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20세기 북극 빙하 사진과 올해 모습 비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북극해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 빙하 지역의 현재와 과거를 비교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아카이브에 저장되어 있는 1967년 빙하가 둘러싼 닐센피엘레 산(위)과 지난 8월 빙하가 녹아내려 산맥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 그린피스 제공
 

다른 지역보다 지구온난화가 2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북극에서 산맥을 뒤덮었던 빙하가 반 세기만에 거의 사라진 모습이 공개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6일(현지시각) 북극해에 위치한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 빙하 지역의 현재와 과거를 비교한 사진들을 내놨다. 단체는 지난 2002년부터 유명 사진작가 크리스티안 오슬룬드와 협업해 북극 빙하가 감소하는 모습을 기록해왔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아카이브에 보관되어 있는 빙하 사진과 같은 지역의 현재 모습을 오슬룬드가 촬영한 것이다.

스발바르제도 블룸스트랜드브린의 1918년 여름철 콩스피오르덴 빙하(위)와 지난 8월 모습. 그린피스 제공
1928년 콩스브린 빙하 모습(위)과 지난 8월 모습. 그린피스 제공
 

공개된 사진들을 보면, 한때 장대한 산맥을 가로막은 광활한 벽이었던 빙하가 불과 57~106년 만에 거의 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길이가 18㎞에 달하는 빙하 블룸스트랜드브린의 한 구역은 1918년 여름께 빙하가 산맥을 완전히 가려 산 꼭대기만 보였지만, 지난 8월 촬영한 모습에서는 빙하벽이 녹아내려 거의 남아있지 않다. 1967년 사진이 남아있는 두 곳의 빙하 또한 비슷한 상황이었다. 1920~1960년대 사람이 등장하는 사진들도 비슷한 구도로 재현해 찍었는데, 배경의 빙하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다.

오슬룬드는 “이 사진들은 기후위기가 악화됨에 따라 지구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면서 “북극은 기후와 해양 위기가 수렴하는 곳이자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그린피스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1967년 콩스브린 빙하와 크로노브린 빙하를 파노라마로 찍은 모습(위)과 지난 8월 모습. 그린피스 제공
 

실제로 북극의 급격한 온난화는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를 초래한다. 해빙이 녹으면 태양의 빛과 열이 얼음과 눈에 반사되는 대신 바다로 흡수돼 기상 패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스발바르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2만~3만 마리 밖에 남지 않은 북극곰의 주요 서식지로, 현재 3000여 마리가 이곳에 살고 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이 지역 평균 기온이 3~5도 이상 올라가면서 빙판의 두께와 범위가 급격히 줄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1925년 콘웨이브린 빙하 모습(위)과 지난 8월 모습. 그린피스 제공
1966년 콩스피오르덴 빙하를 배경으로 연구 중인 조사원 모습(위)과 지난 8월 그린피스 대원을 모델로 같은 구도로 찍은 사진. 그린피스 제공
                          1939년 크로노브린과 콩스브린 빙하 모습(위) 지난 8월 모습.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 북극 프로젝트 책임자 로라 멜러 박사는 “스발바르제도의 빙하가 녹아 이제 북극의 유령이 되어 버렸다”면서 “과학자로서 심각한 실태를 알고 있었었더라도 이런 사진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양환경과 해양생물을 보호하는 것이 기후 파괴를 막는 길”이라며 “지구 끝에서 울리는 경종에 귀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기후변화를 늦추고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 바다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설정하는 국제 협약(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 바다의 64%를 차지하는 공해(국가 관할권이 벗어난 해역)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설정해야 하는데,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글로벌 해양조약(BBNJ)이 채택돼 각 나라의 비준을 앞두고 있다. 현재 이 조약에는 105개국이 서명했지만 그 가운데 13개국만이 비준한 상태다. 한국 역시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  한겨레 김지숙 기자 > 

트럼프의 부활과 재집권, 왜 재앙은 반복됐는가

● WORLD 2024. 11. 9. 02:0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바이든의 약속이 깨지면서 이어진 트럼프의 부활


뒤늦게 사퇴한 바이든과 차별화도 포기한 해리스
공화당에서 빼내 오기에 매달려 온 해리스의 패착

두려움과 원한 감정을 부추긴 트럼프의 혐오 정치
더욱 위험한 공격과 탄압이 예고되는 트럼프 2기

극우 정치의 대안으로는 부족한 민주당을 바꿔야

 

민주당 해리스 후보의 패배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 사람들도 이렇게까지 참패할 것을 예상한 경우는 많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는 선거인단도 훌쩍 앞서는 결과를 보이고 있지만 총득표수에서도 해리스를 꽤 뛰어넘었다. 이제 행정부, 상·하원, 대법원 등을 모두 틀어쥐게 된 트럼프 2기 정부가 다가오고 있다.

