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과 엇나가는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
이민·범죄단속 명분 군 포함, 공권력 총동원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고 체포-수감-추방 일변도
백인인종주의 이데올로기가 닫은 미국의 미래

 

                                                            ​김평호 저술가·전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주먹이 법보다 가까운 미국

 

지금 미국은 비상이다. 한 쪽에선 불법 이민 단속에 나선 이민국 요원과 시민과의 충돌이, 다른 쪽에선 치안을 내세워 군대를 동원한 정부에 대한 항의시위가 이어진다. 이민국 요원들은 거리든, 식당이든, 일터든, 공공장소든, 심지어 이민 법정 바로 앞까지, 거침없이 들어가 불심검문에 납치하듯 사람들을 잡아들인다. 적법절차를 가볍게 무시하는 단속에 법보다 주먹이 훨씬 가깝다. 시민과 공권력의 충돌이 일상화되고 있다(사진 1 참조).

 

사진 1.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복면에 중무장한 이민국 요원과 맞서는 농장주와 이민 노동자들. 무장요원들이 차를 세우고 강제로 운전자를 끌어내리는 현장(캘리포니아); 트럼프의 군대 배치 항의집회—“트럼프 게슈타포는 DC를 떠나라”라는 손팻말이 눈에 띈다(워싱턴 DC); 완전무장한 채 주택가에 들이닥치는 이민국 단속요원들(일리노이).

 

법무부는 심지어 이민자 추방 금지 판결을 내린 메릴랜드주 연방판사 전원을 행정부 권한침해라며 고소했다. 백악관이 추방 목표 수치를 정해놓고 일선 이민국 요원들을 닦달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편, 범죄단속을 내세워 주 방위군은 물론 현역 해병대까지 불러들였던 대통령은 LA, DC에 이어 시카고, 볼티모어 등에 군을 동원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경찰국가, 헌병국가라는 말까지 나오는 중이다. “취임 첫날부터 독재자가 될 것”이라던 그의 말이 실제로 집행되는 형국이다.

 

계엄을 방불케 하는 이 같은 조처에 대해 이민과 범죄는 명분일 뿐, 트럼프 정부가 공권력과 시민, 연방정부와 주-자치 정부 사이의 충돌을 유도, 사회 혼란을 조성하고, 그를 빌미로 독재체제를 강화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실 이민과 범죄를 엮어 인종적, 군사적, 위법적 방식으로 몰아붙이는 트럼프 정부의 행태는 심각한 사회(예: 공권력 대 시민의 대립과 불신)-정치(예: 군의 정치적 중립 문제)-사법(예: 이민·범죄 단속과정에서 벌어지는 헌법과 법률 위반) 차원의 문제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선 추후 자세히 짚도록 하고, 여기서는 일단 이민과 이민정책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다.

 

과장된 이민 문제, 여론도 이민에 긍정적

 

사실 이민 문제는 트럼프 정부의 주장이나 일반의 통념과 달리 심각하진 않으며 여론도 대체로 이민에 긍정적이다. 이민, 특히 불법이민에 대해 미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거나 임금을 낮춘다는 것, 복지예산에 해를 끼친다거나 문화적 불협화음을 조장한다는 것, 범죄는 물론 테러 위험도를 높인다는 것, 허술한 국경이 국가 주권을 훼손하고 이민법 질서를 흔든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각종 통계나 보고서, 연구자료 등은 이 같은 주장이 왜곡·과장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다(사진 2 참조).

 

사진 2. 위쪽. 반이민 논리를 반박하는 카토 연구소(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의 자료(2018년 5월 2일); 아래쪽. 이민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크게 줄었다는 내용을 담은 갤럽의 여론조사 자료(갤럽 2025년 7월 11일).

 

한편 올 7월, 갤럽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민에 관한 미국민들의 태도는 긍정이 과반을 훨씬 상회한다(사진 2 참조). 2000년부터 지금까지 민주당과 무당파 중 60% 이상(심지어 올해는 91%), 공화당 지지자들도 50-60% 정도로 긍정적이다. 바이든 정부 시절, ‘불법 월경(illegal crossings)’ 문제를 방치하면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여론이 부정 쪽으로 크게 선회하기도 했지만, 그건 일시적 현상이었다. 오히려 그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이 오히려 공화당 지지자들의 여론도 바꿔놓았다. 긍정비율이 무려 25%가량 오르면서 64%를 기록한 것.

