 최근 오스트레일리아가 초청된 것을 다자안보기구가 상설화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았다. 그는 인도가 오스트레일리아를 말라바르 훈련에 참가하도록 초청 의사를 밝혔다. 인도-태평양 해상의 통행 자유와 안전 보장에 있어 큰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도는 2007년 훈련 당시 오스트레일리아를 초청했으나, 중국의 거센 반발에 밀려 이후 초청을 중단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1지난 6월 히말라야 국경지역 유혈충돌 이후 중국을 대하는 인도의 태도가 달라진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이날도 인도 주재 중국대사관은 공식 누리집에 인도군이 국경지대 실질통제선을 재차 침범했다고 비난하는 글을 올리는 등 양국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


 


시진핑 시대, 1100만명 중 100만명 이상 재교육 캠프 수감

 

일함 토흐티(왼쪽)재교육 캠프에 수감된 위구르인들.

         

위구르인 1100만명 가운데 100만명 이상이 재교육 캠프로 불리는 시설에 갇혀 있거나 수감된 적이 있다고 한다. 내가 10년 전 만난 위구르 경제학자 일함 토흐티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미국과의 대결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국은 외부세력이 중국 통치에 저항하는 위구르인 등을 이용해 중국을 분리시킬 우려가 있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2017,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인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는 소식이 조금씩 조금씩 흘러나왔다. 위구르인들은 한족과는 확연히 다른, 투르크어를 말하는 투르크계 이슬람교도이며, 신장의 오아시스 도시들에서 농사와 교역을 하며 고유의 역사, 언어, 문화, 종교적 관습을 가지고 살아왔다.

중국 당국은 수용소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갇혔다가 풀려난 뒤 간신히 국경을 넘어 도망친 이들의 증언,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신장 곳곳에 들어선 콘크리트 건물들, 드론으로 촬영된 눈이 가려지고 손이 뒤로 묶인 채 끌려가는 위구르인들의 모습, 수용소 관련 공문서들이 죽의 장막을 뚫고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위구르인들의 직업 교육을 위한 재교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확한 숫자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등은 위구르인 1100만명 가운데 100만명 이상이 재교육 캠프로 불리는 시설에 갇혀 있거나 수감된 적이 있다고 추산한다. 18세기 청 제국이 처음으로 이곳을 완전히 정복한 이후 새로운 영토라는 뜻의 신장(新疆·신강)으로 이름 붙인 곳, 외부인들에게는 낭만적인 실크로드로 알려진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선 한 위구르인을 만나보자.

20106월 숨막히게 무더운 어느 날, 중국 베이징의 중앙민족대학 근처에서 일함 토흐티 교수를 만났다. 위구르인 경제학자인 그는 한해 전 일어난 반()한족 시위의 배후로 지목돼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었다.

200975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중심도시 우룸치(우루무치)에서 위구르인들의 반한족 시위를 계기로 중국의 신장 통치 사상 최악의 위구르-한족 간 민족 유혈충돌이 일어났다. 당국은 일함 교수의 강의와 그가 위구르인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운영해온 사이트가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1991년부터 중앙민족대학에서 법과 경제를 강의한 일함은 한동안 위구르인들로부터 중국 정부의 동화정책에 협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을 만큼 분리독립주장과는 거리가 먼 온건파였다. 그러나 위구르인들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신장에서 한족들에게 밀려 경제적, 사회적 차별을 받는 문제를 개선하려는 그의 노력은 극단주의로 몰리고 있었다.

무더위 속에서 4시간 가까이 그는 자신들의 땅에서 권리를 빼앗긴 소수자로 전락하고 있는 위구르인들의 처지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그는 한족중심주의로 인해 법으로 보장된 소수민족 자치가 전혀 실현되지 않고, 신장의 모든 이권과 경제, 일자리가 한족들한테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장의 천연자원 개발에서 일자리는 위구르인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유전 개발 수익이 위구르인들에게 돌아가는 비율은 5%도 안 된다. 국경무역에서도 한족들은 관리들과의 갖가지 관시(關係)를 이용해 각종 허가증을 받아 쉽게 큰돈을 벌지만 위구르인들은 한족 권력층과 연결될 수가 없다.”

1949년 인민해방군이 신장에 진주했을 당시 한족 인구는 4.6%, 위구르인은 79.87%였다. 이후 중국 당국이 한족을 대거 이주시키면서 한족 비율이 40%를 넘었다. 중국 영토의 6분의 1(한반도의 8)인 광활한 신장의 주요 산업은 중국 군·국유기업·행정이 결합된 조직인 신장생산건설병단이 통제하는데 여기에 고용된 이는 대부분 한족이며 신장의 개발 이권이 한족들에게 집중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일함 교수에게 위구르족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자치인지 독립인지물었다. “대다수 위구르인들은 자치를 원한다. 하지만 법에 보장된 민족자치가 실현되지 않는 상황에서 특히 2009년 유혈사태 이후 독립을 원하는 위구르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진정한 자치가 실현될 수 있는지 회의하게 됐기 때문이다. 위구르인의 대체적인 태도는 우리 민족이 중국에서 잘 생활할 수 있다면 국가를 인정할 것이고, 제대로 살지 못한다면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답이었다.

