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역사인식 ‘비둘기파’ ... 극우 다카이치에 결선투표서 극적 역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자민당 총재 당선자 페이스북 갈무리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67) 전 자민당 간사장이 결선 투표 끝에 극적으로 승리했다. 이시바 당선자는 다음달 1일부터 개원하는 임시국회에서 무난히 일본 102번째 총리에 선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사와 이치로 자민당 총재 선거관리위원장은 27일 치러진 당 총재 선거 결선투표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이 전체 415표(당 소속 국회의원 368표, 당원·당우 47표) 가운데 유효표 409표의 절반을 넘는 215표(국회의원 189표, 당원·당우 26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시바 당선자는 지난 2008년 총재 선거에 첫 출마한 이후 16년만, 5번째 도전 만에 결국 총재직에 오르게 됐다. 돌풍을 일으키며 결선에서 경쟁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상은 194표(국회의원 173표, 당원당우 21표)에 그쳐 쓴 잔을 마셨다.

앞서 오후 1시께 시작된 1차 투표에서는 예상대로 과반을 넘는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 소속 국회의원(전체 368표)과 105만여명 당원·당우(투표를 전체 368표로 비례 배분)로부터 합계 154표를 얻어 결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결선 상대로 정해진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상과 무려 27표차가 벌어져 결선 전망이 어두웠다. 특히 결선 승부에 열쇠를 쥔 국회의원표에서 이시바 46표, 다카이치 72표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총재 당선자. [로이터 연합]
 

하지만 1차 선거 때 후보 9명이 난립하면서 표가 분산된 데다, 의원들이 한팀으로 뭉쳐 특정 후보를 집단적으로 밀어주던 ‘파벌’마저 대부분 해산된 터라 결선 투표는 예측불허로 진행됐다. 결국 결선에서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국회의원표 189표를 얻었고, 당원·당우표(전체 47표) 26표를 더해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을 압도했다.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것으로 알려졌던 이시바 당선자로서는 뜻밖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반면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국회의원들에게 173표 밖에 얻지 못하면서 막판 뒤집기를 당했다. 애초 이시바 당선자와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은 의원표(75표)를 가장 많이 확보했지만, 당원·당우표를 61표 밖에 얻지 못하면서 1차 투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자민당 파벌 의원 비자금 사건 여파로 대부분 파벌이 해체된 가운데 치러졌다. 하지만 파벌을 이끌었던 중진들이 여전한 실력을 행사하며 선거 막판 판세가 숨가쁘게 돌아갔다. 실제 선거 당일 일본 언론들은 유일하게 해체하지 않은 파벌 ‘아소파’ 수장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파벌 소속 의원들에게 1차 투표 때부터 ‘다카이치 후보’를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현직 총리이자 해체 전 ‘기시다파’ 수장이던 기시다 총리는 자신의 정책을 계승하기 어려운 다카이치를 일단 제외하고, 다른 후보를 독려하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킹메이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자신의 집권기 때 ‘퇴임 요구’를 했던 이시바 전 간사장 대신 고이즈미 전 환경상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이대로면 자민당 끝장” 대놓고 쓴소리
‘여당 내 야당’ 인사로 불리며 비주류 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자민당 총재 당선자. [로이터 연합]

 

이시바 시게루(67) 일본 자민당 총재 당선자는 자민당에서 ‘여당 내 야당’으로 불려온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 이시바 지로가 참의원 의원, 돗토리현 지사 등을 지냈지만 “아버지처럼 되기는 어렵다”며 대학 졸업 뒤 은행원이 됐다. 하지만 부친 사후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의 권유로 정치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1986년 자민당 소속으로 당시 최연소인 29살 나이에 중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방위청(현재 방위성) 장관으로 처음 내각에 들어간 뒤, 안보 분야 등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방위청 장관과 방위상을 역임했으며 ‘국방’ ‘국방 입문’ 등의 책을 썼다. 역사 문제에 대해서 “(식민 지배가) 합법적이었다고 해도, 독립국이었던 한국을 합병하고 (그들의) 성을 바꾼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자민당 정치인 중에서는 전향적 인식을 드러내지만, 안보 정책 자체는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규정하는 헌법 개정을 하자고 주장하는 등 ‘매파’적이다. 내각에서는 농림수산상, 지방창생상을 거쳤다. 당에서도 핵심 요직인 당 정무조사회장 한차례, 간사장을 두차례 지냈다.

해박한 지식과 함께 성실함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연설과 토론에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당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2008년, 2012년, 2018년, 2020년 네 차례 총재 선거에 도전해 모두 실패했다. 일반 유권자에게 인기가 높은 반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 지지 기반이 약했기 때문이다.

정치 초년병이던 1990년대 정치개혁을 주장하며 당을 탈당하는가 하면, 복당한 이후에도 당내 주류파에 쓴소리를 마다않으며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지난 2020년 ‘당내 절대 권력’이던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해서 코로나19 부실 대응 문제를 놓고 “이대로면 자민당이 끝장난다”고 대놓고 비판했다.

