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많아 사망자 더 늘 수도오리건주 "대규모 사망자 나올 가능성 대비

 

11일 미 오리건주 이글포인트에서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뒤 차량들이 불탄 채 남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 해안의 3개 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점점 더 확산하며 사망자가 17명으로 늘었다.

CNN 방송은 12일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이 지역을 매연으로 뒤덮으면서 진화와 실종자 수색 작업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전날의 15명에서 17명으로 늘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집계했다. 이 중에는 워싱턴주의 1살배기 남자 아기와 불에 탄 차 안에서 개를 끌어안은 채 숨진 13살짜리 오리건주의 소년도 있다.

지난달 중순 낙뢰로 시작한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자까지 합치면 사망자는 26명에 달한다.

다만 실종자들이 많아 앞으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수천명이 화마에 집을 잃으면서 갈 곳 없는 처지가 됐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따르면 이날 기준 아이다호·몬태나주를 포함한 미 서부 지역에서는 약 100여건의 대형 산불이 진행 중이다.

서부 3개 주의 피해 면적만 따져도 19125로 대한민국 국토 면적(10210)의 약 5분의 1(19.1%)에 해당한다.

미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대기질 감시 서비스 '에어나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 대부분 지역과 아이다호주 일부 지역은 산불로 인해 대기질이 건강에 해로운 수준이다.

또 의사들은 산불로 인한 연기가 사람들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 역사상 피해 규모가 1·3·4위에 달하는 대형 산불 3건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등 24건이 넘는 대형 산불이 번지고 있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가운데 기록적인 폭염과 강한 바람이 포개지며 산불의 확산을 부채질해 피해 규모가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310만에이커(12545)로 불어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과 견줘 26배에 달하는 것이자 대한민국 영토의 12.5% 규모다. 건물도 3900채 이상이 파괴됐다.

지난달 캘리포니아 주도 새크라멘토 북쪽에서 번개로 시작된 '노스 복합 화재'는 지금까지 252천에이커(120)를 태운 가운데 2018년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본 패러다이스 마을을 위협하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캘리포니아는 존재론적 기후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이 지역(패러다이스)에서 우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산불을 본 게 불과 2년 전인데 지금 또 다른 산불이 불과 몇 마일 밖에 있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이번 산불이 진화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100만에이커(447) 이상이 불탄 오리건주에서도 겨울 우기가 될 때까지 최소 8건의 대형 산불이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당국은 예상했다.

오리건주는 특히 대규모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전날까지 이 주에서 나온 산불 사망자는 6명에 그쳤으나 주 비상관리국 국장 앤드루 펠프스는 불에 탄 건물 수를 고려할 때 대규모 사망자가 나올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주 서부의 잭슨·레인·매리언카운티에서는 많은 실종자가 신고된 상황이다.

오리건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비치크리크 화재'는 지금까지 186천에이커(753)를 태우면서 여러 마을을 폐허로 만들었다. 라이언스에 사는 모니카 개리슨은 "우리 블록에는 집이 29채 있었는데 지금은 10채만 남았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은 비치크리크 화재가 인근의 '리버사이드 화재'와 합쳐지기 전에 이 산불의 확산을 늦추려 애쓰고 있다. 리버사이드 화재는 지금까지 13만에이커(526)를 태웠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는 주민 4만여명에게 대피령이 떨어졌고, 50만명에게는 일종의 대피 준비경고가 내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의 산불 상황도 최근 5일 새 크게 악화하며 주 역사상 두 번째로 최악의 산불 시즌이 됐다고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전날 밝혔다. 지금까지 피해 면적은 626천에이커(2533).

워싱턴주에서는 16개의 대형 산불이 진행 중이다. 주 동부의 작은 마을 몰든은 소방서·우체국·시청·도서관을 포함해 전체 건물의 80%가 산불로 전소했다. 한 관리는 "폭탄이 터진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주 동부의 스포캔 인근 시골 마을에선 1살짜리 남자아이가 산불에 희생됐다. 이곳의 별장을 찾았던 이들 가족은 한밤중에 산불이 덮치자 차를 버리고 강에 뛰어들었다. 엄마·아빠는 강에서 구조됐지만 아기는 살아남지 못했다.