 

달리 말하면, 이민 문제가 정치적 필요와 의도에 따라 특정 집단에 의해 실제 이상으로 과장·왜곡되는 것이다. 또 시민들은 불법 이민 단속보다 국경 보안이 더 중요하며, 폭력적 공권력 투입을 해결책으로 생각지도 않고 있다. 사실 공화·민주 양당은 공동으로 이민제도 개혁법안을 만들고자 노력했었다.

 

트럼프와 공화당 강경파 반대로 무산된 이민 개혁법안

 

지난 2023년, 공화-민주 양당은 상원을 중심으로 이민법 개혁안을 함께 만들었다. 의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던 즈음, 트럼프 대선팀과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법안이 불법이민을 오히려 늘린다고 왜곡하면서 가로막은 것. 끝내 제출조차 못 한 채 법안은 묻혀버렸다. 그보다 10년 전,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양당은 공동의 개혁안을 만들고 상원은 68-32라는 압도적 차이로 법안을 통과시키기까지 했다. 그러나 오바마라면 무조건 반대로 일관하는 공화당 강경파 하원의원들이 논의를 거부하면서 개혁안은 결국 문턱에서 무산됐다. 2018년 트럼프 정부 1기 때도, 양당은 불법이민 부모의 미국 출생자녀를 위한 신분처리 법안을 마련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백악관의 반대로 끝내 좌절됐다.

 

이때 나온 이민 개혁안은, 국경 보안 강화 및 관련 인력과 예산 확대, 엄격한 이민 심사(망명 신청자 포함), 기존 불법 체류자에 대한 영주권-시민권 부여 절차 확립 등을 근간으로 한다. 이민 문제를 포용적 방향에서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사진 3. 공화당 2024년 선거공약집 표지와 이민 관련 공약 발췌, 첨부.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이민정책을 금지·감시·처벌의 차원으로 접근한다. 지난해 공화당의 선거공약집은 정부의 정책 1, 2순위가 각각 ‘국경봉쇄와 이주민 침략(migrant invasion) 저지’. ‘사상 최대의 (이민) 추방작전 집행’이라고 대놓고 적시했다(사진 3 참조). 그리고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관련 행정명령을 쏟아냈다. 이민 저지, 불법이민 근절, 불법 체류자 체포, 수감, 추방에 힘을 쏟는 형벌 중심의 반이민 노선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리고 이젠 군대까지 포함한 공권력을 총동원, 단속에 나서고 있다.

 

반이민 정책의 토대는 인종주의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트럼프 정부와 일부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이 취하는 반이민 정책의 근저에 자리한 인종주의 문제다. 트럼프가 인종주의자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비백인에게 마약상이니 강간범이니 하는 혐오와 멸시로 가득 한 언어폭력을 일삼는다.

 

사진 4. 위쪽. “공화당은 어떻게 해서 ‘벡인 남성의 정당이 됐을까?’”(살롱, 2013년 12월 22일); 아래쪽. 거의 같은 제목의 워싱턴포스트 칼럼(2020년 2월 7일).

 

인종주의라는 점에서는 공화당 전반이 그렇다. 링컨과 함께 출발,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노예해방의 정당’, ‘링컨의 정당’이라고도 불렸지만, 공화당은 1960년대 후반 이래 남부-백인 중심 정당으로 옷을 갈아입었다(사진 4 참조). 본래는 민주당이 그런 정당이었다. 그러나 1940년대 뉴딜과 60년대 민권운동을 이끌면서 민주당은 환골탈태, 미국의 진보(리버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대가는 엄혹했다. 남부와 백인의 지지기반을 잃은 것이다.

 

그 빈자리를 공화당이 파고들었다. 핵심에는 ‘남부전략(southern strategy)’이라는 선거전술과 사상투쟁이 놓여있다. 흑인 등 소수자를 위한 복지·민권 제도가 사회적 근면의 윤리를 해치고 백인을 역차별하는 정책이라는 것, 여성-환경-반전 운동은 미국의 전통과 사회질서를 부정하는 급진적 도발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백인과 복음파 기독교도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전략은 성공했다. 1980년 레이건의 당선은 그 정치적 승리의 정점이다. 이렇게 해서 공화당은 남부-백인의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당은 인종, 가부장(남성), 반공·애국 이데올로기를 묵시적으로 또 명시적으로 여전히 붙들고 있는 극우 정당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오늘날 트럼프와 공화당의 반이민 정책은 이같은 이념적 토대에 기초한다.