현재 돗토리현 제 1구의 12선 의원이다. 일본에선 드문 기독교 신자다. 일본 정계 ‘최고의 철도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 도쿄=홍석재 특파원 >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북부에 최소 17건 로켓과 드론 공격, 2명 사망

 

     19일(현지시각) 레바논 남부 국경 지대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 현장. [AFP 연합]
 

이스라엘과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전면전 우려가 커진 가운데, 19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이날 이스라엘군(IDF)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이 전쟁 지속 계획을 승인했다”며 북부 지역에 대한 군사 계획 승인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군은 “현재 레바논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공격해 헤즈볼라의 테러 역량과 인프라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공군이 약 30개의 헤즈볼라 발사대와 테러 인프라를 폭격했다고 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도 이스라엘이 남부 전역에서 수십여 차례 공습을 실시했고, 레바논 남부에 있는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 100곳 이상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곳 여러 지역에선 헤즈볼라의 건물과 무기 저장소도 공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테러 조직은 레바논 남부를 전투 지역으로 만들었다”며 “헤즈볼라는 지난 수십년간 민가를 무기화하고 그 아래에 땅굴을 파고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레바논은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워키토키) 폭발로 지난 17일 최소 37명이 숨지고 3000명 가량이 다치자, 이를 이스라엘의 ‘선전포고’로 규정해 보복을 공언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19일 방송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모든 경계와 레드 라인을 넘었다”며 “레바논 국민과 주권에 대한 선전 포고”라고 말했다. 나스랄라는 가자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이스라엘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은 이번 폭발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북부에 최소 17건의 로켓과 드론 공격을 가해 2명이 사망하는 등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으로 중동 확전에 대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란 국영 이르나(IRNA) 통신은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이 나스랄라에게 서신을 보내 “곧 저항 전선의 압도적인 대응으로 잔인하고 범죄적인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을 넘어 예멘 후티 반군과 하마스, 시리아 정부군 등 중동 무장세력의 연대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2020년 3월 이후 4년 반만에 인하…한미 금리차 2.0%p→1.5%p로 줄어

연준 "인플레 2%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긴축기조서 전환 시사

해리스 "환영할 일이나 물가 더 낮출것"…트럼프 "경제상황 악화 반영"

 

금리인하 결정 설명하는 파월 연준 의장 [워싱턴 AFP=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반 만에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연준은 18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 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폭 인하를 의미하는 '빅컷'이었다.

총 12명의 위원 중 한 사람을 제외한 11명이 0.5% 포인트 인하에 찬성했다고 연준은 전했다.

이로써 기존에 2.00% 포인트차로 역대 최대였던 한국(3.50%)과 미국(5.25∼5.50%)의 금리 격차도 최대 1.50% 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해 긴급히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이뤄진 것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일자리 증가는 둔화했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이어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를 향해 더 진전을 보였지만 여전히 다소 올라가 있는 상태"라고 진단하면서도 "FOMC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고,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리스크는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또 "기준금리의 목표 범위에 대한 추가 조정을 고려하며 위원회는 앞으로 나올 데이터와 진전되는 전망, 리스크들의 균형을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 추이 속에, 고용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연준이 선제적으로 과감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평가했다.

연준은 또 함께 발표한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췄다. 이는 연내에 0.5% 포인트 추가로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내년 이후 기준금리 중간값은 2025년 말 3.4%(6월 예측치 4.1%), 2026년 말 2.9%(6월 예측치 3.1%), 2027년 말 2.9%(6월 예측치 없음)로 각각 예상했다.

2028년 이후의 장기 금리 전망은 6월의 2.8%에서 2.9%로 0.1% 포인트 상향했다.

또한 연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로 예상하며 지난 6월 발표한 2.1%에서 0.1%포인트 낮췄다.

아울러 연말 실업률은 4.4%로 예상해 6월 예측치(4.0%)보다 0.4% 포인트 높였고, 연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6월의 2.6%에서 2.3%로, 연말 '근원 PCE 물가 상승률'(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6월의 2.8%에서 2.6%로 각각 하향했다.

연준은 팬데믹 부양책과 공급망 교란 등 충격 여파로 물가가 치솟자 이에 대응하기 작년 7월까지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로 높인 뒤 8회 연속 동결하며 이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이번 금리 대폭 인하 결정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 통화 정책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5일 미국 대선을 48일 앞두고 이뤄진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막 중요한 순간에 도달했다"며 "경제가 강세를 유지하는 동안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일원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이번 발표는 높은 물가의 타격을 입은 미국인들에게 환영할 소식"이라면서도 "나는 물가가 중산층과 근로 가정에 너무 높다는 것을 안다"며 "물가를 계속 낮추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영 입장을 밝히되, 아직 물가가 충분히 내려가지 않았다고 인식할 다수 유권자들을 의식한 듯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반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그들(연준)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가정하면, 경제 상황이 금리를 그 정도로 내려야할 만큼 매우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전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워싱턴=연합 조준형 특파원 >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미 FOMC 위원 기준금리 전망

 

                                                         연준 FOMC 결정 설명 기자회견 [AFP=연합]

 

레바논 전역서 수백대 폭발…최소 9명 사망, 2천750명 부상

헤즈볼라, 배후로 이스라엘 지목하며 보복 경고…이란도 '범죄' 규탄

이스라엘은 논평 거부…미국 "관여한 바 없어… 외교적 해법 찾아야"

 

17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아메리칸대학 병원 입구에 무선호출기 폭발로 인한 부상자를 태운 구급차가 도착하고 있다.[AFP 연합]

 

17일(현지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주로 쓰는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 3천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 보복을 다짐했다.