이 결과 앞에서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와 퇴행적 대자본가 일론 머스크 등이 기뻐하는 반면, 이민자와 무슬림, 트랜스젠더 등 소수자들의 절망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의 기분은 매우 우울하고 참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것은 국제적 차원에서 곳곳에서 벌어지는 반동적 극우정치의 득세를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이것은 그 대안이나 경쟁 상대가 되기 어려운 중도적 자유주의 정치의 쇠퇴 과정이기도 하다. 자유주의적 중도정당들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 갈수록 약화하면서 더 왼쪽이나 더 오른쪽의 정당들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라는 게 이번에 드러난 셈이다.  

 

미국 폭스뉴스는 6일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인 277명을 확보해 226명을 확보 중인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누르고 승리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2024. 11. 06 [폭스뉴스 캡처]
 

미국 민주당의 주류는 8년 전에는 사실 트럼프를 막는 것보다 '민주적 사회주의'를 내건 버니 샌더스의 돌풍을 차단하는 데 더 열심이었다. 샌더스의 '좌파적 포퓰리즘'은 트럼프의 '우파적 포퓰리즘'을 막을 수 있는 카드였지만, 민주당 주류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버니 샌더스를 주저앉히고 민주당 후보가 된 힐러리 클린턴은 결국 트럼프에게 패배했다.

집권한 트럼프는 경제적 민족주의, 극우적 복음주의, 소수자 혐오 선동을 바탕으로 미국 사회를 뒤흔들면서 강력한 분노와 반감을 일으켜냈다. 그래서 4년 전 대선에서 바이든은 반트럼프 정서에 의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바이든은 버니 샌더스의 진보적 정책과 공약들을 일부 흡수해서 힐러리의 패배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다.

바이든이 집권한 후에 샌더스는 상원 예산위원장이 되는 등 힘이 커지고 더 중요한 위치로 올라갔다. 그런데 바이든은 그로부터 4년 동안 다시 원래 민주당의 한계로 돌아왔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고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바이든의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공화당도 막아섰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경기침체와 인플레 속에서 4년이 지난 지금 미국 대중 대다수는 트럼프 정부 때보다 '더 살기가 힘들어졌다'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CNN의 여론조사에서도 45%가 "4년 전보다 상황이 나빠졌다"라고 했고, "나아졌다"라는 응답은 24%에 불과했다. 이것이 4년 전에 패배하고 사라질 줄 알았던 트럼프가 다시 부활하게 된 배경이 됐다.

 

바이든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며 인기가 추락했고, 특히 이스라엘 학살 지원으로 '제노사이드 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미국 반전운동가들이 만든 포스터  
 

따라서 필요한 것은 이런 상황과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게 아니라 각종 불법과 범죄 혐의를 이용해 트럼프를 사법적으로 제거하는 것에 매달렸다. 그것은 실패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역풍을 낳았다. 트럼프는 더욱더 목소리가 커졌고, 노쇠하고 무능력한 바이든은 그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갈수록 모두에게 분명해졌다.

바이든은 빨리 물러나고, 경선을 통해서 누가 바이든의 약점과 한계를 뛰어넘어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인지를 가려내야 했다. 그 과정 자체가 새로운 희망을 불러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기득권 주류세력은 자신들의 요구와 이해를 대변한 바이든을 쉽게 버리지 못했고, 바이든도 미련과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결국, 바이든은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자신의 무기력과 무능력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후에도 더 버티다가 뒤늦게 마지못해 물러났다. 이제는 너무 늦어서 내부 경선을 통해 후보를 가려낼 수도 없었다. 바이든의 말 잘 듣는 부통령이고 충성스러운 부하이던 해리스가 그냥 지목됐다. 무색무취한 해리스는 ‘바이든과 선 긋기’에 나서지도 않았지만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바이든과 무엇이 다른가?' 물어보면 아무 답을 못하다가 '내각에 공화당 인사를 받아들이겠다'라고 답할 뿐이었다. 그나마 4년 전에 바이든은 ‘최저임금 15달러, 그린뉴딜, 학자금 탕감’ 같은 진보적 공약이라도 있었다. 해리스는?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 세액 공제를 확대하거나 주택 구매 시 선불금을 지원하겠다는 '소확행' 같은 공약 정도만 있었다.