 

지난 9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인공위성이 포착한 미 서부의 모습. 오리건·캘리포니아주 위에 두터운 연기층이 형성돼 있다. [UPI=연합뉴스, NASA 제공]


지난 8일 참가자 중 부작용 의심 사례 나타나자 자발적 중단

독립위원회 검토 등 거친 뒤 시험 재개 '문제없다' 판단

"미국·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서 재개여부 언급없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손을 잡고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에 대한 임상시험이 영국에서 재개된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8일 영국의 임상시험 참가자 중 한 명에게서 원인 미상의 질환이 발견되자 부작용 가능성을 우려, 영국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의 임상시험을 잠정 중단했다.

12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는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독립 위원회와 국제 규제기관의 안전한 데이터 검토를 위해 글로벌 시험을 자발적으로 중지했다"면서 "영국의 위원회가 조사를 완료한 뒤 임상시험을 재개할 만큼 안전하다며 이를 MHRA에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상시험은 일단 영국에서만 재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인도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등지에서 진행됐던 임상시험도 재개하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미 뉴욕타임스(NYT)"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미국과 인도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의 임상시험 전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일단 "영국에서만 임상시험이 재개된다"고 전했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원인 미상의 질환을 보였던 환자의 의료 정보를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모든 시험 연구자 및 참가자들은 관련 정보를 받을 것이며, 이는 임상시험 및 규제 기준에 따라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중 가장 앞서있던 것으로 평가받았던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개발 백신은 영국과 인도에서 2상 임상시험을, 브라질과 남아공, 미국 60개 이상 도시에서는 3상 임상시험을 각각 진행 중이었다.

옥스퍼드에 따르면 지금까지 임상시험에 참가한 사람은 약 18천명이며 3만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마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참가자 중 한 명에게서 부작용으로 의심될 수 있는 질환이 나타나면서 이를 잠정 중단했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온라인 회의에서 임상시험이 재개되면 연말까지 백신 효능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재개 소식을 반기면서 "효과적인 백신을 최대한 빨리 개발할 수 있도록 과학자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보건부 산하 국가위생감시국(Anvisa)은 이날 "수일 내에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 재개 요청을 받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의 백신 개발 재개 환영하는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 트윗


"평범한 직원은 퇴직금 두둑이 줘서 내보내라"

 CEO가 직접 펴낸 성공의 비결 책 '규칙 없음'

 

명문 글로벌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의 에린 마이어 교수는 넷플릭스의 '컬처 데크(Culture Deck)'를 보고서 그 '정직성'에 놀라면서도 그것이 시사하는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느꼈다. 컬처 데크는 원래 넷플릭스에서 사내용으로 만든 127개의 슬라이드를 말한다. 2009년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 회장이 인터넷에 올려 전 세계에 공개한 후 성공한 기업의 경영 원칙을 배우고자 하는 경영자와 학생들에게 바이블이 된 캐치프레이즈들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적당한 성과를 내는 직원은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라고 쓰여 있다. 비범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은 해고한다는 뜻이다. 기업문화 전문가인 마이어 교수가 보기에는 '형편없는' 발상이었다. "최고의 인재를 데려다 놓고 남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 '두둑한 퇴직금'을 받고 쫓겨날 줄 알라며 겁을 주는 것이야말로 혁신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짓밟는 확실한 방법 아닌가?"

이런 마이어 교수에게 선뜻 납득되지 않는 넷플릭스의 경영 원칙에 관해 따져 물을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창업자이자 CEO인 헤이스팅스에게 직접.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회장(오른쪽)과 에린 마이어 인시아드 교수

헤이스팅스의 이메일 연락으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고, 두 사람은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에 관한 책을 함께 쓰기로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 '규칙 없음'(원제 No Rules Rules·알에치코리아)은 두 사람의 대화와 마이어 교수의 임직원 인터뷰, 현장 탐방, 관련 자료 조사 ·분석 결과를 담았다. 책 제목이 시사하는 대로 직원 30명의 온라인 DVD 대여점에서 세계 최고의 미디어·콘텐츠 기업으로 우뚝 선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로 저자들이 내세우는 것은 '무제한'이라고 해도 좋을 자율성이다.

