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북한군 러시아 파병' 격돌

서방국은 '만약' 전제, 한·우크라는 '단정적'
북한 "근거 없는 소문" 일축…첫 공식 반응

대통령실 "우크라에 공격용 무기까지 고려"
NSC 중대 결정 내리는데 대통령은 어디에
우크라 전쟁 수렁에 뛰어드는 패착될 수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슈가 마침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제로 올랐다.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안보 유지를 주제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공식화하며 북·러 군사 협력을 규탄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서방 이사국들은 북한 파병 문제의 기정사실화에 주력한 우크라이나나 한국과는 달리 "만약 사실이라면"이란 가정법을 구사해 눈길을 끌었다.

 

우크라이나군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는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단독'(Exclusive)이란 표제아래 "러시아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로부터 새로 입수한 영상은 우크라이나 배치 준비를 위해 러시아 군 장비를 보급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2024. 10. 18. [SPRAVDI 'X' 계정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미국·서방은 '만약' 전제, 한·우는 '단정적'

황준국, 안보리에 국정원 발표 내용 보고

 

이에 대해 러시아는 서방국들을 향해 "예전 것보다 더 터무니없는" 공포 마케팅이라고 일축했다. 안보리에선 아니지만, 북한도 이날 같은 유엔본부 건물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다.

안보리 공보국은 브리핑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를 포함한 대다수 대표단이 러시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간 심화하는 군사 협력 보도들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대표단은 북한이 △ 8월 이후 북한의 포탄, 미사일, 대전차 로켓이 담긴 1만3000개가 넘은 컨테이너를 러시아에 보냈다 △ 이달 초 약 1500명의 특수부대 병력을 러시아에 배치했다 등의 내용을 안보리에 보고했다고 소개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공식 발표한 내용이다.

연합뉴스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발언을 통해 "북한은 국제규범과 안보리 결의를 상습적으로 위반해왔지만, 북한의 군대 파견은 우리마저도 놀라게 했다"며 "러시아와 북한 간 불법 군사 협력은 규탄받아야 하며 즉시 중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황 대사는 북한이 적극적인 교전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북한이 군사적·재정적 지원 혹은 핵무기 관련 기술과 같은 반대급부를 러시아로부터 기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 대한민국의 국군의 날인 10월 1일 다음날인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시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료해하시였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2024.10.4 연합
 

"북한 군대, 11월 1일경 전쟁 채비 예상"

미 "만약 사실이면 매우 우려되는 전개"

 

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키슬리츠야 주유엔 대사는 "이들 군대는 11월 1일경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채비를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로버트 우드 차석대사는 한국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에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위험하고 매우 우려되는 전개이자 깊어진 북러 군사 관계를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외부의 지원 없이 러시아는 침략을 유지할 수 없다"며 "만약 이란과 북한이 군사 지원 제공을 중단하고 중국이 이중 용도의 전쟁 부품 전달을 중단한다면 이 전쟁은 끝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바버라 우드워드 대사는 북한 파병에 대해 "가능성이 크다"면서 "푸틴이 불법적 전쟁에서 총알받이로 러시아인을 모집하기 힘들면 힘들수록 더욱 북한에 의지하려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지도부가 러시아에 큰 대가를 요구할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니콜라 드 리비에르 대사는 북한의 파병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전쟁 행위에 대한 북한의 지원 확대는 매우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북한 유엔 대표부 소속 외교관이 우크라이나가 주장한 '북한군 러시아 파병' 발언을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2024. 10. 21 [AFP TV=연합]
 

러시아 "터무니없는" 공포 마케팅 비난

북한 "근거 없는 소문"…첫 공식 반응

이들 주장에 대해 러시아는 반박하고 나섰다. 바실리 네벤자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은 이란, 중국, 북한 부기맨(귀신)을 이용해 공포를 확산시킴으써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고 비난한 뒤 "예전 것보다 더 터무니없는" 공포 마케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핵무기 개발 추진 발언은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대표는 "중국이 이중 용도의 전쟁 부품 전달을 중단한다면 이 전쟁은 끝난다"고 한 우드 미 차석대사의 발언과 관련해 중국은 분쟁의 어느 당사자에도 살상 무기를 결코 제공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는 어느 한 편을 지지하지도 돕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평양 당국은 한국 국정원의 '북한군 파병 발표'에 아직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이날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는 첫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이른바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과 관련해 우리 대표단은 조선의 이미지를 더럽히고 두 주권 국가 간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이며 협력적인 관계를 훼손할 목적의 그런 근거 없고 상투적인 소문들에 논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 대표가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전쟁 행위를 돕고자 "대규모" 정규군을 곧 파병할 거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 과정에서 나왔다.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다연장 천무가 이동하고 있다. 2024.10.1 연합
 

