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특종 우드워드 신간 격노서 폭로

공기 통과지독한 독감보다 위험” 1월말 이미 국가 위협보고받고

“4월이면 사라질 것. 독감의 일종등 공개적으로는 축소 발언 이어가

"김정은, 장성택 처형한 후 머리없는 시신 북한 고위 간부들에게 전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그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 공개적으로는 일부러 축소해 발언했다고 밝혔다. ‘워터게이트사건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신간 <격노>에서 이를 공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시인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가 국민을 속였다고 공격하며 대선 쟁점화를 시도했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은 오는 15일 발간될 우드워드 책의 주요 내용을 미리 입수해 9(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책은 우드워드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에 걸쳐 진행한 인터뷰에 바탕했다.

책 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보고(121)된 지 일주일 뒤인 128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이것은 당신이 대통령 재임 중 직면하는 최대 국가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받았다. 매튜 포틴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이에 동의하면서 5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1918년 스페인 독감에 맞먹는 보건 비상사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열흘 뒤인 27일 우드워드와 통화에서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코로나19에 대해 얘기했다면서 이건 치명적인 것이라고 심각하게 말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탄핵안이 상원에서 부결된 이틀 뒤 시점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보다도 코로나19 얘기를 해서 우드워드가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건 공기를 통과한다. 물건을 만지지 않고 공기만 들이마셔도 통과되는 것이라며 매우 까다롭다. 지독한 독감보다 더 치명적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공기를 통해 전파되며 전염력이 강하고 위험하다는 점을 사태 초반부터 인식했다는 얘기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음성파일도 공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말해온 것과 다르다. 대외적으로 그는 더운 날씨로 4월에는 사라질 것”(210), “독감의 일종이다. 미국인들에게 미칠 위험은 매우 낮다”(226)며 지속적으로 코로나19가 별것 아닌 것처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9일 우드워드와 통화에서 나는 항상 그걸 낮춰 말하고 싶어했다. 지금도 그러고 싶다왜냐면 패닉(극심한 공황 상태)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후에도 우드워드에게는 끔찍한 일이다. 믿을 수 없는 일”(45), “너무도 쉽게 감염될 수 있다. 당신은 믿지 않을 것”(413)이라고 말하면서, 공개적으로는 사라지고 있다”(617)고 말했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월 초부터 코로나19 위협 축소 대신 엄격한 봉쇄와 마스크 착용 권고 등을 했다면 미국인 수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시엔엔>(CNN)은 지적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로 9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359000여명, 사망자는 19만여명으로 전세계 최대 규모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코로나19)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았고 고의로 경시했다. 더 나쁜 것은 미국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미국 국민에 대한 생사가 걸린 배신이었다고 맹비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결책을 담은 과학을 무시하고 경멸했다고 비판하는 등 민주당은 113일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쟁점화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다. 국민들이 겁먹게 하고 싶지 않고 패닉을 만들고 싶지 않다우리는 자신감과 강인함을 보여주고 싶다고 반박했다.

우드워드가 국민 안전과 연결되는 이같은 내용을 더 일찍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말하는 게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이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고받은 편지 27통의 내용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20186월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 정상회담 뒤인 그해 1225일 보낸 편지에서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나 자신과 각하의 또 한 번의 역사적 만남을 원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뒤 답신에서 당신과 마찬가지로, 나는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위대한 결과가 이뤄질 것이라는 데 의심이 없다그걸 할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는 당신과 나라고 적었다. 두 사람 모두 우리 사이의 특별한 우정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630일 판문점 회동 직후에는 두 사람의 사진이 실린 <뉴욕 타임스> 1면 사본과 함께 오늘 당신과 함께한 것은 정말로 놀라웠다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책에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재임 시절 댄 코츠 당시 국가정보국장에게 트럼프는 위험하다. (대통령직에) 부적합하다우리가 집단행동을 해야할 때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고위 인사들의 부정적 평가도 담겨 있다.

