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휴전 주장하던 트럼프가 ‘평화 협정’으로 돌아선 것 우려

젤렌스키 “살상을 중단하는 것이 전쟁을 멈추는 데 핵심 요소”

푸틴 "매우 유익했다. 우리가 필요한 결정 가까워졌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알레스카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AP 연합
 

지난 15일 미국·러시아 정상 회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합의 없이 끝난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핀란드·폴란드 정상은 16일 공동성명을 내어 “우크라이나가 주권과 영토를 효과적으로 보전하기 위해서는 철통 같은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과 나토 가입에 거부권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휴전 조건으로 요구해온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배제 등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유럽 정상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이어갈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들은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가 이뤄질 때까지 러시아의 전시 경제를 압박하기 위한 더욱 광범위한 경제적 (제재) 조처를 강화해나가겠다”며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흔들림 없는 연대에 의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성명은 앞서 이날 오전 트럼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 정상들에게 전화를 걸어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내용을 공유한 뒤 나왔다. 영국·프랑스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후 안보군 배치를 추진하는 ‘의지의 연합’ 국가들은 17일 화상 정상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방안을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북유럽 국가들은 더욱 강경한 어조로 미국을 향해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촉구했다. 덴마크·에스토니아·핀란드 등 북유럽·발트해 연안 8개국은 이날 별도의 성명을 내어 “푸틴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 행위를 끝낼 책임은 결국 러시아에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과 나토 가입에 대한 거부권이 없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애초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주장하던 트럼프가 ‘평화 협정’으로 돌아선 것을 두고 우려가 이어진다. 러시아가 협정 논의를 빌미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갈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르몽드는 이날 “푸틴은 시간을 벌기 위해 협상 준비가 된 척 하고, 결코 끝나지 않을 협상들에 참여할 수 있다”며 “그동안 그의 군대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점령지를 확장하고 폭격을 지속할 것”이라고 해설했다.

 

젤렌스키 역시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러시아는 여러차례 휴전 요구를 거부하고 있으며, 언제 살육을 중단할지도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 점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며 “살상을 중단하는 것이 전쟁을 멈추는 데 핵심 요소”라고 썼다.

 

반면 러시아는 15일 정상회담에 대해 만족스러운 반응이다. 크렘린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의에서 트럼프와의 회담이 “매우 유익했다”며 “대화는 매우 솔직하고 실효성 있었으며, 우리가 필요한 결정에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 천호성 기자 >

 

푸틴 “돈바스 전체 러시아 영토 인정해야 우크라와 휴전 가능”

트럼프와 알래스카 정상회담서 요구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에게 이런 내용을 전하면서 ‘평화협정 체결시 미국이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열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도 참여하는 3자 회담을 오는 22일까지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악시오스는 16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루간스크 및 도네츠크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는 루간스크의 거의 전부와 도네츠크의 4분의 3을 점령한 상태다. 이 지역은 수년간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선을 구축해온 핵심 요충지로,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을 러시아에 넘겨주는 데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는 추가 영토를 푸틴에게 넘겨주는 것은 헌법 위반이며, 이런 행동이 나머지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추가 공격을 부추길 것이라고 본다”며 “러시아가 아직 장악하지 못한 도네츠크는 향후 러시아 공격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있어 전략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브 윗코프 특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은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에는 휴전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침략을 개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협정에 포함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직접 주둔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럽 주도의 구조에 대해 미국이 보증 또는 지원을 제공하는 형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폴란드, 핀란드 정상들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철통 같은 안보 보장을 받아야 하며, 우리는 미국이 안전 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뢰할 수 있고 강력한 안전 보장 방안이 논의됐다”며 다만 그 틀은 나토 외부에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보장은 나토 집단방위 조항(제5조)에 해당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부터 미국의 안전 보장을 평화협정의 핵심 조건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미국 내부에선 ‘해외 전쟁에 미국이 휘말릴 수 있다’는 반대 여론이 강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유럽 쪽 외교 관계자 4명을 인용해 “트럼프가 푸틴으로부터 ‘서방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방식으로 평화협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암묵적 동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 통화에서 자신과 젤렌스키 대통령, 푸틴 대통령의 3자 회담 마련 계획도 밝혔다. 시엔엔(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3자 회담 마련 시한을 ‘다음 금요일’(22일)로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18일 백악관을 방문해 자신과 회담할 예정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모든 일이 잘 진행된다면 이후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일정도 잡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 고위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러시아 국영 언론에 “3자 회담 구상은 알래스카 회담에서 공식 논의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푸틴에 대한 불만도 나타냈다고 한다. 3자 회담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대러 제재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고 보도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젤린스키 “18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만난다…미·우·러 회담 지지”

“전쟁 종식 세부 사항 논의할 것…초청 감사”
러시아 쪽은 3자 회담 개최 여부에 선 그어

 
 

미·러 정상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직접 만나기로 했다.