4년 전보다 나빠진 보통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획기적 공약은 없었다. '모두를 위한 공공의료, 저렴한 주택 공급, 공공 일자리 보장, 노조 지원 강화, 기업과 부유층 과세' 등의 공약으로 트럼프에게 흔들리는 저학력 저소득 노동자들을 잡아야 한다는 조언들이 많았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트럼프를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인가, 바이든의 뒤를 따를 것인가에서 해리스는 후자를 선택했다고 풍자하는 만평/ 출처 X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일 뿐 아니라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기득권 주류, 민주당을 지지하는 메이저 언론들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것은 '다시 트럼프가 되면 큰일난다'라는 공포 마케팅이었다. 덧붙여서 민주당과 해리스가 주력한 핵심적 선거 전략은 '공화당에서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빼내 오기'였다.

그래서 해리스 선거 유세의 단골손님은 공화당 전 하원의원 리즈 체니였다. 리즈 체니는 이라크 전쟁의 책임자인 악명높은 네오콘 딕 체니의 딸이었고 부녀가 모두 해리스를 지지한다는 것이 강조됐다. 8월 전당대회 때 내세우던 버니 샌더스나 자동차노조 위원장 숀 페인 등은 지지 유세에서 뒷전으로 물러났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 문제는 철저히 무시했다.

전쟁에 반대하고 사회정의를 바라는 진보적 유권자층을 민주당의 지지 기반으로 다지고 그들을 중심으로 지지를 확대하는 것은 과제가 아니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이민, 낙태, 물가 등에 더 관심이 많다'라고 했다. 그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이스라엘 학살에 무기를 공급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한 활동가와 청년들이 민주당에서 가장 진취적인 활동가들이었다는 데 있다.

이들은 해리스를 원망하면서 민주당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며 발을 뺐다. 그중에서 일부 사람들은 트럼프가 너무 싫어서 ‘그래도 해리스를 상대로 무기 금수를 요구하며 싸우기가 더 낫지 않겠냐’라며 떠나는 주변 동료들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한 표가 아쉬운 선거 시기에도 약속하지 않는 것을 나중에 할 것이라는 말은 믿음을 주지 못했다. 이렇게 지지층의 활성화와 외연 확대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아랍계 미국인들은 민주당의 이스라엘 정책에 분노해 대거 이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KBS '세계는 지금'에서 화면 갈무리 
 

반면 트럼프의 극우적 포퓰리즘과 반이민 인종주의는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단순한 답처럼 보였다. '우리는 먹고살기 힘든데 우리 것을 빼앗은 무임승차자들이 우리를 위험하게 만들고 우리의 가치와 문화를 더럽힌다', '민주당의 엘리트 정치인과 억만장자 후원자들은 우리보다 이민자나 트렌스젠더들을 더 챙긴다.' 트럼프는 이런 식으로 두려움과 원한 감정을 부추기면서 기반을 확대해 갔다.

복음주의 교회의 영향력이 크고 극우 라디오 방송이나 유튜브가 인기인 농촌과 도시 변두리에서는 이게 더욱 잘 먹혔다. 리즈 체니와 함께 해리스 유세에 자주 등장하던 억만장자 암호화폐 투자자 마크 큐반, 소수자나 이민자 출신이지만 이제는 어마어마한 인기와 부를 누리는 셀럽들이 해리스 유세에 앞장서는 모습은 이런 악선동을 더욱 그럴듯하게 들리게 했다.

트럼프는 지지 기반을 인종적으로도 확대해 갔다. 올해 트럼프 선출 공화당 전당대회 때는 4년 전과 달리 주요 연설자로 여성, 흑인, 라틴계도 있었다. 트럼프의 주된 표적은 이민자, 무슬림, 트랜스젠더이기에 이것은 모순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와 불평등은 이들에게 상처와 고통을 줬고, 그것은 우파적 대안의 자양분이 돼 버렸다.