18차례의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 끝에 우드워드가 내린 결론은 트럼프야말로 문 뒤에 숨은 다이너마이트다. 그는 대통령 자리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후 머리 없는 시신이 북한 고위 간부들에게 전시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이 신간 '격노' 발췌본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서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모든 것을 말한다. 모든 걸 말해줬다"면서 장성택 처형 내용을 우드워드에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고모부를 죽였고 그 시신을 바로 계단에 뒀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고위 관리들이 사용하는 건물을 의미하면서 얘기한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그의 잘린 머리는 가슴 위에 놓였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덧붙였다.

처형 후 본보기로 시신을 고위 관리들이 사용하는 건물 계단에 내버려 뒀다는 의미로 보인다.

장성택은 201312월에 국가전복음모죄로 처형됐다. 그에게는 반역과 부패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북한이 장성택 처형에 대공포를 사용했다는 여러 보도가 있었지만, 어떻게 처형됐는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고 AFP는 말했다.

김 위원장과의 친밀함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장성택 참수 사실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딜'로 끝난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일화도 우드워드에게 얘기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시설 폐기와 관련, 김 위원장에게 5(site)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는 도움이 안 되고 둘도 도움이 안 되고 셋도 도움이 안 되고 넷도 도움이 안 된다. 다섯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영변은 북한의 핵 시설 가운데 가장 큰 곳이라고 반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또한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더 이상의 양보를 제의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안 돼 있다""나는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회담은 결렬됐지만,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로부터 몇 달 후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서 김 위원장과 전격 회동한 뒤에도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주장했다고 AFP는 전했다. 양 정상은 작년 630DMZ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발을 디딘 첫 미국 대통령이 된 당시 만남 이틀 뒤에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당신의 나라로 건너간 것은 영광이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당신의 핵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며 "빅딜"을 성사시키라고 촉구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95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북한 내 핵시설 5곳 중 12곳만 폐기하려 했으나 미국 측은 나머지에 대해서도 추가 폐기를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미국 공화당, 민주당, 컨설턴트 등 대상

대선 앞두고 해킹 강화돼대부분 방어

 

러시아와 중국, 이란 해커들이 미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 컨설턴트 등을 해킹하려 했다고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밝혔다.

톰 버트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과 소비자 보안팀은 10 회사 블로그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와 중국, 이란 해킹 그룹들이 각각 미 대선 관련 정보 등를 얻기 위해 미 정당들과 컨설턴트, 싱크탱크 등을 해킹했다고 밝혔다. 버트 부사장은 “2016년 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개입한 러시아 해커들이 또다시 개입했다외국 해킹 단체들이 미 대선을 목표로 활동을 강화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공격들은 대부분 감지돼 중단되었고, 목표물이 된 당사자들에게 통보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해킹 조직은 스트론튬이라는 그룹으로 200여곳이 넘는 조직을 목표로 삼았다.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 컨설턴트들, 저먼 마셜펀드 같은 싱크탱크 등이 대상이었다. 이 조직은 2016년 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대한 해킹을 주도한 조직으로, 러시아 군사정보국 소속 사이버 공격 부대인 팬시베어로도 알려져 있다.

지르코늄이라는 중국 해킹 조직의 공격도 올 3월부터 9월까지 수천 건이 감지됐다. 이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선거 운동원들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하려 했고, 트럼프 행정부 소속 인물도 해킹 대상이 됐다.

이란 해킹 조직인 포스퍼러스는 지난 5~6월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과 트럼프 대통령 대선 캠프 관계자의 업무 계정을 확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번 성명은 미국 국토안보부(DHS)의 내부고발자가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러시아가 개입할 가능성을 축소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브라이언 머피 전직 국토안보부 차관 대행은 채드 울프 미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이 지난 7월 자신에게 이렇게 지시했다며, 러시아 대선 개입설을 가짜라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고 밝혔다. < 최현준 기자 >

세계과학자 27, 최초 승인된 코로나19 백신 의문 제기

학술지에 실린 보고서 반박시험 숫자 적고 수치도 이상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EPA 연합뉴스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의 신뢰성에 대해 세계과학자 27명이 의문을 제기했다. 스프트니크 V는 지난달 최종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채 승인돼, 접종 대상자들이 접종을 집단 거부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은 10일 세계 과학자 27명이 스푸트니크 V 백신의 실험 데이터가 불완전하고 나올 것 같지 않은 패턴을 보인다고 공개편지를 통해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서한에 참여한 27명은 주로 유럽 과학자들로 미국과 아시아 과학자 일부가 포함됐다.