 

반이민은 미래의 무덤 파는 자기파괴적 행태

 

미국에서 이민정책은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이다. 이민이 ➀노동시장에 끼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며, ➁유권자의 인구사회학적 구성을 바꾸면서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고, ➂서로 다른 문화가 섞이면서 새로운 사회적 생활환경을 조성하며, ➃미국을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사진 5. 미국의 인구사회학적 변동을 보여주는 두 개의 통계 그래프. 왼쪽: 노령사회 진입(인구통계청, 2017). 오른쪽: 백인-비백인 인구구성비 변화추이 1970-2050(W. 프라이 2014).

 

지금 미국은 거대한 인구사회학적 변동을 마주하고 있다. 사진 5의 그래프가 보여주듯, 앞으로 불과 10년 후인 2034년, 미국은 65세 이상의 노령층이 18세 이하의 청소년·유아보다 많은 노령사회로 진입한다. 그 10년 후인 2044년에는 백인보다 비백인의 인구가 더 많아진다. 문자 그대로 다인종 사회로 들어선다. 사실 18세 이하 세대의 경우, 백인은 2020년부터 이미 소수집단이다. 한편 점점 줄어드는 미국의 출산율은 2023년에 1.6으로 사상 가장 낮은 비율로 떨어졌다.

 

노령사회, 다인종 사회, 게다가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 미국에 닥친 전례 없는 도전이다. 앞으로 미국의 인구가 늘어난다면 그것은 이민 때문이지 미국민들의 출산 때문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가 이민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폭력적, 인종주의적 반이민 정책은 스스로 미래의 무덤을 파는 자기 파괴적 테러행위다.

 

 

 

"글로벌 패권 핵심인 에너지 지정학 포기 못 해"
"마두로, 마약 밀매업자"란 주장은 '개입 구실'

마두로 "미국과 극우 동맹 제국주의 위협 대응"

트럼프, 제재·관세로 국제석유 시장 장악 시도
"미국 압박에 탈달러 등 대안 모색 가속화"

 

"베네수엘라 주변에서 진행되는 미국 해군의 기동은 두 가지 메시지를 보낸다. 카라카스(베네수엘라)를 향해선 워싱턴이 여전히 강제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그리고 세계 (석유) 시장을 향해선 서반구에 대한 미국의 패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말이다."

 

인도 필라니 비를라 공대의 칼랴니 욜라 선임연구원은 '워싱턴의 석유 체스판: 베네수엘라는 미국 지정학에 왜 중요한가'란 30일 자 <모던디플로머시> 기고에서 "베네수엘라 땅속의 미개발 매장량은 미래에 중동 공급망이 교란될 경우를 대비한 잠재적 보험으로 여전히 의미가 있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주변 해역에 이지스함 3척 등 미 해군 함정들을 배치하면서 내건 '마약 밀매 차단'은 그저 '하나의 구실'로 봤다.

 

미국 해군 타이콘데로가급 유도 미사일 순양함이 29일 파나마시티의 파나마 운하 입구 인근의 프리게이트 캡틴 노엘 안토니우 로드리게스 후스타비노 해군 기지에 정박하고 있다. 2025.08. 29 [로이터=연합]

 

트럼프, 베네수엘라 해역 미 해군 배치
"마두로, 세계 최대의 마약 밀매업자"

 

해군 함정 배치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차근차근 빌드업을 해왔다. 로이터, AFP와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 2월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베네수엘라 기반의 트렌데아라과 등 마약 밀매 카르텔들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 급기야 8월 7일에는 팸 본디 법무장관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세계 최대 마약 밀매업자 중 한 명"이라고 매도하고, 그의 체포 관련 정보 보상액을 기존 2500만 달러(348억 원 상당)에서 5000만 달러로 2배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미 해군은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 소탕 작전 지시에 따라, 베네수엘라 해역에 이지스 구축함 3척을 배치한 데 이어, 미사일 순양함 등을 추가로 배치해 총 8척으로 늘어나게 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작전엔 미군 장병 4000명이 투입되며, 앞으로 정보 수집·감시뿐 아니라 표적 공격을 위한 '발사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또한 P-8 해상초계기와 잠수함 등이 작전 수행에 함께 편성될 가능성도 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반미 집회가 벌어지는 가운데 29일 한 시민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사진을 바라보며 왼쪽)과 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뮤럴 옆을 지나고 있다. 2025. 08. 29 [EPA=연합]