물론 트럼프를 지지하는 저학력, 저소득의 노동계층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단순히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로 찌든 한심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절망과 냉소 속에서 반동적 대안으로 끌려가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결국 이번 미국 대선은 최악과 차악(또는 차선)의 대결이 아니라 '노골적 최악'과 '위선적 최악'의 대결처럼 됐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대량학살과 민주당의 지원에 분노하던 소수의 사람들과 상당수 아랍계 미국인들은 제3의 후보인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를 택했다. 결선투표제가 없는 현실에서 그것은 거꾸로 트럼프에게 도움이 됐다. 하지만, 스타인의 존재감과 목소리를 키워 준 장본인은 바로 이스라엘 무기 금수 조치나 공약을 끝까지 거부한 해리스였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동부시간으로 6일 오전 2시25분쯤 지지자들이 집결한 플로리다 팜비치 컨벤션센터에 도착, 승리 연설을 했다. 2024. 11. 06 [로이터=연합]
 

이제 곧 시작될 트럼프 2기에는 더 위험한 공격과 탄압이 예고되고 있다. 혐오와 폭력, 극우 무장민병대까지 부추기던 트럼프 1기의 더 극단적 버전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유세 기간에 트럼프는 여성의 권리 박탈, 트랜스젠더의 존재와 권리 축소, 재생 에너지 연구 개발 자금 삭감, 탄소 감축 목표 폐기 등을 시사했다.

트럼프 2기를 위한 집권 시나리오로 알려진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는 대규모 감세, 불법 이민자 추방뿐 아니라 노조, LGBTQ, 사회보장 제도들에 대한 광범한 공격 계획들이 담겨 있었다. 또 트럼프 싱크탱크가 ‘미국 내부의 반유대주의에 대응’한다며 구상한 <프로젝트 에스더>에는 버니 샌더스나 민주당 진보파들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글로벌 하마스 지원 네트워크”로 규정하고 "타격"하고 "해체"한다는 내용도 있다.

따라서 미국의 진보세력은 당분간 힘겨운 방어적 투쟁에 주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트럼프 1기는 충격과 공포의 시기만은 아니었다. 최근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투쟁들인 여성 대행진, 미투 운동,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은 모두 그때 폭발했었다. 즉, 더욱 우경화한 공화당이 권력을 잡고 폭주하는 것은 강력한 반발과 분노를 낳을 수 있다.

그러면 공화당은 지지를 잃게 되고 그 반사이익으로 민주당이 다시 희망과 개혁을 약속하며 성장하게 된다.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공화당은 멋대로 개악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이어서 민주당은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고 다시 권력을 잡게 된다. 집권한 민주당은 다시 공화당과 민주당 보수파들에 가로막혀 약속을 어긴다. 이 모든 것은 너무 익숙하게 반복되는 그림이다.

이 무한 반복의 악순환을 끝낼 필요가 있다. 이번에 미국에서 트럼프주의적 극우를 이기려면 민주당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더 분명해졌다. 늙은 백인 남성인 바이든이 사퇴하고 흑인이며 여성인 해리스가 후보로 나섰지만, 형식만 달라진 것이고 내용은 달라진 게 없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이라는 게 확인됐다.

다만 그 대안이 민주당의 성격과 구조를 탈바꿈하는 것일지, 민주당이 깨지면서 밖에서 새로운 대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일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8년 전에 민주당 내부 경선에서 '민주적 사회주의'를 내걸고 도전했던 버니 샌더스는, 4년 전에는 바이든과 손잡았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에서 왼쪽 날개가 된 버니 샌더스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에 버니 샌더스와 민주당계 좌파적 여성 하원의원들(스쿼드)은 해리스의 대선 운동이 실패로 들어서는 것을 막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연대나 해리스 후보 지지에서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이들은 대부분 이번에 다시 상·하원 의원으로 재선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을 택할지는 알 수 없고, 무엇이 최선인지는 결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대안이 아니라고 확인하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체할 실질적인 힘과 운동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한국에서도 비슷하다.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외치고 싸울 뿐 아니라, 민주당이 과연 진보적 희망과 대안을 제시하고 건설할 수 있을지, 그렇지 못한다면 어떻게 그 한계를 채워나갈 것인지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누가 백악관에 앉아 있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누가 거리에, 카페에, 정부청사 홀에, 공장에 ‘앉아 있느냐’다. 누가 투쟁하고, 누가 사무실을 점거하고, 누가 시위에 나서느냐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결정할 것이다"(<미국 민중사>를 쓴 역사학자 하워드 진)                         < 민들레 전지윤 기자 >

 
 

트럼프 당선 후 SNS에 소개 영상 퍼져

“한국 여성들처럼 4B 운동을 고려해야”

 