편지는 국제 의학전문지 랜싯의 편집장에게 보내졌다. 랜싯은 지난 4일 스푸트니크 V 임상시험 결과를 게재했는데, 성인 38명이 참여해 심각한 부작용 없이 전원 항체가 생성됐다는 내용이었다.

과학자들은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의 임상시험에 참가한 여러 피실험자가 각기 다른 시점에서 동일한 항체 수치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보고된 실험들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몇 가지 데이터 패턴이 있다확률적인 측면에서 이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또 랜싯에 실린 임상시험 결과에 수치 데이터가 부족하다명백한 중복이 탐지된다는 점과 관련해 제시된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한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개편지를 작성하고 서명한 엔리코 부치 미국 템플대 교수는 <시엔비시>우리는 공개된 데이터가 완전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요점은 데이터가 누락됐고, 이상한 데이터 패턴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면역세포들이 다수의 피실험자에서 동일한 반응을 일으켰다며 시디(CD)4와 시디8은 전혀 다른 종류의 면역세포다. 어떻게 9명이 똑같은 수의 시디4와 시디8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의 데니스 로구노프 부소장은 렌싯에 발표된 결과는 정확하며, 랜싯에서 5명에게 검토를 받았다<로이터>에 밝혔다. < 최현준 기자 >




 

2017년 미얀마군, 로힝야족 공격해 6천여명 학살, 75만명 피난

병사 2ICC 영상 증언성폭행하고, 30명 죽이고 매장했다

 

로힝야 족이 2017111(현지시각) 미얀마에서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팔롱할리로 가고 있다. 최소 2000여명 이상의 지치고 굶주린 로힝야 난민들이 박해를 피해 나프강을 건너 입국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팔롱할리/AP 연합뉴스

    

보이는 것과 들리는 모든 것을 쏘라.”

미얀마군 사병 묘 윈툰(33)20178월 로힝야족 소탕 작전에서 상관으로부터 이렇게 지시 받았다. 그는 로힝야족 여성을 성폭행했고 무고한로힝야족 30명을 죽이는 데 참여했다. 묘 윈툰은 나중에 큰 구덩이를 파 부대원들이 살해한 아이 7명과 여성 8, 남성 15명 등 30명을 매장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 무슬림 남성들의 이마에 총을 쏘고 시체를 구덩이 안으로 걷어찼다고 말했다.

승려 출신 이병 군 서열 낮아 성범죄 못하고 보초 섰다

두 명의 미얀마 군인이 2017년 미얀마 당국의 로힝야족 대학살에 대해 증언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수천명이 목숨을 잃고 70여만명을 피난길에 오르게 만든 2017년 대학살에 대해 로힝야족이 피해자 입장에서 진술한 적은 많았다. 가해자 입장에서 미얀마군이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군인은 지난달 말 네덜란드 헤이그로 이송돼, 지난해 말부터 미얀마의 대량학살 범죄를 조사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조사를 받고 있다.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 사실을 증언한 묘 윈툰(왼쪽) 이병과 조 나잉툰 이병. 포티파이 라이츠 누리집 갈무리

전직 승려로 다른 작전에 참여한 사병 조 나잉툰(30)우리는 약 20개 마을을 싹 쓸어버렸다고 증언했다. 그 역시 상관으로부터 어린이든 어른이든, 보이는 모든 것을 죽여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의 부대는 며칠 동안 여러 마을을 돌며 로힝야족 80여명을 죽였다. 묘 윈툰과 달리 조 나잉툰은 성범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부대 내 서열이 낮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성범죄 현장 근처에서 보초를 서야 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포함해 학살에 직접 참여한 미얀마군 19명의 이름과 직위를 진술했으며, 고위 지휘관 6명에 대한 정보도 털어놓았다.