 

마두로, 정규군·민병대 동원해 국경 강화
"미국과 극우 동맹 제국주의 위협 대응"

 

이에 맞서 마두로 대통령은 트럼프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정규군과 민병대를 총동원해 국경 주변에서 보안을 강화할 것을 명령했고 그에 따라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두로는 26일 텔레그램을 통해 "미국과 그 극우 동맹 세력의 제국주의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방어 체계를 24시간 가동하고 있다"면서 "휴식이란 없으며, 누구도 베네수엘라 영토를 건드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고에서 욜라 선임연구원은 "올해 초 미국 군함들이 베네수엘라 해역에 조금씩 접근했지만, 이는 우크라이나와 남중국해의 더 큰 위기들에 가려 전 세계적으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 조용하게 진행된 군사적 증강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에너지와 지정학의 교차로에 선 정권들을 표적으로 삼는 워싱턴의 오래된 패턴 일부다"라고 풀이했다.

 

욜라는 "왜 미국은 베네수엘라, 이란, 러시아에 지속해서 압력을 가하고, 심지어 인도 같은 부상하는 석유 소비국과도 충돌하는가? 답은 옛 에너지 안보, 제재의 논리, 그리고 21세기판 관세 전쟁의 결합에 있다"고 자문자답했다. 특히 확인된 것으론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오랜 경제 쇠퇴에도 여전히 글로벌 체스판에서 필수불가결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볼리바르 광장에서 29일 시민들이 미 제국주의에 맞서자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호소에 따라 민병대 입대에 나서고 있다.  2025. 08. 29 [AFP=연합]

 

미, 석유 생산국엔 '제재' 소비국엔 '관세'
"베, 에너지 풍부하나 정치 정당성 취약"

 

욜라는 "초기 냉전에서 걸프전까지, 미국의 힘은 석유와 엮여 있었다...석유의 흐름을 통제하는 자가 세계 경제의 동맥을 통제했다"며 "베네수엘라는 워싱턴의 눈엔 이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에너지는 풍부하나 정치적 정당성이 취약한 국가 범주에 속한다. 이론적으론 이들 국가가 석유 공급을 무기화하여 미국 주도의 질서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가스회사, 이란의 국영석유회사, 러시아의 거대 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트럼프의 제재는 징벌적 성격만 있는 게 아니다. 그는 "경쟁국들의 재정 생명줄을 조이는 동시에 세계 시장엔 미국 셰일 석유의 경쟁력 제고를 겨냥한 경제적 포위의 도구였다"며 "중국, 나아가 인도와의 '관세 전쟁'도 같은 패턴에 속한다. 그건 대체 에너지 파트너십을 약화시키고 무역 흐름을 친미 네트워크로 되돌리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욜라가 보기에, 베네수엘라는 단순한 석유 국가가 아니라, 상징적 전쟁터다. 마두로의 '생존'은 미국엔 러시아, 중국의 보호를 받는다면 마두로 정권이 서방 압력을 견딜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또한 베네수엘라 지원은 러시아와 중국엔 비싸지 않지만, 상징적으론 매우 소중하다. 이에 욜라는 "중남미에서 미국의 패권을 좌절시키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국이 베네수엘라 해역에 군함 배치를 발표했을 때 중국은 "주권 침해"라고 규탄한 뒤 공개적으로 마두로 지지를 재확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중앙),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가 23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 10. 23 [출처. 게티이미지]

 

트럼프, 제재·관세로 국제석유 시장 장악 시도
"미국 압박에 탈달러 등 대안 모색 가속화"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제재와 관세 두 무기를 함께 구사하는 트럼프의 의도와 관련해 욜라의 설명은 이렇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이란, 러시아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글로벌 석유 공급자들의 경기장을 좁힌다. 동시에 인도와 중국 등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대형 소비자들의 협상력을 억제한다. 욜라는 "그 효과는 미국이 셰일을 통한 에너지 생산자로서는 물론, 금융 제재와 해상 지배를 통한 에너지 교역의 게이트 키퍼(문지기) 역할도 강화하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이 전략엔 위험이 따른다. 제재에 맞서 러·중이 루블과 위안화로 석유 거래를 확대하면서 탈달러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값싼 러시아 원유와 미국 압력 사이에 낀 인도는 저울질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국제적 고립에도, 아시아와 물물교환식 거래를 모색 중이다. 과거에 미국의 힘이 됐던 바로 그 압력이 이제는 그 대안들을 배양하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 압박에 그는 1953년 이란 쿠데타, 1990년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제재, 쿠바 해상 봉쇄 등을 역사적 사례로 들며 "석유가 풍부한 적대국들에 대한 워싱턴의 접근법은 새로운 게 아니라, 재활용된 대본"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담은 현수막이 워싱턴D.C. 미 의회 의사당 인근의노동부 청사에 걸려 있다. 2025. 08. 29 [AP=연합]