미 대선 후 한국의 4B 운동 유행을 소개한 가디언 기사. 가디언 갈무리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 미국 여성들이 한국 페미니즘의 ‘4B 운동’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젊은 여성 유권자가 이번 대선 결과를 자기 결정권과 생식권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며 저항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8일 현재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NBC, CBS, 타임지, 인디펜던트 등 해외 언론은 대선 이후 미국 내에서 한국 여성들이 탄생시킨 4B 운동을 향한 관심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4B는 네 가지 ‘비’(非) 실천을 뜻하는 것으로, 비연애·비섹스·비출산·비혼으로 구성된다. 2016년쯤 한국에서 페미니즘이 조류를 탄 이후 여성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이성애자 여성들이 남성과의 연애, 성관계, 결혼 등을 거부하자는 것이 골자다.

영어권 매체에서는 이를 ‘4가지 노(4 Nos)’, ‘4B 무브먼트(4B Movement)’ 등으로 번역해 소개했다. 인디펜던트는 ‘bihon’(비혼), ‘bichulsan’(비출산) 등 한국어 발음도 표기했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틱톡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미국 여성들이 4B 운동을 소개하고 독려하는 영상이 퍼졌다. 한 틱톡 영상은 “여성들아, 이젠 모든 남성을 거부할 때다. 너희들은 권리를 잃었다. 4B 운동이 이제 시작된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이 영상은 34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엑스(옛 트위터)에서도 4B 운동을 설명하고 “우리는 한국 여성들처럼 4B 운동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게시글이 ‘좋아요’ 약 47만개를 받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6일 구글에선 4B 운동 검색량이 450% 급증했으며, 특히 워싱턴DC, 콜로라도주, 버몬트주, 미네소타주에서 검색량이 많았다.

미 대선 결과가 나온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하워드대에서 한 민주당 지지자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패배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

 

한국의 4B 운동은 메갈리안과 여성혐오 ‘미러링’ 탄생,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 교제폭력, 성별 임금 격차, 불법촬영, 경력단절 등과 같은 한국적 맥락 위에서 탄생했다. 이러한 4B 운동이 미국에서까지 호응을 얻는 현상을 두고 미국의 여성 유권자가 이번 대선 결과를 자기 결정권과 생식권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신중지권 축소를 옹호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하는 걸 보면서 회의를 느꼈다는 것이다.

조지아주에 거주하는 미셸라 토마스(21)는 4B 운동이 “원인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WP에 밝혔다. 그는 4B 운동을 알게 된 건 1년 전쯤이지만, 최근에 젊은 남성들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투표하는 것을 보며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토마스는 “젊은 남자들은 섹스를 기대하면서도 우리(여성들)가 임신중지를 하지 못하길 바란다. 그들은 둘 다 가질 순 없다”고 했다. 이어 “젊은 여성들은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우지 않는 남성과 친밀하게 지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남성들)이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보수 성향 주에 거주하는 케나(24)는 주말에 예정된 데이트를 취소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그는 “이 나라에선 당신이 이성애 백인 남성일 때만 중요하게 취급된다. 이를 알게 되는 건 슬프다. 내 권리를 되찾을 때까지 남성이 내게 손대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네바다주에서 선거 유세를 위해 무대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

 

또한 극우·반페미니즘 성향 남성들이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고, 당선인이 이에 호응한 것도 여성 유권자의 분노를 유발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백인 민족주의자 닉 푸엔테스가 선거 이후 임신중지권을 두고 “당신의 몸은 내 선택이다. 영원히”라는 글을 엑스에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푸엔테스는 “이상적인 아내는 16살”이라고 주장하고 히틀러를 찬양한 인물로, 2022년 트럼프 당선인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초대돼 함께 식사한 적이 있다.

가디언은 “이런 식의 폭력적인 표현은 현재 데이트 상대인 대부분의 젊은 미국 여성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리조나주립대 브레엔 파스 교수는 “젊은 여성들은 자신의 생식권이 안전하다고 믿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권리와 몸에 대한 권한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WP에 밝혔다.