그러나 무작정 모든 규정과 통제를 없앤다고 해서 기업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전제 조건이 있다. 헤이스팅스 회장은 이런 '무규칙의 경영''인재의 밀도'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인재의 밀도란 쉽게 말해 '최고의 인재들로 팀을 꾸리는 것'을 의미한다. 일 처리가 미숙하고 프로답지 못하거나 무책임한 직원이 없다면 규정과 통제도 필요 없다.

헤이스팅스 회장은 이 원칙을 어렵던 시절의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 당시로써는 신선한 사업모델로 잘 나가던 넷플릭스는 창업 3년 만에 '인터넷 버블'의 붕괴와 함께 위기를 맞게 되고 직원 3분의 1을 해고해야만 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내보내야 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지만, 해고의 후폭풍이 잠잠해지자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해고 이후 남은 '정예들'이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격려해가며 기업 분위기가 달라지고 경영 성과가 확 좋아졌다. 전체로 보면 사람 수가 줄었지만, 직원 한 사람이 가진 재능의 크기는 더욱 커졌다. 이것이 '인재 밀도'의 증가다.

헤이스팅스 회장은 자신의 경험상 팀에 평범한 사람이 1~2명 섞여 있으면 나머지 팀원들이 탁월하더라도 팀 전체의 성과가 떨어지고 평범한 팀이 되고 만다고 말한다. 평범한 성과를 내는 직원을 두둑한 퇴직금을 줘서 내보내야 하는 이유다.

마이어 교수는 이런 배경에 관해 듣고서는 '성과의 전염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떠올린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등하게 능력이 뛰어난 팀원들로 구성된 여러 팀 가운데 한 팀에만 엇나가는 행동을 하는 팀원 1명을 끼워 넣고 한 달 동안 수십 차례 실험한 결과 수준 미달 팀원이 단 1명이라도 포함된 팀의 성과가 30~40%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팀원 개개인이 집단 전체의 가치와 규범을 따라간다고 본 기존의 이론들과는 달리 개인의 행동이 다른 팀원에게 금방 전염됨을 보여준다고 마이어 교수는 풀이한다.

이렇게 능력 있는 직원들을 확보해 인재 밀도를 구축하는 것과 함께 피드백을 많이 하도록 독려해 솔직한 문화를 조성하고 통제를 줄이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이것이 '무규칙 경영'1단계라고 헤이스팅스 회장은 설명한다. 이렇게 되면 '자유와 책임'의 문화가 조성되고 이것이 또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여 통제를 훨씬 줄일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인재 밀도, 솔직한 문화, 통제의 제거를 훨씬 더 강화하는 2단계와 이를 극대화하는 3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넷플릭스는 웬만한 회사에는 다 있는 규정들 대부분을 없애 버렸다. 휴가·비용·출장 규정과 승인 절차, 급여 등급, 성과 향상 계획, 핵심 성과 지표, 목표관리법, 위원회에 의한 의사결정, 연봉 밴드, 성과에 따른 보너스 등이다

물론 규정이나 절차가 없으면 너무 방만하게 운영되고 이를 악용하는 직원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다. 실제로 일반적인 결재 시스템을 갖췄을 때와 비교해 넷플릭스의 경비는 10%가량 늘었다. 그러나 스타 플레이어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가 됐고 이들을 통해 대단히 빠르고 놀라울 정로도 유연하게 움직이는 혁신 기업이 된 데서 오는 이득에 비하면 이 정도 비용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사회 전반의 문화와 법규, 특히 노동 관련 법령이 판이한 우리나라 기업에 적용할 부분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기업 경영에 관한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게 읽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히 찾을 수 있다. < 추왕훈 기자 >


모스크바에서 외상회담 국경 긴장 양국 이익에 부합 안 해

갈등 격화 방지 등 합의 양국군 접촉 피하고, 군사력 물려야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에서 지난 9일 인도군이 병력을 이동 배치하고 있다. 라다크/EPA 연합뉴스

 