두 군인의 진술은 아직 사실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수집된 로힝야족의 피해 진술 등과 상당 부분 부합한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두 군인이 진술한 장소와 발생한 사건 등이 엇비슷하고, 일부 로힝야족은 묘 윈툰 사병을 알아보기도 했다는 것이다. 두 군인은 미얀마군을 탈영해, 방글라데시로 건너가 신병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힝야 족이 거주하던 마을인 미얀마 라카인주 북부 고두 자라 마을에서 20179월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민가가 불타고 있다. 라카인/AP 연합뉴스

네덜란드 헤이그 ICC서 조사중피해 증언과 상당부분 일치

이들의 증언은 미얀마 군 일부가 수십 개 마을에서 벌인 로힝야족 100여명 학살 사건에 국한되지만, 미얀마군에 소속됐던 군인의 증언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미얀마 정부는 대량 학살과 매장 등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를 깨뜨릴 수 있는 주요 증언이기 때문이다.

두 군인은 현재 네덜란드 헤이그에 머물며 국제형사재판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구속 상태로, 향후 법정에서 전쟁 범죄에 대한 증언에 나설 수 있고, 증인 보호 프로그램도 제공받을 것이다. 두 사람 역시 재판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제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의 매튜 스미스는 이들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는 첫 미얀마 군인이 될 것이고, 법원이 구류한 첫 번째 내부 증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0624일 인도네시아 북 아체 롯수콘 앞바다에서 고장 난 배를 타고 표류하던 로힝야 족 난민들이 인도네시아 어부와 관리들에 의해 구조돼 랑콕 해변으로 향하고 있다. 랑콕/AP 연합뉴스

2017년 로힝야족 6700명 사망아웅산 수치도 옹호

로힝야족의 비극은 1900년대 시작됐다. 불교국 미얀마에는 12세기부터 국경 부근 라카인주를 중심으로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이 거주해 왔다. 1824~1948년 미얀마와 인도를 식민지배했던 영국은 인도인과 방글라데시인 일부를 미얀마로 이주시켰고, 로힝야족을 다른 종족보다 법적으로 우월하게 대우했다.

1948년 독립 이후, 미얀마는 이주민인 인도인과 방글라데시인은 물론 국경 부근에 오랫동안 거주해 온 로힝야족까지 불법 이민자로 간주했다. 불교도와 무슬림의 뿌리 깊은 갈등과 독립 전 대일본 항전 과정에서 로힝야족들이 미얀마인을 집중 공격했던 전력이 반영됐다. 1962년 군사쿠데타 이후엔 로힝야족에게 외국인 신분증만 발급해 취업과 교육 기회를 박탈했다. 1982년 새 시민법이 통과돼 서류 증명을 통해 미얀마 신분증을 발급해 줬으나, 로힝야족은 여기서도 배제됐다.

로힝야족 일부는 무장세력이 됐고, 20178월 이들로부터 미얀마 경찰 초소 등이 습격받은 것을 계기로 미얀마군의 대규모 토벌이 시작됐다. 20178~9월 두 달에 걸친 토벌 작전으로 어린이 730여명을 포함해 최소 6700여명의 로힝야 족이 사망한 것으로 국경없는 의사회는 추정한다. 2017~2019년 미얀마에 있는 로힝야족 정착지 200여곳이 파괴되고 75만명의 로힝야 난민이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으로 쫓겨나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이 20191211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시작한 '로힝야 집단학살' 재판에 참석해 미얀마의 로힝야족 학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헤이그/EPA 연합뉴스

로힝야족 문제에 대해서는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아웅산 수치도 정부를 옹호하고 있다. 미얀마 국가고문 겸 외무장관인 수치는 지난해 12월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 법정에 출석해 범죄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진 결단이라고 미얀마 정부의 주장을 변호했다. 그는 일부 사례에서는 미얀마군이 국제인도주의법을 무시한 채 부적절한 힘을 사용하고, 전투요원과 민간인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내무 무장 갈등에 대처하고 있는 것일 뿐, 집단 학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아웅산 수치의 노벨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제엠네스티와 한국의 5·18 기념재단은 그에게 수여했던 양심대사상광주인권상2018년 박탈했다. < 최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