대통령실 "우크라에 공격용 무기까지 고려

우크라 전쟁 수렁에 뛰어드는 패착될 수도

한편 정부는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북한군의 즉각 철수를 촉구하는 동시에 향후 단계별 상황 전개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까지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해 파문을 예고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군의 즉각적 철수를 촉구하며, 현재와 같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야합이 지속될 경우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며 "정부는 북한의 전투 병력 파병에 따른 러·북 군사 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특히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단계적 대응의 구체 내용은 상대방의 판단과 계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밝힐 수 없다며 "앞으로 단계별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 지원도 고려할 수 있고, 그 한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마지막에 공격용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길 경우 한·러 관계의 파탄은 물론 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 발을 담그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NSC에 윤석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아 파문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그 시간 부산에서 열린 '2024 부산 세계자원봉사대회'에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27회 IAVE 2024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2024.10.22 연합
 

NSC 중대 결정 내리는데 대통령은 부산행

윤 정부, 대북 심리전에 '파병 이슈' 활용

윤석열 정부는 북한 파병 이슈를 대북 심리전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국군심리전단은 전방 지역에 배치된 대북 확성기로 방송되는 '자유의 소리'를 통해 21일 오전 북한군 파병 주장을 보냈다. 이날 자유의 소리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7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북한군의 존재가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는 현지 매체 보도를 전했는가 하면, 이달 초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전선에서 북한군 6명이 공습으로 숨졌으며 러시아군이 북한 병력으로 구성된 3000명 규모의 특별 대대를 편성 중이라는 우크라이나 매체의 보도도 전했다. 그러나 한국 국정원의 18일 북한 파병 발표는 거론하지 않았다. 군은 남북 접경지역의 북한 주민과 병사가 들을 수 있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파병 주장'을 전함으로써 북한 내 동요를 부추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영 국방 “북한군 러시아 이동 시작 가능성 매우 높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키이우/AP 연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군 파병과 관련해 “6000명씩 2개 여단의 북한군이 훈련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22일(현지시각)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연설에서 현 전선의 상황과 전망을 두고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에게 받은 보고라며 “이는 커다란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8일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8∼13일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정원은 북한이 최정예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과 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1만2000명 규모 병력을 파병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말한 규모와도 맞닿는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구체적인 훈련 장소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정원 발표가 나오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엔 정보기관이 입수한 정보라며 “지상군, 기술자 등 여러 종류의 인력을 합해 약 1만명의 북한군이 우리에 맞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개한 구체적인 숫자이기도 하다. 또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언론 리가넷은 북한군 3000명이 러시아 ‘부랴트 특수 대대’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고, 뒤이어 영국 비비시(BBC)도 우크라이나 군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북한군 3000명으로 구성된 부대를 편성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반면 러시아 극동지역 군사 소식통은 비비시에 “다수의 북한군이 도착했다”면서도 “3000명이란 숫자 근처엔 미치지 못한다”며 정확한 파병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것은 도전이지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안다”며 “우리의 모든 파트너가 이러한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전쟁에 개입한 북한을 비판해 온 모든 국가와 리더들에게 감사하다”며 “북한도 러시아처럼 인간의 생명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게 명백하다”고도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에 북한이 개입한다는 건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이 결코 충분치 않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로부터 더 강하고 구체적인 대응을 원한다”고 말해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저녁 연설에서도 “러시아를 지원하는 북한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보도에 비춰 파트너들의 결단력 있는 조처가 필요하다”며 연일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영 국방 “북한 수백명 전투 병력 러시아 이동 시작됐을 가능성 매우 높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근거로 위성사진을 지난 18일 공개했다. 해당 사진은 지난 12일 북한 청진항에서 포착된 북한 러시아 군함 활동. 국가정보원 제공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이 영국 의회에서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군을 보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22일(현지시각) 말했다.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 등은 힐리 장관이 의회에서 “우려되는 새로운 상황 전개로, 현재 북한에서 수백명 전투 병력의 러시아 이동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현재까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의혹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날 힐리 장관의 발언은 서방이 북한의 파병을 두고 “사실이라면”이란 단서를 달고 입장을 낸 데서 보다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스카이뉴스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비롯한 내각 관료들이 이런 내용이 “보도됐다”는 것을 전제로 발언한 데 비해 한 발 더 나아간 연설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스타머 총리는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러시아가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힐리 장관은 이날 “북한 병사들이 유럽 땅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지원하는 것은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부 장관은 21일 서울에서 제9차 한-영 외교장관 전략대회를 한 뒤 성명을 내어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불법적으로 자행하는 침략전쟁을 지원하기 위한 북한의 지속되는 대러 불법 무기 이전과 보도된 병력 파병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도 했다.