 

미국의 베네수엘라 해상 포위는 무슨 뜻?
"패권 핵심인 에너지 지정학 포기 못 한다"

 

욜라는 "제재는 정권을 무너뜨리기보다 굳히는 경향이 있다. 관세는 굴복보다는 보복을 촉발하는 일이 잦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두로의 베네수엘라는 "붕괴 직전의 국가라기보다는, 영원히 붕괴를 견디는 국가처럼 보인다. 회복하기엔 너무 약하고 죽기엔 너무 완강하다"라고 논평했다. 그는 "제재는 도덕적 도구로 포장되지만, 현실에선 국가경영의 경제적 수단이다. 관세는 불공정 무역 교정 조치로 정당화되지만, 더 중요한 기능은 전략적 지배의 확보"라고 했다.

 

욜라는 "베네수엘라 해상 포위는 공개 충돌로 비화하진 않겠지만, 워싱턴은 글로벌 패권의 핵심인 에너지 지정학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더 광범위한 패턴을 드러낸다"며 "베네수엘라, 이란, 러시아를 표적으로 삼고, 인도, 중국과는 관세로 싸움으로써 미국은 석유와 무역의 중심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다시 주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욜라는 "문제는 다극화로 더 다가가는 세계에서 이 전략의 지속 가능성 여부다. 제재의 피로도는 커가고, 관세 전쟁으로 동맹들은 긴장하고, 새 금융 인프라들은 서서히 달러 독점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강대국들이 도를 지나칠 수 있음을 가르친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는 궁지로 몰아넣을 '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국 힘의 한계를 비추는 거울이란 교훈을 고통스럽게 배우게 될 위험을 지니고 있다"고 경고했다.  < 이유 기자 >

 

크렘린궁, 푸틴 중국 방문 일정 설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도 추진되고 있다고 크렘린궁이 29일(현지시각) 밝혔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진행되는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베이징으로 이동해 시 주석과 회담을 하고, 9월3일 톈안먼(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행사의 주빈이기 때문에 시 주석의 오른쪽에 앉을 예정이며, 시 주석의 왼쪽에는 김 위원장이 착석한다고 우샤코프 보좌관은 설명했다.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나란히 앉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또 아직 확정되진 않았으나 중국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회담할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담이 성사될 경우, 두 정상은 2023년 9월과 지난해 6월 이후 약 1년3개월 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 기간 동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 10여명의 정상과 회담이 예정됐다고 우샤코프 보좌관은 전했다.                                                   < 이정애 기자 >

트럼프의 날강도 깡패짓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 WORLD 2025. 8. 24. 15:2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중국 추격에 동맹국 강탈로 대응하는 미 정부
뒷골목 깡패짓에 굴복 말하는 국힘과 족벌언론
신의 한 수였다는 MASGA, 새로운 족쇄될 수도

정상회담에서 더 많은 청구서 내놓을 트럼프
약육강식으로 가는 국제질서 속 새로운 길 찾기

 

지난 한미 관세 협상은 오늘날의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만이 아니라 강대국의 약소국에 대한 강탈도 존재하며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 이미 약소국에 대한 침략, 전쟁, 자원과 영토 강탈, 인디언 학살, 흑인 노예 수탈 등을 거치며 세계 최강대국 패권을 얻었던 미국은 오늘날 경쟁 대국인 중국의 매서운 추격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지금 제조업의 침체와 무역수지와 연방 예산의 천문학적인 쌍둥이 적자 속에 헤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패권 상실의 위기를 다시 날강도 같은 강탈을 통해 벗어나려 한다. 패권을 과시하면서 이전 동맹국과 표적이 된 상대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빼앗으려고 한다. '관세 전쟁'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오는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연합
 