 

시엔엔(CNN)은 현지시각 15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방미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살상 중단과 전쟁 종식을 위한 모든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며 “초청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마친 후 젤렌스키 대통령 등 유럽 국가 정상들과 통화하며 회담 결과를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금 트럼프 대통령과 길고 실질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먼저 양자간 일대일 대화를 시작했고, 이어 유럽 지도자들과 함께 논의했다. 전체 대화는 1시간 반 이상 이어졌고, 그 중 1시간은 트럼프 대통령과 일대일 대화였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미·우·러 3자 회담 구상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러시아의 3자 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지지한다. (전쟁과 관련된) 주요 사안은 정상급에서 논의될 수 있으며 3자 형식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정상들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로 회담 결과를 전달받았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 외에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이유 집행위원장과 통화했다”고 전했다.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환영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군사 지원을 계속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러시아 쪽은 이날 3자 회담 개최 여부에 선을 그었다. 러시아 국영 티브이 채널 베스티는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을 인용해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 푸틴·트럼프·젤렌스키 간의 3자 정상회담 재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날 미·러 정상회담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북부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생산적인 대화가 있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휴전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 주성미 기자 >

 

케네디 공로상, 미국 최고 권위 문화예술상
트럼프, 스스로 이사장직 돼 수상자 선정 관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케네디센터 아너스’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왼쪽) EPA 연합뉴스. 지난 5월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한 톰 크루즈. AP 연합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상할 ‘케네디센터 공로상’ 수상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48번째 케네디센터 공로상 수상자를 발표한 소식을 전하며 “톰 크루즈도 수상을 제안받았으나, 일정상의 문제로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관련해 톰 크루즈 쪽은 공식적인 언급을 거부했다.

 

‘케네디센터 공로상’은 존 에프(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가 1978년부터 매년 미국 예술계에 기여한 인물들을 선정해 수여하는 미국 최고 권위의 문화예술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뒤인 지난 2월 케네디센터 이사장직에 자신을 임명한 데 이어 이사회를 ‘친트럼프’ 인사들로 교체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문화예술계를 장악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수상자를 직접 발표하며 1시간가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트럼프는 “나도 이 상을 받고 싶었지만 한 번도 받지 못했다”라며 “내년엔 트럼프가 수상하는 거로 하자, 오케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수상자는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과 록 밴드 키스, 컨트리 음악 가수 조지 스트레이트, 디스코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 배우 겸 가수 마이클 크로포드다. 트럼프는 수상자 선정에 “내가 98% 정도 관여했다”며 “너무 깨어있는(woke·인종이나 성에 대한 차별을 경계하는 이들을 조롱하는 의미로 쓰이는 말) 후보들은 많이 거절했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오는 12월7일 열리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시상할 예정이다.

 

한편 톰 크루즈는 지난 6월 ‘아카데미 공로상’ 수상자로 결정된 바 있다. 아카데미 공로상은 영화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기여를 한 인사에게 수여되며 시상식은 오는 11월16일 열린다. 톰 크루즈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다. 톰 크루즈는 지난 5월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8’의 주연을 맡았으며 날아가는 비행기에 매달리는 장면을 직접 소화하는 등 변함없는 액션 연기를 보여줬다.                                < 송경화 기자 >

 

트럼프-푸틴, ‘우크라 휴전’ 합의 없이 정상회담 종료

12분 기자회견

 

“합의는 실제로 성사되기 전까지는 합의가 아니다”

“곧 나토와 젤렌스키 대통령에 전화 걸어 공유하겠다”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미국-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앵커리지/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알래스카에서 2시간 30분 가량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기대했던 우크라이나 전 휴전 합의는 발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쟁점에 합의했다”면서도 “합의는 실제 성사되기 전까지는 이뤄진 게 아니다”라며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오후 2시54분(현지시각·한국 시각 16일 오전 7시54분)께 미 알래스카주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은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많은 쟁점들에 대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나 협상의 진척 상황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는 실제로 성사되기 전까지는 합의가 아니다”라며 “오늘 많은 진전이 있었고, 곧 나토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있었던 일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쟁점은 몇 가지에 불과하다. 그중 일부는 중요하지 않고, 아마도 한 가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중요한 사안도 해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양국 정상은 회담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미국-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앵커리지/AFP 연합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발언한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러시아의 안보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또는 나토 가입 철회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이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선물도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의 발언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양국 정상은 추가 회담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이른 시기에 다시 만나자”고 하자 푸틴 대통령은 “모스코바에서 만나자”고 답했다.