한국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정보 공유를 위해 다음주 나토에 대표단도 파견할 예정이다. 나토 수장인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제(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며 “북대서양이사회(NAC)에 브리핑을 해 줄 전문가 파견을 요청했고, 대통령이 당연히 그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다음주 초에 그것이 이뤄질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실제로 러시아의 불법 전쟁을 지원하고 있는지를 볼 것”이라고도 했다. 또 “만약 (북한이) 병력을 보낸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중대한 긴장고조”라면서도, 현재로선 나토 차원에서 확인해 줄 바는 없다고 밝혔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해리스, 경합주 여론조사 갈수록 열세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콩코드에서 열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단을 떠나며 주먹을 높이 쳐들고 있다. [콩코드/AP 연합]
 

트럼프 승리를 예측하는 언론이 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해리스’ 맞대결 성사 이후 처음으로 자사 예측모델에서 트럼프의 승리 확률이 해리스를 제쳤다고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는 11월 대선 승리확률은 이날 현재 54%로, 일주일 전보다 6% 포인트 급상승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한 달 동안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전국 여론조사에서의 리드가 꾸준히 줄어든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며 “여전히 대선은 거의 동전 던지기와 같지만, 이제는 트럼프 쪽으로 약간 기울었다”라고 전했다. 전날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선거 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DDHQ)도 자체 예측 결과 트럼프가 해리스에게 승리할 확률이 52%로 처음으로 과반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해리스가 전국 총득표에서 앞설 확률은 74%로 예측됐다. 하지만 경합주에서 트럼프 지지세가 약간 강화되면서 승리 확률이 치솟았다. 이코노미스트는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을 배경으로 짚었다. 해리스의 지지율은 두 달 동안 정체 상태지만, 트럼프의 지지율은 지난 8월 최저 45%에서 현재 47%로 올랐다. 덕분에 전국 예상 득표율 격차는 최대 3.7%포인트에서 1.6%포인트로 줄었다.

해리스가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갈수록 열세를 보이면서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전국 득표율 격차는 최소 2.5%포인트로 벌어졌다. 지난 8월엔 해리스가 전국 득표율에서 트럼프를 1.8%포인트만 앞서면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여론조사 상 수치가 박빙이라는 게 실제 선거도 박빙이라는 걸 보장하지 않는다”며 “오차범위 내에서의 변동만으로도 승리 후보가 경합주를 싹쓸이해 넉넉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2016년 트럼프, 2020년 바이든처럼 승리 후보가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가능성이 50%”라고 덧붙였다. < 김원철 기자 >

“미시간·위스콘신 중 트럼프에 넘어갈 우려”

"정치와 거리두던 빌 게이츠, 해리스 지지 단체에 690억원 기부"

 
18일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 행사에 입장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해리스는 20일까지 미시간주의 주요 지역에서 유세를 했다. [그랜드래피즈/AFP 연합]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미 선거인단 226명을 확보한 거로 간주된다. ‘191(확실·SOLID)+34(유력·LIKELY)+1(가능·LEAN)’ 등이다. 과반인 270명에 44명 모자라는 수치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주를 뜻하는 ‘블루 월’, 위스콘신(10명)·미시간(15명)·펜실베이니아(19명)에 걸린 선거인단 수가 정확히 44명이다. 3개 주만 가져오면 이긴다는 뜻이다. 이들 3개 주가 따로 움직인 건 1988년 대선이 마지막이다. 이후 대선에선 늘 같은 후보를 택했다.