장하준 교수는 트럼프 정권이 보호무역주의로 질주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유치산업 보호는 어린 기업, 약한 기업을 보호하는 것인데 다 늙은 아들에게 다시 돈 대주겠다는 격이다. 그 아들이 그간 빌빌거린 이유는 사업도 제대로 안 하고, 기업에 투자할 돈 다 빼서 놀러 다녀서 그런 거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높은 관세를 강요하는 것은 "동네 깡패들이 가게를 뒤집어엎고 '그동안 내던 돈을 5배로 내라, 10배로 내라’면서 야구 방망이로 집기를 부수고 있는 상황"으로 비유했다. 미국이 이번 관세 협상에서 한국에 요구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제조업 재건을 위해서 한국 제조업 생태계와 산업 기반, 식량주권의 훼손을 감수하라는 강요였다.

 

그리고 한국의 국민의힘과 족벌언론들은 '큰형님 기분 상하지 않게 돈이든, 쌀이든, 쇠고기든 빨리 다 내주자'라고 난리였다. 형식과 내용 모두 뒷골목 깡패를 방불케 하는 미국 트럼프 정권의 무자비한 관세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데, 국내의 정치세력과 족벌언론들은 ‘깡패짓’에 대한 순응과 굴복을 설파했던 셈이다.

 

브라질이나 일본에서는 우익까지 '반미'로 돌아서며 정권을 지지하고 응원하던 것과 매우 대조적이었다. 그런데도 지난 관세 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비관적 예상들과는 달리 트럼프 정권에게 상대적으로 덜 뺏기고 쌀과 쇠고기까지 지켜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마무리하며 난데없이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라는 입장까지 밝혔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협상 막전막후를 전하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마스가 모자를 바라보고 있다. 2025.8.3. KBS뉴스 화면 갈무리

 

이것은 '트럼프가 곧 한국의 부정선거를 지적하며 이재명 정권의 정통성을 부정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있던 이 나라의 '윤어게인' 극우세력들에게 실망과 멘붕을 일으키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었다. 여기에는 한국 정부가 비장의 카드로 준비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마스가)' 제안이 중요했다는 게 많은 이들의 평가다.

 

MASGA라는 조선업 협력 패키지를 제안하고, 약 1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조선업 투자 계획을 제시하면서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실제로 미국은 현재 대양 항해 선박을 1척도 만들지 못하는 처지다. 2023년에 중국은 3300만 톤 , 한국은 1800만 톤의 선박을 건조했지만 미국은 6만 4800톤에 불과했다.

 

MASGA는 이처럼 쇠락하는 미국의 해양 패권을 되살릴 수단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 물론 그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당시에 트럼프는 '소아성애 성폭력 범죄자 엡스타인 리스트' 파문으로 심각한 정치적 위기와 마가MAGA 진영의 분열에 직면해 있었다. 한국 협상팀이 그런 상황을 잘 활용했다면 현명한 대응이었다고 평가할만하다.

 

농업시장과 쇠고기 수입 개방을 압박하는 미국에게 한국 협상팀이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항의 시위'의 사진을 보여준 것도 매우 타당하고 효과적인 대응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출범 한 달 만에 당시 이명박 정부를 퇴진 위기로 내몰며 한미동맹을 뒤흔든 역사적 투쟁이었고, 오늘날 '빛의 혁명'의 뿌리였다고도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노 킹NO KING'을 외치는 반정부 시위의 불길에 시달리고 있던 트럼프는 한국에서 그런 거대한 투쟁이 다시 벌어지고 미국까지 정치적 파장이 끼치는 것을 우려했을 법하다. 하지만 관세 협상은 끝이 아니었고 한미 정상회담이 코 앞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에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한반도 역외로 확장하는 '한미동맹 현대화', 국방비를 GDP 대비 5% 증액, 주한미군 분담금 100억 달러로 인상 등을 요구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관한 정상회담을 연 뒤에 가진 합동기자회견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알래스카 앵커리지 2025.8.15. AFP 연합
 

트럼프의 이러한 '안보 청구서'들을 받아들이게 되면 한국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동참하면서 한미 군사동맹에 더욱 종속될 것이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지고, 그것은 대중국 경제 협력에도 타격을 가하면서 후유증과 악영향을 낳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관세 협상에서 '신의 한 수'로 평가하는 MASGA 제안은 역설적으로 이미 거기에 끌려간 측면이 있다.