히말리아 국경지대에서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면서 첨예해졌던 중국과 인도의 갈등이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양국 외교장관은 10일 오후 상하이협력기구(SOC)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나 추가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5개항에 이르는 공통인식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1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10(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양자회담을 열고 양국 간 차이가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는 점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최근 45년 만에 처음으로 위협사격까지 주고받은 이후 국경지대 군사력을 대폭 증강 배치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던 양국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양국 외교장관은 국경 지역의 현 상황은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양국 군의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고 갈등이 격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또 기존 양자합의를 준수하며, 사태의 추가 악화시킬 수 있는 모든 행동 삼가기로 하는 등 5개항에 합의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11일 오전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따로 자료를 내어 왕 장관은 국경지대의 현 상황에 대한 중국 쪽의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양국의 기존 합의 사항에 위배되는 총격을 포함한 위험한 도발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왕 장관은 추가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외교·군사 채널을 통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이샹카르 장관도 중국에 대한 인도의 정책은 변함이 없으며, 국경지대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인도는 중국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국경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복원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다만 중-인 양쪽 모두 최근 악화한 국경 지역 정세를 상대방 책임으로 규정하는 등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지난 5월 긴장 고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인도 <힌두스탄타임스>는 전문가의 말을 따 상황의 추가 악화를 막기 위해 국경지역에 배치된 양국 군의 접촉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게 급선무라며 이어 이른 시일 안에 양국이 국경 지역에 증강 배치한 군사력을 순차적으로 기존 주둔지로 물리는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45년만의 국경 총격전 이후 양국 군사력 큰폭 증강 배치, 전폭기에 탱크까지

인도군 전투기가 지난 9일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다크의 산악지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라다크/로이터 연합뉴스

중국과 인도가 히말라야 국경지대에 군사력을 대폭 증강 배치하고 있다. 지난 6월 국경지대에서 유혈충돌을 빚었던 양국군은 최근 45년 만에 처음으로 위협사격까지 주고받았던 터라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10최근 2주간 인도 국경지역에서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인민해방군이 전국 각지에 주둔 중이던 전폭기와 방공·포병, 기갑부대, 특전사 병력 등을 대거 증강 배치했다이는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확고히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조처라고 전했다.

양국군은 지난 7일 중국의 시짱(티베트신장과 맞닿아 있는 인도 북부 라다크 동부에서 국경 구실을 하는 실질통제선(LAC) 부근에서 위협사격을 주고받은 바 있다. 양국군이 실질통제선 주변에서 마지막으로 총격전을 벌인 것은 197510월이다.

중국 쪽은 이튿날인 8일부터 인민해방군 중부전구사령부 소속 H-6 중거리 폭격기와 Y-20 대형 수송기를 해당 지역이로 이동배치했다. 동부 장쑤성에 배치돼 있던 HJ-10 대전차 미사일도 북서부 고비사막 지역으로 이동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서부 사막지대와 남서부 시짱 자치구 등지에서 장거리 이동 및 실탄 사격훈련을 대대적으로 실시했으며, 시짱 주둔군은 인도 국경지대와 비슷한 해발 4500m 고산지대에서 합동 타격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문은 군사전문가의 말을 따 중국은 인도의 군사적 모험주의 경향을 선의로 참아왔지만, 인도 쪽이 이를 양보로 오판한 것으로 보인다최근의 군사력 증강 배치는 인도의 도발 억지 차원은 물론 무력충돌 등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 쪽도 중국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병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힌두스탄 타임스>10중국군이 탱크를 앞세워 기갑부대를 비롯한 병력 5~6천명을 국경지대에 증강 배치했다. 이에 맞서 인도군도 최전방으로 탱크와 장갑차 등 중화기를 긴급 증강 배치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인도군 당국자의 말을 따 현재 국경지대에 배치된 양국 군사력을 비교하면 일대일이며, 중국군이 추가 증강에 나선다면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라며 중국군도 전쟁을 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군은 지난 615일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 동쪽 갈완계곡에서 쇠막대기와 몽둥이 등을 동원한 유혈충돌을 벌여 인도군 20명이 숨진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7일 위협사격을 벌인 라다크 지역의 판공호수 남쪽에 자리한 레장 라 산길 지역 인근 최전방에선 양국군이 불과 200m가량 떨어진 초소에서 대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OC)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이날 오후 양자회담에 나선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문가의 말을 따 양쪽 모두 군사적 충돌을 원치 않지만, 국내 여론을 의식해 상대방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서로 체면을 구기지 않는 선에서 긴장을 낮추는 방법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