해리스 캠프 내부에서 ‘블루 월이 무너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엔비시(NBC)는 22일(현지시각) 복수의 캠프 인사들을 인용해 “미시간(15명)이나 위스콘신(10명) 중 하나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캠프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며 “이 경우 해리스가 펜실베이니아를 확보하더라도, 나머지 경합주 1~2개를 추가로 가져와야 한다”고 보도했다.

균열의 핵심은 미시간이다. 이곳엔 아랍계 및 무슬림 인구가 많다. 해리스 캠프의 고위 인사는 엔비시(NBC) 방송에 특히 미시간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물론 해리스 캠프의 공식 입장은 다르다. 캠프 대변인 로렌 힛은 해리스가 앞서는 디트로이트 뉴스,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를 근거로 들며 “우리는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위스콘신이 공화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엔비시에 말했다.

다른 두 명의 인사는 미시간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면서도 “모든 주가 경합 중이기 때문에 승리를 위한 다른 경로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다른 경로’도 위태로워졌다는 점이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19명)를 가져가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다 해도 ‘노스캐롤라이나(16명)+네바다(6명)’ 조합의 승리로 선거인단 과반 확보가 가능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에 대해 전망도 점점 덜 낙관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해리스 캠프의 한 고위 인사는 “7개 주 중 노스캐롤라이나가 약간 뒤처지는 것 같다”고 엔비시에 말했다. 허리케인 헐린 이후 이 지역에 만연한 허위 정보 등의 여파로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너무 박빙이기 때문에 개표가 끝날 때까지 결과를 짐작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해리스 캠프의 여론조사를 담당한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 맷 바레토는 이 방송에 “현재 해리스는 블루월 3개 주 모두에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3개 주 모두 1~2%포인트 차이로 승패가 갈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 김원철 기자 >

 

빌 게이츠, 과거엔 "정치 인플루언서 아냐"…블룸버그 · 두 자녀 영향 변화

NYT에 "이번 선거는 달라"…"의료개선 · 빈곤퇴치 의지 후보 지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가 빌 게이츠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에 약 5천만달러(약 690억원)를 지원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이에 관해 잘 아는 인사 3명을 인용, 게이츠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민주당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중 하나인 '퓨처 포워드'(Future Forward)에 거액을 기부했다고 전했다.

또 이는 과거 정치 기부와는 거리를 둬 왔던 그의 방침에 상당한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퓨처 포워드의 주요 지지자인 전 뉴욕시장 마이크 블룸버그 등의 동료들과 해리스 부통령 지지에 관해 얘기해왔다고 한다. 게이츠와 블룸버그는 자선 활동과 공중보건,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함께 활동해온 오랜 친구다.

게이츠의 기부금은 퓨처 포워드의 비영리 부서 '퓨처 포워드 USA 액션'에 전달됐다. 기부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단체 성격상 게이츠의 기부 사실은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게이츠의 보유 자산은 약 1천620억달러(약 224조원)로 추정된다. 그는 오랫동안 민주당 측 지인들과 기부자들로부터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기 위한 싸움에 동참하라며 기부를 권유받았지만 정치와는 거리를 뒀다.

그는 2019년 "거액 정치 기부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정치 기부) 유혹을 느낄 때가 있고 그렇게 하기로 한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런 큰 확성기를 쥐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올여름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출마 이후에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political influencer)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투표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어느 행정부와도 협력하는 재단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이츠는 해리스 부통령과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바이든·해리스 정부에서 해온 기후변화 업무를 높이 평가해왔다고 NYT는 전했다.

또 전 부인과 공동으로 세운 자선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가족계획 및 세계 보건 프로그램이 삭감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고 한다.

 

빌 게이츠

 

게이츠의 정치 기부에는 두 자녀 로리와 피비 게이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로리와 피비는 민주당에 기부해왔고, 부모들이 정치 기부를 더 진지하게 고려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게이츠의 전 부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역시 이번 선거에서 정치 기부에 적극 나섰으며, 퓨처 포워드의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는 NYT의 보도에 대한 답변에서 기부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거나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초당적 성격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선거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명에서 "미국과 전세계에서 의료 개선, 빈곤 감소, 기후 변화 퇴치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는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스펙트럼 전반에서 지도자들과 함께 일한 오랜 역사가 있지만, 이번 선거는 다르다"며 "미국인들과 전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전례 없는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NYT는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도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이먼 회장은 공개석상에선 대선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았지만, 사석에서 지인들에게 해리스 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해리스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재무장관 등을 맡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합 김연숙 기자 >