그는 여전히 위구르인과 한족의 공존을 꿈꾼다고도 말했다. “중국의 민족자치법에 규정돼 있는 대로 위구르어가 공식언어로 사용되고, 법률·교육권이 보장되며, 경제 개발의 혜택이 현지 위구르인들에게도 돌아가도록 보장되는 진정한 자치가 실현되면 신장의 안정이 올 수 있다.” 그는 당국의 탄압에도 외국으로 도망치지 않겠다며, “한족과 위구르인의 다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149월 일함은 종신형과 전재산 몰수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중국 관영 CCTV는 그가 재판을 받는 모습과 증거 등을 전국에 방송했다. 그가 강의에서 한 발언들이 주요 증거로 제시됐다. “신장은 종교의 지옥이 됐고” “위구르인들에게 지금의 정부는 악마와 같다” “더이상 참을 수 없어서 반항하는 사람은 피해자라는 발언이었다. 당국은 그가 폭력을 선동하고 중국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201711월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슈가르의 이드 카 모스크 앞에서 보안요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카슈가르/AP 연합뉴스

온건파일함이 종신형을 선고받은 2014년 시진핑 지도부는 신장에서 반테러 인민전쟁을 선포했다. 이슬람의 상징들은 테러와 극단주의의 상징으로 지목되어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젊은 남성들이 수염을 기르거나 여성들이 히잡을 쓰는 것은 금지됐다.

후진타오 주석 시기 중국 당국은 서부 대개발정책을 추진해 경제 발전을 통해 신장을 안정화시키려 했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벌인 테러와의 전쟁의 틀을 가져다 위구르인들의 이슬람 정체성을 약화시켜 강제로 한족화하려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 시진핑 지도부는 일대일로’(·해상 신실크로드) 계획을 발표해 중앙아시아, 중동을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지역에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구상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그 주요 길목인 신장을 안정화시키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2014년부터 신장 여러 지역과 윈난성 쿤밍 등에서 위구르인들의 소행으로 지목된 공격들이 잇따라 일어났다. 당국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중동·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에너지 공급 통로인 신장에 대한 통제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20168월 천취안궈가 신장 당서기로 부임했다. 티베트에서 초강경 탄압 정책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신장에 부임한 뒤 1년 동안 경찰 9만명 이상을 새로 채용하고 7300여개의 검문소를 세웠다.

20174월께부터 신장 곳곳에 재교육캠프, 교육훈련학교 등의 이름을 단 건물들이 세워져 위구르인들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가족이 해외에 있거나 해외의 친지를 방문하거나 해외와 연락할 수 있는 와츠앱 등의 앱을 휴대전화에 깔았다는 등의 이유로, 종교나 위구르 문화에 대한 책을 소지하거나 기도를 한 것이 문제가 되어, 그곳으로 보내졌다.

20191124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중국 통신’(China Cables)이라는 제목으로 신장의 수용소 운영 매뉴얼과 공문서 등을 입수해 공개했다. 여기엔 신장 카라카슈현에 있는 재교육 캠프의 311명 수감자에 대한 기록이 들어 있다. 수감 이유로는 히잡을 썼다, 해외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여권을 신청했다 등이 적혀 있다. ‘친지들이 해외에 살고 있다가 수감 사유로 기록돼 있는 이들도 많다. 단지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잡혀온 이들도 많았는데 주로 청년들이다. 수감자들은 기소·재판 등 법적 절차 없이 테러와 극단주의, 분리주의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수감됐다. 위구르인이 대다수이지만, 카자흐, 키르기스 등 다른 투르크계 무슬림들도 포함됐다.

위구르인들이 눈이 가려지고 손이 뒤로 묶인 채 재교육캠프로 끌려가는 모습을 비밀리에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 온라인 갈무리

수용소 내부의 상황은 갇혔다 풀려난 뒤 해외로 도망친 이들의 진술을 통해 알려졌다. 수감 경험을 증언한 많은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나 위구르 독립, 공산당 비판에 관심을 두지 말라는 강제 교육을 받고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을 찬양하는 노래를 외워 부르도록 강요받았다고 말한다. 이슬람 신앙을 비판하는 자아비판서를 쓰고 위구르 문화의 후진성과 중국 문화의 우수성 등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았다는 증언도 있다.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몇시간 동안 수갑을 찬 채 구금되거나 구타, 물고문을 당했다는 이들도 있다. 20188월 유엔 인권패널은 중국에서 100만명의 위구르인들이 재교육 수용소에 수감돼 있거나 수감된 적이 있다는 신뢰할 만한 많은 보고들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미국 역시 신장의 비극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의 위구르인들에 대한 탄압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서구와 전세계에 확산시킨 반이슬람주의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 있다. 2001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하고, 붙잡은 이슬람 무장세력 조직원들을 관타나모 수용소에 재판 없이 무기한 수용해 고문했다. 전세계적으로 반이슬람주의를 확산시켰다. 중국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동조했고, 부시 행정부는 중국 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신장 독립을 주장하는 무장단체인 동투르키스탄독립운동(ETIM)을 테러리스트 그룹으로 지정하고, 위구르인들을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했다.