 

MASGA 프로젝트에는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립, 군함 유지보수 및 조선 공급망 재구축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통해서 한국은 미국의 군사 전략 및 방산 시스템에 더 깊숙이 편입되며 미국 국방 산업의 하위 파트너가 될 위험이 존재한다. 미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한국의 산업 역량이 동원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만든 선박이 미군 작전에 쓰일 경우 군사적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경고했다. 특히 MASGA 프로젝트의 주력 기업인 HD현대는 이미 미국의 첨단 방산 기업인 '팔란티어'Palantir와 협력하고 있는데, 팔란티어는 군함의 작전 운용과 군수 지원 과정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투자를 받아 설립된 팔란티어는 미국 세계 패권과 군사 전략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며, 최근에는 AI·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악명 높다. 결국 한국의 조선 및 방위 산업이 팔란티어를 매개로 미군의 군사 전략에 종속되면, 그것의 부작용은 안보와 경제 모두에서 감당 어려운 수준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매우 힘겨운 고비로 다가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국내에서 '이재명은 반미주의자'라고 낙인찍는 족벌언론과 국민의힘의 방해 속에서 막무가내로 날강도처럼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우기는 트럼프를 상대해야 한다. 국내외 정세가 만들어내는 틈을 최대한 이용하고, 모든 협상의 기술을 활용하면서 최대한 덜 뺏기고 지키며, 조금이라도 더 얻어와야 할 처지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 다른 무역 상대를 찾겠다고 답하는 멕시코 셰인바움 대통령 - 방송 화면 갈무리 

 

물론, '규칙에 기반한 세계 질서'나 '자유무역과 세계화'라는 그럴듯한 간판과 신화마저 팽개치고 노골적인 강탈적 제국주의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트럼프의 시대가 계속 이런 식으로 유지될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알 수 없다. 이것은 트럼프가 바라는 미국 제조업 부흥, 쌍둥이 적자 해결, 중국 추격의 봉쇄가 아니라 미국 패권의 더 급속한 쇠락만 낳을 수가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관세 전쟁'에서 막상 중국에 대해서는 쩔쩔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제조업 부흥과 제품 공급망을 위한 핵심 요소인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수출 제한 카드가 등장하자 곧바로 관세 압박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더욱더 힘없고 만만한 국가들에 대한 협박과 강탈에 나서고 있다.

 

이것은 국제질서를 더욱 약육강식의 시대로 만들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보듯이 1차 대전 이전에나 있었던 무력을 통한 영토 강탈과 강대국들의 거래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트럼프가 결국 제국주의 시대의 부활을 꿈꾸며 타국을 침략하게 될지 모른다'라는 섬뜩한 예측까지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협상 기술만이 아니라 강대국들에 협박과 압박에 맞서는 국가들의 협력과 세계 남반구 민중의 더 큰 연대일 수 있다. 예컨대 남미의 대표적인 진보 정부인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미국과의 경제 관계는 중요하지만 우리는 강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주권국가다.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맞서고 있다. 

 

올해 3월에 미국의 관세 압박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를 조직하고 그것을 트위터에 게시한 멕시코 셰인바움 대통령  

 

그러면서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유럽(EU–메르코수르), 브릭스BRICS, 기타 신흥시장(아세안 등)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앞마당'으로 불려온 멕시코 진보정부의 여성 대통령인 셰인바움도 "대화는 하되 끌려다니지 않겠다"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셰인바움은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부르자'라는 트럼프에게 "미국의 국호를 멕시코 아메리카로 바꾸는 건 어떠냐"라고 응수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압박이 가장 심각했던 지난 3월에는 수도 멕시코시티의 대형 광장에서 수만 명이 참가한 집회를 열어서 미국의 압박에 저항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20년 전 '반미 집회'의 사진을 보여주던 한국 정부 협상팀의 방식보다 한 발 더 나갔던 셈이다. 또한 캐나다나 중국 등과의 무역 연계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이 주도하던 '대서양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이제 파산하고 있다. 이미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막기는커녕 그것을 지원하고 묵인하면서 '민주주의와 인도주의'라는 명분과 가면은 벗겨지고 있었다. 트럼프 시대에는 그것의 마지막 유산까지 사라지고 있다. 이럴수록 과거의 동맹과 외교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새롭고 대담한 접근이 필요해지고 있다.                                              < 전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