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조치 검토"…살상무기 우크라 직접 지원·군사요원 파견 등 검토 가능성

"국정원의 북한군 파병 발표 전 미국과 공유하고 조율"

 

우크라이나 군이 공개한 보급품 받는 북한군 추정 병력=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2024.10.21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캡처]
 

국방부는 21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기 위한 북한의 특수부대 파병은 유엔 결의를 위반한 불법 행위이며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가담한 것은 유엔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아야 할 불법적 행위"라며 "엄중히 규탄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군 파병이 우리 정부가 설정한 북·러 군사협력 관련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선 것이냐'는 질문에는 평가를 유보했다.

전 대변인은 그동안 정부가 자제해왔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도 검토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북·러 군사협력) 동향에 따라서 필요한 부분이 검토되고 조치될 것"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관련 동향을 지켜볼 것이고, 그에 따라 (국방부를 포함해) 정부 차원에서 논의해 필요한 조치들이 검토되고 강구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우리 군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군사요원 파견을 검토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포탄(살상무기) 지원을 포함해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일일이 확인해드릴 것이 없다"며 "전반적으로 가능성을 열어놓고 필요한 부분을 검토하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군 파병과 이에 따른 러시아의 대북 군사기술 지원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155㎜ 포탄을 비롯한 살상무기 지원이나 군사요원 파견 등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방부를 포함한 범정부 차원에서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한 대책으로 155㎜ 포탄 직접 지원이 꼽힌다.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에 155㎜ 포탄을 수출한 적이 있는데 이런 방식을 다시 가동하거나 아예 우크라이나에 직접 제공하는 방안 등도 언급된다.

전 대변인은 '북한군 파병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국은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는 상태를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는 "국정원 또는 대통령실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하기 전에 제가 알기로는 그러한 사실들을 미국과 공유하고 조율해온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 연합 김지헌 기자 >

가디언 "북한군의 우크라전 파병, 러의 심각한 인력난 방증"

 

우크라이나 군이 공개한 보급품 받는 북한군 추정 병력=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2024.10.21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캡처]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으로 전세계가 긴장한 가운데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북한을 포함한 최빈국 용병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외신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레드 라인'을 건넌 북러의 밀착 속에 극도로 악화하는 러시아 경제가 북한의 고립 경제와 유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이하 현지시간) 사설에서 "한국 국가정보원에서 북한이 특수 부대를 우크라이나전에 파병하고 있다는 충격적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북러 밀착이 통상적 수준을 넘어섰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는 출산 장려 정책에도 출산율 저하를 막지 못했다"면서 북한군 파병의 현실적 이유로 러시아의 군 병력을 포함한 심각한 인력 부족을 지목했다.

신문은 "일부 불법 이민자들이 돈이나 시민권 획득을 미끼로 러시아군 입대를 회유받을 수 있다"며 "다른 일부는 속거나 강제적으로 군에 끌려갈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인도와 네팔의 노동자들이 우크라이나전의 최전선에 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우간다 등 아프리카에서 모집된 200여명의 여성들이 타타르스탄의 드론 공장에서 일하며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됐다는 AP 보도를 거론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러시아 경제 붕괴를 앞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군에 기대고 있다"며 "북한군 파병 소식은 러시아가 겪고 있는 심각한 인력난을 대변한다"고 보도했다.

포천은 "서방의 대규모 제재에 더해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한 수십만명의 사상 및 젊은 엘리트 노동력의 도피로 극심한 인력난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내년 본격적인 경제 붕괴를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주된 수입원인 석유 및 무기 수출이 원천 봉쇄된 와중에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막대한 군사비 지출이 이어지며 붕괴 수준의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 웁살라대 스테판 헤드룬트 교수는 "러시아가 일부 수출을 유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지속되는 제재에 러시아의 생산업자들의 핵심 중간재 접근이 원천 차단될 것"이라며 "고립의 장기화는 북한 경제와 유사한 상황으로 러시아를 내몰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18일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천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북한군의 이동이 이미 시작됐다"고 확인했다.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관련해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없으나 사실이라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연합 김경희 기자 >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로빈슨 등 미국인 교수 3명

 
 