인디펜던트는 한국과 미국의 성별 임금 격차, 친밀한 관계에서 살해된 여성 통계 등 유사점과 차이점을 언급하했다. 이어 “4B 운동을 하는 이들은 결혼을 여성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우려는 타당하다”며 “미국 여성이 4B 운동에 동참할지 아니면 트럼프 2기에 자신들만의 저항을 만들어낼지 질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지난 5일 치른 미 대선 출구조사에서 남성 유권자의 55%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여성 유권자 53%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 경향 김서영 기자 >

트럼프 "내부의 적에 군 동원해야"…국내 문제에 군대 동원 시사

1기 행정부서 군 개입 시도로 마찰…"바이든 임명한 합참의장 내보낼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잦은 군 개입 시도로 국방부와 마찰을 빚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 소식에 국방부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7일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에 '내부의 적'에 대응하기 위해 군대가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그가 취임 후 국경 난민 문제나 반대 의견 탄압 등 국내 사안에 군을 동원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재임 시절 군대와 국방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켜지던 오랜 전통과 관습을 무시한 '막무가내' 행보로 군대와 갈등을 빚어왔다.

당시 그는 전쟁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군인들을 국방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면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퇴역 장성들을 군사법원 재판에 회부하려고 하는 등 보복을 구상하기도 했다.

또 트랜스젠더 장병의 군 복무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갑자기 발표하고는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내놓지 않는 등 관계 부처와 상의 없이 충동적으로 이뤄지는 의사 결정 방식으로 큰 혼선을 초래했다.

국방부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인사 관습이 깨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국방부의 주요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미국에서는 국방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다음 대통령 임기까지 걸쳐 근무할 수 있도록 임명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부임한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을 비롯해 국방부 고위 장교 대부분은 지난해 임명돼 앞으로 2∼3년간 더 임기를 수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앞서 브라운 의장이 도입한 군 내 다양성 정책에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국방부 내부에서는 브라운 의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경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WP는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국경 수호대와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

 

트럼프 당선인은 이처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만 국방부를 채워 넣고 미군을 자신에게 충성하는 조직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는 염려를 사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에 시사한 것처럼 국내 문제에 자국민을 상대로 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전 공군 변호사인 레이철 반 랜딩엄은 WP에 자신의 가장 큰 우려는 미군이 미국 내 트럼프 반대 의견을 탄압하는 데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명령에 저항하는 이는 징계 처분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이러한 명령을 하면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당국자는 WP에 대부분의 국방부 직원들이 정치적 문제를 피하려고 하지만 일부는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이뤄진 혼란스러운 의사 결정 방식과 변덕스러운 결정 등을 떠올리면서 그의 복귀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로이드 오스틴 국방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이후 국방부 전체 직원에 보낸 메모에서 국방부는 "앞으로 들어설 트럼프 행정부로의 차분하고 질서정연하며 전문적인 전환"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미군은 차기 총사령관의 정책 결정을 수행하고 군의 민간 지휘 체계가 내린 모든 합법적인 명령에 복종할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라면서 군은 "정치의 영역에서 계속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합) 임지우 기자  >

 

언제 뭐가 뜰지 모른다…'트럼프 SNS'에 월가 긴장

첫 임기 때 금융시장 관련 트윗만 최소 100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연합]
 

미국 대선에서 '소셜미디어의 제왕'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언제 울릴지 모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시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SNS 소통에 활발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두고 '떠버리 대통령이 돌아왔다(The Jawboner-in-Chief is back)'고 표현했다.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그가 계속 올리는 SNS 메시지는 좋든 싫든 월가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하는 것이었다.

주식시장이 오르면 환호하고, 하락하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비난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맞선 기업 대표들을 괴롭히고 전 세계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제재를 가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백만 명의 팔로워에게 메시지를 날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의 이런 메시지는 갑작스러운 시장 변동을 유발하기도 해 금융시장 관계자나 투자자들이 밤잠을 설치는 경우도 있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트럼프 집권 1기 시절에 대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늘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제 월가 관계자들은 이런 시기가 다시 올 것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 역사상 자기 재산을 금융 시장과 이렇게 밀접하게 연관시킨 대통령도 없었으며, 자유세계의 어떤 지도자도 공개적으로 주가 상승을 성공의 주요 지표로 삼은 적도 없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 '다우', '나스닥', '강한 상승', '기업 순익', '이어지는 상승세' 등 금융시장 움직임과 관련해서만 최소 100번 이상 트윗을 올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의 다른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시장과 관련해 트윗을 날린 것은 몇 번 안 된다.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했을 때 언급한 정도였다.

소스닉은 "우리는 이제 기본적으로 시장의 거의 모든 것을 들을 수 있는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B. 라일리 웰스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호랑이가 자신의 줄무늬를 바꾸기는 어렵다"면서 "SNS는 트럼프의 주요 전달 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 연합 주종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