 

앞서 오전 11시30분부터 열린 양국 정상회담은 약 2시간 30분만에 마무리됐다. ‘3대3 회담’으로 진행된 회담은 오찬을 겸한 확대 회담으로 이어질 예정이었지만 두 정상은 곧바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3대3 회담에 미국 쪽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가 배석했으며, 러시아 쪽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포크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이 배석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푸틴 만난 트럼프 “휴전은 우크라에 달려”…합의 수용 압박

회담 전엔 “러, 휴전 합의 안 하면 심각한 후과”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먼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미국-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마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옆을 바라보고 있다. 앵커리지/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뒤 가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중국 관세 인상 가능성 등 ‘후과 언급’과 관련해 “오늘 일어난 일(미러 정상회담) 때문에, 나는 지금 그것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후과’를 겪을 것이라 경고했던 바 있다. 그러나 미러 정상회담 뒤에는 2차 관세(중국 등 러시아산 제품 대규모 수입국에 부과하는 관세) 등 대러 제재 조치에 대해 유보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주 정도 후에 그것에 대해 생각해야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정상회담 기자회견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 연합
 

또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등 합의 여부는 우크라이나에 달려 있다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합의 수용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미러 정상이 논의한 휴전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합의하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젤렌스키 대통령, 푸틴 대통령이 참여하는 후속 회담이 추진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합의를 이룰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보다 우크라이나에게 기존 입장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쪽에 방점을 두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10점 만점에) 10점”이었다며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 “따뜻했다”고 말했다.                       < 손고운 기자 >

 

미 연준 또 정책금리 동결…9월 인하 ‘신호’도 안 줬다

7월 FOMC 다섯 차례 연속 금리 동결 행진
파월 의장, 금리 인하 필요성 크지 않다고 언급
시장, 9월 금리 인하 가능성 63.3%→45.7%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0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있는 동안에도 ‘정책금리 인하’ 요구를 멈추지 않았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때 임명된 2명의 부의장(연준 이사)은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 동결을 결정한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9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신호를 전혀 주지 않았다. 연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발언도 했다. 시장에선 9월 인하 가능성도 멀어졌다는 전망이 퍼졌다. 통화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2년만기 국채 금리가 오르고, 뉴욕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29∼30일(현지시각) 이틀간 연 회의에서 현행 연 4.25~4.5%인 정책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연준은 연 5.5%(상단)까지 올렸던 정책금리를 지난해 12월 4.5%까지 내린 이후, 다섯 차례 회의에서 연속 동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예상치를 웃돈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 대비 연율 3%)을 거론하며 미국 국채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게 “지금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명의 공개시장위원회 위원 가운데 9명이 동결을 지지했다. 다만 미셸 보먼·크리스토퍼 월러 위원(부의장)이 0.25% 포인트 인하를 주장했고,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아드리아나 쿠글러 위원은 불참했다. 정·부의장을 맡은 7명의 위원 가운데 2명이 통화정책 결정안에 반대한 것은 1993년 12월 이후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준은 성명에서 경기에 대해 ‘견조하다’(solid)는 표현 대신 ‘완만해졌다(moderated)’는 표현으로 수정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율이 목표치(2%)로 내려오지 않았고, 노동시장도 견조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17일 한 강연에서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장기화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국의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의 2.4%에서 6월 2.7%로 커졌다.

 

파월 의장은 “선진국은 통화정책 결정에서 정치의 간섭을 멀리하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성도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 2명의 위원이 금리 인하를 주장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9월 회의에서도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약해졌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의 통화정책 전망을 확률로 표시한 페드워치(fed-watcn)자료를 보면 9월 회의 금리인하 확률이 29일 63.3%에서 45.7%(31일 오전 8시)로 떨어졌다.

 

금리 인하 전망이 약해지면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연 3.951%로 0.076%포인트 올랐다. 뉴욕증시는 다우지수가 0.38%,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가 0.12% 떨어졌다. 나스닥지수만 0.15% 올랐다.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한미간 금리차이는 연 2.0%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연준이 9월 회의에서도 금리를 동결하면 한국은행도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원화가치가 더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 정남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