이제 시진핑 시대 중국은 신장의 무슬림 주민 대다수를 대상으로 한 훨씬 광범위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통치에 복속하지 않는 위구르인 전체를 중국에 충성하는 착한 무슬림으로 개조하려는 작업이다. 1949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신장에 진주해 이 곳을 통치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위구르인들의 저항은 산발적으로 계속됐다. 문화대혁명 시기 위구르인들 비롯한 무슬림들은 종교 생활을 금지당하고 탄압을 받았지만, 그들은 종교와 문화를 지켰고 한족 문화에 동화되지 않았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수렁에 빠져 있는 동안 동안 중국은 경제적으로 급속히 도약해 미국과의 경쟁에 대비했다. 이제 미-중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과의 대결 가능성을 의식하는 중국은 외부세력이 중국 통치에 저항하는 위구르인 등을 이용해 중국을 분리시킬 우려가 있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재교육 캠프수감을 피한 위구르인들에게도 첨단기술을 총동원한 감시망이 일상 속에서 촘촘히 가동되고 있다. 휴대전화에는 감시 앱을 깔아야 한다. 모스크, 시장, 거리, 학교, 버스와 택시마다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사람들의 행동을 촬영해 공안에 전송한다. 당국은 주민들의 홍채, 지문, 얼굴 모습 등 생체정보를 등록해 동향을 감시한다. 중국판 테러와의 전쟁이 세계 최대의 감옥을 만들어냈다. < 박민희 기자 >


"거리두기 완화·학교 출석 등 대통령과 한목소리"

 WP 분석 "집단면역 가면 미국서 213만명 사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임 의학 고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퇴치에 집단 면역 도입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인구의 특정 비율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바이러스에 저항력을 갖추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요양원의 노인을 포함한 취약 계층은 보호함으로써 위·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에 이르지는 않도록 한다.

이에 대해 공공 보건의학계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31일 보도했다.

기자회견장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아틀라스 고문

이는 지난달 초 백악관에 합류한 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신경방사선 전문가 스콧 아틀라스 박사가 주도하고 있다.

아틀라스 박사는 스웨덴 모델의 도입을 촉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봉쇄 정책 대신 건강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정책을 채택했다.

스웨덴에서도 감염률이나 사망률이 높게 나오고, 경제 악화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경제 활동 타격이나 자유 침해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이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WP가 전했다.

지난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뉴욕대의 폴 로머 교수는 "요양원의 노인들을 보호한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사망할 것"이라며 "일단 고삐가 풀리면 사회 전역에 퍼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틀라스는 백악관을 통해 성명을 내고 "현 행정부에서 집단 면역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정책을 마련하지 않았다""이러한 방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알리사 파라 백악관 전략공보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 치료와 백신을 통해 코로나19를 퇴치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전략 수정을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30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젊은 연령대는 다시 직장에 나가고, 학교 수업도 재개해서 위대한 미국이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또 아틀라스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종종 코로나19 대응법을 놓고 대립했던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을 언급하며 스스로 '() 파우치'라고 했다고 한 고위 행정부 관료를 인용해 WP가 전했다.

아틀라스는 지난 7월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감염돼도 문제가 없는데 이를 이해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건강한 사람까지 고립 시켜 놓으면 면역 형성을 방해해 사태만 장기화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봉쇄 정책으로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기 때문에 역시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는 게 아틀라스의 논리다.

WP는 백악관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집단 면역을 추진하는 징후도 보인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보건복지부가 요양원 이외에는 검진 장비 확보를 위한 지출을 늘리지 않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아틀라스는 지속적으로 개학과 봉쇄정책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서도 지난주 무증상일 경우 굳이 검진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코로나19에 대한 지침을 수정했다.

집단 면역을 달성할 수 있는 감염률에 대해서는 2070%까지 견해가 엇갈린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숨야 스와미나탄 수석 과학자는 6570%가 집단 면역을 이룰 수 있는 적정선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WP는 자체 분석을 통해 코로나19의 치명률을 1%라고 가정했을 때 미국 인구 32800만명의 65%가 감염되려면 213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문제는 코로나19에서 회복해도 재감염의 우려가 있고, 위험군과 저위험군을 완벽하게 분리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라고 WP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