14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고등과학원에서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되고 있다. [스톡홀름/EPA 연합]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불평등 연구자에게 노벨 경제학상이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고등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4일(현지시각)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이상 미 매사추세츠 공대), 제임스 로빈슨(미 시카고대) 등 3명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국가 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며 “수상자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아제모을루 등 3명은 ‘세계 불평등’을 오랜 시간 연구해왔다. 국가 간 성장의 차이를 탐색하면서 그 원인이 인종이나 지역, 성별과 같은 변수가 아닌 ‘포용적 제도’에 있다는 점을 규명해낸 것이 이들의 최대 연구 성과로 꼽힌다. 포용적 정치와 법·경제 제도를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의 성장과 발전의 성패가 갈린다고 논증했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아제모을루 등은 경제성장 면에서 포용적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연구자들”이라며 “이들이 2001년에 펴낸 기념비적인 논문(경제성장의 식민지적 기원)이 나오기 전까지 경제성장에서 제도의 중요성에 주목한 이들은 적었다”고 말했다. ‘자본’이나 ‘기술 혁신’, ‘노동력’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의 원인을 파악해온 기존 흐름에 파열음을 낸 연구 결과를 이들이 내놨다는 뜻이다. 이들의 연구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란 제목의 단행본으로 국내에도 널리 소개되었다.

아제모을루 등의 관심은 최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술 발전이 정치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로 옮아가고 있다. 아제모을루와 존슨이 함께 펴낸 ‘권력과 진보’에 그들의 문제의식이 잘 담겨 있다.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인공지능 혁명이 번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외려 사회를 갈등과 투쟁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기술 진보도 방향을 잘 잡아야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아제모을루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노벨위원회가 2년 연속 불평등 연구자에 수상의 영광을 안긴 대목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엔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 연구의 권위자인 클로디아 골딘(미 하버드대)이 수상한 바 있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폴 크루그먼(2008년), 앵거스 디턴(2015년), 에스테르 뒤플로(2019년), 데이비드 카드(2021년) 등 진보 성향 연구자들이 잇따라 노벨 경제학상을 받고 있다. 아제모을루 등의 수상도 이런 연장선 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최하얀 기자 >

저성능 드론 집단 공격에 조기경보 무력화

 
 
이스라엘 하이파 람밤 병원단지에서 13일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에 의한 부상자를 후송한 헬기 옆에서 한 이스라엘 병사가 귀를 막고 서있다. [로이터 연합]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4명이 사망하고 60명 이상이 부상했다.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단일 공격으로 당한 최대 피해이다.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뚫리는 가운데 헤즈볼라의 반격 능력이 손상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12일 이스라엘 북부 한 군 기지가 드론 공격을 받아, 4명의 병사가 사망하고 민간인 등 6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방위군은 주요 항구이자 세번째로 큰 도시인 하이파에서 남부로 33㎞ 떨어진 마을인 빈야미나에 인접한 한 기지가 공격받았고, 병사 4명의 사망 외에도 7명의 병사가 부상했다고 인정했다.

헤즈볼라는 이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텔아비브와 하이파 사이에 있는 지역의 골라니 여단의 훈련장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 공격은 지난 10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와 베이루트를 폭격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덧붙였다. 헤즈볼라는 “드론이 떼를 지어서” 이 기지를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긴급구호청인 ‘마겐 다비드 아돔’(MDA)은 이 공격으로 중상 3명 등 61명이 부상했고 이 중 37명이 앰뷸런스나 헬기로 지역 병원 8곳으로 후송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이 기지가 레바논에서 날아온 저성능 드론에 의해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드론들은 상대적으로 정교하지 않은 무기임에도, 이스라엘의 조기경보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저녁 내내 텔레비전 속보, 소셜미디어의 포스팅, 온라인 보도 등으로 부상자들이 헬기와 긴급후송 차량을 이용해 이스라엘 북부 병원들로 이송되는 장면들이 전해졌다. 부상자 중 다수는 마을의 공동 식당에 있다가 갑자기 드론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공동 식당의 천장이 드론 공격을 받아서 큰 구멍이 나 있는 장면들이 올라와 있다.

이스라엘 구호 당국은 검열법에 따라 애초 사망자와 공격받은 기지를 밝히지 않았다가, 군 당국의 병사 사망 확인 뒤에야 이를 인정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3주 전부터 레바논 남부 및 베이루트 등을 대대적으로 폭격한 이후 하이파 일대를 로켓포 등으로 공격하며 반격해왔다. 이스라엘은 매일 수십발의 헤즈볼라 로켓포 공격을 방공망으로 막아왔으나, 몇발은 방공망을 통과해 시설물이나 부상자를 발생시켰다.

이번 피해는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 이후 지상전이 아닌 폭격으로 입은 피해 중에서는 최대 규모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지상전 초기 첫 본격적 교전에서는 하루 만에 7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 정의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