가자전쟁 발발 후 약 1년간 무력 공방을 주고받았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개연성이 다시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번 사건을 미리 알지 못했다며 당사자들의 외교적 해결을 당부했다. 유엔도 긴장 고조를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 레바논 각지에서 동시다발 폭발…최소 9명 사망, 2천750명 부상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부터 1시간가량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티레, 서부 헤르멜 등 전국 각지에서 군부대와 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호출기 수백기가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폭발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9명이 숨지고 2천750명이 부상했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밝혔다. 부상자 중 약 200명은 위독한 상태다.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과 외신이 전한 목격자들 증언에 따르면 당시 가방이나 주머니에 있던 호출기가 경고음을 울렸고, 피해자들이 호출기 화면에 뜬 내용을 확인하는 도중에 폭발이 이어졌다.

폭발에 동원된 기기는 국내에서 '삐삐'로 불렸던 통신기기로, 호출음이나 단문 메시지를 수신하는 데 쓰이는 낡은 기술 시스템이다.

헤즈볼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의 위치추적과 표적 공격이 우려된다며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많은 대원이 호출기, 유선전화 등을 찾게 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서방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폭발한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가 대만 골드아폴로에 주문해 납품받은 것으로, 이스라엘이 해당 기기에 소량의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 폭발 직전 수초간 신호음을 내는 프로그램을 심었다고 전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사건 후 시민들에게 호출기를 즉시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17일(현지시간) 무선호출기 폭발사건 후 기자회견 중인 레바논 보건부 장관[로이터 연합]
 

◇ 헤즈볼라, 배후로 이스라엘 지목·보복 경고

사건이 발생하자 헤즈볼라는 즉각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전적인 책임을 묻는다"며 "반드시 정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레바논 시민을 표적으로 삼은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의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은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했고, 레바논 정부도 내각회의 후 "이스라엘의 범죄적 공격을 만장일치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의 책임을 묻기 위해 유엔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폭발 사건 후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텔아비브에서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안보 책임자들과 회의를 했다.

영국항공,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해외 항공사는 이날 저녁부터 며칠간 텔아비브행 항공편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무선호출기 폭발사건 후 병원으로 이동 중인 부상자들 [EPA 연합]
 

◇ 잠시 멎었던 이스라엘·헤즈볼라 전면전 위기 재고조

이번 사태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했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위기가 다시 고조될 전망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국경을 사이에 두고 무력 공방을 이어왔다.

지난 11개월간의 충돌로 레바논에선 헤즈볼라 대원을 중심으로 약 470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에서도 40여명이 숨졌다.

양측 긴장은 특히 지난 7월 헤즈볼라 최고위급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 암살을 계기로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전면전은 모두에게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은 지난달 25일 거센 무력공방을 주고받은 뒤로는 일단 확전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 징후를 포착한 이스라엘이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해 선제 타격에 나섰고, 헤즈볼라는 곧바로 이스라엘을 겨냥한 로켓과 드론 320기를 출격시켰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로켓 선제 타격 성과를 과시하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정보 기지 공격이라는 '보복 1단계'를 성공했다고 평가하면서 양측이 확전 방지 모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삐삐 동시다발 폭발' 사건으로 상황은 급변하게 됐다.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면 헤즈볼라와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스라엘 총리실은 앞서 이날 성명을 내고, 밤사이 전쟁 내각 안보회의를 통해 레바논 접경지역인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의 안전한 귀환을 전쟁 목표에 공식적으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확대 결정을 일종의 의도 표명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는 이스라엘군의 우선순위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무선호출기 폭발사고 부상자들을 실어나르는 구급차[EPA 연합]
 

◇ 미국·유엔, 확전 경계하며 자제 촉구 "외교적 해법 찾아야"

미국은 이번 사건을 미리 알지 못했다며 선을 긋고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미국은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 사건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항상 (중동의) 확전을 야기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사건에 대해서든 우려한다"며 이스라엘과 다른 당사자들에게 '외교적 해결'을 당부했다.

유엔도 긴장 고조를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지닌 헤니스-플라샤르트 유엔 레바논 특별조정관은 성명에서 "오늘 사태 전개는 이미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극도로 우려스러운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모든 당사자에게 더 이상의 추가 행동이나 호전적 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 연합 김연숙 기자 >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레바논에서 날아온 로켓이 요격되는 모습 [로이터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